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per - 난 태어날 때부터 악마에게 영혼이 팔렸어

DRAMA 2008. 5. 18.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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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게 영혼이 팔린 남자. 너무 진부하다. 19세기에 유행한 그 남자, 지식과 권력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괴테의 파우스트. 그 파우스트의 리메이크라 쳐도 너무 구닥다리다. 그러나 '악마에게 영혼이 팔렸다'는 그 아이템을 갖고 만든 드라마가 있으니 그게 바로 'Reaper(저승사자)'다. 파우스트와 이 남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파우스트는 스스로 모든 걸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메피스토텔레스를 끌어들였지만, 드라마 리퍼의 주인공은 그 부모가 제 한 목숨 살자고 자식의 영혼을 홀랑 악마(devil)에게 넘겨벼렸다는 거다. 그래놓고 미안하다는 이유 만으로 아들에게 과잉 친절을 보여줘가며 키웠고(팔아먹은 것도 나쁘지만 이것도 어떤 의미로 더 나쁘다) 그 아들은 그에 대한 반항으로 되는대로 삐딱하게 자랐다. 하나 뿐인 남동생은 그게 싫어 항상 형을 못살게굴고 싶어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한테 다른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의 첫 시작은 21살의 생일이다. 악마의 존재 자체도 믿을 수 없는 일반인들. 그 당연한 상황에서 생일을 맞은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 그저 당황스럽기만 하다. 개들이 쫓아오고 마음 만으로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해주고, 양복입은 말끔한 노인네가 갑자기 나타나 헛소리를 해대고, 오늘 참 최악의 생일이라며 투털거릴 찰라 아버지가 이야기할게 있단다. '아들아, 난 네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렸단다' 그들은 병에 걸려 목숨이 위험해지자 앞으로 자식같은 건 생기지 않을 거라 믿고 부모의 목숨과 아들의 영혼을 바꿔버렸단다. 21살의 생일날이 거지같다며 술을 퍼마시고 잠들려는데 악마가 나타나 민폐를 끼치기 시작한다. 놀란 주인공은 '으아아아악~!!!"하고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악마도 믿을 수 없는데 내 영혼을 가져간 악마라니! 이게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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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에 대한 한역을 악마로 해놓긴 했는데 이 드라마 속 데빌은 한국의 저승사자, 그리고 외국의 사신을 더 닮은 편이다. 지옥을 관리하는 보스(Boss)로 지옥에서 탈출한 영혼을 수거하고 심사도 제법 사납게 구는 이 양복입은 노인네는 종종 God의 이름을 들먹이며 주인공의 일을 훈계하기도 한다. '네 부모를 속이지 말라'던지 '약속을 지켜야한다'같은 원칙적인 말들이 악마의 입에서 나오면 과연, 저 악마는 누구의 하수인인가 싶어질 정도. 속세에 대한 관심도 많아 치킨스테이크와 우유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먹는가 하면 꽃을 따오거나 주인공이 마음에 둔 여자를 예쁘다고 치켜세워줄 줄도 안다. 상으로 주인공이 마음에 둔 여자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줄 때도 있다.

'좋은 악마'라는 어색한 표현이 적당히 어울릴 정도로 주인공에게 특별히 악랄한(!) 일을 한다고도 할 수 없는 존재. 주인공은 지옥의 영혼을 수거하기로 악마와 계약을 한 거고 그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처리해야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기본은 악마라는 컨셉 그대로 달려오는 차에게 카트를 들이밀고 계약을 지키지 않은 영혼은 사정없이 처단해버리고 그냥 지옥으로 데려가달라는 주인공을 네 엄마를 데려가버리겠다며 협박하는게 이 악마가 하는 일. 일은 완벽하게 실수하게 처리하지 말라며 무시무시한, 지옥에서 빠져나온 영혼들 앞에 툭하고 주인공을 던져놓는 일도 많다. 도무지 피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이 노련한 악마는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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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인공은 자신을 편애하는 부모에 대한 반발로 대충대충 인생을 살아온 걸로 표현되는데 어떤 마트의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친구 쇽과 벤은 악마의 요청대로 영혼을 수거하는 일을 종종 도와준다. 이 두 친구의 코믹함이 리퍼를 코믹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주요 에피소드가 되곤 한다. 마트의 물건을 털어 영혼을 수거하러 가는 장비를 마련하기도 하고, 마트 안에서 셋이 쭈그리고 앉아 뭔가 의논하기도 하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된다. 흔한 여러 로맨스 드라마들처럼 주인공이 좋아하는 연인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친구들이 무서운 일을 도와주는 것까진 좋은데 이 코믹한 분들이 도움이 될까 되지 않을까? 차라리 수거한 영혼을 받아가는 글래디스 쪽이 도움이 되는 것 아닐까?

최근 미드는 전통이나 전설 등에 근거한 꼼꼼한 설정의 복잡한 드라마 보단 간단한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차용한 코믹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여행의 원리도 악마의 이름도, 악마가 하는 일도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다. 악마가 저승사자를 관리한다고 굳이 따질 거 없는게 미드의 경향인 듯 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어도 그 영혼을 지옥으로 수거해가지 않고 지상에 살게 하며 굴린다는 설정도 재미있다는 이야기. 우리 악마는 어떻게 주인공을 괴롭히고 주인공은 어떤 멍청한 행동으로 그 괴롭힘에서 벗어날까? 아니면 용기있는 영웅이 될까? 1시즌은 18에피소드로 종료하지만 2시즌 연장되어 2008년 가을에도 돌아올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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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s - 메시지를 보내는 미지의 존재는 신?

DRAMA 2008. 5. 10. 01:26


2003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가 어쩌다 화제가 됐는지 이야기하자면 또다른 인기드라마 'Jericho'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Mracles의 전 13 에피소드에 출연한 두 명이 제리코의 주연급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제리코의 주연 스킷 울리치(Skeet Ulrich, 이 사람 혹시 SF나 공포 영화 단골일까)가 이 드라마의 주연이고, 또다른 제리코 출연진인 알리시아 코폴라(Alicia Coppola) 역시 이 드라마에 한 에피소드 출연했다. 그러나 약간은 오래된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보면, 그런 사소한 정보 보단 아무래도 미라클이란 단어와 미스터리가 더 궁금하기 마련이다. 초능력이나 신비로운 체험들이 약간은 오싹하게 잔상이 남기 때문이다. 종종 슈퍼내츄럴(Supernatural, 2005)이란 드라마와 유사한 느낌이란 평도 받는다.



최근에 또 이 드라마 붐이 일어난 이유는 자막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취미 삼아 미국 드라마 자막을 만들어주는 '익명'의 어떤 분께서 얼마전 자막을 배포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이 미드를 고르는 경우는 있어도 시청자가 미드를 고를 수는 없기에 '자막'이 만들어지는 미드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스타일이 좋은 배우, 스캇 울리치의 과거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평소에 농담삼아 입에 담는 세계의 기적들이 드라마로 보여진다는 아이디어도 꽤 괜찮았다. Pilot은 좀 더 기괴한 컨셉으로 제작되어 교황청의 명령으로 기적을 찾아다니는 수련 사제, 폴 캘런(Paul Callan)이 '기적'을 찾아다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수십년된 수녀의 묘를 파헤쳤는데 시체가 전혀 썩지 않았다니 이게 기적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 특이한 주인공 폴은 그렇지만, 시체가 썩지 않는 정도로는 기적이 될 수 없노라 단언하고 놀란 사람들 사이를 떠나 버린다. 과학의 힘으로 설명되는 걸 두고 소란을 피우는게 인간이란 그런 뉘앙스를 전달하는 드라마 첫장면. 그리고 그런 현상들을 두고 믿음을 의심하고 자신이 하는 일까지 의심하는 주인공 남자 폴 캘런이 어쩐지 과거에 자주 본 공포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생각나기도 한다. '미스터리'에 대한 '미스터리한' 설정은 식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 그렇지만 이런 뻔한 설정이라도 '신비로운' 이야기에는 눈을 떼지 못하는게 내 성격인가 보다. 주인공이 '키엘(Alva Keel, 이름이 알바다)'이란 남자에게 꼬드김을 당하는 장면에서부턴 'God is Now Here'와 'God is Nowhere' 사이에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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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끔찍하게도 보이던 첫 에피소드(Pilot)의 한장면. 썩지 않는 시체를 보고 폴 캘런은 살구나무의 당분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수녀와 기적을 연관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기적을 기다리고 있을까.


기적이란 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교황청이 기적을 찾아다닌단 설정은 사실 여부를 둘째치고 드라마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신과 Miracle 그리고 인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아닐까. 그러나 기적을 찾기에 지친 주인공은 진짜 기적을 경험한 건 치유능력을 가진 소년 토미(Tommy Ferguson)를 만나면서부터 자신의 종교를 의심하게 된다. 그 기적을 조사하라고 했던 바티칸은 폴의 보고서에 아무 관심이 없었고, 자신을 조사하러 보낸 신부 파피는 그런 전화를 걸었던 적 없다고 말한다. 토미의 목숨을 댓가로 자신이 살아났거늘 세상은 그 기적에 대해 무심하다. 가장 중요한 건 토미가 기적을 행하던 순간 나타난 문장, 'God is Now Here'

토미가 자신의 목숨을 잃어가며 일으킨 기적 자체도 놀랍지만 수련 사제인 폴 캘런에게 God 이란 단어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이런 핏물이 글자를 이루는 현상을 본 건 폴 혼자가 아니란 점이다. 폴을 찾아온 영국 억양의 알바 키엘은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God is Nowhere'란 글자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은 'Sodalitas Quaerito'라는 곳에서 세계의 신비로운 현상들을 찾아다닌다고 이야기한다. 수련 사제로서 신을 좇을 것인가, 자신이 겪은 기적을 인정하는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인가. 뭔가 폴에게 비밀을 감추고 있는 키엘은 왜 하필 그 많은 체험자들 중에 폴을 골라 함께 일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폴의 얼굴을 알아보고 쫓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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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 에피소드는 아까도 적었듯 초반부가 많이 거칠다. 그리고 드라마의 전체 컨셉도 다듬어지지 않은 까닭인지 어설픈 로맨스라던지 충격적인 장면을 넣으려 애쓴 듯 하다. 꿈을 꾸며 메시지를 전하는, 피로 가득한 장면에 섬찟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주인공 폴 캘런의 비밀은 Pilot에서는 '콘스탄틴'의 주인공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두번째 에피소드부터는 이런 완벽한 이분법(신이 있으면 악마가 있는 법) 대신 사람들이 간혹 겪을 수 있는 미스터리한 현상들을 이야기한다. 각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 조연 출연진이 제법 다양해 이번엔 어떤 신비한 현상이 펼쳐질 것인가 궁금해진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예쁘장한 아가씨와 미스터리에 정통한 남자 알바, 모종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 폴이 한 셋트로 움직인다. 폴이 설레는 장면이 많긴 하지만 본격적인 로맨스는 없다.

신이 여기에 있든 신이 어디에도 없든, 메시지는 분명했고 그 메시지를 보내는 존재가 누구냐, 그것이 주인공의 주된 관심사가 된다. 만약 내가 '부정한 존재'의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 에피소드에서 폴은 극도의 긴장감과 건조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스캇 울리치의 표정이 별 변화가 없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장면은 음악은 과격하지만, 액션은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The Bone Scatterer'에서 등장한 린킨파크의 격렬한 음악, 'One Step Closer'라던지, 'Hand of God' 에피소드에서 흘러나오는 마릴린 맨슨의 과격한 음악, 'Apple of Sodom' 등은 메시지를 전달받는 자, 신과 악마 사이를 오가는 존재, 폴 캘런의 이중적인 느낌을 살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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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은 많다. 유령, 폴터가이스트, 갑작스런 죽음, 예언, 빙의, 환생, 그리고 인간들 자신이 믿음으로 만드는 기적들까지. 그 현상들을 다루는 에피소드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즐길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앤블린이나 헨리 8세의 유령을 다뤄줬으면 싶을 지경이었는데 아쉽게도 드라마는 종료됐다. 폴 캘런의 비밀도 이야기해주지 않은 채 말이다. 죽음을 부르는 소녀라던지 예언하는 존재들, 남북전쟁 시기에 죽은 사람들, 혼자서 한밤에 시청하기엔 다소 오싹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단점은 그 미스터리를 확실히 풀어주지 않고 13에피소드로 끝내버렸단 점이다. 미국 'ABC방송국이 방송편성표 배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시청율이 낮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 드라마는 미국에선 6 에피소드 이상 방송되지 않고 캔슬되어 버렸다고 한다. 캐나다에선 13에피소드가 모두 방송됐고, DVD 출시를 기다린 팬들이 아주 많았다나. 화제작이었고 나름 성공적으로 꾸며갔지만 뭔가 상황이 좋지 않은 운없는 드라마란 이야기. 이 작가는 '버피 더 뱀파이어'로 잘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시청해본 사람은 Pilot의 분위기와 2편의 분위기가 제법 다르다는 걸 알아보게 될텐데, Pilot이 본 시리즈로 제작될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 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간신히 잡은 제작운을 놓친 드라마라니 살짝 불쌍하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gothykreddz_miracles.trip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