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n - 스필버그의 끝나지 않은 꿈

DRAMA 2007. 12. 5. 02:27


우주인, 외계인, 또는 V라는 드라마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문자들이라는 표현까지. 지구인들이 만나는 지구 밖에서 태어난 존재들(ET:The Extra-Terrestrial)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의문들. UFO라는 진부한 표현이 이젠 절대 낯설지 않은 지구인들은 수없이 많은 SF시리즈와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들을 만들어냈으며 그 선두에 선 사람들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이다.


큰 눈에 톡 튀어나온 배, 그리고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이 빛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영화, ET를 만든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ET라는 영화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당시 80년대 초반의 우리 나라 실정을 생각하면 84년 개봉한 ET의 흥행 성공은 가히 기록적이다) SF 영화 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물론 쉰들러리스트라던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오브 브라더스 등으로 전쟁영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말 그대로 천재감독 비슷한 인물 아닐까?)

제목으로 사용된 'TAKEN'이란 단어는 잘 알다시피 Take라는 동사의 과거분사이고 take라는 단어 만큼이나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연인들 사이에서 '임자있다'는 뜻으로 씌이기도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테고, 납치나 감금 또는 어떤 대상에 매료되 버리는 것까지 폭넓게 의미할 수 있는 단어이다. 극 중의 분위기로 인해 한국어로 가장 적절한 해석은 '납치'에 가깝다고 생각이 되지만, 외계인들이나 미지의 존재에 푹 빠져버린 그들에게 인생을 빼앗기고 저당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take라는 동사의 원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납치 만을 뜻하고 싶었다고 하기엔, 선택할 수 있는 단어의 폭이 넓지 않았을까?

10개의 에피소드 마다 각각 다른 10명의 감독, 그것도 SF드라마 시리즈에서는 뺴놓을 수 없는 드라마인 배틀스타 갈락티카나 파이어플라이들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유명 감독들 10명을 지휘하여,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제작자가 만든 드라마가 이 Tak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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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지구인들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외계인에 대한 상상 속의 모습을 ET는 잘 보여주고 있고(제목 조차 지구 밖의 생명체라는 독특한 제목) 솔직히, ET의 감독, 스필버그의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상업적이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외계인의 외모에 대한 ET 속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ET 에서 묘사한 외계인은 외계인 이야기에 정통한 사람들, UFO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분류되는 많은 세계인들이 주목했던 1947년의 로스웰 사건과 그 비디오에서 묘사한 외계인의 모습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눈동자 조차 보이지 않는 커다란 눈, 그리고 툭 튀어나온 배에 작은 몸. 그 비디오의 진위 여부는 처치하고서라도 그 모습은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 로스웰 마을을 소재로 2001년까지 장기 연재된 드라마까지 있다 Roswell.)

물론 로스웰 사건 자체는 그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그 비디오가 전부가 아니다. 비행선이 추락했고 마을 농부, 미 육군 또는 주변 사람들이 비행선의 물체를 습득했다는 등의 증언이 여러건 언론에 발표되곤 했으나, 미군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사람들은 미군이 (우주선으로 추정되는) 그 비행물체를 숨겼다고 믿었다. 최근엔 개발 중인 스텔스기가 추락했던 걸 숨긴거라고 발표했고 비디오도 조작이라고 (누군가) 발표했다고 한다. 어떤 말이 진실인지는 물론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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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n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잠시 기록한 대로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외계인과의 조우 기억을 가지고, 비슷비슷한 우주선의 모습을 묘사하는 까닭은 남들의 이야기를 읽고 상상한 까닭이기도 하고 존재를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하지만, 단지 그렇다고만 하기엔 너무 수상한 이 이야기들을 대상으로 이미 다수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스필버그는 그 미스터리한 스토리들을 기초로 지구인과 친구가 되는 E.T를 생각해냈던 것이다. 그리고 Taken에서 그 상상을 다시 차곡차곡 풀어내고 있다.

자 다시 Taken의 세계로 돌아와보자. E.T.에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던 초능력을 가졌던 친근한 우주인. 이 때 당시 스필버그가 바라는 우주인의 모습은 아마도 어느 영화에서 사용한 단어처럼 지구인과 Contact하고 의사소통하는 존재, 초능력을 가진 미지의 우주인이었던 듯 하다. 물론 우주인들은 톰 크루즈가 주연한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 , 2005)'에서처럼 무차별적으로 지구를 공격하지도 않았고(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 지구인들을 학살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냥 지구를 방문한 우호적인 외계인일 뿐이었다는 사실은 지구인들을 몹시 들뜨게 만드는 가설이고, 항상 그렇게 믿고 싶은 부분이다. 탐 크루즈의 고난은 겪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나 Taken의 초반부는 그 즐거운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몹시 지루하고 우울하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지구인들을 납치하는 외계인들은 무례하고 무자비하고, 그 고통을 겪는 지구인들의 삶은 피폐하고 우울하다. 그리고 그들은 명확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까닭에 납치된 동안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신을 정신착란증 환자 내지는 사회부적응자 정도로 여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믿어준다고 한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믿지 않을 사람이 더 많겠지만, 그리고 증거라는 것이 선명하다고 한들 아무거나 믿을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Taken은 외계인과 UFO에 대한 상상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우리들, 시청자들에게는 익숙치 않지만, 실제 '그들'과 만났을 사람들은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몇가지 '기록된' 미스터리들과 연결해서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공군에서 로스웰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에 대한 상상. 외계인들을 만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에 대한 상상. 외계인들은 왜 사람들을 데려가서 연구만 하고 만나기만 할 뿐 다른 침략이나 의사소통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상상까지. 거의 다른 드라마 2시즌에 해당하는 분량(전체 850분 정도)으로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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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Taken은 1994년생 다코타 패닝(Dakota Fanning)의 수련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5살 쯤 티브이 드라마에 출연하여 천재적인 소녀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다코타 패닝은 2002년도에 방영된 Taken에서 Allison Clarke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Taken은 대개의 모든 배우들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드라마 형식으로 인해, 단역처럼 지나가는 역을 맡았지만 다코타 패닝 만은 전 에피소드에 걸쳐서 나레이션을 맡았고 실질적인 이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9살 짜리 주인공 앨리슨(앨리)역을 맡았던 다코타는 2005년 비슷한 소재의 우주전쟁이라는 영화에서는 좀 더 천재적인 아역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였고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재밌는 점은 'I am Sam'이라는 영화에서 다코타 패닝의 아역을 Elle Fanning이 맡았듯이 이 영화에서도 다코타 패닝의 3살 아역을 엘르 패닝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보듯 정말 닮은 이 두 아이는 당연히 동일 인물이 아니다. 다른 티브이 드라마 배우들처럼 이들 역시 자매 스타 배우로서의 길을 걸을 것 같다. 다코타 보다 4살 어린, 엘르 패닝의 성장 드라마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자신을 꼭 닮은 아역을 자신의 동생이 해준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곧 라이벌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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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하던 UFO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스포일러에 해당하겠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이고, 40-50년 속 긴 세월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자연스럽다는 점도 탁월한 점 중 하나이다. 초반의 지루함을 넘기고 나면 매우 흥미진진한 SF 드라마가 될 것이다(물론 한편의 길이다 85분이라는 점도 굉장하지만).

이 길고 긴 드라마의 전체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는 다코타 패닝에게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 다소 지루한 초반부의 에피소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Russell Keys의 망가진 인생, Sally Clarke의 기묘한 체험과 외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스웰 사건의 책임자가 되는 Owen Crawford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외계인과 만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 외계인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50년에 걸쳐 그려나가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스토리 흐름을 보여주는 가족들 간의 관계도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굳이 보고 싶다면 말리지 않는다. 등장인물 전체의 가계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