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 - 여신시리즈 팬을 위한 특별선물

ANIMATION 2008. 1. 6. 15:29




갑자기 울려서 받은 전화에서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떤 소원을 들어드릴까요라고 묻는 여신은 소원은 직접 듣겠노라 말하며 거울 속에서 나타나고 전화나 걸자고 생각하던 남자는 하얗게 질린다. 자신은 구원여신사무소의 여신이라고 소개하며 명함까지 쥐어주는 이 외국 여성은 과연 누굴까? 정말 소원을 들어주긴 하는 걸까?


1988년에 연재되어 2008년으로 연재 20주년을 맞는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의 명성을 애니 작품 역시 고스란히 잇고 있다. 158센티의 단신에 운도 나쁘고 돈도 없고 생긴 것도 잘 생겼다고 할 수 없는 공업 대학교 학생이자 오토바이 매니아인 모리사토 케이이치에게 홀연히 나타난 여신과 케이이치의 이야기는 지금은 약간 열기가 식은 감이 있지만 90년대 초반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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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발표된 OVA 버전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 초반부를 요약한 버전으로 6시간 분량으로 발표되었다. 길지 않은 내용으로 갈등이 될만한 요소도 적었지만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수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운이 없고 가난하고 별볼일 없는 케이이치. 그 케이이치를 놀리듯 나타나서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말하는 금발의 상냥한 미녀(그리고 미녀가 한명이 아니라 3명은 기본으로 주어지다니).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징을 생각해봐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소재인 것 같다. 지금처럼 '오타쿠'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가 심하지 않던 시절, 1993년 쯤에 태어난 OVA 버전의 '오! 나의 여신님'은 일본 오타쿠의 명성에 불을 붙인 애니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니. 당시 여신에 대한 팬들 사이의 심각한 토론이 자주 뉴스를 채우곤 했었다.


1993년 판 여신 OVA는 1996년경 한국에서도 불법파일로 널리 유통되기 시작했는데(정식 수입이 힘들던 시절) PC통신상에서 일본에서 릴된 저화질(1편당 50메가가 안되니 지금이랑 비교하면 엄청난 저화질) 시리즈를 가끔 볼 수 있곤 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신도 놀랍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인공들과 서정적인 사랑이야기가 그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다음 버전의 극장판 여신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때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 (1998년의 '작다는 건 편리해' 시리즈가 있지만 그건 외전격의 내용인데다 제작사가 아예 다르다) 그 이후 2005년, 2006년에 원작만화를 다시 애니로 옮긴 TV시리즈가 1, 2기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그 사이 OVA 버전 보다 업그레이드되고 꼼꼼해진 캐릭터가 출현하여 여신팬들의 눈을 더 즐겁게 해준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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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캐릭터의 변화  - 1993년, 1998년, 2000년, 2005년 각각의 캐릭터들은 조금씩 얼굴이 바뀌었고 성격이나 역할도 약간씩 변화가 주어졌다. 원작을 얼마나 반영했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신 시리즈의 모든 이야기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하기도 힘들고, 설정 하나하나를 파악하거나 외우지도 못하고 있지만(정통 팬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부담없는 내용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여신 이야기는 꽤나 매력있는 애니 아이템이다. 애니의 기본 특성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니 몽환적이고 꿈같은 이야기를 옮기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여신님 이야기를 실사 화면으로 옮긴다면 당연히 이만한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이다.


유드그라실을 지키는 세 여신,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의 이야기는 원래 북유럽의 전설 속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운명을 잣는 그 여신의 이야기를 변형해서 이 세 여신을 신(하느님이라고 표기하지만 신이 맞는 듯하다)의 딸들로 설정하고 그 세 여신 이외에도 수많은 여신들이 유드그라실을 운영하며 구원여신사무소의 업무를 돌보고 있다. 어떤 여신은 악마와 싸우는 전문 여신으로 왈큐레(발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얼핏 여신 만큼 완벽한 한 여성에게 사랑받는 운없고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였던 이 이야기는 갑자기 여복이 넘치는 그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되고 또 액션 판타지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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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극장판에서 표현된 유드그라실. 1993년판 OVA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던 유드그라실은 2000년 극장판 애니에서 선보이기 시작해 2005년과 2006년에는 아예 유드그라실 이야기가 미스터리의 중심이 된다.

1993년판은 짧은 분량으로 여신 원작 만화의 초반부 만을 애니로 옮긴 까닭에 갈등이 비교적 단순했다. 아름답고 지적인 여신을 뺏어가고자 하는 주변의 남자들과 여신을 질투하는 케이이치의 여자친구, 또 대학교에서 여신이 케이이치의 여자친구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와 여신과 케이이치 사이의 이별, 그리고 여신의 언니와 동생이 등장하는 장면등이 묘사됐지만 '과연 케이이치와 베르단디는 헤어져야하나' 이 정도가 갈등의 전부였다.


2000년의 극장판은 원작만화의 설정을 다수 설정하여 아예 여신들은 '천사(날개)'를 보여준다. 베르단디와 베르단디의 천사 홀리벨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2005년, 2006년 발표된 '각자의 날개'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2007년판 '싸우는 날개'는 그 여신들의 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다. '오! 나의 여신님' 시리즈 에피소드를 채워줄 등장인물들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는 것. 악마와 여신들의 캐릭터도 늘어나고 울드는 날개 색이 반쪽은 검은 비밀, 즉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카미 사마는 여전히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극장판에서는 카미와 대등할 정도로 놀라운 힘을 보여준 세레스틴이 나타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원래 원작만화를 가장 먼저 접했지만 아름다운 소녀로 출연하는 베르단디가 지나치게 섹시한 글래머였고 노골적인 유머들이 가미된 기분이 들어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 애니에선 상당히 완화된 느낌이지만 자동차부의 싱글(?) 선배들은 케이이치의 연애를 꽤나 노골적으로 부러워한다. 지금은 미소녀 캐릭터를 당연히 등장시키는 분야가 따로 있을 지경이지만 당시엔 약간은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기도 했었다. 왕자님이 나타나는 순정만화 이야기가 뻔한 이야기로 취급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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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만화 속 베르단디 그리고 얼마전에 발간된 '오! 나의 여신님' 35권. 후지시마 코스케는 여신님을 20년 동안 발간한 것 이외에도 '체포하겠어'의 원작을 그리기도 했다. 작가 역시 실제 자동차 매니아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이 몽환적인 화면과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로 그런 분위기를 말끔히 사라지게 만든 것은 꽤나 놀라운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기타 등장 인물 이외에 2007년에 발표된 '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는 기존의 3명의 여신 이외에 두 명의 여신이 더 등장한다. 원작만화, TV 시리즈 1, 2기를 시청한 사람들은 잘 아는 캐릭터인 페이오스와 린드가 이번 에피소드 등장인물이다. 섹시한 여신, 페이오스 그리고 신의 세계에 등장한 악마를 처치하는 여전사 린드 역시 세 명의 여신과는 다른 느낌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특히 완벽한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왈큐레의 여신 1급신인 린드는 기존에 유드그라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등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TV판 2기 시리즈에서는 케이이치의 목숨을 노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여신이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인정사정  가리지 않는 여전사. 원작 만화에서 그 린드를 위한 2권의 외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20주년 기념으로 만든 특별 무비에서 린드가 주인공으로 여신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정적이고 순정적인 OVA 여신들과는 달리 액션을 가미한 판타지의 성격을 제법 잘 보여주고 있다.


여신 린드의 외날개, 그 날개의 비밀을 보여주는 까닭에 여신들의 날개, 천사가 아름답게 등장하곤 하는데 OVA 팬에게는 익숙치 않은 여신의 날개들이 아름답게 화면을 수놓는다. 여신들의 숨겨진 능력인 천사들은 몽환적이지 만은 않다. 그리고 정말 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귀여운 악마 마라와  힐드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겠지만, 역시 약간은 화제가 된 장면은 베르단디의 악마 패션이다. 순수하고 아름답기만할 것 같은 1급 여신 베르단디의 사악, 섹시 컨셉 역시 볼만한 특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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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신들은 날개를 가진다. 그 날개는 천사의 모습을 띄고 있다. 스쿨드는 아직 어려서 천사를 꺼낼 수 없지만(씨앗) 베르단디, 페이오스, 울드는 날개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OVA시리즈는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중점을 맞춘 편이라 지금 보아도 상당히 감동적이지만 최근 만들어진 애니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프레임수가 적다는 평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2005년 판이나 2006년판은 TV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편집되어 긴장감이나 갈등이 조금 빈약하지 않느냐는 평도 듣지만 순정만화 구도를 취하는 TV 시리즈에는 무난하다. 여신시리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팬에게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짧은 극장판을 추천하는 것이 좋겠다. 극장판에는 '사이드카'라는 특별한 형태의 바이크도 등장하는데 베르단디와 케이이치의 주행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신시리즈 팬들은 2007년 마지막을 수놓은 왈큐레의 여전사 린드를 보면서 다른 시리즈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2008년에 TV 3기가 과연 방송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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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오! 나의 여신님:싸우는 날개'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외날개를 가진, 왈큐레의 여신 린드. 냉정하고 완벽한 전투를 추구하지만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 않기로 유명한 여신이라고 한다. 그녀와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 페이오스, 케이이치가 이번 특별 무비의 주인공.




이미지 출처 :
http://www.animate.tv/pv/detail.php?id=p061214b
http://anicomic.blog55.fc2.com/blog-entry-57.html
http://anime.sovserv.ru/blog/index.php?s=%D0%B3%D0%BE%D0%B4%D0%B0
http://www.ebookjapan.jp/shop/title.asp?titleid=7766
http://anime-horizon.blogspot.com/2006/09/sentiment-on-ah-my-goddess.html
http://cinematicroom.com/asin/B000BN9A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