Monster - 생명을 두고 고민하는 닥터 텐마와 몬스터

ANIMATION 2008. 5. 31. 19:1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명을 살리는 사업을 하는 병원엔 정치적 다툼이 오고 간다. 승진을 두고 경쟁하는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생명의 경중이 결정되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이미 '하얀 거탑'같은 드라마를 통해 병원의 생리를 충분히 학습(?)했고, 병원 뿐만이 아닌 사회의 많은 곳들이 이익과 결부된 다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주인공 겐조 텐마는 이런 정치적인 잇속 다툼이 심한 병원, 독일 뒤셀도르프 아이슬러 기념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인 의사다. 이방인으로 자리잡기 힘든 독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취직했고 병원장 하이네먼의 도움으로 치프 자리에도 쉽게 올랐다. 하이네먼의 딸 에바와는 이미 약혼한 사이인 텐마는 실력도 정치적인 발판도 탄탄하게 구축한 능력있는 인재다. 앞길이 보장된 이런 상황에서 텐마가 할 일은 그저 장인이 될 병원장이 시키는대로 자기 일만 처리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사람의 생명은 평등하지 않은 걸'
자신이 오페라 가수의 수술을 맡는 바람에 먼저 수술하기로 했던 다른 환자가 죽게 되었고, 그를 두고 후회하는 텐마 앞에서 약혼자 에바는 반쯤 익은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먹으며 이야기한다. 생고기와 마찬가지인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이 아찔하게 텐마를 자극한다. 돈과 권력을 두고 생명이 평등하지 않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정치적인 입지가 확고한 텐마가 그를 두고 고민하는 장면은 그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젊은 의사의 사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생명은 평등하기에 먼저 온 환자에게 생명을 먼저 얻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텐마와 정치적인 이유로 수술 순서를 조정하는 병원장과 다른 의사들. 죽은 남편을 살려달라는 터키인(독일의 터키인 입지는 약하다) 아내를 두고 텐마는 절망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텐마는 환자와 병원 직원들 사이에서 신임이 두터운 편이다. 천재의사로 맡은 수술을 모두 성공하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환자들에게 고르게 친절하고 원칙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독일인 병원장, 하이네먼의 논문을 보고 독일에서 공부하기로 맘먹었고 운좋게 독일에서 직장까지 얻는데 성공한 케이스. 그러나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듯 숭고해보이던 병원은 암투가 벌어지는 곳이었고 직접 논문을 쓴 것으로 알았던 하이네먼은 다른 의사의 논문을 빼앗아 자기것으로 만든 모사꾼이었다. 이런 갈등이 최고조가 된 건 동독(초반 에피소드의 시대 배경은 1986년, 독일 통일 이전이다)에서 서독으로 입양된 쌍둥이 남매가 병원에 실려오면서부터이다. 의문의 괴한에게 양부모는 총을 맞아 죽고 쌍둥이 남매 중 오빠는 머리에 총을 맞아 생명이 위급하다. 쌍둥이 여동생은 충격으로 말을 잃고 제정신이 아니다.

오빠 요한의 수술을 하려는 찰라 시장이 뇌질환으로 실려 오고 병원장은 텐마에게 요한의 수술을 하지 말고 시장의 뇌수술을 맡으라 지시한다. 요한의 수술은 정밀하고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자신이 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텐마는 갈등하게 된다. '생명이 평등하다'는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 병원장의 지시를 따르고 정치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인가. 어린 아이의 생명은 위급을 다투고 시장의 생명 역시 한치앞을 모르는 상황. 천재의사 텐마의 윤리와 도덕이 이 순간에 결정되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자연스럽게 생명의 경중을 두고 고민하는 한 젊은 의사의 심리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야할 선택의 순간에서 이 천재 외과의사는 누구의 생명을 거둘 것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애니메이션에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주인공 텐마를 비롯해 이익을 위해 생명의 가치를 재는 병원장부터 허영과 재산에 인생을 바치는 여성, 범죄를 저지르는데 한평생을 낭비하는 사람, 자신이 맡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과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를 애정을 담아 기르는 양부모에 이르기까지 텐마는 많은 인물들을 만나며 자신이 최초에 선택한 '인간의 생명은 평등하다'라는 가치관을 시험받게 된다. 그리고 텐마는 'MONSTER'라는 별칭을 가지게 된 한 인간을 쫓아 그 생명을 빼앗으러 다니는 처지가 되버린다. 인간을 살리는 직업에서 직접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입장이 되버릴 때까지 텐마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버렸을까?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구분할 수 없는 그의 처지를 두고 시청자는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애니의 오프닝은 '요한묵시록'의 한장으로 시작한다. 다소 몽환적으로 종교적인 분위기의 첫장을 이끌어낸 이 첫 부분은 마치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을 찾아헤매는 사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년 부부 살인사건과 병원장을 비롯한 아이슬러 기념병원 의사들의 살인 사건, 의문의 살인사 등이 맞물려 닥터 텐마를 끊임없이 압박한다. 인간의 욕심과 몬스터의 비밀을 헤쳐나가는 닥터 텐마의 모험이 이야기의 주요 스토리이다. '인간의 생명은 모두 평등하다'란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또다른 하나의 인간인 '몬스터'의 뒤를 쫓는 텐마는 과연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살인마의 뒤를 쫓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살인마의 숨겨진 비밀도 알아낼 수 있는 미스터리 구조. 74화의 긴 호흡 애니메이션이지만 다음화를 향해 쉴새없이 빨려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방영된 바 있는 애니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ntv.co.jp/monster/




아마츠키(あまつき) - 2008년 초반 신작 중 가장 화려한 출연진

ANIMATION 2008. 4. 25. 23:55



아마츠키 오프닝은 주인공이 이 세계로 떨어진 초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다
오프닝곡의 제목은 'Casting DIce' 칸노 유우키의 노래다

애니메이션은 동화(動話)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이야기들이다. 동화(童話, fairy tale)로 감동(感動, affect)을 주기도 하고 사람들을 동화(同化, assimilation)시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의 장점, 그 시청의 포인트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이 동화의 포인트를 무엇으로 잡느냐이다. 거침없는 스토리텔링, 시선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영상, 원작의 매력, 배경음악 등. 그 중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의 보이지 않는 연기자, 성우진이다. 실사가 아닌 그림과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성우진을 배치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2008년 4월 동시 등장한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작 중에선 '아마츠키(あまつき)'의 성우진이 가장 화려하지 않을까 한다. 주연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한번쯤 다른 작품에서 들어본 목소리들, 탁월한 최고의 성우진들이 자리를 잡았다. 과연, 이 조합이라면 한번쯤 시청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싶은 그런 사람들. 국내에서도 아마츠키에 출연한 성우의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재일교포 성우로 유명한 박로미(朴路美)님이 주연진 중 한명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 가득 풍기고 있는 일본색과 거친 화면은 약간은 시청을 꺼리게 되는 요소다(개인 취향 문제). 현실과는 다른 이 세계의 이야기이기 하지만 그 이세계의 설정은 일단 에도막부 시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등학교 1학년, 주인공 소년 리쿠고 토키도키은 역사과목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차세대 박물관에서 보충수업을 갖게 된다. 특수고글을 쓰고 에도시대의 환경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출석일수 부족으로 이 곳에 참여한 시노노메 콘을 만나게 된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토키는 콘에게 여러 지식을 얻게 되지만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콘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토키 역시 무시무시한 괴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이상한 작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목숨을 위협받던 토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만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어버린다.

깨어나 보니 자신의 한 쪽 시력은 사라져 버렸고, 그곳은 한번도 본적없는 시대가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놀랍게도 잠깐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한 노란 머리였던 콘이 검고 긴 머리를 한 채 앉아 있다. 사무라이 복장의 콘은, 자신이 이미 2년 전에 여기 도착했다며 토키를 환영하는데 콘과 토키는 그 세계의 요괴를 볼 수 있고 각각 한가지 능력을 무언가에게 뺐겻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준 쿠치하와 승려 샤몬이 그들을 돌봐주게 된다. 두 사람은 왜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거고 그 시대 속으로 떨어진걸까. 그리고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인물들도 범상치는 않은 존재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쿠고 토키도키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성격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에도 시대로 오고 난 이후엔 요괴를 볼 수 있는 한쪽은을 항상 가리게 되었다. 토키는 후에 이 세계는 단순히 에도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에도시대는 1600경부터 1868년까지의 시기로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가 끝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천도하여 막부를 연 시대이다. 에도는 현재의 도쿄이다. 공식적으로는 쇄국정책을 취했지만 신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하여 외국인을 가끔 볼 수 있었고, 서민들이 가장 힘을 얻었던 시기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 외래 문물의 유입으로 주인공들의 노란 머리는 그렇게까지 기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원작 만화가 존재하는 까닭에 토키가 에도시대의 '아마츠키(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이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에 소환된 까닭은 몇가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이다. 콘과 토키, 그리고 쿠치하는 아마츠키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에 해당한다. 콘의 오른팔 능력 상실, 토키의 시력 상실, 그리고 쿠치하의 비밀은 아마츠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누에'라고 불리는 기이한 괴물들과 작은 인간형의 '야코'라는 존재는 소년 토키를 공격하기도 하고 몇가지 뜻이 압축된 문장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 첫번째의 문장은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일본 고시 형태의 질문. 토키역의 성우는 후쿠야마 준이 맡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츠키의 미래를 변화시킬 토키, 쿤, 쿠치하(박로미) 이 세 명의 주인공과 그들을 보호하는 요괴퇴치 전문 스님 샤몬(나카타 죠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사키 타다지로, 친구가 되어주는 헤이하치(노지마 켄지), 아마츠키의 미래의 한 축이 될 요괴 본텐(스와베 쥰이치), 그들의 미래를 예견할 긴슈(스즈무라 켄이치), 신슈와 츠루우메들. 그외 꽤 다양한 등장인물 캐릭터가 제법 매력있게 설정되어 있다. 특히 소년 목소리 전문의 박로미는 드세고 무사다운 쿠치하의 거친 일면과 소녀스러운 성격에 아주 잘 어울린다. '케로로 중사'의 기로로 하사로 유명한 나카타 죠지의 목소리도 반가울 듯. 무엇보다 반가운 성우는 엑스(X)의 모노 후마로 유명했던 스와베 쥰이치와 그 상대역이었던 시로우 카무이 목소리의 스즈무라 켄이치이다.


아마츠키 엔딩곡은 일본식 소품과 전체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나와 인상적이다.
제목은 '이름없는 길(名まえのない道)'이고 히키타 카오리의 노래

아직도 연재중인 이 원작만화가 어떻게 결말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결말 역시 예상이 불가능하지만, 간만에 설정이 분명한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결말과 관계없이 볼만한 애니가 될 것 같다. 헤이안 시대 또는 에도 시대 일본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내용, 또는 퇴마물이나 요괴의 미스터리가 제법 재미있게 다루어질 것 같다. 확실히 1편에 등장했던 요괴의 공격은 애니로서는 과격했던 까닭인지 일본 내에서도 17+의 등급이다. 원작만화의 캐릭터도 몹시 다양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미지의 등장인물들, 외모 만큼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녹색눈의 쿠치하는 굉장이 긴 머리에 가슴에는 붕대를 감고있는 미스터리의 소녀이다. 시노노메 콘과 토키가 눙의 공격을 받았을 때 쿠치하가 요괴를 처치하고 그들을 구해준다. 샤몬의 신사에 함께 기거하는 이 여주인공이 목에 두르고 있는 것의 정체는 사실 머리카락이다(에도 시대 쯤에 여성의 긴 머리가 유행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 그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재털이라던지 담뱃대같은 물건도 자주 나온다). 바람같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장면은 박력있고 멋지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한국인에게 제법 인기를 끌고있는 박로미씨이고 그녀의 팬이 이 애니를 많이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재일교포의 자손으로 어머니는 한국인으로 유명한 이 성우는 한국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방영된 애니 중에선 '우에키의 법칙'의 우에키 역으로 가장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
http://amatsuki.com/web/index.html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 - 두 개의 달이 비치는 나라와 물의 정령

ANIMATION 2008. 4. 21. 11: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니를 자주 시청하지만 정통 일본식 애니는 아직도 부담스럽다. 일본 문화 자체에 익숙치 않은 면도 있지만 관습 중 몇가지는 이해할 수도 없고 나는 알 수 없는 이세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동질감은 분명 이야기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현실과는 다른 나라로 설정해두었지만, 깍듯이 무릎을 꿇고 식사하는 여성의 모습이나 일본식 문화와 환경이 나타나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일본 애니는 이국의 문화도 일본식으로 바꾸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종종 중국적인 크기의 대륙 스케일이 일본 애니에서 나타날 땐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바사라(1995)'라는 만화는 갑자기 망해버린 먼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대식 문물도 존재하지만 과거의 일본식 문화도 동시에 존재하는 배경 설정을 만들고 있다. 대하사극과 같은 상황 설정이지만 필요할 땐 현대의 물건도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애니 중엔 이런 식의 설정을 활용하는 작품이 많다. '나루토'같은 애니는 이런 설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닌자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모든 차원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정통 일본식 애니로 생각했던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 역시 이런 식의 설정을 사용한다. 요괴의 설정, 풍습과 문화를 상당부분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만 황국의 크기와 규모는 '황후화'에서 보던 황궁의 모습 보다도 화려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2006년)'의 제작사로 유명한 '스튜디오IG'의 2007년 작품이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이다. 이번에도 유려한 그래픽과 화려한 그림체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슈발리에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림체가 특징적이었듯 정령의 수호자 역시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섬세하게 표현된 정확한 비율의 인물과 배경이 이 애니의 특징이다. 그리고 칼싸움을 비롯한 전투장면이 실사를 옮긴 듯 사실적이고 박진감있다. 그러나 스토리는 '슈발리에'의 스토리가 약간의 미완성된 구조를 가졌듯 자체 흡입력이 강력하지 못한 건 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나 배경, 시발점은 모두 완벽했지만 전반적인 매력은 다소 약하다.

발굴의 무술 실력을 가진 여자 단창술사가 신요고황국에 들어온다. 우연히 발견한 황자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의 목숨을 구했으나 황족의 얼굴을 보면 안된다는 나라의 룰에 따라 감사 인사 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다. 신요고국은 넓은 황국의 크기 만큼이나 황족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고 신요고국의 건국사 덕분에 그 이전에 살던 야쿠의 전승은 모두 잊혀져 가고 있다. 황족은 거의 신격화되어 황족의 얼굴을 보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도 있다. 발칸족인 단창술사, 바르사는 그날 밤 황국의 제 2황비에게 몰래 불려가 감사 인사를 받고 하나의 임무를 떠맡게 된다. 황자의 목숨이 위험하니 황자를 지켜달라는 요청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자를 지키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 바르사는 황자를 죽이기 위해 나선 한 무리의 암살자들과 맞서게 되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지만, 암살자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고 자신은 깊은 상처를 입고 만다. 지구와는 다른 설정의 이 세계엔 두 개의 달이 뜨고, 고불고불 이어진 논둑과 푸른 벼가 자라는 풍경 속에서 암살자 네 사람은 넓은 삿갓을 쓰고 황자와 바르사를 바라본다. 모자를 날리며 바르사에게 덤비는 그 장면은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인(홍콩 무협 영화나 용문객잔 시리즈와 유사했다)듯 훌륭하게 연출된다. 창과 칼이 맞닿을 때마다 그 박력이 전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바르사와 암살자의 움직임도 꽤 현실감 있다.

사연많은 호위무사들의 사연인지라 종종 이런 식으로 멋진 전투씬이 연출된다. 따뜻하고 정감있지만 무술 능력은 전혀 달리지 않는 여자 무사 바르사는 이 전투를 훌륭히 치뤄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영리하다.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이 극을 멋지게 이끌어가고 있다. 황자가 죽임을 당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바르사가 무사로서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황자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갈등하며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정령의 수호자'는 과연 누구를 일컫는 말일까? 그리고 과연 황자의 몸 속에 깃든 존재는 사악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 신요고국의 엄격한 황궁 분위기에 그 해답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슈발리에'의 가치관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정말 악인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 조차 실제 역사 속 인물인데 불구하고 정말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처럼 그려졌다. 한가지 스토리 상의 힌트를 주자면 이번 애니 '정령의 수호자'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악인은 없다. 신요고 황국의 황제는 그 커다란 제국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의 마음가짐으로 노력하고 있고, 성도사나 천문박사 슈가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 나라의 전설은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도 있을 만큼 충분히 대단하고 거창하다. 인간은 원래 악하지 않으나 오해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뿐이다.

'정령의 수호자'는 이런 전반적인 미스터리와 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주인공 황자, 타그무와 단창술사 바르사의 인간적인 유대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신의 업보를 끊고 싶어하는 바르사와 그의 야쿠 친구, 탄다, 바르사에게 도움을 받은 의남매 토야와 사야, 주술사 토로가이의 이야기가 하나의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어른이자 보호자인 바르사도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신성의 문제로 황궁을 탈출한 바리데기 왕자, 타그무 황자도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나간다. 정령의 수호자 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 까닭에 스토리는 정해져 있다(국내 출간).



개인적으로 2007년에 나온 애니 중에선 가장 수작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 설정, 음악, 화질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 감탄하고 있지만 역시  '가상의 공간'에 완벽히 적용된 일본식 풍습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는 동물들과 자연 환경까지 모두 다르지만 일본 애니에선 모두 일본 풍습을 따른다는 발상은 재미있는 일이다. 신요고 황국은 더군다나 중국 천자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일본색을 볼 수 없는 일본 애니는 몹시 드물다. 26에피소드 모두 평범하게 시청할 만하다. 엄격해 보이는 애니 속 풍경과는 정반대로 오프닝에서 사용하는 영어 가사의 음악은 L'Arc~en~Ciel(라르크엔시엘)이 부르고 있다.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감독이라고 한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 원작 만화와 박자가 달랐어!

ANIMATION 2008. 4. 16. 21: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릴 때부터 한국적 감각이나 상황에 맞는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몹시 기다려왔다. 그만큼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말할 땐 조심스럽다. 무조건적인 칭찬으로 '허술한 상품 팔기 전략'에 동조해줄 수도 없고 자세한 비교, 비판으로 '어차피 한국 애니는 안된다'는 식의 비하를 퍼부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닌자, 기모노, 사무라이 복장에 젓가락 드는 방식도 틀리고, 유머 코드까지 다른 일본식 만화를 한국이름으로 개명해서 방송한다고 한들 그 낯설은 정서가 내것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본 만화를 시청해 고급화질에 익숙해진 눈으로 아직 미숙한 실력을 보여왔던 한국 애니메이션 만 시청하기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애니를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답답한 문제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만화,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김민희)'를 매니악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걸 읽고 웃지 않은 사람은 본 적 없다. 2003년 7월부터 서울문화사의 만화잡지 'Sugar'에 연재되기 시작해 신인답지 않은 코믹한 재능을 엿보였던 김민희 작가의 센스는, 슈가에서 동시 연재된 히다카 반리, 스기우라 시호, 마츠모토 토모같은 일본 작가 보다 더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 서문다미같은 중견작가와 맞먹는 코믹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겉포장이 화려한 주인공들의 바보짓거리는 제법 사람들에게 오래 화자됐다. 아무리 소재가 다양하다고 한들 한국 순정만화 작가들에겐 끊을 수 없는 멋진 매력이 있다.

한국 만화계도 알고 보면 오랜 고난(?)의 역사를 갖고 있고, 애니메이션 시장은 여전히 그렇게 활성화된 편이 아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을 장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몇몇 애니메이션 제작센터들이 존재하고 '나롱이'나 '뽀로로' 같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들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선을 더 많이 잡는 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다수의 작품을 즐기고 평가하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한국만화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란 만화를 애니로 만든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심한 우려가 생겼던 건 그 동안의 개발 작품들을 지켜본 시청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반 채찍질반의 심정으로 더 엄하게 그 애니들을 평가하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작만화에 비해 강조된 캐릭터도 있고, 없어진 캐릭터도 있고, 없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주판알 튕기는 공주님, 유리엘이다. 다양한 시청자 층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엘과 반의 사랑에 큰 역점을 두었다. 덕분에 주인공의 성격 설정에도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제대로 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던 주인공 반왕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 만은 꽤 알찬(?) 캐릭터가 되버렸다. 유리엘의 아버지나 구혼자, 유리엘의 유모나 아라우네의 경우 역할히 강화되어 창조된 인물들. 26편의 긴 애니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도 몇가지 더 추가됐다.

이 애니는 기본적으로 왕자와 공주, 그리고 침략당해 멸망한 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왕자의 성장만화같기도 하고 전형적인 동화같기도 한 그 설정에 어울리게 왕자를 보필하는 어린 시녀와 나이많은 신하가 동반 등장한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약혼자였던 공주는 다른 나라에 시집가기 직전이다. 뭔가 비장하기도 하고 안타까울 것같기도 한 그 상황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반 로뎀하윈즈 차미도르 구뜨 릴리 루미안 르브바하프'라는 말도 안되는 긴 이름을 가진 르브바하프 왕국의 셋째 아들, 반 왕자. 도무지 왕위 계승과는 관련이 없던 인물이었기에 놀고 먹고 폼잡는게 인생의 전부였다. 나라가 침략을 받자 누나가 목숨을 걸고  탈출시켜준다.

그 왕자를 따라 쫓아온 신하는 만화책 표지에서 알 수 있듯 단 둘. 10대의 소녀 코나와 10세도 안되어 보이는 시안이란 인물이다. 뭔가 신비롭게도 알고 보면 시안은 70세가 넘은 고령의 정치가이고 코나는 아무도 감당할 자가 없는 놀라운 힘을 가진 소녀이다. 이 세 사람이 한 나라 산 속 오두막에 숨어 고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비장한 스토리 만으론 '코믹 포인트'가 어딘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만화나 애니를 시청하다 보면 이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는 주인공들 때문에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온다. 정신적으로 가장 멀쩡한 순으로 나열하자면 코나, 시안, 반의 순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능력으로 따져도 한가지씩 특징을 갖춘 두 명의 신하에 비해 반이 나을 것은 없다. 외모도 가장 멀쩡하고 신분이나 다른 조건도 가장 멀쩡해서 나라를 부흥할 책임을 가진 왕자이건만 하는 짓은 뭔가 들떠 있는 오두막 주인의 딸, 왕실매니아 클럽의 미카와 또띠로 별로 다르지 않다. 또 나이에 따라 가장 존중받을 것같은 시안은 항상 철없는 밥투정에 불평불만, 그리고 행동 때문에 하는 말들이 그다지 존경스럽지 않다. 믿음직한 사람은 오로지 제 할일을 제대로 해내는 코나 뿐이지만 말이 많은 건 나머지 인간들이고,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 그 나머지 인간들은 왕국 재건설에 성공해서 왕국을 만든다. 이 만화의 코믹 포인트는 바로 거기에 있다. 겉만 멀쩡해 보이는 것들이 속빈 강정처럼 살고 있지만 세상은 어떻게든 돌아가더라는 것(멀쩡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특이하게 한자성어로 각 에피소드의 제목을 짓고 있는데 과연 그 에피소드 내내 '끝까지 노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라는 격언이 성공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애니로의 스토리 변경으로 '주산알 굴리는 공주'와 '폼만 잡는 왕자'로 태어난 이번 애니는 '코믹함의 박자'가 원작 만화와 다르다. 러브 스토리가 강조됐다는 점은 대중성을 고려한 까닭이겠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애니로 만들어지며 변경을 거치는 건 당연하지만 대중성은 당연히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것도 구태의연한 부분이고 원작이 가진 풍자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중성을 고려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점도 아쉽다. 유리엘은 그냥 사랑이고 뭐고 보이지 않는 겉만 화려한 속물인게 낫지 않았을까?

반왕자역을 맡은 성우 김장씨는 한국 애니메이션 더빙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 원작을 보며 캐릭터를 분석하던 예전과는(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쿠루루역이나 달빛천사의 타토역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판 더빙을 자주 했었다.) 달리 캐릭터 분석에 애를 먹었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더빙의 경우 한국식 캐릭터 분석이 있곤 해서 원작과 전혀 다른 목소리 더빙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성우 일도 연기라는 건 상식이다) 유독 애니메이션의 경우만 원작의 텃세가 제법 강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국내 애니에이션이 적게 생산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같다.

아동용 시리즈 '나롱이'같은 것을 제작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브'. 26편짜리 르브바하프가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달려라 하니'를 시청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기대해볼 만한 수준'인 건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 즐겁게 읽었던 만화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을까? '나루토'의 이미지 대부분을 한국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아쉬워지는, 한국 애니에 대한 허기. 잠깐 동안 그 허기를 달랠 수 있었음에 반가웠다는 걸로 만족해야할 모양이다.


기사 참고 :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 투니버스 공식 홈페이지
http://sori-sarang.com/23
http://www.libro.co.kr



눈의 여왕(雪の女王) - 어른과 아이를 위한 안데르센 성장동화

ANIMATION 2008. 4. 14. 17:4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데자키 오사무의 애니메이션은 이 독특한 그림체로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중간에 삽입되곤 하는 정지화면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인상적인 한 장면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달리는 겔다와 카이의 모습이 눈에 익었다고 생각된다면 '베르사이유의 장미', '디어브라더', '내일의 죠', '감바의 모험', '보물섬' 등에서 한번쯤 본 구도이기 때문이리라. 어떤 의미로 신파적인 순정 애니메이션과 소년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만든 감독. 소년 만화의 경우 거친 역경을 이겨내는 소년들이 그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그림동화는 구전되어오던 전설을 동화로 옮겼기 때문에 그 본래의 내용이 몹시 잔인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 중에 '소문거리'가 되는 이야기들은 잔인하고 희귀한 이야기일 확률이 높으니 '신기한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감히 어린아이들에게 읽힐 만큼 무난한 내용은 아니었을 거란 이야기다. 안데르센의 동화들 역시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배고픈 상태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얼어죽었고 '분홍신'의 주인공은 교훈을 얻었으되 다리를 잘려야 했다. 외모 때문에 천대받아야했던 '미운오리새끼'는 눈물이 날 만큼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의 여왕의 주된 줄거리는 카이의 납치와 겔다의 고난이다. 모두 카이가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겔다는 카이가 살아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 어린 여자아이가 성숙해질 때까지 자신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생하는 내용. 카이, 칼, 니나, 요한느, 마틸다 같은 가족들이 애니메이션에 추가되었고 이외에 겔다의 여행에 음유시인 라기가 동행하게 된다. 어린 겔다를 어려움에서 구해주는 그의 역할이 애니메이션의 주된 이야기 중 하나가 된다.

체벌로 교육을 하고 아이들을 위한 것을 마련하는데 익숙치 않던 시절, 아이들에게 곱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 만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 안데르센이 동화를 만들던 시절엔 '어린이를 속이는 이야기'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동화란 것은 어떻게 정의하는 게 옳을까. 어른들과 똑같은 충격을 감당할 수 없는 어린이에게 어른 수준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은 가혹하다. 그렇다고 현실세계에서 같은 삶의 무게를 지고 살게될 아이들에게 꿈같은 이야기 만을 들려줄 수도 없다. 작가 안데르센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인지 동화 속에 슬픔과 기쁨을 골고루 섞어두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데르센 동화 중 가장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눈의 여왕'에서 겔다의 고난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키스로 얼어붙게 만들어 북극성으로 데리고 떠나간다. 얼음 궁전에 살며 겨울을 주관하는 아름다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간 이유는 '사악함' 때문은 아닌 듯 하다. 심장이 얼어붙은 카이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겔다는 북극성을 향해 어려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총 7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눈의 여왕'은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응용되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연인 카이와 겔다가 우연히 날아든 거울 조각 때문에 갈등하게 되고 눈의 여왕을 따라 카이가 사라진다는 내용은 발레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이미지의 '눈의 여왕'은 고난의 상징으로 또는 얼어붙은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겔다의 사랑을 찾기 위한 고난 이외에 '눈의 여왕은 대체 왜 카이를 데려갔을까' 그 이유가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중요한 갈등이 된다. 초반기의 많은 작품들이 악마의 장난으로 카이의 마음이 얼어붙었듯 눈의 여왕도 원래 사악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하곤 했지만 '눈'의 아름답고 순수한 속성 탓인지 최근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의 여왕'은 단순히 사악하고 마음이 얼어붙은 북극성의 주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신비롭고 자연에 가까운 존재다. 따뜻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성격이지만 위대한 겨울을 다스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위엄을 갖추고 있다. 원작의 묘사에 의하면 내리는 눈의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얼음 마차를 타고 달리는 아름다운 여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겔다는 겨울을 다스리기 위해 세계를 달리는 눈의 여왕과 마주치게 된다. 여왕이 그렇게까지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이 애니메이션의 미스터리가 된다.

여왕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는 스즈카제 마요라는 배우 겸 성우로서 초반 에피소드에서는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니다. 타카라즈카에서 남성역을 맡은 적이 있다는 이 성우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바람의 검심'의 히무라 켄신 역도 맡은 적이 있다. 겨울을 유지하는 얼음성의 여왕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성우 이외에 눈에 띄는 사람은 나레이션과 '라기'라는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나카무라 토오루'이다. 국내에서도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다. 낮은 목소리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이의 아버지 역을 맡은 구두수선공 칼의 역할도 배우인 타카시마 마사히로가 맡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착하고 다정하던 카이는 어느날 성격이 차갑고 삐뚤어지게 변해버렸다. 눈의 여왕이 사는 북쪽 끝의 얼음성, 그 얼음성의 큰 거울이 깨져서 전 세계로 흩어지는 바람에 그 거울 조각이 카이의 눈과 심장에 들어가버렸다. 퍼즐을 좋아하고 물건 만들기를 좋아하는 카이는 그 삐뚤어진 성격으로 겔다와 가족들을 가슴 아프게 만든다. 신비로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간 이유는 뭐였을까? 이미 답을 다 아는 동화 속 내용이지만 애니로 만들어지고 난 다음엔 역시 궁금해진다(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법도 하니까).


이미지출처 :
http://www3.nhk.or.jp/anime/snowqueen/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The Cat Returns)

ANIMATION 2008. 3. 24. 17: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은 거의 하나도 뺴지 않고 다 보았다는 기분이 든다. 복잡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다른 애니에 비해 편안하고 잔잔하고 웃음이 피어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사이다. BONES나 GONZO같은 애니 제작사들과는 차별된 애니들이 자주 출시된다. 과거의 '미래소년 코난'도 잊을 수 없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기억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애니 속의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한다고 한들 그 감동이 달라지진 않는다. '고양이의 보은'은
하야오 감독의 애니들을 몰아보면서 '귀를 기울이면'과 더불어 꼭 관람하게 되는 애니메이션이다.

자극적이거나 강렬한 충격을 주진 않지만 상상력을 최대 발휘한 장면 하나하나가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양이들이 사람처럼 행사를 치루고 아기자기한 은혜갚기에 열중한다거나 작고 아름답게 마을을 이루고 사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재미를 준다. 따뜻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이야기, 그 스토리텔링의 방법이 두번씩 관람해도 지겹지 않은 정겨운 지브리 애니의 장점이 된다. 복잡한 그래픽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따뜻한 색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양이가 사랑스러운 것은 그 귀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명 각각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탓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가졌을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그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이 다른 얼굴로 표현되는 걸 애니에서도 볼 수 있는데, 먼지묻은 손을 핥거나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맛있는 강아지풀을 좋아하거나 개박하(고양이 박하)에 취해 헤롱거리고 의자에서 빈둥거리는 고양이들의 성격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한껏 멋부린 고양이들이건만 수백마리 고양이가 모여노는 들판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고양이는 특별한 방법으로 은헤를 갚은 동물로 유명하다. 자신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 상대방에게도 가장 좋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작은 동물이나 쥐를 잡아도 먹지 않고 은헤를 베푼 상대에게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그 기특하면서도 당황스러운 은혜갚기 행동 때문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엉뚱하고 귀엽고 그렇지만 결국 악의는 없는 그들의 행동이 애니 속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강아지풀을 마당 가득 피워놓기도 하고 부러진 라켓을 잔뜩 집 앞에 쌓아두기도 하고 심지어 먹지도 못하는 살아있는 생선을 주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양이 왕국의 왕, 아몽왕이 악단까지 대동해 행차하는 장면에서 어딘지 일본 전설 속 '여우 행차(여우가 혼례를 치르거나 행사에 참석할 때 이어진다는 여우의 행렬)'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예전부터 여우가 돈으로 은혜를 갚으면 그 돈이 다음 날 아침 나뭇잎으로 변해 있다던지 여우에게 댓가를 지나치게 바라면 해를 끼친다는 등의 전설이 있었다.  고양이행차는 고양이의 성격과 이 여우 행차의 속성을 상당히 많이 결합시켜놓은 듯 하다. 특히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인간의 왕 행차 모습을 본떠 보디가드 고양이와 시종장들을 잔뜩 배치시킨 모습은 유쾌한 웃음이 나게 만든다. 애니 곳곳에 이런 동화와 전설들을 조그맣게 배치해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고양이는 개성이 다양한 만큼 생김새도 다양하다. 고양이왕으로 나온 아몽왕처럼 오드아이 페르시안(황제라는 별명에 어울린다)일 때도 있고, 집주변에 흔한 삼색 고양이같은 고양이들도 볼 수 있다. 스코티시 폴드가 시녀장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줄무늬 노랑둥이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분홍색이나 하늘색의 고양이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러시안 블루의 모양새를 가진 고양이가 뛰어다니기도 한다.  하얀 털이 깜찍한 고양이가 앙증맞은 말투를 써가며 귀엽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애니메이션에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고양이 남작(바론)이다. '훈베르트 폰 짓킨겐 남작'이란 이름으로 통용되는 그 주인공은 개박하에 취하는 깡패같은 고양이 무타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내내 대활약을 한다. 실제 사람 보다 멋질 것같은 고양이의 매너와 춤솜씨, 그리고 액션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길 이어간다. 이 바론은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고양이 중 가장 매력적인 고양이가 아닐까? 홈즈와 와트슨 커플을 닮은 것 같은 이 고양이 기사들은 주인공에게 몹시 도움이 되는 멋진 파트너들이다.

'귀를 기울이면'이란 애니를 시청해본 사람들이라면 이 고양이 남작의 정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사실 두 애니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단 공통점 이외에도 원작자가 같다 - 감독 만 다른). 유난히 팬이 많았던 바론, 멋진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고양이 남작과 그의 집이 반가울 듯하다. '고양이의 보은'은 고양이 은혜갚기 대소동을 깨끗하게 정리해버리는 사연많은 고양이의 활약으로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고양이들의 코미디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도 모든 환상과 아름다움을 엮어내는 주인공은 고양이들이다.



RahXephon - 제작사 본즈의 SF 세계관은 에바와 다르다

ANIMATION 2008. 3. 21. 11:2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반에  거대한 떠다니는 섬과 함께 등장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킨 도쿄의 거대 로봇. 고교생 카미나 아야토는 우연히 도쿄가 공격받는 현장에 있게 되고 이 거대 로봇을 목격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의 지구는 모두 멸망해 도쿄 말고는 아무곳에도 갈 수 없고 어머니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볼 수 없는 카미나는 이 로봇의 존재로 인해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새로운 종족 뮤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시작하는 애니.

에반게리온과 비슷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는 말에 '라제폰(RahXephon, ラゼフォン)'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구와 인류를 구원하는 문제, 거대 로봇의 등장, 정체를 모를 배후 조직, 한 인간을 향한 진리와 메시지, 미지의 존재, 소년의 숨겨진 비밀, 정확한 결말을 내려주지 않는 엔딩, 과연 라제폰과 에반게리온 사이엔 똑같진 않아도 몇가지 유사한 코드들이 존재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뛰어난 작화와 신비로운 느낌의 음악과 몇몇 이질적인 발상은 에반게리온과 많은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유사성 논쟁은 아직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BONES와는 여전히 미스터리에 쌓인 세계와 SF 애니메이션들 탄생시키고 있다.


칸노 요코가 작곡하고 Maaya Sakamoto가 부른 라제폰의 오프닝 - Hemisphere

개인적으로 1998년부터 2002년 사이를 취향에 맞눈 애니메이션이 가장 많이 탄생한 해로 여기고 잇다. 장르가 분화되어 비슷비슷한 애니가 양산되고 기억 속의 애니메이션을 돌연변이(사파이어 왕자 리메이크 설을 보라)로 재탄생시키는 리메이크 붐 마저 일고 있는 요즘과는 다르게 그 때는 다양한 시도의 애니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연시의 기준이 되는 작품들도 그때쯤 만들어진 것이고 장르별 특징과 구분이 생겼다고 할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시리즈 물 중엔 그떄쯤 제작된 것들이 많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 애니들은 주로 이때쯤 탄생한 애니들이다.

'RahXephon(라제폰)'이란 이 애니메이션 제목은 애니의 내용을 일부 보여주고 있다. Rah라는 단어는 이집트 태양신, 최고신의 이름이며 Xephon은 世音(세상의 음)을 뜻하는 한자를 읽은 말이다. 해석하면 '최고의 신이 세상의 음을 읽는'다 쯤이 되겠다. 원래 불교쪽 용어라고 한다. 이 라제폰에 관한 여러 논란 중 하나는 마야, 잉카, 불교, 이집트, 아틀란티스 문명 등을 아우르는 복잡한 세계관 때문에 벌어진다. 꽤 여러 문명과 문화에서 명칭과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확히 밝히는 법은 없다. 언뜻 엉성해 보이겠지만 배경을 설명이 불가능한 가상 세계로 설정하는 건 애니의 특징 중 하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비로운 소녀 미시마 레이카. 주인공 카미나 아야토는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어디에서 만났는 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항상 그리워하고 있다. 미시마 레이카의 기억이나 외모는 몇가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카미나 아야토와는 별개로 이야기의 몇가지 핵심키를 쥐고 있는 존재. 폐허가 된 도쿄시에 서서 바람에 스카프를 날리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캐릭터를 담당하는 성우는 사카모토 마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니메이션 속 신비로운 미소녀 캐릭터 키사라기 쿠온은 이 애니에서 가장 성공한 캐리터 중 하나. 다른 애니에서도 가끔 패러디되는 존재다.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듯한 엉뚱한 말투와 귀여운 외모, 바이얼린 연주와 생긋 웃는 얼굴 때문에 TERRA라는 조직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다. 키사라기 가문의 양녀로 키사라기 이츠키의 여동생이다. TERRA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소녀지만 알고 보면 주인공과 이츠키, 하루카, 미시마, 마야 들의 모든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중 TERRA의 오퍼레이터  한 명은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름이 김호탈(金湖月)이다. 한자의 음독을 차용하자면 김호월이라 읽어야하는데 라제폰의 독음 방식이 혼합되어 있듯 김호월은 '월(月)'의 훈독인 '달'을 그대로 읽고 있는 방식이다. 月의 본 뜻이 달이니 탈이란 음가가 되버린 것. 2002년에 제작된 애니치고는 고증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았지만 라제폰이란 제목 자체가 합성된 방식이 특이하니 독특한 방식이라고 할 밖에. 등장인물 개개인이 각자의 어두운 사연을 갖고 있듯 김호탈 역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 카미나 아야토는 21세기 도툐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뮤의 거대로봇이 지구를 공격하고 자신의 곁에 있던 인류가 하나둘 죽어버리자 라제폰을 타고 뮤의 거대로봇을 물리치기로 맘먹는다. 오린과 라제폰, 그리고 이슈트리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들이 카미나 아야토의 숙제들. 과연 이 모든 것들을 조절하고 아야토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라제폰의 크기도 크기지만 TERRA에서 비행기, 전함 등이  전투를 위해 움직이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고 웅장하다.

모호하다느니 엉성하다느니 말이 많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모든 걸 보여주면서도 끝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도록 만들어진 구조에 있다. 초반에 많은 이야길 보여주지만 그 장면의 의미를 마지막이 되기전에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특히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제 1화의 웅장한 첫장면(바그너의 오페라 '마이스터징어(Der Meistersinger von Nurnberg) 제 1막 전주곡이 흘러나온다)은 1화를 완전히 시청하기 전에 이해할 수 없다(첫화의 주요 장면은 도쿄에서 생활하는 주인공 소년의 등장이다).

이런 점은 '흑의 계약자(Darker than Black)'를 비롯한 BONES 만화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고 퀄리티의 작화와 꼼꼼한 구조, 그리고 칸노 요코의 음악이 합쳐지면 신비롭고 특이한 애니가 탄생한다는 것 말이다. 칸노 요코가 작곡한 오프닝, 특히 라제폰에서 '미시마 레이카' 역을 맡았던 성우로도 활약했고 오프닝의 신비로운 주제가도 불렀던 사카모토 마야가 부르고 있다. 개인적으로 칸노 요코와 사카모토 마야의 결합은 애니메이션 분야 만의 특별함 아닐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쿄시에 나타나 카미나 아야토를 납치하듯 데리고 가는 히토우 하루카. TERRA 정보부 소속으로 특수 임무 담당인 특무 대위이다. 카미나 아야토에게 무척 신경써주는 누나라기엔 개인적인 사연이 있어 보인다. 키사라기 이츠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헤어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감정적인 구석이 있다. 아야토를 위해 수상한 동경시의 비밀, TERRA의 최종 임무를 알고 싶어하지만 점점 더 알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난다.

모든 걸 떠나서 라제폰은 틀림없이 매력이 있는 애니이다. 포스트 에반게리온이란 별명이 없었으면 독특한 애니메이션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거다. 제작사 BONES가 현실과는 다른, 별세계의 독특한 이야기로 자신들을 특징짓는 경향이 있음에도 라제폰이 낮은 평가를 받는 건 아쉬운 일이다. 에반게리온에 비해 상대적인 단점으로 지적할 만한 것은 아름다운 그림체와 이야기에 집중해 약간은 진행 상의 박력이나 긴장감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세부 인물의 감정묘사가 뛰어나고 감각적이며 흡입력이 강한 이야기 진행을 펼치고 있다.


출처 :
http://www.mediafactory.co.jp/anime/rahxephon/
http://www.diary.ru/~ishitori?order=frombegin
http://www.oomu.org/rahxephon-images.html
http://www.kenoki.com/nko/maya.html
http://www.advfilms.com/ReviewDetails.asp?ID=625

귀를 기울이면(耳をすませば) - 사랑과 환상의 매개체는 고양이

ANIMATION 2008. 3. 20. 16:28


1995년에 발표된 이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를 이를 지브리 스튜디오의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던,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의 유작이다. 1998년 타계한 그를 이어 모리타 히로유키(森田宏幸)가 제작한 '고양이의 보은'은 '귀를 기울이면'과 일종의 연계점이 있다.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주목받던 두 사람을 이어주는 같은 원작자의 애니라니 뭔가 대단해 보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치관이다. 히이라기 아오이(柊あおい)의 원작을 애니로 만든 두 사람의 감독. 그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고양이 남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야오 감독의 애니는 그냥 이야기에 불과한 불과한 어떤 소재를 손쉽게 판타지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같은 소재의 이야기라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유쾌하고 밝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감독이다. 평범한 10대 소녀의 감성과 일상도 그의 시선이 닿으면 즐겁고 발랄한 이야기로 변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선택하는 고유의 그림체(최근 시리즈 이전의 작품에서 사용한 귀여운 그림체)가 애니의 성격과 결합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 무난한 접근 방법 탓인지 안티들도 많은 감독이지만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애니 일순위엔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제법 많다.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 이후 미야자키 하아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약간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애니 중간에 잔인한 장면을 포함시키지 않고 아름다운 이야길 묘사하곤 하던 감독은 약간의 방향 전환을 거친다. 이 경향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도 이어져 감독의 애니 중에 최초로 미소년이 등장했단 것 조차 화제가 되었다. 어떤 면으로는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스토리 창작에도 발전이 오지 않았나 라고 생각했는데(메시지는 여전히 자연이나 사랑, 환상에 관한 것) 의외의 평이다.

10대 소년 소녀들의 사랑과 기다림 그리고 기억을 수놓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전화, 핸드폰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도서관이 화면을 장식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 바코드 하나를 찍으면 쉽게 책을 빌릴 수 있지만 당시엔 일일이 손수 독서카드와 대출카드를 작성하는 것이 도서관 문화였다. 그 대출카드에 적힌 이름을 보고 주인공 시즈크는 같은 책을 읽는 미지의 누군가를 궁금해 하게 된다. 책을 읽기 좋아하는 시즈크가 독서카드를 들고 같은 이름이 쓰인 주인공을 연상하는 장면은 88년도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늦게 공부하는 엄마와 도서관에서 일하는 아버지, 바쁜 부모와 함께 살며 손수 여러가지를 처리하는 중학생 스즈크의 일상 생활, 동급생을 사랑해서 그 앞에서 떨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친구 유우코, 컨트리 로드의 영어 가사를 일본어로 번안해 친구들과 같이 부르기도 하고,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복도를 뛰어다니는 귀여운 그녀의 일상. 순간순간 부딪히는 그녀의 첫사랑. 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운영인듯 아마사와 세이지와 천천히 인연을 맺는다.

현실적인 배경들이 조금씩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공간은 도서관 주변 특이한 가게이다. 우연히 들리게 된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의 가게엔 정교한 나무 조각품들이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 손으로 만들어진 시계, 인형, 장식품들을 바라보며 그 장식품을 만든 사연을 귀기울여 듣고 환상을 꿈꾸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항상 많은 책을 읽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시즈크에게 유일하게 환상에 빠지는 장면이면서(고양이를 포함해서) 사랑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니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 종종 일본 웹사이트에 올라온다. '耳をすませば'이란 검색어로 일본에서 검색하면 해당 동네의 사진들과 나무, 신사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물론 남자주인공이 살던 그 가게는 없다. 웨스트 동경(주제곡 Contury Road 가사 중, West Virginia가 기억날 것이다)이라고 불릴만한 도쿄의 서쪽인지는 모르겠는데 도쿄 교외 多摩市 (타마시)라는 곳이란다. 실제 사진을 애니로 옮겼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현실은 역시 환상처럼 느껴진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탓에 종종 들리는 일본 특유의 풀벌레 소리와 매미 소리들은 햇빛이 반짝이는 일본의 인상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꿈을 꾼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현실화한다는 것.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그 현실을 표현하는 것. 그 차이는 이 애니메이션이 그리고 있는 고운 이야기 만큼이나 약간의 괴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장래희망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 꿈을 꾼다는 것과 그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흔할까. 자신을 시험해보며 앞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10대들의 이야기도 의미있다. 해가 밝고 사람들이 출근하고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일상생활처럼 현실 속에서 빛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만큼 스스로를 갈고 닦고 노력해야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의미에서 엔딩곡이 흘러나오는 마지막 장면까지 꼭 지켜봤으면 좋겠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니까) 이 애니에도 꽤 여러 평가가 붙어있는데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의 로맨스(비록 10대일지라도) 애니메이션이란다. 비록 다른 애니메이션처럼 복잡한 사랑을 그리고 있진 않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한 순간, 그 장면 역시 잊을 수 없는 사랑임에 틀림없다. 이 고운 애니메이션을 선물해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명복을 빈다.


출처 :
http://tadahiro.jp/sb/log/eid473.html



엠마: 영국사랑이야기(英國戀物語エマ) - 19세기식 영국 사랑 이야기

ANIMATION 2008. 3. 17. 06:36



이 애니메이션은 '엠마(エマ)'라는 제목을 가진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모리 카오루 원작). 19세기초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국식 사랑이야기라는 테마이다. DVD의 생뚱맞은 제목 '빅토리아풍 로맨스 엠마'는 동시대의 영국 분위기를 설명하는 말이다. 산업혁명을 맞아 런던에는 공장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정통 귀족들은 몰락하거나 새롭게 입성한 부자들로 대체되고 유럽은 바야흐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오래된 전통이 살아있는 런던과 가난한 서민들과 귀족들의 갈라짐이 분명한 그 도시에서 하녀일을 하고 있는, 특별한 주인공 엠마. 19세기 영국붐을 일으킨 그녀의 애니메이션.



새벽부터 현관을 쓸어낸 다음 꼼꼼히 현관 옆 손잡이를 닦아내고, 석탄을 넣어 불을 피우고, 일일이 유리를 닦아 광을 내고, 거실의 먼지를 쓸어내는 부지런한 메이드 엠마. 세제도 효율적인 도구도 발달하지 않은 그 시절에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은 경험에 의한 지식 뿐일 것이다. 레이스 두건 아래 여러겹의 속치마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때묻은 커다란 앞치마를 걸친 메이드 엠마는 유난히 차문화가 발달한 영국의 홍차를 주인과 손님에게 대접할 방법도 익히고 있어야 한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강도의 노동이다.

과거 윌리엄 죤즈의 가정교사였던 케리 부인은 엠마를 딸처럼 아끼면서 메이드로서 받기 힘든 대접을 해준다. 어릴 적 납치됐던 엠마가 일자리를 구하는 걸 알고 데려와 일을 하게 해주고 엠마가 눈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꽤나 비싼 물건에 속했던 안경을 사주는가 하면(안경쓴 사람 자체도 흔치 않았지만 안경낀 메이드 자체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글을 가르쳐주고 여러 예의 범절도 익히게 해준다. 엠마 역시 케리 부인을 믿고 따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엠마가 일하는 케리부인의 집. 아기자기한 사진들과 과거의 추억이 새겨진 집이다. 카펫과 계단 같은 곳을 거의 매일 쓸고 닦아야하는 메이드의 일터이다. 어린 시절 엠마를 데리고 와서 메이드로 키운 케리부인은 엠마에게 일반 메이드 보단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

런던은 꽤나 독특한 도시라 현재에도 과거의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주택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9세기 런던은 빅뱅이나 런던탑, 로열패밀리들의 궁전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공장을 세워 부를 일구어냈다. 시장과 거리를 가득 메꾼 서민들의 분주한 느낌은 사회, 경제적인 변화를 한참 진행 중인 영국을 보여준다. 신분이 뒤바끼기도 하고 주된 돈벌이가 변화하기도 한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리고 힘없는 여자아이들은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하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 길거리에서 꽃을 팔아야할 떄도 있다.

아주 적은 월급일지라도 고정적으로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기 때문에 노동력이 싼 값에 공급되던 시절이기도 하다. 신흥 졸부들은 세계의 식민지들과 런던의 서민인 그들을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또 그들이 아무리 돈많은 사람들일지라도 단단한 영국 귀족의 뿌리 속에 쉽게 흡수되지는 않는다. 귀족이 되기 위해 밤새 파티를 벌이고 연줄을 맺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시절. 비록 메이드일지라도 뚜렷한 직업을 가진 전문가 '엠마'가 이 19세기 초 영국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 변화가 '사랑'의 변화가 될지 아니면 '신분'의 변화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엠마의 캐릭터가 제법 특이한데 메이드로서 제법 능숙한 능력을 자랑하는 엠마는 갈색머리에 큰 눈을 가진 지적인 미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다만 시력이 좋지 않아 먼 곳을 볼 수 없고, 몹시 침착한데다 쉽게 웃지 않는다. 상류계층 윌리엄과의 격차를 깨닫고 거리를 둬야한다고 생각할 만큼 사려깊은 성격이기도 하다.

보통 '메이드'를 주제로 한 애니라면 미소녀 애니메이션류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이유없이 어린 여자아이가 메이드 복장을 하는 이유는 설정에 의한 코스프레겠지만, 정통 메이드인 엠마와 비교할 수 있는 코드는 전혀 아니다. 이 만화가 화제가 되었던 이유 중 몇가지는 19세기초 영국의 풍경과 상황을 제법 꼼꼼하고 정확하게 재현해 내었음은 물론이고 하녀들 말고는 알기 힘든 몇가지 지식들도 에피소드 속에 잘 녹아들게 만들었다는 거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요즘 만들어지는 작품들처럼 파격적인 사랑방식을 취하거나 하지도 않고 그림에 녹아들 듯 천천히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런던거리엔 귀족들이 사용하는 작은 마차도 돌아다니지만 여러 사람이 탈 수 있는 짐마차들도 바삐 돌아다니고 빅뱅 아래로 흐르는 템즈강엔 증기선이 사람을 태우고 들락거리고 있다. 양품점엔 신기한 동양의 물건들이 쉴새없이 만들어지고, 한참 발달하기 시작한 수공업 물건들도 판매점을 채운다. 엠마가 비싼 물건이라 정말 가지고 싶었다고 말하는 손수건은 요즘 같은 기계자수 물건이라기 보단 손수 만든 레이스 자수였을 가능이 크다. 집에서도 항상 단정한 복장이던 엠마는 짙은색 모자와 코트를 걸치고 얌전하게 걸어 장을 본다. 영화가 연상되는 빅토리아 시대 풍경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등장부터 엠마에게 호감을 느낀 윌리엄. 자연스럽게 윌리엄을 대하는 메이드 엠마에 비해 윌리엄은 어쩔 줄 모른다. 케리 부인 집주변을 들락거리며 자연스럽게 엠마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엠마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윌리엄은 신분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사랑은 '애정' 하나 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주 등장인물은 엠마의 연인이자 상류 사회 문화에 지루함을 느끼는 윌리엄 죤즈, 엠마, 그리고 깐깐한 성격의 전형적인 영국 여성, 케리 부인 정도지만 이 두 사람의 험난한 사랑을 장식할(?) 주변 인물들은 제법 많다. 윌리엄의 복잡한 부모들과 형제들이나 정략결혼 상대자가 되는 귀족 엘레노아. 주인을 수족처럼 보좌하기도 하는 죤즈 집안의 하인들, 윌리엄의 독특한 친구, 하킴 와타하리(인도의 왕족이란 설정인데 20세기 초 영국과는 달리 제법 대접을 받는다) 등이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과연 코끼리를 타고 런던을 배회할 수 있었을 지는 의문이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엠마를 보고 싶어 자신의 옛 가정교사인 케리 부인의 집 앞에서 바라보는 윌리엄, 오래된 영국식 저택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이 유난히 많다. 19세기에 지어진 이런 분위기의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고 한다. 종종 볼 수 있는 이런 풍경들이 이 애니의 장점 중 하나이다.

윌리엄과 엠마가 속한 세계가 다른 만큼,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오래전 방식 그대로 두 사람은 조금씩 조심스러운 사랑을 이어가고 있고(당시로서는 파격이었을까나) 주인공 엠마는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성격이다(눈이 나빠서 앞의 물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던 엠마가 마음을 돌리고,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했다고 해서 이야기가 급진전되는 것은 아니란 말.

1기 엔딩으로 사용된 'Menuet for EMMA'라는 곡은 유명 작곡가 양방언의 음악이다. 옛날 느낌을 풍기는 소품들이나 거리 장식 만큼이나 음악도 아름답게 애니를 받쳐주고 있다. 잔잔한 엠마의 미뉴엣이라니 애니 속 템즈강과 거리 만큼이나 상상하기 아름다운 풍경이다.  오프닝곡 'Silhouette of a Breeze' 역시 양방언이 작곡한 특별한 음악. 배경, 인물, 음악, 작화, 구성 모든 것이 풍경화같은 느낌을 주는 잔잔한 애니메이션이다.


세계명작극장의 부활 - 레 미제라블 소녀 코제트

ANIMATION 2008. 3. 2. 20:56


'세계명작극장'이 뭔지는 몰라도 '프란다스의 개 (フランダースの犬)'라던지 소공녀 세라 (小公女セーラ) 같은 제목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한번쯤 보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1975년부터 1년에 한번씩 니폰 애니메이션에 제작되어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을 웃고 울린 명작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재각색한 시리즈들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고전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년 짜리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까닭에 원작 동화가 제법 많이 변형되기도 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니폰 애니메이션 공식 홈페이지에 등장한 그간 '세계명작극장'의 주인공들. 중앙에 위치한 코제트를 비롯해서 '프란다스의 개', '톰소여의 모험', '빨강머리 앤', '플로네의 모험' 등 23번의 이야기를 채운 주인공들이 가득하다. 사실 세계명작극장에 관한 가장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제작자인 니폰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이런 거 참 부럽다).

세계명작동화의 가치 조차 낮게 취급되는 요즘에 세계명작동화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높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하겠지만 총 52화 정도(대개 이 만화들은 1년 안에 연재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로 구성되는 명작동화와는 약간 다른 만화들에게 어린이들은 울고 웃고 정신을 집중하곤 한다. 특유의 '단순함'은 지금도 어린이 만화들의 기본 구조가 되고 있다(많이들 잊는 사실이지만 사실 어린이들이나 유아들은 정신적, 시각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복잡하지 않으므로 최대한 단순한 걸 보여줘야 한다. 엄밀히 TV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무리한 놀이 도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빨강머리 앤, 톰소여의 모험, 프란다스의 개, 소공녀 세라. 80년대 한국에 방영되었던 세계명작극장의 애니메이션들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니폰 애니메이션'이 만든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에 방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몇 작품의 경우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으로 일본스럽다는 평이나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대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과거 장발장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깨달음을 주던 명작이긴 하다. 시대가 달라져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편집되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나 '장발장'같은 고전의 교훈을 실제로 깨닫기엔 아이들은 너무 어리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24번째로 제작된 세계명작극장의 주인공 역시 어린아이이고 그 아이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장발장, 마들렌의 고난과 과거를 점점 자라나는 코제트와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시점을 바꾸면서 원작과 달라진 점 몇가지를 필요로 했는데 코제트의 어머니, 팡티느의 역할이 상당히 늘어난 점이라던지 코제트를 괴롭히는 악역을 위해 테나르디에 부부와 그들의 딸, 에포닌과 아젤마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장발장이 돌보게 되는 고아들도 늘어날 예정이다. 또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 이야기도 원작에 없는 내용으로 다수 추가될 예정이다. 소공녀 세라에서 그녀가 만나는 인물들이 늘어났듯이 코제트의 주변인물들도 상당수 확장된다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제트의 엄마, 팡티느. 시장 마들렌(장발장)에게 코제트를 부탁하며 죽게 될 이 엄마는 극이 늘어나는 덕분에 아이를 아무곳에나 맡겨둔 무감각, 세상물정 모르는 아름다운 엄마역을 맡게될 예정이다. '아이를 맡기고 버린다'라는 현대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을 머나먼 과거의 상황을 표현하려니 초반 등장이 예쁘고 인상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제트의 양아버지가 될 친절한 몽트레이유 시장, 마들렌. 착한 성품 때문에 여러 사람을 도와주게 되면서 빵을 훔쳤다 탈옥한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다시 도움받으며 현재의 위치를 지켜나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머니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속아넘어가는 바람에 얹혀사는 신세로 하녀일을 하게 된 코제트. 서러운 일을 자주 겪는 안스러운 캐릭터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부탁으로 마들렌을 만나고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살게 되고 아빠와 주변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나가게 된다. 어린 코제트 보다는 10대의 코제트가 어떤 캐릭터로 탄생할 지 몹시 궁금하다.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의 단점은 이런 것일 것이다. 한번쯤 읽어봤으니 내용도 이미 알고 있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주변인물들의 정체도 모두 알고 있어서 흥미진진해지기 어렵다. 예전과는 달리 교육열이 높은 요즘은 더더욱 애니메이션 속의 이야기를 모를 아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극'이라는 분야가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두고 인기를 끌듯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들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매력이 될 것이다.
 
화사한 그래픽에 눈이 크고 약간은 코믹스럽고 귀엽게 작화된 코제트는 10년이 훨씬 넘어버린 세월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성인 취향의 미소녀 애니나 복잡한 판타지 애니가 범람하다 보니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그립다. 어느 유명한 감독이 이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평한 '세계명작극장 대전'이란 설명 DVD를 발간했다고 하는데 이 단점많은(?) 애니메이션들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과거의 향수 때문 만은 아니다. 과거의 인기를 이어갈 지 모르겠지만,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말고,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애니메이션이 한편 더 탄생했다는 점이 반갑다.
 

Pet Shop of Horrors - 독특한 애완동물에게 사랑받는 인간들

COMICS 2008. 2. 27. 14:01


1995년 일본에서 발간되기 시작한 '펫숍 오브 호러스(원제 : ペットショップ オブ ホラーズ, Pet Shop of Horrors)'는 D백작의 애완동물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들, 그것도 D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화이다.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 아키노 마츠리(Matsuri Akino, 秋乃 茉莉)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이 만화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묘사 때문에 탐미주의 작품이란 평가도 덤으로 받고 있다. 성별도 연령도 알아내기 힘든, 편견이 없는 존재 D백작의 이야기는 제법 특별한 매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D백작, 그리고 백작과 항상 함께 다니는 박쥐 Q. 애완동물 샵을 운영하며 워싱턴 조약에 위배되지 않거나 아슬아슬한(?) 동물들을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백작은 보다시피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다. 일반 만화책에서는 한쪽눈의 색이 좀 더 옅게 표현되곤 한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호러물,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호러물일지라도 권하고 싶지 않게 마련인데 이 D백작의 이야기 역시 따듯하면서도 괴기스럽기 때문에 쓸데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특히 완벽하게 원작을 표현해 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호러물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버전의 '펫숍 오브 호러스'는 더더욱 권하고 싶지가 않다. 시청할 때는 별로 관계없지만 한밤에 갑자기 생각하면 섬뜩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참 특별하게 받아들인 장면이 하나 있는데 애완동물 하나하나와 교류를 나누는 D백작은 자연스럽게 육식을 하지 않는다. 자주 먹는 음식은 야채, 또는 꽤나 고급스러운 케이크 가게의 케이크들이나 홍차, 중국차 종류들이다. 그러나, 같이 살게 되는 아이 크리스(레옹의 동생)에게는 고기를 먹도록 요리해 주곤 한다. 크리스에게 세상에 헛되이 죽어가는 동물이 없도록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먹어치우라며 약간은 무서운 경고의 말을 건내주기도 한다. 필요 이상 살생을 하고 그 살생을 거쳐 식생을 유지하는 인간들에게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다. 동정이 필요없는 인간들에게 동물들은 꽤 관대한(?) 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펫숍 오브 호러스' 1부에서 표현된 적이 있는 그나마 가벼운 D로 시작하는 이야기 '딸(Daughter)' 편의 한 장면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장면은 보다 공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앨리스)에게 독을 먹이기 때문에 자식이 죽는다는 교훈이 섬뜩하다.

LA인지 샌프란시스코인지 알 수 없는 미국의 어느 차이나타운에서 애완동물을 파는 D백작. 그는 항상 신비롭고 수상한 동물을 팔고 인신매매를 벌인다는 의혹을 받기 일수이다. 범죄 증거를 잡기 위해 백작의 펫숍을 들락거리는 형사 레옹은 D백작의 뒤를 캐려고 노력하지만 알면 알수록 수상하고 복잡한 백작이다. 멀리 여행가신 조부 대신 숍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조부와 똑같이 생긴' 얼굴에 똑같은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백작은 어쩐지 상당히 여성스럽고 수다스럽다.

그가 관계된 사건들은 D로 시작하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인데 Dream, Despair, Daughter, Dual과 같이 D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에피소드의 화두가 된다. 가장 잘 알려진, 과잉 애정 부모와 딸의 관계를 그린 이야기 Daughter는 교육열이 가열된 부모들은 한번쯤 읽어봐야할 에피소드가 아닐까 모르겠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말로 아이에게 독을 먹이는 어리석은 부모를 비꼬는 에피소드이다. 딸과 똑같은 외모를 보인다는 이유로 집으로 데려간 애완동물이, 괴물이 되어, 마지막에 부모까지 해치는 모습은 아이에게 보여주어야할 애정이 어떤 종류인지 깨닫게 만든다. 과연 부모가 데려간 애완동물은 어떤 동물이었던 것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8년 완간되었지만 2005년에 새로 시작한 '뉴 펫숍 오브 호러스' 시리즈. 탄생의 비밀을 가진 D백작은 일본 신주쿠 가부키쵸 차이나타운에서 새로운 애완동물샵을 열게 된다. 지난 시리즈 보다 훨씬 난해한 동물들이 출현하게 될 이번 시리즈에서도 백작의 남성파트너(?)는 존재한다. 항상 차이나 드레스만 입다가 기모노를 입은 백작은 역시 어색하다.

2005년 새롭게 시작한 펫숍 오브 호러스 시리즈에서도 집요하게 백작의 정체를 파고드는 남자 파트너는 나타난다. 이전의 패턴대로 그 남자는 백작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기는 커녕 감동받을 준비가 된 어리숙한 구석이 있는 꽤 괜찮은 남자인 것으로 보이고, 성별이나 기타 등등이 분명치 않게 표현된 백작인지라 이번에도 동성애 논란은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마음에 드는 인간을 골라내고자 특별한 애완동물들이 벌이는, 기이한 행동들을 보면 백작의 동성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번 새 시리즈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돌프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의 이야기를 보여준 번외편 에피소드인데 아돌프 히틀러가 어쩌다 독재자가 됐으며 에바 브라운은 어떻게 그를 손에 넣었는가를 보여주는 특이한 이야기이다. 신비한 존재, 백작이 과거에 존재했었던 베를린에서 에바 브라운에게 신수를 팔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로 아돌프 히틀러가 에바 브라운과 함께 길렀던 개, 블론디. 아리아인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는 사이코패스 히틀러는 어쩌다가 금발의 아리아인에게 집착하게 됐을까? 그의 까만 개는 왜 이름이 블론디일까? 저주받은 개로 불리기도 하는 세퍼드 블론디의 정체는?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이 제대로 표현되진 않지만, 피로 얼룩진 히틀러의 역사가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히틀러의 유일한 여자가 되고 싶었던 에바 브라운의 설정이 독특하다. 실제로도 에바는 히틀러와 끝까지 함께 있었던 여성으로 유명하니 말이다. 번외편으로 이전에 등장했던, D백작과 흡혈귀, 그리고 블론디와 에바 브라운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롭게 엮어져 있다.

D백작의 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은 다양하다. 흔히 만날 수 있는 개나 고양이, 호랑이 또는 새나 뱀같은 종류도 있지만 인어, 맥, 기린같은 상상 속의 동물들도 있다. 그 동물들을 어떻게 묘사하고 표현하는 지가 이 만화의 궁극적인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 동물들은 D백작에게는 미물에 해당하는 인간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따라가는 것일까. 동물들을 공주님, 여왕님 등으로 혈통을 따져 섬기는 백작의 '자연중심적' 태도 역시 기이하면서 묘한 여운을 준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보다 귀한 동물이라니 과연 인간은 자연 속 최고의 존재가 맞긴 한 건지. 참고로 이 펫숍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동물이 인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Pet_Shop_of_Horrors
구글 이미지 검색 - Pet Shop of Horrors
야후 제팬 - 이미지 검색
인터넷 서점 - 리브로
네이버 지식인 - 블론디와 히틀러

미요리의 숲(ミヨリの森) -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것

ANIMATION 2008. 2. 21. 15:20


자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것인지 입으로는 항상 떠들고 있지만, 보호받을 우선 순위를 높게 두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경제 논리'에 기반한 개발 주장들은 실제로 꽤 오랫동안 우리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정치적 이유 따위 모두 배제하더라도 '개발'이란 것 자체가 몹시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인간은 부끄럽게도, 개발을 포기하는 자체를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연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을 찾을 곳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이야기 정도겠다. 후지TV에서 특별기획으로 방송된 애니메이션, 미요리의 숲(ミヨリの森) 역시 자연을 주제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꼼꼼하게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스토리와 상관없이 잔잔한 색의 수채화로 표현된 일본의 시골 풍경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토토로의 바람과 원령공주의 에너지를 함께 느껴보고 싶다면 꽤 괜찮은 애니가 될 것이다.

자연이란 지구 전체에 존재하는 생명의 공간, 또는 생명 그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기에 때로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풍경이기도 하고 때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이 쉽게 잊어버리는 교훈이지만 '자연'을 함부로 한다는 것은 생존의 터전을 포기한다는 말과도 같다.' 원령공주'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애니메이션의 훌륭한 점은 단순한 이야기 만으로 그런 교훈을 되살릴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전해줬다는데 있다.

그러나 미요리의 숲은 단순히 화면과 이야기 만으로 메시지를 전했던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또다른 방법을 취하고 있긴 하다. 숲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이 움직이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단순히 그저 존재하기만 했던 시절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보호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시대 배경을 반영했다고나 할까?

총을 들고 산 속을 배회하는 어른들, 그리고 자연을 위협하는 인간들을 물리쳐야하는 미요리의 숲 속 존재들의 이야기가 박진감있게 펼쳐지는 모습이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다. 그 모티브는 천성산 고속철 공사를 막았다는 도룡뇽의 이야기도 떠오르게 만들고 유난히 자연 개발에 대해 아무 감각이 없는 우리 나라의 실정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자란 곳이 개발된다는 행위는 도룡뇽이나 미지의 존재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총을 들고 동물들을 위협하러 나타나는 인간들. 초반에는 '댐'으로 마을을 수몰시킨다는 말로 주인공과 친구들을 위협하지만 이후엔 실제로 총을 들고 숲 속에서 돌아다니게 된다.

주인공 초등학생 미요리는 헤어진 엄마 아빠에게 그렇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 부부 사이의 문제에 한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생각한 미요리는 그렇게 친절한 아이도 아니고 사랑이 넘치는 타입의 아이도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숲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숲 속의 존재들과 할아버지, 할머니, 시골학교 아이들에겐 쉽게 동화되고 마음을 열게 된다. 다소 믿기 어려울 수도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나 환각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존재들과 친구가 되는 미요리.

자연의 의미란 것은 위대하고 거대한 어떤 존재라기 보단 마음과 기억을 나눠주는 주변환경같은 것이고 보면 미요리가 그 숲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상당히 '자연스럽다'. 애니메이션은 그 거리낌없는 과정을 별다른 설명없이 표현해주고 있다. 사람의 맘 속에 따뜻함이 자리잡는 것은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없는 것이 아닐까. 숲을 잃지 않기 위한 미요리의 노력은 사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개발'을 위한 경제 논리가 잊고 있는 것 역시 이 인간성의 문제일 것이다. 단 한사람에게라도 기억을 나눠주고 추억을 함께 한 자연이라면 쉽게 수몰을 이야기하고 개발을 이야기할 수가 없어진다. 금전적으로 보상해준다고 한들 먹고 자란 집터에 대한 상실감을 완전히 메꿔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건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아주 작은 미물에게도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감성'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요리가 전학가게 된 목조 건물 초등학교. 애니메이션 속에는 이젠 일본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시골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3층 구조의 목조 건물이라던지 나무침대, 욕조같은 것을 볼 수 있다. 계곡에 만들어진 논같은 풍경이 보존된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우리 나라 보다 땅이 넓은 일본은 자연에 대한 풍류나 동경을 가끔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다. 일본 북부나 남부 지역에 많은 숲이 남아있는 탓도 크겠지만 근대화 시기 자원 수탈과 개발을 한국에서 이루워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에 자연 개발 논리가 우선시 되는 이유는 그때 이루어진 무모한 개발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대개의 모든 나라가 '자연을 보존'하자는 쪽으로 법을 보완해 나가는 것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애니에서도 표현되었다시피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개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은 일본에도 많을 것이다.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 나라와의 차이점은 '원령공주'와 '이웃집 토토로'와 '미요리의 숲'같은 주제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폭넓게 공감을 얻는다는데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나라에선 거의 알고 있지 못한 숲 속의 정령들이나 전설 속 존재들이 만화나 애니 속에서 살아숨쉬는 모습은 부럽다.

단순히 전해내려오는 귀신 이야기로 끝날 수 있었던 민간의 전설이나 혼령을 소재로 작품을 이어오는 만화가,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라던지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 속 이야기는 미요리의 숲에서도 약간씩 재현되어 있다. 가벼운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유령, 바람의 정령, 벚꽃의 정령이나 보쿠리코, 키쿠코 등등이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탄생한 모습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살의 모습을 닮은 이 신비한 존재는 미요리가 아기일 때 미요리를 숲의 수호신으로 임명한다. 그 주변의 숲 속 존재들은 미요리의 친구가 되어 미요리가 지키고 싶어하는 이 숲을 보호해주는 신비로운 존재들.

숲과 자연 이외에도 가볍게 등장하는 주제는 아무래도 '지켜야할 것'과 '자기성장'을 이뤄내야하는 어린아이의 이야기이다. 부모와 상관없이 스스로 가치관을 배우며 자라야하는 아이와 지킬 것을 지키기 위해 모두 함께 최선을 다하는 즐거움이란 주제는 '권선징악'의 주제처럼 조금쯤 진부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보태고 있다.

등장한 존재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 가상의 존재는 누가 뭐래도 맥을 닮은 두더지인데 슬픈 꿈을 꾸는 미요리 곁에서 악몽을 먹어치우는 존재로 표현된다. 전설 속의 맥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 이 맥을 닮은 두더지가 어떻게 표현되는가 하는 부분도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또 주인공 미요리 역할을 맡은 목소리는 한국 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여배우, 아오이 유우라고 한다. 새침하게 어린 여자아이 흉내를 내는 아오이 유우의 목소리도 꽤 괜찮다.



출처 :
http://wwwz.fujitv.co.jp/miyori/

우주교향시 메텔 - 사연많은 라 메탈의 공주 메텔

ANIMATION 2008. 2. 1. 10:28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라 메텔 행성으로 향하는 소년 테츠로(철이). 원래 인간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999의 차장. 중립지대를 자처하는 열차 999호. 그 주변을 맴도는 퀸 에메랄다스와 캡틴 하록의 전함. '은하철도 999(Galaxy Express 999)'에서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테츠로의 우주 여행이다. 그래서 메텔의 비밀을 양념처럼 조금씩 섞어놓을 뿐 본격적으로 밝혀준 적은 없었다. '명왕성'에 메텔의 원래 몸이 있다거나 '철이의 엄마'와 몹시 닮았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결국 라 메텔 행성의 공주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왜 999호를 탔는지 하필 테츠로를 골랐는지 그런 이야기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던 은하철도 999.



퀸 에메랄다스의 이야기나 캡틴 하록의 이야기는 따로 제작된 적이 있고 마츠모토 레이지 시리즈의 연장선이라고들 하지만, 메텔의 사연은 구구절절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은하철도 999' 극장판이 발표될 때 '천년여왕과 메텔'이 동일인물이란 광고 카피가 쓰였고 팬들은 철썩같이 그 말을 믿었다.

물론 마츠모토 레이지는 2004년 발표된 '메텔 레전드 (メーテルレジェンド)'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이 동일인물설을 완전이 맘대로 뒤집고, 천년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이 메텔과 에메랄다스의 어머니다라고 발표해버렸다! 메텔의 비극은 천년여왕이 라 메텔을 다스리기 힘들어 내린 결단 때문에 시작된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텔레전드에서 라 메탈의 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자신들의 어머니를 죽었다고 생각하며 고향을 떠나는 자매. 에메랄다스는 우주 해적이 됐고, 메텔은 우주 여행자가 됐다. 별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의 결단은 두 딸의 인생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은하철도 999를 타고 라 메탈을 탈출하며 생각에 잠긴 에메랄다스와 메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메텔이지만, 아무리 봐도 안타까운 쪽은 천년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이다. 천년여왕 시리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순수함, 그리고 여왕다운 자태들을 많이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메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이는 성격도 아쉽다.

우주 교향시 메텔은 그 2년 뒤의 이야기이다. 제정신을 차렸다며 다음 여행이 되라고 메텔을 불러들이는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자신은 더 이상 기계인간이 아니라고 하고 자신의 별을 인간과 기계인간이 공존하는 곳으로 바꾸겠다고 하지만 메텔은 계속해서 의심쩍다. 물론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기계인간으로 만든 여왕이니 본성이 악한 사람은 아니지만, 기계화의 마력을 직접 눈으로 본 메텔이다.

여왕의 주변인물인 레오파도르 사령관이나 여왕을 미워하는 다른 주민들의 위협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메텔은 어머니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에게 어두운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일단은 여왕이 되겠다는 제의를 받아들이며 라 메탈의 상황을 살펴가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텔을 반갑게 맞다가 총격을 받을 뻔한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예전 천년여왕의 미모와 위엄, 착한 마음을 모두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한때 기계인간이 되었던 여왕에겐 뭔가 비밀이 있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텔이 라 메탈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소년 나스카. 어쩐지 '은하철도 999'의 테츠로를 많이 닮은 이 소년은 인간을 기계인간으로 바꾼 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을 증오한다. 여왕을 죽이고 싶어하지만 차마 메텔까지는 죽이지 못하는 소년. 기계류를 공격하는데 능하다.


라 메탈 행성에 관한 애니메이션은 지금껏 없었기 때문에 우주교향시 메텔에 등장하는 풍경들은 어쩐지 낯설지만 여왕의 딸로서 여왕수업을 받는 메텔이나 딸을 여전히 사랑하는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동생이 여왕이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싶어하는 에메랄다스, 하록이나 레오파도르의 풍경들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하철도 999은 오래전 애니메이션이라 지금 시청하기엔 단순한 부분도 많다, 또 이전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의 비밀이 무엇인지 금방 간파할 수도 있지만 메텔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13여개의 에피소드를 본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특별히 밝혀진 이야기가 있다기 보단 원래 특별 무비 정도 가능했을 이야기를 13개로 늘인 것 같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별명이 팬들 사이에 '대마왕'이라고 한다.
 
짧게 제작된 시리즈인 만큼 등장인물들이 큰 비밀을 폭로할 것 같진 않다. 기억 속의 메텔이 아름다웠던 만큼 신비롭고 슬픈 눈을 가진 여인이었던 만큼, 그 만큼 메텔의 얼굴을 볼 수 있음을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 - '카이'의 아름다운 피아노를 위하여

ANIMATION 2008. 1. 10. 22:56


원작 만화가 대히트를 기록한 'ピアノの森'인 까닭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장난기어린 그림체로 개구장이 주인공 이치노세 카이를 묘사하던 만화가,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감동적인 연주를 상상하게 만드는 환상같은 이야기. 그 흥미진진한 만화를 보며 '과연 누가 카이의 연주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달빛'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처럼.


애니메이션 속의 '카이'의 피아노 연주를 담당한 사람은, 세계적인 명연주자 Vladimir Davidovich Ashkenazy 라고 한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과연 달빛은 그림그리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려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 역시 장난기가 가득한 그림체였지만 피아노와 숲과 달빛은 완벽하게 환상적이었으니 말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소년들의 이야기인 만큼 피아노 소리가 장면 마다 빠지지 않지만, 특히 아름다웠던 두 장면에서 아슈케나지의 연주는 빛을 발하고 있다.


'ピアノの森' 트레일러. 카이와 카이의 피아노가 놓인 숲의 풍경들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애니


원작 만화는 마치 '유리가면'처럼 파격적이고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자의 자질을 타고난 이치노세 카이와 어릴 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배워온 성실한 노력파 아마미야 슈헤이의 이야기를 고르게 묘사하고 있다. 가정환경에서부터 성격에 이르기까지 모든게 대조적인 두 소년은 피아노라는 매개체를 두고 우정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 얼핏 강력한 라이벌 구도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비극을 떠올릴 법도 한 두 사람의 관계는 '자기 자신을 모두 보여주는 아름다운 연주'에 의해 극적인 구도로 변하곤 한다.


아마미아 슈헤이는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온 유명한 피아니스트 지망생. 거친 곳에 갈 때는 손을 보호하기 위해 면장갑을 낄 정도로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것을 '사명'처럼 여기고 살아왔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잠시 전학간 곳에서 피아노에는 정열적이지만 생활환경, 성격, 취미 하나 닮은 점이 없는 친구 카이를 만나게 된다. 슈헤이에게 피아노는 어려운 운명이자 목표이며 한편으론 고난이다.


반대로 카이는 향락가로 표현되는 산아래 뒷골목에서 자란 소년으로 그 향락가 술집 이층에서 접대일을 하는 젊은 엄마와 함께 산다. 거친 말투와 학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유분방한 소년. 학교에서도 마음에 안들면 싸움하는 건 예사고 엄마를 도와 일을 하는 술집에선 주사를 부리는 술마시는 건달들도 가끔 상대해줘야한다. 카이에겐 숲속에 덩그라니 놓인 피아노가 놀이이고 친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들을 맞이하는 신비로운 피아노는 오늘 기분이 좋다. 피아노가 '카이' 만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뭘까?

극장판으로 제작된 짧은, 이번 영화는 슈헤이의 노력 보다 상대적으로 카이의 천재성을 강조한 셈인데 영어판 제목이 The perfect world of KAI 로 아예 카이가 피아노의 세계의 눈을 뜨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묘사한다. 숲속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카이의 아름다움, 그런 카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아지노 소스케의 비밀, 재능을 갖춘 카이를 부럽게 바라보는  친구 슈헤이와 타카코. 숲에서 연주하는, 아름다운 피아노를 사람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극장판 '피아노의 숲' 음악은 오프닝(Moonshine) 과 엔딩(Sleepwalker) 두 곡이고 중간 OST는 시노하라 케이스케(애니메이션 '폭풍우치는 밤에' 음악감독)라는 음악감독이 작곡한 몇곡과 클래식 음악들인데 오프닝/엔딩을 포함한 싱글앨범과 OST성격의 CD북이 따로 발매가 되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연주한 곡은 'Forest of the Piano'와 Chopin의 왈츠 6번 '강아지 왈츠'이다. 나머지 피아노 연주 역시 뒤쳐지지 않으니 따로 CD북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이의 천재성을 목격한 슈헤이는 악보와 피아노 다루는 법을 알려주려고 하지만 카이는 슈헤이식 피아노 연주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지노가 카이를 꾀어 내기 전까지는.

주인공 카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 초등학교에 카이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카이의 상상 속에서 악보를 뺏으러 돌아다니는 가발쓴 음악가들은 모두 친구들(슈페이, 아지노, 카네이라)의 얼굴을 하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장면이라 보는 이들을 즐겁게해줄 듯하다. 그리고 원작만화의 초반부 만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지만 슈헤이의 엄마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을 원작 보다 축소시켰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자체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지만 카이가 뛰어노는 그림같은 숲, 흘러내리는 달빛, 그리고 수채화같은 풍경들은 음악같은 느낌을  잘 살리고 있고, 피아노 연주 소리와 손가락의 움직임이 일치한다는 사실도 놀랍게 보인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을 태어나고 자라게 하는 '음악'이란 건 대체 뭘까? 카이와 친구들, 그리고 그 주변사람들의 성장을 한번쯤 느껴보았으면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악보를 뺏으러 피아노 앞에 모인 음악가들. '모짜르트가 카이의 피아노 악보를 뺏으러 온다.'


출처 :
http://www.excite.co.jp/book/product/ASIN_406372509X
http://67563580.at.webry.info/200707/article_11.html
http://www.piano-movie.net/
http://www.piano-movie.jp/topmovie.html
http://www.revu.co.kr/search/item/Vladimir%20Ashkenazy


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 - 여신시리즈 팬을 위한 특별선물

ANIMATION 2008. 1. 6. 15:29




갑자기 울려서 받은 전화에서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떤 소원을 들어드릴까요라고 묻는 여신은 소원은 직접 듣겠노라 말하며 거울 속에서 나타나고 전화나 걸자고 생각하던 남자는 하얗게 질린다. 자신은 구원여신사무소의 여신이라고 소개하며 명함까지 쥐어주는 이 외국 여성은 과연 누굴까? 정말 소원을 들어주긴 하는 걸까?


1988년에 연재되어 2008년으로 연재 20주년을 맞는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의 명성을 애니 작품 역시 고스란히 잇고 있다. 158센티의 단신에 운도 나쁘고 돈도 없고 생긴 것도 잘 생겼다고 할 수 없는 공업 대학교 학생이자 오토바이 매니아인 모리사토 케이이치에게 홀연히 나타난 여신과 케이이치의 이야기는 지금은 약간 열기가 식은 감이 있지만 90년대 초반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 아이템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3년에 발표된 OVA 버전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 초반부를 요약한 버전으로 6시간 분량으로 발표되었다. 길지 않은 내용으로 갈등이 될만한 요소도 적었지만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수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운이 없고 가난하고 별볼일 없는 케이이치. 그 케이이치를 놀리듯 나타나서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말하는 금발의 상냥한 미녀(그리고 미녀가 한명이 아니라 3명은 기본으로 주어지다니).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징을 생각해봐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소재인 것 같다. 지금처럼 '오타쿠'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가 심하지 않던 시절, 1993년 쯤에 태어난 OVA 버전의 '오! 나의 여신님'은 일본 오타쿠의 명성에 불을 붙인 애니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니. 당시 여신에 대한 팬들 사이의 심각한 토론이 자주 뉴스를 채우곤 했었다.


1993년 판 여신 OVA는 1996년경 한국에서도 불법파일로 널리 유통되기 시작했는데(정식 수입이 힘들던 시절) PC통신상에서 일본에서 릴된 저화질(1편당 50메가가 안되니 지금이랑 비교하면 엄청난 저화질) 시리즈를 가끔 볼 수 있곤 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신도 놀랍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인공들과 서정적인 사랑이야기가 그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다음 버전의 극장판 여신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때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 (1998년의 '작다는 건 편리해' 시리즈가 있지만 그건 외전격의 내용인데다 제작사가 아예 다르다) 그 이후 2005년, 2006년에 원작만화를 다시 애니로 옮긴 TV시리즈가 1, 2기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그 사이 OVA 버전 보다 업그레이드되고 꼼꼼해진 캐릭터가 출현하여 여신팬들의 눈을 더 즐겁게 해준 것은 물론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신 캐릭터의 변화  - 1993년, 1998년, 2000년, 2005년 각각의 캐릭터들은 조금씩 얼굴이 바뀌었고 성격이나 역할도 약간씩 변화가 주어졌다. 원작을 얼마나 반영했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신 시리즈의 모든 이야기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하기도 힘들고, 설정 하나하나를 파악하거나 외우지도 못하고 있지만(정통 팬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부담없는 내용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여신 이야기는 꽤나 매력있는 애니 아이템이다. 애니의 기본 특성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니 몽환적이고 꿈같은 이야기를 옮기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여신님 이야기를 실사 화면으로 옮긴다면 당연히 이만한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이다.


유드그라실을 지키는 세 여신,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의 이야기는 원래 북유럽의 전설 속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운명을 잣는 그 여신의 이야기를 변형해서 이 세 여신을 신(하느님이라고 표기하지만 신이 맞는 듯하다)의 딸들로 설정하고 그 세 여신 이외에도 수많은 여신들이 유드그라실을 운영하며 구원여신사무소의 업무를 돌보고 있다. 어떤 여신은 악마와 싸우는 전문 여신으로 왈큐레(발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얼핏 여신 만큼 완벽한 한 여성에게 사랑받는 운없고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였던 이 이야기는 갑자기 여복이 넘치는 그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되고 또 액션 판타지로 발전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0년 극장판에서 표현된 유드그라실. 1993년판 OVA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던 유드그라실은 2000년 극장판 애니에서 선보이기 시작해 2005년과 2006년에는 아예 유드그라실 이야기가 미스터리의 중심이 된다.

1993년판은 짧은 분량으로 여신 원작 만화의 초반부 만을 애니로 옮긴 까닭에 갈등이 비교적 단순했다. 아름답고 지적인 여신을 뺏어가고자 하는 주변의 남자들과 여신을 질투하는 케이이치의 여자친구, 또 대학교에서 여신이 케이이치의 여자친구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와 여신과 케이이치 사이의 이별, 그리고 여신의 언니와 동생이 등장하는 장면등이 묘사됐지만 '과연 케이이치와 베르단디는 헤어져야하나' 이 정도가 갈등의 전부였다.


2000년의 극장판은 원작만화의 설정을 다수 설정하여 아예 여신들은 '천사(날개)'를 보여준다. 베르단디와 베르단디의 천사 홀리벨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2005년, 2006년 발표된 '각자의 날개'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2007년판 '싸우는 날개'는 그 여신들의 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다. '오! 나의 여신님' 시리즈 에피소드를 채워줄 등장인물들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는 것. 악마와 여신들의 캐릭터도 늘어나고 울드는 날개 색이 반쪽은 검은 비밀, 즉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카미 사마는 여전히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극장판에서는 카미와 대등할 정도로 놀라운 힘을 보여준 세레스틴이 나타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원래 원작만화를 가장 먼저 접했지만 아름다운 소녀로 출연하는 베르단디가 지나치게 섹시한 글래머였고 노골적인 유머들이 가미된 기분이 들어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 애니에선 상당히 완화된 느낌이지만 자동차부의 싱글(?) 선배들은 케이이치의 연애를 꽤나 노골적으로 부러워한다. 지금은 미소녀 캐릭터를 당연히 등장시키는 분야가 따로 있을 지경이지만 당시엔 약간은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기도 했었다. 왕자님이 나타나는 순정만화 이야기가 뻔한 이야기로 취급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작만화 속 베르단디 그리고 얼마전에 발간된 '오! 나의 여신님' 35권. 후지시마 코스케는 여신님을 20년 동안 발간한 것 이외에도 '체포하겠어'의 원작을 그리기도 했다. 작가 역시 실제 자동차 매니아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이 몽환적인 화면과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로 그런 분위기를 말끔히 사라지게 만든 것은 꽤나 놀라운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기타 등장 인물 이외에 2007년에 발표된 '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는 기존의 3명의 여신 이외에 두 명의 여신이 더 등장한다. 원작만화, TV 시리즈 1, 2기를 시청한 사람들은 잘 아는 캐릭터인 페이오스와 린드가 이번 에피소드 등장인물이다. 섹시한 여신, 페이오스 그리고 신의 세계에 등장한 악마를 처치하는 여전사 린드 역시 세 명의 여신과는 다른 느낌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특히 완벽한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왈큐레의 여신 1급신인 린드는 기존에 유드그라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등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TV판 2기 시리즈에서는 케이이치의 목숨을 노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여신이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인정사정  가리지 않는 여전사. 원작 만화에서 그 린드를 위한 2권의 외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20주년 기념으로 만든 특별 무비에서 린드가 주인공으로 여신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정적이고 순정적인 OVA 여신들과는 달리 액션을 가미한 판타지의 성격을 제법 잘 보여주고 있다.


여신 린드의 외날개, 그 날개의 비밀을 보여주는 까닭에 여신들의 날개, 천사가 아름답게 등장하곤 하는데 OVA 팬에게는 익숙치 않은 여신의 날개들이 아름답게 화면을 수놓는다. 여신들의 숨겨진 능력인 천사들은 몽환적이지 만은 않다. 그리고 정말 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귀여운 악마 마라와  힐드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겠지만, 역시 약간은 화제가 된 장면은 베르단디의 악마 패션이다. 순수하고 아름답기만할 것 같은 1급 여신 베르단디의 사악, 섹시 컨셉 역시 볼만한 특별 무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든 여신들은 날개를 가진다. 그 날개는 천사의 모습을 띄고 있다. 스쿨드는 아직 어려서 천사를 꺼낼 수 없지만(씨앗) 베르단디, 페이오스, 울드는 날개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OVA시리즈는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중점을 맞춘 편이라 지금 보아도 상당히 감동적이지만 최근 만들어진 애니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프레임수가 적다는 평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2005년 판이나 2006년판은 TV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편집되어 긴장감이나 갈등이 조금 빈약하지 않느냐는 평도 듣지만 순정만화 구도를 취하는 TV 시리즈에는 무난하다. 여신시리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팬에게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짧은 극장판을 추천하는 것이 좋겠다. 극장판에는 '사이드카'라는 특별한 형태의 바이크도 등장하는데 베르단디와 케이이치의 주행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신시리즈 팬들은 2007년 마지막을 수놓은 왈큐레의 여전사 린드를 보면서 다른 시리즈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2008년에 TV 3기가 과연 방송될 수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오! 나의 여신님:싸우는 날개'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외날개를 가진, 왈큐레의 여신 린드. 냉정하고 완벽한 전투를 추구하지만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 않기로 유명한 여신이라고 한다. 그녀와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 페이오스, 케이이치가 이번 특별 무비의 주인공.




이미지 출처 :
http://www.animate.tv/pv/detail.php?id=p061214b
http://anicomic.blog55.fc2.com/blog-entry-57.html
http://anime.sovserv.ru/blog/index.php?s=%D0%B3%D0%BE%D0%B4%D0%B0
http://www.ebookjapan.jp/shop/title.asp?titleid=7766
http://anime-horizon.blogspot.com/2006/09/sentiment-on-ah-my-goddess.html
http://cinematicroom.com/asin/B000BN9AK2/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しあわせソウのオコジョさん)

ANIMATION 2007. 12. 26. 15:11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는 동물과 사람이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사람들은 함께 사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부르고 동물들은 같이 사는 사람을 '건방진 내 부하'라고 부른다.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이 '인간들을 정복해 나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과 연 우리가 거둬준다고 생각하고 함께 사는 동물들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흐뭇하게 웃고 싶을 땐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작화가 늘어난 요즘 애니들 보다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을 그리는 이 애니를 추천한다. 절대 흥미진진하거나 긴박감이 도는 애니도 아니고 체력이 달릴 정도로 부담스럽게 보는 애니도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의 짖는 소리를 듣고 말을 알아듣는 기계가 시판된 적 있다. 주로 아프다던지 불안하다  배고프다같은 개짖는 소리를 미리 입력한 뒤 그 소리를 기준으로 분석해서 지의 말을 알아듣게 하는 특이한 기계였다고 알고 있다. 애완동물과 의사소통이 하고 싶은 사람은 의외로 많은 것 같지만, 알다시피 같이 살아본 동거인이 경험으로 쌓은 느낌이 아닌 이상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그냥 귀엽게만 보일 뿐).

'흰사자 레오' 같은 애니는 레오가 영리해서 인간의 말을 흉내내고 인간과 동물이 대화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레오는 인간에게 적대적이고 싶지 않아하는, 원수에게 관대한 사자였다), 가끔 화제가 되곤 하는 인간이 말하는 음성을 내는 고양이 영상들을 보면서 동물과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 보는 동거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실제로 실험을 통해 침팬치가 추상적인 단어까지 학습하면서 인간과 대화한 적은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모든 동물이 똑같은 거 같아도 개개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된다. 일부는 '고양이는 모두 요물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직접 키워보면 다정하고 사근사근한 고양이도 있고, 앙칼지고 성격 급한 고양이도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인 셈. 최근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보다는 '반려동물'이란 단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동물들 개개의 생명과 특성을 존중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얀 족제비는 사실 희귀하기도 하지만(극중에서도 등장하듯 그래서 몹시 비싸다고 한다. 기를 수 있는 것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야생의 족제비 자체가 원래는 사람과 함께 살기엔 부적합한 면이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족제비가 흔치 않은 까닭에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지만 농가나 산 주변의 작은 동물들(닭이나 새끼 토끼같은 것들)을 잡아먹는 족제비는 인간에게는 몹시 거친 동물이었다. 성격이 사나워서 사냥의 목적이 아니라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애니에서처럼아이가 있는 집, 쥐같은 다른 동물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함께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야간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인지 낮에는 보기가 힘들고 일본에선 산족제비를 보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있단다. 그런 거친 산족제비의 캐릭터 오코죠상은 그 족제비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물론 관대하고, 개성이 강한 족제비인 탓에 쓸데없이 공격하거나 잡아먹지는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을 인간들은 몹시 귀여워하거나 돈벌이 소재로 보거나 각자의 상상을 붙여서 족제비를 가만 두지 않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 튼튼한 오코죠상은 그들을 정복하고 순종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입장의 차이를 나레이션하는 인물은 몹시 재미있게 표현하곤 하는데 그 대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해설은 종종 '이 따위 생각이나 하고있는 오코죠상이었다'식의 대사를 날리곤 한다.

인 간들 입장에서 족제비가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족제비 입장에서는 화를 내고 사납게 성깔 부리는 행동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쓰다듬는 행동이 동물에게는 뭔가 공격적이고 귀찮은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서로서로 오해의 도가니라고할까?  얼마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일방적인지 그 상황 만으로도 유쾌한 애니이다(오코죠상 본인은 바락바락거리지만  족제비들이 그냥 보기엔 상당히 귀여운 면이 많다).

가장 점잖고 덤덤하게 족제비를 대하는 인간은 주인공, 츠지야 하루카와 코죠삐라고 주인공을 부르며 사랑해주는 꼬마, 쿠도 유우타 정도랄까? 있는 그대로의 족제비를 몹시 사랑해주고 좋아하는 소고기 튀김을 사다 준다. 주변의 인간들은 대개 뭔가 멍청하고 가소롭고 시원찮아서 맘대로 남자다운(?) 족제비씨를 귀엽게 생각하고 귀엽다며 족제비상을 귀찮게 하기 일수이다.

오코죠상이 다른 동물들과 벌이는 에피소드 역시 몹시 재미있는데 잡아먹으려던 쥐, 초로리를 부하로 삼고 부려먹는다던지 눈치빠른 초로리를 데리고 행복장(그 다세대 건물)의 쥐구멍과 방을 탐험한다던지, 가끔 놀러오는 다른 동물들을 괴롭혀준다던지 악어를 누님이라고 부르며 함께 애완동물 가게를 탈출한다던지 하는 일과가 재미있게 묘사된다. 오조쿄상을 납치하고 싶어하는 약간 바보같은 애완동물가게 주인도 재미있게 묘사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납지 않은 작은 쥐, 초로리의 인정은 뭔가 생각해줄 점을 던져주기도 하는데 작은 케이지 안에 가두고  먹을 것을 주며 동물들을 기른다고 착각하는 인간들. 그 인간들을 약간은 동정하며 의리를 지켜주는 작은 쥐의 생각이 과연 동물이 우리와 '살아주는 걸까' 아니면 인간이 건방지게 '감히 거둔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해준다. 나약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을 그 작은 동물이 사실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 애니 역시 투니버스에서 한국어로 더빙해서 방송한 적이 있는데 오코죠상의 역할을 '족제비씨'라고 바꾸게 되면서 '이선주'란 성우분이 맡게 되었다. 거의 일본 원어 방송의 느낌을 백퍼센트 살리고 있다(이 분은 나루토의 목소리도 거의 똑같은 분이다). 또 초로리의 목소리를 맡은 '류점희'님은 케로로의 타마마 역할도 그대로 옮겨낼 정도로 멋진 목소리이다. 흉내가 아니라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아주 잘 뽑아냈다고나 할까?  일본판의 오프닝과 엔딩을 각색해서 만든 주제가도 꽤나 코믹한 편이다.

일본 전통음악이 코믹하게 중간중간 깔리면서 전통 복장도 종종 볼 수 있곤 하는데(특히 애완동물가게 주인의 장사꾼을 상징하는 복장과 부채) 작은 동물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 일본색과는 상관없이 이 애니를 흐뭇하게 시청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맨 마지막에 엉뚱하게 대결을 붙여서 '누구의 승리'라고 코믹하게 결론짓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미지 출처 :
http://white.ap.teacup.com/bialbero

아즈망가 대왕 - 보기만 해도 즐거운 그녀들

ANIMATION 2007. 12. 25. 18:20


스트레스를 받을 땐 즐거운 걸 보고 싶다. 그래서 뭔가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한장면 한장면 마다 '킥'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만화나 애니가 필요해진다. 그럴 땐 복잡하고 대사가 긴 장르의 만화는 고르기가 힘들다. 피로를 더 쌓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웃는 것 조차 피곤하게 느껴질 때는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나와서 웃음을 선사하는 '아즈망가 대왕'을 시청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워낙 오래된 애니라 이름쯤은 한번 들어봤다는 사람이 많지만, 단순해 보였던 까닭인지 봤다는 사람이 의외로 드문 경우도 있다.

미 소녀들이 등장하는 애니는 상당히 많다. 아니 현실세계를 벗어난 만화나 애니의 특성상 뭐든지 표현하자면 실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한 이미지로 표현이 가능한 까닭인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수단인 까닭인지 여학생들은 많은 학원 애니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아즈망가 대왕(あずまんが大王)' 역시 여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애니이다. 그러나 여학생을 표현하는 방법이 꽃이 날리거나 얼굴을 수줍고 예쁘게 붉히는 다른 애니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4컷짜리 코믹 만화가 원작인 애니이기 때문이다.

4 컷 만화의 묘미는 아마도 짧고 한정된 화면(여백을 허락치 않는 직사각형의 공간)에 재미와 이야기를 모두 함축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길고 긴 대사도 상황 설명도 여의치 않지만 해야할 말은 꼭 전화는 네컷 만화를 선택하는 만화가는 아직도 많다. 만화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지 오십년이 훨씬 지났지만, Cartoon의 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네컷 만화를 애니로 옮기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즈망가 대왕의 원작 만화는 아즈마 키요히코의 네컷 만화이다. 대사와 화면이 좀 적지만 연재 분량이 제법 많은 편에 속했던 모양이다.


그 네컷만화의 묘미를 살린 아즈망가 대왕 역시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총 26화로 완결되었고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건 다른 애니들과 마찬가지였지만 각각 에피소드 별로 하나의 캐릭터나 주제를 중심으로 두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또 각각의 에피소드는 또 여러개의 주제를 가진 네컷만화처럼 짧게 쪼개져서 진행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한 장면이 끝나는 부분의 재미가 극 전체를 지배하는 까닭에 줄줄이 이어지는 긴 호흡의 이야기는 배제하고 있다.

성격이 분명한 만화에서 톡 튀어나온 듯한(어차피 만화주인공들이지만) 여고생들이 화면에서 나누는 대화나 일상들이 충분히 만화스러우면서도 기발할 때가 많다. 약간은 엽기적일 수도 있고 기가 막힐 수도 있는 캐릭터의 설정들이 생동감을 준다. 이건 배꼽을 잡고 땅을 두드리며 볼 수 있는 코믹 애니는 아니지만, 피식피식 내지는 킥 하고 웃게 만드는 명랑 학원물이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이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는 여학교가 아니란 점이다. 멀쩡한 남학생들은 주변에 분명 있고, 남선생님들도 있고 지나다니는 남자들도 많지만 그들은 주연급에 속하지 못한다. 뻔한 연애 이야기는 아예 배제할 속셈인지 남자들은 '변태' 선생을 제외하곤 아무도 이펙트를 주지 못한다. 고양이 만큼도 배역을 주지 않는 불친절함을 보여주면서까지 여고생 이야기에서는 뻔한 '연애 군더더기'를 뺴버렸다고나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즈망가 대왕'은 등장인물의 성격 하나하나가 애니를 시청하는 주 키포인트가 되는 셈이라 등장인물 소개를 하긴 어렵다. 딱히 괴짜라고 부르긴 어렵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하기도 힘들지만 캐릭터 고유의 성격들이 불러 일으키는 에피소드들이 극을 재미있게 하기 때문.

출연하는 소녀들 중 하나인 '사카키'가 고양이를 몹시 좋아하는 까닭인지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소녀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인 까닭인지 동물들과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고양이들이 사고를 일으킨다는 힌트는 몹시 유명할 지도 모르겠다. 저 얌전해 보이는 고양이들 역시 출연진 중 하나로 등록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즈망가 대왕은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애니였고 캐릭터의 팬이 의외로(?) 많아서 많은 수의 피규어와 인형이 만들어졌다. 위의 고양이들은 모두 애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인데 등장인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고양이들이다. 이외에도 이름없는 고양이들이 다수 출연하는, 특이한 애니이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 이 애니는 특이한 일본 성우들과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국 성우들을 골랐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현지화'가 잘된 애니메이션 중 하나라는 평을 얻고 있다(덕 분에 국내판 더빙 버전도 몹시 인기가 좋다). 특히 극중에 10살짜리 천재소녀로 등장하는 '치요(한국:유나라)'의 캐릭터는 한국에서도 완소 캐릭터였다. 또 일본의 해안 지방인 오사카에서 전학온 덕분에 '오사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극중 인물에게 '부산댁'이라는 별명과 경상도 사투리를 적용시킴으로써 일본 현지 사정을 모르는 한국 팬들에게도 몹시 인상적으로 다가갔던 애니.



이미지 출처 :
http://animejapan.cplaza.ne.jp/b-ch/azmanga_tva/azmanga_tva.html
http://f19.aaa.livedoor.jp/~youchu/namako%20nikki/namako%20nikki0601/nikki0601.htm
http://www.ms-plus.com/search.asp?id=5196
http://www.advfilms.co.uk/newsletter/July2004
http://www.ancientclan.com/gallery/details.php?image_id=1496
http://www.animeboredom.co.uk/anime-reviews/azumanga-daioh
http://www.flickr.com/photos/12692897@N08/1315253635/
http://www.absoluteanime.com/!index/frame-files.php?dir=root/azumanga_daioh&sort=name
http://www.akari.ru/figures

오란고교 사교클럽 - 힘내라 순정만화!

ANIMATION 2007. 12. 11. 21:42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순정만화를 읽었다고 한다. 산모로서는 꽤 약한 편이었던데다 낯선 곳에 시집간 까닭에 우울함을 달랠 길 없었던 어머니께서 만화책을 빌려다 읽으셨고, 임신한 상태로 차마 과격한 내용을 읽을 수가 없어서 순정만화를 골라서 매진하셨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어릴적부터 순정만화 정도는 아무 거리낌없이 읽는, 자연스러운 매니아가 되었다. 순정만화의 고전들로 인정받는 많은 작품들을 10세 이전에 읽어보거나 한 적이 있다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그때 한참 열심히 읽었던 순정만화란 것은 이랬다. 금발의 왕자님, 아름다운 꽃미남, 가슴이 뛰게 하는 낯간지러운 대사, 능력과 외모가 탁월한 남자 주인공, 감정적이고 격한 주변 상황, 고급스러운 성과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 예의 바르고 예의있는 소년들,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 여주인공의 고난 등등. 지금 생각해도 약간은 유치한 10대의 '하이틴'스러운 감정들이 교차하는 그런 매체가 순정만화였다. 커다란 눈과 길쭉한 몸매 그리고 날카로운 선처리나 자주 날리는 꽃배경 들은 소녀들의 감성을 키워주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만화'라는 것 자체가 과장과 희화의 장르인 것이 사실이지만 순정만화는 10대 여자아이나 20대 여인의 치명적인 컴플렉스,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자극한다. 등장인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커다란 눈과 날씬한 체격에 대한 묘사는 사회적으로 시각적인 면을 강조하는 경향을 부추키기도 한다. 아무리 '만화'의 장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이런 경향성이 사회의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순정만화에 대한 변명이 먹히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일부 '매니아'들이 추구하는 순정만화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도 한다.


'디어브라더'라던지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고전 순정만화들이 보여주던 감성적인 순정만화는 이제 순정만화 시장 자체에서도 고전의 유물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 설정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조금 더 희화한' 장르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런 류 중 하나가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라던지 '오란고교 호스트부'같은 순정만화이다. 금발의 잘생긴 남자도 나오고 멋진 대사도 나오고 왕자님과 성도 나오고 꽃배경도 날리지만, 아 순정만화라기엔 너무 재밌는 만화들, 말이다.  그 '오란고교 호스트부'를 애니로 옮겨놓은 것이 '오란고교 사교클럽(한국명)'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만화의 배경은 '사립 고등학교'이다. 물론 일본에도 재벌가 가문의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는 있다. 그리고 그 사립학교 어딘가에서는 서양식의 예절을 추구하는 법을 가르칠 법도 하다. 그렇지만 이 애니에서는 그 상황을 몇배는 더 과장해서 과연 존재할까 싶은 궁궐같은 학교 건물에 영국식 티파티와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여학생들, 궁궐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재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곤 한다. '시간이 남고 심심한 부자들의  여흥'이라는 코믹한 문장으로 그들의 생활을 묘사한다. 거기다 남자 주인공은 금발의 푸른 눈이다! 아니 이 순정만화틱한 설정이라니(여긴 오란고교, 일본인데!)


순정만화에서는 필수적인 요소. 꽃미남 6명이 여주인공 주변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설정대로 여주인공은 무척 무디고 남자주인공의 감정에 무신경하다.(이 여주인공의 목소리는 '천공의 에스카폴로네'에서 여고생 성우로 데뷰한 '사카모토 마야'이다.) 그리고 당연히 남자의 외모로서도 여자의 외모로서도 몹시 예쁜 소녀이다. 방긋~

기본적인 주인공의 배치가 끝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들과 러브러브 모드에 들어가야 순정만화답지 않겠는가? 그것도 물론 기본적으로 배치 되어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웃기는 방법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 후지오카 하루히 : 자신이 여자라는 자각이 전혀 없는 여주인공. 가장 멀쩡한 인물(?)이다. 사립학교 오란고교에 특별대우 장학생(특대생)으로 입학했다. 성적이 좋아야 학비가 지급되는 까닭에 성적이 좋다. 저지른 죄가 있어서 부자들의 사교클럽인 '오란고교 호스트부'에 가입해서 활동하게 됐다. 타고난 호스트처럼 활동을 아주 잘 해낸다. 서민이라는 특징 때문에 고생한다고 할 수 있다. 우등생에 순진한 눈을 가진 매너바른 호스트.

▶ 스오 타마키 : 오란고교 2학년 호스트부 부장.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주인공. 대재벌 스오가의 외아들이다. 킹이나 전하 등으로 호스트부의 멤버들이 부르고 있다. 약간 엉성하게 멍청한 태도를 취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자를 다루는데 능숙한 캐릭터를 연출한다. 호스트부를 만들고 유지하는 당사자. 하루히에게 아빠의 태도를 취하곤 하지만 하루히를 상당히(당연히) 좋아한다. '꽃배경과 달콤 멘트를 날리는 왕자형 호스트'


▶ 오오토리 쿄야 : 타마키와 같은 학년이다. 실질적으로 호스트부를 움직이는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호스트부의 재정 문제 모든 곤란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천재형 인물. 기본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그가 호스트부에 가입한 까닭은 미스터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고 타인을 조종하는데도 능숙한 캐릭터. 근접하기 힘든 성격의 차가운 미남 호스트.


▶ 히타치인 카오루 & 히카루 : 히카루와 같은 1학년이고 같은 반이다. 일반인은 전혀 구분해내기 어려운, 정말정말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함께 행동하지만 사실 아주 약간 두 사람은 미묘하게 다르다고 한다. (당연히 여자주인공 만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다) 남들이 자신을 구분해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고 항상 같이 있고 싶기도 한 모순의 상태를 힘들어 한다. 셋트로 호스트 영업을 한다. 금단의 설정의 쌍둥이 호스트.


▶ 하니노즈카 미츠쿠니 : 3학년으로 호스트부에서 모리노즈카와 더불어 가장 나이가 많지만 가장 키가 작다. 달고 단 과자와 케이크를 무척 좋아하고 항상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토끼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속칭 로리 쇼타 계열 호스트로 누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모리노즈카 타카시 : 하니와 같은 3학년으로 말수가 거의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다(대사가 거의 없는 캐릭터). 하니를 항상 데리고 다니거나 목마를 태워다닐 만큼 장신이다. 무뚝뚝하고 체격도 좋은 까닭에 무서워하지만 사실 하니와 하루히를 잘 챙기는 다정하고 상냥한 성격이다. '과묵하지만 사실은 상냥한 호스트 역'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스트'라는 것은 집주인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이란 역할이 강조해서 어떤 다과회나 사교 모임의 주최자 '맞이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남성의 역할이 변형되어 '호스트'라는 접객업이 새로 있다는 것 쯤은 다들 아는 사실. 그 나쁜 의미로 '변질된 호스트'의 역할과 사교 모임의 '주최자' 역할을 하는 호스트가 적절히 섞인 것이 이들 '오란고교 호스트부'이다.(호스트의 나쁜 의미로 인해 한국에서는 오란고교 사교클럽으로 번역되었고 이 문제로 방영한 투니버스 홈페이지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역사극이나 만화 등등을 코스프레 하듯이 분위기를 설정한 다음 그 자리에 어울리는 복장으로 여학생들을 맞이 하여 담소를 나누고 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대사를 남발하는 그들의 모임은 '사교 클럽'이라는 과거의 문화를 흉내내고 있기도 하고 '호스트' 문화를 흉내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순정만화' 장르의 주 고객(?)인 여학생들, 여성을 기쁘게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부의 사명.


이 여학생들은 그들의 접대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팬들이지만, 항상 그들의 접대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계층은 아니다. '란게'같은 캐릭터는 순정만화의 매니아로 사는 것이 지나치다 못해 '오타쿠' 계층의 순정만화 매니아라고 할 수 있고,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라는 만화를 패러디한 '로벨리아 여학교'의 '즈카부' 설정은 순정만화 장르 만으로는 모자란 적극적인 여학생들의 전투장 같은 거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은 사실 '케로로 중사'로 잘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지나친 순정만화틱한 설정은 가끔은 매니아도 당황스럽다. '미연시'라는 게임의 장르를 쉽게 못 받아들이듯이 '여성향'이라는 장르를 모든 순정만화 매니아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순정만화의 노골적인 코드를 그대로 가져와서 '명랑하게' 꾸며 놓으면 재미있고 웃길 뿐이라는 것. 어떤 분야의 '매니아'가 된다는 것. 그만큼 그 분야의 매력을 잘 안다는 뜻이다. 또 순정만화의 감성이라는 것이 항상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를 즐겁게 하고 싶은, 잘 생기고 매너있는, 순정만화 주인공들의 코미디를 즐겁게 시청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unny.tw/animeblog/?p=150

Romeo x Juliet - 고전의 가치는 활용하기 나름

ANIMATION 2007. 12. 6. 22:13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로 사용된 Rena Park(박정현)의 You raise me up 이란 노래를 한번 들어보기 바란다. 많은 팝가수가 리메이크했던 노래 You raise me up 은 이 애니메이션과 함께 인기를 끌었다. 세익스피어의 원작이 오래된 것에 비견할 수 있을 지 글쎄, 알 수 없지만 노래 자체의 역사, 그리고 리메이크의 역사, 노래의 의미(원래 아일랜드 지방의 민요이다)가 세익스피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온 세월에 비교될 만도 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런 배치를 했겠지만, 애니 중에 등장하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역할을 맡은 성우 역은 이노우에 카즈히코로서 성우계에서 전설같은 인물이다. 말하자면 경력이 오래된 대선배)

'Romeo x Juliet'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라는 작가가 만든 작품이라는 것, 두 연인이 모두 죽어버리는 비극이라는 점(이 정도는 스포일러도 안된다), 어린 연인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 두 집안끼리 싸움하다 애들 죽었다는 것, 한 도시를 배경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 비극적인 연인의 대명사라는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는거다. 그리고 Romeo x Juliet 역시 그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각색해서 옮겨놓은 애니이다. 일본식 발음으로 옮겨놓아 줄리엣을 '주리에또'라고 계속 부른다는 점은 역시 거슬리지만, 멋진 변형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현대로 옮겨졌으니 그 정도 러브스토리 라인으로 인기를 끌 것 같지도 않은데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은 아직도 많다. 그들은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변에 의해서 서로를 미워하거나 적대시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정말 운명이라고 스스로 믿어버리는, 그런 변형된 작품들은 여전히 인기 아이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예 이 애니메이션의 슬로건은 캐퓨럿가와 몬테규가의 문장을 걸고 시작한다. 이팔청춘 팔팔한 나이, 열여섯살에 사랑에 빠진, 캐퓨럿가 줄리엣과 몬테규가 로미오의 사랑은 처음부터 비극이라는 것. 숨길 것도 없는 사실이기에. 그럼 올리비아 핫세가 나와서 10의 순수한 줄리엣을 연기할 때와 이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달라진걸까?
첫째, 배경이 중세의 도시에서 시대를 알 수 없는 세계로 바뀌어 버렸다. 도시의 이름도 천공도시 네오 베로나이다. 천공도시의 이미지는 중세의 유럽과 얼핏 비슷해 보이고 수도원이라던지 성이라던지 건물의 모습은 같이 보이지만, 여긴 천마를 통해 이동이 가능한 천공도시이다. 그 천동도시가 이야기의 무대이다.

둘째, 두 가문 사이의 원한이 좀 더 극단적이 됐다. 원작에서는 두 가문이 사이가 나쁜 이유를 거의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였는데(사이가 나쁜 역사가 오래 되서라고 할까) Romeo x Juliet에서는 몬태규가의 로미오의 아버지에 의해 캐퓨럿가는 완전히 초토화됐다. 완벽한 악마로 등극하신거다. 현 베로나 대공인 로미오의 아버지는 네오 베로나를 잘 다스리던 줄리엣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모든 가신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살아남은 줄리엣을 죽이기 위해 마녀 사냥도 서슴치 않는다. 이 대립구조가 어쩌면 이 애니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셋째, 등장인물의 성격에 변화를 주었다. 남자답게 몰래 줄리엣의 창가로 숨어들어 사랑을 고백하고 줄리엣의 연인이 되었던 로미오는 순진하고 착하고 정의롭고 다정한 소년이 되었다. 실시간으로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부드러운 소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줄리엣은 연약하고 청순한 모습은 다 버리고 남장을 하고 뛰어다니는 말괄량이 전사가 되었다. (칼싸움 만은 로미오 보다 더 잘할 지 모른다)

넷째, 주변인물들의 관계가 변했다. 로미오의 아버지가 악당이 된 것처럼 성격이 변화된 인물들이 있다. 티볼트와 머큐시오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인물이 되었고, 로미오의 약혼자 허마이오니와 줄리엣의 친구들 프란시스코, 큐리오, 안토니오 등이 추가된 점이 달라졌다. 단순한 구조로는 처리할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원작자 세익스피어가 마치 사건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배후인듯이 출연진에 끼어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 사람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 예를 들어 천마를 타고 하늘을 나른다던지 공중에 떠있는 아름다운 성이라던지(물론 그래픽으로 합성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이다) 거대하고 신비로운 생명이라던지. 그런 것을 표현하기에 애니메이션 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물론 실제의 사랑이야기라면 사람의 얼굴로 최대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겠지만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장면에서 팬들이 가장 많이 기억해내는 장면은 보통,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눈에 불꽃이 튀는 장면과(디카프리오가 연출한, Kissing you라는 데자레의 뮤직비디오는 정말 감동적이다) 창문가에 선 줄리엣이 혼잣말을 하면 로미오가 나서서 댓구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역시 멋진 사랑의 장면들이고 영화 속에서도 잘 표현된 부분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Romeo x Juliet 이라는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그 사랑의 장면을 재현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제작자로서는 '오 로미와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라는 명대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겠지만, 물론 사랑에 빠진 어린 연인들이 자신의 성격이 변하는 것 쯤이야 다반사라고 하지만 목숨이 위험한 줄리엣이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모두 버려가면서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고 순진하게 행동하는 장면이 부적절하지는 않을까?

리메이크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한 장면쯤은 그대로 묘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겠지만 순진하고 청순한, 그리고 수줍은, 원작 그대로의 두 사람의 사랑은 전체적인 판타지 액션으로서의 애니메이션 흐름을 상당히 거스르고 있다. 캐릭터의 성격을 지나치게 정형화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나라의 드라마 제작사가 10, 20년 전에 비해서는 다양해졌지만, 개인적인 짐작으로 아직 그 규모나 숫자가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숫자 보다는 적지 않을까 싶다(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숫자와 자본 투입은 비교 대상이 이미 아닐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어제 종영된, 우리 나라 모 드라마가 일본에 비싸게 팔릴 것이라고 짐작들 하지만, 일본은 이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넘치는 관계로 이미 한바탕 인기 전쟁을 치룬 곳이고(그것도 수십년간) 그들의 경쟁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정확히 모르는,  일본에 살지 않는 일개 팬 조차도 알고 있는 그 제작사들의 이름. GONZO, Sunrise, GAINAX, 프로덕션 I.G, BONES, 닛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도에이  등등. 유명한 대표 애니들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는 그들은 영문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세계를 장악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 중인 회사들이다. 애니 제작이 질적으로 우수함은 물론이고 그 독특함과 아이디어 역시 회사 마다 다르다.


Romeo x Juliet는 고전의 리메이크 방식은 훌륭했고, 아이템 선택도 탁월했다. 카레이도 스타나 간츠, 청의 6호, 최종병기 그녀, 바질리스크, 크루노 크루세이드, 풀 메탈 패닉 등으로 유명한 GONZO의 작품 스타일이 잘 배여나온 애니였으나 많은 아쉬움도 남는다. GONZO 스타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것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
http://sethjohnson.wordpress.com/
http://andiyuri.blogspot.com/2007/06/romeo-x-juliet.html
http://earthcloud.blog81.fc2.com/blog-entry-57.html
http://mcanime.net/


DAKER THAN BLACK - 검은 계약자

ANIMATION 2007. 12. 6. 17:43


이 애니 자체의 설정이 복잡하거나 꼬인 부분은 전혀 없지만 어쩐지 분명치 않고 알 수 없는 분위기로 인해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다. 설정 자체가 미스터리의 연속인 건 사실이지만, 이 애니는 적당이 성인 취향이고 적당히 '분위기 있는(속어로 간지나는)' 감각을 묘사하고 있다.


고전적인 용어로 '도시의 사냥꾼'같은 분위기로 도쿄를 누비면서 친분을 나누고, 계약자들을 처치하는 헤이의 캐릭터가 몹시 매력적이다. 등장인물은 에피소드 마다 다르기 때문에 등장인물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과 세계를 둘러싼 미스터리같은 건 애니를 즐기기 위한 일종의 덤이라고 보면 된다. 잘 알다시피 이 애니의 음악담당은 칸노 요코이다. 역시 오프닝을 비롯한 배경음악은 끝내주게(?) 멋지다.


DARKER THAN BLACK  - 黑の契約者  - 2번째 오프닝

覺醒ヒロイズム - THE HERO WITHOUT A NAME - AN CAFE (각성히로이즘 - 이름없는 영웅)


black, dark,  黑, 어두움을 뜻하는 단어들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까닭은 주인공의 별명이 '검은 계약자'이기 때문이다. 영문 제목은 Darker than Black, 말 그대로 '검은 것 보다도 더 어두운'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애니를 보고 난 심정으론 검다, 어둡다 이 말의 뉘앙스를 모두 합쳐도 이 주인공을 설명하긴 힘들다. 단지 어둡고 검다고 하기에는 꽤 따뜻하고 괜찮은, 그리고 사연많은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새벽시간대에 방영되던 19+ 등급의 성인 애니메이션인데 다루는 내용이 선정적이라서가 아니라 폭력적이거나 사람을 해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흑의 계약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주인공 헤이(黑)는 리쉔순이라는 중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위장하고 살지만, 사실 다른 계약자들을 처치하고 다니는, 정체모를 조직 소속의 검은 계약자이다.


계약자들은 초능력자로서 별에 의해 그 움직임이 측정되고(계약자의 탄생을 알 수 있는 건 천문대이다), 사망했을 경우 별도 사라진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도쿄 게이트와도 관련이 있는 존재들이지만 정부는 계약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들과 만난 사람들의 기억도 지워버린다. 한마디로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헤이 : 성우는 키우치 히데노부(木?秀信). '조직'으로부터의 명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계약자'이다. 조직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뭔가 이상해지고 하늘도 바뀌어버린 이 지구 안에서 일종의 초능력자인 '계약자'를 이용해서 전쟁을 벌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 소속의 헤이는 그 조직의 명에 따라 계약자들을 처리한다. 항상 가면을 쓰고, 칼이 달린 줄을 움직여 상대를 처치하는 헤이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처럼 멋진 분위기를 풍긴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계약자는 보통 댓가를 치뤄야하고, 그 댓가로 인해 고통받기 일수이지만(모라토리엄이나 돌은 제외), 헤이의 댓가가 무엇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개인적인 사연들이 많은 주인공이다. 계약자들이 일반적으로 무자비하고 인정이 없는 것과는 달리 임무는 착실히 수행하지만 인간적일 때가 많다.


평소에는 인심좋고 사람좋은 젊은이로 활동하며 바보같이 상당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곤 한다. 또, 매 에피소드 마다 다르게 출연하는 여주인공들과 알듯 말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체인징 파트너를 해나간다고 할까? 사람을 사로잡는 수단이 좋은 주인공이다. 싸움을 하러 나갈땐 검은 코트와 가면을 착용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 성우는 후쿠엔 미사토(福圓美里). 인은 대개의 경우 대사가 별로 없고 표정의 변화도 없는 편이다. 자주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캐릭터. 물에 발을 넣고 계약자들이나 임무 대상 표적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도 한다(물이 없으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다). 예쁜 얼굴과는 달리 동요가 없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캐릭터. 인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인 역시 다른 종류의 계약자이기 떄문이다.

Doll(인형)이라는 종류의 계약자는 감정 표현도 없고 반응이 없다. 팀의 프로그램이 입력한 대로 행동한다. 지시받은대로 관측령을 보내거나 영매 노릇을 한다. 헤이와 같이 속한 팀의 서포트 역. 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보를 받는다. 다소 복잡한, 인의 경우도 돌이 되기 전의 사연이 몹시 궁금한 캐릭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 성우는 이케다 마사루(池田勝).  헤이와 함께 팀을 이뤄서 조직의 임무를 처리하지만 근본적으로 계약자를 싫어한다.  계약자는 사람이나 죽이고 감정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잔인한 족속이라고 생각하는 듯. 전직이 의심스러운 사나이지만 임무를 전달하고 보조하는데 충실하다. 가끔 헤이나 마오, 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을 해서 팀의 분위기를 해치기도 하지만 그가 계약자를 싫어하는 까닭은 언젠가 풀어야할 숙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오, 성우는 사와키 이쿠야(澤木 郁也). 초반 등장엔 정체 자체가 스포일러이다. 헤이가 이룬 팀의 정보수집 담당으로 처치할 당사자들을 고양이 형태로 감시하기도 하고 명령을 전달하기도 한다. 원래 인간이었고 계약자였지만 지금의 고양이 모습이 되었다.  동물에게 자신의 혼을 옮겨가는 능력이 있으나 원래의 몸을 상실한 관계로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뇌의 용량이 부족해서 가끔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받아줘야 한다. 사람이었을 때의 정체가 몹시 궁금한 고양이.


외모가 검은 고양이인 까닭으로 길고양이가 당하는 엉뚱한 시달림을 자주 당하고 고양이 밥도 가끔 먹어줘야 한다. 헤이가 살고 있는 집의 할머니와는 철천지 원수 사이이다. 고양이로서 벌이는 에피소드가 코믹함의 요소. 의젓한 목소리와는 달리 몹시 귀여운 캐릭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키리하라 미사키. 성우는 미즈키 나나(水樹奈). 공안국 외사 4과의 형사이며 유능한 엘리트로서

계약자 관련 사건들을 담당하고 있다. 헤이가 쫓는 계약자들이나 헤이를 쫓는 형사. 책임감이나 정의감이 몹시 강한 타입의 여성이지만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맹한 구석이 있어서 잘 속아넘어가기도 한다.


계약자들의 살인이나 범죄를 뒤쫓고 있지만 뒤를 쫓으면 쫓을 수록 계약자의 사건은 미스터리할 뿐이다. 계약자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천문대(계약자들의 탄생과 능력을 사용하는 지의 여부를 천문대를 통해 알 수 있다)에서 관측령으로 조사하게 한 뒤 그 뒤를 따라다닌다. 검은 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헤이의 계약자번호(별자리이기도 함)인 BK-201을 가장 궁금해하지만 가끔 부딪히는 이쉔순이 BJ=201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벰버. 성우는 이노우에 카즈히코(井上和彦). 영국 비밀 정보부 MI6의 일원이고 헤이와 헤이 주변인물들을 뒤쫓는 역할이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정보는 시청전까지 알지 않는 것이 좋다. 은근히 코믹하고 유쾌한 남자이지만 목표물에게는 무섭게 행동한다. 상대방이 흡연한다는 사실을 몹시 싫어한다.

도쿄 내에는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는 도쿄 게이트가 있고 그 안에는 신비스러운 지역이 있는데 그 게이트와 관련해서 MI6라던지 공안과, 헤이가 소속한 정체불명의 조직들이 암암리에 활동을 벌인다. 영국측에서 왔다고 하는 노벰버11 역시 그 미스터리를 파헤치는데 무관하지 않다. 노벰버 역시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활동한다.

 
 

이미지 출처 :

http://darker.cocolog-nifty.com/ (흑의 계약자 공식 블로그)
http://www.d-black.net/ (흑의 계약자 공식 웹사이트)
http://animerepublic.wordpress.com/2007/05/06/darker-than-black/
http://www.flickr.com/photos/83296706@N00/1429836531/


스크랩드 프린세스 - 세계를 구하는 버려진 공주

ANIMATION 2007. 11. 10. 20:48


New type이 발간한 소설을 NT 소설이라고 한다는 걸 아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스크랩드 프린세스(スクラップドプリンセス, Scrapped Princess) 역시 NT 소설로 출발한 애니메이션이다. 소설이라는 쟝르의 특징상 주변 세계에 대한 설명이나 상황 설정 등이 약간은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도 한데 애니메이션으로 변형되면서 이 소설 역시 많이 축약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채운국 이야기' 등이 애니메이션에서 뭔가 변화된 모양새로 변하는 것을 자주 본 독자, 시청자라면 아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쟝르의 최고 소설 중 하나인 '반지의 제왕' 그리고 '얼음과 불의 노래' 등의 소설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우리가 현재 사는 것과 같은 공간을 'Earth' 즉 지구라고 부른다고 한들 절대로 지금의 지구와 '가설'이 같은 공간이 아닌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스크랩드 프린세스 속의 지구, 세계 역시 가설로 뒤덮혀 있다. 고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악마 브라우닌과 신인 마우젤의 싸움 결과로 마우젤교라는 단 하나의 종교를 가진 지구로 변했고, 가끔씩 등장하는 지구의 지도는 현재의 지구 지도와 뭔가 뒤집어진 상태로 바뀌어 있다. 신이라는 존재는 뭔가 지나치게 강력해서 종교 지도자에게 직접 신탁을 내리기도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지구의 미스터리는 등장인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라든지 과학 기술같은 것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인간으로서 무한한 신과 같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는가 하면, 보기만 해도 놀라운 커다란 용이 오천년전의 인간이 만든 과학의 산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평범해 보였던 소년 소녀의 이야기가 이런 판타지로 발전하는 걸 보고 나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변신 능력을 갖춘 존재도 나오고, 이교도 관찰관이라는 특이한 존재도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속의 신의 존재가 과연 어떤걸까 생각해보면 미스터리가 풀린다. 폐위공주라는 어감 탓에 사랑과 배신 등의 인간관계로 스토리가 풀릴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패턴으로 모든 이야기를 끌고가지 않는다. 상당히 특이한 설정과 관계들로 인해 매 에피소드 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가볍게 보기 시작해서 끝내는 환호성을 지르게 만드는 종류의 애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파시피카 카슬 : 주인공인 그녀는 한 나라의 공주였으나 16세가 되면 세계를 멸망시킨다는 신들의 예언 때문에 태어나자 마자 폐위되었다. 원래는 죽을 목숨이었던 그녀를 그녀의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된 유마 파슬 살려주는 바람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16세 생일을 앞두고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몹시 낙천적인 성격이고, 목욕을 좋아하는 개구장이 소녀이지만 능별한 능력을 갖추지도 않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순정 만화 속의 얌전하고 보호받기만 하는 공주님도 아니지만, 그녀 주변엔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사람들(가디언)이 많다. 딱 한번 눈물나는 사랑도 하고 어머니도 만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린다.

* 샤논 카슬 :  파시피카의 양오빠로 자란 샤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파시피카를 지키고 싶어한다. 알고 보면 검술 능력이 탁월한 무사이다. 라크웰과 쌍둥이이고 파시피카의 타고난 가디언. D-나이트, 즉 드래곤의 기사로서 제피리스를 만나지만 발키리들의 호감을 받기도 한다. 오천년전에 타고난 파시피카와의 인연도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코드인 여동생을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거나 하진 않는다. 깔끔해서 좋은 부분.


* 라크웰 카슬 : 역시 파시피카의 양언니로 샤논과 쌍둥이. 말도 점잖게 하고 샹냥하고 부드럽지만 한번 화나면 말릴 수 없는 능력의 마법사이기도 하다. 냉정한 판단력과 상식을 갖춘 머리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전투할 때는 제법 무서운 면모도 있다. 파시피카와 샤논을 몹시 아끼고 보호해준다. 샤논과 마찬가지로 전생에서부터 파시피카와 얽힌 가디언이지만, 자신의 남동생이나 여동생과는 달리 러브라인이 전혀 없다.


* 제피리스 :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해서 어려움에 처한 3남매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오천년 전에는 자신과 같은 형태의 존재들이 아주 많았노라 말한다. 나탈리를 포함해 단 두 기가 남았을 뿐이다. 원래의 정체는 D-나이트와 동화되어 전투하는 드래곤으로서 오천년전의 주인의 명령에 의해 생존했지만 또다른 주인을 기다리며 살아남았다. 스스로 움직이는 드래곤 발키리들과 비교당하는 건 거부하는 존재들이다. 냉정한 판단력, 멋진 전투상황, 소녀의 외모 등으로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무엇 보다 샤논을 몹시 따르는 그 모습이 인기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 출처 :

http://www.yale.edu/anime/imgarchive/Scrapped%20Princess/group-pic.jpg

http://www.ednevnik.si/?w=conchracuss&category=anime

케로케로케로~ 힘차게~ 케로케로케로 나가자!

ANIMATION 2007. 11. 9. 22:58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던 다섯 마리의 개구리.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묘하게 일본의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던 개그 아이콘이다.

일본 전통 군인의 복장을 하고 지구를 침략하겠노라 멋지게 폼을 잡곤 하지만 어쩐지 어설프고 뭔가 핀트가 맞지 않고 알고 보면 빈틈이 많은 개구리 외계인들.

만화책부터 완구, 각종 캐릭터 사업,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오늘부터 케로본으로 바꾸자'라고 외쳤던 개구리 군인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한다.

2004년 TV 도쿄에서 방영되기 시작해서 현재 4기 185화까지 방영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Tooniverse라는 애니 전문 채널에서 2005년 방영을 시작하여 현재 3기 분량이 방송 중이다. 라이센스를 얻어 번역되어 들어오는 애니메이션 치고는 매우 빨리 공급이 되는 편인데 그만큼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몹시 일본색이 강하고 성인용 코드도 많은 아이템이지만 개구리들이 귀여운 까닭에

완구로서도 인기가 좋고 이 개구리에 대해서 모르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정도다.

만약 아이들과 케로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면, 케로로에 대해서 잘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일본 문화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면, 지나친 일본색 때문에 아이들의 시청을 삼가게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설명이 없는, 문화란 것은 그대로 몸에 흡수되기 마련이니..유의하시는 게 나을 듯하다는 뜻.)

그냥 잠시 보고 잊어버리는 코미디로서는 최고이지만,

은근슬쩍 배여 있는 일본 문화를 공급하는 계기가 되는 것 역시 애니메이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만화의 원제목은 'ケロロ軍曹'이다.

일본의 계급체계이기 때문에 '군조'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만화책의 경우는 개구리 하사로 번역이 됐고, 투니버스 애니메이션에서는 중사로 번역이 되었다.

일단은 제목부터 그런 이유로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만화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침략과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며 가끔 가다 계급에 의한 상명하복을 구경할 수도 있다. 무기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공격성 자체에 대해서 그리 미안해 하지 않는다.

그 주인공들은 모두 군인이니까.

'일본식 욱일승천기'가 오프닝에 아예 대놓고 등장을 하고

등장인물인 케로로와 도로로의 모자 복장은 일본식 군복이다.

그들이 가끔 부르는 군가 역시 상당히 일본풍의 느낌을 주곤 하는데 한국에서 번역할 때도 이 부분을 크게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생활 풍습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피소드 소재로 삼기 때문에

칠월 칠석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나무에 매단다던지 유카타를 입고 온천을 즐긴다던지

장어를 먹고 여름을 난다던지

사무라이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민속촌에서 손님 맞이 무술경연을 한다던지 하는

일본식 풍습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일인용으로 따로따로 분리된 식탁에서  일본식으로 젓가락을 들고 밥그릇을 든 채 식사하는 장면은

일상의 풍경일 뿐이라 따로 설명하기도 곤란할 지경이고,

일본에만 존재하는 닌자는 아예 이 애니메이션의 상징이다.

그들의 예의에 따라 무릎을 꿇고 앉아 손님에게 접대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그들이 '멋스럽게 여기는' 풍경 역시 일본식이지만, 한국에서 번역된 버전의 경우엔 그런 일본의 풍경을 나름대로 잘 소화해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유난히 남발하는 일본어 자막은 용케 다 처리하지만, 유카타와 기모노 그리고 일본식 장사꾼의 복장 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인들이 이 만화를 시청할 때 가끔 폭소하는 코드는 애니 구석 구석에 녹아있는 매니아들의 풍경이다.

옛날에 만화 좀 봤다 싶으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패러디의 코드들.

에반게리온, 건담, 테니스의 왕자, 하록선장, 겨울연가, 은하철도 999, 유리가면 등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유명 애니의 일부분들이 케로로에 의해 재활용되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 기발한 발상에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요즘에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은 절대로 이해하기 힘든 코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케로로 중사에 출연하는 캐릭터 중엔 일본인들에 대해서 악평을 하는 별칭 중 하나인 '오타쿠(매니아)'의 성격을 갖춘 캐릭터들이 많다.

작전참모인 별종 천재 '쿠루루'가 그 중 하나이다.

일종의 '로리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소녀 매니아 같은 취미도 있고

변태처럼 타인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 캐릭터는 아예 '꾸~ 꾸꾸꾸꾸꾸~~' 하고 웃는다.

주인공 녹색 개구리 케로로는 잘 알려진대로 '건담 매니아'라서 침략하는 일 자체를 잊을 정도고

빨간 오뚜기 기로로는 밀리터리 매니아로서 아예 무기광이라는 별명이 있고 나츠미(한별이)같은

어리지만 강한 여자를 사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파란색의 평화주의자 도로로는 가장 멋진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악행에 의해서 항상 눈물짓는 불쌍하고 궁상맞은 캐릭터인데나 코유키(설화)와 닌자 수행하는 취미가 있다.

까맣고 건방진 올챙이 꼬리를 가진 개구리 타마마는 힘을 키우고 싶어하고, 과자를 무한대로 먹어치우는 무서운 과자 매니아 캐릭터이다. 질투를 파괴력으로 승화시키는 변태이기도 하다.

휴우키(우주)는 일종의 오컬트 매니아로서 오컬틱한 주제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을 정도이고, 세계적인 재벌의 외동딸인 모모카(나라)는 그 휴우키를 몹시 사랑하는 휴우키 매니아로서 휴우키 박물관까지 가지고 있다.

그들은 특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서 살고 있다고나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에서 제작된 케로로 중사 성우도 몹시 멋진 구성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지만 투니버스 버전의 경우도 일본버전의 성우에 맞춰 한국 최고의 성우들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 문화가 눈에 거슬린다면 전혀 받아들이기 힘든 애니메이션이고 낯설기도 하지만
그 문화적인 부분을 소화할 능력이 된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코믹한 애니메이션이다.
아동과 함께 시청할 경우엔 그 문화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군인'의 정복주의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본의 우익이 걱정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코믹한 코드가 '웃기는 것' 만은 아니라는 점도 일깨워주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地球へ…, 지구를 향해, Toward the Terra

ANIMATION 2007. 10. 30. 01:05


'지구로'에 대한 글을 쓴다면 대체 어떤 느낌을 강조해서 적어야할까?
시청자를 가장 막막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가 이 '지구로'가  아닐까 한다.
주인공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슬픔도 '지구를 향한다'라는 문장이 가지는 서글픔도
모두 포함해서 묘사하기 힘든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감성적이고 멋진 애니메이션이 탄생한 것일까?
지구로, 지구를 향해.. 어딘가 낯설고 서럽고 외롭게 느껴지는 문장
타케미야 케이코의 '지구로(地球へ…)' 원작 만화 역시 당시에 상당히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지구를 향해' 돌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서는 최초였다고 한다.
지구를 뜻하는 'terra' 라는 단어는 스타크래프트의 'Terran'이란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어쩌다가 인류는 지구를 향해 돌아오는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일까?
그 아득한 슬픔이 느껴지는 원작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TV-시리즈 '지구로'는 1980년대의 극장판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작화와 감동적인 설정으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단순한 SF 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다룬다고 볼 수도 있고 최근 가끔 이야기되는 사회적 감시망인 Big Brother의 문제를 생각해볼 기회도 준다.
어디까지 자율 의지로 이어지는 것이 인간인 것일까?
사회는 어디까지 간섭하는게 맞는 걸까?
인간이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 갖춰야할 조건은 뭘까?
옳지 않거나 부정적인 것들을 간섭하는 권리를 가진 체제 따위가 있을까? 하는 문제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의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지구로 속 사회에 대한 설명이다.
인류는 특수통치체제, 슈퍼리어 도미낸스(SD체제)의 결정에 따라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오염된 지구를 떠났다.우주에서 신거처를 찾게 된 인류는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여 적용하는데
모든 아이들은 SD체제의 관리 하에 인공적으로 태어나야 하고 자연임신은 불허한다.
아이들은 평등하게 조건이 비슷비슷한 집의 양부모 아래서 자라게 되고
14살을 맞는 생일날을 자각의 날로 지정하여 성인검사를 받게 한다.
그리고 성인검사를 받은 아이들은 14년 간의 기억이 지워지고,
교육 시설에서 교육받은 다음 필요한 직업 분야별로 이동하게 된다.
SD체제 최고의 엘리트 멤버즈가 되기도 하고 우주 조종사가 되기도 하는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적성을 나누어준 마더(컴퓨터)들의 분류에 따라 배치되는 것이다.

이 체제 속에서 부적응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항상 상담을 받거나 기억 소거 등의 일을 당하게 되고 요 주의 대상이 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의지의 인간이 되든 간에 사회의 감시망은 그걸 모두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사회 속에서 에스퍼로 태어난 신인류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뮤'이다.
만사가 순조로울 것 같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완전히 평등할 것같은 이 사회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인공임신으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인류들이 자꾸 태어나는 것이다.
그들을 '뮤'라고 부르며 SD체제는 그들의 존재를 말살하거나 사회에 숨긴다.
성인검사의 또다른 목적은 이런 신인류를 구분해 내는데 있는데
지독한 검사 결과 '뮤'인 것이 발각나거나 성인검사에 불응하는 '뮤'의 인자를 가진 아이들은 발각 즉시 사살된다.
그들을 지배하는 그랜드 마더의 명령으로.
단지 '뮤'라는 이유 만으로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야기는 또다른 뮤인 '조미 머킨스 신'이 어떻게 스스로가 '뮤'인 것을 알게 되고 받아들이는가..
그 갈등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죠미 마킨스 신, 솔져 블루, 피시스, 키스 아니안, 세키 레이 시로에, 샘 휴스턴, 스웨나 달튼, 하레이, 리오, 카리나, 토니, 죠나 마츠카 등이 꾸며가는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이 이야기를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
http://migoto.mon-blog.org/index.php/Anime


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Le Chevalier D'Eon)

ANIMATION 2007. 10. 29. 04:25


'기사'라는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를 위해 인생을 건 기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다.

물론 그 설정에는 실존 인물의 정보와 상상의 정보, 그리고 판타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 아더왕이나 동키호테같은 기사들의 이미지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애니메이션 슈발리에에서 다루고 있는 기사는 '스파이' 및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역할을 수행한 역사 속의 기사가 이 애니메이션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그의 본명은
Charles-Geneviève-Louis-Auguste-André-Timothée Éon de Beaumont  이고
1728년 10월 5일에 태어나 1810년 5월 21일에 사망했다
흔히 기사 데몽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의 외교관, 스파이, 군인, 비밀결사였다.
그는 인생의 반은 남자로서 살았지만 나머지 반은 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 출처 : 위키피디아 Chevalier d'Eon
 위키피디아에서는 실제 슈발리에 데몽에 대한 정보를 약간 싣고 있고
슈발리에 애니메이션 속 데몽자세히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으므로 참고하셔도 좋을 듯하다.
실제의 데몽은 약간 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 특히 말년의 비참한 삶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데몽의 실제 스토리를 모티브로 가져온 것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인생의 절반은 남자로, 인생의 절반은 여자로서 살면서 여자의 복장을 입고 스파이 활동을 수행한 인물이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 소재인가?
거기다 '왕가의 시'라는 프랑스의 운명을 바꿀 판타지의 속성을 첨가한 것까지도 몹시 훌륭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청할 동안엔 그 흥미로운 소재가 특별히 매력을 띄지 못했다는 점.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에 묻혀갔다는 것과 박진감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몹시 아쉽다.
스토리 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히려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스토리 자체 보다는 화려한 캐릭터 작화와
고화질의 그래픽
, 그리고 그 그래픽이 작화에 잘 녹아있다는 사실과 멋진 음악이다.
역사적인 인물들이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가 하는 미스터리와 리아 드 보몽이라는 주인공의 누나는 대체
왜 죽었는가 하는 미스터리가 일종의 '떡밥'인 셈이지만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잡아끌지는 못한다는 느낌.
모든 등장인물의 정체가 폭로되는 마지막회의 급진전은 어딘지 모르게 당황스럽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르사이유 궁전의 그 유명한 복도가 그래픽으로 재현된 장면은 다시 보아도 놀랍다
저 장면 하나를 두고 이 애니를 시청해야겠다고 결정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주인공들이 베르사이유의 복도를 걸어 루이 15세를 알현하고 비밀결사가 되는 장면들은 그래서 그런지
몹시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러했으리라는 영광의 장면을 재현한다고나 할까?
화려한 작화가 당시의 프랑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 15세 등은 몹시 잘 생겨진 외모를 가지게 됐지만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경우는 베르사이유의 화려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랑스 혁명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노라... 그렇게 말하는 역사의 해설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의 귀족과 왕족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으며 파리와 프랑스의 국민들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그 기록은 수도 없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아무래도 필연이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프랑스인에게 왕과 귀족은 악인일 수 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
루이 15세, 마리 레슈친스카, 퐁파두르 후작부인,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오를레앙의 필립공,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엘리자베타 여제, 표트르 3세, 영국의 조지 3세 등 여러 인물이 실존 인물로서 등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면 이 애니는 피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드라마 속의 주인공으로서 활약하고 있을 뿐 역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옳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