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 Like Me - 죽고 사는 일이 별개 아니라니까!?

DRAMA 2008. 2. 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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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동반되는 정서는 보통 '공포' 내지는 '고통'이 아닐까 싶다. 막연히 알 수 없는 사후 세계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어떻게 찾아올 지 알 수 없는 죽는 순간의 아픔에 미리 겁먹기도 하는 인간.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쉽게 언급할 수도 없고 장난칠 수도 없는게 '죽음'이라는 현상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죽음이 이어지는 영화는 공포 영화 즉 호러 무비 대열에서 빠지지 않고 장례 문화는 엄숙하고도 근엄하며 죽음을 함부로 입에 담으면 재수없다는  문화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죽음이란 주제는 아마도 코믹함의 대상은 되기 힘들 것이다. 1969년생인 이 독특한 제작자, Bryan Fuller(사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꽤 잘생긴 제작자이다)의 관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스스로를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의 광적인 매니아(Geek)이라고 밝혔다는 Bryan Fuller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작가로서 드라마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이제는 Dead Like Me 이외에도 Heroes나 Pushing Daisies 같은 유명 드라마 시리즈의 제작자(작가)로 활약하고 있으니 일개 팬으로 시작한 취미 치고는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Bryan Fuller의 죽음이란 주제에 대한 가볍고 코믹하며 즐거운 접근, 그 드라마가 바로 Dead Like Me이다. Pushing Daisies의 동화같고 장난스러운 설정처럼 Dead Like Me에서 바라보는 죽음은 뭔가 심플하면서도 간단하고 또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이젠 아예 사람의 목숨을 거둬가는 사신이란 존재가 엄숙한 사람들이라기 보단 도시의 부랑자들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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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관두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여주인공 죠지 래스. 약간은 부정적이고 투털거리기 좋아하는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장례식장에 입고 가는 얌전한 옷을 입고 첫출근했다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죽어버린 주인공.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나레이터, 주인공 죠지 래스는 죽음이란 신과 개구리, 두꺼비 사이의 의미없는 장난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신이 맡긴 '죽음'이 담긴 병으로 장난치던 개구리와 두꺼비 덕에 인간은 죽게되었노라고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반항적으로 죽음을 설명하는 주인공은 살아있을 때도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밝은 관점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뭘하든 재미가 없어 보이는 표정에 불친절한 표정. 만사가 따분해 보이는 주인공은 장례식에 입고 가는 검은 옷을 입고 첫출근한다.

'Shit'이라는 단어 한마디를 내지르며 받아들인 죽음. 죽음의 이유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황당하다. 멀리 러시아 우주선에서 떨어진 변기시트에 맞아죽는 사람은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 그 떨어지는 변기 시트를 바라보며 갑자기 맞은 죽음 때문에 툴툴거리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 건 죠지 래스의 성격이 워낙 '독특한' 까닭일 거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던 별나고 어린 여동생에 맨날 자신을 들들 볶던 엄마,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쓰이지 않는 아버지까지 죽고 나서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해서 약간은 궁상맞은 분위기를 연출할 법도 하지만 이 특이한 주인공은 그렇게까지 죽음에 진저리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곁을 맴도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존재들을 뒤따라 다니며 뭔가를 배우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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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죽고 나서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과연 어떤 삶을 배우게 될까? 새로운 인생이 맞긴 맞는걸까? 튜더스에도 출연한 적 있는 컬럼 블루는 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특별한 삶의 기술을 가르쳐줄 것 같다.

약간은 황당한 드라마의 초반 설정을 미리 귀띔하자면 주인공 죠지 래스는 '사신(스스로는 Undead라고 부른다)'이 된다. 죽음이 예정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을 맡는데는 자격이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신의 혼을 거둬준 다른 사신의 역할을 물려받는 거라고 한다. 산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신들은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온갖 죽음들을 구경하고 다닌다.

사신들의 보스가 포스트잇에 적어준 사망예정시간과 이름 하나만 가지고 죽을 사람들의 혼을 거두기 위한 작업을 해나가는데 살아 생전에도 만사에 툴툴거리던 죠지가 죽어서라고 자신의 일을 쉽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대체 돈도 되지 않고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왜 자신이 해야하느냐며 반항하고 무시하는 신입사신 죠지 래스. 사신들의 보스, Ruby는 사신의 일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박하면서 죠지를 끌고 다니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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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멀쩡이 돌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사신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대개 많은 고통을 느끼지만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죽음은 산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는 일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죽은 이후에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결국 주인공이 사신의 일을 받아들이게 되는 까닭에 드라마가 2시즌까지 진행되지만, 아쉽게도 2004년에 시즌 2가 종료된 드라마다. 그러나 인기는 만만치 않게 좋았던 까닭에 외전격인 다른 드라마를 제작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2008년엔 비디오 버전의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고 제작자 Bryan Fuller는 죽음이라는 주제의 또다른 드라마, Pushing Daisies를 만들었다. 컬트 분위기의 드라마치고는 상당한 인기이다.

죽음이란 단어의 무거운 분위기 탓에 초반에 등장하는 독특한 여주인공의 부정적인 태도가 더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우려했지만 상황 설정 하나하나가 코믹한 까닭에 과연 '죽음'을 다루는 드라마가 맞는 것일까 생각될 지경이다. 죽음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사신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과 별다를 바 없다는 점도 흥미거리.

동료로 등장하는 또다른 사신들의 성격도 각각인데 별로 책임감을 가진 것 같진 않은 그들의 보스 루비라던가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한 스타일의 사신 록시, 약간 머리가 텅텅 비어버린 것 같은 사신 Mason, 예쁘장하게 생겨서 골치아픈 짓을 골라 하는 사신들과 각각의 사연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를 시청하는 재미도 꽤 괜찮다. 이 드라마의 부제는 'Someday you too will be Dead Like Me' (언젠간 당신들도 나처럼 죽습니다)라고 한다.

Pushing Daisies - 어떤 사람을 딱 1분 동안 되살릴 수 있다면?

DRAMA 2008. 1. 29. 00:36


만약 내게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죽었던 사람을 1분 동안 되살려서 어쩌다 죽었는지 또는 죽기전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지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아니 그것도 아니면 죽었던 첫사랑을 세상에 되살려놓고 얼굴 만 보게 된다면! 죽음이라는 단어의 진지함과 무게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문장이다.

이렇게 조금쯤은 '장난같고' 조금쯤은 '동화같은' 죽음에 대한 상상을 옮겨놓은 드라마가 이 Pushing Daisies다. 'Push (up) daisies'라는 관용어구는 '죽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죽어서 땅 속에 묻혀 데이지 꽃을 자라게 한다는 상상력이 발휘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에는 데이지꽃이 잔뜩 나온다. 주인공 네드와 척이 자란 마을 쿼드쿼에도 노란 꽃밭이 있다. 노란 꽃밭이 잔뜩 펼쳐진 동화같은 마을, 쿼드쿼에 사는 소년 '네드'와 그 소년의 첫사랑 '샬롯 척 찰스'.

어릴 적 우연히 깨달은 네드의 능력. 죽었던 존재를 한번 만져주면 되살아나고 그 존재가 1분 이상 살아 있게 되면 대신 가까이 있던 다른 존재가 죽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져 되살아난 존재를 또 다시 만지면 그 존재는 영원히 죽게 된다. 네드는 그런 이유로 엄마를 잃었고 척은 그런 이유로 아빠를 잃었다. 엄마를 잃은 네드는 기숙학교에 가게 되고 네드가 잠시 살려놓은 엄마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척은 두 성격장애 이모들과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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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네드 역을 맡은 파이가게(Pie Hole) 사장 네드. 사람을 잠시 살릴 수 있는 능력 덕에 원치 않는 여러 일에 휘말리지만 결코 가볍거나 생각없는 사람은 아니다. 죽었던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이는 일 때문에 망상에 휘둘릴 법도 하지만 항상 밝게 생활하는 남자. Lee Pace는 191센티의 장신으로 29살이라는 극중 나이와 연령이 비슷하다.

사람이 죽는다는 일, 그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린다는 일,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렸기 때문에 또다른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살렸던 사람을 결국 마지막으로 영원히 죽게 만드는 일. 모두 만만치 않은 무게의 일이지만 동화같은 드라마 속 주인공 네드는 결코 주눅들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어가는 과일의 맛을 다시 살려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일에 적응했을 뿐. 고민하던 어린 네드는 아주 높은 파이가게 건물의 소유주이다. 이 모든 처리 과정이 우울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그의 비밀을 알게된 탐정 에머슨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은 시체들의 비밀을 알아내고 다시 죽여버리는 비밀 업무를 맡게된 네드. 범인을 찾아내서 현상금을 받는 과정은 에머슨이 주로 처리하지만 시체들의 사망 비밀을 알아내는 일은 네드 혼자 만의 일이다. 의문사한 '샬롯 척 찰스'의 시체를 만나기전까진 그럭저럭 할만한 일이었던거다.

9살 때 첫키스를 나눈 첫사랑. 그러나 20년 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꿈 속의 그녀가 죽어서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 시체를 살리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네드이지만 마음이 좋지 못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유도 모르고 괴한에게 암살당했고 자신은 이미 어릴 적 그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지 않았던가! 드라마에서 네드는 유일하게 그녀에 한해 능력을 가진 죄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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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릴 적 연인 척과 네드. 다시 살려낸 척을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만져볼 수는 없는 네드와 척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로맨스이다. 살아있다는 것 조차 소문낼 수 없는 척의 신세를 생각하면 황당할 뿐. 결국 에머슨과 척 그리고 네드는 같이 현상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한다.

서로를 좋아하는 연인 사이라면 스킨십을 싫어할 리 없고 가까이 살면서 스킨십을 피한다는 것은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아무리 친하지 않은 사이라도 가까이 살면 한번쯤 손이라도 맞닿게 되는 법. 그러나 자신이 되살려낸 존재 딕비(멍멍이)와 척은 절대로 만져서는 안되고 가까이 둬서도 안된다. 네드의 고민과 슬픔은 자신의 저주받을 능력에서 나오는 것.

드라마는 시종일관 삶과 죽음, 그리고 미스터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주인공의 웃지 못할 처지 덕분에 무겁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개성이 다양한 조연들도 드라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나가는 주요 요소인데, 조금은 익살스러운 나레이터의 동화같은 설명도 그 가벼운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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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분위기의 찰스가 이모들은 부모를 잃은 척을 어릴 때부터 키워온 사람들이다. 애꾸는 릴리 이모는 고양이 모래를 갈다가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한쪽 시력을 상실했고 독특한 복장의 비비안 이모는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인어소녀 역으로 싱크로나이즈 쇼를 하던 그녀들은 은퇴한 후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척을 키워준 은인이면서 독특한 성격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언니들. 초반에 애꾸눈 때문에 살아돌아온 조카 척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치즈로 도배한 냉장고 같은 것으로 웃음을 줬다. 이 예쁜 이모님들은 척의 현상금 덕분에 세상에 다시 한번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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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은 우연히 파이가게 사장인 네드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동업을 제안하고 현상금을 받아서 나눠주는 그는 현실적이고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나쁘다고할만한 짓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시 되살아난 척 때문에 스트레스를 제법 많이 받고 있다. 시체들과 의사소통할 떄 방해가 되는 척과 의견충돌도 자주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뭔가 가시돋힌 말도 해주고 싶어하지만 본의 아니게(?) 착한 역을 더 많이 맡는 거 같다. 의외로 순한 이 남자의 취미는 조금 놀랄만하다(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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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가게에서 네드와 함께 일하고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사는 크리스틴은 은근히 여자를 멀리하는 사장, 네드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여자였지만 네드와 한집에 사는 척이 나타난 이후엔 멍멍이 딕비 만이 그녀 차지가 되었다. 뭔가 코믹하게 질투로 불타오르긴 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함도 갖춘 착한 언니 올리브. 네드가 척을 만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종의 위안을 느낀다.




네드의 신장이 191센티인데 비해 올해 41살인 이 크리스틴 체노위스(Kristin Chenoweth)의 신장은 150센티 그리고 척, 안나 프릴의 신장은 158센티이다. 유난히 두 여자 모두가 네드의 훤칠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노래 잘 부르는 배우, 크리스틴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던 재주 많은 사람인데 Pushing Daisies 에피소드 2에서 올리비아 뉴튼 존이 'Grease'에서 불렀던 것으로 유명한 'Hopelessy Devoted to you'를 멋지게 불러준다. 가사 그대로 항상 네드가 사랑을 받아준 것도 아니니 'It's not the first time heart broken..'도 아닐진데. 불쌍한 올리브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까!




출처 :
http://abc.go.com/primetime/pushingdaisies/index?pn=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