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E - 역사가 드라마 속으로 걸어들어온 느낌

DRAMA 2007. 10. 28. 04:07


로마 시대를 특히 안토니우스, 줄리우스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희빈이 나일론 한복치마에 현대적인 보석으로 치장을 했듯이
그 영화 속의 시저와 안토니우스는 현대인이 드레스를 입은 듯 화려하기도 하고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빛이 도는 백인 미인의 전형일 경우도 많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클레오파트라는 아직도 그 화려함이 회자되고 있지만,
고증에 철저한 클레오파트라였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희랍인을 조상으로 둔 클레오파트라가 완전히 흑인 또는 백인일 리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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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의 티브이 드라마 시리즈, ROME는 여러 면에서 기존 로마 드라마의 틀을 깼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의 로마와 시저, 안토니우스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Empire(2005, ABC방송국)가 HBO의 ROME과는 이런 점에서 비교된다.
빳빳하고 구김없는 옷감, 그리고 완벽한 염색의 복장들. 화상 역시 현대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여인들과
최고의 화려한 가죽과 철제로 장식한 로마의 장군들은 현대인의 상상 속 로마인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절에 '대단한 것'과 현대의 '대단한 것'의 기준은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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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염색을 한 천을 휘두른 원로원의 의원 휘장이 최고의 옷감일 수도 있지만, 고대의 직조 방식에 어울리게
옷감의 솔기가 날라다니고
구리나 납 그릇들은 시대의 때가 낀 것처럼 바래고 낡았다.
아무리 깔끔한 로마의 도시라도 서민들이 거처하는 뒷골목의 풍경이 현대의 도시처럼 깔끔할 리가 없다는 것.
그 점에 착안한 까닭인지 뒷골목은 더럽고 오물이 잔뜩 묻어 있다
노예에 대한 악행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아 저 시절은 저것이 자연스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드라마가 강조하고 싶은 건 그 때 그 시절의 로마이지 현대인의 감상 따위가 아닌 것이다.
이건 아직도 한참 복원 중인 고대의 로마 도시, 폼페이의 풍경과도 몹시 닮아 있다.
로마 오프닝의 벽 곳곳을 차지한 낙서들은 몹시 고증이 잘 된 상상력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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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우스 시저, 폼페이우스, 마크 안토니우스, 부르투스, 아티아, 세르빌리아, 옥타비아누스, 옥타비아, 카토, 시세로, 클레오파트라, 아그리파, 메세나스, 카이사리온, 헤롯왕 등
역사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이 ROME에서 벌여나가는 에피소드는
때로는 기록된 역사와 같고 때로는 기록된 역사이기 보단 드라마 속 상상의 산물이다.
특히 루비콘 강을 건너는 유명한 역사 속 장면에서는
루비콘 강이 조그만 냇가처럼 묘사된 까닭에 팬들은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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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 기록된 인물이긴 하나 그 역사서 속의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두 명의 주인공
백부장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풀로의 이야기 역시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원리 원칙주의자인 보레누스가 최고의 승승장구를 하다 아내를 잃고 몰락하여 뒷골목의 제왕이 되는 과정이나
풀로가 자신의 인생을 무식, 단순한 방법으로 개척하여 살아남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시저나 안토니우스 주변을 맴돌며 겪는 로마의 일상들이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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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시즌 1에피소드의 첫 장면이 할당된 백부장이 전투하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명장면이랄 수 있는데 대열을 맞추어 방패로 적에 대항하고 호각을 불어야만 공격하는 그 방식이
고전에 묘사된 그대로라고 한다.
풀로는 물론 그 장면에서 혼자 뛰어나가 날뛰는 바람에 보레누스를 애먹인다.
ROME는 이런 세부적인 전투장면을 상징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연합이 부르투스와 카시우스의 연합을 상대하던 전투에서는
효율적으로 많은 인원을 동원하고 그래픽을 사용하여 대규모 전투신 역시 소홀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ROME는 전투나 전쟁 장면을 꼭 필요하게 잘 활용한 드라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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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정말 사랑한 사이였을까?
상대적으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 중 가장 오래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은 클레오파트라는
아티아의 아들 옥타비아누스에게 최악의 대접을 받은 것처럼 묘사되지만
이건 상당히 깜찍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하고 웃어줄 수 있다.
안토니우스/아티아/클레오파트라의 삼각관계와
안토니우스/옥타비아/아그리파의 삼각관계는 상상 이상의 설정이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옥타비아누스의 아내는 로마 여인들의 단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그 까닭인지 영웅 옥타비아누스의 후계자들은 모두 미치광이왕이었다는 평이다.
드라마 ROME는 그 미치광이들을 보여주고 있진 않지만
왜 그런 왕이 탄생했을까에 대한 화두를 조금 던져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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