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의 족제비(しあわせソウのオコジョさん)

ANIMATION 2007. 12. 26. 15:11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는 동물과 사람이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사람들은 함께 사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부르고 동물들은 같이 사는 사람을 '건방진 내 부하'라고 부른다.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이 '인간들을 정복해 나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과 연 우리가 거둬준다고 생각하고 함께 사는 동물들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흐뭇하게 웃고 싶을 땐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작화가 늘어난 요즘 애니들 보다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을 그리는 이 애니를 추천한다. 절대 흥미진진하거나 긴박감이 도는 애니도 아니고 체력이 달릴 정도로 부담스럽게 보는 애니도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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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짖는 소리를 듣고 말을 알아듣는 기계가 시판된 적 있다. 주로 아프다던지 불안하다  배고프다같은 개짖는 소리를 미리 입력한 뒤 그 소리를 기준으로 분석해서 지의 말을 알아듣게 하는 특이한 기계였다고 알고 있다. 애완동물과 의사소통이 하고 싶은 사람은 의외로 많은 것 같지만, 알다시피 같이 살아본 동거인이 경험으로 쌓은 느낌이 아닌 이상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그냥 귀엽게만 보일 뿐).

'흰사자 레오' 같은 애니는 레오가 영리해서 인간의 말을 흉내내고 인간과 동물이 대화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레오는 인간에게 적대적이고 싶지 않아하는, 원수에게 관대한 사자였다), 가끔 화제가 되곤 하는 인간이 말하는 음성을 내는 고양이 영상들을 보면서 동물과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 보는 동거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실제로 실험을 통해 침팬치가 추상적인 단어까지 학습하면서 인간과 대화한 적은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모든 동물이 똑같은 거 같아도 개개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된다. 일부는 '고양이는 모두 요물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직접 키워보면 다정하고 사근사근한 고양이도 있고, 앙칼지고 성격 급한 고양이도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인 셈. 최근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보다는 '반려동물'이란 단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동물들 개개의 생명과 특성을 존중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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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족제비는 사실 희귀하기도 하지만(극중에서도 등장하듯 그래서 몹시 비싸다고 한다. 기를 수 있는 것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야생의 족제비 자체가 원래는 사람과 함께 살기엔 부적합한 면이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족제비가 흔치 않은 까닭에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지만 농가나 산 주변의 작은 동물들(닭이나 새끼 토끼같은 것들)을 잡아먹는 족제비는 인간에게는 몹시 거친 동물이었다. 성격이 사나워서 사냥의 목적이 아니라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애니에서처럼아이가 있는 집, 쥐같은 다른 동물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함께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야간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인지 낮에는 보기가 힘들고 일본에선 산족제비를 보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있단다. 그런 거친 산족제비의 캐릭터 오코죠상은 그 족제비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물론 관대하고, 개성이 강한 족제비인 탓에 쓸데없이 공격하거나 잡아먹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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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을 인간들은 몹시 귀여워하거나 돈벌이 소재로 보거나 각자의 상상을 붙여서 족제비를 가만 두지 않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 튼튼한 오코죠상은 그들을 정복하고 순종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입장의 차이를 나레이션하는 인물은 몹시 재미있게 표현하곤 하는데 그 대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해설은 종종 '이 따위 생각이나 하고있는 오코죠상이었다'식의 대사를 날리곤 한다.

인 간들 입장에서 족제비가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족제비 입장에서는 화를 내고 사납게 성깔 부리는 행동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쓰다듬는 행동이 동물에게는 뭔가 공격적이고 귀찮은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서로서로 오해의 도가니라고할까?  얼마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일방적인지 그 상황 만으로도 유쾌한 애니이다(오코죠상 본인은 바락바락거리지만  족제비들이 그냥 보기엔 상당히 귀여운 면이 많다).

가장 점잖고 덤덤하게 족제비를 대하는 인간은 주인공, 츠지야 하루카와 코죠삐라고 주인공을 부르며 사랑해주는 꼬마, 쿠도 유우타 정도랄까? 있는 그대로의 족제비를 몹시 사랑해주고 좋아하는 소고기 튀김을 사다 준다. 주변의 인간들은 대개 뭔가 멍청하고 가소롭고 시원찮아서 맘대로 남자다운(?) 족제비씨를 귀엽게 생각하고 귀엽다며 족제비상을 귀찮게 하기 일수이다.

오코죠상이 다른 동물들과 벌이는 에피소드 역시 몹시 재미있는데 잡아먹으려던 쥐, 초로리를 부하로 삼고 부려먹는다던지 눈치빠른 초로리를 데리고 행복장(그 다세대 건물)의 쥐구멍과 방을 탐험한다던지, 가끔 놀러오는 다른 동물들을 괴롭혀준다던지 악어를 누님이라고 부르며 함께 애완동물 가게를 탈출한다던지 하는 일과가 재미있게 묘사된다. 오조쿄상을 납치하고 싶어하는 약간 바보같은 애완동물가게 주인도 재미있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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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지 않은 작은 쥐, 초로리의 인정은 뭔가 생각해줄 점을 던져주기도 하는데 작은 케이지 안에 가두고  먹을 것을 주며 동물들을 기른다고 착각하는 인간들. 그 인간들을 약간은 동정하며 의리를 지켜주는 작은 쥐의 생각이 과연 동물이 우리와 '살아주는 걸까' 아니면 인간이 건방지게 '감히 거둔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해준다. 나약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을 그 작은 동물이 사실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 애니 역시 투니버스에서 한국어로 더빙해서 방송한 적이 있는데 오코죠상의 역할을 '족제비씨'라고 바꾸게 되면서 '이선주'란 성우분이 맡게 되었다. 거의 일본 원어 방송의 느낌을 백퍼센트 살리고 있다(이 분은 나루토의 목소리도 거의 똑같은 분이다). 또 초로리의 목소리를 맡은 '류점희'님은 케로로의 타마마 역할도 그대로 옮겨낼 정도로 멋진 목소리이다. 흉내가 아니라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아주 잘 뽑아냈다고나 할까?  일본판의 오프닝과 엔딩을 각색해서 만든 주제가도 꽤나 코믹한 편이다.

일본 전통음악이 코믹하게 중간중간 깔리면서 전통 복장도 종종 볼 수 있곤 하는데(특히 애완동물가게 주인의 장사꾼을 상징하는 복장과 부채) 작은 동물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 일본색과는 상관없이 이 애니를 흐뭇하게 시청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맨 마지막에 엉뚱하게 대결을 붙여서 '누구의 승리'라고 코믹하게 결론짓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미지 출처 :
http://white.ap.teacup.com/bialb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