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hing Daisies - 어떤 사람을 딱 1분 동안 되살릴 수 있다면?

DRAMA 2008. 1. 29. 00:36


만약 내게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죽었던 사람을 1분 동안 되살려서 어쩌다 죽었는지 또는 죽기전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지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아니 그것도 아니면 죽었던 첫사랑을 세상에 되살려놓고 얼굴 만 보게 된다면! 죽음이라는 단어의 진지함과 무게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문장이다.

이렇게 조금쯤은 '장난같고' 조금쯤은 '동화같은' 죽음에 대한 상상을 옮겨놓은 드라마가 이 Pushing Daisies다. 'Push (up) daisies'라는 관용어구는 '죽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죽어서 땅 속에 묻혀 데이지 꽃을 자라게 한다는 상상력이 발휘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에는 데이지꽃이 잔뜩 나온다. 주인공 네드와 척이 자란 마을 쿼드쿼에도 노란 꽃밭이 있다. 노란 꽃밭이 잔뜩 펼쳐진 동화같은 마을, 쿼드쿼에 사는 소년 '네드'와 그 소년의 첫사랑 '샬롯 척 찰스'.

어릴 적 우연히 깨달은 네드의 능력. 죽었던 존재를 한번 만져주면 되살아나고 그 존재가 1분 이상 살아 있게 되면 대신 가까이 있던 다른 존재가 죽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져 되살아난 존재를 또 다시 만지면 그 존재는 영원히 죽게 된다. 네드는 그런 이유로 엄마를 잃었고 척은 그런 이유로 아빠를 잃었다. 엄마를 잃은 네드는 기숙학교에 가게 되고 네드가 잠시 살려놓은 엄마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척은 두 성격장애 이모들과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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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네드 역을 맡은 파이가게(Pie Hole) 사장 네드. 사람을 잠시 살릴 수 있는 능력 덕에 원치 않는 여러 일에 휘말리지만 결코 가볍거나 생각없는 사람은 아니다. 죽었던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이는 일 때문에 망상에 휘둘릴 법도 하지만 항상 밝게 생활하는 남자. Lee Pace는 191센티의 장신으로 29살이라는 극중 나이와 연령이 비슷하다.

사람이 죽는다는 일, 그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린다는 일,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렸기 때문에 또다른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살렸던 사람을 결국 마지막으로 영원히 죽게 만드는 일. 모두 만만치 않은 무게의 일이지만 동화같은 드라마 속 주인공 네드는 결코 주눅들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어가는 과일의 맛을 다시 살려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일에 적응했을 뿐. 고민하던 어린 네드는 아주 높은 파이가게 건물의 소유주이다. 이 모든 처리 과정이 우울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그의 비밀을 알게된 탐정 에머슨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은 시체들의 비밀을 알아내고 다시 죽여버리는 비밀 업무를 맡게된 네드. 범인을 찾아내서 현상금을 받는 과정은 에머슨이 주로 처리하지만 시체들의 사망 비밀을 알아내는 일은 네드 혼자 만의 일이다. 의문사한 '샬롯 척 찰스'의 시체를 만나기전까진 그럭저럭 할만한 일이었던거다.

9살 때 첫키스를 나눈 첫사랑. 그러나 20년 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꿈 속의 그녀가 죽어서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 시체를 살리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네드이지만 마음이 좋지 못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유도 모르고 괴한에게 암살당했고 자신은 이미 어릴 적 그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지 않았던가! 드라마에서 네드는 유일하게 그녀에 한해 능력을 가진 죄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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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릴 적 연인 척과 네드. 다시 살려낸 척을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만져볼 수는 없는 네드와 척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로맨스이다. 살아있다는 것 조차 소문낼 수 없는 척의 신세를 생각하면 황당할 뿐. 결국 에머슨과 척 그리고 네드는 같이 현상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한다.

서로를 좋아하는 연인 사이라면 스킨십을 싫어할 리 없고 가까이 살면서 스킨십을 피한다는 것은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아무리 친하지 않은 사이라도 가까이 살면 한번쯤 손이라도 맞닿게 되는 법. 그러나 자신이 되살려낸 존재 딕비(멍멍이)와 척은 절대로 만져서는 안되고 가까이 둬서도 안된다. 네드의 고민과 슬픔은 자신의 저주받을 능력에서 나오는 것.

드라마는 시종일관 삶과 죽음, 그리고 미스터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주인공의 웃지 못할 처지 덕분에 무겁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개성이 다양한 조연들도 드라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나가는 주요 요소인데, 조금은 익살스러운 나레이터의 동화같은 설명도 그 가벼운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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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분위기의 찰스가 이모들은 부모를 잃은 척을 어릴 때부터 키워온 사람들이다. 애꾸는 릴리 이모는 고양이 모래를 갈다가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한쪽 시력을 상실했고 독특한 복장의 비비안 이모는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인어소녀 역으로 싱크로나이즈 쇼를 하던 그녀들은 은퇴한 후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척을 키워준 은인이면서 독특한 성격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언니들. 초반에 애꾸눈 때문에 살아돌아온 조카 척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치즈로 도배한 냉장고 같은 것으로 웃음을 줬다. 이 예쁜 이모님들은 척의 현상금 덕분에 세상에 다시 한번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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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은 우연히 파이가게 사장인 네드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동업을 제안하고 현상금을 받아서 나눠주는 그는 현실적이고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나쁘다고할만한 짓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시 되살아난 척 때문에 스트레스를 제법 많이 받고 있다. 시체들과 의사소통할 떄 방해가 되는 척과 의견충돌도 자주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뭔가 가시돋힌 말도 해주고 싶어하지만 본의 아니게(?) 착한 역을 더 많이 맡는 거 같다. 의외로 순한 이 남자의 취미는 조금 놀랄만하다(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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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가게에서 네드와 함께 일하고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사는 크리스틴은 은근히 여자를 멀리하는 사장, 네드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여자였지만 네드와 한집에 사는 척이 나타난 이후엔 멍멍이 딕비 만이 그녀 차지가 되었다. 뭔가 코믹하게 질투로 불타오르긴 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함도 갖춘 착한 언니 올리브. 네드가 척을 만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종의 위안을 느낀다.




네드의 신장이 191센티인데 비해 올해 41살인 이 크리스틴 체노위스(Kristin Chenoweth)의 신장은 150센티 그리고 척, 안나 프릴의 신장은 158센티이다. 유난히 두 여자 모두가 네드의 훤칠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노래 잘 부르는 배우, 크리스틴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던 재주 많은 사람인데 Pushing Daisies 에피소드 2에서 올리비아 뉴튼 존이 'Grease'에서 불렀던 것으로 유명한 'Hopelessy Devoted to you'를 멋지게 불러준다. 가사 그대로 항상 네드가 사랑을 받아준 것도 아니니 'It's not the first time heart broken..'도 아닐진데. 불쌍한 올리브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까!




출처 :
http://abc.go.com/primetime/pushingdaisies/index?pn=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