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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appening - 이 영화엔 반전이 없다
( 스포일러 포함합니다 )
아인슈타인은 '벌들이 사라지면 4년 내에 인간도 사라진다'는 극단적인 경고를 한 적 있다고 한다. 꿀벌은 지구의 모든 생명, 식물의 생식을 많은 부분 책임진 존재이고 그 꿀벌이 살지 못하고 번식하지 않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방영된 영국 드라마, 'Doctor Who(2005)'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지구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벌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닥터후의 설정에서는 꿀벌들 중 일부는 외계의 존재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지구의 위기를 깨닫고 우주로 떠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쪽이든 꿀벌은 자연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런 류의 현상은 인간의 공포를 많은 부분 자극하고 있다. 꿀벌 실종 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관찰되고 있고 각 방송국(특히 KBS 방송국)은 이 주제를 집중 취재한 일도 있다. 이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메시지라는 게 위대한 과학자의 예언이었던 만큼 많은 영화나 오락거리의 소재로 이용되었다.
뉴욕에서 일어난 괴현상을 피해 엘리어트 무어와 그의 딸, 그리고 친구 줄리앙은 피난을 떠나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영화 'The Happening'의 내용이다.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뉴욕 전역에서 이유 모를 집단 자살이 시작되고 높은 공사장의 사람들은 마치 사람의 비가 내리듯 아래로 뛰어내린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주인공 엘리어트 무어(Mark Wahlberg)는 그 시간에 꿀벌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괴현상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벌이 실종되는 원인을 조사하는 학문 탐구의 시간은 잠시, 뉴욕의 괴현상으로 인해 부근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려지게 된다.
알 수 없는 공포를 피해 위험이 적은 곳으로 향하는 부부.
샤말란 감독의 전작이 '반전'을 노리는 영화들이란 평을 듣곤 하지만 'The Happening'의 내용을 반전시리즈(?)의 연장선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에서 소재로 잡은 두려움, 그 공포의 원인이 되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 그렇게 큰 공포를 느끼는 대상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는 대상이기 때문이다(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빠르게 삶을 포기해버리는 것일까). 반전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란 생각이 들 뿐이다.
주변의 모든것으로부터 공포를 느껴야하는 주인공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시선을 끄는 장면은 잔잔하게 평원을 가로지르는 바람도 아니고 뉴욕 센트럴파크의 가로수들도 아니다. 혹은 집단으로 자살해버리는 광기도 아니다. 거의 남과 마찬가지인 한 부부와 친구의 딸이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며 느끼는, 고립되는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믿게 되는 그 과정에 훨씬 더 눈길이 간다. 주인공의 친구 줄리앙(John Leguizamo)이 딸을 맡기는 순간의 비장함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뉴키즈온더블럭' 도니 윌버그와 형제 간으로 알려진 마크 윌버그. 그의 영화들은 최근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2007년 Fox 채널에서 방영된 '틴맨(Tin Man, 2007)'에서 DG 역을 맡았던 조이 데이셔널(Zooey Deschanel)의 커다란 눈과 인조 식물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아내와 친구의 딸을 걱정하는 마크 윌버그(Mark Wahlberg)의 침착한 눈빛이 이 영화의 중심이 아닐까 싶다. 반전을 바라는 건 팬들의 기대였을 뿐, 제작자는 인간의 사랑이 재앙을 이긴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 The Happening(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