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s in America - 고교 왕따의 또다른 이름, 외계인

DRAMA 2008. 5. 2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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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혹은 편견에 쩐(?) 인간이라 선입견으로 머리가 도배된 사람이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른들은 차마 함부로 할 수 없는 표현들. 병맛이다, 쩐다, 재수없다, 촌스럽다, 찌질하다, 밥맛이다, 이뭐병(?) 등등의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존재들 - 그들이 바로 10대다. 드라마 제목을 'Aliens in America' 즉 미국의 외계인들이라고 지었고, 그 외계인들이란 다름 아닌 두 주인공을 의미하는 말이긴 하지만 어느 면에서 10대들 자체가 전세계적인 외계인들 아닐까 싶다. 사회적으로 완전히 통제되지 않으면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기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를 보내는 그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그 10대들 중에서도 특별히 더 눈에 띄고 찌질한 열여섯살짜리 남자애, 저스틴(Justin Tolchuk, Dan Byrd 역)이다.

위스콘신 지역에 사는 져스틴 톨척의 가족은 평범하다.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멋진 엄마 프레니와 돈벌이를 잘 궁리해내는 아빠 게리, 학교에서 인기있는 유별난 10대 소녀 클레어와 어떻게든 학교에 적응해보려 필사적으로 애쓰지만 항상 놀림받고 왕따당하는 고등학교 외계인 저스틴. 치아교정기를 달고 다니던 시절엔 유난히 독특한 외모 탓에 놀림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치아교정기는 희한하게 왕따의 상징이 된다 - 'Ugly Betty'나 'Miss Guided'를 봐도 치아교정기를 착용한 10대는 영 범상치 않다) 치아교정기를 떼고 등교했을 때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아들이 멋진 고등학생이 되길 바라는, 그리고 그렇다고 믿고 있는 엄마의 바람과는 다르게 '찌질이 리스트'에도 올라버리는 저스틴.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착한 여자친구 이외에는 아무도 친절해 대해주지 않는다. 저스틴을 괴롭히고 싶어하는 학교 건달들은 항상 쓸데없는 말로 저스틴을 놀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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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하고, 노력하는 일도 특별히 없고, 귀도 가볍고 적당히 입도 싼데다 지조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육체파 여인들의 사진을 몹시 보고 싶어하는 평범한 열혈 10대 저스틴은 어떻게 보면 놀림을 당할 만한 요소를 제법 많이 갖춘 남자애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의 과한 행동과 동생 클레어의 무시가 당연한 건 아니겠지만 그는 스스로 찾을 법도 한 왕따 돌파구를 전혀 찾아내지 못한다. 남들과 다르다고 좌절하는 자체가 외계인스러움을 인정하는거지만, 아들이 왕따당한 사실을 알게된 엄마는 학교에 따지러 가고 학교에선 제법 과감하게 '교환학생'을 권한다. 영국 엘리트 이미지의 금발머리 교환학생을 받아들여 홈스테이시키고 서로 친구가 되면 학교 내에서 스타가 된다는 약간은 엿같은 조언과 함께.

엘리트 영국인을 사귀면 인기가 좋아진다는 이 다소 현실적인(?) 발상과 편견에 기막혀해할 즈음 비행장에 도착한 교환학생은 '라자 무샤라프(Raja Musharaff, Adhir Kalyan 역)'라는 까무잡잡한 파키스탄인. 금발머리 외국친구의 꿈도 깨졌지만 이제는 더 왕따를 당하기 쉬운 상황이 됐다. 알고 보니 아무도 받아주려는 집이 없던 교환학생이라 교사가 떠넘기다시피한 것. 외모와 종교에 대한 편견은 다른 미국 가정과 별로 다를 것없는 톨척 가족은 그 선입견과 편견을 과감히 드러낸다. 감히 냉대하지 못하고 친절히 대하는 척 하지만 라자를 다시 쫓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 그러나 평소 친구와 다정하게 대화해본 적 없는 저스틴은 라자를 금새 마음에 들어하게 된다. 외계인같은 미국인이 외계인같은 외국인을 만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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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 종종 무슬림에 대한 무식한 발상을 보여주는 미국인이 등장한다. 파키스탄과 이란의 무슬림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면서 무슬림은 모두 테러리스트라며 공개적인 공격을 가하는 교사까지 있는데다 수업 중 우리랑 다른 문화를 가졌다며 원숭이처럼 질문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대답이 나오면 무시한다. 이 편견은 솔직히 드라마 자체에도 적용되어 있는데 영국에 교환학생을 올 정도로 글로벌한 삶을 살고 있는 파키스탄인이 방문한 나라의 문화와 완전히 동화되지 않는다는 설정도 일방적이고(모든 파키스탄인이 전통을 지킨다고 할 수도 없고 미국에서 일부러 눈에 띄는 복장을 한다는 것도 부정확한 설정 아닐까 - 한복입고 미국 거리를 나다니는 한국인을 상상해보라) 그들의 삶이 웃음거리처럼 보이기만 한다는 점도 문제점이랄 수 있지만, 시청시 코믹한 극의 설정상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는다.

독특한 외모의 라자에 비해 '평범한' 미국 청소년들이 그리 멀쩡해보이는 건 아니다. 다치거나 죽어도 상관없단 서약서를 써가며 치어리더가 되는 여학생들도 있고. '그렇고 그런 인기리스트'에 올랐단 사실에 열광하는 소녀들도 많다. 인기 유지를 위해 흑인과 한번 사귀어보는 주인공의 여동생, 클레어는 솔직히 경악스럽다. 그리고 그런 클레어를 평범하게 생각하는 고등학교의 친구들은 더 경악스럽다. 그렇지만 외모만 외국인일 뿐 훨씬 더 멀쩡한 생각을 가지고 멀쩡하게 행동하는 라자가 오히려 친구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동성의 친구에게 말을 건다던지 특정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눈에 띄는 일 등은 '외계인'을 결정하는 기준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이란 점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이건 그들 10대 문화의 약점이자 동시에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약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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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ir Kalyan란 이름의 라자 역을 맡은 배우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올해 26살이라는 이 지적인 배우는 어머니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회의원이라고. 정통 무슬림인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종교적인 문제 역시 이 드라마의 약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 속에서 10대 소년의 역을 잘 소화했고 곧 닙턱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 등장할 예정이란다. 정통 외계인 외모를 가진 파키스탄 소년 라자가 겉멋든 10대들로 가득한 미국 고등학교를 감동시키고 친구를 성장하게 하는 내용이 이 드라마의 주된 에피소드. 1시즌 18화로 종결되었고 각 에피소드 마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저스틴의 왕따는 우울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코믹스럽게 잘 처리되고 교훈적인 성격을 주는 라자의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다. 10대 외계인 라자와 저스틴을 만나보라.


이미지 출처 :
http://www.tv.com
http://www.cwtv.com/shows/aliens-in-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