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DRAMA에 해당되는 글 52건
- 2008.08.06 Flashpoint - 특수임무 경찰들의 특별한 에피소드
- 2008.07.29 Generation Kill - 전쟁과 인간 사이에 있는 모래 바람
- 2008.07.01 Swingtown - 불륜도 아니고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 2008.05.30 Secret Diary of a Call Girl - 런던 콜걸 벨
- 2008.05.30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 인디언 학살, 창씨개명, 문명화
- 2008.05.23 Tin Man - 오즈의 마법사, 이제는 SF 버전으로 자리잡다
- 2008.05.23 Aliens in America - 고교 왕따의 또다른 이름, 외계인
- 2008.05.20 Burn Notice - 스파이는 해고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 2008.05.18 Reaper - 난 태어날 때부터 악마에게 영혼이 팔렸어
- 2008.05.10 Miracles - 메시지를 보내는 미지의 존재는 신?
- 2008.04.28 Fingersmith - 레이디, 도둑, 젠틀맨과 빅토리아 시대 2
- 2008.04.27 New Amsterdam - 뉴욕에 사는 17세기 네덜란드 형사
- 2008.04.10 Cane - 사탕수수로 럼과 설탕을 만드는 쿠바 이민자들
- 2008.04.08 Journeyman - 구름덮힌 금문교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1
- 2008.03.31 Miss Guided - 엉뚱하고 귀여우신 우리 상담 선생님! 1
- 2008.03.21 Mad Men - Madison가 사람들의 광고에 미친 인생 7
- 2008.03.19 언히치드(Unhitched) - 덤앤더머의 계보를 잇는 네명의 이혼남녀
- 2008.03.17 Jane Eyre - 샬롯 브론테의 시선으로 19세기를 바라보다
- 2008.03.03 Breaking Bad - 위기에 빠진 50세 가장의 선택은 범죄? 1
- 2008.02.29 Casanova - 시청자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영국 카사노바
- 2008.02.25 In Treatment - 지루할 정도로 진지한 상담 드라마
- 2008.02.20 Dead Like Me - 죽고 사는 일이 별개 아니라니까!?
- 2008.02.20 Knight Rider - 2시간을 채우지 못한 키트와 마이클 라이더의 부활 5
- 2008.02.19 Torchwood - 닥터후가 다룰 수 없었던 좀 더 복잡한 이야기들
- 2008.02.18 Monk - 섬세한 강박증 환자 몽크의 바깥 세상 바라보기 4
- 2008.02.17 Eli Stone - 우리집 거실에 조지 마이클이 있어요!
- 2008.02.02 Lipstick Jungle - 립스틱을 닮은 도시 정글의 법칙
- 2008.01.29 Pushing Daisies - 어떤 사람을 딱 1분 동안 되살릴 수 있다면?
- 2008.01.27 Life on Mars - 동등한 무게의 꿈과 현실...
- 2008.01.22 Doctor Who - 1963년부터 2008년까지 닥터후 1
글
Flashpoint - 특수임무 경찰들의 특별한 에피소드
캐나다에서 제작된 이 드라마는 긴박감이 넘친다. 총을 들고 인질을 잡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여러 사연의 사람들.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는 절망감에 몸부림치고 딸을 살려야하는 아버지는 울면서 애원한다.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한 젊은이의 생사를 쥐락펴락한다. 이럴 때 구해주는 전문 인력집단이 있으니 그게 바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사연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울해하고 지치기도 하는 그들이지만 도시의 인질극이나 위험한 일들이 벌어지면 모든 기관에 우선해 최일선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다. 협상 담당인 대장을 중심으로 스나이퍼, 분석팀, 범죄심리학자 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들이 다루는 용의자들은 한가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언제 불이 붙을 지 모른다는 것. 발화점이나 일촉즉발의 위기를 뜻하는 Flashpiont는 꽤 어울리는 드라마 제목이다. 드라마의 첫장면은 항상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상황이다. 누군가가 총을 겨누고 다른 사람을 노리고 있고 전략대응팀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어쩌다 그 사건은 이렇게 위험한 지경에 처했을까. 드라마는 시간을 되짚어 원인을 조명해준다. 절박한 상황에서 총을 들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한다. 어딘가에서 사건은 꼬여 있기 마련이다.
훌룡한 사격 솜씨를 가졌다는 것과 사람을 겨냥해 실제로 총을 쏜다는 건 다른 문제다. 시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것과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도 다른 문제다. 종종 이런 가치관의 충돌이 일어나는 곳이 경찰이고 이 드라마의 포커스가 맞춰진 대테러 부대는 그 갈등 상황이 최고조에 이른 곳이다. Flashpoint의 첫화는 동료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인질범에게 정확한 겨냥 사격을 해야하는 스나이퍼 이야길 묘사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죽어야 했던 인질범, 그에게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사연이 있고 한 때는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류의 목적을 가진 법집행 역시 스나이퍼에겐 살인과 다름없는 충격을 주지 않을까. 대장의 암호에 맞춰 용의자를 사격한 그의 표정이 암울하다.
극중에 등장하는 전략대응팀(SRU, Strategic Response Unit)은 경찰 소속의 특수부대로 인질극, 자살소동, 폭탄 공격, 갱단의 다툼, 테러 등의 일을 대비해 특수훈련된 사람들이다. 실제 캐나다에는 이와 비슷한 업무를 담당한 위기관리팀(Emergency Task Force)이 존재한다고 한다. 소동의 당사자들과 협상하는 주체가 되기도 하고 인질이나 시민의 신변 위협을 느낄 경우 당사자를 제거하기도 한다. 그들의 활동을 위해 범죄심리학자, 통역관을 비롯한 많은 사회자원이 준비되기는 하지만 편리에 기반한 과잉 살상을 막기 위해 그들의 대응은 많은 제약을 받기도 한다. 불필요한 살상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조사팀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메인이 되는 대원은 스나이퍼팀이다. 첫 에피소드의 제목은 스나이퍼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암호이다. SRU엔 각각 계급과 위치가 정해져 있고 주로 맡는 임무가 정해지게 마련인데 용의자의 행동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위험할때, 그래서 신속하게 용의자를 사살해야할 경우, 스나이퍼 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협상팀의 적극적인 협상으로도 인질의 생명을 구할 수 없을 경우 최종적으로 스나이퍼 팀이 움직인다. 주인공은 용의자를 사살하는 자신의 직업에 약간의 불안을 가지게 된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죽이는 것이 그들의 할 일 전부가 아니다. 가족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권리가 있는 그도 역시 평범한 사람이다. 원래 이 드라마의 최초 제목은 그 스나이퍼들의 고뇌를 강조해 Sniper였다고 한다.
그러나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협상전문가, 이 팀의 대장이 맡은 역할도 SRU팀의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협상자에겐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정확한 사실 만으로 인질극을 벌이는 용의자를 제압할 것, 협상할 것같은 몇가지 원칙이 정해져 있지만 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용의자 앞에서 개인적인 경험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인질극을 벌이는 아버지를 무조건 죽인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총을 들고 병원에서 환자를 위협하는 용의자의 심정을 모르지 않기 떄문에 협상하는 사람은 마음이 아프다.
협상할 일이 있을 땐 협상을 맡은 대장이 현장에 나가고 나머지 팀원이 상황실에서 전체 현장을 모니터링한다. 스나이퍼가 필요할 경우 가장 적절한 사격 지점을 찾아내고 통역을 비롯한 자문이 필요할 경우에도 그 인력을 호출해낸다. 기타 지원이 필요한 연락을 그들이 역할을 바꿔가며 해결해나가는 것. 이 SRU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서로 간의 신뢰와 협동이다. 종종 용의자를 빨리 저격할 것을 종용하는 신참은 이 팀의 부위기를 해치는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죽어간 사람들, 그들이 범죄자이건 평범한 사람들이건 간에 그들의 죽음은 SRU 팀의 마음 한켠을 무겁게 하는 그런 존재들일 뿐이다.
인상적인 배우들의 연기가 드라마를 꽤 많이 좌우하고 있는데 스나이퍼 팀의 팀장인 에드 레인(Ed Lane) 역을 맡은 Hugh Dillon은 그 복잡한 내면을 표정으로 연기해내고 있다. 협상대상자로 나서는 사연 많은 아버지, Gregory Parker 역의 Enrico Colantoni 역시 베테랑 연기자. 그들의 숨겨진 사연과 슬픈 용의자와 피해자 간의 이야기들이 제법 감동적인 그런 드라마이다. 경찰의 인명 구호는 국가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하면서도 필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그들이 진정 할 일이 무엇일까?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보호'와 '진압'의 차이를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드라마 속의 일이라고 치부한다면 할말이 없고.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추천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s.com/primetime/flash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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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tion Kill - 전쟁과 인간 사이에 있는 모래 바람
이라크전 이전 십년간 큰 규모의 전쟁은 없었기에 실제 전쟁에 참여한 군대는 별로 없지만 전차를 탄 해병대는 현장에 제일선으로 투입되었다. 이라크의 국경선을 뚫고 나가는 그들의 목적은 바그다드 초기 장악이다. 그 해병대가 신속하게 무기를 퍼붓고 교전하고, 유프라테스 강을 지나 이라크를 진압하면 메인 부대가 그 뒤를 따라 진입하게 된다. 그 목적 하나로 훈련을 받는 해병대는 사뭇 진지하고 분위기도 고조되어 있다. '군대에서 뺑이치며 고생하는', 그들의 입에선 'Get Some'이란 말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그래서 이라크전을 준비하는 해병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 Generation Kill의 첫 에피소드 제목이 'Get Some'이다.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침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나라는 반대하는 가운데 야간에 미사일 등을 퍼부으며 미군은 침공을 시작했고, 해병대가 그 다음날 바드다드에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이라크와 무력 충돌이 있었고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거나 시민들을 학살했던 일들도 그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때 사용했던 무기들과 전투 장면은 종종 뉴스를 통해 보고되기도 했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거친 해병대를 중심으로 이 드라마가 진행된다. 이라크 민간인들을 향해 미군들은 어떤 자세를 보여줬을까? 그때 군인들은 어떤 표정으로 바그다드를 진압했는가?
'X도 아는 것이 없는' 윗대가리들은 벤츠 끌고 애완견 카페나 가는 동안 자기들은 고물차 끌고 남의 나라 침공하러 간다고 투털되는 군인. 그의 말처럼 유독 눈에 띄는게 이 군인들 중엔 멕시코계, 푸에르토리코계, 흑인 같은 미국의 서민들이 많다. 백인이라도 가난한 집의 자녀들로 흑인 보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 어느 군인의 말처럼 세상이 백인의 것인 까닭인지 이 이라크전에 참전해 많은 돈을 벌고 미국의 시민권을 따고 싶어했던 유색인종들이 다수 자원했다고 한다. 인종 간의 갈등도 종종 그들의 주 대사가 된다. 그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생 뿐이다. 극중에는 모래폭풍이 불어 막사가 무너지고 물자도 그렇게까지 넉넉하지 않은 사막에서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전쟁을 지켜보는 어린 신병도 있다.
복장을 제대로 하고 콧수염을 미는 등의 엄한 규율을 지키라고 꽥꽥 대는 패트릭 하사의 원수, 식스타 원사는 젊은 군인들을 부당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단속하고 윽박지른다. 어떤 해병대는 '우리는 살인을 좋아하는 냉혈한에 전사들'이라는 그들의 대사처럼 그들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믿는다. 습관적으로 이라크 녀석들을 말려죽이겠다는 말을 내뱉는 그들은 어쩌면 정말 타고난 전사들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규정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허술하게 거짓말로 보고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휘부엔 물자가 풍부해도 적진에 직접 진격하는 해병대는 구박받아야 하기에 PX에서 필요한 물건을 팔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군인의 대답도 재미있다.
커다란 쥐를 보고 놀라는 기자, 그들을 취재하는 롤링스톤즈 지에서 온 기자는 재밌는 관찰자이다(옛날 전쟁 드라마를 생각해 보라). 필요한 물건은 거의 오지 않는다는 해병들의 이야기를 받아적는 그는 군대의 낯설은 풍경에 적응해간다. 어떤 날은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사먹을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배달되는 피자헛 피자가 대인기를 끌기도 한다. 거친 사막에서 구르며 힘들게 고생하는 해병대원들은 피자를 먹으며 곧 공격이 시작될 것 아닐까 생각한다. 피자먹고 대규모 이동을 위해 준비하는 군인들을 향해 내뱉는 구호 역시 Get Some! 이 드라마를 보면 전쟁의 현장에선 문명의 혜택이 포르노 잡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라크전이 시작되고, 공군이 바그다드에 폭격을 퍼부을 동안 군대에서 즐길 수 있는 자잘한 재미로 노닥거리는 해병대에게 내려질 명령은 하나 뿐이다. 바그다드를 장악하기 위해 일단 사살하라는 것. 그리고 시민들을 괴롭히는 이라크군으로부터 구해내라는 것. 사막에서 위장복으로 그린우드(녹색 무늬) 군복이 지급된 걸 보고 기겁하는 군인들의 말장난은 역시 압권. 건전지가 보급되지 않아 작동할 수 없는 야간보안경이라던지 이라크로 신속하게 진입하는 해병대를 위해 공군 엄호가 제공되지 않는단 사실이 공격 직전에야 알려진다던지 진격 직전에 내려진 명령이 기껏해야 콧수염 자르라는 것이었다던지 그들이 속한 나라는 종종 해병대를 무작정 죽이고 싶어 하는 것같다.
히트맨이란 콜사인을 가진 험비 차량 안에서 기자는 군인들이 욕설을 섞어 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받아적는다. 군대에서 한 짓을 본대로 적으라는 군인들의 말은 미국을 향한 반발이자 항의에 가깝다. Evan Wright라는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 작가는 실제 이라크전 종군 기자였다. 그는 이 소설의 화자가 되어 이라크인과의 첫대명 장면에서 '제네바 협정'을 무시하는 미국군인의 모습이라던지 거의 학살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군 작전부의 입장, 결코 이라크를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군인들의 언행을 묘사한다. 그래도 실전에 투입되고 바보같은 명령에 의지해 직접 대처하며 죽는 것도 그들이다. 현장 상황 보고 후 명령을 받아 공격하는 그들의 입장은 안전한 곳에서 지휘하는 군작전부의 생각과는 다르다.
꽤 많은 인원의 보병을 투입했던 까닭인지 두번째 에피소드 첫장면에선 이라크 고속도로에서 길이 밀려 굼벵이처럼 움직이는 부대가 등장한다. 중간에서 마주치는 이라크인들을 향해 야유를 날리는 미국 해병들에 비해 이라크인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극중 누군가의 말처럼 '뇌가 없다'는 군인들은 그 미소와 자신들의 야유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하는 거 같다. 호모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그들의 욕설과 바그다드 진입과정에서 복장과 콧수염 문제로 소란을 피우는 군작전부의 태도도 재미있다. 흥겨운 훈련과는 다른, 전쟁의 공포, 그리고 슬픔은 어떻게 희석되는가.
많은 군인들이 디카와 캠코더를 들고 전장을 누빈다. 그들이 담는 이미지 속에서 많은 이라크인이 학살되었고, 미군들도 다수가 교전 중에 사망하고 부상당했다. 수면부족 상태에서 문명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야 평야에서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유역을 파괴하고 누비는 미국인들, 거리에 시체가 가득하고 부서진 건물을 향해 또다시 폭격을 해대는 장면은 현대전이라고 해서 살상이 줄어들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는, 그런 알지 않아도 될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쓰길 고대했고 몇번의 오경보를 발동했지만 후세인은 끝내 화학무기를 쓰지 않았다. 미군은 계속해서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을 쉽게 말하지 않겠다. 그 전쟁이 어떤 전쟁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번지르르한 옷을 입고 그 전쟁으로 생색을 낸 정치인이 누구 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라크라는 땅을 직접 밟으며 몸소 고생하고 전쟁의 불합리를 견뎌낸 사람들은 미국에서 대접받지 못하던 유색인종들이고 이민자 출신 가족들이다. 수십만을 죽인다고 외치는 그들의 입에서 충성이란 말이 나오는 건 국가에 대한 충성인지 자본에 대한 충성인지 알 수가 없다. 욕설을 하고 야유를 해도 일개 군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다. 전쟁은 테러리스트를 벌하기 위해, 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그런 이념을 위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 시청자는 그걸 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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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gtown - 불륜도 아니고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스윙타운이란 제목을 보고 재즈를 연상했다. 스윙 음악을 좋아하는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의 이름이 스윙타운이라한들 이상한 것은 없을테니 말이다. 안 그래도 이 드라마에는 아주 많은 배경음악이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이 76년경인 만큼 70년대에 제법 유행했을 법한 팝음악들이 드라마를 채우고 있고, 그 드라마의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다. 일단, 한두편을 시청해본 느낌은 재즈의 한 분야 스윙 보다는 '흔들린다'는 의미를 가진 swing의 본 뜻을 더 함축하고 있는 드라마 제목같다. 결혼제도의 파격이란 건 어느 의미로 많은 가치관이 춤을 추듯 방황한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일단 첫 짐작은 여기까지.
결혼의 형태 중엔 'Open Marriage(자유결혼)'이란 단어가 있다. 드라마 주인공 중 한 사람인 트리나가 내뱉는 '오픈 메리지'라는 단어를 듣자 마자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다. 결혼을 했으되 상대방의 성적인 자유 사회적 자유를 인정하는 결혼 형태인 '오픈 메리지'는 부부가 서로 어떤 파트너를 가지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 관계의 개념에서는 불륜이란 컨셉으로 이 결혼 형태를 바라보지 않고 서로 자유를 누린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사실, 'Swinging'이란 단어의 은밀한 뜻 중 하나는 바로 '부부 교환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와우 'Swingtown'의 숨겨진 뜻은 '서로 부부를 바꿔가며 즐기는 마을'이란 뜻이었구나.
나아가서 이 드라마는 조금은 선정적인 단어인 '스와핑' 관련 드라마로 광고되었단 점을 알려줘야할 것같다. 부부가 파트너를 바꿔 성관계를 가진단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그 단어 자체가 불쾌를 의미한다. 결혼의 의미를 부정하는 현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 공개적으로 이 단어를 거론하지 못하는게 '문화'이고 개방적인 듯한 미국도 공중파에서 이런 주제가 방영된다는 부분에 있어선 어느 정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 나라에서는 정비석의 '자유부인(1954)'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큰 비난을 면치 못했던 역사가 있다. 당시 미국 역시 여성의 인권 문제와 불륜 등이 사회적 화제가 되던 시기였고 60년대 이후엔 '자유분방함'이 사회의 기조가 되었다.
시대를 상기시켜주고 싶어하듯 드라마 초반부터 흘러나오는 70년대 음악은 이 시대의 분위기는 이런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시대 상황'을 고려해서 드라마를 분석해달란 뜻으로 보인다. 실험적인 분위기의 '자유결혼'을 누리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 많은 수 증가되었다고 한다. '결혼생활'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불륜'을 '일탈'이 아니라 '자유'로 생각하는 이 문화는 'Key Party'같은 특이한 현상도 낳았다. 드라마 속 부부들은 적당한 수준의 수입을 가진 중산층이고, 자신들과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파티를 벌이곤 한다. 물론 그 중에서 눈이 맞은 부부들은 커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를 누린다.
주인공인 브루스 밀러와 수잔 밀러 부부는 서로를 몹시 사랑한다. 남들 앞에서 서로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는 그들은, 19살에 결혼하여 젊은 시절의 자유를 많이 누려보지 못했지만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아들도 딸도 적당히 자랐다. 스윙타운에 이사온 '뉴페이스'를 맞아들이는 트리나 데커와 톰 데커 부부 역시 서로를 몹시 사랑하는 부부인 점에선 마찬가지이다. 스튜어디스와 조종사로 만난 그들은 대신 성적인 자유를 만끽하는 커플이다. 그들의 관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구석이 있어 부부 교환 뿐 만 아니라 세 연인이 즐기는 3각 관계(?)를 추구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결혼제도를 염두에 둔 사람들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그 부부의 생활이 첫 에피소드의 핵심이다.
밀러 부부는 왜 이들의 '스윙잉'에 동조하게 된 걸까? 수잔은 어떤 문제 때문에 약간은 위험한 이 관계를 원했던 것일까? 과연 부부들은 어떤 순간에 다른 파트너를 원하게 될까? 다른 파트너를 고른다는 뜻은 애정이 식었다는 뜻일까? 그리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던 평범한, 로저 톰슨과 쟈넷 톰슨 부부는 다른 부부들의 약간은 정신없는 이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은 부부 간의 애정과 그들의 일탈, 그리고 복잡한 관계 설정에 있다. 매력적인 이 부부들은 70년대의 새로운 결혼 제도를 '실험'해 보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CBS는 공중파이고 과도한 노출이나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상상해 시청하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다. 주제는 선정적이지만 오히려 진정한 결혼의 의미와 부부관계, 그리고 가족 자체에 촛점을 맞춰 에피소드가 그려진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v.com/swing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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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Diary of a Call Girl - 런던 콜걸 벨
드라마는 주인공이 콜걸의 생활을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성 전문가 주인공인 벨은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벨이란 이름으로 콜걸 역할을 할 때와 한나란 이름으로 친구와 가족들을 만날 때 그녀의 얼굴은 다르다. 벨로서의 그녀는 사람들의 적당히 고급스런 호텔을 들락거리지만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마스카라, 볼터치, 립스틱, 향수, 아이쉐도를 비롯한 풀옵션의 화장과 드레스 분위기의 적절한 명품 정장이나 드레스. 그녀는 스스로를 고급 콜걸이라 부르며 다른 동직업의 여성들과 차별화되었다고 말한다. 포주들에게 갖힌 신세도 아니라 스스로 손님과 단골을 골라 연락오는대로 사람을 선택한다(어떤 의미에서 전화받고 나간다는 점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지도).
한나로서의 그녀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 평범한 아가씨로 보인다. 친구와 같이 거리를 걷고 식사를 하며 가족과 친구들에겐 법률 사무소 일을 하느냐 야근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직업이 지루하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지 않는단 장점이 있어서인지 가족과 친구들도 그닥 캐묻지는 않는다. 옷장을 양쪽으로 나눠 한나와 벨의 옷을 나눠두고, 영업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사생활 공간, 그리고 핸드폰 번호도 양쪽을 따로 관리하는 그녀는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전문 콜걸이다. 사실 그녀는 그녀를 찾는 손님들의 취향과 성격을 제대로 다룰 줄 알고 피해야할 것과 꼭 해줘야할 것을 구분하는 프로 직업여성(?)이기도 하다.
많은 남자들이 갖은 사연으로 그녀를 찾는다. 성적 판타지를 충족하기 위해 그녀를 불러들이는 남자. 아내가 임신하자 아내를 대신할 자연스러운 연인을 찾는 남자, 형식적인 결혼 생활로 공백이 된 아내의 자리, 그 따뜻함을 벨에게서 찾기 위해 야근을 요구하는 남자, 가혹한 여주인님이 필요한 남자 또는 나만의 여자친구가 필요한 남자들까지 다양한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적당히 고급스럽거나 남의 눈에 띄지 않는 호텔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거액의 돈을 받고(시간당 꽤 많은 돈을 받는 것으로 설정) 원칙에 따라 그들을 상대하면서도 절대 상대방 남자를 꼼꼼히 관찰하길 좋아하는 벨은 그 남자들을 상대하며 어떤 일이 있었는 지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일종의 요령'을 전수해주기도 한다.
'The Intimate Adventures of a London Call Girl'라는 블로그는 실제 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블로그라 한다. 영국 최고 블로그 중 하나로도 뽑힌 이 블로그에는 Belle de Jour란 가명의 실제 콜걸이 올린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정체 불명의 여성이 쓴 그 글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블로그를 드라마로 옮겼다는 내용 때문에 첫방송 때 2백만명 이상이 이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한다(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온 적 있지만 우리 나라의 콜걸 관련 인터넷 글들은 대부분 암울하게 끝이 났다). 드라마에서처럼 실제 생활과 콜걸의 삶을 분리해 유지하고 있는 여성일 지 혹은 가상의 글일 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 택시를 타고 남들과 다른 시간에 출근한다는 영국 콜걸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과거엔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명했다).
그녀들끼리 앉아 매니저에게 수수료를 주고 웹사이트 사진의 모자이크를 좀 더 두껍게 처리해야겠다고 말하는 그녀들은 가족을 걱정한다. 자신의 직업 생활이 아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질 않길 바라지만 들키지 않기가 쉽지 않다. 평소엔 그럭저럭 현실과 직업 간의 간극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회 저명인사들이 몰래 벌이는 스와핑 파티 중에 부모님의 전화를 받고 언니의 산부인과로 달려가는 벨에겐 이중생활을 지키기란 아슬아슬한 줄타기같은 것이다. 어릴적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벤은 드디어 벨의 직업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벨 본인 역시 성적 판타지를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항상 모든 상대가 맘에 드는 것도 아니고 차마 사람으로서 하기 어려운 경험을 겪게 되기도 한다. 게을러서 콜걸이 되었다 말하는 주인공이지만 세상일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교훈도 얻곤 한다.
돈봉투를 받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고객을 상대하는 벨 역의 빌리 파이퍼는 닥터후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게된 영국 여배우다. 대개의 영국 여배우들이 그렇듯 연기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노래, 연기, 춤 모든 부분에서 재능을 갖춘 실력파 배우다. 가수로 데뷰했을 때는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배우 활동 이후엔 유감없이 재능을 펼치고 있다. 제인오스틴의 고전, '맨스필드파크(Mansfield Park, 2007, BBC)'의 주연을 맡고 세익스피어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 2006, BBC)' 등에도 출연했던 그녀는 이번 배역이 또다른 의미의 연기 변신을 의미할 것이다. 섹시 코미디의 주연으로 일단은 합격점을 받았고 다음 시즌까지 주문받았으니 더 이상의 영광은 없을 것 같은데 닥터후(Doctor Who)의 로즈 역으로도 4시즌 출연 중이다. 당분간은 최고 영국 여배우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같은 그녀는 얼마전에 결혼식도 올렸다.
이미지 출처 :
http://www.itv.com/Drama/contemporary/TheSecretDiaryofaCallGirl/default.html
http://www.radiotimes.com/shows/the-secret-diary-of-a-call-girl/
http://www.sho.com/site/secretdiary/hom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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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 인디언 학살, 창씨개명, 문명화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 주오, '내 마음'을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혹은 '내 심장'을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여러 번역이나 표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바랜 사진을 활용하며 진행된 이 드라마(엄밀히 HBO의 TV Movie)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향이나 옛것에 대한 향수가 강한 한국인들(고향에 관한 지독한 향수를 가진 세대가 예전 보단 줄었겠지만)은 '나'를 묻어달라는 말과 '내 심장'을 묻어달라는 표현은 그 무게가 다르리라. 죽어서도 그리운 그곳, 죽어서도 다시 달려보지 못할 땅, 내 땅이었고 내가 태어나 오래도록 핏줄이 이어진 땅이었으나 다른 누군가가 무력과 경제력으로 점령해버린 그 땅.
'운디드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분은 이 드라마에 어떤 내용인지 잘 알고 있으리라. 유럽으로부터 건너온 침략자에 대응하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 건너온 자가 '인디언'이란 이름을 붙인 그 땅의 원래 주인들은 땅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자연을 관찰하며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살던 그들은 침략 전엔 2500만명 정도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도 자연을 존중하는 법을 알았고, 침략자를 응대하는 방법도, 자신들 만의 질서 유지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흔한 서부 영화들이 야만적인 인디언의 백인 공격 장면을 묘사했지만 잘 알다시피 공격받은 자의 응대가 곱지 않으리란 사실은 어린아이 조차 알고 있으리라. 21세기도 아닌 18-19세기, 인디언의 저항을 '비폭력 저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까?
1890년 12월 29일에 발생한 사우스다코타 지역 운디드니(Wounded Knee) 수족 학살은 인디언 저항 운동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 학살을 계기로 북아메리카의 인디언 정복은 거의 완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조약에 의해 인디언은 자신들 만의 지역에 은둔한 상태였지만, 금광이 묻힌 블랙힐 지역, 인디언의 신성한 땅을 강제로 뺏기 위해 백인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인디언은 무리의 생존을 위해 굴복해야했고 어떤 인디언은 무력 저항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주인공에 해당하는 '앉은 황소(Sitting Bull)'는 캐나다로 쫓겨가면서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미국 앞에 총을 내려놓는 마지막 인디언이 되고 말았다. 수용 지역에서 배급을 받으며 인디언쇼까지 출연했던 '앉은 황소'는 결국 이 운디드니 학살 전 살해당했고, 아직까지도 인디언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1980년 미국 대법원이 이 때 이루어진 인디언과의 거래는 모두 무효라며 인디언의 편을 들어줬지만 인디언 보호 구역에 사는 인디언은 이미 비참한 처지에서 미국의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이 되는 소설 '운디드니에 나를 묻어주오'는 1970년에 발간된 스테디셀러로 아직까지 전 세계에 많이 읽히고 있는 '인디언 멸망사'이다. 미국의 역사는 '인디언 멸망사'라는 작가 디 브라운의 지적은 급격히 줄어든 인디언 숫자를 보아도 이해가지만 핵폐기물 처리시설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보호지역에서 열악한 삶을 살고 있는 인디언을 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 인디언의 삶을 고수한 쪽이든 '모든이가 평등하다'는 미국 백인들의 삶으로 뛰어든 쪽도 고단하긴 마찬가지다(극 중에서 미국의 평등은 추장의 권위를 약화하기 쓰였다는 점이 재미있다). 운디드니 학살 사건 이후 수족과 백인의 혼혈로 태어난 주인공 오히예사(실존 인물로 미국식 이름은 Charles Eastman, 크리스찬이다)는 백인들 사이에서 의사자격까지 얻었지만 추방당하고 만다.
찰스 이스트맨의 조상 중 한 명은 백인이다. 세트 이스트맨이란 이름을 가진 백인이(이 세트 이스트맨이 인디언을 그린 그림들이 많다) 추장의 딸인 인디언과 결혼하여 낸시 이스트맨을 낳았고 그 후 인디언 부족 마을을 떠난다. 수족은 백인들이 얼마나 인디언처럼 살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따뜻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손쉽게 부족의 티피 안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세트 이스트맨이 떠난 후 낸시의 엄마는 다른 인디언과 재혼했고, 낸시 역시 또다른 인디언과 결혼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아들이 오히예사이다. 의사로 일하지 않게 된 이후 작가활동을 하게 된 오히예사는 인디언에 관한 많은 글을 남겼다. 극중에서 그가 인디언식으로 기르던 머리를 자르고 '찰스'라는 영어식 이름을 어떻게 얻었는 지 설명하는 장면은 우리 나라의 '창씨개명'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라 분노하지 않고서는 보기가 힘들다. 존중받지 못하는 민족의 분노라는 것은 핏줄을 타고 흐르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약소국이 거대 문명을 받아들일 때 '쇄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다. 적극적으로 백인의 문명을 받아들여 피해를 최소화했어야 된다는 반응이다. 약육강식은 당연한 문명의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극중에 등장한 백인의 표현대로 백인들이 오기 전에도 인디언들은 다른 부족끼리 의견충돌이 있을 때 마다 전쟁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그들 만의 땅이었던 아메리카에 백인이 이주하고 인디언의 삶을 송두리째 뺏어버렸단 사실 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에 동의할 수 없는 추장, '앉은 황소(Sitting Bull)'와 '미친 말(Crazy Horses)'의 거친 저항이나 '붉은 구름(Red Cloud)'의 무력함이 모두 어리석었다 할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저항할 수 없는 문명 앞에 최소한의 의사표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앉은 황소가 마지막으로 그의 총을 백인 앞의 내려놓는 장면, 그리고 추장과 인디언의 명예를 포기하는 소위 '문명화'를 강요받는 장면은 서글프다 못해 서럽기까지 하다.
백인이 그들의 땅을 차지했다. 이제는 버팔로도 사냥할 수 없고 초원을 달릴 수도 없는 그들을 위해 손바닥만한 목장에서 소리 지르며 사냥을 하는 그의 아들. 무력한 인디언은 백인이 자멸하기를 바라며 그들의 슬픔을 담아 춤을 춘다. 드라마는 이미 알고 있는 인디언의 슬픔을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내며 당시의 자료들을 재현해놓는다(실제 학살 당시에 찍혔던 사진을 화면에 구현해놓기도 했다 - 아래 사진은 실제 추장 '빅 풋(Big foot)'의 얼어붙은 시체이다. 학살 이후 눈이 내려 많은 사체가 얼어버렸다고 한다). 티피로 가득찬 인디언 마을이나 수족의 풍습, 오히예사의 삶을 지켜보는 내내 애잔한 슬픔을 참을 수 없다. 드라마가 그들과 동시에 백인들의 정치를 한꺼번에 화면에 담고자 했다는 건 공정한 것인지 시청자에 대한 희롱인 지 알 길이 없다.
이 영화는 운디드니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TV 영화의 수위 탓인지 HBO 조차 과감한 인디언 중심 묘사는 선택하지 못했다. 미국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Henry Dawes(Aidan Quinn 역)의 주장은 어느 일면 정당해 보인다. 얼핏 미국식 정치에 인디언을 길들이여 노력하는 정의로운 미국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역사의 갈등은 어느 부분 양쪽 모두의 말을 들어봐야한다는, 그러니까 가해자로 보이는 쪽에게도 변명은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인디언과의 다툼에서 살해된 백인들은 죽은 후 억울해 눈도 감지 못하고 있을 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미지의 땅에 침략한 쪽과 자신들의 거주지를 침략 당한 쪽의 싸움에서 어느 쪽이 더 억울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며 아직까지 살아있는 인디언들의 고난사를 '소수'의 이야기로 치부해버릴 것인가? 아니면 침략당한 그들의 고난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인가. 학살과 창씨 개명, 문명화를 빙자한 문화의 약탈, 그리고 빈곤과 가난, 차별을 물려받았지만 '문명'이 인디언에게 돌려준 건 '야만적인 원시인'이라는 오명 뿐이었다. 드라마는 백인과 인간의 양심을 자극하는 다큐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내내 인디언들을 무식하고 야만적인 적으로 묘사해온 미국은 아직도 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땅을 빚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1980년 대법원 판결).
참고 자료 :
오히예사 집안 이야기
http://buoy.egloos.com/1185858
한겨례신문 - “인디언 정체성 찾기 ‘구원의식’ 함께 달렸어요”
http://www.hbo.com/films/burymyheart/
http://siouxme.com/massac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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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Man - 오즈의 마법사, 이제는 SF 버전으로 자리잡다
1900년에 만들어진 프랭크 봄의 소설을 원작으로 과거에 상영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는 환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SF라기 보단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당시로는 보기 힘든 에메랄드 도시라던지 마법사의 마법, 마녀가 준 구두같은 이야기들이 신비롭게 다가오곤 했다. Toto 역으로 출연했던 강아지, Terry는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베테랑 연기자(?)이기도 했다. 시대적인 모든 상징을 다 담고 있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많은 아이템에서 자주 이용되었다. 허수아비, 양철인간, 겁쟁이 사자, 도로시가 노란 길을 따라가는 이야기. 쥬디 갈란드는 이 영화로 1940년 아카데미 영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같이 경쟁부문에 올랐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wind, 1939)'의 감독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은 이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3번째 감독이기도 했다. 모두 4명의 감독과 함께 만들어진 세기의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 그 주인공들이 21세기에 드라마에서 다시 태어났다.
1939년, 인기있던 원작 동화가 영화로 탄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셜리템플로 주연을 교체해야한다는 평을 들으며 주연을 맡았던 쥬디 갈란드, 그리고 계속 교체되던 4명의 감독, 원작 소설의 정치 풍자성을 많이 감소시키고 동화로 다시 태어난 '오즈의 마법사'는 세기의 명작이 되어버렸다. 2007년 제작된 틴맨은 또 한번 원작을 변신하게 만든다. 이번엔 동화 속성을 아예 모티브 정도로 축소시켜 버렸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로 변신시켰다. 성인을 위한 정치풍자 소설이 동화로 그 동화가 다시 판타지 드라마로 겉모습이 변해버렸다고나 할까. 그 과정에서 원래 오즈의 뜻과는 다른 OZ가 탄생했다. 이 드라마에서 OZ가 뜻하는 말은 Outer Zone(외곽지대, 원작 오즈의 뜻은 ounce이다 - 황금길과 합쳐 풍자의 의미를 지녔다)이다. 주인공 DG의 이름이 도로시 게일(Dorothy Gale)의 약자이듯 말이다.
Ting Man에서는 정치풍자 속성을 지닌 원작 소설의 향기는 많은 부분 사라졌다. 소설이 처음 영화로 옮겨질 당시의 상황도 영화와는 달랐기 때문에 그곳에서 1차적으로 정치적 색채가 빠졌지만 21세기에 제작된 SF 드라마에서는 완벽하게 판타지로 변신했다. 그러나 원작 영화에서 인기를 끌었던 부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상징하는 문장 'There is no place like home(집이 최고야)'라던지 원작 영화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은 흑백으로 처리된다던지 에메랄드나 마법사가 도로시를 위해 해주는 일들은 대부분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뮤지컬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Over the Rainbow'같은 명곡은 전혀 들을 수 없다(비슷한 멜로디의 배경음악 조차 들리지 않는다). 대신 마녀는 훨씬 더 무섭고 강력해졌다. 남자 외모를 가진 마녀란 점도 원작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점일 지 모르겠다(그 얼굴이야 몇번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에서 등장하던 틴맨과 허수아비, 그리고 겁쟁이 사자가 어떻게 변신했을까? SF 버전으로 탄생한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작가의 창작력에 감탄하게 될 지 모르겠다.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재미가 극을 시청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기 때문에 언급을 생략하지만, 오즈의 마법사에서 허수아비, 사자, 틴맨이 어떤 역을 맡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현대판 그들의 역할에 '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지 모른다. 인간형으로 거듭난 그들은 오즈에 딱 어울리는 사람들로 재탄생했고 원작에서 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로 DG의 동반자가 된다. 양철인간의 환생이랄 수 있는 틴맨은 특히 아주 강력하고 선명한 캐릭터로 태어났다. 물론 주인공들이 원작과 같은 성격을 캐릭터인 것은 전혀 아니다.
'Tin Man'의 이야기는 오즈의 마법사 모티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그 전개는 다르다. 한적한 농가에서 엄마 아빠와 오붓하게 사는 DG는 마을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경찰에게 단속당하기도 하고(어떤 의미로 경찰을 만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기도 하는 평범한 소녀이다. 종종 의미를 알 수 없는 꿈을 꾸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DG를 부모들은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한편 또다른 세계(OZ라고 불리는 곳)에선 아즈카딜리아라는 마녀가 에메랄드를 찾고 있다. 나치같은 느낌의 검은색 긴 가죽코트를 입은 롱코트는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에메랄드를 찾아헤매고 사람의 머리속이나 마음, 먼곳의 상황을 읽을 수 있는 종족을 통해 아즈카딜리아는 에메랄드의 소재를 알고 싶어한다.
평범한 소녀가 폭풍우를 타고 오즈로 날아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날아오는 도중 엄마와 아빠를 잃게 되고, 키가 작은 인디언 종족 길드 파이터(Guild Fighters, 원작에선 먼킨)들에게 잡히게 된다. 그곳에서 도망친 후 차례로 글리치라는 특이한 남자, 그리고 틴맨과 겁쟁이 사자를 만나게 되고 노란 벽돌길을 따라 센트럴 시티로 향하게 된다. 틴맨과 글리치, 그리고 사자는 각각 센트럴 시티로 향하는 사연이 있지만 자신의 사연 보다는 어쩐지 DG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게 된다. 그들과 롱코트 사이에 벌어지는 추적, 그리고 모험이 주된 내용이지만 DG가 밝혀야할 미스터리가 아주 많다. 가장 먼저 폭로되는 건 DG의 부모에 관한 진실들로 DG는 자신을 길러준 부모가 친엄마 아빠가 아니라 양육기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라벤더 색의 눈'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는 사악하고 아름다운 마법사 '아즈카딜리아'에게 갖혀 있고, 아즈카딜리아는 종종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나쁜 일들을 저지른다. 오즈는 아즈카딜리아에게 정복당한 이후 빛을 잃고 모든 사람들은 비참한 일을 당하는 곳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롱코트들은 오즈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고 아즈카딜리아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은 끔찍한 벌을 받는다. 자신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풋내기 소녀 DG는 틴맨과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자신의 정체를 알려줄 존재들과 접촉하게 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장면들이 오즈라는 공간 여기저기에서 벌어진다(아즈카딜리아가 살고 있는 성은 반지의 제왕 사루만의 성과 많이 느낌이 비슷하고 오즈의 센트럴시티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교와 비슷한 분위기를 준다).
원작과 비교해 가장 변하지 않은 건 어쩌면 동그란 눈의 DG일지 모르겠다. 어려보이면서도 소년같은 느낌을 주는 그녀의 행동은 과거와 비슷하게 용감하기도 하고 영리하기도 하다. 그녀를 둘러싼 비밀을 파혜치는 미스터리는 대부분 원작과의 관련성에서 출발한다. 과연 원작 속 인물들과 새로 태어난 드라마 속 인물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DG의 이름을 도로시라고 처리하지 않은 까닭은? 원작 속 허수아비, 틴맨, 사자의 성격과 현재 주인공들의 성격이 달라진 까닭은? 원작에서 도로시 일행이 처리한 못된 마녀는 서로 자매였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뭔가 형태가 변형되긴 했어도 원작에 대응하는 인물들이 하나씩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취미가 될 것이라 본다.
글리치라는 캐릭터도 눈에 띄지만, 틴맨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양철옷을 입지 않아도 원작 속 틴맨과 유사한 발그스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은빛나는 칠을 했던 1939년의 틴맨은 기름칠을 하지 못해 삐걱거리고 심장이 없다며 죽는 소리를 해댔지만 21세기 틴맨, 와이어트 케인(Wyatt Cain)은 사연도 많고 따뜻한 총잡이이다. 약간은 딱딱한 성격의 그 틴맨은 아버지같이 DG를 지켜주는 믿음직한 캐릭터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원작 오즈의 마법사와 SF 버전 'Tin Man'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부분이 있는데 원작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첫번째 프로모션 사진엔 원작엔 있지만 사진 속엔 없는 존재가 하나 있다. 보이지 않는 그 조재가 어떻게 출연하는지 알아내는 것도 좋을 듯(힌트 - 본문 중에 언급됨). 총 4시간 30분 분량의 3부작 미니시리즈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gonemovies.com/WWW/MyWebFilms/Drama/WizardTinManClose.asp
http://www.bpdfamily.com/bpdresources/nk_a115.htm
http://www.scifi.com/tinman/
http://blog.naver.com/7nara7?Redirect=Log&logNo=130010927327
http://blog.naver.com/marinyoume?Redirect=Log&logNo=50016654364
http://www.ohiomm.com/
http://www.timeout.com/chicago/articles/time-in/24656/toto-re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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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s in America - 고교 왕따의 또다른 이름, 외계인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혹은 편견에 쩐(?) 인간이라 선입견으로 머리가 도배된 사람이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른들은 차마 함부로 할 수 없는 표현들. 병맛이다, 쩐다, 재수없다, 촌스럽다, 찌질하다, 밥맛이다, 이뭐병(?) 등등의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존재들 - 그들이 바로 10대다. 드라마 제목을 'Aliens in America' 즉 미국의 외계인들이라고 지었고, 그 외계인들이란 다름 아닌 두 주인공을 의미하는 말이긴 하지만 어느 면에서 10대들 자체가 전세계적인 외계인들 아닐까 싶다. 사회적으로 완전히 통제되지 않으면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기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를 보내는 그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그 10대들 중에서도 특별히 더 눈에 띄고 찌질한 열여섯살짜리 남자애, 저스틴(Justin Tolchuk, Dan Byrd 역)이다.
위스콘신 지역에 사는 져스틴 톨척의 가족은 평범하다.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멋진 엄마 프레니와 돈벌이를 잘 궁리해내는 아빠 게리, 학교에서 인기있는 유별난 10대 소녀 클레어와 어떻게든 학교에 적응해보려 필사적으로 애쓰지만 항상 놀림받고 왕따당하는 고등학교 외계인 저스틴. 치아교정기를 달고 다니던 시절엔 유난히 독특한 외모 탓에 놀림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치아교정기는 희한하게 왕따의 상징이 된다 - 'Ugly Betty'나 'Miss Guided'를 봐도 치아교정기를 착용한 10대는 영 범상치 않다) 치아교정기를 떼고 등교했을 때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아들이 멋진 고등학생이 되길 바라는, 그리고 그렇다고 믿고 있는 엄마의 바람과는 다르게 '찌질이 리스트'에도 올라버리는 저스틴.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착한 여자친구 이외에는 아무도 친절해 대해주지 않는다. 저스틴을 괴롭히고 싶어하는 학교 건달들은 항상 쓸데없는 말로 저스틴을 놀려댄다.
둔하고, 노력하는 일도 특별히 없고, 귀도 가볍고 적당히 입도 싼데다 지조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육체파 여인들의 사진을 몹시 보고 싶어하는 평범한 열혈 10대 저스틴은 어떻게 보면 놀림을 당할 만한 요소를 제법 많이 갖춘 남자애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의 과한 행동과 동생 클레어의 무시가 당연한 건 아니겠지만 그는 스스로 찾을 법도 한 왕따 돌파구를 전혀 찾아내지 못한다. 남들과 다르다고 좌절하는 자체가 외계인스러움을 인정하는거지만, 아들이 왕따당한 사실을 알게된 엄마는 학교에 따지러 가고 학교에선 제법 과감하게 '교환학생'을 권한다. 영국 엘리트 이미지의 금발머리 교환학생을 받아들여 홈스테이시키고 서로 친구가 되면 학교 내에서 스타가 된다는 약간은 엿같은 조언과 함께.
엘리트 영국인을 사귀면 인기가 좋아진다는 이 다소 현실적인(?) 발상과 편견에 기막혀해할 즈음 비행장에 도착한 교환학생은 '라자 무샤라프(Raja Musharaff, Adhir Kalyan 역)'라는 까무잡잡한 파키스탄인. 금발머리 외국친구의 꿈도 깨졌지만 이제는 더 왕따를 당하기 쉬운 상황이 됐다. 알고 보니 아무도 받아주려는 집이 없던 교환학생이라 교사가 떠넘기다시피한 것. 외모와 종교에 대한 편견은 다른 미국 가정과 별로 다를 것없는 톨척 가족은 그 선입견과 편견을 과감히 드러낸다. 감히 냉대하지 못하고 친절히 대하는 척 하지만 라자를 다시 쫓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 그러나 평소 친구와 다정하게 대화해본 적 없는 저스틴은 라자를 금새 마음에 들어하게 된다. 외계인같은 미국인이 외계인같은 외국인을 만나버렸다.
극중에서 종종 무슬림에 대한 무식한 발상을 보여주는 미국인이 등장한다. 파키스탄과 이란의 무슬림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면서 무슬림은 모두 테러리스트라며 공개적인 공격을 가하는 교사까지 있는데다 수업 중 우리랑 다른 문화를 가졌다며 원숭이처럼 질문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대답이 나오면 무시한다. 이 편견은 솔직히 드라마 자체에도 적용되어 있는데 영국에 교환학생을 올 정도로 글로벌한 삶을 살고 있는 파키스탄인이 방문한 나라의 문화와 완전히 동화되지 않는다는 설정도 일방적이고(모든 파키스탄인이 전통을 지킨다고 할 수도 없고 미국에서 일부러 눈에 띄는 복장을 한다는 것도 부정확한 설정 아닐까 - 한복입고 미국 거리를 나다니는 한국인을 상상해보라) 그들의 삶이 웃음거리처럼 보이기만 한다는 점도 문제점이랄 수 있지만, 시청시 코믹한 극의 설정상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는다.
독특한 외모의 라자에 비해 '평범한' 미국 청소년들이 그리 멀쩡해보이는 건 아니다. 다치거나 죽어도 상관없단 서약서를 써가며 치어리더가 되는 여학생들도 있고. '그렇고 그런 인기리스트'에 올랐단 사실에 열광하는 소녀들도 많다. 인기 유지를 위해 흑인과 한번 사귀어보는 주인공의 여동생, 클레어는 솔직히 경악스럽다. 그리고 그런 클레어를 평범하게 생각하는 고등학교의 친구들은 더 경악스럽다. 그렇지만 외모만 외국인일 뿐 훨씬 더 멀쩡한 생각을 가지고 멀쩡하게 행동하는 라자가 오히려 친구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동성의 친구에게 말을 건다던지 특정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눈에 띄는 일 등은 '외계인'을 결정하는 기준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이란 점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이건 그들 10대 문화의 약점이자 동시에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약점이기도 하다.
Adhir Kalyan란 이름의 라자 역을 맡은 배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올해 26살이라는 이 지적인 배우는 어머니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회의원이라고. 정통 무슬림인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종교적인 문제 역시 이 드라마의 약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 속에서 10대 소년의 역을 잘 소화했고 곧 닙턱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 등장할 예정이란다. 정통 외계인 외모를 가진 파키스탄 소년 라자가 겉멋든 10대들로 가득한 미국 고등학교를 감동시키고 친구를 성장하게 하는 내용이 이 드라마의 주된 에피소드. 1시즌 18화로 종결되었고 각 에피소드 마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저스틴의 왕따는 우울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코믹스럽게 잘 처리되고 교훈적인 성격을 주는 라자의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다. 10대 외계인 라자와 저스틴을 만나보라.
이미지 출처 :
http://www.tv.com
http://www.cwtv.com/shows/aliens-in-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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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 Notice - 스파이는 해고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아프리카 오지, 나이지리아에서 국가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 마이클 웨스턴은 '모든 사람은 스파이가 CIA나 FBI인줄 안다'며 약간 짜증섞인 반응을 보인다. 드라마 첫부분에 주인공 스파이는 자신의 소속을 정확히 밝히지 않지만 제법 능숙한 솜씨로 협상을 이끌어가고 협상이 성사되자 마자 국가에 돈을 입금해달라 요청한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상황이 급반전한다. 전용 전화 속에서는 스파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더 이상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안내가 들려오고 거액의 돈을 넘겨줘야할 상대방은 마이클을 죽여버릴 듯 위협한다. 무사히 임기응변을 통해 빠져나와 비행기에서 정신을 잃는 주인공. 누군가가 어머니가 사시는 마이애미 근방에 버려줬지만 마이클은 궁금하다. 나는 왜 스파이 블랙리스트에 올랐지?
드라마 주인공, 친절한 전직 스파이 마이클 웨스턴의 설명에 의하면 스파이는 '의심스럽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잘나가던 사람이라도 즉각 퇴출된다고 한다. 그의 신상정보와 활동기록을 비롯한 많은 정보들이 삭제되고 계좌를 비롯한 신분증명도 국가에 의해 사용정지되어 아무것도 쉽게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심지어 거주지 이주도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불안하고 의심스러운 일을 했다는 정보 때문에 FBI를 비롯한 각 정보기관에 감시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만날 수 없고 의심받는 그 불안한 처지에서 마이클은 또다시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누가 배후에 있지?'
누군가가 던져놓은 마이애미의 호텔방에서 깨어나 보니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가 네 비상연락처가 나로 되어 있더라며 한소리한다. 일단 죽을 위기는 모면했고, 스파이 활동의 미스터리는 차근차근 해결하면 그만인데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잘 곳도 없는 처지의 이 남자 웨스턴에겐 뒷사정이 의심스러운 친구 샘, 폭파와 권총쏘는 일을 좋아하는 전 여자친구 피오나, 그리고 아들 들들 볶는 재미에 사는 듯한 영리하고 주책스런 엄마 만 곁에 남았다. 일단 먹고 살 길을 마련해야하니 전직은 생각하지 않고 각종 해결사 업무를 맡아가며 생계를 어아가는데 전직 스파이로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식도 풍부하고 재능도 많은 이 남자. 몇 개 전쟁에도 참전했었던 능력자라던데?
마이클 웨스턴이 전직 스파이이고 Burn Notice(해고 통지, 직위 해제)당한 처지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무슨 일을 해결했고 어떤 과거를 가진 인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종의 음모로 스파이에서 해고된 것만은 분명한데 어떤 잘못을 저질렀단 구체적 증거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해고당하고 난 이후 누군가 이 남자 뒤를 쫓으며 사진을 찍고 정보를 수집한다는 거다. 친구도, 전 애인도, 엄마도 도저히 믿을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배후를 알 수 없는 사람한테 정보를 수집당하는 처지까지. '스파이는 해고되는 법없이 그냥 그 기록이 지워진다'는 처지에 알맞게 딱한 상황도 발생한다. 그런 앞뒤 딱 막힌 상황에서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걸 보면 타고난 스파이!
아름다운 해변과 향략의 마이애미, 그 미인들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버림받은 스파이역의 마이클 웨스턴은 맥가이버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로 스파이 업무를 추진한다. 초호화 저택에서 도둑을 찾아내는 첫번째 에피소드는 화끈하다. 길거리에서 산 싸구려 핸드폰으로 도청기를 만들고 어리석은 마약 판매 갱단을 순식간에 쫓아낼 줄도 알고 조폭을 속여 돈을 뜯어내거나 길거리에서 가장 알맞은 차를 털어 사람들 앞으로 끌고가기도 한다. 특히 평생을 투정부리듯 마이클을 죄었다는 어머니는 차도 집도 없는 아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만들고 과격 단순 애인 피오나는 어머니와 한편이 되어 사고를 쳐댄다. 마이클 웨스턴 역의 제프리 도노반(Jeffrey Donovan)은 자주 드라마에 출연했던 실력파 배우.
한편 전 애인 피오나 역으로 출연하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가브리엘 앤워(Gabrielle Anwar)는 The Tudors에서 마가렛 공주역을 맡았었고 1992년 '여인의 향기'란 영화에서 알 파치노아 춤추던 Donna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다. 마이클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엉터리 샘과 전 여자친구 피오나 뿐인데 이 피오나가 사고뭉치라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가끔 벌어진다는 것. 폭파와 권총을 좋아하는 매력적인 여자친구의 컨셉은 프로모션 사진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종종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9월은 모든 방송국의 미국 드라마가 시즌 오픈하는 시기이고 6월과 7월 동안 오픈하는 미드는 적다. 그 한적한 시기에 번노티스가 재미있게 볼만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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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per - 난 태어날 때부터 악마에게 영혼이 팔렸어
악마에게 영혼이 팔린 남자. 너무 진부하다. 19세기에 유행한 그 남자, 지식과 권력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괴테의 파우스트. 그 파우스트의 리메이크라 쳐도 너무 구닥다리다. 그러나 '악마에게 영혼이 팔렸다'는 그 아이템을 갖고 만든 드라마가 있으니 그게 바로 'Reaper(저승사자)'다. 파우스트와 이 남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파우스트는 스스로 모든 걸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메피스토텔레스를 끌어들였지만, 드라마 리퍼의 주인공은 그 부모가 제 한 목숨 살자고 자식의 영혼을 홀랑 악마(devil)에게 넘겨벼렸다는 거다. 그래놓고 미안하다는 이유 만으로 아들에게 과잉 친절을 보여줘가며 키웠고(팔아먹은 것도 나쁘지만 이것도 어떤 의미로 더 나쁘다) 그 아들은 그에 대한 반항으로 되는대로 삐딱하게 자랐다. 하나 뿐인 남동생은 그게 싫어 항상 형을 못살게굴고 싶어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한테 다른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의 첫 시작은 21살의 생일이다. 악마의 존재 자체도 믿을 수 없는 일반인들. 그 당연한 상황에서 생일을 맞은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 그저 당황스럽기만 하다. 개들이 쫓아오고 마음 만으로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해주고, 양복입은 말끔한 노인네가 갑자기 나타나 헛소리를 해대고, 오늘 참 최악의 생일이라며 투털거릴 찰라 아버지가 이야기할게 있단다. '아들아, 난 네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렸단다' 그들은 병에 걸려 목숨이 위험해지자 앞으로 자식같은 건 생기지 않을 거라 믿고 부모의 목숨과 아들의 영혼을 바꿔버렸단다. 21살의 생일날이 거지같다며 술을 퍼마시고 잠들려는데 악마가 나타나 민폐를 끼치기 시작한다. 놀란 주인공은 '으아아아악~!!!"하고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악마도 믿을 수 없는데 내 영혼을 가져간 악마라니! 이게 말이 돼?
Devil에 대한 한역을 악마로 해놓긴 했는데 이 드라마 속 데빌은 한국의 저승사자, 그리고 외국의 사신을 더 닮은 편이다. 지옥을 관리하는 보스(Boss)로 지옥에서 탈출한 영혼을 수거하고 심사도 제법 사납게 구는 이 양복입은 노인네는 종종 God의 이름을 들먹이며 주인공의 일을 훈계하기도 한다. '네 부모를 속이지 말라'던지 '약속을 지켜야한다'같은 원칙적인 말들이 악마의 입에서 나오면 과연, 저 악마는 누구의 하수인인가 싶어질 정도. 속세에 대한 관심도 많아 치킨스테이크와 우유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먹는가 하면 꽃을 따오거나 주인공이 마음에 둔 여자를 예쁘다고 치켜세워줄 줄도 안다. 상으로 주인공이 마음에 둔 여자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줄 때도 있다.
'좋은 악마'라는 어색한 표현이 적당히 어울릴 정도로 주인공에게 특별히 악랄한(!) 일을 한다고도 할 수 없는 존재. 주인공은 지옥의 영혼을 수거하기로 악마와 계약을 한 거고 그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처리해야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기본은 악마라는 컨셉 그대로 달려오는 차에게 카트를 들이밀고 계약을 지키지 않은 영혼은 사정없이 처단해버리고 그냥 지옥으로 데려가달라는 주인공을 네 엄마를 데려가버리겠다며 협박하는게 이 악마가 하는 일. 일은 완벽하게 실수하게 처리하지 말라며 무시무시한, 지옥에서 빠져나온 영혼들 앞에 툭하고 주인공을 던져놓는 일도 많다. 도무지 피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이 노련한 악마는 정말 무.섭.다.
이 주인공은 자신을 편애하는 부모에 대한 반발로 대충대충 인생을 살아온 걸로 표현되는데 어떤 마트의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친구 쇽과 벤은 악마의 요청대로 영혼을 수거하는 일을 종종 도와준다. 이 두 친구의 코믹함이 리퍼를 코믹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주요 에피소드가 되곤 한다. 마트의 물건을 털어 영혼을 수거하러 가는 장비를 마련하기도 하고, 마트 안에서 셋이 쭈그리고 앉아 뭔가 의논하기도 하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된다. 흔한 여러 로맨스 드라마들처럼 주인공이 좋아하는 연인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친구들이 무서운 일을 도와주는 것까진 좋은데 이 코믹한 분들이 도움이 될까 되지 않을까? 차라리 수거한 영혼을 받아가는 글래디스 쪽이 도움이 되는 것 아닐까?
최근 미드는 전통이나 전설 등에 근거한 꼼꼼한 설정의 복잡한 드라마 보단 간단한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차용한 코믹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여행의 원리도 악마의 이름도, 악마가 하는 일도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다. 악마가 저승사자를 관리한다고 굳이 따질 거 없는게 미드의 경향인 듯 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어도 그 영혼을 지옥으로 수거해가지 않고 지상에 살게 하며 굴린다는 설정도 재미있다는 이야기. 우리 악마는 어떻게 주인공을 괴롭히고 주인공은 어떤 멍청한 행동으로 그 괴롭힘에서 벗어날까? 아니면 용기있는 영웅이 될까? 1시즌은 18에피소드로 종료하지만 2시즌 연장되어 2008년 가을에도 돌아올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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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s - 메시지를 보내는 미지의 존재는 신?
최근에 또 이 드라마 붐이 일어난 이유는 자막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취미 삼아 미국 드라마 자막을 만들어주는 '익명'의 어떤 분께서 얼마전 자막을 배포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이 미드를 고르는 경우는 있어도 시청자가 미드를 고를 수는 없기에 '자막'이 만들어지는 미드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스타일이 좋은 배우, 스캇 울리치의 과거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평소에 농담삼아 입에 담는 세계의 기적들이 드라마로 보여진다는 아이디어도 꽤 괜찮았다. Pilot은 좀 더 기괴한 컨셉으로 제작되어 교황청의 명령으로 기적을 찾아다니는 수련 사제, 폴 캘런(Paul Callan)이 '기적'을 찾아다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수십년된 수녀의 묘를 파헤쳤는데 시체가 전혀 썩지 않았다니 이게 기적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 특이한 주인공 폴은 그렇지만, 시체가 썩지 않는 정도로는 기적이 될 수 없노라 단언하고 놀란 사람들 사이를 떠나 버린다. 과학의 힘으로 설명되는 걸 두고 소란을 피우는게 인간이란 그런 뉘앙스를 전달하는 드라마 첫장면. 그리고 그런 현상들을 두고 믿음을 의심하고 자신이 하는 일까지 의심하는 주인공 남자 폴 캘런이 어쩐지 과거에 자주 본 공포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생각나기도 한다. '미스터리'에 대한 '미스터리한' 설정은 식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 그렇지만 이런 뻔한 설정이라도 '신비로운' 이야기에는 눈을 떼지 못하는게 내 성격인가 보다. 주인공이 '키엘(Alva Keel, 이름이 알바다)'이란 남자에게 꼬드김을 당하는 장면에서부턴 'God is Now Here'와 'God is Nowhere' 사이에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약간은 끔찍하게도 보이던 첫 에피소드(Pilot)의 한장면. 썩지 않는 시체를 보고 폴 캘런은 살구나무의 당분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수녀와 기적을 연관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기적을 기다리고 있을까.
기적이란 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교황청이 기적을 찾아다닌단 설정은 사실 여부를 둘째치고 드라마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신과 Miracle 그리고 인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아닐까. 그러나 기적을 찾기에 지친 주인공은 진짜 기적을 경험한 건 치유능력을 가진 소년 토미(Tommy Ferguson)를 만나면서부터 자신의 종교를 의심하게 된다. 그 기적을 조사하라고 했던 바티칸은 폴의 보고서에 아무 관심이 없었고, 자신을 조사하러 보낸 신부 파피는 그런 전화를 걸었던 적 없다고 말한다. 토미의 목숨을 댓가로 자신이 살아났거늘 세상은 그 기적에 대해 무심하다. 가장 중요한 건 토미가 기적을 행하던 순간 나타난 문장, 'God is Now Here'
토미가 자신의 목숨을 잃어가며 일으킨 기적 자체도 놀랍지만 수련 사제인 폴 캘런에게 God 이란 단어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이런 핏물이 글자를 이루는 현상을 본 건 폴 혼자가 아니란 점이다. 폴을 찾아온 영국 억양의 알바 키엘은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God is Nowhere'란 글자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은 'Sodalitas Quaerito'라는 곳에서 세계의 신비로운 현상들을 찾아다닌다고 이야기한다. 수련 사제로서 신을 좇을 것인가, 자신이 겪은 기적을 인정하는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인가. 뭔가 폴에게 비밀을 감추고 있는 키엘은 왜 하필 그 많은 체험자들 중에 폴을 골라 함께 일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폴의 얼굴을 알아보고 쫓아온 것일까?
Pilot 에피소드는 아까도 적었듯 초반부가 많이 거칠다. 그리고 드라마의 전체 컨셉도 다듬어지지 않은 까닭인지 어설픈 로맨스라던지 충격적인 장면을 넣으려 애쓴 듯 하다. 꿈을 꾸며 메시지를 전하는, 피로 가득한 장면에 섬찟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주인공 폴 캘런의 비밀은 Pilot에서는 '콘스탄틴'의 주인공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두번째 에피소드부터는 이런 완벽한 이분법(신이 있으면 악마가 있는 법) 대신 사람들이 간혹 겪을 수 있는 미스터리한 현상들을 이야기한다. 각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 조연 출연진이 제법 다양해 이번엔 어떤 신비한 현상이 펼쳐질 것인가 궁금해진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예쁘장한 아가씨와 미스터리에 정통한 남자 알바, 모종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 폴이 한 셋트로 움직인다. 폴이 설레는 장면이 많긴 하지만 본격적인 로맨스는 없다.
신이 여기에 있든 신이 어디에도 없든, 메시지는 분명했고 그 메시지를 보내는 존재가 누구냐, 그것이 주인공의 주된 관심사가 된다. 만약 내가 '부정한 존재'의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 에피소드에서 폴은 극도의 긴장감과 건조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스캇 울리치의 표정이 별 변화가 없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장면은 음악은 과격하지만, 액션은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The Bone Scatterer'에서 등장한 린킨파크의 격렬한 음악, 'One Step Closer'라던지, 'Hand of God' 에피소드에서 흘러나오는 마릴린 맨슨의 과격한 음악, 'Apple of Sodom' 등은 메시지를 전달받는 자, 신과 악마 사이를 오가는 존재, 폴 캘런의 이중적인 느낌을 살려주고 있다.
인간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은 많다. 유령, 폴터가이스트, 갑작스런 죽음, 예언, 빙의, 환생, 그리고 인간들 자신이 믿음으로 만드는 기적들까지. 그 현상들을 다루는 에피소드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즐길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앤블린이나 헨리 8세의 유령을 다뤄줬으면 싶을 지경이었는데 아쉽게도 드라마는 종료됐다. 폴 캘런의 비밀도 이야기해주지 않은 채 말이다. 죽음을 부르는 소녀라던지 예언하는 존재들, 남북전쟁 시기에 죽은 사람들, 혼자서 한밤에 시청하기엔 다소 오싹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단점은 그 미스터리를 확실히 풀어주지 않고 13에피소드로 끝내버렸단 점이다. 미국 'ABC방송국이 방송편성표 배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시청율이 낮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 드라마는 미국에선 6 에피소드 이상 방송되지 않고 캔슬되어 버렸다고 한다. 캐나다에선 13에피소드가 모두 방송됐고, DVD 출시를 기다린 팬들이 아주 많았다나. 화제작이었고 나름 성공적으로 꾸며갔지만 뭔가 상황이 좋지 않은 운없는 드라마란 이야기. 이 작가는 '버피 더 뱀파이어'로 잘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시청해본 사람은 Pilot의 분위기와 2편의 분위기가 제법 다르다는 걸 알아보게 될텐데, Pilot이 본 시리즈로 제작될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 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간신히 잡은 제작운을 놓친 드라마라니 살짝 불쌍하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gothykreddz_miracles.trip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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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gersmith - 레이디, 도둑, 젠틀맨과 빅토리아 시대
Fingersmith의 첫장면은 약간은 음울한 특이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숨겨진 많은 이야기를 암시하는 듯한 그 음악과 함께 19세기 산업혁명기를 맞은 영국을 보여준다. 오물과 진흙으로 더러워진 뒷골목 거리 그리고 그 지저분한 거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일상 중 하나는 사람들의 목을 매달아 죽이는 교수형을 구경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교수형이 가장 잘 보이는 곳, 그 집에 살며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어린 수전 트린더(Sue Trinder)가 화면에 잡힌다. 뒷골목 생활에 익숙해 보이는 그 어린 소녀 고아는 능숙하게 돈을 받고 교수형을 맨 앞자리에서 구경한다. 수전은 자신의 친어머니가 교수형당한 여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록 자신을 키워준 석스비 부인에게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런 곳에서 고아가 살아남는 방법은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되는 길 밖에 없다.
드라마에는 곧 또다른 고아소녀가 등장한다. 정신병원에 갖힌 어머니가 죽는 바람에 그곳에서 길러진 소녀, 모드 릴리(Maud Lilly)이다. 자신을 데려가려 온 어머니의 오빠에게 그 또래 소녀들로서는 보기 드물게, 물어뜯으며 강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무력하게 릴리가로 끌려가고 만다. 그곳에서 갖힌 채로 별종 외삼촌의 비서로 자라는 모드는 수전과는 또다른 의미로 버림받은 삶을 살게 된다. 모드를 사랑해줄 사람이나 따뜻하게 대해줄 사람은 그 넓은 집안에 아무도 없다. 비서로서 글쓰기를 교육받는 모드는 외삼촌이 소중하게 모으고 보관하는 책들을 정리하고 서표를 작성한다. 귀족가의 레이디로 자라나지만, 시골의 그 귀족가를 벗어나 본 적없는 갖힌 삶을 살게 된다.
이런 모드에게 어느날 리버스라는 젊은 남자가 찾아와 관심을 보인다. 잘 생긴 외모에 정중한 매너, 그리고 조금은 무심하고 심드렁해 보이는 표정. 외삼촌의 친구들이 모인 독서회에서 책을 읽어내려가는 모드를 바라보는 리버스는 이 답답한 곳을 벗어나고 싶지 않냐며 모드에게 말을 건낸다. 자신은 벗어날 수 없을 거라며 절망적이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레이디 모드. 그녀와 수전의 나이는 20살이다. 물론 유일하게 모드에게 관심을 보였던 리버스는 모드가 결혼하면 릴리가에서 주게 되어 있는 유산, 현금 유산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모드에게 그림을 가르치게 되어 있는 리버스는 모드를 꼬드겨 결혼하고 재산을 차지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수전은 좀도둑인데다 알고 있는 글은 훔쳐온 손수건(빅토리아 시대는 손으로 레이스를 만들고 수를 놓은 수제 손수건이 비쌌다, 그래서 손수건도 비싼 재물이 된다)의 알파벳을 뜯어낼 때 배운 단어 몇개 뿐이지만,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의 아가씨로 자랐다. 거친 생활인데다 도둑질한 재물을 가공하고 팔아치워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 패거리들 간의 따뜻함을 잘 알고 있다. 반면 모드는 읽기와 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점잖은 드레스를 입은 숙녀로 항상 진주로 장식한 장갑을 끼고 있다. 자신의 책이 상할까봐 맨손으로 장서를 만지지 못하게 하는 외삼촌 탓이기도 하지만 릴리가에서 자라기 위해서 자신을 감추고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조용하고 소심하며 얌전한 성격의 모드는 그 집을 벗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새장 속의 새같다.
리버스의 음모로 인해 아 두 여자가 만나게 된다. 모드의 개인 하녀로 수전을 일하게 되면 모드의 많은 부분을 수전에게 의지하게 될테니 결혼하자고 속이고 공략하기 쉬워질 것이고 나중에 정신병원에 쳐넣을 때도 쉬울 것이란 계산 떄문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귀족가의 아가씨를 속인다는 죄책감에 애정어린 시선으로 모드를 바라보는 따뜻한 수전. 그리고 그 나이가 되도록 처음 만나본 동갑내기를 보고 서투른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는 모드. 그 두 여성이 서로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가깝게 지내는 장면이 드라마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 아닐까 싶다. 어떤 의미로 사랑받는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들은 결혼이나 남자와 같은 다른 문제들 보단 가장 가까이 있는 그녀들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수전은 그녀를 속이기 괴로워 몇번을 갈등하지만, 자신이 도둑이라는 사실과 여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리버스의 협박을 따르게 된다.
이 두 여자의 공통점은 버림받은 천애고아란 것과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존재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처한 현실에서 탈출해야할 절박함이 있다는 점이다. 수전은 리버스가 모드를 사랑하지 않은다는 사실을 알고 'Finger'를 밟아서는 안된다는 편집증 외삼촌에게 시달리는 모드의 처지를 더욱 동정하게 된다. 괴로운 꿈 때문에 약을 먹고 잠들고 자신이 재워주지 않으면 깊이 잠들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리버스에게 반항하려고 하지만 자신은 이미 공범이고 태생 자체가 'Fingersmith' 아닌가. 수전은 나날이 리버스와 결혼에 이르는 모드를 바라보기가 괴롭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그날까지도 수전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모두 3부작으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에는 모두 4개의 음모가 펼쳐진다.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음모,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음모, 탐욕을 채우기 위한 음모, 배신감에 떨며 저지르는 음모.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과연 주인공들이 이 4종류의 '의도' 중에서 어떤 부분을 선택할 것인가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기전엔 알 수 없다. 마지막까지 끌어당기는 매력이 괜찮은 드라마 중 하나이다. 레즈비언 이야기라는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면, 마음이 허전한 두 여성의 우정 이야기로 파악해도 충분히 가벼운 소재이다.
가장 복잡한 표정을 보여주는 배우는 모드 릴리 역의 일레인 캐시디(Elaine Cassidy)인데 항상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개인하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일상을 해결하고 런던에도 한번 가본 적 없고, 레이디답지 않게 춤도 추지 못하고 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그녀의 역할은 어쩐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글을 읽지 못하는 수전을 보고 짓는 묘한 표정과 항상 벗지 않는 장식된 장갑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어떤 처지의 레이디가 평생 처음 본 하녀에게 마음을 뺏기게 될까? 가장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 역이면서도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사라 워터스(Sarah Waters)라는 작가는 핑거스미스 이외에도 'Tipping The Velvet'같은 소설이 유명하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라는 건 중요한 부분인데, 시대적인 상황은 중간에 두 여주인공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절실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그녀들은 세상 물정에도 익숙치 않지만 남편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드라마 속 여성들, 모드와 수전을 제외한 또다른 여성들도 현실을 헤쳐나올 수 없다. 한편으론 그녀들의 어머니들은 그녀들이 그들을 괴롭히는 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그 비밀이 이 드라마의 재미이며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Finger나 교수대, 그리고 은밀한 다른 장치들이 상징하는 세심한 부분들도 흥미롭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bc.co.uk/drama/finger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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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Amsterdam - 뉴욕에 사는 17세기 네덜란드 형사
뉴욕시는 꽤 많은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 자체가 영향력있는 인물들인 까닭에 보통은 화려함과 부유함을 누리는 윗동네 사람들 이야기들이 주로 다루어진다. 'Dirty Sexy Money(2007)', 'Cashmere Mafia(2008)', 'Lipstick Jungle(2008)' 같은 드라마들이 모두 그런 소재의 드라마다. 그러나 New Amsterdam(17세기 뉴욕의 옛 지명)의 주인공은 그 뉴욕에 살고 있는 '불멸의 존재'이다. 주인공 '존 암스테르담'은 1642년에 뉴욕으로 건너온 네덜란드 출신 30대 중반 남자이고, 21세기엔 형사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외국 출신을 주연으로 삼은 특이한 소재 드라마들이 그렇듯 8에피소드를 FOX에서 방영했고 종결했다. 가벼운 드라마이면서 1시즌 8편이라 부담없이 시청할 만한하다.
해마다 9월쯤 미국 주요방송국들은 새로운 시즌의 드라마를 시작하고 12월쯤엔 그 드라마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 다음해 초반까지 제작될(주로 22 에피소드 24 에피소드 정도) 운좋은 시리즈가 되기도 하고(주로 시트콤이나 가족드라마가 선정된다), 2-3시즌 이상 이어질 긴 시리즈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12월 안에 1시즌으로 종료될 드라마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이 시작될 9월까지 이어질 교체기(mid-season) 즉 1월 쯤에 '교체' 드라마가 방영된다. 이 교체 드라마의 운명도 시즌 오픈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엔 작가 파업이 있었던 까닭에 그 환경이 더 까다로워졌다. 뉴 암스테르담은 그 혜택을 받은 드라마이기도 하고 덕분에 미래가 불투명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우선 이 드라마는 지난해 방영됐던 뱀파이어 소재의 드라마, 'Moonlight(2007)' 보단 불멸의 존재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 불멸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고독, 그리움같은 감정을 초반부터 전면 부각시키진 않는다. 400여년을 죽지 않도 늙지도 않는 존재로 살아온 주인공, John Amsterdam은 만사에 초연하고 자신의 직업이나 신분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그 세월 동안 존 암스테르담은 가구 제작자, 군인, 의사, 현재는 형사로 뉴욕의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뉴욕의 사진을 찍어 그 변화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의 형사 친구들은 그를 '보험금을 완납한 남자' 즉 부유한 남자로 부른다. 돈이나 인연에 그렇게 집착할 이유가 없는 그가 기억하는 과거는 그를 남들과 다른 존재로 만든다.
숨겨진 그의 사연 하나하나가 드라마 상에서 과거 회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거의 오십년 이전에 만났던 여인이 90노인이 되어 얼굴 하나 변하지 않은 그를 알아보기도 한다. 의사로 일하던 시절의 과거를 단서로 의학 문제와 살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혹은 한참전에 살았던 자신의 자식들과 아내들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400년을 뉴욕을 집삼아 살아온 그에게 어떤 소재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들 이상할 것이 없다. 이 뉴욕의 옛날 이름과 같은 그의 이름 '존 암스테르담'. 그런 그에게 아무리 세상에 변한다고 한들 그렇게 달라질 일은 없는 지도 모른다.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만든 인디언들이 예언한 '그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여자를 만나면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거다.
검은색 정장과 가죽 코트가 아주 잘 어울리는 외모,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방영된 드라마 주인공 중에서는 가장 잘 생긴 외모를 가진듯한 이 배우는 1970년생으로 덴마크 출신이다. Nikolaj Coster-Waldau(니콜라이 코스터-왈도)란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졌고 유럽 중에서도 주로 스웨덴, 덴마크 영화에 출연했다. 외모 만으로도 충분히 뉴욕시에 사는 네덜란드 이주민의 분위기에 어울린다. 남북전쟁, 독립전쟁을 비롯한 17세기 미국사를 겪는 역할이라 그 시대에 맞는 복장으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군인의 복장으로 인디언에게 구해지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물론 그 장면으로 인해 불멸을 얻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외모탓인지 존 암스테르담에겐 애인이 많다. 직업상 여성 형사 파트너가 고정 출연하고 있지만, 그를 새로 태어나게 할 여성인 또다른 여주인공을 찾아헤매고, 과거의 연인들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기도 한다. 알고 보면 존은 400년을 살면서 많은 부인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자식들의 죽음도 지켜봤다(그 죽음과 과거의 이야기를 수백년전 이야기라며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하지만 현대인들은 물론 아무도 믿지 않는다 - 자식이 63명이란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까). 이미 해볼만큼 아주 많은 일을 해봤고 만사에 초연할만도 한 불멸의 존재치고는 여성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만한 세월이면 로맨스 말고도 할 일은 많지 않았을까. 가장 궁금한 건 자신이 늙을 때까지 30대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를 '자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이다.
이 드라마가 400년 세월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 대답은 에피소드 2 쯤에서 간단히 풀린다. 세월에 초연해야할 겉만 멀쩡한 이 노인네, 불멸의 삶이 끝나고 죽기를 갈망하는 이 주인공이 여자를 밝히는 까닭은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죽음이 이어지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구해준 인디언의 비법으로 운명처럼 영생을 얻게 되었듯, 죽음 역시 운명처럼 찾아온다는 이야기. 그 기다림의 400년 세월이 어떻게 인간과 다른지는 존 암스테르담을 깍듯이 대하는 60대의 바 주인 오마(Omar)와의 관계로 드러난다. 오마는 존의 비밀을 알고 있는 63명의 아들 중 하나였다. 30대 중년 남자가 60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 대접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놀랍긴 하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존 암스테르담이 불멸의 존재에서 일반적인 인간이 되는 과정을 전체의 큰 줄거리고 삼고 있고, 그의 '운명의 여인'과의 갈등을 드라마 곳곳에 섞어놓는다. 그리고 매 에피소드 마다 살인사건 수사팀인 존의 직장생활, 즉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엮어가고 있다. 수백년 동안 헛된 삶을 살지 않았던 주인공은 쌓아온 지식을 기반으로 능숙하게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본다. 마치 신인듯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듯이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모습은 '잘 생긴 외모 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불멸의 존재와 운명이라는 테마 자체가 약간은 구태의연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럽인 외모의 잘 생긴 주인공이 완벽하게 움직이는 드라마 장면들은 가장 큰 볼거리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400살 먹은 남자의 로맨스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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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e - 사탕수수로 럼과 설탕을 만드는 쿠바 이민자들
미국드라마 대부분이 개인주의를 추구할 것 같지만, 그래서 웬만한 드라마에서 모든 가족이 출연하는 모습을 보기 드물 것 같지만, 아직도 공영 방송에선 가족주의를 지향하는 드라마가 제법 많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Dirty Sexy Money(2007)' 경우는 '재벌가 가족'의 모습을 묘사하는 드라마이고 "Everybody hates Chris(2005)'는 백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흑인 가족 이야기이다. 사실 방송국에서 한두편 정도는 고정 편성하는 게 이런 류의 가족 드라마다. 한국에 소개된 외화 시리즈 중엔 'Wonder Years(1988, 캐빈은 12살)', 'Silver Spoons(1982. 아빠는 멋쟁이), 'The Cosby Show(1984, 코스비 가족) 같은 것들이 그 계보를 잇는다. 따뜻하고 사연많고, 아름다운 가족들 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판초는 쿠바의 전통을 고수하고 싶어하고 가족주의가 유난히 강하다. 아주 어린 아티 조차 쿠바 언어로 대화를 할 줄 안다. 재배 면적이 넓은, 사탕수수 밭의 추수를 기계식으로 하길 바라는 사위와 아들 앞에서 사탕수수를 손수 추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판초의 고집이 갈등하고 있다. '에탄올' 산업에 사용할 설탕 생산을 위해서 기게화를 해야한다고 고집하는 아들들, 그리고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딸과 아내, 아버지의 다툼이 네번째 에피소드의 주된 내용이 된다. 사탕수수 줄기(Cane)는 가족의 혈연을 뜻하는게 아닐까.
약간 시선이 다른 '혈연'이나 가족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대부(1972, The Godfather)' 계열이라고 불러야지 않을까 싶다. 가족주의가 넘치다 못해 고정된 형태를 지닌 특수한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이태리 출신 마피아 이야기를 다룬 'The Sopranos(1999)'라던지 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해 아메리카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그린 'Roots(1977, 뿌리)'같은 가족사는 다른 민족이나 지역에서는 감히 이해하기 힘든 그들 만의 정서를 묘사하곤 한다. 재벌가 이야기가 아무리 독특해도 뿌리의 가족사에 비하면 덤덤하고 평범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엔 의외로 이런 이민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을 법 하지 않을까?
판초 뒤케가 '뒤케 럼'을 알렉스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하자 판초의 친아들인 프랭크(프란시스코)와 헨리(엔리케)는 알렉스(알레한드로)와 갈등하게 된다. 가장 알렉스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는 프랭크는 알렉스를 뒤집고 뒤케 럼을 차지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판초와 관련된 '모종의 비밀' 때문에 사람(루이스 끼뇨네스)까지 죽이게된 알렉스 베가의 비밀이 과연 무엇일까. 반면 클럽 운영에 관심이 많은 헨리는 럼 사업에는 관심이 없지만 아름다운 마이애미 비치에 클럽을 새로 만들 자금이 필요해 알렉스와 부딪힌다. 우애와 충성을 보여줘야할 가족이지만 사위인 알렉스와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드라마 Cane에 이런 사전 설명이 필요한 까닭은 Cane이 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으로 건너간 쿠바인은 124만명이 넘는다고 하고 미국 플로리다에 다수 거주하며 이민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한 유대인'의 영향력과 그 크기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에서 1966년 제정된 '쿠바인 정착법(Cuban Adjustment Act)'으로 남미 국가 사람들 중 쿠바인 만이 유일하게 미국에 오면 영주권과 정착금을 지원받는다. 이런 여러 문제들은 쿠바와 미국 내 쿠바인들, 미국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념문제나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까지 섞여 쉽게 언급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만큼 이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오래 되었다.
이 초창기 쿠바인들은 어떻게 미국에서 성공했을까? 그리고 현재는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까? 드라마에서 성공한 미국내 쿠바 가족들은 '사탕수수(Cane)'을 재배해왔다. 넓은 땅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해 설탕을 만들고 럼을 만들어 사업을 성공시켰다. 미국 내 플로리다와 쿠바 모두 유명 사탕수수 재배지가 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인 두 가족은 한쪽은 '럼 제작'으로 한쪽은 '설탕 제조'로 성공한 집안이다. 이민 시절부터 이어진 이들의 갈등과 가족사가 주된 드라마 내용이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럼 사업을 이어가기도 하고 설탕 산업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그 숨은 사연이 범죄의 냄새를 물씬 풍기기도 하고 가족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생략할 것 같지만 말이다.
17살에 알렉스와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한 판초의 딸 이사벨(이자벨). 그녀는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있고, 임신 중이다. MIT에 입학하기로 했던 큰 아들은 대학을 그만 두고 미국인 레베카와 결혼하고 싶어하고 케이티는 종종 엑스터시에 취해 문제를 일으킨다. 이자벨은 큰 아들 제이미에게 종종 쿠바인들 만의 민족주의를 강요하며 미국인 연인이나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미국 내에서 살아가는 쿠바인들의 문제는 종종 이 드라마에서 시간을 할애하는 장면이다. 판초는 알렉스가 진정한 뒤케 집안의 일원이길 바라며 믿어주지만 다른 형제들은 가족 간의 충성심과 자신의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고 반목한다.
실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독한 술의 대명사 '바카르디(Bacardi)'는 19세기 때 만들어진 스페인계 쿠바인이 만든 주조 회사로 유명하다. 사탕수수(Candy Cane)에서 설탕을 만들고 그 찌꺼기인 당밀을 발효시켜 만드는 독한 술, 바카르디는 미국의 금주령과 맞물려 세계적인 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극중에 등장하는 '뒤케(Duque)' 가족은 바카르디의 역사처럼 쿠바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다 카스트로 혁명을 맞아 미국으로 이민왔고 남부 플로리다에서 주류 사업으로 성공했다. 같은 시기에 이민온 '새뮤엘즈 제당(Samuels Sugar)'는 설탕으로 성공했고 뒤케 집안과 어두운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밀수, 불법제조, 이민, 폭력, 권력 등 - 이민자들이 어려운 시절에 겪어야했던 모든 이야기가 현재 속에 섞여 있다. 아직도 종종 쿠바의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그들이 가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새뮤얼즈가의 엘리스는 뒤케가의 사탕수수밭을 팔라며 프랭크에게 접근하고 연인 사이가 된다. 새뮤얼즈가는 뒤케가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저질렀고 지금은 엘리스를 동원해 음모를 꾸미고 이익을 가로채고 싶어하는 집안이다. 뒤케 집안이 쿠바 언어를 사용하며 가장을 향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반면 새뮤얼즈 집안은 기독교 집안으로 미국식 실리를 추구하는 가족이다. 가족 사업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은 똑같다. 수완좋은 엘리스는 프랭크를 만나 뒤케사 정보를 얻고 숨겨진 알렉스의 비리를 캐기 위해 뒷조사를 한다.
드라마 중간 중간에 쿠바인들의 이민, 과거의 장면들이 종종 묘사되곤 한다. 미국과 국교가 단절된 쿠바에서 다 부서져가는 뗏목을 타고 미국으로 넘어오다 생사 조차 알 수 없게된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실제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이민 후에도 언어 문제나 인종 문제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뒤치닥거리에 시달리는 그들의 삶이 묘사되기도 한다(막노동자나 갱단으로 일하게 되는). 주인공 두 집안은 주류 제조로 쿠바에서 이주할 떄 약간의 자본을 가질 수 있던 집단에 속하지만 고아였던 알렉스 베가와 다른 쿠바인들은 미국에 적응하며 고생한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의 영향력이 대단해 그들 문화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없을 듯 하다.
쿠바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직원들끼리 뒤케럼 제조사의 창립기념 파티를 열면서 쿠바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라마 제작자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혈연인지 국가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통인지, 미드는 유난히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들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들 만의 구심점(가장)을 인정하며 자신들의 뿌리를 이어나간다. 미국식 생활 방법으로 미국인과 혈연을 이어가더라도 사탕수수를 재배해 먹고 사는 가족임에는 변함이 없다. '가족'에 대한 모종의 환상이나 전형을 묘사하는 드라마랄 수도 있겠지만 특정 민족이나 지역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될 수도 있겠다. 일년 내내 온도가 일정한 플로리다 고유의 풍경, 넉넉한 파티와 아름다운 저택, 그곳에서 자라는 사탕수수와 멋지고 시원한 마이애미 비치 역시 드라마의 볼만한 장면이다. 혹은 종종 들리는 남미풍 음악이나 클럽 댄스 음악, Santana가 귀를 즐겁게 해줄 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s.com/primetime/c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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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man - 구름덮힌 금문교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어릴 적 외화에서 본 샌프란시스코는 참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그곳엔 붉은 색 철로 만들어진 커다랗고 긴 다리가 있고 그 다리 주변을 가끔씩 구름이 덮고 있기도 하고 가끔은 바람이 불어 다리가 흔들리기도 했죠. 그 큰 다리를 건너 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드라마 속이지만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신기한 것 그것 뿐이 아니었죠. 유난히 한국어로 적힌 간판도 많았고(드라마 속에서 종종 읽을 수 있더군요) 지하철이 아닌 큰 전차들이 종소리를 울리며 도로를 달리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꽤 하늘이 맑아보였던 거 같기도 하군요.
미국은 영토가 넓은 까닭인지 각 주를 배경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가 드라마 주요 촬영지가 됩니다(Life나 The Closer같은 건 LA 드라마로 유명하고 SATC나 립스틱 정글은 뉴욕 드라마죠). 작년에 만들어진 드라마 중 Journeyman이 2008년에 오픈한 드라마 중엔 Eli Stone이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제작됐습니다. 시간여행을 테마로 만들어진 드라마, Journeyman에는 전차와 금문교의 모습이 일라이 스톤 보다 더 자주 등장하죠.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신문사에 있는 덕분에 사건 사고 소식을 아주 잘 찾아냅니다) 주인공 댄 배서(Dan Vasser)는 80년를 비롯한 90년대 초반으로 시간여행을 다닙니다. 시대 배경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까닭에 드라마가 특별히 고증에 신경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20년 전에나 지금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은 그대로입니다.
NBC 방송국의 2007년 기대작이었던 Journeyman의 오프닝.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표현되고 있습니다. 구름 속에 우뚝 솟은 골든 브릿지는 정말 길고 멋진 다리죠.
샌프란시스코의 역사도 오래됐지만 시간여행이란 소재로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도 오래됐습니다. 이미 영국엔 시간 여행의 최강자, 닥터후께서 계시고 80년대에 이미 '백투터퓨처' 시리즈로 시간이 많은 걸 바꿔놓는다는 SF 시리즈를 경험한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NBC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제작된 이 드라마 Journeyman은 시간 여행의 평범한 논리들을 크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어떤 원리로 과거에 여행을 간다던지 시간에 큰 변화가 생긴다던지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아주 손쉽게 과거의 어느 시점에 떨어졌다가 현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간여행'이라고 하기엔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적인 여행이 아닙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 과거 어느 시점으로 이동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르고 조절할 방법도 없죠. 과거 속으로 끌려가 '어떤 사건'을 목격하거나 해결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뿐입니다. 수도관을 고치다 과거로 갈 수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 중에 혼자서 사라져버릴 때도 있죠. 가끔은 잠자다 깨어 보니 과거의 어느 시점일 떄도 있습니다. 속옷 차림으로 잠자다 낯선 공원 바닥에서 '80년대 음악'을 들으며 깨어나는 기분은 어떨까요? 그렇게 부러워할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Kevin McKidd(캐빈 맥키드)가 맡은 역할 댄 배서는 그렇게 시간 여행에 이용당합니다.
댄 배서는 왜 시간여행을 하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과거에 만났던 인물 정보를 아이폰이나 구글서치로 찾아내어 과거를 짐작할 수는 있어도(구글링은 과거 인물의 현재 상태를 알아내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그 이유를 찾아낼 시간을 가질 법도 하건만 에피소드 6화가 끝날 때까지 거의 단서가 주어지지 않죠. 다만 시간 여행 도중 과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날 댄 배서의 약혼자 리비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게 됩니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리비아는 비행기 폭파직전 어딘가로 시간여행을 가버렸습니다.
자신을 방황하게 만들었던 소중한 과거의 존재, 과거의 약혼녀란 사실이 중요할 법도 하지만 댄 배서는 또 맘놓고 그녀를 반가워할 수 만은 없는 처지입니다. 이미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고 있는 댄은 자신을 믿어주고 일으켜세워 준 현재의 아내 케이티를 절대 배신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형제, 잭의 애인이었던 케이티, 그 케이티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면 리비아에게 흔들린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시간여행으로 흔들리는 댄의 가정과 현실을 바로잡아주는 인물이 아내 케이티입니다. 과거의 연인을 염려하는 잭에게 케이티는 댄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댄과 리비아는 한때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이 행복한 시간 동안 현재의 아내 케이티와 댄의 형제인 잭 역시 연인 사이였죠. 리비아가 죽은 줄 알고 방황하던 시절, 댄을 도와준 케이티는 댄의 아내가 됐고 댄의방황하던 날을을 알고 있는 잭은 케이티의 결혼생활을 염려하는 미묘한 관계가 되고 맙니다. 리비아 역의 '문 블러디굿(Moon Bloodgood)'은 'Day Break(2006)'에서 전 남편의 직장동료와 결혼하는 미묘한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댄은 자신의 직감대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바로잡거나 고칩니다 - 그러니까 사람을 살리거나 사건을 막아냅니다. '12 몽키스'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과거로 보내진 전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직감대로 '바꿔야할 일들'을 찾아냅니다. 보통은 그렇게 크게 애쓸 것도 없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임무'가 되버리죠. 그리고 과거의 상징인 것처럼 리비아는 그의 임무 사이사이에 나타나 그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에게 시간여행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케이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댄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케이티는 두고볼 수 밖에 없죠.
ROME의 백부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보레누스, Kevin McKidd는 '트레인스포팅(1996)' 등으로 배우활동을 시작해 진지한 역할을 자주 맡는 연기파 배우입니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신기한 설정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Day Break'에서 주연을 맡았던 Moon Bloodgood(문 블러디굿) 역시 드라마 쪽에서는 잘 알려진 스타입니다. 모계 쪽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기사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의 주연을 맡는다는 행운이 반복되긴 힘든 편인데 두해 연속으로 메인 타이틀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두 드라마 모두 13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드라마가 됐군요.
NBC 방송이 2007년 가을 미드 시즌 오픈 시 기대작으로 밀었던 드라마인데다 프로모션에 많은 힘을 기울였기 때문에 무난히 2시즌까지 방영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여행이란 소재가 의미없이 반복된 탓인지(시간여행 보단 개인의 고난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액션이나 미스터리의 흡입력이 약했던 까닭에 시청률이 낮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는데도 방영 중 캔슬 논란이 있었으니 알만한 문제죠. 시청해본 사람들은 특이하게 모두 추천하는 편입니다. 시간여행 원리나 비밀이 복잡한 내용이 아니라서 가볍게 볼만하거든요. 드라마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생활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nbc.com/Journe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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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Guided - 엉뚱하고 귀여우신 우리 상담 선생님!
큰 방송국의 장점은 오래 이야기를 끌고갈만한 무난한 드라마들을 다수 제작한다는 거다. 오랜 기간 방영된 미국 드라마들은 대부분 ABC나 NBC 방송국같은 큰 방송국에서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또 인기를 끌만한 재밌는 소재를 잘 잡아내기도 한다. 이번 ABC 방송국 미드시즌 드라마로 방영되는 Miss Guided(2007년 제작, 2008년 3월 18일 방송 시작)는 방송 일정 조차 불투명했던 교체용 드라마였으나 코믹한 내용 전개로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신 고등학교에 상담교사로 일하게 된 주인공 베키 프리리가 벌이는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이다. 20분 정도의 짧은 코미디가 인상적이다.
미리 힌트를 주자면 이 짧은 드라마의 전개 방식이 다소 산만할 수도 있다. '표준'을 가르쳐야할 의무가 있는 공립학교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은 사실 가식적일 때가 많다. 교사의 속물 근성을 감추고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길 해줘야할 때도 있고 본심과 다른 위로와 충고를 설명해야할 때도 있다. 교사들끼리도 노골적인 자신의 본심을 직설적으로 드러낼 수 없을 때가 많다. 드라마는 이 이중적인 마음들을 따로 분리해서 보여준다. 탱크탑과 핫팬츠를 입은 리사를 바라보며 아무 말 못하는 베키의 속마음을 '선생이 저래도 돼?'라며 뉴스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의 연적이자 원수 덩어리, 리사 저메인이 영어 선생님으로 부임하자 베키는 긴장하게 된다.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그녀는 베키가 맘에 둔 스페인어 교사 팀을 유혹하려 든다. 리사 역을 맡은 배우 브룩 번즈는 브루스 윌리스의 '그녀'로 유명하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 애쉬튼 커쳐가 데미 무어의 '그 남자'란 사실 때문에 브룩 번즈는 또 한번 화제에 올랐었다. 애쉬튼 커쳐는 드라마 제작자로서 한 에피소드 특별출연했다.
학생들은 변하지만 학교의 속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십여년이 지나도 10대의 아이들이 벌이는 짓꿎은 장난은 그 방법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극성이다. 베키가 학교 다닐 땐 그래도 합성사진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인쇄물이 유행했지만 이젠 '린제이 로페즈'라는 가쉽 전문 웹페이지를 통해 더 편리하게 선생님들의 인기 순위를 주고 아이들의 약점을 꼬집어 내 놀린다. 사이코같은 교감 선생님(브루스 테리)은 게이란 놀림을 받고 분노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한다. 아이들을 인신공격하는 그 행위에 분노하는 것처럼 보이는 베키 - 사실은 그 선생님들의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싶어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최대한 노력해본다(이런 깜찍한 상담선생님 같으니라고!).
치아교정기를 달고 부끄러워하던 고교 시절의 추억이 그런 쪽으로만 반복되는 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듯 어떤 멋진 남자가 나타나든 간에 리사는 일단 뺏어가기 바쁘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스페인어 교사 팀 오말리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리사는 새로운 매력적인 스페인어 임시 교사 보(애쉬튼 커쳐 특별 출연)가 나타나자 보의 관심을 끌어보려 애쓴다. 계속 신경에 거슬리지만 노골적으로 싸울 수도 없고 신경쓰는 표시를 내기도 자존심 상하는 그 상황에서 베키는 속을 끓일 뿐이다. 더군다나 주인공 베키는 그렇게 음험한 캐릭터가 아니다!
스페인어 임시교사로 기타까지 들고 두번째 에피소드 Hot Sub에 특별출연한 애쉬튼 커쳐 - 브룩 번스와 데이트하게 된다. 팀 오말리의 스페인어 교사 자리를 노리며 학교의 모든 사람들(심지어 교감까지)을 사로잡았던 애쉬튼 커쳐는 베키의 마음도 흔들어 놓지만 결국 학교를 떠나 버린다. 리사는 이번에도 뺏기에 성공한 걸까? 애쉬튼은 왜 교사로서 더 일할 수 없었을까?! 이 두번째 에피소드는 상당히 코믹하면서도 묘하게 흡입력이 있다. 그가 계속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은 시간 방송되는 드라마이고 학교 생활을 따지고 깊숙히 파고들기 보단 상황별로 짧게 보여주며 연출하기 때문에 시트콤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면과 인터뷰하듯 떠드는 출연진들의 대사가 다른 것도 재미있는 진행 방식. 이 키크고 귀여운 상담선생님이 자신도 이겨내지 못한 여러 고민들을 학생들과 구태의연한 말들로 상담하는 장면은 역시 진부한 편이고 스페인어 실력이 모자란 팀과 티격태격 연애하는 장면은 꽤나 덜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상담 교사는 그런 용어를 쓰면 안된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특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출연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낙천성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이어주고 있다. 밝게 웃고 또 웃으면 조금은 지루한 학교도 재미있어지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대화법을 써가며 되도록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보려 애쓰는 점은 상담교사 베키의 장점이다(아이들이 인정을 하건 말건 간에). 비록 그 과정 중에 엉뚱한 일로 착각하고 황당한 소동에 휘말리지만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 간섭하려고 애쓰는 왈가닥 선생님. 자신감없이 친구들에게 휘둘리기만 했던 고교 시절과 달라지려 애쓰는 베키의 장점을 학생들과 선생들이 알아주기는 할까.
이미지 출처 :
http://abc.go.com/primetime/missguided/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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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Men - Madison가 사람들의 광고에 미친 인생
50년대 미국인의 삶이 어땠을까? 당시 한국인들이야 한국전쟁을 치르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을 떄라 생존에 바빴지만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경제 부흥의 재미를 맛본(주인공 Don Draper가 한국전쟁 참전자라는 사실은 여러 의미로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상품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게 만든다. 점점 대중들에게 파고 들던 언론매체와 TV와 라디오같은 것들로 인해 광고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어설프게나마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기 위한 심리학이나 광고의 원리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소비자의 건강에 좋건 좋지 않건 더 많이 팔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괜찮다.
Madison가 최고의 광고제작자 Don Draper는 광고의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60년도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사에서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기사를 싣고 국가에서도 위해한 담배 광고를 중단하란 압력을 넣는 가운데 어떻게 소비자들에 Lucky Strike 담배를 팔아치울 것인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 상업논리와 함께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 사무실, 거실, 병원, 회의 석상, 침실, 술집, 식당 등 어느 곳에든 흡연자를 볼 수 있다. 담배가 건강을 해친단 논리 자체를 웃기는 말이라고 치부하며 담배를 놓길 거부하는 사람들의 풍경.
첫번째 에피소드, Smoke Gets In Your Eyes는 드라마 진행 내내 담배를 물고 있는 출연진들 때문에 시야가 흐리단 말도 되지만 아주 오래된 유명한 재즈곡이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동안엔 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리고 이별하고 난 후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의 가사는 어쩐지 이율배반으로 가득한 광고회사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한 풍경들을 광고에서 묘사하고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살며 모든 걸 팔아치우기 위해 전념하는 사람들. 60년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그 사람들의 풍경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쩐지 삐걱거린다.
Mad Men 오프닝 - 사용된 그래픽이 특이하다 테마곡은 'A Beautiful Mine'
60년 초기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지 시청자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드라마는 곳곳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삽입한다. 그리고 그 다른점들이 옛추억의 향수인지 옛시대의 오점인지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판단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모래시계 체형을 가진 아름다운 여사원 Joan Holloway는 회사에서 여직원에게 요구하는 건 일을 잘하는 것 보다는 애인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기 때문에 외모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고 공공연한 성희롱을 회사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신참내기 사원, 돈 드레이퍼의 비서, 페기 올슨은 조안에게 '당신을 모든 남자들이 식후 디저트처럼 여기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그렇고 그런 헤푼 여자라는 생각이 팽배해서 그런지 의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몸파는 여자가 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대고 보는 사람 만 없으면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성관계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남자직원들이 여직원들에게 사주는 공짜 식사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직원을 걱정하는 페기에게 조안은 반대로 이야기한다. 너처럼 그런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직원은 금방 이 회사를 그만 두게 된다고. 이 사회라는 곳에서 오래 살아남아 승진하는 방법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조안은 그 점을 몸소 보여준다는 점에서 페기와 가치관이 다르다.
Firefly의 샤프란, Life의 올리비아 등으로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조연을 맡았던 Christina Hendricks가 모래시계 몸매를 가진 불타는 금발머리 여직원으로 출연한다. 아름다운 얼굴 못지않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요염한 조안 역을 소화하고 있다. 60년대를 상징하는, 약간은 현실적인 그녀의 가치관은 자기 실력으로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은 페기의 반발을 사게 된다. 페기는 과연 남직원들의 디저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60년대 문화를 상기할 수 있는 여러 코드 이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광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환상을 심어주는 돈 그레이퍼의 광고처럼 행복한 삶이다. 주인공 패거리가 대부분 그렇듯 적당히 성공한 뉴욕의 삶을 사는 그들은 예쁜 아내와 넓은 집, 그리고 적당한 수의 자녀와 안정된 문화생활을 즐긴다. 아내는 예쁜 옷을 입고 집안을 장식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먹을 걸 만들어주고 남편의 회사생활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적당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이혼녀가 끔찍하다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소한 대사는 당시의 문화상을 반영해준다.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역이라 이혼녀가 이사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
그러나, 돈 그레이퍼의 이 그림같은, 광고의 기준이 되는 삶은 약간 어긋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행복해야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돈 그레이퍼의 아내는 손가락 마디마디의 느낌이 없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까지 일으키자 정신과 진단을 권고받는다. 당시의 편견에 따라 정신과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여겼던 돈은 정신과에 가보라고 자신있게 권하지도 못하고 고민한다. 과연 아내는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그의 실제 삶이 그림같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돈 그레이퍼'의 비밀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길 잘 하지 않는 돈은 아내에게도 묻지 말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도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부, 행복, 기쁨, 따뜻함, 사랑과 같은 가치를 광고해 파는 것에 익숙한 돈은 아내를 제외한 여러 여성들과 가깝게 지낸다.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을 가졌기에 남들과 다른 여성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여성에게 무례한 Pete를 몹시 꾸짖기도 한다) 그 역시 가정의 대소사를 잘 알아내거나 아내, Betty의 말을 친절하게 들어주는 섬세한 남자도 아니고 여러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는 인생이다. 숨긴 것 많은 돈을 바라보는 아내의 막연한 불안은 이유가 있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광고 제작자, 돈 드레이퍼는 이외에도 시대상에 알맞은 편견을 자주 보여준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여러 주제가 당시에는 생소하다 못해 헛소리로 들렸다는 것이 재미있다. 인종차별, 여성 차별의 시각을 가진 돈과 광고사 경영진은 '쿠폰' 써서 주부 고객을 움직이고 백화점의 부진을 만회해보라고 권하지만 백화점 사장의 딸인 레이첼 맥캔은 샤넬과 같은 고급화 전략을 제안한다. 요즘은 그 자체로 성공하는 백화점이 많지만 돈은 그 말을 듣자 마자 바보같은 주장이라며 화를 낸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살아가는 듯한 그의 관념 자체도 그렇게 자유롭지 않다.
드라마의 정점은 한국전쟁 참전자인 돈 드레이퍼의 미스터리, 그리고 개성이 다양한 광고 제작자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권력싸움을 지켜보는데 있다. 지상 최대의 쇼, 광고 - 그 세기의 거짓말로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들은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그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여직원은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았을까. 그 시대상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처음 보는 여직원의 다리를 놀리거나 식사를 사주며 함부로 대하는 남직원들의 모습도 어떤 양상으로 변할 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캐릭터와, 배경, 짜임새가 꽤 괜찮은 드라마가 탄생한 듯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mad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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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히치드(Unhitched) - 덤앤더머의 계보를 잇는 네명의 이혼남녀
예전에 유행했던 MBC 방송국의 시트콤 '세 친구'는 한 집에 사는 세 명의 친구들,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꽤 인기를 끌었다. 3월부터 FOX채널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Unhitched'는 이 세 친구와 같은 구도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다만 한가지 점에서 다르다. 세 친구들은 모두 이혼 경력이 있는 남자들이고 이혼한 여자친구 한명도 덤으로 무리지어 다닌다. 20분 분량의 이 드라마는 한번 시청하면 언제 끝났지 싶은 코믹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Unhitched는 직역하면 '이혼한 사람들' 정도로 해석이 될 듯하다. 결혼을 '발목잡히는 것' 내지는 '족쇄를 채우는 것' 정도의 뉘앙스로 표현한 단어가 hitch라 알고 있는데 그 hitch가 해제 됐으니 '족쇄 풀린 사람들' 쯤이 될까? 이혼한 네 친구들은 단하나의 배우자가 될 이성들을 찾아헤맨다. 그 좌충우돌 스토리가 초반엔 심하게 엽기적이다. 일단 19+의 등급으로 첫 에피소드가 시작한다는 걸 경고해야할 것 같다(전반적으로 모든 내용이 19+ 이지만 첫 장면은 선정적이라기 보단 엽기적이라 미성년자 관람 불가).
이혼한 네 친구들이 모여서 여러 이야길 나누고 있다. 변호사 Kate는 Jack Gator에게 이혼 서류를 빨리 제출하라고 독촉하고 있고 Freddy는 뭔가 중요한 직업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맥주제조회사의 사장인 Tommy는 세번의 이혼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친구들에게 별도움안되는 충고를 하는 중. 잭이 덮고 있는 하얀 시트의 정체에 주목하라.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잭은 비컨 스트리트 파이낸셜의 사장으로 최근 다른 회사와 합병했다. 수완좋고 카리스마있고 리더십강한 성격인데도 최근 이혼한 남자. 이혼 서류를 늦게 제출하는 둥 어쩐지 부인에게 미련이 있는 듯 보였지만, 그녀에게 완전히 실망하여 이혼을 결심한다. 맥주제조회사의 사장인 토미는 수없이 이혼했고 여자에게 정통한 것처럼 보이지만 남의 연애에 조언을 잘 해도 자신의 짝을 찾는덴 서툴다. 외과의사인 프레디는 6년전 떠난 애인을 잊지 못한다. 그들의 이혼서류를 잘 정리해주는 변호사 케이트는 남자 보는 눈이 없다고 할까?
케이트에게 클럽에서 술한잔 사주며 접근한 남자. 꽤 멋진 외모와 매너를 보여주는 이 남자와 케이트는 친해지는 것 같았지만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이 남자의 직업이 대체 무엇이길래 케이트는 깊게 사귀지 않기로 했을까? 자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생소한 직업이란 것만 알려줄 수 있다.
이 시트콤을 제작한 사람들은 Bobby Farrelly, Peter Farrelly로 알려져 있다. 흔히 Farrelly Brothers라고 불리는 이 두 사람은 시트콤이나 코미디 쪽의 유명인사라고 한다. 'FOX 채널'의 홈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듯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y,1998)'와 '덤앤더머(Dumb & Dumber, 1994)'의 제작자이다. 바보 주인공을 탄생시키는데는 이만한 전문가들이 없을 것 같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네 명의 남녀가 30대 중반에 다시 싱글이 되고 이혼의 뼈아픈 교훈을 몸소 느끼면서 다시 결혼하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지만, 어쩐지 영 미덥지 않은 '바보 주인공'이 될 예정인게다. 가장 멀쩡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만난지 오분도 안되서 눈맞은 남자에게 실망할 수 있는 케이트(아니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도저히 감당히 안되는 남자가 등장해버린다)를 보면 얼마나 더 황당한 상황이 등장할 수 있을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사고뭉치(?)라고 할 수 있는 외과의사 프레디는 엉뚱함이 다소 지나친 캐릭터다. 덤앤더머의 주인공이 살아돌아온 듯한 인물. 클럽을 잘 출입할 수 있으려면 기도와 친하게 지내라는 충고를 듣고 정말 기도 알론조와 친하게 지낸다. 가장 실없는 캐릭터이면서 또 가장 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게할 캐릭터일 듯 하다. 덕분에 나머지 친구들은 이 친구의 뒷감당을 해야한다.
덤앤더머나 언히치드를 비롯한 코미디류의 가장 큰 논란은 아마 '저질' 시비가 아닐까 싶다. 그냥 웃어넘기기엔 조금 과한 장면들이 종종 연출된다거나 비하로 이어질 수 있는 소재도 가끔 등장한다. 특정 직업이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특이한 직업인 줄은 알겠지만 대놓고 웃음의 소재로 삼기엔 부당한 면도 있다. '바보들'이라고 웃어 넘기기엔 과한 묘사도 가끔 있다. 덤앤더머나 다른 코미디를 불편해 한다면 권하기 힘든 시트콤이다.
주인공 잭을 비롯한, 프레디, 토미, 케이트 등은 30대 중반으로 여러 드라마나 코미디에서 제법 많이 활약한 사람들이고 한번쯤 본 얼굴들이다. 능청스럽게 여러 남녀와 자신들의 사랑을 시험해보는 이들의 이야기는 '과장되어'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즐기기엔 무리없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깜짝 놀라게 하는 데이트 상대가 등장해서 웃음보를 터트리는 방식이 꽤 '웃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에도 2008년 내에 방영 예정이라는 점으로 보아 Farrelly Brothers의 명성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이미지출처 :
http://www.fox.com/unhitc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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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Eyre - 샬롯 브론테의 시선으로 19세기를 바라보다
페미니즘 문학이라는 별칭을 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세세한 카테고리 하나까지도 적합한 이름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게 최근 추세라 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인 까닭으로 인간이 발명한 수많은 것들 중 '페미니즘'이란 영역으로 제한되고 분류되는 건 분명 억울한 일이다. 인간은 폐미니즘이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명 문학작품, '제인에어(Jane Eyre)'를 해석할 수 있는 시선이 단 하나의 단어 뿐이라는 건 공평치 않다. 난 커튼 뒤에 숨어 사촌들의 눈을 피해 책을 읽는 제인을 묘사하는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세상에는 많은 관점과 시선이 존재한다. 각자에 처지에 알맞게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과 사건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인종차별주의자의 눈에 한국인이 아름답게 보일 리 없는 것처럼 모든 걸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여성의 시선이 독특한 것으로, 즐길 만한 것으로 느껴질 리는 없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 농부, 작가, 광부, 운전사, 세일즈맨, 개발자, 교사, 스튜어디스 등. 그들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그들의 시선이 소중하듯 여성의 시선 역시 그 '시선'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아름다움은 제한하지 않고 그대로 읽어야 한다.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ë)의 명작 '제인 에어'는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자주 만들어졌다. 열번 이상 제작된 이 고전 속 제인은 자신의 인생, 고난, 그리고 사랑을 헤쳐나가는 다부진 주인공이다. 고아로 태어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기숙사에서 살다 가정교사가 되는 제인의 삶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아도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뻔히 아는 이야기인 사극을 수없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내듯 결말을 훤히 아는 제인에어를 드라마로 재탄생시키는 이유가 있다는 말.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제인은 그렇게 미인도 아니고 특별히 눈에 띄는 배경이나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솔직함과 고집스러움, 분명한 가치관과 성실한 성격을 갖춘 여성이고 자신의 인생을 꿋꿋이 개척할 수 있는 축복받은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스스로의 관점에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나를 구분짓게 만드는 특징이고 매력이다. 이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제인이 가진 매력을 발견하고 웃음짓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의 인생이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그런 제인을 한눈에 알아본 로체스터 역시 만만치 않은 이력을 가진 남자다. 어쩔 수 없이 치른 정략결혼은 꽤 오랫동안 그의 발목을 묶고 있고, 그의 숨겨진 비밀은 겉으로 드러난 재산이나 아름다움 보다 더 훌륭한 가치를 지난 제인을 알아보았어도 떳떳하게 청혼할 수 없는 처지로 만들어 버린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그의 작은 소원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헛된 희망일 뿐이고 로체스터는 그저 책임을 다할 뿐이다. 그런 로체스터의 따뜻함과 재미난 성격을 제대로 알아봐준 것은 제인 에어가 가진 특별한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에서 제작된 제인 에어와는 달리 BBC에서 제작한 제인에어는 화면이 많이 어둡다. 소설이 쓰여진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하듯 두껍고 무겁게 제인을 감싸는 단순한 라인의 드레스라던지 질퍽한 땅이나 탁한 물이 흐르고 있는 황페한 평야, 그리고 언덕들과 우울한 날씨가 제법 소설과 비슷하게 묘사되고 있다. 입학한 사람은 모두 죽어버릴 것같은 여학생 기숙사라던지 황야에 세워진 목사관같은 것들은 브론테 자매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소재라고 한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이 그렇듯 샬롯 브론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샬롯 브론테는 1816년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나 1855년 사망했다. 잘 알려진대로 에밀리 브론테와 자매 지간이고 목사관에서 태어나 여생을 보냈다. 재주가 많고 아름다웠던 샬롯에게, 인생은 제인이 살았던 로우드 자선학교와 비슷했고 또 에밀리가 묘사한 '폭풍의 언덕' 속 황야와 비슷했다. 그 음침하고 쌀쌀한 풍경 속에서 제인에어의 희망을 생각해 냈음은 샬롯의 '승리'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스스로의 우울함을 제인을 통해 이겨낸 것이 아닐까.
세상을 사는데는 여러 시선이 있다. 문화가 발전하던 19세기엔 특별히 더 많은 시선이 발전했을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제인 에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몹시 소중하게 느껴진다. 거친 황야에서 태어나 자선학교를 빙자한 아동학대 기숙사를 다니고 가정교사일을 하면서 자신을 건사하던 한 여성의 삶이란 건 흔하지 않은 풍경이니 말이다. 드라마를 통해 엿보는 그 시대 속의 한 인물들.
제인은 자신의 개성과 존재 자체를 구박하던 리드부인의 집을 이겨냈고, 인간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로우드 학교에서도 살아남았다. 마지막으로 손필드 저택에선 로체스터가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낸 존재가 되었다. 샬롯이나 에밀리에게 한곳에 머물 것을 요구했던 당시 여성에 대한 가치관, 어떤 호의나 호사스런 행복은 없던, 희망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꽤 도전적이면서 긍정적인 묘사가 아닐 수 없다. BBC의 드라마 제인에어는 이런 어두웠지만 긍정적이면서 밝은 느낌을 꽤 잘 표현하고 있다.
회색빛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제인 에어 역은 Ruth Wilson라는 배우가, 거친 얼굴에 숨겨진 따뜻한 정열을 묘사하는 로체스터 백작은 Toby Stephens이라는 배우가 맡고 있다. TV 드라마답게 그렇게까지 화려한 볼거리나 시각적인 재미를 권할 수 없지만, 다소 우울한 19세기 영국 지방의 풍경을 실제인 듯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모든 건물을 태워버릴 만한 불이 난다는 걸 믿을 수 없었는데 어두운 만큼 커다란 양초를 썼던 19세기 영국 시대상을 TV로 지켜보고 나면 어떻게 그리 큰 불이 날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간다.
이미지 출처 :
http://tvandfilmguy.blogspot.com/2007_01_01_archive.html
http://www.bbc.co.uk/drama/janeeyre/
http://www.bbc.co.uk/bbcfour/cinema/features/wide-sargasso.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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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ing Bad - 위기에 빠진 50세 가장의 선택은 범죄?
50대의 위기가 뭘까? 뉴 멕시코에서 고등학교 화학 교사(시간강사같은)직업을 가진 주인공, 월터 화이트(Walter H. White, Bryan Cranston 역)는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콜레스테롤을 염려해 야채로 만든 베이컨을 주는 아내, 신체 장애로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몸은 불편하지만 못된 구석은 없는 10대 아들,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두 명의 쌍둥이를 가족으로 두고 있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가족끼리 서로를 사랑해주는 재미가 있다.
화학이란 학문에 애정을 가진, 주인공 월터 화이트의 수업. 별로 돈도 되지 않고, 자신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월터는 꽤 즐겁게 화학 수업을 한다. 이 즐거운 '화학적' 불쇼를 보면서 아이들은 그저 엉뚱한 궁리를 해댈 뿐이다.
화학을 전공해 평범한 화학 교사를 하고 있다. 연구논문을 전시해놓을 만큼 학문에 대한 애정도 단단하지만 돈벌이로서는 시원찮다. 수업시간에 연애는 할 지언정 화학 과목에 애정을 가진 학생도 드물고, 시간강사로는 수입이 마땅치 않아 부업으로 자동차 세차장에서 현금출납을 맡아봐야 한다. 그마저 일손이 달린다며 세차 일을 시키는 사장 때문에 빨간 스포츠차를 몰고 온 제자들에게 수난을 겪어야 하는 신세. 아무리 어려서 철이 없다지만 월터가 이런 일을 당할 이유는 없다. 그나마 혼자 겪는 일은 참을 만하다.
자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며 아들을 잘 건사하는 아내, 스카일러(Skyler White, Anna Gunn 역)는 넉넉치 않은 삶이지만 남편을 잘 믿어주며 사랑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할 수는 없어도 주변 가족들을 모아 남편의 생일파티를 몰래 열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아들의 옷을 사러갔을 때 몸이 건달같은 녀석들이 몸이 불편한 아들을 싸잡아 놀리는 모습을 보니 불같이 화가 난다. 대체 나없이 내 가족들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세차장에서 세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쓰러진 자신이다. 보험을 제대로 들어놓은게 없어서 병원으로 가지 말아달라고 응급차 직원에게 사정해봤지만 어쩔 수 없이 진찰을 받게 됐다. 응급실로 실려가는 드라마 장면은 많지만, 돈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나라가 미국 아닌가. 그냥 가벼운 기침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증세가 이미 폐암 말기란다. 수술을 할 수도 없을 악화된 상태라 목숨이 2-3년 남았단다. 이 정도면 확실히 위기 중의 위기라고 할만하다.
50세의 나이,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와 장애로 몸이 불편한 10대의 아들. 자신의 소박한 삶과 그 가족들을 몹시 사랑하지만 자신은 죽어가고 있고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맘놓고 죽을 수도 없다. 대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게 옳을까(아들의 장애를 조롱하는 동네 건달들을 두들겨 패주는 아버지, 월터)
약간은 덜 주목받는 채널, AMC의 드라마 Breaking Bad는 50대 가장이 인생을 새로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이다. 드라마 X-File의 공동제작자이자 작가로 유명한 Vince Gilligan이 집필하고 제작한 드라마이다. 인디언의 고장으로 유명했던 뉴 멕시코(멕시코 윗지역으로 전반적으로 소득이 좋지 않은 편이고 인디언이나 메스티조들이 많이 살고 있다)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 지역의 사회상이라던지 건조한 사막 풍경이 종종 등장한다.
프로그럼 오프닝에 Br이라던지 Ba같은 화학 기호들을 남발하면서 약간은 고지식하고 윤리적인, 화학교사가 범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은 쉽게 저지르는 범죄가 내 인생의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방법이란 느낌, 그 느낌이 꽤 설득력있게 1-2편을 채우고 있다. 화학 지식을 살려 마약을 제작하게 되는 과정이라던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과정을 보면서 웃음이 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건 그 주인공이 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월터를 이 모든 소동으로 몰아넣은 경제적인 이유, 돈. 어찌어찌해서 월터는 이 돈들을 '세탁'하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돈을 손에 넣은 월터가 앞으로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자신이 죽기전에 웬만큼 돈을 벌어놓을 수 있을까? 고지식한 화학 교사, 범죄자가 되다!
내가 살기 위해 또는 내 가족이 살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라는 것. 원리는 간단해 보이는 돈벌이, 마약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월터는 자신의 제자였던 10대의 핑크맨(Jesse Pinkman, Aaron Paul 역)을 끌어들인다. 막나가는 제자기는 하지만 핑크맨은 10대인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이다. 언젠간 그 범죄의 대가는 가족에게 돌아올 지도 모른다. 아직은 양심이 남아서 고지식한 방법으로 범죄자가 되어가는 이 화학 교사는 어느 순간, 범죄를 저지르는데 뻔뻔해지는 인간형이 되버릴 지도 모른다.
나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곤란, 그리고 2-3년 밖에 남지않은 생명의 위기. 50세의 생일을 맞은 가장이 남은 가족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평범한 가장의 일탈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평범한 삶을 선택할 수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한다. 어쩐지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은 뉴멕시코, 건조하고 거친 풍경, 범죄와 조롱에 익숙한 아이들, 엄청난 의료비에 이르기까지. 이 드라마는 재밌지만, 쉽게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이다.
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breaking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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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anova - 시청자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영국 카사노바
여성의 능동적인 '연애 심리'를 자극하여 '여성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을 실제로 남겼다는 카사노바. 그의 재해석은 2005년 유난히 활발하여 한 편의 드라마와 한 편의 영화가 발표되기에 이른다. 영국의 천재적인 극작가 Russell T. Davies와 10대 닥터로 유명한 David Tennant, 그리고 칼리큘라의 티베리우스 황제로 유명한 Peter O'Toole이 발표한 미니시리즈 'Casanova(2005, TV)' 와 지금은 고인이 된 Heath Ledger와 유명배우 Jeremy Irons가 주연한 'Casanova(2005)'가 그것이다.
드라마의 관점과 배우, 제작진도 쟁쟁하지만 영화 쪽의 배우들과 제작진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차분이 두 편을 비교해보고 싶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카사노바가 연애 이외의 분야에서도 천재적이었다는 사실과 여성을 먹이감으로 여기며 사냥하던 타입은 아니란 사실, 그리고 사랑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한 인물이란 사실 만은 비슷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Russell T. Davies는 좀 더 수동적이고 부드러운 카사노바를 선택했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천재적인 능력. 유명한 계몽주의자 볼테르를 비판하기도 하고 법학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던 카사노바는 실제로 의학이나 법률 분야의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력도 있다고 한다. 모험가 기질을 가졌던 그는 관심을 가졌던 웬만한 분야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나타냈고 꽤 괜찮은 능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변호사, 의사, 신학자, 사업가, 바이얼리니스트로 활약하는 카사노바의 모습을 드라마 속에서 조금씩 볼 수 있다.
사제들에게 이단으로 추적당하고 추방당하기도 여러번, 자신이 사귄 여자들의 자세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입에 오르내릴 뿐(볼테르나 루소같은 경우는 숨겨진 자식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못 말리는 바람둥이였다. 음흉한 이들에 비하면 카사노바는 몹시 솔직한 편) 약간은 사기꾼같지만 바람둥이로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분명 다른 분야로 유명해졌을 천재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한다. 극중에서도 묘사되듯 프랑스에 이태리 복권(lotto) 아이디어를 처음 전파한 사람은 카사노바일 것이라고 한다.
부자의 양자가 되기도 하고 조지 2세같은 영국국왕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프랑스 궁정도 드나들었던 이 남자. 한 때는 이태리 그리마니 공작의 숨겨진 아들이라며 주장했단 기록도 있는데, 이 대단한 활동에 숨은 욕구는 '신분상승' 아니었을까 싶다.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천재적인 능력을 갖췄음이 인정됐지만 타고난 신분의 한계로 천대받았을 지 모르는 그에게 유일한 재산은 능력과 인맥(비록 여성을 통한 것일지라도) 뿐이었다는 것. 늙어서 사서로 일하게 된 그의 몰락과 어려움은 예정되어 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대단한 각본가와 대단한 배우가 만나서 대단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자체로도 흥미로운데 더욱 재미있는 건 이 드라마의 재미가 단발적인 이미지로는 잘 표현이 안된다는 것이다. 영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이태리와 프랑스의 문화이건만(영국인의 유럽 아랫 나라에 대한 편견은 재미있다) 이태리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국을 묘사하기도 하고 여성을 만나고 다니는 모험이 각국의 문화적 특징과 맞닿아 특이한 풍경으로 변질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춤추고 놀기 좋아하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파티장은 하루 종일 빙빙 돌고 있다.
선량한 눈빛을 가진 배우, 데이비드 테넨트가 보여주는 카사노바는 장난기 가득하고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상냥하고 선천적으로 착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 버전의 카사노바는 여자를 농락하고 있는 남자가 아니라 여성에게 이용당해주는 남자일 뿐이다. 시대상에 따라 욕망에 솔직할 수 없던 여성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던 남자란 자신의 해석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비록 사귄 여자의 범위가 너무 넓어 수녀는 기본이고 동성연인까지 있었다고 하지만 '여자가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그의 표현은 재미있다.
이 드라마는 3시간 안에 카사노바의 삶을 잘 요약한 편이다. 늙은 카사노바가 과거를 회상한다는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그 점이 영화와 다를 것이라고 본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바람기를 유지하는 이 남자의 삶이 흥미진진하다. 늙은 역으로 출연하는 1932년생 피터 오툴(2008년엔 Tudor라는 드라마에서 교황역으로 보게 된다)이 로즈 번(Damages의 엘렌 파슨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여주는 장난기도 만만치 않다(카사노바는 늙어도 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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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reatment - 지루할 정도로 진지한 상담 드라마
드라마는 대개 시각적이다.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기 보단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show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드라마를 이야기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Show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드라마를 견디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보여주는 이야기 보다는 들려주는 이야기 방식을 취했고 이 드라마 'In Treatment'의 한 에피소드 당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은 대개 단 두 사람이다. 주인공 Paul과 그날 상담을 받는 또다른 주인공 한사람이 그 대상이다. 그 두 사람이 대화하는 표정과 앉아있는 모양새가 드라마가 보여주는 전부이다.
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은 대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사생활이다 보니 개인이 어떤 상황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즉 남들은 간단하게 간주해버릴 수 있는 '어떤 상황'을 자기 입장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지가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시청자 또는 제 3자가 이 환자들을 부를 수 있는 명칭은 아주 간단하다. 공군 조종사, 20대의 여성, 10대의 체조선수 등등. 그들이 시달리고 있는 문제도 어쩌면 간단하게 부를 수 있겠지만, 드라마는 그 '간단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설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
시청율과 볼거리를 중요시하는 방송국의 유행에 따라 SHOWTIME이라는 채널도 존재하는 가운데 과연 이렇게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드라마를 누가 시청할 것인가. 과감하게 한편 30분짜리 드라마를 45 에피소드까지 주문했다는, HBO라는 방송국이 아니면 아무도 해보지 못할 신선한 시도라 할 수 있지만 대사가 워낙 많은 드라마라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심리 치료사, 주인공 Paul이 상대방의 상태를 꼼꼼하게 뒤쫓듯 시청자 역시 그 상대방을 쫓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연기자로서는 상당한 연기력이 필요할 드라마.
가끔 상담이나 심리 치료에 거창한 '무엇'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상담자를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충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꼼꼼하게 짚어줄 거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단지 털어놓는 것 만으로 시원할 것이라고 믿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담의 가장 중요한 기본 중 기본은 그동안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상담자는 대개 어떤 해답도 직접적으로 주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나라에서 '상담'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들을 '정신질환자' 정도로 간주하는 경향 때문이겠지만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종류의 상담과 심리치료는 '흔히 볼 수 있는' 감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물론 공군 조종사의 이야기가 일반적이진 않겠지만). 주인공을 방문한 상대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일 수도 있다.
상담자는 기본적으로 방문한 사람들과 일정한 '시간'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방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곤 한다. 라포를 형성할 정도의 친절은 주어지지만 결코 내 친구처럼 다정하지도 않고 모든 어리광을 다 받아주지도 않는다. 객관적인 입장과 주관적인 입장을 적절히 섞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상담자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하고 상담자의 대단한 능력이기도 하다. 심리치료를 위해 상담자를 찾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대화가 쉽지 않은 타입이 더 많기 때문에 이 과정은 어렵다.
자신의 정확한 상황을 끄집어 내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은데 그 중 한 사례가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조종사 알렉스이다. 자신의 바그다드 폭격으로 코란을 공부하던 16명의 소년들이 죽었고, 그 나라에 자신이 폭격을 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런 사실에 죄책감은 느끼지 않고 잠도 잘 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폭격이 이루어진 장소에도 가보고 싶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할 일을 잘 해내는 최고의 군인이지만 약간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조종사 Alex의 이야기를 들으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주인공 Paul. 알렉스의 이야기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며 묻지만 오히려 알렉스는 폴이 성급하다면서 화를 내기 일수이다. 결국엔 알렉스가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만들고 인정하게 만들지만 이번엔 반대로 시간이 다 되었다며 알렉스를 되돌려보내는 상담치료사.
환자 자신이 보호받고 싶어하고, 꺼내고 싶지 않아하는 물음을 꾸준히 언급한다는 건 한편으론 전투와 마찬가지. 그 모든 과정이 치료사를 지치게 만들고 힘들게 한다. 주인공 Paul은 어떤 에피소드에선 자신이 방문자가 되기도 하고, 다른 환자에게 관찰당하기도 하지만, 침착하고 참을성있는 눈으로 환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이스라엘 원작 제목은 Betipul으로 영어로 In Treatment를 표현한다고 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위치한 나라 이스라엘.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이 드라마에서 몇가지 이야기들은 미국에서 제작된 내용 만으로는 원작의 분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것 같다. 두번쨰 에피소드, Alex의 경우에 이스라엘 상황을 떠올리면 조종사가 겪어야 하는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분명해진다. 미국의 조종사 Alex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이스라엘 상황에서는 종교의 이야기와 아랍의 성전을 떠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첫 에피소드 마취가 의사가 느끼는 약간의 답답함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간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적고 공간도 협소하지만 열길 물속 보다도 깊다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할 이 드라마 출연진 중엔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케인제독으로 유명한 Michelle Forbes(Kate, 폴의 아내)도 포함되어 있고, Dirty Sexy Money의 사이먼 엘더 역으로 알려진 Blair Underwood(공군 조종사역)도 있다. 표정 만으로 드라마의 진행상황을 연기하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자리에 앉으면 숨겨진 내면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실력이 놀랍다. 다소 지루하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상담 드라마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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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Like Me - 죽고 사는 일이 별개 아니라니까!?
죽음과 동반되는 정서는 보통 '공포' 내지는 '고통'이 아닐까 싶다. 막연히 알 수 없는 사후 세계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어떻게 찾아올 지 알 수 없는 죽는 순간의 아픔에 미리 겁먹기도 하는 인간.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쉽게 언급할 수도 없고 장난칠 수도 없는게 '죽음'이라는 현상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죽음이 이어지는 영화는 공포 영화 즉 호러 무비 대열에서 빠지지 않고 장례 문화는 엄숙하고도 근엄하며 죽음을 함부로 입에 담으면 재수없다는 문화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죽음이란 주제는 아마도 코믹함의 대상은 되기 힘들 것이다. 1969년생인 이 독특한 제작자, Bryan Fuller(사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꽤 잘생긴 제작자이다)의 관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스스로를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의 광적인 매니아(Geek)이라고 밝혔다는 Bryan Fuller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작가로서 드라마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이제는 Dead Like Me 이외에도 Heroes나 Pushing Daisies 같은 유명 드라마 시리즈의 제작자(작가)로 활약하고 있으니 일개 팬으로 시작한 취미 치고는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Bryan Fuller의 죽음이란 주제에 대한 가볍고 코믹하며 즐거운 접근, 그 드라마가 바로 Dead Like Me이다. Pushing Daisies의 동화같고 장난스러운 설정처럼 Dead Like Me에서 바라보는 죽음은 뭔가 심플하면서도 간단하고 또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이젠 아예 사람의 목숨을 거둬가는 사신이란 존재가 엄숙한 사람들이라기 보단 도시의 부랑자들같은 느낌이다.
대학을 관두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여주인공 죠지 래스. 약간은 부정적이고 투털거리기 좋아하는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장례식장에 입고 가는 얌전한 옷을 입고 첫출근했다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죽어버린 주인공.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나레이터, 주인공 죠지 래스는 죽음이란 신과 개구리, 두꺼비 사이의 의미없는 장난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신이 맡긴 '죽음'이 담긴 병으로 장난치던 개구리와 두꺼비 덕에 인간은 죽게되었노라고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반항적으로 죽음을 설명하는 주인공은 살아있을 때도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밝은 관점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뭘하든 재미가 없어 보이는 표정에 불친절한 표정. 만사가 따분해 보이는 주인공은 장례식에 입고 가는 검은 옷을 입고 첫출근한다.
'Shit'이라는 단어 한마디를 내지르며 받아들인 죽음. 죽음의 이유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황당하다. 멀리 러시아 우주선에서 떨어진 변기시트에 맞아죽는 사람은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 그 떨어지는 변기 시트를 바라보며 갑자기 맞은 죽음 때문에 툴툴거리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 건 죠지 래스의 성격이 워낙 '독특한' 까닭일 거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던 별나고 어린 여동생에 맨날 자신을 들들 볶던 엄마,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쓰이지 않는 아버지까지 죽고 나서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해서 약간은 궁상맞은 분위기를 연출할 법도 하지만 이 특이한 주인공은 그렇게까지 죽음에 진저리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곁을 맴도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존재들을 뒤따라 다니며 뭔가를 배우게 될 뿐이다.
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죽고 나서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과연 어떤 삶을 배우게 될까? 새로운 인생이 맞긴 맞는걸까? 튜더스에도 출연한 적 있는 컬럼 블루는 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특별한 삶의 기술을 가르쳐줄 것 같다.
약간은 황당한 드라마의 초반 설정을 미리 귀띔하자면 주인공 죠지 래스는 '사신(스스로는 Undead라고 부른다)'이 된다. 죽음이 예정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을 맡는데는 자격이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신의 혼을 거둬준 다른 사신의 역할을 물려받는 거라고 한다. 산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신들은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온갖 죽음들을 구경하고 다닌다.
사신들의 보스가 포스트잇에 적어준 사망예정시간과 이름 하나만 가지고 죽을 사람들의 혼을 거두기 위한 작업을 해나가는데 살아 생전에도 만사에 툴툴거리던 죠지가 죽어서라고 자신의 일을 쉽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대체 돈도 되지 않고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왜 자신이 해야하느냐며 반항하고 무시하는 신입사신 죠지 래스. 사신들의 보스, Ruby는 사신의 일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박하면서 죠지를 끌고 다니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사람들 사이에서 멀쩡이 돌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사신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대개 많은 고통을 느끼지만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죽음은 산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는 일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죽은 이후에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결국 주인공이 사신의 일을 받아들이게 되는 까닭에 드라마가 2시즌까지 진행되지만, 아쉽게도 2004년에 시즌 2가 종료된 드라마다. 그러나 인기는 만만치 않게 좋았던 까닭에 외전격인 다른 드라마를 제작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2008년엔 비디오 버전의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고 제작자 Bryan Fuller는 죽음이라는 주제의 또다른 드라마, Pushing Daisies를 만들었다. 컬트 분위기의 드라마치고는 상당한 인기이다.
죽음이란 단어의 무거운 분위기 탓에 초반에 등장하는 독특한 여주인공의 부정적인 태도가 더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우려했지만 상황 설정 하나하나가 코믹한 까닭에 과연 '죽음'을 다루는 드라마가 맞는 것일까 생각될 지경이다. 죽음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사신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과 별다를 바 없다는 점도 흥미거리.
동료로 등장하는 또다른 사신들의 성격도 각각인데 별로 책임감을 가진 것 같진 않은 그들의 보스 루비라던가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한 스타일의 사신 록시, 약간 머리가 텅텅 비어버린 것 같은 사신 Mason, 예쁘장하게 생겨서 골치아픈 짓을 골라 하는 사신들과 각각의 사연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를 시청하는 재미도 꽤 괜찮다. 이 드라마의 부제는 'Someday you too will be Dead Like Me' (언젠간 당신들도 나처럼 죽습니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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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ght Rider - 2시간을 채우지 못한 키트와 마이클 라이더의 부활
Knight Rider라는 원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전혀 엉뚱한 제목 '전격Z작전'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한국에서는 성우 이정구씨의 목소리로 연기된 약간은 듬직하면서도 느끼한 배우, 데이빗 핫셀호프의 자동차 운전이 눈길을 끌곤 했다. 드라마 속 누군가의 지적대로(재단의 누군가가 키트의 과도한 제작과 수리 예산을 지적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웬 건달같은 남자가 한껏 폼잡으며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내용은 당시 전세계팬들을 사로잡았었다.
대부분 키트가 과격하게 운행되는 멋진 장면들은 컴퓨터 합성이 아닌 이상 실제 스턴트맨을 사용한 촬영이었고 90에피소드가 넘는 저 드라마를 촬영하자면 꽤 많은 스턴트 배우들이 고생했겠구나 싶어 엉뚱한 상상을 펼치기도 했다. 아무리 미국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는 예산이 무한대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검은 자동차들이 고장났을까? GM의 Firebird라는 자동차 모델이라고 하던데 꽤 비싼 가격으로 제작되진 않았을까? 그 큰 규모의 스케일에 반해서 K.I.T.T같은 자동차 한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래본 적도 있었다.
2008년도 새로운 TV 시리즈 제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리메이크 Knight Rider Pilot에도 키트는 등장한다. 2008-2009년 동안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할리우드 배우에 속할 것같은 발킬머(Val Kilmer)의 목소리로 돌아온 말하는 자동차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기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25년전보다 A.I의 기능이 실제 훨씬 더 발달한 까닭에 펜타곤(미국 국방부)의 군사시설인 프로메테우스도 간섭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이번엔 키트를 다루는 기관은 나이트 재단이 아닌 FBI다.
자동차 모델도 GM의 모델이 아닌 포드사의 무스탕이라고 한다. 예전에 날렵하던 키트에 비해 약간은 둔탁해졌다고 하는 평도 듣고 있지만 그래픽 기술은 훨씬 더 발달한 까닭에 탁월한 키트의 능력을 손보이는데는 별로 차질이 없다.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는 능력(?)은 훨씬 더 매너가 좋아졌는 지 그래픽과 음성을 겸해서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고 있다. 사실 첫 등장했을 때는 달리 드라이버가 따로 필요없을 것같이 완벽하게 운행되었다. 이번 영웅은 자동차에 비해 무게감이 한참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하긴 발킬머 대 신인인 셈이니 당연한 결과인가)
드라이버 역을 맡은 Mike Traceur(배우, Justin Bruening)에 대한 정보를 빠트릴 수 없을 것 같은데 193센티의 장신에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던 데이빗 핫셀호프(David Hasselhoff)는 당시 미국인으로서도 상당히 큰 키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Edward Mulhare(Devon Miles 역)의 도움으로 이곳 저곳 활보하던 영웅의 인상이 워낙 강해 그 뒤를 담당할 사람은 그의 아들이거나 혈연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 이번 주인공은 Michael Knight의 숨겨진 아들로 설정되어 있다.
약간은 건달인 듯 건장한 체격과 함께 바람끼있던 성격으로 묘사되었으니 숨겨둔 아들이 있다고 한들 이상하진 않은 설정이다. 또 악의 무리와 싸우는 아버지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아버지와 서먹서먹한 사이로 만들어 둔 것은 이번 특별 무비 성격의 리메이크 Knight Rider 출연 여부를 협상 중이던 핫셀호프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리라. 과거의 명성은 물려받아야하는 드라이버지만 실제 상황은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새로운 영웅 역을 맡게 될 저스틴 브루닝은 191센티의 장신으로 핫셀호프에게 뒤지지 않는 체격을 가지고 있고(사실 과거의 영웅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표시가 심하게 났다) 2004년에 연기활동을 시작한 배우치고는 경력이 괜찮은 편이다. Jack Yang을 비롯한 함께 등장한 악역들을 처치하는 액션 능력도 꽤 탁월해 보인다. 영웅의 뒤를 잇기에는 무리가 없는 배우같다. 과연 약간은 마이클 나이트의 아들 역을 담당하면서도 여주인공과의 진지한 로맨스도 가능한 배우렸다(이 부분은 좀 진부하다).
배우나 그래픽, 기술적인 면은 이렇게 발달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몇가지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뻔한 속셈은 극의 재미를 반감하고 있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최대한 폼을 잡고 있지만, 초반에 약간 걱정스런 건달로 보이던 마이클 나이트처럼 이번 Mike 역시 약간은 믿을 수 없는 건달같은 과거를 가지고 있고 갑자기 중요한 인공지능 차량의 드라이버로 발탁되고, '악의 무리'와 싸워서 세상을 바꾸려는 아버지의 뜻을 잇는다.
약간은 Mike를 무시하는 듯한 키트와 투닥거리는 설정도 여전한 듯하다. 이 부분의 전형성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은 '액션'과 '자동차'가 주된 볼거리인 드라마라는 점에선 어쩔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글쎄 과연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가져왔단 약점이 있는데 그것 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NBC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 특별 무비가 Pilot 성격을 제대로 해낸 것 같단 기분은 드는데 과연 TV시리즈로 연장 방송될 수 있을까?
여하튼 매끈하고 날렵하고 매너있게 주인공 보다 더 잘 나가는 자동차 키트를 새롭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은 몹시 반갑다. 붉은 빛을 반짝이며 또렷하게 대답하는 말하는 자동차. 또 이번 특별 무비 엔딩 장면에서 키트가 질주하는 장면은 과거를 모방하면서도 새로워진 점이 있는데 몇가지 설정은 드라마 시청을 완료하지 않은 이상 핵심 정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K.I.T.T가 제법 매력적이란 점은 장담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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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chwood - 닥터후가 다룰 수 없었던 좀 더 복잡한 이야기들
2005년에 새로 시작한 닥터후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남자. 그렇지만 닥터후를 시청했더라도 도저히 완벽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던 푸른 눈의 그 남자, 캡틴 잭 하크니스(Captain Jack Harkness). 다소 장난스럽게 닥터후의 여주인공 로즈 테일러를 감싸줬고, 바람둥이처럼 웃음짓던 그 잭을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가 Torchwood이다.
약간은 나이든 얼굴로 변했지만 닥터후 1시즌 에피소드, Empty Child에 첫등장할 때 보다 진지해진 모습이다. 여전히 세계대전 참전시 입었던 롱코트를 입은 잭은, 닥터후와는 다른 성격의 SF 드라마에서 다시 태어났다. SF 드라마 닥터후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그것 만은 아니다. 일단 고정멤버가 단 두명이었던 닥터후에 비해 Torchwood의 고정 멤버는 5명 이상이 되었고,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개구장이 닥터후와는 다르게 토치우드의 주인공들은 외계인들 뒷처리를 맡아야 하는 고단한 업무 담당이다.
외계인을 만나고 다니는 이야기의 밝은 면을 닥터후가 모두 차지하고 있다면(물론 끔찍하게 힘들고 박력있는 이야기도 많이 펼치지만), 떠나간 로즈 테일러와 닥터를 기다리는 느낌의 잭 하크니스의 토치우드는 외계의 모든 어두운 면을 감당하고 있는 것도 같다. 이 많은 사연들을 다 알자면 닥터후 1,2 시즌을 모두 시청하는 것이 좋겠지만, 뭐 그럭저럭 닥터후 없이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시청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터치우드의 고정멤버들 중 몇몇 역시 닥터후에서 보았던 낯익은 얼굴들이다. 영국판 '퀴어 애즈 포크'의 작가로 더 잘 알려진 Russell T. Davies의 눈에 들어 터치우드에서 다시 촬영하게 된 배우들이 몇 있다. 여주인공 Gwen Cooper 역으로 활약 중인 Eve Myles는 닥터후 1시즌 4편에 출연했던 배우이고, Toshiko Sato역을 맡은 Naoko Mori 역시 '런던의 외계인들' 에피소드에서 닥터 역할을 맡았었다. 배경에서부터 출연진까지 토치우드에서 닥터후의 향기를 지우기란 완전히 불가능하다.
토치우드의 탄생은 닥터후의 과거 여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닥터후 2시즌은 하나의 키워드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데 Torchwood가 바로 그것이다. 닥터후의 존재가 빅토리아 여왕으로 하여금 토치우드 연구소를 설립하게 만든다. 바로 외계의 모든 침략과 공격으로부터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토치우드는 사이버맨의 공격으로 인해 한번 망가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토치우드의 존재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 된다. 슬리딘들의 공격이 있었던 웨일즈의 '카디프 만'에 세워진 토치우드.
닥터후에서 사용된 모든 에피소드는 토치우드에서도 다시 재가공되는데 훨씬 더 그 양상이 끔찍하거나 암울하거나 인간적일 때가 많다. 인간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단체로 걸음을 옮기던 깡통맨, 사이버맨들은 피를 흘리며 사람들을 직접 죽이기도 하고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처치하는 모습은 훨씬 더 잔인하고 끔찍하다.
닥터후에서는 꺼내지 못한 비밀스런 영국의 존재들 '요정'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여주기도 한다(신비로운 존재나 유령에 대한 전설은 전세계적으로 영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을 것이다). 잘 생긴 얼굴로 항상 웃음짓던 친절한 잭 하크니스는 좀 더 단호하고 직설적인 모습으로 그 존재들을 처치해야 한다. 이런 모습은 드라마를 박력있고 긴박하게 몰아가면서도 인간적으로는 많이 우울하기도 한 풍경이다.
닥터후에서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고 달렉들과 싸울 때도 용감했던 잭 하크니스는 지구에 남아서 외계인들을 말 그대로 처치하는 수준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시간에 대해서 관대하고 외계인에 대해서는 범우주적이었던 닥터와 로즈 테일러. 그 두 사람과 터치우드에서의 잭과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지구인들이 외계인들을 대함에 있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은 늙지않는, 영원을 살고 있는 잭의 외로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간여행자 닥터후의 고독이 제법 큰 스케일로 소화되고 있는 반면 지구에서 활약하는 잭은 어쩐지 애처롭다.
21세기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토치우드는 다시 준비하기 시작하는 걸까? 그리고 다음 시즌에서 이어질 터치우드의 공포는 무엇일까? 닥터후를 본 사람이라면 조금쯤 예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직접 시청해본다면 제법 끔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터치우드는 닥터후가 다루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나가지 않는다.
외계인에 대한 관점이 지구인스럽게 '비우호적'이라면 '성인 취향'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관대한 것이 또 잭 하크니스이다. 드라마 곳곳에서 성별과 연령을 따지지 않는 연애상황을 보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최소한 한 장면 이상은 이어지는 키스신과 잔인한 장면. 또 잭의 드라마 속 취향 문제는 아주 유명한 장면이니 언급을 회피하는게 좋을 것 같다).
또 드라마 초반에 여주인공으로 합류하는 이브 마일즈가 닥터후의 로즈 테일러처럼 적응력이 뛰어나거나 민첩하게 행동하는 캐릭터가 아니란 점도 말해두어야할 지도 모른다. 만사가 시원시원한 잭과는 달리 초반의 이브 마일즈는 참 답답한 인간 캐릭터의 전형이다. 액션, 모험, 환상 그리고 재미있는 볼거리. 그것이 약간은 엽기적인 드라마, 토치우드이다.
닥터후 시즌 3에 잭 하크니스는 다시 출연하게 됩니다. 저 오른쪽에 보이는 얼굴은 Life on Mars의 주인공 존심. 나이먹지 않는, 이 세 사람을 한 드라마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군요.
이미지 출처 :
http://www.bbc.co.uk/torchwood/
http://www.bbcamerica.com/content/262/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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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 - 섬세한 강박증 환자 몽크의 바깥 세상 바라보기
간만에 몽크 6시즌 13화를 시청했다(전체 몽크 에피소드 중에선 90번째 에피소드에 해당한다, 2월 22일 93번째 에피소드 Mr. Monk Is on the Run 이 방송될 예정). 1시즌이 TV에서 방영될 때 시청했으니 3-4년 만이지 싶은데 그는 여전하다. 몽크를 주변에서 도와주던, 아들가진 엄마가 이제는 딸가진 엄마로 바뀌었지만(그리고 바뀐 여주인공들이 더 극성스러워진 것도 같지만) 반장과 갈등하는 모양새도 여전하고 쪼잔하고 소심하게 구는 방식도 여전하다. 그나마 1-2시즌에서처럼 주변사람들은 덜 볶아대니 천만다행이다. 2시즌 한 에피소드에서 온 집을 모두 특정 회사의 생수로 채워버리는 장면은 약간 짜증이 날 정도였다.
국내에 이미 주말외화로 방영된 적 있는 Monk. 그 특별한 재미에 빠진 팬들이 이미 많은 까닭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은 외화 중 하나이다. 벌써 6시즌까지 이어진 이 드라마(6년이 넘었단 이야기다)는 비주류 드라마로(메인 시간대에 방영되지 않는 드라마) 만들어져 프라임타임(황금시청율을 자랑하는 시간대)으로 방송 시간이 옮겨진 기록을 갖고 있다. 단 하루 만에 제작 중단 사태를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미드의 운명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
소심하고 예민하고 꼼꼼하고 잘 삐치고 결벽증을 앓는 탐정 몽크. 사건 해결 능력 하나는 천재적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쪽엔 천재. 그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은 아직까지도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죽어버린 아내, 트루디 정도일 것 같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에 없다. Monk라는 단어의 또다른 뜻인 수도승처럼 Monk같은 인물을 상대하자면 정말 도를 닦아야 할 지도 모른다. 스톨마이어 반장이 왜 그렇게 불같이 화내는 지 알 것도 같은 자연스러운 상황.
이번에도 사건은 엉뚱한 단서를 통해 해결되었다. 유난히 깔끔을 떠는 몽크 보다는 극성스러운 여주인공의 딸이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 상대적으로 리랜드 반장이 더더욱 불쌍해지는 설정은 변함없던 에피소드. 몽크에는 이런 선명한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다.
범죄, 추리가 이끌어 나가는 수사물은 많다. 특히 '탐정' 역할을 하는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들도 많은데 복잡한 이야기 보다는 한 두 에피소드 안에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상황이 테마가 된다. '주인공의 능력'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된 재미. The Closer의 브렌다 리 존슨이라는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사건은 복잡하기 보다는 '용의자의 자백'이 필요한 사건이 더 많듯이 탐정 몽크가 만나는 사건들도 특별히 난해하다기 보단 몽크의 추리력을 시험하는 내용이 더 많다. 타고나게 소심한 까닭에 일반인들은 잘 놓치는 작은 단서를 잡아내는 몽크.
몽크의 장점은 복잡한 설정이 넘치는 드라마 속에서 만나는 가벼운 추리물로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연 배우의 역량을 모두 이끌어내야하는 코미디 캐릭터 드라마이기도 하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탐정 캐릭터 몽크와 잊을만하면 한번씩 언급되는 죽은 아내, 트루디 이야기. 몽크와는 대조적인 주인공 리랜드 반장 등이 드라마를 개성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각종 강박증과 포비아의 시달리는 몽크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캐릭터가 반장 리랜드 스톨마이어(Ted Levine)인데 몽크의 소심하고 쪼잔한 강박증 증세는 반장의 오버 액션과 짜증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요소가 아닐 지도 모른다. 그 소심함에 시달려야 하는 반장이 안스러울 지경으로 예민하게 반응해주기 때문에 몽크의 박자가 어긋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면 둔감한 캐릭터. 이 배우는 '양들의 침묵(1991)'에서 버팔로 빌을 맡았던 연기파 배우이다.
It's a jungle out there. 탐정 Monk의 오프닝 테마송이다. Monk가 두려워하는 더러움, 바이러스 그리고 여러가지 번잡스러운 일들. 그 모든 것 이외에도 약간은 순수하고 과거지향적인 몽크에게 세상은 정말 정글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곳이라는 노래가 딱 어울린다. Jeff Beal이라는 드라마 음악의 거장(Rome, 어글리 베티, 카니발 등의 드라마 음악 작곡자)이 작곡했다고 들었는데 2시즌부터는 노래 부르는 가수가 Randy Newman으로 바뀌었다. 거친 목소리로 바깥 세상이 험난하다고 부르는 노래가 다소 코믹하게 오프닝 화면과 잘 어울린다.
항상 몽크에게 질색을 하고 몽크를 구박하는 듯 하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에서 몽크를 돌봐주는 리랜드 반장, 약간은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엉뚱한 피셔 형사, 짜증난다 싶을 정도로 극성인 나탈리와 줄리 티거 모녀, 그리고 몽크의 친구 크루거 박사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과보호 받고 있는 강박증 환자의 세계. 섬세하고 소심한 탐정 몽크는 그래서 재미있다.
출처 :
http://www.usanetwork.com/series/mo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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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 Stone - 우리집 거실에 조지 마이클이 있어요!
칼리스타 플록하트의
사랑만들기. 앨리 맥빌(Ally McBeal)은 28세의 하버드대를 졸업한 변호사, 앨리 맥빌이 첫사랑이 근무하던 회사,
Fish&Cage에서 근무하며 애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 길고 긴 시즌 드라마 속에 가끔
출연하는 유령 빌리이다. 변호사 사무실과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역시나 앨리와 그 주변 사람들
이야기.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고, 일종의 예지력을 갖는 주인공, Eli
Stone의 이야기를 시청하면서 맨처음 떠올린 드라마가 앨리 맥빌이다. 주인공 일라이 스톤은 멀리 금문교가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그곳에서 가장
잘나가는 로펌에 근무하는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그 로펌에서도 제일 능력이 좋은 변호사에 속하는데다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로펌 대표(조단
웨더스비)의 딸 테일러 웨더스비 (나타샤 헨스트리지)와 결혼도 예정되어 있다.
부러울 게 없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앨리 맥빌과는 약간 다르다. 또,
잘 나가는 변호사로서의 일라이 스톤은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재판의 승리를 위해 때로는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윽박지를 줄도 알고,
협상을 끌고 나가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한다. 이치에 닿지 않는, 말도 안되는 주장은 일단 경청하지 않고 보는 그는 '유능한
변호사'
이런 Eli Stone이 어느날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환청 속에서
들리는 노래는 이제는 아는 사람도 드문 노래, George Michael의 Faith의 전주,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한밤중에 그 유명가수가 자신의 집 거실에서 콘서트 하는 장면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대동맥류라는 진단을 받긴 했지만, 이런 황당한 환청과
환상은 Eli Stone의 일상을 변하게 만든다.
환청과 환각은 점점 더 다양해져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전철을 로펌
사무실에서 보기도 하고, 조지 마이클이 로펌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에피소드 2편에서는 비행기가 날라드는 환각 때문에 번화한 거리를
뛰어다니는 처지에 놓이는 일라이 스톤. 대동맥류라는 질병 때문에 보이는 환상이라긴 좀 너무하잖아. 중국의 침술사는 Eli의 이 증세를 '예언자'
증세라고 부른다. 미래를 예언해주기 위해서 이 환상들이 조금씩 보인다는 것.
이런 일을 겪는 본인은 몹시 죽을 맛이다. 갑작스런 이상행동으로 미친
사람 취급 받는 건 따놓은 당상인데다 자신을 떠날까 말까 재는 듯 보이는 애인, 변호사 자리는 유지할 수 있을 지 알 수도 없고. 예언이
지시하고 있는대로 행동하다간 지금까지 쌓아온 변호사 자리를 잃는 것도 금방이렸다. 대체 똑같은 증세를 보였다는 아버지는 이런 환상과 환청을
어떻게 이겨낸 것일까?
드라마 속 로펌, 변호사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최근 한국에서도 피해자의 정서 보단 가진자의 정서를 대변하는 장사꾼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많다. 2007년 오픈해서 시즌 2, 3까지 확정된 Damages라 는 드라마는 정글 보다 치열하고 추잡한 변호사 세계의 비리를 보여주고 있다. '장사속'에 밝은 변호사가 '착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도태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된다랄까? 즐거운 듯 유쾌한 듯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드라마이지만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 변호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빠지지 않는다.
드라마 속 약자를 대변하는 자페증에 걸린 아이 엄마와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는 변호사 세계에서 버림받는 실제 케이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볼거리는 추억을 보여주는 조지 마이클의 환상 이외에도 미국의 사회적인 이슈를 한번쯤 되짚어 본다는데 있다고 한다(물론 우리 나라와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법이 어느 편의 손을 들었느냐와 상관없이 한번쯤 되돌아보아야할 이야기, 말이다.
주연을 맡은 Jonny Lee Miller는 꽤 유명한 드라마와(트레인 스포팅, 맨스필드 파크 등) 영화에 출연하던 주연급 조연으로서 Smith라는 미드의 주연으로 활약한 적도 있다. 그의 약혼자 테일러 웨더스비 역을 맡은 나타샤 헨스트리지와 그녀의 아버지, 빅터 가버 역시 잘 알려진 배우. 에피소드 2에서는 빅터 가버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등장할 예정이다. '환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보니 드라마가 발휘하는 상상력 역시 코믹하다.
이 드라마는 2007년에 사전 제작된 드라마로서 2008년 초기 Mid-season(9월에 시즌 오픈된 드라마들이 짤리고 시즌 연장되고 결정나는 사이 '교체'드라마가 입성하는 시기, 보통 연휴가 끝나는 1월 부근이다) 예정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13 에피소드 주문되었으니 13개 정도는 방영이 무난할 듯 하다. 탄탄한 주연, 조연진의 배치도 그렇지만 갈등을 유발할 만한 '미끼'들도 산재해 있으니 스토리를 끌고나가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첫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들의 평도 좋은 편이고 작가파업을 등에 업고 시작한 드라마라 ABC 방송국의 지지도 괜찮아 보인다. 무난하게 1시즌 추가 에피소드 주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지금까지 방영된 Eli Sotne 에피소드 제목은 조지 마이클의 노래 제목이었다는 점이다.
* 출처 :
http://kr.truveo.com/
http://abc.go.com/primetime/elistone/index?pn=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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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pstick Jungle - 립스틱을 닮은 도시 정글의 법칙
드라마의 첫 시작을 화려하게 알린 Victory Ford(린제이 프라이스 역) 패션쇼에 원작자 Candace Bushnell가 까메오 출연 중이다(맨 왼쪽 여성).본인이야 말로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 묘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성공한 소설가 이외에도 드라마 제작자이니 말이다. 그 옆은 주인공 브룩 쉴즈와 킴 레이버.
'Sex and the City'와 'Cashmere Mafia'가 그렇듯 이 드라마 역시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그것도 세계를 움직일 만큼 파워있는 도시, New York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50인에 당당히 뽑힌 여성들. 감히 접근하기도 힘든, 세계에서도 몇명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악마를 프라마를 입는다'라는 영화도 탄생시킬 만큼 인기있는 소재지만 더이상 볼거리를 제공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드라마 'Lipstick Jungle'은 같은 소재의 재탄생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듯 하다.
세명의 주인공은 스타일도 외모도 화제가 될만한 배우들. Lindsay Price, Kim Raver, Brooke Shields 는 일단 170센티가 넘는 신장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40대 초반에 해당하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길고 날씬한 그녀들은 프로모션 사진 만으로도 패셔너블한 모습이 연출되지만 상대적으로 예쁜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는 'Cashmere Maria'에 비해서 장식이 적은 디자인이다.
"모든 법칙을 따라하다간 재미있는 것을 놓치는 법 (Katharine Hepburn)"
드라마의 첫 화면은 두가지 문장과 함께 한다. 숲 속의 풍경과 소리를 들려주며 보여주는 정글북의 한 문장 그리고, 립스틱 모양을 닮은 도시 빌딩을 배경으로 캐서린 햅번의 명언을 말이다. 뉴욕 정글 생존 법칙이 준엄하지만 예외도 있단 말이렷다. 이제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정글을 헤쳐나가느냐가 드라마의 관건이다.
뉴욕에서 영향력있는 여성 12위 웬디 힐리(Wendy Healy)
41세의 Parador Pictures 사장. 자신의 영화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항상 달라드는 세 명의 아이들과 아이처럼 구는 남편 때문에 애먹고 있다. 무직 상태이면서도 정신없는 출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 Shane은 웬디를 옷 한벌 사입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만든다. 웬디는 실패했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 이런 면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완벽해지려 노력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계약이 성사된 순간 이혼을 통보해버리는 남편.
자신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그리고 건강과 다이어트는 전혀 돌볼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웬디 힐리. 10분이 아쉬운 정신없는 출근시간에 상사는 일처리를 재촉하는 전화를 걸고 남편은 쿨쿨 자고 있다. 화려한 브룩쉴즈 보다는 남성적인 느낌의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을 더 자주 볼 것 같다.
중요한 배우와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고 회사 직원들과 기쁨에 빠진 웬디 할리에게 날아온 남편의 문자. 이혼하자는 말이 장난스럽지 않다. 웬디의 노력과 그동안의 사랑이 물거품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뉴욕에서 영향력있는 여성 6위 니코 릴리(Nico Reilly)
42세의 본파이어 잡지 편집장. 곧 계열사의 CEO가 되고 싶은 야망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획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그녀는 야심가이다. 화려한 복장에 늘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는 그녀지만 남편과의 로맨스는 더 이상 진행형이 아니다. 낯선 남자의 유혹을 받고 무릎에 전화번호를 적어오지만, 남편은 자신에게 무심하다. 결국, 그 젊은 남자와 외도를 저지르게 되는 니코. CEO가 되기 위해는 약점이 잡혀서는 안된다.
낯선 젊은 사람과 외도를 저지르고 눈물흘리는 니코. 일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계획대로 잘 처리되고 있지만 남편과의 로맨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외도라는 도피처는 니코에게 정말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뉴욕에서 영향력있는 여성 17위 빅토리 포드(Victory Ford)
자신의 이름으로 된 부띠끄와 샵을 가진 성공한 디자이너. 아시아에도 그녀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샵이 있고 핸드백과 보석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인 디자이너이다. 친구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첫시작부터 슬럼프에 빠지는 그녀는 자신의 1분은 오천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데이트도 리무진에서 데이트 약속도 비서가 잡아주는 화장품업계의 억만장자, Joe Bennett과 데이트하게 된다. 상황이 어려워질 때 마다 눈물을 흘리고 컵케이크를 먹는 독특한 그녀는 아마 이 억만장자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린제이 프라이스는 아름답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76년생이지만 40대 초반의 역을 맡았다.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자신의 패션쇼에서 전 세계를 선물받은 빅토리 포드. 그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지만 싱글에 대한 주변의 편견들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조 베넷의 침대에서 뛰어다니는 장면(뛰어다닐 만큼 크고 넓었다)과 울고 있는 빅토리를 위해 제트기를 보내주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특별한 볼거리이다.
립스틱 정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여성의 약간은 우울한 시련인지 세 여성 간의 우정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부드럽게 말해서는 대체 말을 들어먹지 않는 감독에게 거칠게 '해고됐다'고 말해야하는 브룩쉴즈가 격는 시련은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고, 니코의 완벽한 사회생활과 외도 역시 단골 소재이다. 빅토리 포드의 인연 역시 비현실적이지만 새로울 것은 없을 듯하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Cashmere Mafia에서 취한 간결하고 박력있는 진행방식은 포기하고 약간은 지루한 듯 약간은 서글픈 듯 그녀들의 사연을 진술하기로 맘먹은 모양이다. 원작의 캐릭터를 제법 잘 살리고 있는 여주인공들은 인상적이지만 테마 자체가 가지는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2월 7일을 기다려 보자.
이미지 출처 :
http://www.ny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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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hing Daisies - 어떤 사람을 딱 1분 동안 되살릴 수 있다면?
이렇게 조금쯤은 '장난같고' 조금쯤은 '동화같은' 죽음에 대한 상상을 옮겨놓은 드라마가 이 Pushing Daisies다. 'Push (up) daisies'라는 관용어구는 '죽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죽어서 땅 속에 묻혀 데이지 꽃을 자라게 한다는 상상력이 발휘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에는 데이지꽃이 잔뜩 나온다. 주인공 네드와 척이 자란 마을 쿼드쿼에도 노란 꽃밭이 있다. 노란 꽃밭이 잔뜩 펼쳐진 동화같은 마을, 쿼드쿼에 사는 소년 '네드'와 그 소년의 첫사랑 '샬롯 척 찰스'.
어릴 적 우연히 깨달은 네드의 능력. 죽었던 존재를 한번 만져주면 되살아나고 그 존재가 1분 이상 살아 있게 되면 대신 가까이 있던 다른 존재가 죽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져 되살아난 존재를 또 다시 만지면 그 존재는 영원히 죽게 된다. 네드는 그런 이유로 엄마를 잃었고 척은 그런 이유로 아빠를 잃었다. 엄마를 잃은 네드는 기숙학교에 가게 되고 네드가 잠시 살려놓은 엄마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척은 두 성격장애 이모들과 지내게 된다.
주인공 네드 역을 맡은 파이가게(Pie Hole) 사장 네드. 사람을 잠시 살릴 수 있는 능력 덕에 원치 않는 여러 일에 휘말리지만 결코 가볍거나 생각없는 사람은 아니다. 죽었던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이는 일 때문에 망상에 휘둘릴 법도 하지만 항상 밝게 생활하는 남자. Lee Pace는 191센티의 장신으로 29살이라는 극중 나이와 연령이 비슷하다.
사람이 죽는다는 일, 그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린다는 일,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렸기 때문에 또다른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살렸던 사람을 결국 마지막으로 영원히 죽게 만드는 일. 모두 만만치 않은 무게의 일이지만 동화같은 드라마 속 주인공 네드는 결코 주눅들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어가는 과일의 맛을 다시 살려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일에 적응했을 뿐. 고민하던 어린 네드는 아주 높은 파이가게 건물의 소유주이다. 이 모든 처리 과정이 우울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그의 비밀을 알게된 탐정 에머슨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은 시체들의 비밀을 알아내고 다시 죽여버리는 비밀 업무를 맡게된 네드. 범인을 찾아내서 현상금을 받는 과정은 에머슨이 주로 처리하지만 시체들의 사망 비밀을 알아내는 일은 네드 혼자 만의 일이다. 의문사한 '샬롯 척 찰스'의 시체를 만나기전까진 그럭저럭 할만한 일이었던거다.
9살 때 첫키스를 나눈 첫사랑. 그러나 20년 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꿈 속의 그녀가 죽어서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 시체를 살리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네드이지만 마음이 좋지 못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유도 모르고 괴한에게 암살당했고 자신은 이미 어릴 적 그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지 않았던가! 드라마에서 네드는 유일하게 그녀에 한해 능력을 가진 죄책감을 느낀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릴 적 연인 척과 네드. 다시 살려낸 척을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만져볼 수는 없는 네드와 척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로맨스이다. 살아있다는 것 조차 소문낼 수 없는 척의 신세를 생각하면 황당할 뿐. 결국 에머슨과 척 그리고 네드는 같이 현상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한다.
서로를 좋아하는 연인 사이라면 스킨십을 싫어할 리 없고 가까이 살면서 스킨십을 피한다는 것은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아무리 친하지 않은 사이라도 가까이 살면 한번쯤 손이라도 맞닿게 되는 법. 그러나 자신이 되살려낸 존재 딕비(멍멍이)와 척은 절대로 만져서는 안되고 가까이 둬서도 안된다. 네드의 고민과 슬픔은 자신의 저주받을 능력에서 나오는 것.
드라마는 시종일관 삶과 죽음, 그리고 미스터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주인공의 웃지 못할 처지 덕분에 무겁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개성이 다양한 조연들도 드라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나가는 주요 요소인데, 조금은 익살스러운 나레이터의 동화같은 설명도 그 가벼운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독특한 분위기의 찰스가 이모들은 부모를 잃은 척을 어릴 때부터 키워온 사람들이다. 애꾸는 릴리 이모는 고양이 모래를 갈다가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한쪽 시력을 상실했고 독특한 복장의 비비안 이모는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인어소녀 역으로 싱크로나이즈 쇼를 하던 그녀들은 은퇴한 후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척을 키워준 은인이면서 독특한 성격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언니들. 초반에 애꾸눈 때문에 살아돌아온 조카 척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치즈로 도배한 냉장고 같은 것으로 웃음을 줬다. 이 예쁜 이모님들은 척의 현상금 덕분에 세상에 다시 한번 나오게 된다.
에머슨은 우연히 파이가게 사장인 네드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동업을 제안하고 현상금을 받아서 나눠주는 그는 현실적이고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나쁘다고할만한 짓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시 되살아난 척 때문에 스트레스를 제법 많이 받고 있다. 시체들과 의사소통할 떄 방해가 되는 척과 의견충돌도 자주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뭔가 가시돋힌 말도 해주고 싶어하지만 본의 아니게(?) 착한 역을 더 많이 맡는 거 같다. 의외로 순한 이 남자의 취미는 조금 놀랄만하다(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지 말 것).
파이가게에서 네드와 함께 일하고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사는 크리스틴은 은근히 여자를 멀리하는 사장, 네드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여자였지만 네드와 한집에 사는 척이 나타난 이후엔 멍멍이 딕비 만이 그녀 차지가 되었다. 뭔가 코믹하게 질투로 불타오르긴 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함도 갖춘 착한 언니 올리브. 네드가 척을 만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종의 위안을 느낀다.
네드의 신장이 191센티인데 비해 올해 41살인 이 크리스틴 체노위스(Kristin Chenoweth)의 신장은 150센티 그리고 척, 안나 프릴의 신장은 158센티이다. 유난히 두 여자 모두가 네드의 훤칠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노래 잘 부르는 배우, 크리스틴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던 재주 많은 사람인데 Pushing Daisies 에피소드 2에서 올리비아 뉴튼 존이 'Grease'에서 불렀던 것으로 유명한 'Hopelessy Devoted to you'를 멋지게 불러준다. 가사 그대로 항상 네드가 사랑을 받아준 것도 아니니 'It's not the first time heart broken..'도 아닐진데. 불쌍한 올리브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까!
출처 :
http://abc.go.com/primetime/pushingdaisies/index?pn=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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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n Mars - 동등한 무게의 꿈과 현실...
시간여행을 온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자신의 상황과 관련이 된 70년대의 사건들. 미쳤다고 하기엔 똑똑하고 이성적인 주인공. 혼수상태라고 단정짓기엔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황들. Life on Mars는 드라마의 초반을 그 상태로 끌고 간다. 미친 것인지 혼수 상태인지 분명히 알 수 없는 주인공은 70년대의 경찰서 직원들과 사건을 해결하러 뛰어다닐 뿐이다. 단지 조금 미쳐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
용의자를 검거하러 달려가는 주인공. 심증은 확실하지만 물증이 없는 용의자, Colin Raimes의 집주변 풍경은 주인공 Sam Tyler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샘 타일러는 같은 풍경이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연인 마야와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이던 샘 타일러는 범인에 대한 심증으로 범인을 미행하던 마야가 납치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Life on Mars라는 노래를 듣던 샘은 갑작스런 교통사고에 정신을 잃고 마는데 깨어나보니 모든게 변해 있었다.
최신 차량을 타고 나타난 깔끔한 양복과 단정한 차림새의 주인공. 맨체스터 지방의 경감인 샘 타일러의 첫등장과 비교되리 만큼 오래된 70년대의 풍경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다. 아무리 역사가 살아숨쉬는 영국이라 할 지라도 그때의 느낌을 살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 틀림없을텐데 주인공이 돌아다니는 도시는 아무리 봐도 70년대의 풍경인듯 보인다. 주인공 이외의 조연들 역시 70년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자연스럽다.
지문검사, 시체 검시, 현장증거, 미란다원칙, 변호사 동석, 심리전문가, 그리고 CCTV와 같은 범죄자의 인도주의적 입장을 강조하는 주인공은 당황스러운 70년대 풍경에 자주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론 주인공의 70년대 동료 형사들은 용의자 체포시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는 주인공을 미친 사람 취급을 하곤 한다. 이 갈등은 주인공과 주인공의 연인, 마야의 갈등이 연장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심증 만 있으면 아무나 끌고 오고 용의자가 아닌 목격자에게도 막말과 무력을 행사하는 무지막지한 70년대의 형사. 그 경찰 문화에 반발하지만 증거주의 때문에 체포하지 못한 용의자 덕분에 마야를 잃은 주인공은 내심 그 파워를 바라고 있던 게 아닐까. 과연 그가 보고 있는 이 '형사들'은 현실일까 꿈일까?
정말 70년대에 찍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들과 주변인물들. 자주 보던 70년대의 경찰서처럼 여순경을 하녀 취급하고 여성에겐 성희롱을 저지르며 아무 용의자들에게 욕과 폭력을 퍼붓고 증거를 훼손하는 형사들. 당황스러운 과거의 풍경이다.
70년대 샘타일러의 상관인 Gene Hunt. 이 모든 경찰 폭력과 혼란스러움의 상징인 진 헌트는 원칙을 지키고 싶어하는 샘 타일러를 제법 잘 다독이는 편이다. 물론 가끔 폭력도 사용해주는 센스. 모든 면에서 샘과 대조적이지만 사건을 해결할 땐 잘 어울린다.
70년대 배경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탓에 70년대 히트 음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미스터리와 어울리고 있는데 물론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음악은 David Bowie의 'Life On Mars?'이다. 시대와 상관없이 그냥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음악이지만, 데이빗 보위의 외모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과연 노래 가사와 드라마의 미스터리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과 상관없이도 오래된 영국 풍경이 흥미롭지만, 약간은 지루한 기분도 든다는 건 이 드라마의 단점이다.
깔끔한 외모의 주인공 존심은 이 드라마로 영국 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연기력도 받쳐주지만 현대의 외모와 70년대의 외모가 모두 어울리는 주인공의 변신도 재미있다. BBC 방송국의 흑백 TV와 낡은 것이 어울리는 영국, 그 풍경이 독특한 드라마다.
출처 :
http://www.bbc.co.uk/lifeonmars/
(에피소드별 짧은 클립과 배우 소개, 에피소드별 배경음악들을 설명하고 있다)
http://www.bbcamerica.com/content/294/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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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 Who - 1963년부터 2008년까지 닥터후
영국 BBC방송국에서 1963년에 첫방송을 시작한 닥터라는 SF 드라마는 26시즌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1989년 방영이 종료되었다. 다시 2005년 제작되기 시작해서 지금 2007년 12월 25일 4시즌 첫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시작했다(2008년 3월 본방송 시작). 단언하건대 이 시리즈를 제대로 파악하자면 닥터와 제법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닥터의 기록을 보고 싶어도 BBC 방송국에 보관된 필름 중 많은 부분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전부 볼 수가 없다.
TARDIS라는 작은 물체를 타고 다니며 시간, 공간, 그리고 우주 어느 곳이든 제약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Doctor. 각종 역사적인 사건에 아무렇지 않게 뛰어드는 사연많은 외계인. 그 상상초월하는 역할을 위해 지금까지 10명의 닥터가 활약해왔으며 1대, 2대, 3대 닥터는 이미 사망했다. SF 드라마의 스케일과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활약한 열 명의 닥터를 모두 모아놓았다(출처 : 위키피디아). 지금 사망하신 분이 3명. 이전 닥터들도 외모가 급격히 변해서 알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닥터후 시청할 때 원칙적으로 타디스(TARDIS)에 대한 설정이나 기타 우주관 등이 독특해서 알아둘 점이 많다고들 한다. 이전 시즌에서 설정된 내용이라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법 긴 제목의 소설과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이 닥터후의 원작자를 알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설정한 지구라는 행성의 미개함을 기억할 지 모르겠다(그 소설에 아주 잠시 닥터후가 등장한다고 한다).
닥터는 2개의 심잠을 가지고 12개의 목숨을 가진 시간로드이다. 그리고 나이는 900살. 젊은 얼굴로 닥터를 맡은 데이비드 터넌트는 그래서 오랫동안 살아온 슬픈 외계인의 눈물을 표현해야 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행성은 이미 우주 상에 없다. 닥터는 지구에 여행을 자주 오며 우주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닥터가 타고 다니는 타디스는 생명을 가진 생명체로 우주에 단 하나 뿐이다. 1950년대 경찰 부스처럼 위장하고 서 있지만 가벼운 외모와는 달리 다른 어느 누구도 쳐들어올 수가 없다. 이 타디스 덕분에 어느 공간이나 시대에 가든 아무 어려움없이 의사소통할 수가 있다. 즉 통역기의 역할도 담당한다.
인간에게는 소중한 지구도 외계인들에게는 흔하디 흔한 행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태양이 팽창해서 태양계가 붕괴될 때 지구도 아무 미련없이 사라지게 된다.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인간이란 얼마나 하찮고 미미한지. 닥터는 그렇지만 지구인을 어머니로 둔 까닭에 지구를 아낀다는 설정.
2005년 버전 닥터후는 물론 이런 설정들을 몰라도 접근가능하다. 어느날 Rose Tayler 앞에 나타나 앞뒤가 안맞는 말과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떠들면서 Rose를 구해준 닥터. Rose는 갑자기 폭발해버리는 자신의 직장과 자신을 죽이려드는, 살아움직이는 마네킹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나타난 박사 역시 심란한 사람이다.
외계와 과거 또는 미래의 상황으로 꾸며진 초반의 볼거리 그리고 긴박한 모험과 문제해결이 이어지는 극의 구조가 시청자를 제법 오래 잡아끈다. 이번엔 어떤 외계인이 등장할 것인가 상상해보는 것도 엄청난 재미이다. 닥터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기로 맘먹은 Rose는 찰스 디킨스와 직접 만나 보기도 하고 적응하기 힘든 외계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먼 미래, 이미 태양에게 흡수되었어야 하지만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남겨졌던 지구가 파괴되고 그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전 우주의 대표들. 마지막 인류랍시고 남은 존재는 정말 인간인지 조차 의심스러운 존재이고 외계인들의 모습에 Rose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정말이지 Run away하고 싶을 뿐(이 외계인들은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지구의 유물이란 핑계로 드라마는 Soft Cell의 Tainted Love란 노래를 들려준다.
일촉즉발의 위기. 닥터의 맘에 들만큼 놀라운 순발력으로 모험과 위기에 잘 적응하는 Rose이지만. 아무 능력 없는 Rose가 위기에 처할 때 마다 닥터는 최선을 다해 Rose를 구해낸다. 여행의 동반자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Rose와 닥터와의 관계로 재미있을 듯 하다. 항상 인류를 구하고 다니는 닥터지만 역사적으로 닥터가 지나간 자리엔 죽음 뿐이라는 극중 인물의 해석도 재미있는 부분.
영국 드라마답게 에피소드 1의 시작은 영국 시내인데. 2층 버스와 고풍스런 번화가가 즐비한 영국 풍경도 괜찮은 볼거리이다. 미국드라마와는 다르게 Doctor의 발음이 '독터'로 들리는 점도 처음엔 익숙해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Sci-fi 채널에서 고정으로 방송한 것으로 아는데 국내에서는 Fox 채널에서 방영해주고 있다. 4시즌은 2007년 크리스마스에 시작을 알렸고 한국인들도 잘 아는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가 출연 중이다.
지구의 종말을 바라보는 닥터후와 로즈, 그리고 특이한 외모의 나무 외계인 자이브. 지구의 종말은 행성의 수명이 정해졌으니 당연한 수순이고, 외계인에겐 특별한 감정을 가질 일이 아니지만 Rose의 감정은 미묘하다.
그리고 1시즌과는 바뀐 닥터의 얼굴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Doctor_Who_theme_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