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中錄(한중록) - 사람 속이 미련없이 갈라지면 아무 시름이 없겠소

BOOK 2008. 5. 16. 11:23


무릇 이 시대에 사라져야 마땅한 '국모(國母)'라는 호칭이 당연히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1910년 8월까지 존속했다는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의 임금과 황제는 한반도 땅의 아버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아내를 사람들은 국모라 불렀다. 왕후와 왕제의 자질은 어진 백성과 임금을 섬기는 신하의 자질과는 다른 그릇을 타고나는 것이라 했다. 사람들은 유난히 그들 앞에 깍듯했고 왕후 역시 그들을 대함에 모든 시름을 숨기고 의젓함을 잃지 않았다. '왕과 왕후의 자리는 하늘이 내린 것'이란 속설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가 보다.

비록 왕후 자리에 추존되었으되 살아서는 '중궁전(中宮殿)'이라 불려본 적 없는 왕의 어미에게도 같은 자질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 한중록(恨中錄)을 쓰며 한가한 듯, 험난한 세월을 상기하던 헌경왕후(獻敬王后)는 어찌 보면 왕후 보다 한 계단 더 높은 자질을 깎아야했을 지 모른다. 왕의 며느리이자 왕의 어미이며 왕의 할머니였으나 시아버지도 아들도 손자도 핏줄의 위계에 따라 자신을 대접하지 못했던 그 세월, 그 깎고 깎아야할 자연스러운 혈육의 욕심을 어찌 가볍게 넘길 수 있었으랴. 친며느리가 효부로 칭송받는 효의왕후(孝懿王后)라 한들 대비 자리에 오르지 못한 자신은 궁중 의례가 있을 때마다 내명부 빈의 지위로 며느리에 사배하는 처지가 아니었던가. 열살어린 호랑이 시어미 정순왕후(貞純王后)와의 갈등은 어찌 넘기었을까. 물욕은 차치하더라도 어미 대접은 받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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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사람들이, 한중록은 혜경궁이 홍씨 집안의 변명을 위해 씌여진 글이라 잘라 이야기하곤 하지만 사람 속이 그리 모질게 한 마음으로 흔들림이 없으면 무슨 근심이 있으랴. 왕후 자리에 타고난 인물이든 내 집안의 흥망을 위해 진심을 다한 인물이든 그는 천갈래 만갈래 갈라진, 열길 물속 보다 알 수 없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의 생각이 오로지 홍씨 집안의 변을 위해 분주한 듯 보인 건 그 집안 최고 윗자리가 된, 헤경궁이 아니면 멸족을 면치 못할, 번듯하지 않은 혈연들 탓이리라. 사람 속이 그리 정확히 갈라지면, 아들은 어이 살렸으며 죽은 남편은 어찌 그리워하리오. 감히 짚을 수 없는 그의 마음을 헤아려 그려보리다. 그리하여 쓰는 늦은 봄 한중만록(閑中漫錄 - 한가로이 붓가는대로 쓴 글)이라.


마노라는 풍산홍씨 홍봉한의 딸이다

여섯 권 한중록 중 첫권은 환갑을 맞은 혜경궁이 임금 자리에 오른 정조를 두고 조카 홍수영의 부탁을 받아들여 썼다 한다. 아비가 죽고 숙부가 운명을 달리하였으나 한가롭게, 환갑을 맞아 정조의 효심을 누리며 자신의 어린시절과 젊은 시절을 기록한 그는 그 시절엔 쉽게 그 한과 애닮음은 적지 못하고 입궁할 때 있었던 이야기와 집안의 내력을 세세히 적었다. 비록 홍봉한이 죽었다 한들 왕이 된 아들을 둔 뿌듯한 마음으로 경모궁의 죽음을 차마 어찌 적을 것이냐. 더해 영조와 두 성모의 은혜를 어찌 다 옮길 수 있으랴. 그러나 세상에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인품을 가진 자가 어디에 또 있으랴. 홍씨 집안의 한 딸로 궁의 은혜를 입어 집안의 모든 사람에게 마노라로 불린 혜경궁은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도 남을 어른이었다.

한 집안 족보에도 쉬이 올라가지 못할 여자아이로 태어나 집안의 사당에 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감히 얻기 어렵다. 임금의 허락을 받아 사당에 하례하고 초례를 치뤄 궁중의 비빈이 된 그는 그때부터 사소한 일상을 아버지와 의논하며 궁중의 일을 낱낱이 고하게 된다. 한중만록의 첫장은 아녀자의 편지가 궁안을 나도는 것을 두려워하여 마노라의 편지를 모두 모아 물로 씻어버렸노라 말하는 홍봉한의 당부가 적혀 있다. 궁궐 내 한 궁의 주인이 되었으니 마땅히 많은 윗전을 섬기고 노련한 아랫상궁들을 부려야 할  터이지만 10세의 어린 아이가 능히 그들을 다룰 수 없음에 부모가 항상 타이르고 임금은 그 가족들을 입궁시켜 허전한 그의 마음을 가시게 해주었다. 시집을 나라로 왔으되 어찌 그의 부모가, 그의 집안이 세상에 가장 귀한 사람들이 아닐 수 있었으랴. 노론이 무엇이며 임금의 은혜가 무엇이냐. 궁의 변고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거두는 부모와 형제와 숙부, 계부 만한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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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때 궁에 입궐하여 81세의 노구로 궁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70여년의 인생을 궁에서 울고 웃었던 혜경궁은 철부지 어린 시절을 어린아이로 살기 보다 집안의 기둥으로 궁안의 세 명의 윗전을 모신 며느리로 사랑받던 옹주들과는 다른 궁중의 삶을 살았다. 할머니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 집안 어른들이 문안온 일들, 경모궁의 됨됨이와 인원왕후 정성왕후, 그리고 선희궁에게 사랑받고 도움받던 일들을 적으며 그의 육십평생을 적으니 마노라가 첫권의 한중록을 적을 때는 자식이 성하고 주변이 환하니 굳이 책의 제목을 한(恨)'이라 짓고 싶지는 않았음이라. 첫번째 한중록의 권이 진정 한가로운 글이다. 자신을 감싸던 집안이 그리우나 그들이 모두 가고 없고 자식은 죽어 어린 시어미 정순왕후가 승하고 친며느리가 윗전이 되니 풍산홍씨 집안의 딸에게, 한(閑)이 한(恨)이 되었으리라.


혜빈은 경모궁의 조강지처이다

열 살에 아내가 되어 세손을 둘 낳고 군주를 둘 낳은 혜빈은 1744년 세자빈이 되고 1762년에 남편을 잃었다. 사후에 사도세자, 장조의 시호를 받은 경모궁과는 16년 동안을 부부로 지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지아비의 죽음을 간신히 한중록 한권에 적었으나 정조가 오래 나이먹도록 '그 일'을 차마 떳떳이 말할 수 없었다 전한다. 혜빈의 시아비와 시어미, 그리고 시누이들과 지아비는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 후손들이 함부로 그 극악한 하루를 말하지 못하나. 어이 하여 경모궁의 아들은 노론과 그 외가의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가. 부군의 죽음을 보고도 자식을 생각하여 촌철로 명을 끊지 못한, 눈물많은 혜경궁은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자애로운 시아비 영조에게도 누를 끼치지 않고 귀한 아들 정조의 이름을 해치지 않으며 남편 경모궁의 험하고 짧은 인생사를 적을 방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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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인원왕후, 정성황후, 정순왕후, 선희궁과 만만치 않은 여러 시누이, 옹주들을 봉양하고 보살피며 궁중의 일원이었던 그가 윗전들의 특별한 미움을 받은 일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경모궁과의 살뜰함을 소중히하기 보다  궁중의 험난한 삶을 행여 이겨내지 못할까 염려하는 삶을 살았으리라. 그의 정치적인 삶은 화완을 정처라 부르며 원망하나 그를 제외한 나머지 시가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허나 혜빈은 두가지 점을 들어 영조를 원망하였다. 영조는 경모궁이 태어난 지 백일 만에, 그 어린 아기를 직접 거두지 않고 왕세자로 책봉한 후 저승전에 들였다. 법도를 갖추는 것은 좋았으나 어미의 정을 모르는 어린 아기에겐 가혹한 처사였다.

또한 경모궁이 거처로 정한 저승전은 원통하게 죽은 경종의 비 선의왕후 어씨가 죽은 곳이자 숙종대의 장희빈이 죽은 취선당과도 가까운 곳으로 어대비의 내인들이 전각을 지키고 있었다. 영조와 그의 후손들을 가벼이 여기는 그 나인들에게 경모궁을 맡긴 일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아닐 수 없음이라. 대조는 어찌 경모궁의 심약함을 전혀 살피지 않았으며 저승전의 상궁은 무슨 심사로 왕세자가 어지러운 것들을 가까이 두게 하였나. 혜빈에겐 그 모든 것이 운이 맞지 않음이고 가혹한 명이니 사악한 사람들이 어질고 덕있는 사람들의 눈을 흐리며 경모궁의 병이 모년사를 더 힘들게 하였음이라. 타고나게 덕이 있고 침착하던 경모궁에 대한 글을 적고 지아비에 대한 몇줄의 원망도 적었으나 사무치는 그리움은 적지 않으니. 알 수 없다, 궁에 살던 사람의 냉정한 법도인가 부덕한 지어미의 정이 모자람인가.


그러나, 혜경궁은 아들을 죽은 자의 양자로 보낸 어미이다

어린 순조를 두고 피 섞이지 않은 증조 할머니, 정순왕후는 수렴청정을 하고 이미 세력을 잃은 풍산홍씨의 가문이 점점 쇄락해감을 보며 순조의 친할머니 혜경궁은 모년사의 일을 정확히 적어보기로 한다. '그날'의 일을 간악한 무리들이 함부로 말하고자 하나 영조의 명으로 옳다 그르다를 언급할 수 없게 되었으니 딱히 밝힐 방법이 없었음이라. 정조의 이름에 누가 될 기록들도 정정하고 홍씨 집안에 씌운 누명도 벗어보리라 한중록을 보태어 적는다. 그러나 경모궁이 죽고 영조와 선희궁에게 스스로 어린 아들을 들여보낸 혜경궁은 이미 정조의 어미가 아니었음이라. 진종 효장세자의 아들로 영조의 뒤를 잇게 되니 사도세자의 후손으로 혈통을 의심받는 것 보단 나으리라. 왕의 자리에 올라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를 바라보는 정조에게 헤경궁의 처지가 참담해지는 것이 애닮은 일 아니었을꼬.

이 모자의 슬픈 세월을 권력을 두고 벌인 승리라 할 것인가 아득한 먼 옛날의 슬픈 사연이라 할 것인가. 유달리 아들을 아꼈던 혜경궁은 한과 억울함을 고변하되 친정의 핏줄을 다독임도 잊지 않으며 영조와 경모궁의 위신을 챙기는 예의도 잊지 않는 섬세함을 보였다. 영조를 깎아내림도 사도세자를 낮춰 이름도 아들의 앞길에 누가 됨을 제대로 알고 있었음이라. 그와 함께 혜경궁은 친정집의 명예가 곧 자신과 정조의 위엄이 된다는 사실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역사의 진실이 살아남은 자의 것이라 하고 친 아비에 대한 승정원 일기를 스스로 삭제한 정조라 하지만 사람들의 구구한 말과 혜경궁의 변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누가 알 수 있으랴. 이를 두고 손가락질하여 집안과 권력 만을 위해 살았던 냉정한 여인이라고 낮춰 말할 수 있으랴.

"죽은 자는 지아비요, 아버지요, 아들이요, 그리고 핏줄을 나눈 사람들이라. 그 어느 한곳에 남은 잔정이 없으며 미련이 없을까. 앞세운 사람에게 아무 미안함이 없도록 사람 속이 미련없이 딱 하나로 갈라지면 얼마나 좋겠소. 함함한 봄꽃을 바라보며 모진 세월을 마감한 그가 죽어간 그들을 그리워하며 조금은 덜 괴롭지 않았길 바라오. 오늘 이곳에, 지아비 죽고, 부모 죽고, 친아들이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한폭 그림같은 사람을 적고 가오."



한중록(내 붓을 들어 한의 세월을 적는다)(오래된 책방04) 상세보기
혜경궁 홍씨 지음 | 서해문집 펴냄
내 간장은 마디마디 끊어지고 눈앞이 캄캄하니 가슴을 두드린들 어찌하겠는가. "궤에 들어가라!" 하신들 들어가시지 말 것이지, 어찌 들어가셨는가.





아마츠키(あまつき) - 2008년 초반 신작 중 가장 화려한 출연진

ANIMATION 2008. 4. 25. 23:55



아마츠키 오프닝은 주인공이 이 세계로 떨어진 초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다
오프닝곡의 제목은 'Casting DIce' 칸노 유우키의 노래다

애니메이션은 동화(動話)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이야기들이다. 동화(童話, fairy tale)로 감동(感動, affect)을 주기도 하고 사람들을 동화(同化, assimilation)시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의 장점, 그 시청의 포인트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이 동화의 포인트를 무엇으로 잡느냐이다. 거침없는 스토리텔링, 시선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영상, 원작의 매력, 배경음악 등. 그 중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의 보이지 않는 연기자, 성우진이다. 실사가 아닌 그림과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성우진을 배치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2008년 4월 동시 등장한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작 중에선 '아마츠키(あまつき)'의 성우진이 가장 화려하지 않을까 한다. 주연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한번쯤 다른 작품에서 들어본 목소리들, 탁월한 최고의 성우진들이 자리를 잡았다. 과연, 이 조합이라면 한번쯤 시청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싶은 그런 사람들. 국내에서도 아마츠키에 출연한 성우의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재일교포 성우로 유명한 박로미(朴路美)님이 주연진 중 한명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 가득 풍기고 있는 일본색과 거친 화면은 약간은 시청을 꺼리게 되는 요소다(개인 취향 문제). 현실과는 다른 이 세계의 이야기이기 하지만 그 이세계의 설정은 일단 에도막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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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주인공 소년 리쿠고 토키도키은 역사과목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차세대 박물관에서 보충수업을 갖게 된다. 특수고글을 쓰고 에도시대의 환경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출석일수 부족으로 이 곳에 참여한 시노노메 콘을 만나게 된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토키는 콘에게 여러 지식을 얻게 되지만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콘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토키 역시 무시무시한 괴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이상한 작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목숨을 위협받던 토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만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어버린다.

깨어나 보니 자신의 한 쪽 시력은 사라져 버렸고, 그곳은 한번도 본적없는 시대가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놀랍게도 잠깐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한 노란 머리였던 콘이 검고 긴 머리를 한 채 앉아 있다. 사무라이 복장의 콘은, 자신이 이미 2년 전에 여기 도착했다며 토키를 환영하는데 콘과 토키는 그 세계의 요괴를 볼 수 있고 각각 한가지 능력을 무언가에게 뺐겻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준 쿠치하와 승려 샤몬이 그들을 돌봐주게 된다. 두 사람은 왜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거고 그 시대 속으로 떨어진걸까. 그리고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인물들도 범상치는 않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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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쿠고 토키도키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성격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에도 시대로 오고 난 이후엔 요괴를 볼 수 있는 한쪽은을 항상 가리게 되었다. 토키는 후에 이 세계는 단순히 에도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에도시대는 1600경부터 1868년까지의 시기로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가 끝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천도하여 막부를 연 시대이다. 에도는 현재의 도쿄이다. 공식적으로는 쇄국정책을 취했지만 신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하여 외국인을 가끔 볼 수 있었고, 서민들이 가장 힘을 얻었던 시기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 외래 문물의 유입으로 주인공들의 노란 머리는 그렇게까지 기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원작 만화가 존재하는 까닭에 토키가 에도시대의 '아마츠키(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이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에 소환된 까닭은 몇가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이다. 콘과 토키, 그리고 쿠치하는 아마츠키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에 해당한다. 콘의 오른팔 능력 상실, 토키의 시력 상실, 그리고 쿠치하의 비밀은 아마츠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누에'라고 불리는 기이한 괴물들과 작은 인간형의 '야코'라는 존재는 소년 토키를 공격하기도 하고 몇가지 뜻이 압축된 문장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 첫번째의 문장은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일본 고시 형태의 질문. 토키역의 성우는 후쿠야마 준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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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의 미래를 변화시킬 토키, 쿤, 쿠치하(박로미) 이 세 명의 주인공과 그들을 보호하는 요괴퇴치 전문 스님 샤몬(나카타 죠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사키 타다지로, 친구가 되어주는 헤이하치(노지마 켄지), 아마츠키의 미래의 한 축이 될 요괴 본텐(스와베 쥰이치), 그들의 미래를 예견할 긴슈(스즈무라 켄이치), 신슈와 츠루우메들. 그외 꽤 다양한 등장인물 캐릭터가 제법 매력있게 설정되어 있다. 특히 소년 목소리 전문의 박로미는 드세고 무사다운 쿠치하의 거친 일면과 소녀스러운 성격에 아주 잘 어울린다. '케로로 중사'의 기로로 하사로 유명한 나카타 죠지의 목소리도 반가울 듯. 무엇보다 반가운 성우는 엑스(X)의 모노 후마로 유명했던 스와베 쥰이치와 그 상대역이었던 시로우 카무이 목소리의 스즈무라 켄이치이다.


아마츠키 엔딩곡은 일본식 소품과 전체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나와 인상적이다.
제목은 '이름없는 길(名まえのない道)'이고 히키타 카오리의 노래

아직도 연재중인 이 원작만화가 어떻게 결말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결말 역시 예상이 불가능하지만, 간만에 설정이 분명한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결말과 관계없이 볼만한 애니가 될 것 같다. 헤이안 시대 또는 에도 시대 일본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내용, 또는 퇴마물이나 요괴의 미스터리가 제법 재미있게 다루어질 것 같다. 확실히 1편에 등장했던 요괴의 공격은 애니로서는 과격했던 까닭인지 일본 내에서도 17+의 등급이다. 원작만화의 캐릭터도 몹시 다양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미지의 등장인물들, 외모 만큼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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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눈의 쿠치하는 굉장이 긴 머리에 가슴에는 붕대를 감고있는 미스터리의 소녀이다. 시노노메 콘과 토키가 눙의 공격을 받았을 때 쿠치하가 요괴를 처치하고 그들을 구해준다. 샤몬의 신사에 함께 기거하는 이 여주인공이 목에 두르고 있는 것의 정체는 사실 머리카락이다(에도 시대 쯤에 여성의 긴 머리가 유행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 그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재털이라던지 담뱃대같은 물건도 자주 나온다). 바람같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장면은 박력있고 멋지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한국인에게 제법 인기를 끌고있는 박로미씨이고 그녀의 팬이 이 애니를 많이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재일교포의 자손으로 어머니는 한국인으로 유명한 이 성우는 한국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방영된 애니 중에선 '우에키의 법칙'의 우에키 역으로 가장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
http://amatsuki.com/web/index.html




Cashmere Mafia - 두가지를 모두 얻기 위해 마피아가 되라

DRAMA 2008. 1. 19. 20:10


남자 보다 더 강력한 전투력으로 조폭들을 점령하는 보스. 영화 '조폭 마누라'는 몇부분 악평을 듣긴 했지만 강력한 여주인공이 인상적이긴 했다. 캐시미어 마피아는 신은경처럼 실제 폭력을 행사하는 마피아가 아니라 고급옷감(캐시미어같은)으로 만든 일류 브랜드의 옷을 입고 예쁘장한 모습으로 모든 걸 얻어내는 뉴욕의 여자 마피아들이다. 예쁜 건 기본이고 일처리 방식이 강력한 것도 기본이다. (드라마 내용이외에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이나 드레스는 멋진 볼거리이다)

노력하여 많은 것을 얻어낸 여성들에게 힘든 일이 없을까? 막강한 파워,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 또 사랑하는 가족까지 있지만, 거친 파워의 상징 조폭 수장 'The Sipranos'의 주인공도 정신과 의사의 상담이 필요할 지경이었는데 유리천장을 깨고 올라간 여성들에게는 더 많은 사연들이 있겠지. 과연 어떻게 주변의 잡음을 다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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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명의 똑똑한 미인들이 마피아 역할을 하게될 사람들이다. 직장, 가정, 애인 모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녀들이 부딪히게 될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까? '원하는 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가진다' 마피아다운 강력함이라는 것이 해답.


대도시에 사는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는 많다. 캐시미어 마피아 제작자가 이전에 성공적으로 참여했던 드라마 'Sex and the City'는 말할 것도 없고 'Despereate Housewives(위기의 주부들)', 'Lipstick Jungle'들이 그 계보를 잇는다. 캐시미어 마피아의 경우는 '섹스 앤 더 시티' 제작자가 참여한 드라마이지만 '립스틱 정글' 경우엔 'Sex and the City'의 원저자인 캔디스 부쉬넬의 인기 소설이다.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삶이 윤택한 여성들의 애환과 가쉽들을 다루고 있다.


잘 알다시피 뉴욕은 특별한 도시이다. 그 도시에서 결정된 많은 것들이 전세계를 움직인다. 뉴욕에서 출판되는 패션 잡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같은 모양으로 출간될 수도 있고 세계 관광지 마다 호텔 체인을 가진 호텔 체인 운영자의 입김은 세계 호텔계를 긴장시킬 수도 있다. 유명 화장품회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주력상품을 어떤 걸로 정하는지에 따라 도시 여성들의 립스틱 색이 바뀐다. 또 어떤 회사를 흡수할 지 결정하는 M&A 상무의 판단에 따라 주식시장의 주가가 요동칠 수도 있다. 이 뉴욕시의 거물 네 사람이 캐시미어 마피아의 주인공들이다.


아이비리그의 같은 Business School을 다녔다는 네 사람은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서로 상의해서 결정하고 도움을 받는다. 뉴욕시의 주요 거물인 까닭에 서로의 영향력은 큰 도움을 주고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비록 그것이 개인의 불륜일 지라도. 그녀들 앞에서 바람을 피우다간 자기의 자리를 지킬 수 없을 걸!


함께 파티에 나타난 4명의 여주인공. 이 도발적인 배경음악은 Letoya Luckett의 'All Eyes On Me'이다. 모두 나만 바라본다는 노래제목처럼 강력하게 상류사회의 주목을 당당히 받아내는 자신만만한 여주인공들. 오늘은 줄리엣 드레이퍼가 결전을 치루는 날이다.  플래시 앞에서 전장(?)을 향해 걸어나가는 그녀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아름답다.


 

미아 메이슨 - 번스터드 미디어 발행인 (Mia Mason - Lucy Liu)

동양계 배우로서는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인 루시 루가 이번엔 드라마 여주인공역을 맡았다. 킬빌이나 앨리 맥빌에서 보여주던 이미지와는 달리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커리어우먼이다. 출판계의 거물인 미아는 거대 출판그룹인 번스터드 미디어에서 발행인 자리를 두고 약혼자와 겨루게 된다. 실패하는 쪽은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위기. 은근히 결혼하고 자신에게 져달라는 애인의 요구를 모른 척 하고 직장인으로서 당연히 최선을 다해 이겼지만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아끼지 않았던 다정한 약혼자는 패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곁을 떠나 버린다.


인정사정없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위치를 따내는 역할이지만 사적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도록 훈련시키는 지독한 상사, 속썩이는 친구 그리고 가족과 애인들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기도 한다. 성공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끔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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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드레이퍼 - 스탠튼홀 호텔&리조트 수석부사장
(Juliet Draper - Miranda Otto)

인상적인 그녀의 첫등장은 줄리엣이 수석부사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어떤 고난을 겪었을 지 짐작하게 한다. COO(수석부사장, 최고경영책임자)라는 대단한 위치에 있는 그녀를 무시하고 그녀의 부하직원을 상대로 업무를 설명하는 거래업체의 담당자는 줄리엣에게 커피를 더 달라는 요구를 한다. 22살 때부터 사귄 잘생긴 남편과 항상 다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남편은 줄리엣의 명성으로 모종의 혜택을 보고 있기도 하다. 성공한 여성, '줄리엣의 남편'으로서 같이 신문에 실린다는 것은 이로운 일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성공한 유부녀, 다정한 남편이라는 겉모습 안에는 부인이 자신 보다 더 파워풀하고 성공한 사람임을 '은근히' 견디지 못하는 남편 데이비스의 불륜이 숨겨져있고,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딸은 엄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인과 관계를 가진 남편을 자선파티 시상식장에서 협박하다 못해 복수의 한 방법으로 남편의 지인 중 한사람과 애인이 되겠다고 선언해버린다. 아름답고 강력한 그녀는 어떻게 남편를 요리할 것인가. 1967년생으로 반지의 제왕에서 '에오윈 공주' 역을 맡았던 미란다 오토의 아름다움은 유난히 자주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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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린 다우드 - 릴리패리시 마케팅부 부사장
(Caitlin Dowd -
Bonnie Somerville)

1974년생으로 등장하는 출연진 중에서는 가장 어린  보니 소머빌은 미혼에 변변한 남자 애인이 없는 케이틀린 역을 맡았다. 나머지 배우들은 1967-68년생이니 성공한 여성 역이기 보다는 방황하는 여성역할이라고 해야겠다. 화장품 회사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유행과 패션에 민감하다. 미적으로도 절대 뒤쳐지고 싶지 않아하는 네 친구들의 패션이나 스타일을 조언하는 중요한 역을 하기도 한다. 연애경험이 많아서 연애 쪽의 조언도 꽤 잘해준다.


여성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는 특별히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남자 애인들과 유난히 잘 풀리는 법이 없어서 자주 연애를 하다 보니 연애 도사가 됐다. 어느날 일 때문에 만난 여성, 알리샤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부인 오빠와도 상담을 해보지만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양성애자인지 본인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끌리는 사람에게 몰두하는 수 밖에. 성공하기 힘든 여성의 문제는 유난히 동성애자가 부딪히는 소수자 차별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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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버든  - 고햄서터 M&A 상무(Zoe - Frances O'Connor)

아직 아이들이 어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때이지만 자신 역시 직장에서 한참 많은 일을 해야할 시기이다. 건축계의 프리랜서인 멋지고 다정한 남편 에릭이 당분간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고 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자신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투자할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항상 희생해서 자신의 일을 시작하지 말아 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일이고.  집에서는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한 유모가 금방금방 그만두질 않나 새로 들어온 유모는 무개념에 자기 멋대로이고 직장에서 일하는 어린 것들, 자신의 비서는 일은 잘하지 못하면서 말이 많다. 아이들은 항상 놀아달라고 조르기 때문에 옷장 안에서 몰래 전화 통화로 업무지시를 해야할 지경.


아무도 제대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회의 중에 그만둔다는 유모의 전화를 받고 아이를 돌보면서 화상 회의를 해야하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벌어진다. 오로지 남편 만이 자신의 편이었지만 남편을 유혹하고 싶어하고 은근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조이를 비난하는 특이한 전업주부님 덕분에 그마저 여의치 않으니. 사방이 적인 조이가 어떻게 강력하게 적들을 물리칠까. 한국의 아줌마 정신이 떠오르게 만드는 바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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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그녀들을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의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아이들에게 자주 시간을 낼 수 없는 조이를 은근히 비난하며 다정하게 남편을 유혹하던 학부모 주부를 과감한 스케일의 행사와 비용을 들여 제압해 버리기도 하고 바람피운 남편, 데이비스를 협박하고 바람핀 상대 여자는 자신들이 이용하던 식당에서 쫓겨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과연 마피아스럽다. 캐시미어 마피아의 매력은 공감할 수도 있고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어느 위치'에 올라간 직장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법한 자잘한 에피소드를 잘 엮어놓는다는 것이다. 또 그 문제해결 방식이 소심하지 않고 과감하다. 말하자면 시원시원한 맛.
 
 
이미지 출처 :
 
 
 

피아노의 숲 - '카이'의 아름다운 피아노를 위하여

ANIMATION 2008. 1. 10. 22:56


원작 만화가 대히트를 기록한 'ピアノの森'인 까닭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장난기어린 그림체로 개구장이 주인공 이치노세 카이를 묘사하던 만화가,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감동적인 연주를 상상하게 만드는 환상같은 이야기. 그 흥미진진한 만화를 보며 '과연 누가 카이의 연주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달빛'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처럼.


애니메이션 속의 '카이'의 피아노 연주를 담당한 사람은, 세계적인 명연주자 Vladimir Davidovich Ashkenazy 라고 한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과연 달빛은 그림그리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려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 역시 장난기가 가득한 그림체였지만 피아노와 숲과 달빛은 완벽하게 환상적이었으니 말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소년들의 이야기인 만큼 피아노 소리가 장면 마다 빠지지 않지만, 특히 아름다웠던 두 장면에서 아슈케나지의 연주는 빛을 발하고 있다.


'ピアノの森' 트레일러. 카이와 카이의 피아노가 놓인 숲의 풍경들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애니


원작 만화는 마치 '유리가면'처럼 파격적이고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자의 자질을 타고난 이치노세 카이와 어릴 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배워온 성실한 노력파 아마미야 슈헤이의 이야기를 고르게 묘사하고 있다. 가정환경에서부터 성격에 이르기까지 모든게 대조적인 두 소년은 피아노라는 매개체를 두고 우정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 얼핏 강력한 라이벌 구도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비극을 떠올릴 법도 한 두 사람의 관계는 '자기 자신을 모두 보여주는 아름다운 연주'에 의해 극적인 구도로 변하곤 한다.


아마미아 슈헤이는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온 유명한 피아니스트 지망생. 거친 곳에 갈 때는 손을 보호하기 위해 면장갑을 낄 정도로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것을 '사명'처럼 여기고 살아왔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잠시 전학간 곳에서 피아노에는 정열적이지만 생활환경, 성격, 취미 하나 닮은 점이 없는 친구 카이를 만나게 된다. 슈헤이에게 피아노는 어려운 운명이자 목표이며 한편으론 고난이다.


반대로 카이는 향락가로 표현되는 산아래 뒷골목에서 자란 소년으로 그 향락가 술집 이층에서 접대일을 하는 젊은 엄마와 함께 산다. 거친 말투와 학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유분방한 소년. 학교에서도 마음에 안들면 싸움하는 건 예사고 엄마를 도와 일을 하는 술집에선 주사를 부리는 술마시는 건달들도 가끔 상대해줘야한다. 카이에겐 숲속에 덩그라니 놓인 피아노가 놀이이고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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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맞이하는 신비로운 피아노는 오늘 기분이 좋다. 피아노가 '카이' 만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뭘까?

극장판으로 제작된 짧은, 이번 영화는 슈헤이의 노력 보다 상대적으로 카이의 천재성을 강조한 셈인데 영어판 제목이 The perfect world of KAI 로 아예 카이가 피아노의 세계의 눈을 뜨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묘사한다. 숲속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카이의 아름다움, 그런 카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아지노 소스케의 비밀, 재능을 갖춘 카이를 부럽게 바라보는  친구 슈헤이와 타카코. 숲에서 연주하는, 아름다운 피아노를 사람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극장판 '피아노의 숲' 음악은 오프닝(Moonshine) 과 엔딩(Sleepwalker) 두 곡이고 중간 OST는 시노하라 케이스케(애니메이션 '폭풍우치는 밤에' 음악감독)라는 음악감독이 작곡한 몇곡과 클래식 음악들인데 오프닝/엔딩을 포함한 싱글앨범과 OST성격의 CD북이 따로 발매가 되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연주한 곡은 'Forest of the Piano'와 Chopin의 왈츠 6번 '강아지 왈츠'이다. 나머지 피아노 연주 역시 뒤쳐지지 않으니 따로 CD북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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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의 천재성을 목격한 슈헤이는 악보와 피아노 다루는 법을 알려주려고 하지만 카이는 슈헤이식 피아노 연주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지노가 카이를 꾀어 내기 전까지는.

주인공 카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 초등학교에 카이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카이의 상상 속에서 악보를 뺏으러 돌아다니는 가발쓴 음악가들은 모두 친구들(슈페이, 아지노, 카네이라)의 얼굴을 하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장면이라 보는 이들을 즐겁게해줄 듯하다. 그리고 원작만화의 초반부 만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지만 슈헤이의 엄마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을 원작 보다 축소시켰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자체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지만 카이가 뛰어노는 그림같은 숲, 흘러내리는 달빛, 그리고 수채화같은 풍경들은 음악같은 느낌을  잘 살리고 있고, 피아노 연주 소리와 손가락의 움직임이 일치한다는 사실도 놀랍게 보인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을 태어나고 자라게 하는 '음악'이란 건 대체 뭘까? 카이와 친구들, 그리고 그 주변사람들의 성장을 한번쯤 느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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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뺏으러 피아노 앞에 모인 음악가들. '모짜르트가 카이의 피아노 악보를 뺏으러 온다.'


출처 :
http://www.excite.co.jp/book/product/ASIN_406372509X
http://67563580.at.webry.info/200707/article_11.html
http://www.piano-movie.net/
http://www.piano-movie.jp/topmovie.html
http://www.revu.co.kr/search/item/Vladimir%20Ashkenazy


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 - 여신시리즈 팬을 위한 특별선물

ANIMATION 2008. 1. 6. 15:29




갑자기 울려서 받은 전화에서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떤 소원을 들어드릴까요라고 묻는 여신은 소원은 직접 듣겠노라 말하며 거울 속에서 나타나고 전화나 걸자고 생각하던 남자는 하얗게 질린다. 자신은 구원여신사무소의 여신이라고 소개하며 명함까지 쥐어주는 이 외국 여성은 과연 누굴까? 정말 소원을 들어주긴 하는 걸까?


1988년에 연재되어 2008년으로 연재 20주년을 맞는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의 명성을 애니 작품 역시 고스란히 잇고 있다. 158센티의 단신에 운도 나쁘고 돈도 없고 생긴 것도 잘 생겼다고 할 수 없는 공업 대학교 학생이자 오토바이 매니아인 모리사토 케이이치에게 홀연히 나타난 여신과 케이이치의 이야기는 지금은 약간 열기가 식은 감이 있지만 90년대 초반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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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발표된 OVA 버전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 초반부를 요약한 버전으로 6시간 분량으로 발표되었다. 길지 않은 내용으로 갈등이 될만한 요소도 적었지만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수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운이 없고 가난하고 별볼일 없는 케이이치. 그 케이이치를 놀리듯 나타나서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말하는 금발의 상냥한 미녀(그리고 미녀가 한명이 아니라 3명은 기본으로 주어지다니).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징을 생각해봐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소재인 것 같다. 지금처럼 '오타쿠'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가 심하지 않던 시절, 1993년 쯤에 태어난 OVA 버전의 '오! 나의 여신님'은 일본 오타쿠의 명성에 불을 붙인 애니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니. 당시 여신에 대한 팬들 사이의 심각한 토론이 자주 뉴스를 채우곤 했었다.


1993년 판 여신 OVA는 1996년경 한국에서도 불법파일로 널리 유통되기 시작했는데(정식 수입이 힘들던 시절) PC통신상에서 일본에서 릴된 저화질(1편당 50메가가 안되니 지금이랑 비교하면 엄청난 저화질) 시리즈를 가끔 볼 수 있곤 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신도 놀랍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인공들과 서정적인 사랑이야기가 그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다음 버전의 극장판 여신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때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 (1998년의 '작다는 건 편리해' 시리즈가 있지만 그건 외전격의 내용인데다 제작사가 아예 다르다) 그 이후 2005년, 2006년에 원작만화를 다시 애니로 옮긴 TV시리즈가 1, 2기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그 사이 OVA 버전 보다 업그레이드되고 꼼꼼해진 캐릭터가 출현하여 여신팬들의 눈을 더 즐겁게 해준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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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캐릭터의 변화  - 1993년, 1998년, 2000년, 2005년 각각의 캐릭터들은 조금씩 얼굴이 바뀌었고 성격이나 역할도 약간씩 변화가 주어졌다. 원작을 얼마나 반영했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신 시리즈의 모든 이야기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하기도 힘들고, 설정 하나하나를 파악하거나 외우지도 못하고 있지만(정통 팬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부담없는 내용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여신 이야기는 꽤나 매력있는 애니 아이템이다. 애니의 기본 특성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니 몽환적이고 꿈같은 이야기를 옮기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여신님 이야기를 실사 화면으로 옮긴다면 당연히 이만한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이다.


유드그라실을 지키는 세 여신,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의 이야기는 원래 북유럽의 전설 속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운명을 잣는 그 여신의 이야기를 변형해서 이 세 여신을 신(하느님이라고 표기하지만 신이 맞는 듯하다)의 딸들로 설정하고 그 세 여신 이외에도 수많은 여신들이 유드그라실을 운영하며 구원여신사무소의 업무를 돌보고 있다. 어떤 여신은 악마와 싸우는 전문 여신으로 왈큐레(발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얼핏 여신 만큼 완벽한 한 여성에게 사랑받는 운없고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였던 이 이야기는 갑자기 여복이 넘치는 그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되고 또 액션 판타지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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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극장판에서 표현된 유드그라실. 1993년판 OVA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던 유드그라실은 2000년 극장판 애니에서 선보이기 시작해 2005년과 2006년에는 아예 유드그라실 이야기가 미스터리의 중심이 된다.

1993년판은 짧은 분량으로 여신 원작 만화의 초반부 만을 애니로 옮긴 까닭에 갈등이 비교적 단순했다. 아름답고 지적인 여신을 뺏어가고자 하는 주변의 남자들과 여신을 질투하는 케이이치의 여자친구, 또 대학교에서 여신이 케이이치의 여자친구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와 여신과 케이이치 사이의 이별, 그리고 여신의 언니와 동생이 등장하는 장면등이 묘사됐지만 '과연 케이이치와 베르단디는 헤어져야하나' 이 정도가 갈등의 전부였다.


2000년의 극장판은 원작만화의 설정을 다수 설정하여 아예 여신들은 '천사(날개)'를 보여준다. 베르단디와 베르단디의 천사 홀리벨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2005년, 2006년 발표된 '각자의 날개'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2007년판 '싸우는 날개'는 그 여신들의 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다. '오! 나의 여신님' 시리즈 에피소드를 채워줄 등장인물들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는 것. 악마와 여신들의 캐릭터도 늘어나고 울드는 날개 색이 반쪽은 검은 비밀, 즉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카미 사마는 여전히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극장판에서는 카미와 대등할 정도로 놀라운 힘을 보여준 세레스틴이 나타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원래 원작만화를 가장 먼저 접했지만 아름다운 소녀로 출연하는 베르단디가 지나치게 섹시한 글래머였고 노골적인 유머들이 가미된 기분이 들어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 애니에선 상당히 완화된 느낌이지만 자동차부의 싱글(?) 선배들은 케이이치의 연애를 꽤나 노골적으로 부러워한다. 지금은 미소녀 캐릭터를 당연히 등장시키는 분야가 따로 있을 지경이지만 당시엔 약간은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기도 했었다. 왕자님이 나타나는 순정만화 이야기가 뻔한 이야기로 취급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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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만화 속 베르단디 그리고 얼마전에 발간된 '오! 나의 여신님' 35권. 후지시마 코스케는 여신님을 20년 동안 발간한 것 이외에도 '체포하겠어'의 원작을 그리기도 했다. 작가 역시 실제 자동차 매니아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이 몽환적인 화면과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로 그런 분위기를 말끔히 사라지게 만든 것은 꽤나 놀라운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기타 등장 인물 이외에 2007년에 발표된 '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는 기존의 3명의 여신 이외에 두 명의 여신이 더 등장한다. 원작만화, TV 시리즈 1, 2기를 시청한 사람들은 잘 아는 캐릭터인 페이오스와 린드가 이번 에피소드 등장인물이다. 섹시한 여신, 페이오스 그리고 신의 세계에 등장한 악마를 처치하는 여전사 린드 역시 세 명의 여신과는 다른 느낌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특히 완벽한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왈큐레의 여신 1급신인 린드는 기존에 유드그라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등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TV판 2기 시리즈에서는 케이이치의 목숨을 노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여신이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인정사정  가리지 않는 여전사. 원작 만화에서 그 린드를 위한 2권의 외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20주년 기념으로 만든 특별 무비에서 린드가 주인공으로 여신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정적이고 순정적인 OVA 여신들과는 달리 액션을 가미한 판타지의 성격을 제법 잘 보여주고 있다.


여신 린드의 외날개, 그 날개의 비밀을 보여주는 까닭에 여신들의 날개, 천사가 아름답게 등장하곤 하는데 OVA 팬에게는 익숙치 않은 여신의 날개들이 아름답게 화면을 수놓는다. 여신들의 숨겨진 능력인 천사들은 몽환적이지 만은 않다. 그리고 정말 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귀여운 악마 마라와  힐드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겠지만, 역시 약간은 화제가 된 장면은 베르단디의 악마 패션이다. 순수하고 아름답기만할 것 같은 1급 여신 베르단디의 사악, 섹시 컨셉 역시 볼만한 특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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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신들은 날개를 가진다. 그 날개는 천사의 모습을 띄고 있다. 스쿨드는 아직 어려서 천사를 꺼낼 수 없지만(씨앗) 베르단디, 페이오스, 울드는 날개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OVA시리즈는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중점을 맞춘 편이라 지금 보아도 상당히 감동적이지만 최근 만들어진 애니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프레임수가 적다는 평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2005년 판이나 2006년판은 TV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편집되어 긴장감이나 갈등이 조금 빈약하지 않느냐는 평도 듣지만 순정만화 구도를 취하는 TV 시리즈에는 무난하다. 여신시리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팬에게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짧은 극장판을 추천하는 것이 좋겠다. 극장판에는 '사이드카'라는 특별한 형태의 바이크도 등장하는데 베르단디와 케이이치의 주행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신시리즈 팬들은 2007년 마지막을 수놓은 왈큐레의 여전사 린드를 보면서 다른 시리즈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2008년에 TV 3기가 과연 방송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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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오! 나의 여신님:싸우는 날개'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외날개를 가진, 왈큐레의 여신 린드. 냉정하고 완벽한 전투를 추구하지만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 않기로 유명한 여신이라고 한다. 그녀와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 페이오스, 케이이치가 이번 특별 무비의 주인공.




이미지 출처 :
http://www.animate.tv/pv/detail.php?id=p061214b
http://anicomic.blog55.fc2.com/blog-entry-57.html
http://anime.sovserv.ru/blog/index.php?s=%D0%B3%D0%BE%D0%B4%D0%B0
http://www.ebookjapan.jp/shop/title.asp?titleid=7766
http://anime-horizon.blogspot.com/2006/09/sentiment-on-ah-my-goddess.html
http://cinematicroom.com/asin/B000BN9AK2/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しあわせソウのオコジョさん)

ANIMATION 2007. 12. 26. 15:11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는 동물과 사람이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사람들은 함께 사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부르고 동물들은 같이 사는 사람을 '건방진 내 부하'라고 부른다.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이 '인간들을 정복해 나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과 연 우리가 거둬준다고 생각하고 함께 사는 동물들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흐뭇하게 웃고 싶을 땐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작화가 늘어난 요즘 애니들 보다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을 그리는 이 애니를 추천한다. 절대 흥미진진하거나 긴박감이 도는 애니도 아니고 체력이 달릴 정도로 부담스럽게 보는 애니도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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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짖는 소리를 듣고 말을 알아듣는 기계가 시판된 적 있다. 주로 아프다던지 불안하다  배고프다같은 개짖는 소리를 미리 입력한 뒤 그 소리를 기준으로 분석해서 지의 말을 알아듣게 하는 특이한 기계였다고 알고 있다. 애완동물과 의사소통이 하고 싶은 사람은 의외로 많은 것 같지만, 알다시피 같이 살아본 동거인이 경험으로 쌓은 느낌이 아닌 이상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그냥 귀엽게만 보일 뿐).

'흰사자 레오' 같은 애니는 레오가 영리해서 인간의 말을 흉내내고 인간과 동물이 대화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레오는 인간에게 적대적이고 싶지 않아하는, 원수에게 관대한 사자였다), 가끔 화제가 되곤 하는 인간이 말하는 음성을 내는 고양이 영상들을 보면서 동물과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 보는 동거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실제로 실험을 통해 침팬치가 추상적인 단어까지 학습하면서 인간과 대화한 적은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모든 동물이 똑같은 거 같아도 개개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된다. 일부는 '고양이는 모두 요물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직접 키워보면 다정하고 사근사근한 고양이도 있고, 앙칼지고 성격 급한 고양이도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인 셈. 최근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보다는 '반려동물'이란 단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동물들 개개의 생명과 특성을 존중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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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족제비는 사실 희귀하기도 하지만(극중에서도 등장하듯 그래서 몹시 비싸다고 한다. 기를 수 있는 것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야생의 족제비 자체가 원래는 사람과 함께 살기엔 부적합한 면이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족제비가 흔치 않은 까닭에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지만 농가나 산 주변의 작은 동물들(닭이나 새끼 토끼같은 것들)을 잡아먹는 족제비는 인간에게는 몹시 거친 동물이었다. 성격이 사나워서 사냥의 목적이 아니라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애니에서처럼아이가 있는 집, 쥐같은 다른 동물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함께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야간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인지 낮에는 보기가 힘들고 일본에선 산족제비를 보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있단다. 그런 거친 산족제비의 캐릭터 오코죠상은 그 족제비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물론 관대하고, 개성이 강한 족제비인 탓에 쓸데없이 공격하거나 잡아먹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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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을 인간들은 몹시 귀여워하거나 돈벌이 소재로 보거나 각자의 상상을 붙여서 족제비를 가만 두지 않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 튼튼한 오코죠상은 그들을 정복하고 순종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입장의 차이를 나레이션하는 인물은 몹시 재미있게 표현하곤 하는데 그 대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해설은 종종 '이 따위 생각이나 하고있는 오코죠상이었다'식의 대사를 날리곤 한다.

인 간들 입장에서 족제비가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족제비 입장에서는 화를 내고 사납게 성깔 부리는 행동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쓰다듬는 행동이 동물에게는 뭔가 공격적이고 귀찮은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서로서로 오해의 도가니라고할까?  얼마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일방적인지 그 상황 만으로도 유쾌한 애니이다(오코죠상 본인은 바락바락거리지만  족제비들이 그냥 보기엔 상당히 귀여운 면이 많다).

가장 점잖고 덤덤하게 족제비를 대하는 인간은 주인공, 츠지야 하루카와 코죠삐라고 주인공을 부르며 사랑해주는 꼬마, 쿠도 유우타 정도랄까? 있는 그대로의 족제비를 몹시 사랑해주고 좋아하는 소고기 튀김을 사다 준다. 주변의 인간들은 대개 뭔가 멍청하고 가소롭고 시원찮아서 맘대로 남자다운(?) 족제비씨를 귀엽게 생각하고 귀엽다며 족제비상을 귀찮게 하기 일수이다.

오코죠상이 다른 동물들과 벌이는 에피소드 역시 몹시 재미있는데 잡아먹으려던 쥐, 초로리를 부하로 삼고 부려먹는다던지 눈치빠른 초로리를 데리고 행복장(그 다세대 건물)의 쥐구멍과 방을 탐험한다던지, 가끔 놀러오는 다른 동물들을 괴롭혀준다던지 악어를 누님이라고 부르며 함께 애완동물 가게를 탈출한다던지 하는 일과가 재미있게 묘사된다. 오조쿄상을 납치하고 싶어하는 약간 바보같은 애완동물가게 주인도 재미있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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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지 않은 작은 쥐, 초로리의 인정은 뭔가 생각해줄 점을 던져주기도 하는데 작은 케이지 안에 가두고  먹을 것을 주며 동물들을 기른다고 착각하는 인간들. 그 인간들을 약간은 동정하며 의리를 지켜주는 작은 쥐의 생각이 과연 동물이 우리와 '살아주는 걸까' 아니면 인간이 건방지게 '감히 거둔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해준다. 나약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을 그 작은 동물이 사실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 애니 역시 투니버스에서 한국어로 더빙해서 방송한 적이 있는데 오코죠상의 역할을 '족제비씨'라고 바꾸게 되면서 '이선주'란 성우분이 맡게 되었다. 거의 일본 원어 방송의 느낌을 백퍼센트 살리고 있다(이 분은 나루토의 목소리도 거의 똑같은 분이다). 또 초로리의 목소리를 맡은 '류점희'님은 케로로의 타마마 역할도 그대로 옮겨낼 정도로 멋진 목소리이다. 흉내가 아니라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아주 잘 뽑아냈다고나 할까?  일본판의 오프닝과 엔딩을 각색해서 만든 주제가도 꽤나 코믹한 편이다.

일본 전통음악이 코믹하게 중간중간 깔리면서 전통 복장도 종종 볼 수 있곤 하는데(특히 애완동물가게 주인의 장사꾼을 상징하는 복장과 부채) 작은 동물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 일본색과는 상관없이 이 애니를 흐뭇하게 시청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맨 마지막에 엉뚱하게 대결을 붙여서 '누구의 승리'라고 코믹하게 결론짓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미지 출처 :
http://white.ap.teacup.com/bialbero

시엘, 소녀교육헌장 - 임주연 작가의 만화는 특별해!

COMICS 2007. 12. 25. 20:44


만화잡지라는 것에는 유독 눈에 띄고 시선을 끌어당기는 연재작이 있기 마련인데 평소에 팬이었던 인기작가 말고도 신인작가들의 작품일 때도 있고(천계영씨 같은 신인이 등장 당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꾸준히 연재되는 갓 신인테를 벗은 작가들의 작품일 때도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임주연' 작가의 만화들은 나에게, 그 연재작들 중에서 단연코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은' 거대 신인의 만화였다. (만화를 일이년 구독해온 사람은 아닌지라 높아질대로 높아진 내 눈을 휘어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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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연재 만화는 ISSUE에서 연재하던 '소녀교육헌장'이다.
이 만화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센.스.가.끝.내.준.다.


어쩌다 보니 만화잡지를 다달이 3-4권 사모으곤 했었다. 지금은 공간의 압박으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다른 곳에서 사모은 것을 몰아 보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Sugar, ISSUE, Wink, Owho, NINE, Bijou 등 이제는 폐간된 잡지도 참 많지만 그 잡지들이 발행될 때 마다 사모아서 부록 만 해도 꽤 큰 분량이 되곤 했다(초등학생용 밍크, 파티까지 사모으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부록들은 아직도 깔끔하게 보관된 것들이 많다. 서점 언니의 도움으로 두 세가지씩 가진 것도 있고). 일본의 '하나또유메'라던지 'Lala'에 절대 못지 않은 종이질과 연재 내용을 자랑하는 만화잡지들!

책이 많아서 지금 거의 골라낼 수도 없을 정도로 꽂히고 쌓여 있지만, 임주연 작가가 연재하던 시리즈가 실린 잡지들은 모두 위로 올려놓고 찾아보곤 한다. 원래는 연재가 끝나면 단행본을 사보는 편이지만 공간 부족으로 더 이상 사모을 형편도 안된다(다른 책에 비하면 가격은 싼 편이라 살만하지만 7권 8권씩 사모으기란, 더군다나 단행본을 사면 잡지를 버려야 한다). 이제는 연재한지 5-6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새로 나온 소장본들이 있으면 바로 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듣자하니 ISSUE에 연재되던 Ciel은 얼마전에 일본 만화잡지에도 연재되기 시작했다던데, 처음 연재 당시 주인공들이 모두 나와 날아갈듯이 폼을 잡은 그 원화가 다른 나라에까지 소개된 다니 뿌뜻할 따름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지만 만화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일본에(그 나라는 만화가 시장이 정말 크다) 우리 나라의 만화가 수입되거나 연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한때 황미나씨가 NINE과 일본에 연재했던 만화가 상당히 화제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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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교육헌장 - 원아미와 파렌하이트 그리고 왁자지껄 청와대


모 정당의 정치인 별명이 '공주님'인 것은 아무래도 아주 어릴 때부터 청와대에서 먹고 자란 경력탓일 가능성이 높다. 나라에서 가장 잘 지어진, 그리고 보안이 잘된 건물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나라의 정치를 살펴온 그 자리를 다소 봉건적인 발상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는 뭐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생략하더라도 그 자리에 들어가는 여성의 입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어 있다.

만약 속칭 '아이돌 빠순이' 에다가 평범하고, 별로 예쁘지도 않고 탁월한 능력도 없는 여고생이 청와대의 공주님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 나라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느날 갑자기 잘생긴 자기 아빠가 대통령이 된 바람에 청와대에 입성한 여고생은 우왕좌왕 하게 된다. '소녀교육헌장'은 그 분위기로 화면을 끌고 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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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상황 자체를 평범한 여학생이 '신데렐라'가 되는 이야기 쯤으로 착각하면 '임주연표 만화를 모르는 거다. 평범한 여학생은 의외로 짐작하는 것 보다도 훨씬 상태가 안 좋고(그것도 웃기는 쪽으로 패닉에 빠지곤 한다) 의외의 상황에서는(아이돌 오빠가 나타나는 순간) 멀쩡하다. 주인공 원아미는 사실 위의 코믹한 그림에서 보이듯 대접받고 지시하는 공주님 보다는 시중드는 무수리에 가까운 행동을 더 자주 한다. 주변의 그녀를 지켜주는 헌신적인 보디가드(파렌하이트)의 변신이 아까울 지경이다.

물론 웃고 떠드는 사이에 천천히 진행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하고 상징적인 국면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파렌하이트의 정체, B.B의 정체,  '백설공주' 이야기의 정체 같은 것들이 원아미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대통령의 딸로서의 생활이 궁극적으로 재미있어지게 하는 요소들이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이야기는 어느새 산으로? 라기 보다는 원래 복잡한 구성이었던 것 같다. 한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단 사람이 의외로(?) 많다. 7권으로 모두 완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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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 - 전설, 마법사, 마녀 그리고?


The Last Autumn Story라는 부제가 붙은 Ciel은 어느 시골 미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비엔 마그놀리아' 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마을에서 겪는 고난(?)과 아버지, 어머니와 벌이는 소소한(?) 일상으로 시작되는 이 만화는 사실 초반의 칼라컷이 몹시 멋졌다(책을 사지 않아도 모 책판매 사이트에는 이 첫부분을 가끔 올려놓곤 한다).

"여린 내가 두려움에 울고 있자 엄마가 말했다. "다섯 살 때 너 혼자 산에서 길을 잃었던 것 기억나니?"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네가 지금 흘리는 눈물이 추억거리조차 되지 않을 날이 반드시 온다.  약속해도 좋고, 내기해도 좋단다. 낮의 하늘이 푸르며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란다. 네 일생에 다섯 살의 그날보다 위험한 순간은 다시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나아가라 내딸아."

이런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시작하는 마법사와 마녀들의 이야기 'Ciel'. ciel은 원래 하늘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잘 사고 어쩐지 측정하기 힘든 마법을 가졌을 것 같은 주인공 이비엔이 마법학교에 입학해서 라리에트 킹 다이아몬드, 제뉴어리 M. 라이트스피어, 도터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크로히텐과 옥타비아라는 교수님들도 만나면서 벌이는 수련과정(?) 이기도 하다. 묘한 분위기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만화.

중간중간 작가의 대사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구나 싶어지는 장면들이 있는데, '좀 놀았구나' 라던지 '최강 클래스 할머니'라던지 군데군데 웃음보를 자극하는 대사를 꼭꼭 심어놓는다. 아름다운 주인공들의 미래도 궁금하지만 함께 펼쳐질 코믹 코드 역시 궁금한 만화. 챕터별로 연재가 진행중이고 현재 7권까지 발간된 상태이다.

모 사이트에서 누군가 악평을 하길 임주연씨의 그림체가 안습이라고 하는데(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건 알겠는데 취향이 아니다가 아니라 안습이라는 건 악평이 맞는 듯), 순정만화 분야에서는 그림체로는 남부럽지 않은 작가들이 많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작화를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화'를 창작하는 능력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이나 멋진 작화가 아니라 개성있는 작화능력과 개성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약간은 무심한 듯 간결하면서도 표현할 건 빠트리지 않고 표현해내는 이 그림체가 나는 마음에 든다. 얼핏 무심해 보이는 눈빛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특별한 분위기의 만화를 앞으로도 계속 구독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단행본까지 구입하자면 빨리 창고를 비우고 잡지를 처분해야할 듯 하다.



이미지출처 :
http://chry.pe.kr/- 유리향기, 임주연님 개인웹사이트
(위 이미지는 임주연님 개인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사용 기록한 후에 사용하는 이미지이니 절대 맘대로 가져가서는 재사용을 원하실 때는 임주연님 웹사이트에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ibro.co.kr/
http://chrytea.egloos.com/

아즈망가 대왕 - 보기만 해도 즐거운 그녀들

ANIMATION 2007. 12. 25. 18:20


스트레스를 받을 땐 즐거운 걸 보고 싶다. 그래서 뭔가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한장면 한장면 마다 '킥'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만화나 애니가 필요해진다. 그럴 땐 복잡하고 대사가 긴 장르의 만화는 고르기가 힘들다. 피로를 더 쌓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웃는 것 조차 피곤하게 느껴질 때는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나와서 웃음을 선사하는 '아즈망가 대왕'을 시청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워낙 오래된 애니라 이름쯤은 한번 들어봤다는 사람이 많지만, 단순해 보였던 까닭인지 봤다는 사람이 의외로 드문 경우도 있다.

미 소녀들이 등장하는 애니는 상당히 많다. 아니 현실세계를 벗어난 만화나 애니의 특성상 뭐든지 표현하자면 실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한 이미지로 표현이 가능한 까닭인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수단인 까닭인지 여학생들은 많은 학원 애니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아즈망가 대왕(あずまんが大王)' 역시 여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애니이다. 그러나 여학생을 표현하는 방법이 꽃이 날리거나 얼굴을 수줍고 예쁘게 붉히는 다른 애니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4컷짜리 코믹 만화가 원작인 애니이기 때문이다.

4 컷 만화의 묘미는 아마도 짧고 한정된 화면(여백을 허락치 않는 직사각형의 공간)에 재미와 이야기를 모두 함축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길고 긴 대사도 상황 설명도 여의치 않지만 해야할 말은 꼭 전화는 네컷 만화를 선택하는 만화가는 아직도 많다. 만화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지 오십년이 훨씬 지났지만, Cartoon의 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네컷 만화를 애니로 옮기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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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망가 대왕의 원작 만화는 아즈마 키요히코의 네컷 만화이다. 대사와 화면이 좀 적지만 연재 분량이 제법 많은 편에 속했던 모양이다.


그 네컷만화의 묘미를 살린 아즈망가 대왕 역시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총 26화로 완결되었고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건 다른 애니들과 마찬가지였지만 각각 에피소드 별로 하나의 캐릭터나 주제를 중심으로 두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또 각각의 에피소드는 또 여러개의 주제를 가진 네컷만화처럼 짧게 쪼개져서 진행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한 장면이 끝나는 부분의 재미가 극 전체를 지배하는 까닭에 줄줄이 이어지는 긴 호흡의 이야기는 배제하고 있다.

성격이 분명한 만화에서 톡 튀어나온 듯한(어차피 만화주인공들이지만) 여고생들이 화면에서 나누는 대화나 일상들이 충분히 만화스러우면서도 기발할 때가 많다. 약간은 엽기적일 수도 있고 기가 막힐 수도 있는 캐릭터의 설정들이 생동감을 준다. 이건 배꼽을 잡고 땅을 두드리며 볼 수 있는 코믹 애니는 아니지만, 피식피식 내지는 킥 하고 웃게 만드는 명랑 학원물이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이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는 여학교가 아니란 점이다. 멀쩡한 남학생들은 주변에 분명 있고, 남선생님들도 있고 지나다니는 남자들도 많지만 그들은 주연급에 속하지 못한다. 뻔한 연애 이야기는 아예 배제할 속셈인지 남자들은 '변태' 선생을 제외하곤 아무도 이펙트를 주지 못한다. 고양이 만큼도 배역을 주지 않는 불친절함을 보여주면서까지 여고생 이야기에서는 뻔한 '연애 군더더기'를 뺴버렸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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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즈망가 대왕'은 등장인물의 성격 하나하나가 애니를 시청하는 주 키포인트가 되는 셈이라 등장인물 소개를 하긴 어렵다. 딱히 괴짜라고 부르긴 어렵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하기도 힘들지만 캐릭터 고유의 성격들이 불러 일으키는 에피소드들이 극을 재미있게 하기 때문.

출연하는 소녀들 중 하나인 '사카키'가 고양이를 몹시 좋아하는 까닭인지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소녀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인 까닭인지 동물들과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고양이들이 사고를 일으킨다는 힌트는 몹시 유명할 지도 모르겠다. 저 얌전해 보이는 고양이들 역시 출연진 중 하나로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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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즈망가 대왕은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애니였고 캐릭터의 팬이 의외로(?) 많아서 많은 수의 피규어와 인형이 만들어졌다. 위의 고양이들은 모두 애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인데 등장인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고양이들이다. 이외에도 이름없는 고양이들이 다수 출연하는, 특이한 애니이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 이 애니는 특이한 일본 성우들과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국 성우들을 골랐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현지화'가 잘된 애니메이션 중 하나라는 평을 얻고 있다(덕 분에 국내판 더빙 버전도 몹시 인기가 좋다). 특히 극중에 10살짜리 천재소녀로 등장하는 '치요(한국:유나라)'의 캐릭터는 한국에서도 완소 캐릭터였다. 또 일본의 해안 지방인 오사카에서 전학온 덕분에 '오사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극중 인물에게 '부산댁'이라는 별명과 경상도 사투리를 적용시킴으로써 일본 현지 사정을 모르는 한국 팬들에게도 몹시 인상적으로 다가갔던 애니.



이미지 출처 :
http://animejapan.cplaza.ne.jp/b-ch/azmanga_tva/azmanga_tva.html
http://f19.aaa.livedoor.jp/~youchu/namako%20nikki/namako%20nikki0601/nikki0601.htm
http://www.ms-plus.com/search.asp?id=5196
http://www.advfilms.co.uk/newsletter/July2004
http://www.ancientclan.com/gallery/details.php?image_id=1496
http://www.animeboredom.co.uk/anime-reviews/azumanga-daioh
http://www.flickr.com/photos/12692897@N08/1315253635/
http://www.absoluteanime.com/!index/frame-files.php?dir=root/azumanga_daioh&sort=name
http://www.akari.ru/figures

Gossip Girl - 적당히 사는 집 아이들의 영악한 뒷담화

DRAMA 2007. 12. 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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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중산층 이상 또는 상류층 가정, 삼각관계와 애증, 복잡하게 얽히는 연인들, 파격적인 연애, 지탄받을 만한 캐릭터, 그리고 그 속에서 맘고생하는 약간 멀쩡한(?) 사람과 의외의 순수한 사랑. 하이틴 드라마들 혹은 한국의 트렌디 드라마들이 가지는 코드에서 빠지지 않는 속성들이다. 그 중의 하나를 강조하기도 하고 그들을 섞어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는 대중 드라마을 우리는 통속극 (通俗劇)이라 약간 낮춰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이런 방식을 잘 꼬아서 활용하면 '인기 드라마' 반열에서 빠질 수가 없다.

적당히 시각적이라 볼거리가 있고, 적당히 흥미진진하고, 가끔은 고만고만한 그들의 연애질과 다툼에 웃음짓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이번 2007년 가을 시즌에 진행된 미드 'Gossip Girl'이다. 연애 드라마의 내용이 대개 친구들 사이의 가쉽처럼 떠도는 이야기인게 정석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 통속적인 소재들을 아예 'Gossip Girl'이라는 블로그에 올려서 모두 공유하는 것처럼 처리한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블로그, 가십걸의 운영자가 가십을 전해주고, 드라마에서는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뉴욕시의 명문가 자제들이 다닌다는 사립 고등학교, 그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주인공 Serena와 Blair, 그리고 그녀들의 남자친구 Nate와 Dan, 댄의 동생 Jenny, 악당 Chuck이 벌이는 갈등이 이 드라마의 주요 이야기이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고 하면서 교복을 제대로 입는 건 가장 어린 중산층의 제니 정도이고 나머지 아이들의 복장과 드레스는 Gossip Girl 홈페이지에서 표현하듯이 고져스하고 퍼뷸러스하고 화려하다(인생도 만만치않게 화려한 셈이군). 공식 웹사이트에서 이들의 패션과 소품을 판매한다고 하니 또다른 청춘 드라마의 유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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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스타를 배출시키고 세계적인 인기 드라마가 된 청소년 연애물은 한해도 빠짐없이 제작된 것 같다. 그 중에서 여러 시즌이 이어질 만큼 크게 히트한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몹시 유명한 'Beverly Hills, 90210(1990-2000, 비버리힐즈 90210)'이 다. 미국의 웨스트 비버리힐즈 하이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랑과 문제들을 제법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들었었다. 우리 나라에선 당시 쉐넌 도허티(Shannen Doherty)가 한참 화제가 되었지만 쉐넌 도허티는 사실 전체 10시즌 292화의 드라마 중 단 111에피소드에만 출연한 사람이었고 Jennie Garth 같은 금발 미인들이 올시즌에 출연했었다.


쉐넌 도허티는 '악녀 쉐넌 도허티'라는 책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악평에 시달려 현재는 연기자로서의 성공 기회가 다시 주어지지 않고 있지만 당시에는 미국 전체에 잘 알려진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 드라마엔 잘 나가고 막나가는 부자 동네의 고등학생들과 나름대로는 멀쩡하게 살고 있는 회계사집안의 쌍둥이 남매 브렌다와 브렌든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열렬히 연애하고 갈등하고 복잡한 관계를 만들긴 했지만, 뭐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대놓고 약을 할 정도로 막나가지는 않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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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의 기본 속성 중 하나는 은어로 당사자를 표기하는 재미에 있기도 하다. 주인공 Serena는 S로
Blair 는 B로 Nate는 N으로 약자로 표기해서 당사자들 사이에 일어난 일을 나레이션하는 Gossip Girl 편집자의 은근한 음성도 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과연 뉴욕시의 사립고등학교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시리즈물로 발간되고 있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Gossip Girl'을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The O.C라는 드라마를 제작해서 히트한 바 있는 Josh Schwartz의 또다른 드라마로서 O.C와 마찬가지로 부유층 젊은 남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통속극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캐릭터들의 전형성이 별로 변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긴 한데 Gossip Girl에서는 그 캐릭터의 전형성을 다른 배합으로 섞어놓고 있다. 'Beverly Hills, 90210'에는 흑발의 미인 브렌다가 똑똑하고 지적인 고등학생 그리고 딱 부러지는 여학생 역이었다면  Gossip Girl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훨씬 자유분방하긴 하지만 금발의 키가 큰 미인 Serena가 주인공이다. Blair의 대조적인 흑발 미인 컨셉도 어떤 의미로 대단하지만 90210의 금발의 제니가 인상적이었듯 이번 가십걸에도 금발의 제니가 나온다. 이번엔 백치미 컨셉이 아니라 아주 똑 부러지는 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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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티의 건물들 중 오래된 건물들엔 대단한 부자들이 산다고 한다. Dirty Sexy Money의 달링가 건물도 오래된 건물로 보이지만 그 도시 최고의 부자가 살고 있고, 왠지 전통있어 보이는 호텔과 건물이 이 주인공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평범하다고 하는 주인공 Dan과 Jenny 남매가 사는 집도 웬만한 집 보다는 잘 살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예산의 파티를 치르고 그 파티에 입을 드레스를 비싼 가격에 고르고 리무진을 타고 파티에 나가거나 스시를 즐기는 그네들의 모습이 제법 화려하고 그들의 연애 행각은 글쎄, 고등학생의 상상 범위를 약간 넘어서고 있다고나 할까? 조연 중 하나인 Chuck의 말처럼 약에 취해서 행복해질 권리 따위는 없는 부자 아이들(?)의 이야기가 흥미 진진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드라마의 많은 부분은 '사랑 이야기'이지만 그렇게까지 미련스럽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있고 캐릭터들이 재미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고, 가볍게 시청하기엔 그럭저럭 '비주얼'한 드라마이다.

물론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착한 외모'에 '착한 몸매'를 가진 배우들인 탓도 크다. 중년의 배우들 조차 제법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고 있다. 1시즌 22 에피소드 풀주문에 시즌 연장이 거뜬히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이 드라마는 '계몽적인 가족 드라마' 내지는 '교훈을 주는 드라마' 의 성격을 아주 배제한다고 하긴 어렵지만, 양념처럼 잘 섞어놓았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줄 만 하다.

약간 나이들어 보이긴 하지만 여러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다양한 주인공들의 연기도 괜찮고 자체 제작된 곡이 많은 Gossip Girl의 OST는 드라마에 잘 맞는  탁월한 선곡 덕에 시청자을 벌써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와 상관없이 유명 팝스타들의 인기곡들도 많아서 그냥 들어도 무난한 곡들이라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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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a van der Woodsen(Blake Lively
)
1987년 8월 25일생으로 올해 20살인 세리나 역의 블레이크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으로 1998년에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금발의 미인에다 고등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성숙한 외모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실질적인 여주인공이고 드라마의 틀이 되고 있는 Gossip Girl의 스캔들 메이커다. 친한 친구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6개월 간 학교를 떠나 있었고 그 사이 임신 중절을 했다는 둥 약물 중독 치료를 받았다는 둥 여러 소문이 돌았지만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6개월 간 떠나있기 전에는 고등학교 최고의 퀸('IT' Girl)이었던 까닭에 그녀가 나타나자 마자 가십걸 블로그의 그녀의 사진이 실렸을 정도랄까? 친구인 네이트와 블레어 사이의 관계가 미묘한 상태, 착실한 댄의 구애도 받고 있고 건달 척의 집적거림도 감수하고 있다. 자살 시도한 동생과 속물 근성이 넘치는 엄마 때문에 가족 간의 맘고생도 심한 듯 보인다. 무슨 이유인지 호텔에서 머물고 있다.

Blair Waldorf(
Leighton Meester)
검은 머리의 이 미인은 1986년 4월 9일 생으로 플로리다 출신이다. 1999년에 첫출연한 로앤오더 시리즈를 시작으로 연기생활 경력이 오래된 배우. 24, HOUSE M.D., Shark  등의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여 경력을 쌓은 까닭에 6명의 배우들 중에서는 가장 잘 역을 이끌어가는 배우로 보인다. 세리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으나 6개월 간 세리나가 자리를 비운 새 학교 최고의 퀸이 되버렸다. 자신의 약혼자 네이트가 세리나에게 마음이 있고, 세리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부모님이 이혼할 때 세리나가 옆에 없었다는 점, 또 세리나가 인기 있다는 사실이 컴플렉스로 작용해서 애증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역할이다. 애인에게 육탄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성격인 것은 좋은데 그 동기가 좀 불순하다. 부잣집 아이들이 못됐다(?)는 편견을 제대로 보여주는 여왕형 성격이기도 하다.

Dan Humphrey(Penn Badgley)
1986년 11월 1일 생으로 메릴랜드 발티모어 출신. 1999년 윌앤그레이스 한 에피소드 출연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댄 험프리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세리나를 알아보고 좋아했지만 말도 한번 걸어보지 못한 소심한 성격. 예상하는대로 삼각관계를 복잡하게 할 생각인지 세리나의 남자친구가 된다. 중산층 특유의 생활방식으로 세리나의 친구들에게 구박을 당하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사랑하게 될까? 성실하고 공부도 잘 하는 성격이라 자신 만의 세계(?)도 있지만 세리나를 몹시 좋아해서 주변에 서성거리게 된다. 부자들의 이야기인지라 댄과 제니 험프리 남매가 바라 보는 그들의 생활도 시선의 한 축이 된다.

Nate Archibald(Chace Crawford
)
1985년 7월 18일 텍사스 출생으로 2006년에 연기를 시작했다.  젊고 예민해보이는 외모로 우유부단한 네이트 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좀 있는 집 자식들의 정규 코스처럼 블레어의 약혼자가 되고 집안의 사업 때문에 쉽게 헤어지지도 못한다. 공식적인 블레어의 남자친구이지만 네이트가 사실은 세리나를 좋아한다는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블레어의 마음을 휘젓는 것으로 모자라서 세리나의 연애 문제까지 귀찮게 만들 타입의 전형적인 캐릭터.

Jenny Humphrey(
Taylor Momsen)
1993년 7월 26일 생으로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 출생이다. 출연진 중에서는 가장 어리지 않을까 싶지만 2000년에 연기를 시작한 전문 연기자. 10대답지 않은 아름답고 성숙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다. 금발머리가 아름답게 어울리는 사립학교 여학생. 댄 험프리의 여동생 역할로 똑똑하고 영리하고 눈치가 빠르다. 오빠가 세리나를 오래전부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둘을 연결시킬 기회를 찾아주기도 하고(대개는 적중한다) 오빠를 나름대로 조종해서 세리나 앞에 앉혀놓는 기회도 만들어준다. 세리나에게도 호감이 있어 보이는 그녀는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자신이 살 수 없는 멋진 드레스를 똑같이 만들어내는 손재주도 놀랍고 카드 초대장 같은 것도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 상류층의 생활에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의외로 극을 진행하는데 큰 역할을 할 머리좋은 캐릭터.

Chuck Bass(Ed Westwick
)
척 베스역의 에드 웨스트윅은 1987년 6월 27일 생으로 영국태생이다. 2006년에 연기를 시작한 그는 세리나, 블레어, 네이트의 친구 역할이지만 전체 극의 분위기로 봐서 없어서는 안될 개그 캐릭터(?) 아닐까 한다. (웃겨서 개그란게 아니고)  1화에 등장할 때 네이트 옆에서 네이트를 기죽이기도 하고 은근한 속셈으로 네이트를 블레어 쪽으로 밀쳐낸 그는 응큼하게도 세리나에게 거친 짓을 하려고 했었다. 뭔가 약에 취한 듯 안하무인에 경우없는 그의 발언과 행동은 몹시 심술궂고 시청자의 미움을 받기 충분한 캐릭터였다. 물론 이런 류의 극 분위기를 살리자면 꼭 필요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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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cwtv.com/shows/gossip-girl
http://www.imdb.com/title/tt0397442/
http://www.cwtv.com/thecw/gossip-girl-blog

Taken - 스필버그의 끝나지 않은 꿈

DRAMA 2007. 12. 5. 02:27


우주인, 외계인, 또는 V라는 드라마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문자들이라는 표현까지. 지구인들이 만나는 지구 밖에서 태어난 존재들(ET:The Extra-Terrestrial)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의문들. UFO라는 진부한 표현이 이젠 절대 낯설지 않은 지구인들은 수없이 많은 SF시리즈와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들을 만들어냈으며 그 선두에 선 사람들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이다.


큰 눈에 톡 튀어나온 배, 그리고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이 빛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영화, ET를 만든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ET라는 영화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당시 80년대 초반의 우리 나라 실정을 생각하면 84년 개봉한 ET의 흥행 성공은 가히 기록적이다) SF 영화 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물론 쉰들러리스트라던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오브 브라더스 등으로 전쟁영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말 그대로 천재감독 비슷한 인물 아닐까?)

제목으로 사용된 'TAKEN'이란 단어는 잘 알다시피 Take라는 동사의 과거분사이고 take라는 단어 만큼이나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연인들 사이에서 '임자있다'는 뜻으로 씌이기도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테고, 납치나 감금 또는 어떤 대상에 매료되 버리는 것까지 폭넓게 의미할 수 있는 단어이다. 극 중의 분위기로 인해 한국어로 가장 적절한 해석은 '납치'에 가깝다고 생각이 되지만, 외계인들이나 미지의 존재에 푹 빠져버린 그들에게 인생을 빼앗기고 저당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take라는 동사의 원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납치 만을 뜻하고 싶었다고 하기엔, 선택할 수 있는 단어의 폭이 넓지 않았을까?

10개의 에피소드 마다 각각 다른 10명의 감독, 그것도 SF드라마 시리즈에서는 뺴놓을 수 없는 드라마인 배틀스타 갈락티카나 파이어플라이들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유명 감독들 10명을 지휘하여,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제작자가 만든 드라마가 이 Tak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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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지구인들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외계인에 대한 상상 속의 모습을 ET는 잘 보여주고 있고(제목 조차 지구 밖의 생명체라는 독특한 제목) 솔직히, ET의 감독, 스필버그의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상업적이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외계인의 외모에 대한 ET 속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ET 에서 묘사한 외계인은 외계인 이야기에 정통한 사람들, UFO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분류되는 많은 세계인들이 주목했던 1947년의 로스웰 사건과 그 비디오에서 묘사한 외계인의 모습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눈동자 조차 보이지 않는 커다란 눈, 그리고 툭 튀어나온 배에 작은 몸. 그 비디오의 진위 여부는 처치하고서라도 그 모습은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 로스웰 마을을 소재로 2001년까지 장기 연재된 드라마까지 있다 Roswell.)

물론 로스웰 사건 자체는 그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그 비디오가 전부가 아니다. 비행선이 추락했고 마을 농부, 미 육군 또는 주변 사람들이 비행선의 물체를 습득했다는 등의 증언이 여러건 언론에 발표되곤 했으나, 미군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사람들은 미군이 (우주선으로 추정되는) 그 비행물체를 숨겼다고 믿었다. 최근엔 개발 중인 스텔스기가 추락했던 걸 숨긴거라고 발표했고 비디오도 조작이라고 (누군가) 발표했다고 한다. 어떤 말이 진실인지는 물론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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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n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잠시 기록한 대로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외계인과의 조우 기억을 가지고, 비슷비슷한 우주선의 모습을 묘사하는 까닭은 남들의 이야기를 읽고 상상한 까닭이기도 하고 존재를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하지만, 단지 그렇다고만 하기엔 너무 수상한 이 이야기들을 대상으로 이미 다수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스필버그는 그 미스터리한 스토리들을 기초로 지구인과 친구가 되는 E.T를 생각해냈던 것이다. 그리고 Taken에서 그 상상을 다시 차곡차곡 풀어내고 있다.

자 다시 Taken의 세계로 돌아와보자. E.T.에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던 초능력을 가졌던 친근한 우주인. 이 때 당시 스필버그가 바라는 우주인의 모습은 아마도 어느 영화에서 사용한 단어처럼 지구인과 Contact하고 의사소통하는 존재, 초능력을 가진 미지의 우주인이었던 듯 하다. 물론 우주인들은 톰 크루즈가 주연한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 , 2005)'에서처럼 무차별적으로 지구를 공격하지도 않았고(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 지구인들을 학살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냥 지구를 방문한 우호적인 외계인일 뿐이었다는 사실은 지구인들을 몹시 들뜨게 만드는 가설이고, 항상 그렇게 믿고 싶은 부분이다. 탐 크루즈의 고난은 겪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나 Taken의 초반부는 그 즐거운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몹시 지루하고 우울하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지구인들을 납치하는 외계인들은 무례하고 무자비하고, 그 고통을 겪는 지구인들의 삶은 피폐하고 우울하다. 그리고 그들은 명확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까닭에 납치된 동안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신을 정신착란증 환자 내지는 사회부적응자 정도로 여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믿어준다고 한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믿지 않을 사람이 더 많겠지만, 그리고 증거라는 것이 선명하다고 한들 아무거나 믿을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Taken은 외계인과 UFO에 대한 상상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우리들, 시청자들에게는 익숙치 않지만, 실제 '그들'과 만났을 사람들은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몇가지 '기록된' 미스터리들과 연결해서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공군에서 로스웰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에 대한 상상. 외계인들을 만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에 대한 상상. 외계인들은 왜 사람들을 데려가서 연구만 하고 만나기만 할 뿐 다른 침략이나 의사소통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상상까지. 거의 다른 드라마 2시즌에 해당하는 분량(전체 850분 정도)으로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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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Taken은 1994년생 다코타 패닝(Dakota Fanning)의 수련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5살 쯤 티브이 드라마에 출연하여 천재적인 소녀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다코타 패닝은 2002년도에 방영된 Taken에서 Allison Clarke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Taken은 대개의 모든 배우들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드라마 형식으로 인해, 단역처럼 지나가는 역을 맡았지만 다코타 패닝 만은 전 에피소드에 걸쳐서 나레이션을 맡았고 실질적인 이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9살 짜리 주인공 앨리슨(앨리)역을 맡았던 다코타는 2005년 비슷한 소재의 우주전쟁이라는 영화에서는 좀 더 천재적인 아역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였고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재밌는 점은 'I am Sam'이라는 영화에서 다코타 패닝의 아역을 Elle Fanning이 맡았듯이 이 영화에서도 다코타 패닝의 3살 아역을 엘르 패닝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보듯 정말 닮은 이 두 아이는 당연히 동일 인물이 아니다. 다른 티브이 드라마 배우들처럼 이들 역시 자매 스타 배우로서의 길을 걸을 것 같다. 다코타 보다 4살 어린, 엘르 패닝의 성장 드라마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자신을 꼭 닮은 아역을 자신의 동생이 해준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곧 라이벌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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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하던 UFO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스포일러에 해당하겠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이고, 40-50년 속 긴 세월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자연스럽다는 점도 탁월한 점 중 하나이다. 초반의 지루함을 넘기고 나면 매우 흥미진진한 SF 드라마가 될 것이다(물론 한편의 길이다 85분이라는 점도 굉장하지만).

이 길고 긴 드라마의 전체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는 다코타 패닝에게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 다소 지루한 초반부의 에피소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Russell Keys의 망가진 인생, Sally Clarke의 기묘한 체험과 외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스웰 사건의 책임자가 되는 Owen Crawford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외계인과 만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 외계인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50년에 걸쳐 그려나가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스토리 흐름을 보여주는 가족들 간의 관계도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굳이 보고 싶다면 말리지 않는다. 등장인물 전체의 가계도 보기
 

사라 코너 연대기 - Terminator:The Sarah Connor Chronicles

DRAMA 2007. 11. 30. 14:17


주지사님은 특별출연 안하시나?
'사라 코너 연대기'라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지인들끼리, 우스개소리로 나눈 이야기이다. 정치권에 진출한 배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아무래도 Terminator 세 개 시리즈에서 열연한, 기계인간 역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할 듯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존 코너와 사라 코너 모자를 끝장내고 돌아가리라는 버전으로 열연한 적도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지키겠다는 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다. 어쨌든 그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기계인간이었다.

사라 코너 연대기에는 그 아놀드의 기계인간 대신 날씬하고 어리고 영민한 여자아이 기계인간(서머 글로우)이 등장한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 모자를 지키는 그녀가 상대할 기계인간은 아놀드는 아니지만(개인적으로 그들을 아놀드 짝퉁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덩치가 크고 무지막지한 로봇 모델이다. 그리고 존코너는 아직 질질 짜는 나이의 15살 어린 아이이고, 그녀의 어머니는 사랑이나 삶을 포기하기엔, 너무나 젊은 33살의 미혼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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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으로 진출한 출연자가 드라마에 틀별출연하는 일이 발생할 지 하지 않을 지 글쎄 그 부분이야 장담할 수 없지만(아마 룰에 의하면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 모자의 생사를 두고, 기계인간들이 전투를 벌이는 드라마는 내년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Terminator:The Sarah Connor Chronicles. 아놀드는 출연하지 않고, 사라 코너와 존 코너의 배역도 물론 바뀌었다. 1947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론 환갑인 아놀드씨가 이제 모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출연하는 기록을 세우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 아쉽다.(그 나이엔 정치에 매달리는 게 정상일 지도)

1984년에 최초로 제작된 'The Terminator' 시리즈는 1991년에 'Terminator 2: Judgment Day'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적이 있고, 1996년에는 'T2 3-D: Battle Across Time'라는 제목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여성형 터미네이터가 등장한 2003년의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을 마지막으로 그 시리즈의 잠정적인 완결을 선언한 셈이다.(그 다음 버전이 제작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미 전쟁은 발발한 다음이니 사라 코너는 등장하지 않고, 존 코너도 확실히 변신해버린, 전혀 다른 스토리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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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유명 감독이 각본을 만들고 감독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4편이 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23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있으니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사실 전자주민증이나 전자팔찌가 도입된다는 2007년에 신분증도 없이 무조건 다 부수고 도망다니고, 숨어다니는 모자에 관한 이야기가 가능할 지 나도 의문이다.

아놀드의 대표작으로 각인된 만큼 나머지 출연진들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꽤 괜찮은 캐릭터였던 시리즈 1의 마이클 빈(존 코너의 부하이자 존 코너의 아버지)은 그 뒤로 유명한 출연작이 없는 편이고, 당시 18세의 하이틴 역, 존 코너의 엄마 역을 맡았던 린다 해밀턴은 미인이었지만(성숙한 외모로 보아18살은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드라마 속 1999년의 사라 코너의 나이가 33세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니 18살으로 계산된다) 그 근육질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1991년판 이후 여전사로 활약한 뒤에는 완전히 전사형 이미지로 굳어진 듯 하다. 당시 전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에드워드 펄롱은 갑작스런 성공의 뒷 여파로 마약 중독이나 갖은 시련에 시달렸지만 최근 종종 드라마에 출연 중이라고 한다. 2003년 시리즈에 클레어 데인즈라는 미래의 부인과 함께 출연한 존 코너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발상이나 모티브 자체가 아주 기발한, 이 모든 시리즈는 당연히 연계가 되어 있는데, 첫 시리즈에서 존 코너의 탄생과 터미네이터의 존재를 알렸다면, 2번째와 3번째 시리즈에서는 엄마가 여전사가 되어야했고, 같은 편 터미네이터도 등장했다(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가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기억이 맞다면 이 시리즈에서 스카이넷의 원인이 되는 과학자 한명이 죽고, 그 시스템이 파괴되었을 것이다. 마지막 시리즈인 4번째 시리즈에서는 사라 코너는 죽은 것으로 처리되고 도망다니기 위해 거의 부랑자급의 인생을 살게된 빈약한 존 코너가 핵전쟁을 목격하고 같은 팀을 모으게 된다.

사라 코너 연대기는 이 2, 3번째 시리즈 이후 시기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그래서 아놀드 짝퉁 모양새의 기계인간들이 2번째 3번째 시리즈에서처럼 이 모자를 죽이기 위해 나타난다. 영화 상의 설정에 의해서 1999년, 존 코너는 아직 15살로 학교에 다닐 나이이고, 사라 코너는 33살이라 애인도 사귀곤 하는 나이이다. 애인을 버리고 모든 걸 버리고 도망다니는 삶을 살고 있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보다 드라마의 운영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드라마 상의 설정은 조금 편리하게 바뀔 예정이다. 터미네이터들과의 전쟁 보다는 예민한 그들의 삶과 그들의 뒤를 쫓는 연인들, 경찰들, 비밀 기관들 사이의 갈등이 주된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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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코너 역을 맡은 배우, Lena Headey는 '300'이라는 영화에서 여왕 역을 맡은 적이 있는 73년생의 미인이다. 강인하면서도 개인적인 아픔을 지닌, 그리고 기계인간에게 '아직은 내 아들은 내가 지킨다'라고 이야기하는 절박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존 코너역의 Thomas Dekker는 1987년생으로 15살 아이의 역을 하고 있는데 에드워드 펄롱이 다시 어려진듯 몹시 귀여운 외모를 지닌 연약한 하이틴 역에 어울린다. 그 모자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기계인간으로 출연할, Summer Glau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동안이다. 존 코너를 죽이려는 기계인간을 거칠게 차로 치고, '살고 싶으면 나를 따라오라'고 무표정하게 말하는 서머 글로우는 파이어플라이 만큼이나 천재적이고 특이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여전히 자주 벗고, 코믹한 신이 많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진, 그들의 뒤를 쫓는 FBI의 요원 James Ellison 역의  Richard T. Jones 역시 같은 출연진으로 빠지지 않고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그리고 미래의 원흉이 될 스카이넷의 비밀을 파헤치고 파괴하기 위하여 엉뚱하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계속하게 될 예정이다. 방영 예정일은 수정되어 2008년 1월 14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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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드라마는 아직 정식 방영 전이지만 유출본이 벌써 유포되어 1편의 파일럿을 관심있는 팬들은 모두 시청한 상태이다. 그 곳의 관행을 잘은 모르지만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몇단계에서 아이디어 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시기가 있고, 파일럿을 제작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시기가 있고 이미 투자가 결정된 상태에서도 인기를 끌기 위해 여러 미끼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개의 인기 드라마들은 파일롯 방영 이전에 이미 유출본이 방영되서 인기를 끌거나 관심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 즉 투자를 안할 수가 없게 만든다는 거다. 유출본은 고의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

Battlestar Galactica:Razor - 시즌 4의 시작을 기다리며

DRAMA 2007. 11. 27. 18:36


미국 드라마는 보통 시즌제로 제작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드라마 한 시즌의 방영이 끝나고 나면 대개 1년을 기다려 다음 시즌을 시청하게 된다. 그래서 The Closer같은 경우는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촬영한, 여름 시즌 드라마로 유명하고, HOUSE 같은 드라마는 가을 시즌 드라마로 유명하다. Battlestar Galactica의 경우엔 2-4월 사이에 방영되는 초봄 시즌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혹은 1월에도 방송이 된다, 4시즌은 4월 방송으로 확정난 모양이다).

우리야 남의 나라 드라마를 몰아서 한꺼번에 보는 입장이니, 이 드라마 저 드라마 골라볼 수도 있고(전 미국의 드라마를 다 시청할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쟝르도 골라서 시청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청이 제한된 미국의 경우엔 1년이라는 기다림이 한국인 보다도 더 지루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시즌 오픈하기 전, 팬서비스 차원에서 마련되는 것이 TV 무비 내지는 특별 에피소드이다. The Closer같은 경우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용도로 1-2에피 정도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올해도 제작 확정인 듯 하다).

 Battlestar Galactica의 경우엔 웹상에서 진행되는  Webpisode나 지난 줄거리 같은 걸 내놓곤 했었는데 올해는 2시즌 12에피소드에서 사망한 케인 제독의 인기가 탁월했던 까닭으로(Battlestar Pegasus의 함장으로 빌리 아다마 함장 보다 높은 지위인 제독이었다. 페가수스 호는 리 아다마가 날려먹어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Battlestar Pegasus를 주제로 한 TV 영화와 사일런의 숨겨진 무기 Razor를 주제로 한 7개의 Webpisode를 웹상에서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8주 간에 걸친, 7개의 웹피소드와 Razor의 방송은 지난 11월 24일에 종료되었고 Battlestar Galactica는 앞으로 20여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질 마지막 4시즌 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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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별 편성된 티브이 영화인 Battlestar Galactica: Razor는 웹피소드 7편과 더불어 이미 사라진 페가수스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41년전의 1차 사일런 전쟁의 에피소드를 묘사하고 있다. 그 까닭에 1978 Battlestar Galactica 에서나 볼 수 있던 구형 레이더(사일런들의 전투기를 말한다), 구형 사일런 센츄리온(흔히 알고 있는 기계인간이다), 그리고 바이퍼(인류의 전함이 이용하는 전투기이다)들을 볼 수 있다.

2003년에 리메이크로 제작된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1978년도에 제작된 아이템과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오긴 했으나 몇가지 부분에서 변화를 주었다. 사일런을 파충류 인류가 만들었다는 부분을 인류가 개발한 기계가 모태였다던지 하는 것으로 바꾸고, 센츄리온들과 레이더, 그리고 모선의 형태를 모던한 모양으로 바꾸어 버렸다(레이더는 유기체와 결합된 학습 가능한 형태의 전투기가 됐고, 센츄리온들은 완전히 날렵해서 움직이기 편해진 기계인간이 됐다 모선 역시 유기체 사일런을 생산하고 생활하기 위해 형태가 날카로워졌다).

다만 배틀스타 갈락티카에서 사용하는 전투기 바이퍼는 몇가지 설정에 의해서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2차 사일런 전쟁에서 Battlestar Galactica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구형 전함이었던 까닭으로 예전의 모양을 유지한다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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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estar Galactica는 SF 드라마로서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있다. 12개의 행성에 자리를 잡고 풍요롭게 살던 인간은, 인간의 오만으로 기계를 발명했고, 그 기계들을 과신해서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그 반란으로 다수의 목숨을 잃었고, 그 40년 후에는 거의 모든 인류는 멸망하고 단지 5만의 인간 만이 살아남아 있을 지도 없을 지도 모르는 13번째 행성 지구를 찾아나간다.

그러나 인간적인 감정과 임신 기능 이외에는 모두 완벽한 사일런에 비해서 나약한 인간은 항상 사고(?)를 치고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하고 다툰다. 드라마는 과연 인간이 살아갈 가치는 있는걸까? 차라리 이대로 모두 멸종해 버리는 게 나은 건 아닐까? 하는 철학적 질문들을 끊임 없이 던져준다. 그리고 사일런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니키와 헤라의 존재를 통해 모든 인류를 대신한 신인류의 탄생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Battlestar Galactica : Razor에서는 이 본편의 이야기들이 직접적으로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특별 편성된 TV 무비 답게 본편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케인제독의 에피소드를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어떻게 다른 비행선들을 장악해서 페가수스에 통합시켰는지 또는 어떻게 Razor와 빌리 아마다가 관련이 있었는 지 같은 이야기들. 혹은 사일련의 비밀 같은 것들이 아주 조금씩 다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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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름이 없이 항상 넘버 식스라는 사일론 모델 넘버 내지는 카프리카 식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멋진 모델, Tricia Helfer 역시 이번에는 지나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등장할 때 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가 놀라울 따름이다. 본편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연은 Michelle Forbes(케인 제독)인 까닭에 그렇게 자주 얼굴을 볼 수는 없다. 드라마에서 봤던 길이 이상은 아닐 것이다.

빌리 아다마, 즉 아다마 제독의 젊은 시절 역할은 Nico Cortez라는 배우가 맡아서 열연하고 있는데 리 아다마 역의 제이미 바버와 매우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예전에 예상했던 내용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는 건 확실할 터이고, 케인 제독의 숨은 사연 역시 팬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사연일 수도 있다. 스핀오프처럼 시선을 달리했을 뿐. 다만 그 케인 제독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한편의 드라마 무비가 될 것이다.

4시즌 20에피소드로 종료 예정인 배갈(배틀스타 갈락티카의 애칭)의 건투를 빌어본다.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 원행에 얽힌 미스터리

DRAMA 2007. 11. 2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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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별곡', '이산'을 이어 집중조명되고 있는 조선의 왕. '정조'
그가 시도한 여러 행적들이 세인의 관심을 얻고, 또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까닭인지 '장희빈'같은 여인 사극 만 영원히 만들 것 같던 티브이가 '이산 정조'를 테마로 잡고 있다.  채널 CGV가 제작해서 주말 마다 방송하는,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역시 그런 드라마 중 하나이다. 개혁을 꿈꾸고 나라를 바꾸고자 했으나 음모에 의해 실패한, 비극적인 왕이라는 설정이다.
 
화면을 가득 채울 듯한 카리스마로 연기하는 배우, 김상중의 주연으로 진행되는 이 케이블 티브이의 (영화같은) 드라마는, 김상중의 연기력과 정애리의 알듯 말듯한 의중, 그리고 아직 연기력 검증이 되지 않은 신인들의 구성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간다.
 
실제의 정조 임금의 업적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개인적인 삶의 굴곡이 큰 사람이었다는 것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죽음을 명받은, 사도세자의 비극 없이는 절대 논할 수 없는 것이 정조 임금 아니던가. 그의 인생이 순탄치 않았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백과사전에 기록된 정조의 삶을 잠시 발췌하자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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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년(영조 51) 12월 노병이 깊어진 국왕이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명령하자 좌의정 홍인한(洪麟漢)이 이를 방해하여 조정이 한때 크게 긴장하였다. 홍인한은 세손의 외척으로 기대를 모을 위치였으나, 탐포하고 무지한 그를 세손이 비천하게 여겨 멀리하자, 이에 원한을 품고 화완옹주(和緩翁主)의 양자로서 어미와 함께 권세를 부리던 정후겸(鄭厚謙)에게 붙어 세손의 적당이 되었다.

그는 세손을 고립시키기 위해 시강원(侍講院)의 궁료 홍국영(洪國榮)·정민시(鄭民始) 등을 참소하기까지 했으나 세손이 이를 듣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세손이 대청(代聽)의 명을 받게 되었을 때는 이를 극력 반대하면서 대청을 명하는 왕의 하교를 받아쓰려는 승지를 몸으로 가로막기까지 했다.

1776년 3월 영조의 승하로 왕위에 오른 정조는 곧 왕비를 왕대비로 올리면서 어머니 혜빈(惠嬪)을 혜경궁으로 높이는 한편, 영조의 유지에 따라 효장세자도 진종(眞宗)대왕으로 추숭하고, 효장묘도 영릉(永陵)으로 격을 높였다. 그 다음에 생부의 존호도 장헌세자로 높이고, 묘소도 수은묘(垂恩墓)에서 영우원(永祐園)으로 격상하고 경모궁(慶慕宮)이라는 묘호(廟號)를 내렸다.

< 출처 네이버 두산 백과 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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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고, 자신의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지시한 당사자인데다 외할아버지는 공공연히 자신의 반대파임을 자처하고, 자신의 양 할머니인 정순왕후 역시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똑똑한 인물이다. 이 살벌하고도 개인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정조 임금은 과연 음모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일까?
 
'베니스의 개성상인'으로 유명한 작가 오세영의 '원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실제 역사의 기록을 적고 그 음모가 있었음을 추리해나가는 형식을 밟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수원성을 직접 축조하고, 정조의 원행을 암행하여 위험한 일이 없나 살피고,  진두 지휘하는 설정이고, 나라의 많은 이권을 다투는 자들이 정조의 원행을 서로 다른 의미로 고대하고 있다. 그 8일 간의 암살 미스터리, 상상력이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원행'이 무엇인가?
정조는 왜 수원성까지 혜경궁 홍씨를 데리고 원행을 갔을까?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사갑(死甲, 죽은 부모의 환갑을 기념하는 행사)을 기리고,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서 수원성 행차를 준비했다는 정조의 의도는 무엇일까?
실제로 수원성의 많은 부분은 유실되었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정조의 수원 화성 행차는 그림과 함께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과연 1800년 49세로 인생을 마감한, 정조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드라마는 11월 17일에 방영되기 시작하여 현재 3회의 방영을 앞둔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에서 그나마 얼굴을 알아볼 만한 배우는 주인공인 김상중, 정애리, 박정철 정도인지 모른다. 그리고 주연급으로 발탁된 신인들은 몹시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나 연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음모의 뒷 배경이 되는 노론 벽파의 김정수(김기현)나 심환지(박찬환), 시파의 배우들은 그들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어서 시청에 무리가 없다. 다만 중간중간 고증에 맞지 않는 설정이나 미숙한 진행은 보는 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부분이 있다.  '스캔들'같은 퓨전 사극 영화를 설정한 듯 하지만, 스캔들과 같다고 하기엔 많이 어색한 설정.
 
 
출연진 : 김상중(정조), 정애리(혜경궁 홍씨), 박정철(정약용), 이선호(장인형), 희원(소향비), 김성겸(영조), 김기현(김정수), 박찬환(심환지), 이대연(문인방), 장기용(홍재천), 박수현(최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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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Sexy Money - 달링가 가족의 이야기

DRAMA 2007. 11. 17. 20:16


티브이판 미니시리즈 드라마 로스트룸(2006)에서 주연을 맡았던 피터 크라우즈(Peter Krause), 그리고 로스트룸에서 피터 크라우즈의 딸 역할을 나오는 엘르 패닝(Elle Fanning)이 Pilot으로 제작했던 드라마인 'Dirty Sext Money(더티 섹시 머니)'에 함께 출연했었다. 미국 드라마 시장에선 Pilot 한편으로 투자와 제작 진행이 결정되는 까닭에 Pilot 한편으로 드라마가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 꽤 오래전에 찍혔던 Pilot이었던지 그 사이에, 엘르 패닝의 스케쥴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더티 섹시 머니의 Episode 2에서 부터는 Elle Fanning이 맡았던 Kiki George는 Chloe Moretz로 교체된다. 로스트룸의 아름다운 부녀 콤비를 다시 보길 원했지만,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일단 아쉽다.한국에는 예전에 외국의 '집사'에 해당하는 한 집안의 직책이 있었는데, '마름'이라는 계급이 그것이다. 조선 후기나 일본 강제 점령기 시기에는 이 마름의 인격이 한 마을의 고난을 결정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소작농이나 하인들의 생활을 좌지우지하던 사람들인데 땅주인 보다도 마름이 훨씬 밉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지주의 편에 붙어 활약하던, 지주들의 가신 역할을 했다고 할까?

우리의 가신 개념과는 좀 차이가 많이 나지만, 외국에도 물론 이런 한 부자 가족의 뒷치닥거리 역할을 하는 직업들이 종종 있다. 가족 변호사, 주치의, 생활관리사, 혹은 아까도 거론된 집사같은 직업군들은 한 가족의 생활과 편리, 그리고 충돌들을 모두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사고친 부잣집 망나니 아들래미 보다는, 그 뒷수습하는 똑똑한 변호사가 더 미운 경우도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이런 가족 변호사가 피터 크라우즈가 맡은 'Nick George'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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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Feet Under와 The Lost Room 등으로 한국팬에게도 널리 알려진, 피터 크라우즈는 가장 최근 출연작이던 로스트룸의 형사와는 달리 몹시 깔끔한 외모로 등장한다. 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수염되 제대로 깎지 않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뉴욕 최고의 재벌 가문인 Darling가(家)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는 그는 매우 깔끔한,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다.

New York의 물질적인 풍요와 복잡함을 자주 화면에 등장시키는 이 드라마의 첫 시작은 한 똘똘해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의 고난이다. 뉴욕 최고의 부자 달링가의 가족 변호사 역을 맡았던, 아버지 데블린 죠지는 속어로 달링가의 '뒤나 닦아주는' 변호사 활동에 너무 열심히 임한 까닭에, 어머니 클레어와 헤어지게 되었고, 주인공 닉은 그런 바쁜 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라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가족 변호사 일을 하던 아버지가 비행기가 추락하여 사망해버리고, 그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달링가 변호사 역을 맡는게 이 드라마의 오프닝이 된다. 매트릭스의 멋진 엔딩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달링가 재벌들은 줄줄이 아버지 데블린 조지의 장례식에 리무진을 타고 등장하고, 정작 아들인 닉 죠지의 가족은 장례식장에 입장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그 가족, 달링가 사람들은 그렇게 모여든다. 아버지처럼, 그 가족의 뒤를 딱는 일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보지만, 아버지의 석연찮은 죽음이나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수입 때문에 덜컥 변호사 자리를 수락하는 닉 죠지. 그러나 이 골치덩어리 가족들이 일으키는 사고는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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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pp Darling (Donald Sutherland) : 달링가의 가장. 이 모든 골치덩어리들의 아버지이며 재벌가의 총수이다. 가족을 무슨 일이 있을 때(장례식이나 사진촬영 때) 모아서 한꺼번에 얼굴 보길 좋아하고, 예정된 케이스대로 가족들이 잘 살아가는 것도 바라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말그대로 여러 분야의 빅브라더이다. 한편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이 총수는 자신 만의 일처리 방식이 있어서 모든 일을 조용히 드러내지 않게 지시한다. 교묘한 수단으로 닉을 이 가족에게 끌어들이는 사람.
 
▶ Letitia Darling (Jill Clayburgh) :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 가족의 어머니 레티샤는 남들 보기에 교양있고 사랑받는 가족의 엄마 역할을 잘 수행하는 편이지만, 다투는 아이들 앞에서 비싼 도자기를 깨버릴 만큼 과격한 면모도 있다. 데블린 죠지와 모종의 비밀도 있는 듯한 그녀는 자식들을 몹시 아끼고 데블린의 자녀인 닉도 아낀다.

▶ Patrick Darling (William Baldwin ) : 상원의원 선거에 나가기 직전인 달링가의 장남이지만,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도 있다.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 파티에 찾아온 금발의 미녀로 인해 수난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금발의 미녀'를 닉에게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 바보스러운 면모도 보이는 그.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는 이 겉만 멀쩡한 정치인도 문제아다.
 
▶ Karen Darling (Natalie Zea) : 어린 시절 닉을 몹시 사랑한 이 집의 큰 딸, 카렌은 이혼전문가라고 할까? 현재 4번째 결혼상대자(골프 선수)를 골라둔 상태이다. 워낙 결혼 상대자가 많았던 까닭인지 부모들은 자신의 배우자감인 프레드를 정식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물론 결혼 전이기도 하지만). 닉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자주 거론하고, 전화질 해대는 바람의 닉의 아내가 카렌을 껄끄러워 한다. 닉을 곤란하게 만들기로 예정된 사고 뭉치.
 
▶ Rev. Brian Darling(Glenn Fitzgerald) : 무려 목사님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 달링가의 아들은, 장담하건데 드라마에 등장한 목사들 가운데서는 성격이 가장 못되어 처먹었을 지도 모른다. 닉에게 사사건건 인격모독을 하고 시비를 거는 이 모자란 남자는 꼴에 숨겨둔 아들까지 있다. 그 아들을 명문 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닉을 괴롭히기도 한다. 첫등장부터 상태가 안 좋은 이 목사님은 왜 목사가 된 걸까?
 
▶ Juliet Darling (Samaire Armstrong) :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연기는 못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뒷돈을 대준 아버지 덕에 무대 공연에 출연하기로 했었지만 워낙 연기를 못해서 곧 관두고 만다.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도 없고, 집을 나간다고 하면서도 아버지가 돈을 대준 호텔방에서 머무는 것일 뿐인 이 철없는 아가씨는 혼자설 능력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이는 자기 인생을 서러워하는 철딱서니 이기도 한다. 제레미와 쌍둥이이다. 거의 패리스 힐튼이 모델이 된 역할 같다.
 
▶ Jeremy Darling (Seth Gabel) : 줄리엣과 쌍둥이이고 시스터 컴플렉스에 걸린 듯한 어린 제레미는 적당히 놀고 적당히 즐기고, 연예계와 인연도 있는 남자이다. 저스틴 팀브레이크라던지 에단 호크같은 유명한 배우들 이름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까메오로 출연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곡도 하고 뭔가 일에 몰중하는 거 같기도 한데 정작 뭘하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이 드문 듯하다. 만만치 않은 철딱서니이지만 기본적으로 닉에게 호의가 있고 착하다.
 
▶ Lisa George ( Zoe McLellan) : 닉 죠지의 아내인 리사는 카렌이 닉에게 너무 친하게 굴고 시간을 가리지 않고 닉에게 전화를 해대는 통에 신경쓰이고 화가 나지만, 그 자체를 가지고 남편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달링가의 인간들은 워낙 개념이 없으니 말이다. 다만 그 가족의 변호사 일을 하는 남편에게 몇번이나 다시 생각해 보라고 이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설득하길 그만두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남편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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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 12살 - 추억은 영원히 그 자리에

DRAMA 2007. 11. 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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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족 사진, 그리고 오래된 추억 속의 노래, 오래된 티브이 프로그램이나, 오래된 친구들의 사진. 기억이라는 건 항상 선명하지 않지만, 완전히 잊혀지지도 않고, 완전히 지워지거나 하는 물리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희미하게 남아서 사람을 웃음 짓게 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게 하기도 하고, 추억에 젖기도 하지만,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냥, 예전에 일어난 일이다.

10년전의 일을 어찌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노래를 듣거나, 다시 불러 보고 그때의 비디오를 되돌아보는 일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전, 또 그때로부터 거의 20년전의 일을 회상하듯이 만든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가 바로 'The Wonder Years' 즉 '케빈은 12살'이다.

1988년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는 그 다음해인 1989년에 방송될 정도로 빨리 수입되었고, 아이들에게도 무해한 드라마로 인정된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The Wonder Years'의 팬층은 상당히 두꺼운 까닭에, 그 검색어로 미국의 http://www.yahoo.com' 을 뒤져보면, 수없이 많은 드라마의 사진들이 검색되고, 그때의 주연 배우들은 성장한 이후에도 이 검색어를 벗어날 수가 없다. 여전히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케빈 역의 프레드 사베지나 위니 역의 다니카 맥켈러는 아직도 The wonder years의 그 배우였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심지어는 Stuff지의 성인 모델로 예전의 모습을 조금도 상상할 수 없었던, 다니카 맥켈러의 사진에서 조차 그 아역배우였다는 수식어는 빠지지 않는다.

다만 배우를 이제는 그만 둔, 현직 변호사인 폴 역의 조쉬 사비아노 정도만 언론의 관심을 벗어났다고 할까? 그 역시 가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그들이 출연했던 드라마의 추억이란 것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케빈과 위니의 남동생, 그리고 여동생은 케빈은 12살이라는 드라마에 몇 에피소드 같이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형제 및 자매가 함께 출연하다니 다코타 패닝, 엘르 패닝 자매 저리 가라다), 케빈의 4살 어린 남동생은 그것도 모잘라, 케빈 시리즈 이후의 청소년 가족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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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일어난 일들은 당황스럽다 못해 난감하기도 하다. 할일없어 보이고 아무 생각없이 동생이나 괴롭히는 형은 가끔 의외의 순간에 어른이 되어 있고, 그냥 이웃의 안경낀 어린아이였던 소녀는 훌쩍 자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마음을 희롱한다.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던 많은 일들이 변하는 날들, 말 그대로 The wonder years이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60년대의 추억을 회상하는 어른의 말장난 정도로 기억되는 부분도 많았었는데, 그건 배한성씨라는 성우의 목소리가 너무나 강렬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이 드라마는 케빈의 당황스러움과 변화가 강조된 청소년 드라마였고, 성장 드라마였다.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이 드라마의 오프닝은 이 노래였다고들 하는데, 사실 긴 생머리의 웃는 모습이 놀랄 만큼 예뻤던 위니의 얼굴, 그리고 귀엽고 어리게만 보이던 케빈의 모습을 보느냐 노래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들어보니 60년대 풍의 당시로서도 몹시 오래된 노래였었다. 내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그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를 넘긴다는 뜻일까? 조 카커의 목소리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드라마 자체가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은, 이 노래가 몹시 그립다. 아마 수없이 많은 전 세계의 케빈들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린 위니들을 기억하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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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모든 것을 잃고 새로 얻은 삶

DRAMA 2007. 11. 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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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시장에선 먼 곳에 사는, 우리가 알 지도 못하는 수많이 많은 드라마들이 방송되었다 사라지곤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즌 오픈 시기가 되면 새 드라마들은 사장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청자들은 그만큼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율에 따라 어떤 드라마는 긴 생명력을 가진 장기 연재 드라마가 될 수 있고, 어떤 드라마는 단기 매장되는 짧은 미니시리즈가 되버리기도 하고, 어떤 드라마는 발표 기회 자체를 얻지도 못한다.

장기 시리즈로 계획되었다가 종료된 드라마 중에는 'Raines', 'Firefly'같은 것들이 있다. 드라마 자체의 생명력이 부족하다고 하기엔 몹시 안타까운 드라마들이지만, 이미 종료된 시리즈들이다.

'Bionic Woman', '30 Rocks', 'My name is Earl', 'Heroes', 'ER', 'Chuck', 'The Office', 'Journeyman' 등의 수없는 인기 드라마를 방영 중인 미국 NBC 방송국은 이런 드라마의 사장에 깊이 관여하는 메인 방송사이다.

이번 가을 시즌에 NBC가 소머즈의 리메이크 드라마인 Bionic Woman과 함께 내놓은 드라마가 바로 "Life'이다. 현재 13에피소드까지 촬영된 이 드라마는 극의 내용에서 처럼 드라마로서의 '삶(Life)'을 얻을 지 얻지 못할 지 기로에 서 있다.

그렇게까지 쇼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몹시 흥미로운 Flashback으로 오픈하는 이 드라마의 설정은 이렇다.

'life was his sentence, and life is what he got back.'

주인공은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삶을 돌려 받았다'라는 것.
1995년에서 2007년까지 펠리컨 베이 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던 형사, Charlie Crews는 그가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 무죄(증거없음)를 선고 받고 12년 만에 막대한 보상금을 받은 뒤 자신의 근무지였던 'LAPD'로 복귀한다.  경찰로서 감옥에 갔던 까닭에 다른 동료 죄수들에게 상처입어 입소한 지 1시간 만에 241바늘이나 꿰매는 대수술을 받기도 했고, 그 뒤로도 생명을 위협받을 만큼 심하게 얻어맞기도 했다. 감옥에 수감된 사이 아내는 이혼서류를 보냈고, 그가 감옥에 있던 사이 세상은 놀랄 만큼 변해버렸다.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 더 이상 경찰 생활을 할 필요는 없지만 경찰로 복귀한 찰리. 그는 새로 생긴 휴대폰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불안정하다. 다른 부분에서도 현실적응 능력은 몹시 떨어져 보이는, 슬프고 복잡한 눈의 이 남자가 삶에 적응할 수가 있을까? 그런 그에게 삶은 햇빛을 보여줄 것인가? 그런 상태의 그가 '경찰'에 복귀해서 수사에 전념한다면?

이 드라마는 이 상황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듯한 시선 처리로 끌고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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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찰리 역의 데미언 루이스는 1971년, 영국 St. John's Wood에서 태어났다.  드라마 쪽의 경력은 다수 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얼굴을 알린 건 2001년에 출연한 미니시리즈 'Band of Brothers'이다.  길홀 뮤직학교를 졸업했고, Royal Shakespeare Company에서 무대 배우를 한 적도 있다는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이다.
 
감옥에서 달리 할 일 없이 책을 읽고, 남들이 알아듣지 못할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버리고 간 부인에게 약간의 원망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날카로운 수사감각이나 편집증 섞인 성격을 지닌 형사 찰리 크루역을 소화하고 있다. 초반에 격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거나 하진 않지만,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어눌한 표정이나 의사소통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 재빠르게 말을 뱉아내곤 하는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몹시 슬퍼 보이는 그 눈도 그의 역할에 크나큰 일조를 하는 것이 사실.
12년간 감옥에서 동양의 도(zen)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읽고 또 읽기도 했던 그는, 감옥에서 나와 정말 잘나가는(?) 좋은 차를 끌면서 경찰생활을 하며, 무시받던 죄수에서 무서울 것 없는 경찰로 변신하기도 한다(심지어는 전부인과 결혼한 남자의 딱지를 끊기도 하는 파워). 그 동양적인 유머로, 몹시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경찰서 일을 처리해내는 그는 최근 유행하는 단어를 몰라 파트너에게 묻기도 하는 웃지 못할 모습도 보인다. 그가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스펙터클한 삶 역시 유머의 코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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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상관이자, 동료 그리고 파트너로서 일하게될 LAPD의 Dani Reese 역을 맡고 있는 Sarah Shahi 역시 눈길을 끌게 하는 배우이다. 무능하지 않고 조사도 잘 하는 형사이지만 약간은 못마땅한 찰리를 데리고 다니며 현실의 삶에 적응을 시켜야하는 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비밀스런 설정에 의해서 찰리가 감옥에 간 이유는 그녀와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물론 그녀 자신이 직접적인 이유를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찰리 역의 데미안 루이스와 함께 매 에피소드 마다 출연하고 있다.
 
'The L Word', 'Supernatural', 'ER', 'Alias', 'The Sopranos' 등 알만한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던 그녀는 몹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노련한 배우이다. 1980년 생으로 텍사스 출생이다.
 
LIfe는 범죄수사물이면서, 미스터리극이다. 그가 왜 감옥에서 12년을 살게 된 건지 비밀을 밝히거나 복수하는 내용도 일부 포함될 예정이고(소위 미끼가 될 것이다) 감옥에서 살다나온 그가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극복하는, 인간적인 성장과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도 포함될 것이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들도 묘사할 것이다. 바로 Life이다. 잔잔한 시선의 흥미로운 수사물이 아닐까 싶다.
현재 방영된 에피소드까지 대체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2시즌 주문은 무난하리라 여겨지고(미국내 시청률은 사실 실망할 수준일 때도 있지만, 시청자의 반응이 대체로 좋은편이다, tv.com), 또 삽입된 OST들이 드라마와 적절히 어울려 꽤 인기가 좋다. 드라마 삽입곡들이 인기가 있는 만큼 알아보기도 편리하니 찾아보아도 좋을 듯 하다.
 

 

스크랩드 프린세스 - 세계를 구하는 버려진 공주

ANIMATION 2007. 11. 10. 20:48


New type이 발간한 소설을 NT 소설이라고 한다는 걸 아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스크랩드 프린세스(スクラップドプリンセス, Scrapped Princess) 역시 NT 소설로 출발한 애니메이션이다. 소설이라는 쟝르의 특징상 주변 세계에 대한 설명이나 상황 설정 등이 약간은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도 한데 애니메이션으로 변형되면서 이 소설 역시 많이 축약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채운국 이야기' 등이 애니메이션에서 뭔가 변화된 모양새로 변하는 것을 자주 본 독자, 시청자라면 아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쟝르의 최고 소설 중 하나인 '반지의 제왕' 그리고 '얼음과 불의 노래' 등의 소설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우리가 현재 사는 것과 같은 공간을 'Earth' 즉 지구라고 부른다고 한들 절대로 지금의 지구와 '가설'이 같은 공간이 아닌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스크랩드 프린세스 속의 지구, 세계 역시 가설로 뒤덮혀 있다. 고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악마 브라우닌과 신인 마우젤의 싸움 결과로 마우젤교라는 단 하나의 종교를 가진 지구로 변했고, 가끔씩 등장하는 지구의 지도는 현재의 지구 지도와 뭔가 뒤집어진 상태로 바뀌어 있다. 신이라는 존재는 뭔가 지나치게 강력해서 종교 지도자에게 직접 신탁을 내리기도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지구의 미스터리는 등장인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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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라든지 과학 기술같은 것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인간으로서 무한한 신과 같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는가 하면, 보기만 해도 놀라운 커다란 용이 오천년전의 인간이 만든 과학의 산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평범해 보였던 소년 소녀의 이야기가 이런 판타지로 발전하는 걸 보고 나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변신 능력을 갖춘 존재도 나오고, 이교도 관찰관이라는 특이한 존재도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속의 신의 존재가 과연 어떤걸까 생각해보면 미스터리가 풀린다. 폐위공주라는 어감 탓에 사랑과 배신 등의 인간관계로 스토리가 풀릴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패턴으로 모든 이야기를 끌고가지 않는다. 상당히 특이한 설정과 관계들로 인해 매 에피소드 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가볍게 보기 시작해서 끝내는 환호성을 지르게 만드는 종류의 애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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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시피카 카슬 : 주인공인 그녀는 한 나라의 공주였으나 16세가 되면 세계를 멸망시킨다는 신들의 예언 때문에 태어나자 마자 폐위되었다. 원래는 죽을 목숨이었던 그녀를 그녀의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된 유마 파슬 살려주는 바람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16세 생일을 앞두고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몹시 낙천적인 성격이고, 목욕을 좋아하는 개구장이 소녀이지만 능별한 능력을 갖추지도 않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순정 만화 속의 얌전하고 보호받기만 하는 공주님도 아니지만, 그녀 주변엔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사람들(가디언)이 많다. 딱 한번 눈물나는 사랑도 하고 어머니도 만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린다.

* 샤논 카슬 :  파시피카의 양오빠로 자란 샤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파시피카를 지키고 싶어한다. 알고 보면 검술 능력이 탁월한 무사이다. 라크웰과 쌍둥이이고 파시피카의 타고난 가디언. D-나이트, 즉 드래곤의 기사로서 제피리스를 만나지만 발키리들의 호감을 받기도 한다. 오천년전에 타고난 파시피카와의 인연도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코드인 여동생을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거나 하진 않는다. 깔끔해서 좋은 부분.


* 라크웰 카슬 : 역시 파시피카의 양언니로 샤논과 쌍둥이. 말도 점잖게 하고 샹냥하고 부드럽지만 한번 화나면 말릴 수 없는 능력의 마법사이기도 하다. 냉정한 판단력과 상식을 갖춘 머리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전투할 때는 제법 무서운 면모도 있다. 파시피카와 샤논을 몹시 아끼고 보호해준다. 샤논과 마찬가지로 전생에서부터 파시피카와 얽힌 가디언이지만, 자신의 남동생이나 여동생과는 달리 러브라인이 전혀 없다.


* 제피리스 :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해서 어려움에 처한 3남매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오천년 전에는 자신과 같은 형태의 존재들이 아주 많았노라 말한다. 나탈리를 포함해 단 두 기가 남았을 뿐이다. 원래의 정체는 D-나이트와 동화되어 전투하는 드래곤으로서 오천년전의 주인의 명령에 의해 생존했지만 또다른 주인을 기다리며 살아남았다. 스스로 움직이는 드래곤 발키리들과 비교당하는 건 거부하는 존재들이다. 냉정한 판단력, 멋진 전투상황, 소녀의 외모 등으로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무엇 보다 샤논을 몹시 따르는 그 모습이 인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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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www.yale.edu/anime/imgarchive/Scrapped%20Princess/group-pic.jpg

http://www.ednevnik.si/?w=conchracuss&category=anime

케로케로케로~ 힘차게~ 케로케로케로 나가자!

ANIMATION 2007. 11. 9. 22:58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던 다섯 마리의 개구리.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묘하게 일본의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던 개그 아이콘이다.

일본 전통 군인의 복장을 하고 지구를 침략하겠노라 멋지게 폼을 잡곤 하지만 어쩐지 어설프고 뭔가 핀트가 맞지 않고 알고 보면 빈틈이 많은 개구리 외계인들.

만화책부터 완구, 각종 캐릭터 사업,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오늘부터 케로본으로 바꾸자'라고 외쳤던 개구리 군인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한다.

2004년 TV 도쿄에서 방영되기 시작해서 현재 4기 185화까지 방영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Tooniverse라는 애니 전문 채널에서 2005년 방영을 시작하여 현재 3기 분량이 방송 중이다. 라이센스를 얻어 번역되어 들어오는 애니메이션 치고는 매우 빨리 공급이 되는 편인데 그만큼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몹시 일본색이 강하고 성인용 코드도 많은 아이템이지만 개구리들이 귀여운 까닭에

완구로서도 인기가 좋고 이 개구리에 대해서 모르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정도다.

만약 아이들과 케로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면, 케로로에 대해서 잘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일본 문화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면, 지나친 일본색 때문에 아이들의 시청을 삼가게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설명이 없는, 문화란 것은 그대로 몸에 흡수되기 마련이니..유의하시는 게 나을 듯하다는 뜻.)

그냥 잠시 보고 잊어버리는 코미디로서는 최고이지만,

은근슬쩍 배여 있는 일본 문화를 공급하는 계기가 되는 것 역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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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원제목은 'ケロロ軍曹'이다.

일본의 계급체계이기 때문에 '군조'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만화책의 경우는 개구리 하사로 번역이 됐고, 투니버스 애니메이션에서는 중사로 번역이 되었다.

일단은 제목부터 그런 이유로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만화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침략과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며 가끔 가다 계급에 의한 상명하복을 구경할 수도 있다. 무기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공격성 자체에 대해서 그리 미안해 하지 않는다.

그 주인공들은 모두 군인이니까.

'일본식 욱일승천기'가 오프닝에 아예 대놓고 등장을 하고

등장인물인 케로로와 도로로의 모자 복장은 일본식 군복이다.

그들이 가끔 부르는 군가 역시 상당히 일본풍의 느낌을 주곤 하는데 한국에서 번역할 때도 이 부분을 크게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생활 풍습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피소드 소재로 삼기 때문에

칠월 칠석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나무에 매단다던지 유카타를 입고 온천을 즐긴다던지

장어를 먹고 여름을 난다던지

사무라이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민속촌에서 손님 맞이 무술경연을 한다던지 하는

일본식 풍습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일인용으로 따로따로 분리된 식탁에서  일본식으로 젓가락을 들고 밥그릇을 든 채 식사하는 장면은

일상의 풍경일 뿐이라 따로 설명하기도 곤란할 지경이고,

일본에만 존재하는 닌자는 아예 이 애니메이션의 상징이다.

그들의 예의에 따라 무릎을 꿇고 앉아 손님에게 접대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그들이 '멋스럽게 여기는' 풍경 역시 일본식이지만, 한국에서 번역된 버전의 경우엔 그런 일본의 풍경을 나름대로 잘 소화해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유난히 남발하는 일본어 자막은 용케 다 처리하지만, 유카타와 기모노 그리고 일본식 장사꾼의 복장 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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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이 이 만화를 시청할 때 가끔 폭소하는 코드는 애니 구석 구석에 녹아있는 매니아들의 풍경이다.

옛날에 만화 좀 봤다 싶으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패러디의 코드들.

에반게리온, 건담, 테니스의 왕자, 하록선장, 겨울연가, 은하철도 999, 유리가면 등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유명 애니의 일부분들이 케로로에 의해 재활용되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 기발한 발상에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요즘에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은 절대로 이해하기 힘든 코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케로로 중사에 출연하는 캐릭터 중엔 일본인들에 대해서 악평을 하는 별칭 중 하나인 '오타쿠(매니아)'의 성격을 갖춘 캐릭터들이 많다.

작전참모인 별종 천재 '쿠루루'가 그 중 하나이다.

일종의 '로리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소녀 매니아 같은 취미도 있고

변태처럼 타인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 캐릭터는 아예 '꾸~ 꾸꾸꾸꾸꾸~~' 하고 웃는다.

주인공 녹색 개구리 케로로는 잘 알려진대로 '건담 매니아'라서 침략하는 일 자체를 잊을 정도고

빨간 오뚜기 기로로는 밀리터리 매니아로서 아예 무기광이라는 별명이 있고 나츠미(한별이)같은

어리지만 강한 여자를 사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파란색의 평화주의자 도로로는 가장 멋진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악행에 의해서 항상 눈물짓는 불쌍하고 궁상맞은 캐릭터인데나 코유키(설화)와 닌자 수행하는 취미가 있다.

까맣고 건방진 올챙이 꼬리를 가진 개구리 타마마는 힘을 키우고 싶어하고, 과자를 무한대로 먹어치우는 무서운 과자 매니아 캐릭터이다. 질투를 파괴력으로 승화시키는 변태이기도 하다.

휴우키(우주)는 일종의 오컬트 매니아로서 오컬틱한 주제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을 정도이고, 세계적인 재벌의 외동딸인 모모카(나라)는 그 휴우키를 몹시 사랑하는 휴우키 매니아로서 휴우키 박물관까지 가지고 있다.

그들은 특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서 살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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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제작된 케로로 중사 성우도 몹시 멋진 구성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지만 투니버스 버전의 경우도 일본버전의 성우에 맞춰 한국 최고의 성우들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 문화가 눈에 거슬린다면 전혀 받아들이기 힘든 애니메이션이고 낯설기도 하지만
그 문화적인 부분을 소화할 능력이 된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코믹한 애니메이션이다.
아동과 함께 시청할 경우엔 그 문화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군인'의 정복주의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본의 우익이 걱정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코믹한 코드가 '웃기는 것' 만은 아니라는 점도 일깨워주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들도 사랑을 한다 - 그것도 매우 별나고 부담스러운 사랑

COMICS 2007. 11. 2. 10:08


줄거리

여자아이들의 우상 정의문과 남자아이들의 동경의 대상 은묘령은 몇 안되는 학교 '구생물부' 부원이다. 신축한 건물에 있는 최신식 장비에 에어콘까지 달린 신생물부와 달리, 반지하 구식 장비에 곰팡이까지 낀 구생물부로 그들을 이끈 건 학교의 별종 마와룡. 이 신비로운 두 사람 만의 생물부에 사심을 가진 금반하와 사천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얽히면서 별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일본 애니 '그 남자 그 여자'를 연상하지만, 잘 읽어보면 전혀 다른, 차분하면서도 웃긴, 정체를 알 수 없는 순정학원코믹물. (최근 완간 예정이라고 하나 출판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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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은묘령 : 엄마는 여행을 다니느냐 얼굴 안본지 오래 됐고, 아빠 그리고 이모와 셋이서 함께 생활한다. 성적도 상위권이고 얼굴도 예쁜 소위 퀸카이지만 주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침한 사람들(팬, 스토커, 점보는 애들)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 우울한 타로카드 점을 치는게 특기. 예쁘게 생긴 마와룡의 순진한 웃음에 반해서 구생물부에 들어온 허술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예쁘장하게 생긴 사천파를 좋아하는데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정의문이 만들어주는 한식을 몹시 좋아한디. 남학생 손에 묻은 밥풀을 혀로 핥아먹는 무방비함을 보이면서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길에 대해서는 잘 눈치채지 못하는 구석도 있는 전형적인.... 아버지와 이모가 수상하다.


* 정의문 : 부모님은 생선도매상. 6형제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슈퍼 주부겸 모범생. 구 생물부에 들어온 이유는 옆집의 웬수 마와룡을 거부할 수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밥달라고 뒷바라지 해달라고 조르는 형제들을 벗어나 생물실에서 기르는 각종 야채와 장비(플라스크)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평화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의 맛'이라고 씌인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에 꽁치를 굽거나 개구리 수조에서 기른 미나리로 미나리 숙회를 만들고, 밥을 지어 은묘령과 나눠먹기도 한다.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는 은묘령이 학교생활의 기쁨. 친절하지만 무뚝뚝한 면도 있어 가까이 하기 어려운 타입. 그러나 몹시 가정적이다. 은묘령에게 설레여 하지만, 반응이 영... 전혀 엉뚱한 사람들이 정의문을 좋아한다.


* 금반하 : 지금은 최고의 천재에 예쁜이 이지만,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 바람으로 돌아다니며 공부가 제일 재밌다고 한 재수없는 괴짜 시절도 있었다. 어느날 깨달은 바가 있어 날나리가 되기로 했고, 갖가지 활동을 벌이는 완벽한 이중 날나리가 됐지만 이런 천재성이 친구들에게 그렇게 호감을 주진 못한다. 밤새고 놀다가 들어온 새벽, 학교에서 만난 정의문을 좋아하지만 정의문은 반응도 없고 알아주지도 않고. 구생물부에 기거하면서 정의문의 음식을 싹 먹어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나중에 임자 만난다.


* 사천파 : 반항기 있는 목사의 아들. 다른 사람에겐 온화하고 인정이 많고 너그럽지만 자신에게는 폭력적이며 단정하길 바라는 아버지와 귀여운 갈등을 자주 벌인다. 염색한 머리에 귀를 뚫고 학교에 입장(?)하다 단속에 걸려 몰매를 맞는 경우도 있고, 외모도 괜찮고 다 괜찮은데 사고뭉치로 지내는 요령이 탁월한 아이. 자신의 친구들을 집(교회)에 데려가며 아버지의 말은 '개무시'하라고 충고하기도 하는 넘. 이 녀석이 애정을 가진 상대가 누구게?


* 마와룡 :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학생회장. 학생회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고 민폐를 끼치는데 소질이 있다. 정의문과 은묘령을 생물부로 집어넣은 장본인이지만 본인은 집을 나왔을 때 생물부에서 잠이나 자는 게 전부이다. 집을 나오는 이유는 주로 어머니가 '캔디' 소장품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 '캔디'를 주는 사람의 말은 뭐든지 잘 듣는다. 거기다 정의문은 마와룡의 약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천방지축에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는 그에 아주 알맞는 강적을 만난다.


만화작가 서문다미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순정만화계의 '물건'이 되신 만화가 서문다미는

그 특이한 감각과 독특한 스타일로 순식간에 코믹함을 평정하신 기적적인 만화가다

한번 읽어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유치하지 않은 방법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신선한 만화를 보게 되리라

대표작은 삭월, 껍질의 각인, 수중화 루어, 그들도 사랑을 한다, 이 소년이 사는 법, END 등이다.

다만 위의 작품 중 완결이 된 작품은 단편집 뿐이다.

나머지는 조금씩 그리고 있는 것도 있고, 출판사와의 문제로 연재나 발간이 힘들어진 것도 있다.

읽어서 후회할 만한 유머 감각이 아니므로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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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츨처 : 네이버 포토앨범
서문다미 팬페이지 : 서문다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재치

BOOK 2007. 10. 31. 12:32


할아버지의 서재에는 어느 출판사인지 알지도 못할 만큼 오래된, 세로줄 읽기 고전 시리즈가 있었다.
오래된 서재를 뒤져 읽은 만큼 모든 걸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고 있지만
모파상이나 플로베르 등 당대의 고전들을 제법 모아놓은 그 수십권짜리 양장본의 도서들 중
단 몇권이 일본 명작에 할애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설국'이나 '나생문'같은 소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함께 읽었던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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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화법에다 맞춤법도 맞지 않는 오래된 문장, 그리고 오래된 표기법
동물이 화자로 나오는 소설이 그 당시 나에게는 몹시 흔하고 익숙했었지만
책이 출간된 시절엔 동물이 화자가 된다는 건 화제가 되기 충분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소설 속 '고양이'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치 말라고 꽤 여러번 다짐을 받곤 한다.
 
2005년은 이 작품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그를 기념하여 이 책의 완역 양장본이 두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고
예전과는 달리 아담하고 읽기 편해진 가로쓰기 신간을 나는, 소장삼아 구매하게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를 세상에 알리고 출세하게 만든 그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읽힌지 백년이라..
 
몇년전에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던 단편 애니메이션이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 Their Standing Points, 1999) 
이 짧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애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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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주워진 새끼 고양이 '나'는 그녀와 함께 살며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고 생활한다.
한없이 뒹굴거리며 애교 떨고 노니는 것만 같은 그, 고양이의 시선과 함께 그녀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삶을 유지해 나간다. 고양이의 사랑스런 시선이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 애니메이션의 화자는 '따뜻한 시선의 고양이'이다.
 
반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귀여운 고양이가 선택한 시선은 '무심한 날카로움'이다.
자신의 먹거리를 마련해주고 잠자리를 주고 귀여워해주는 주인, 답답한 서생을 특별히 사랑한다거나 할 수도 없고, 요령좋은 메이테이나 간게쓰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고 하기도 힘들다
그저 바라보고 제 3자다운 모종의 '조소'를 보낸다고 할 수도 있고
그저 쳐다보고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을까 하는 시선을 보낸다고 할 수도 있고
무심하고 나른한 고양이는 어쩐지 좀 냉정하다..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얻은 것처럼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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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봄날의 등불은 각별하다. 천진난만하면서도 풍류와는 동떨어진 이런 광경을 비추면서 이 좋은 밤을 즐기라는 듯이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지금 몇 시나 되었을까 하고 방안을 둘러 보았더니 사방이 고요한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기둥시계와 부인의 코고는 소리, 멀리서 하녀가 이빨을 가는 소리뿐이었다. 이 하녀는 남들이 자기보고 이빨을 간다고 지적하면 언제나 그것을 부인하는 여자이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껏 이빨을 간 적이 없습니다 라고 고집을 부리며 절대로 앞으로 고치겠다거나 죄송했다고는 말하지 않고 그저 그런 기억은 결코 없다고 주장한다. 하기야 자면서 부리는 재주이니 기억이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의 기억에는 없어도 사실은 존재할 수가 있으니 문제이다.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다시없이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자기에게는 죄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이니 천진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남들이 난처해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천진하게 굴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신사숙녀는 이 집 하녀와 같은 계통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밤이 많이 깊어진 모양이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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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의 또다른 장점은
자신의 잘못도 쉽사리 인정할 줄 모르고 허풍을 떨고 위선을 떠는 지식인들에게 가소로운 시선을 보내는 고양이의 입장이 그렇다고 딱딱하고 불편한 것 만은 아니라는데 있다.
충분히 유머러스하고 웃기는 상황 묘사나 상황 설정 등도 읽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 2월 9일 우시고메 바타시타 요코마치, 그러니까 지금의 신주쿠 키쿠이초에서 킨노스케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교사, 전문학교 강사 등을 역임하며 도쿄제국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소세키는 38세가 되던 1905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문예지에 발표했다. 1916년에 사망할 때까지 아사히 신문에 몇편의 작품을 추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소세키는 일본의 문물이 개방되고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신문물을 배운 지식인들의 겉모양새가 얼마나 위선적인가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 중 하나인 자신의 모습이 약간 부끄러웠던 것일까?
천 엔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다는 소세키의 얼굴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 속에서
어떤 번뜩이는 재치를 발견하고 글로 표현하게 되었을까?
 
세상의 모습은 반복되고 반복된다고 하던가.
희한하지만 백년이 지나 세상이 변해도 지식인들의 위선과 허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고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딱딱하거나 어려운 말을 쓰거나 하지 않고 재치있게 표현된
이 명작을 심심파적삼아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이 고양이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고양이가 아니라 세상을 보고 함께 웃어주는 고양이니까
 
 
이미지 출처 : 리브로
 

달의 아이 - 인간과 인어 사이의 사랑은?

COMICS 2007. 10. 3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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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중 가장 아름다운 작화 실력을 가진 사람이 누굴까?


마치 백설 공주의 계모가 말하는 거울에게 묻는 듯한 이 질문을, 누군가 내게 물어온다면, 단언코 시미즈 레이코(淸水玲子) 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른 만화가들의 실력이 그녀 보다 못하다는 편견이 아니라 워낙 첫인상이 강렬한 그림을 보았던 까닭에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만화가이기 때문이다.

천사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이미지 만을 표현하는 그 캐릭터들은 아름다울 뿐 만 아니라 깨끗한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분위기로 캐릭터를 표현했던 만화가는 초기의 '이미라'씨가 아닌가 한다.

국내에는 최근, '아름다운 작화와 캐릭터'로 순정만화를 그리는 분들이 예전 보다는 줄어든 추세인 듯 하다.


이런 화려한 그림체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시미즈 레이코의 초기 작품이
'달의 아이(Moon Child, 月の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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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아이'는 1988년에 Lala란 잡지에 첫발표되었고 1992년에 13권 분량으로 연재를 종료하였다.


최근 연재 종료한 '월광천녀(輝夜?)', 또는 최근 부정기적으로 연재 중인 '비밀(秘密)' 등과는 다르게 매우 소녀스러운 감성과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다루고 있다.

월광천녀의 잔인한 분위기나 비밀의 섬뜩한 설정과는 꽤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의 아이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이니까.

인어공주는 잘 알다시피 '물에 빠진 왕자를 구해 주고 그 왕자를 잊지 못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인간이 된 인어공주는 끝끝내 인간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고 만다' 라는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

그 동화를 만화로 표현해 놓았고 주인공이 인어이니 아름다울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싶겠지만 딱히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달의 아이'의 인어들은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나 머리칼을 주고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 세상 속에서 살며 먼 우주로 유영을 떠나는 신비로운 존재들이고 수백년 마다 한번씩 지구에 알을 낳으러 돌아오는 것 뿐이다.. 고향을 향해 헤엄쳐오는 물고기처럼 먼 우주를 헤엄치고 와서 인어들끼리 짝을 짓고 사랑을 하고, 알을 낳은 뒤 죽는다.


새롭게 태어난 '시미즈 레이코의 인어'는 그렇게, 더욱 신비스러운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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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를 몹시 증오하는데 그 까닭은 그 인어공주 이야기 속의 '세이렌'은 인어들을 배신하고 인간 왕자에게 인어들의 존재를 밀고한 존재였고

인간들은 인어가 가진 것과 가진 힘을 두려워한 까닭에 마녀사냥을 하며 인어들의 숫자를 줄여버렸다.

사랑에 실패한 인어, 세이렌은 알을 낳고 죽지만 영원히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었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 보다 훨씬 슬픈,

그런 모티브의 인어공주가 태어나버렸다.


이 이야기는 그 인어, 세이렌의 자손들 중 하나인 벤자민이 교통사고가 나서 인간, 무명댄서인 '아트'와 만나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남자인지 여자인 지 알길 없는 외모의 벤자민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쌍둥이 형제들이 누구인지도 모두 잊어버리고 아트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벤자민에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두 명의 형제가 있지만 그들 역시 성별이 결정되지 않은 미성어 인어이고 달에서 이모들에 의해서 자라던 세 형제는 지구에 산란을 위해 돌아왔다...

벤자민의 자매들인지, 혹은 형제들인지 모를 세쯔, 그리고 틸트와 벤자민은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하게 될까?
아니면 인어와 사랑을 나누고 인어로서 살아가게 될까?
그 아름다운 '달의 아이'의 그림같은 이야기들은 화려한 그림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은 만화 1순위에 들어가지만, 반대로 또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을 애니로 표현하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상실한 캐릭터가 탄생한다면 외면해버리고 싶지 않을까?

이 인어공주 이야기의 제목은 아름다운 만화, '달의 아이'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포토 앨범
일본 Google 이미지 검색

Californication - 한 남자의 지치고 고단(?)한 삶

DRAMA 2007. 10. 29. 04:27


살다 보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알지 못하는 순간
자신의 인생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걸 깨닫게 된다고 한다.
아니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하고 싶은 일에 성공하고 뭔가 욕구 불만이 될 정도로 부족한 것도 아닌 그런 상태가 유지된다면 딱히 불만이나 불평을 하기도 힘들고 벗어날 까닭도 없으니 말이다.
 
David Duchovny가 연기하는 Hank Moody의 삶이 어쩌면 그런 쪽에 가까운 지도 모르겠다.
작가로서의 삶은 한번 성공했고, 딱 맘에 들지는 않지만 자신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화엔 제법 유명한 배우가 출연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변에 여자들도 충분한 편이다.
굳이 따지면 불행하다고 하긴 뭐한 그런 삶 속에는 사실 부족한 것이 있긴 있다.
그 불균형을 표현하듯이 프로모션 이미지 속 행크의 표정은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닌 그냥 반쯤 넋이 나간 모습이다. 그 삶에 푹 빠져 있는 Hank Moody.

영화의 시작은 아직 풋풋한(?) Hank Moody의 꿈이다. 십자가에 피가 묻고 기이한 조각상들이 놓인  수상한 교회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달라고,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달라고 졸라 보지만 자신은 깨어보면, 여자들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런 성격의 구제 불능 남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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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는 자신의 여자친구 카렌 Karen (Natascha McElhone)과 동거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 딸인 Becca (Madeleine Martin)를 두고 있었지만 다른 것(여자)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여자친구 카렌은 딸을 데리고 떠났고 자신 만 홀로 덩그라니 남는 신세가 되버렸다.
물론 자신의 소설을 쓰레기 애정영화로 만든 복수를 하느냐 그렇게 됐다고 주장을 하겠지만 어느 여자친구가 그런 식의 삶을 용서해 줄까?
12살 짜리 딸의 양육권을 나눠줘 가끔 딸을 만날 수 있는게 그가 가진 권리의 전부일 뿐이다.
딸 보기에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한두번이 아닌 Hank의 사생활은 어쩐지 껄끄럽다.
스스로도 이런 삶의 모습을 잘 알고 카렌에게 돌아와 달라고 사정도 해보지만  카렌이 화가 난 이유를 뻔히 잘 알기 때문에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다만 자신을 상태 안좋게 취급하는 딸에게 좀더 아빠다운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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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할 것이나 불만스러운 것이 굳이 따지자면 없는 지는 몰라도 그의 상태가 불안불안하다는 것을 친구 Charlie (Evan Handler)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소설가로서의 삶을 가꾸라는 충고와 함께 여자를 소개시켜 주는 Charlie.
그러나, Hank는 소개받은 여자에게 진심을 줄 생각도, 정착을 고려할 마음도 먹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바람을 피우고자 하면 세상에 여자가 넘치고 정착하고자 한다면
카렌과 베카 말고는 그에게 답이 없다는 ... 그런 핑계 그러니 그 상태를 유지하는 수 밖에 없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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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크와 카렌, 그리고 그의 12살 짜리 딸과 16살 짜리 카렌의 의붓딸 그리고 수없이 많은 다른 여인들이 벌이는 고단하고 힘든 삶이랄까?  가정과 안정으로 방향을 잡지 못한 남자 어른의 방황과 고민을
살펴보고 싶다면
캘리포니케이션을 추천하고 싶다.
어떤 의미로 좋은 본보기와 교훈(?)을 남겨주지 않을까 한다.

물론 19+의 내용이니 알아서 등급을 조정해주시는 센스!



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Le Chevalier D'Eon)

ANIMATION 2007. 10. 29. 04:25


'기사'라는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를 위해 인생을 건 기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다.

물론 그 설정에는 실존 인물의 정보와 상상의 정보, 그리고 판타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 아더왕이나 동키호테같은 기사들의 이미지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애니메이션 슈발리에에서 다루고 있는 기사는 '스파이' 및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역할을 수행한 역사 속의 기사가 이 애니메이션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그의 본명은
Charles-Geneviève-Louis-Auguste-André-Timothée Éon de Beaumont  이고
1728년 10월 5일에 태어나 1810년 5월 21일에 사망했다
흔히 기사 데몽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의 외교관, 스파이, 군인, 비밀결사였다.
그는 인생의 반은 남자로서 살았지만 나머지 반은 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 출처 : 위키피디아 Chevalier d'Eon
 위키피디아에서는 실제 슈발리에 데몽에 대한 정보를 약간 싣고 있고
슈발리에 애니메이션 속 데몽자세히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으므로 참고하셔도 좋을 듯하다.
실제의 데몽은 약간 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 특히 말년의 비참한 삶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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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몽의 실제 스토리를 모티브로 가져온 것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인생의 절반은 남자로, 인생의 절반은 여자로서 살면서 여자의 복장을 입고 스파이 활동을 수행한 인물이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 소재인가?
거기다 '왕가의 시'라는 프랑스의 운명을 바꿀 판타지의 속성을 첨가한 것까지도 몹시 훌륭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청할 동안엔 그 흥미로운 소재가 특별히 매력을 띄지 못했다는 점.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에 묻혀갔다는 것과 박진감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몹시 아쉽다.
스토리 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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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스토리 자체 보다는 화려한 캐릭터 작화와
고화질의 그래픽
, 그리고 그 그래픽이 작화에 잘 녹아있다는 사실과 멋진 음악이다.
역사적인 인물들이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가 하는 미스터리와 리아 드 보몽이라는 주인공의 누나는 대체
왜 죽었는가 하는 미스터리가 일종의 '떡밥'인 셈이지만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잡아끌지는 못한다는 느낌.
모든 등장인물의 정체가 폭로되는 마지막회의 급진전은 어딘지 모르게 당황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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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 궁전의 그 유명한 복도가 그래픽으로 재현된 장면은 다시 보아도 놀랍다
저 장면 하나를 두고 이 애니를 시청해야겠다고 결정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주인공들이 베르사이유의 복도를 걸어 루이 15세를 알현하고 비밀결사가 되는 장면들은 그래서 그런지
몹시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러했으리라는 영광의 장면을 재현한다고나 할까?
화려한 작화가 당시의 프랑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 15세 등은 몹시 잘 생겨진 외모를 가지게 됐지만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경우는 베르사이유의 화려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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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노라... 그렇게 말하는 역사의 해설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의 귀족과 왕족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으며 파리와 프랑스의 국민들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그 기록은 수도 없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아무래도 필연이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프랑스인에게 왕과 귀족은 악인일 수 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
루이 15세, 마리 레슈친스카, 퐁파두르 후작부인,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오를레앙의 필립공,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엘리자베타 여제, 표트르 3세, 영국의 조지 3세 등 여러 인물이 실존 인물로서 등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면 이 애니는 피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드라마 속의 주인공으로서 활약하고 있을 뿐 역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옳다는 느낌.



The Tudors - 천년의 스캔들이 맞긴 한데

DRAMA 2007. 10. 28. 08:22


The Tudors를 처음 봤을 당시 Anne Boleyn의 외모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자그만한 앤블린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리고 그 검은 눈의 앤블린 쥬네비에브 뷔졸드의 천일 동안의 슬픈 사랑이 이미 시청자들의 시선을 장악한 까닭에 푸른 눈의 앤블린은 낯설었던 건지도 모른다.

반면에 젊은 헨리 8세에 대한 반응은 좋았던 편이다.

파워풀한 헨리 8세의 이미지에 강력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걸맞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물론 10대의 앤블린을 만나던 당시의 헨리 8세가 40을 넘긴 나이였다는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역사 속 천년의 스캔들을 드라마로 옮긴 게 맞긴 한데.. 뭔가 다르다... 그런 느낌?


이런 외모 변화는 드라마 전체의 관점 문제와도 연결된다.

헨리 8세는 젊어진 만큼 자신의 행동이 거침없고 거리낄 것 없는 핑계를 가지게 됐으며 훨씬 더 큰 야망과 욕망 그리고 활동의 범위를 누리게 됐다.  정열적인 푸른 눈의 앤 블린은 야망을 가지고 스스로 헨리 8세를 선택한 까닭에 언니인 메리에게는 전혀 미안해 하거나 운명에 질질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왕비 자리에 도전한다.


변함이 없는 건 노포크 공작과 토마스 블린이 수시로 헨리에게 여자를 공급할 정도로 권력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 정도일 듯 하다. 덕분에 메리 블린은 온동네 남자와 연애를 하고 다닌 여자 정도로 취급이 되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잊혀져 버린다. 역사에 기록된 자식 같은 건 아예 연급하지도 않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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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인공들의 이미지 변화와 외양의 변화는 드라마 전반의 운영에도 크게 영향을 끼쳐서
복식이나 다른 소품들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기존 튜더 시기 영화들과 다른 부분이 보이는데
프랑스 풍의 복식을 자주 입고 나오는 앤블린은
기존의 초상화에서 보여준 점잖은 티아라나 머리 장식 보다는
약간은 현대적이면서 화려한 티아라와 보석 머리 장식, 드레스를 자랑하고 있다.
아라곤의 캐서린과 헨리 8세의 복식도 현대적인 화려함의 절정을 달린다고 할 수 있다.
역사책 속에서 재현되기만 하던 천년의 스캔들이 이제는 버전을 달리 해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지도
 
Tudors의 1시즌 초반부는 헨리 8세와 버킹엄 공작의 갈등을 일부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헨리 8세의 왕권 확립에 대한 기초 공사를 하고 있는 셈인데.
랭커스터가와 요크가의 전쟁인 장미전쟁을 통해 왕위를 얻은 헨리 7세,
그 헨리 7세의 아들 헨리 8세는 정통성 문제에서는 버킹엄 공작에게 위협을 받을 만도 한 위치였다고 한다.
그 버킹엄 공작을 반역행위 혐의로 참수하고 나서 거칠 것 없어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서서히 여인들의 스캔들로 말썽을 일으킨다고 한들 제재할 사람은 아무도 없노라.. 말하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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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즌 10 에피소드를 종료한 까닭에 내년 2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 The Tudors는 2시즌 막바지에서 앤블린이 처형될 듯 하며 7에피 정도에 제인 시모어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시즌과 2시즌이 앤블린에게 할당된 만큼 나머지 여인들의 등장이 상대적으로 짧을 듯 한데. 헨리 8세의 폭발하는 권력 속에서 어떤 여인들이 사라지게 될 지..


출연진

Jonathan Rhys Meyers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  King Henry VIII (헨리 8세)
Sam Neill(샘 닐)  -  Cardinal Thomas Wolsey  (토마스 울지 추기경)
Jeremy Northam(제레미 노담) - Sir Thomas More (토마스 모어경)
Steven Waddington(스티븐 워싱턴)  -  Buckingham (버킹엄 공작)
Henry Czerny(헨리 제니) - Norfolk (노포크 공작)
Nick Dunning(닉 듀닝)  - Boleyn (토마스 블린)
Natalie Dormer(나탈리 도메르) - Anne Boleyn (앤 블린)
Maria Doyle Kennedy(마리아 도일 케네디) -  Queen Katherine(캐서린 왕비)
Henry Cavill(헨리 카빌) - Charles Brandon (찰스 브랜든)
Joe Van Moyland(조이 반 모이랜드) - Thomas Tallis (토마스 칼리스)
Gabrielle Anwar(가브리엘 앤워) - Princess Margaret (마거릿 공주)
James Frain(제임스 프레인) - Thomas Cromwell (토마스 크롬웰)

ROME - 역사가 드라마 속으로 걸어들어온 느낌

DRAMA 2007. 10. 28. 04:07


로마 시대를 특히 안토니우스, 줄리우스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희빈이 나일론 한복치마에 현대적인 보석으로 치장을 했듯이
그 영화 속의 시저와 안토니우스는 현대인이 드레스를 입은 듯 화려하기도 하고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빛이 도는 백인 미인의 전형일 경우도 많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클레오파트라는 아직도 그 화려함이 회자되고 있지만,
고증에 철저한 클레오파트라였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희랍인을 조상으로 둔 클레오파트라가 완전히 흑인 또는 백인일 리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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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의 티브이 드라마 시리즈, ROME는 여러 면에서 기존 로마 드라마의 틀을 깼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의 로마와 시저, 안토니우스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Empire(2005, ABC방송국)가 HBO의 ROME과는 이런 점에서 비교된다.
빳빳하고 구김없는 옷감, 그리고 완벽한 염색의 복장들. 화상 역시 현대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여인들과
최고의 화려한 가죽과 철제로 장식한 로마의 장군들은 현대인의 상상 속 로마인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절에 '대단한 것'과 현대의 '대단한 것'의 기준은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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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염색을 한 천을 휘두른 원로원의 의원 휘장이 최고의 옷감일 수도 있지만, 고대의 직조 방식에 어울리게
옷감의 솔기가 날라다니고
구리나 납 그릇들은 시대의 때가 낀 것처럼 바래고 낡았다.
아무리 깔끔한 로마의 도시라도 서민들이 거처하는 뒷골목의 풍경이 현대의 도시처럼 깔끔할 리가 없다는 것.
그 점에 착안한 까닭인지 뒷골목은 더럽고 오물이 잔뜩 묻어 있다
노예에 대한 악행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아 저 시절은 저것이 자연스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드라마가 강조하고 싶은 건 그 때 그 시절의 로마이지 현대인의 감상 따위가 아닌 것이다.
이건 아직도 한참 복원 중인 고대의 로마 도시, 폼페이의 풍경과도 몹시 닮아 있다.
로마 오프닝의 벽 곳곳을 차지한 낙서들은 몹시 고증이 잘 된 상상력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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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우스 시저, 폼페이우스, 마크 안토니우스, 부르투스, 아티아, 세르빌리아, 옥타비아누스, 옥타비아, 카토, 시세로, 클레오파트라, 아그리파, 메세나스, 카이사리온, 헤롯왕 등
역사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이 ROME에서 벌여나가는 에피소드는
때로는 기록된 역사와 같고 때로는 기록된 역사이기 보단 드라마 속 상상의 산물이다.
특히 루비콘 강을 건너는 유명한 역사 속 장면에서는
루비콘 강이 조그만 냇가처럼 묘사된 까닭에 팬들은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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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 기록된 인물이긴 하나 그 역사서 속의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두 명의 주인공
백부장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풀로의 이야기 역시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원리 원칙주의자인 보레누스가 최고의 승승장구를 하다 아내를 잃고 몰락하여 뒷골목의 제왕이 되는 과정이나
풀로가 자신의 인생을 무식, 단순한 방법으로 개척하여 살아남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시저나 안토니우스 주변을 맴돌며 겪는 로마의 일상들이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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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시즌 1에피소드의 첫 장면이 할당된 백부장이 전투하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명장면이랄 수 있는데 대열을 맞추어 방패로 적에 대항하고 호각을 불어야만 공격하는 그 방식이
고전에 묘사된 그대로라고 한다.
풀로는 물론 그 장면에서 혼자 뛰어나가 날뛰는 바람에 보레누스를 애먹인다.
ROME는 이런 세부적인 전투장면을 상징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연합이 부르투스와 카시우스의 연합을 상대하던 전투에서는
효율적으로 많은 인원을 동원하고 그래픽을 사용하여 대규모 전투신 역시 소홀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ROME는 전투나 전쟁 장면을 꼭 필요하게 잘 활용한 드라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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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정말 사랑한 사이였을까?
상대적으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 중 가장 오래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은 클레오파트라는
아티아의 아들 옥타비아누스에게 최악의 대접을 받은 것처럼 묘사되지만
이건 상당히 깜찍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하고 웃어줄 수 있다.
안토니우스/아티아/클레오파트라의 삼각관계와
안토니우스/옥타비아/아그리파의 삼각관계는 상상 이상의 설정이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옥타비아누스의 아내는 로마 여인들의 단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그 까닭인지 영웅 옥타비아누스의 후계자들은 모두 미치광이왕이었다는 평이다.
드라마 ROME는 그 미치광이들을 보여주고 있진 않지만
왜 그런 왕이 탄생했을까에 대한 화두를 조금 던져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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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 하츠 아키코

COMICS 2007. 10. 2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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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백년이 넘으면 마음을 갖고 사람을 현혹한다
- 주인공 렌의 대사

최근에는 그런 미스터리 심령물이나 물건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매니아틱한 주제로 생각되지만, 예전에는 물건이나 동물의 혼령이 사람을 괴롭히거나 보은하는 이야기들도 간혹 나오곤 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혼령이야기는 제법 무섭다

혼령들이 원한을 가지고 사람을 괴롭히면 어지간히 담대한 사람도 기절하기 일수다.

내가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오래된 물건이 혼령이 되서 나를 괴롭힌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아닐까?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오래된 물건들이 보여주는 신비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뭔가 알듯 말듯한 신비한 분위기의 렌이라는 남자인데, 그가 소년인지 젊은 청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흡사 '펫샵 오브 호러스' 주인공 남자 D백작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주인공인 건 아닐까 싶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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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가게인 '유유당'의 손자인 렌은

할아버지를 도와 가게일을 돌보는데, 그가 혼자 가게에 있을 경우엔 거의 예외 없이 물건들의 혼령이나 물건에 깃든 혼령이 빠져나와서 렌에게 하소연하곤 한다. 그리고 이 만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에 현대적 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인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정확치는 않다. 기모노와 양복이 공존하던 시대.


"렌 나의 사연을 들어줘!!"

물건들의 소원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할 수 만은 없는게 이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작고 큰 장난으로 렌을 괴롭히기도 하고 골동품 가게를 떠나가지 않겠노라 사건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맞지 않는 주인이 사간 물건은 주인들을 괴롭히다 못 해 혼쭐을 내준 다음 유유당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

대신 물건이 가고 싶어하는 주인이 있을 경우 렌과 할아버지는 값을 깎아서라도 그 물건을 그 자리에 보내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꼴을 당할 지 모르니까. (대신 물건들이 약간의 보상을 해주지만)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일권 소개

제 1화 꽃의 정령의 사랑

낯선 손님이 여인이 그려진 그림을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들고와 팔려고 한다. 렌은 그 여인이 동백꽃의 정령이라고 하고 팔지 않는게 좋겠다고 권해주지만 남자는 그림을 맡기고 사라진다. 그날밤 렌의 꿈에는...


제 2화 저녁을 기다리는 손님

먼곳에 물건을 보러나간 렌의 할아버지는 예전에 들렀던 손님을 만나고, 할아버지가 골동품가게를 비운 사이 렌은 맨발로 화려한 기모노를 보고 있는 수상한 손님을 만난다. 그 손님은 자신의 옛 기억과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제 3화 14번째 달밤에

유유당 옆에는 오래된 버드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오늘도 유유당엔 수상한 복장의 손님이 와서 특이한 골동품을 주문하고 간다. 남편이 선사에게 보낸 편지 족자를 찾는다는 손님, 렌은 그 족자를 찾아냈지만 족자의 낙인은 여우 발자국이었다!


제 4화 제멋대로인 명품

천류도를 사겠다는 부자 손님이 찾아와 렌을 독촉하지만 렌은 물건이 팔리길 거부한다면서 팔지 않는다. 손님은 자신은 남작 칭호를 받은 사람이라며 화를 내고 자신은 천류도와 짝을 이루는 그림인 도림도를 손에 넣었다고 하는데..


5화 꽃에 잠기다

5화는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에도시대 말기, 황월은 요시와라 최고의 기생 미쿠모의 인형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미쿠모는 7일 동안 자신을 만지지도 않고 7일 중 하루라도 오지 않으면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겠단 조건으로 자신을 모델로 보여주기를 허락한다. 두 사람은 인형을 만들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지만 주변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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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타로마루

렌은 할아버지가 넣어둔 골동품이 상자의 봉인을 뚫고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원래 봉인된 상자를 잃어버린 탓이라고 하면서 골동품을 찾으러 가는데 한편 서자 출신에,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까지 홀대하는 상황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던 소년은 작은 강아지 한마리를 만나게 되는데..


제 7화 금색조

영국에 유학온 신노스케는 스승의 집에서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엘레노아라는 스승의 딸과 친하게 지낸다. 엘레노아는 신노스케가 가진 인롱과 금색조의 빗이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는 걸 알고 신노스케가 떠날 때 그 두 가지를 몰래 빼놓는다. 일본으로 돌아간 신노스케는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는데..


제 8화 나팔꽃 전이

나팔꽃 기르기를 좋아하던 오빠 오또야와 몹시 친하게 지내던 미오리는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오빠는 죽는다. 병상에 누워 슬픈 생각만 하는 미오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심술만 부리고 재활 훈련은 생각하지 않는데...


일본 내에서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과 더불어 미스터리한 내용의 만화로서는 1순위를 다투는 만화인데, 한국에서는 반혼사나, 파한집 정도가 이런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잔잔한 물건들의 이야기와 다르게 한국의 미스터리 만화류는 보통 원한이 관계된 경우가 많다.


소복입은 머리긴 귀신이 나오기 일수인 한국의 유령들과는 다르게 때로는 기품있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사람들 주변에서 얼씬거리는 혼령들이 가끔은 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하고 여자만큼이나 예쁘다고 설정된 주인공 렌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덕에 웃음짓기도 한다.

어떤 분은 렌이라는 주인공 탓에 이 만화가 BL 류가 아니냐고 했던 적도 있다. BL 설정을 기대하시긴 좀 난감할텐데..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최근에 11권이 발행된 상태이다. 10권으로 완간이라고 생각했던 팬들을 기쁘게 해주는 소식이었다. 세상의 물건들이 어떤 비밀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하다면 이 가을에 한번쯤 가까이 해보시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

http://www.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