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케로케로~ 힘차게~ 케로케로케로 나가자!

ANIMATION 2007. 11. 9. 22:58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던 다섯 마리의 개구리.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묘하게 일본의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던 개그 아이콘이다.

일본 전통 군인의 복장을 하고 지구를 침략하겠노라 멋지게 폼을 잡곤 하지만 어쩐지 어설프고 뭔가 핀트가 맞지 않고 알고 보면 빈틈이 많은 개구리 외계인들.

만화책부터 완구, 각종 캐릭터 사업,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오늘부터 케로본으로 바꾸자'라고 외쳤던 개구리 군인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한다.

2004년 TV 도쿄에서 방영되기 시작해서 현재 4기 185화까지 방영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Tooniverse라는 애니 전문 채널에서 2005년 방영을 시작하여 현재 3기 분량이 방송 중이다. 라이센스를 얻어 번역되어 들어오는 애니메이션 치고는 매우 빨리 공급이 되는 편인데 그만큼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몹시 일본색이 강하고 성인용 코드도 많은 아이템이지만 개구리들이 귀여운 까닭에

완구로서도 인기가 좋고 이 개구리에 대해서 모르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정도다.

만약 아이들과 케로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면, 케로로에 대해서 잘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일본 문화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면, 지나친 일본색 때문에 아이들의 시청을 삼가게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설명이 없는, 문화란 것은 그대로 몸에 흡수되기 마련이니..유의하시는 게 나을 듯하다는 뜻.)

그냥 잠시 보고 잊어버리는 코미디로서는 최고이지만,

은근슬쩍 배여 있는 일본 문화를 공급하는 계기가 되는 것 역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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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원제목은 'ケロロ軍曹'이다.

일본의 계급체계이기 때문에 '군조'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만화책의 경우는 개구리 하사로 번역이 됐고, 투니버스 애니메이션에서는 중사로 번역이 되었다.

일단은 제목부터 그런 이유로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만화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침략과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며 가끔 가다 계급에 의한 상명하복을 구경할 수도 있다. 무기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공격성 자체에 대해서 그리 미안해 하지 않는다.

그 주인공들은 모두 군인이니까.

'일본식 욱일승천기'가 오프닝에 아예 대놓고 등장을 하고

등장인물인 케로로와 도로로의 모자 복장은 일본식 군복이다.

그들이 가끔 부르는 군가 역시 상당히 일본풍의 느낌을 주곤 하는데 한국에서 번역할 때도 이 부분을 크게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생활 풍습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피소드 소재로 삼기 때문에

칠월 칠석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나무에 매단다던지 유카타를 입고 온천을 즐긴다던지

장어를 먹고 여름을 난다던지

사무라이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민속촌에서 손님 맞이 무술경연을 한다던지 하는

일본식 풍습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일인용으로 따로따로 분리된 식탁에서  일본식으로 젓가락을 들고 밥그릇을 든 채 식사하는 장면은

일상의 풍경일 뿐이라 따로 설명하기도 곤란할 지경이고,

일본에만 존재하는 닌자는 아예 이 애니메이션의 상징이다.

그들의 예의에 따라 무릎을 꿇고 앉아 손님에게 접대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그들이 '멋스럽게 여기는' 풍경 역시 일본식이지만, 한국에서 번역된 버전의 경우엔 그런 일본의 풍경을 나름대로 잘 소화해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유난히 남발하는 일본어 자막은 용케 다 처리하지만, 유카타와 기모노 그리고 일본식 장사꾼의 복장 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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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이 이 만화를 시청할 때 가끔 폭소하는 코드는 애니 구석 구석에 녹아있는 매니아들의 풍경이다.

옛날에 만화 좀 봤다 싶으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패러디의 코드들.

에반게리온, 건담, 테니스의 왕자, 하록선장, 겨울연가, 은하철도 999, 유리가면 등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유명 애니의 일부분들이 케로로에 의해 재활용되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 기발한 발상에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요즘에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은 절대로 이해하기 힘든 코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케로로 중사에 출연하는 캐릭터 중엔 일본인들에 대해서 악평을 하는 별칭 중 하나인 '오타쿠(매니아)'의 성격을 갖춘 캐릭터들이 많다.

작전참모인 별종 천재 '쿠루루'가 그 중 하나이다.

일종의 '로리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소녀 매니아 같은 취미도 있고

변태처럼 타인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 캐릭터는 아예 '꾸~ 꾸꾸꾸꾸꾸~~' 하고 웃는다.

주인공 녹색 개구리 케로로는 잘 알려진대로 '건담 매니아'라서 침략하는 일 자체를 잊을 정도고

빨간 오뚜기 기로로는 밀리터리 매니아로서 아예 무기광이라는 별명이 있고 나츠미(한별이)같은

어리지만 강한 여자를 사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파란색의 평화주의자 도로로는 가장 멋진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악행에 의해서 항상 눈물짓는 불쌍하고 궁상맞은 캐릭터인데나 코유키(설화)와 닌자 수행하는 취미가 있다.

까맣고 건방진 올챙이 꼬리를 가진 개구리 타마마는 힘을 키우고 싶어하고, 과자를 무한대로 먹어치우는 무서운 과자 매니아 캐릭터이다. 질투를 파괴력으로 승화시키는 변태이기도 하다.

휴우키(우주)는 일종의 오컬트 매니아로서 오컬틱한 주제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을 정도이고, 세계적인 재벌의 외동딸인 모모카(나라)는 그 휴우키를 몹시 사랑하는 휴우키 매니아로서 휴우키 박물관까지 가지고 있다.

그들은 특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서 살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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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제작된 케로로 중사 성우도 몹시 멋진 구성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지만 투니버스 버전의 경우도 일본버전의 성우에 맞춰 한국 최고의 성우들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 문화가 눈에 거슬린다면 전혀 받아들이기 힘든 애니메이션이고 낯설기도 하지만
그 문화적인 부분을 소화할 능력이 된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코믹한 애니메이션이다.
아동과 함께 시청할 경우엔 그 문화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군인'의 정복주의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본의 우익이 걱정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코믹한 코드가 '웃기는 것' 만은 아니라는 점도 일깨워주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