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en - Madison가 사람들의 광고에 미친 인생

DRAMA 2008. 3. 21. 02:58


Mad Men은 뉴욕 Madison가의 광고회사 중역들을 의미하던 말로 가까운 1960년대 풍경을 묘사했기 때문에 담배피는 장면, 거침없는 욕설이나 음담패설, 성적인 장면 등이 드라마에서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19+의 드라마이므로 시청시 주의를 요한다. 원래 영화를 전문으로 방영하던 케이블 채널 AMC의 몇 안되는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이다. The Sopranos의 작가로 유명한 제작자, Matthew Weiner가 기본 시나리오를 썼고 방송 제작 전부터 꼼꼼한 시대 고증과 제작비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드라마다. 드라마는 광고계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권력 싸움, 승진의 문제를 주된 테마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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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미국인의 삶이 어땠을까? 당시 한국인들이야 한국전쟁을 치르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을 떄라 생존에 바빴지만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경제 부흥의 재미를 맛본(주인공 Don Draper가 한국전쟁 참전자라는 사실은 여러 의미로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상품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게 만든다. 점점 대중들에게 파고 들던 언론매체와 TV와 라디오같은 것들로 인해 광고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어설프게나마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기 위한 심리학이나 광고의 원리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소비자의 건강에 좋건 좋지 않건 더 많이 팔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괜찮다.

Madison가 최고의 광고제작자 Don Draper는 광고의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60년도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사에서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기사를 싣고 국가에서도 위해한 담배 광고를 중단하란 압력을 넣는 가운데 어떻게 소비자들에 Lucky Strike 담배를 팔아치울 것인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 상업논리와 함께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 사무실, 거실, 병원, 회의 석상, 침실, 술집, 식당 등 어느 곳에든 흡연자를 볼 수 있다. 담배가 건강을 해친단 논리 자체를 웃기는 말이라고 치부하며 담배를 놓길 거부하는 사람들의 풍경.

첫번째 에피소드, Smoke Gets In Your Eyes는 드라마 진행 내내 담배를 물고 있는 출연진들 때문에 시야가 흐리단 말도 되지만 아주 오래된 유명한 재즈곡이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동안엔 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리고 이별하고 난 후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의 가사는 어쩐지 이율배반으로 가득한 광고회사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한 풍경들을 광고에서 묘사하고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살며 모든 걸 팔아치우기 위해 전념하는 사람들. 60년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그 사람들의 풍경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쩐지 삐걱거린다.


Mad Men 오프닝 - 사용된 그래픽이 특이하다 테마곡은 'A Beautiful Mine'

60년 초기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지 시청자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드라마는 곳곳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삽입한다. 그리고 그 다른점들이 옛추억의 향수인지 옛시대의 오점인지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판단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모래시계 체형을 가진 아름다운 여사원 Joan Holloway는 회사에서 여직원에게 요구하는 건 일을 잘하는 것 보다는 애인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기 때문에 외모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고 공공연한 성희롱을 회사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신참내기 사원, 돈 드레이퍼의 비서, 페기 올슨은 조안에게 '당신을 모든 남자들이 식후 디저트처럼 여기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그렇고 그런 헤푼 여자라는 생각이 팽배해서 그런지 의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몸파는 여자가 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대고 보는 사람 만 없으면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성관계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남자직원들이 여직원들에게 사주는 공짜 식사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직원을 걱정하는 페기에게 조안은 반대로 이야기한다. 너처럼 그런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직원은 금방 이 회사를 그만 두게 된다고. 이 사회라는 곳에서 오래 살아남아 승진하는 방법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조안은 그 점을 몸소 보여준다는 점에서 페기와 가치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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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fly의 샤프란, Life의 올리비아 등으로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조연을 맡았던 Christina Hendricks가 모래시계 몸매를 가진 불타는 금발머리 여직원으로 출연한다. 아름다운 얼굴 못지않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요염한 조안 역을 소화하고 있다. 60년대를 상징하는, 약간은 현실적인 그녀의 가치관은 자기 실력으로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은 페기의 반발을 사게 된다. 페기는 과연 남직원들의 디저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60년대 문화를 상기할 수 있는 여러 코드 이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광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환상을 심어주는 돈 그레이퍼의 광고처럼 행복한 삶이다. 주인공 패거리가 대부분 그렇듯 적당히 성공한 뉴욕의 삶을 사는 그들은 예쁜 아내와 넓은 집, 그리고 적당한 수의 자녀와 안정된 문화생활을 즐긴다. 아내는 예쁜 옷을 입고 집안을 장식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먹을 걸 만들어주고 남편의 회사생활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적당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이혼녀가 끔찍하다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소한 대사는 당시의 문화상을 반영해준다.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역이라 이혼녀가 이사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

그러나, 돈 그레이퍼의 이 그림같은, 광고의 기준이 되는 삶은 약간 어긋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행복해야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돈 그레이퍼의 아내는 손가락 마디마디의 느낌이 없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까지 일으키자 정신과 진단을 권고받는다. 당시의 편견에 따라  정신과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여겼던 돈은 정신과에 가보라고 자신있게 권하지도 못하고 고민한다. 과연 아내는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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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실제 삶이 그림같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돈 그레이퍼'의 비밀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길 잘 하지 않는 돈은 아내에게도 묻지 말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도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부, 행복, 기쁨, 따뜻함, 사랑과 같은 가치를 광고해 파는 것에 익숙한 돈은 아내를 제외한 여러 여성들과 가깝게 지낸다.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을 가졌기에 남들과 다른 여성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여성에게 무례한 Pete를 몹시 꾸짖기도 한다) 그 역시 가정의 대소사를 잘 알아내거나 아내, Betty의 말을 친절하게 들어주는 섬세한 남자도 아니고 여러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는 인생이다. 숨긴 것 많은 돈을 바라보는 아내의 막연한 불안은 이유가 있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광고 제작자, 돈 드레이퍼는 이외에도 시대상에 알맞은 편견을 자주 보여준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여러 주제가 당시에는 생소하다 못해 헛소리로 들렸다는 것이 재미있다. 인종차별, 여성 차별의 시각을 가진 돈과 광고사 경영진은 '쿠폰' 써서 주부 고객을 움직이고 백화점의 부진을 만회해보라고 권하지만 백화점 사장의 딸인 레이첼 맥캔은 샤넬과 같은 고급화 전략을 제안한다. 요즘은 그 자체로 성공하는 백화점이 많지만 돈은 그 말을 듣자 마자 바보같은 주장이라며 화를 낸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살아가는 듯한 그의 관념 자체도 그렇게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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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정점은 한국전쟁 참전자인 돈 드레이퍼의 미스터리, 그리고 개성이 다양한 광고 제작자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권력싸움을 지켜보는데 있다. 지상 최대의 쇼, 광고 -  그 세기의 거짓말로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들은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그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여직원은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았을까. 그 시대상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처음 보는 여직원의 다리를 놀리거나 식사를 사주며 함부로 대하는 남직원들의 모습도 어떤 양상으로 변할 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캐릭터와, 배경, 짜임새가 꽤 괜찮은 드라마가 탄생한 듯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mad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