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 하츠 아키코

COMICS 2007. 10. 2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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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백년이 넘으면 마음을 갖고 사람을 현혹한다
- 주인공 렌의 대사

최근에는 그런 미스터리 심령물이나 물건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매니아틱한 주제로 생각되지만, 예전에는 물건이나 동물의 혼령이 사람을 괴롭히거나 보은하는 이야기들도 간혹 나오곤 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혼령이야기는 제법 무섭다

혼령들이 원한을 가지고 사람을 괴롭히면 어지간히 담대한 사람도 기절하기 일수다.

내가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오래된 물건이 혼령이 되서 나를 괴롭힌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아닐까?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오래된 물건들이 보여주는 신비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뭔가 알듯 말듯한 신비한 분위기의 렌이라는 남자인데, 그가 소년인지 젊은 청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흡사 '펫샵 오브 호러스' 주인공 남자 D백작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주인공인 건 아닐까 싶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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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가게인 '유유당'의 손자인 렌은

할아버지를 도와 가게일을 돌보는데, 그가 혼자 가게에 있을 경우엔 거의 예외 없이 물건들의 혼령이나 물건에 깃든 혼령이 빠져나와서 렌에게 하소연하곤 한다. 그리고 이 만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에 현대적 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인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정확치는 않다. 기모노와 양복이 공존하던 시대.


"렌 나의 사연을 들어줘!!"

물건들의 소원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할 수 만은 없는게 이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작고 큰 장난으로 렌을 괴롭히기도 하고 골동품 가게를 떠나가지 않겠노라 사건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맞지 않는 주인이 사간 물건은 주인들을 괴롭히다 못 해 혼쭐을 내준 다음 유유당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

대신 물건이 가고 싶어하는 주인이 있을 경우 렌과 할아버지는 값을 깎아서라도 그 물건을 그 자리에 보내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꼴을 당할 지 모르니까. (대신 물건들이 약간의 보상을 해주지만)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일권 소개

제 1화 꽃의 정령의 사랑

낯선 손님이 여인이 그려진 그림을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들고와 팔려고 한다. 렌은 그 여인이 동백꽃의 정령이라고 하고 팔지 않는게 좋겠다고 권해주지만 남자는 그림을 맡기고 사라진다. 그날밤 렌의 꿈에는...


제 2화 저녁을 기다리는 손님

먼곳에 물건을 보러나간 렌의 할아버지는 예전에 들렀던 손님을 만나고, 할아버지가 골동품가게를 비운 사이 렌은 맨발로 화려한 기모노를 보고 있는 수상한 손님을 만난다. 그 손님은 자신의 옛 기억과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제 3화 14번째 달밤에

유유당 옆에는 오래된 버드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오늘도 유유당엔 수상한 복장의 손님이 와서 특이한 골동품을 주문하고 간다. 남편이 선사에게 보낸 편지 족자를 찾는다는 손님, 렌은 그 족자를 찾아냈지만 족자의 낙인은 여우 발자국이었다!


제 4화 제멋대로인 명품

천류도를 사겠다는 부자 손님이 찾아와 렌을 독촉하지만 렌은 물건이 팔리길 거부한다면서 팔지 않는다. 손님은 자신은 남작 칭호를 받은 사람이라며 화를 내고 자신은 천류도와 짝을 이루는 그림인 도림도를 손에 넣었다고 하는데..


5화 꽃에 잠기다

5화는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에도시대 말기, 황월은 요시와라 최고의 기생 미쿠모의 인형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미쿠모는 7일 동안 자신을 만지지도 않고 7일 중 하루라도 오지 않으면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겠단 조건으로 자신을 모델로 보여주기를 허락한다. 두 사람은 인형을 만들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지만 주변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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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타로마루

렌은 할아버지가 넣어둔 골동품이 상자의 봉인을 뚫고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원래 봉인된 상자를 잃어버린 탓이라고 하면서 골동품을 찾으러 가는데 한편 서자 출신에,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까지 홀대하는 상황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던 소년은 작은 강아지 한마리를 만나게 되는데..


제 7화 금색조

영국에 유학온 신노스케는 스승의 집에서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엘레노아라는 스승의 딸과 친하게 지낸다. 엘레노아는 신노스케가 가진 인롱과 금색조의 빗이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는 걸 알고 신노스케가 떠날 때 그 두 가지를 몰래 빼놓는다. 일본으로 돌아간 신노스케는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는데..


제 8화 나팔꽃 전이

나팔꽃 기르기를 좋아하던 오빠 오또야와 몹시 친하게 지내던 미오리는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오빠는 죽는다. 병상에 누워 슬픈 생각만 하는 미오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심술만 부리고 재활 훈련은 생각하지 않는데...


일본 내에서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과 더불어 미스터리한 내용의 만화로서는 1순위를 다투는 만화인데, 한국에서는 반혼사나, 파한집 정도가 이런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잔잔한 물건들의 이야기와 다르게 한국의 미스터리 만화류는 보통 원한이 관계된 경우가 많다.


소복입은 머리긴 귀신이 나오기 일수인 한국의 유령들과는 다르게 때로는 기품있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사람들 주변에서 얼씬거리는 혼령들이 가끔은 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하고 여자만큼이나 예쁘다고 설정된 주인공 렌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덕에 웃음짓기도 한다.

어떤 분은 렌이라는 주인공 탓에 이 만화가 BL 류가 아니냐고 했던 적도 있다. BL 설정을 기대하시긴 좀 난감할텐데..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최근에 11권이 발행된 상태이다. 10권으로 완간이라고 생각했던 팬들을 기쁘게 해주는 소식이었다. 세상의 물건들이 어떤 비밀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하다면 이 가을에 한번쯤 가까이 해보시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

http://www.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