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Elizabeth 1 - 영원한 고전의 테마, 여왕

DRAMA 2007. 11. 10. 00:14


The Tudors는 절대 왕권의 상징이지만 Tudor의 이름으로 왕위를 이은 사람은 몇명 되지 않는다. 헨리 7세, 헨리 8세, 에드워드 6세,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
절대왕권의 상징인 그 Tudor가의 왕들은 단 다섯 명이다.
잘 알다시피 그 5명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원한 소설과, 드라마, 스캔들의 주제이고 고전의 테마가 된다.

그리고 튜더가의 마지막 왕이자 여왕이었던 Elizabeth 1세는 그 테마 중에서도 단연코 으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Elizabeth 1에 관한 드라마는 Helen Mirren 주연의 Elizabeth I(2006, HBO, 부제 : Elizabeth and Essex)가 아닐까 한다.

물론 같은 해에 만들어진 Anne-Marie Duff 주연의 'The Virgin Queen(2005, BBC)'도 유명하지만 2006년 한해를 휩쓸어 버린 헬렌 미렌의 저력은 따라가지 못한다. The Virgin Queen 속의 엘리자베스는 언니 메리 1세의 구박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지만, 메리 스튜어트나 다른 카톨릭을 지지하는 타인들 속에서 항상 외로움을 느껴야 했고, 열등감에 싸여 연인을 만들지도 못했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배우인 앤 마리 듀프, 그녀가 못 생겼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뭔가 파워풀하기 보단 인간적인 Elizabeth는 매력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세월이 좀 지나긴 했어도 Cate Blanchett 주연의 Elizabeth (1998, 부제:The Virgin Queen)도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갈라드리엘 역을 맡았던 배우 케이트는 몹시 아름다웠고, 젊은 시절인 초기의 여왕 엘리자베스를 묘사하기에 적합했다고 하지만, 영화 속의 그녀는 역사 속 엘리자베스 보다는 낭만적인 시선 속에 살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에는 영화 'Elizabeth: The Golden Age(2007)'가 개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데 스페인의 왕이 등장하는 이번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떻게 변했을 지 궁금하다.

The Queen(2006)의 Elizabeth 2세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Elizabeth 1세와 2세 역을 모두 거머쥔 Helen Mirren 은 정말 여왕다운 여왕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곤 한다.
HBO의 Elizabeth 1, 이 드라마는 그해의 골든 글로브 상을 3개 부분에서 휩쓸었다.
특히 주연이었던 헬렌 미렌과 제레미 아이언스는 남녀 주연상을 수상하여 명실공히
그 해의 최고 드라마로 등극해 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왕의 곁에서 여왕을 지켜주고 누구 보다 빛나는 자리에 여왕을 올려놓은 기사 로버트 더들리, 레스터 경 역을 맡았던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는 누구 보다 훌륭하게 드라마의 주연으로 빛나고 있다.
그녀의 프랑스 연인을 질투하고, 그녀의 왕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음모를 진행하고
또 메리 스튜어트를 사형시키게 자극하는 여왕의 연인에게 사심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양아들을 여왕의 곁에 남기고 죽는 충성스러운 사랑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HBO에서 제작한 Elizabeth 1속의 여왕은 적당히 나이가 들고 강력한 왕권을 유지할 줄 알지만
연인 앞에서 누구 보다 사랑스러웠던 위엄있는 귀족 여인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의 엘리자베스 1세는 케이트 블란쳇처럼 젊고,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외모도 아니었고
앤 마리 듀프처럼 약한 모습에 열등감에 시달리기만 한 나약한 사람도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절대왕권의 상징이 될 만큼 타고난 여왕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인간적인 고민에 시달렸으리라.
늙은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서 궁 안의 모든 거울을 치우고 화려한 위엄의 상징으로 뼈대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었을 지언정 외로웠으리라. HBO의 드라마는 그런 면을 부각시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사 속 Elizabeth 1세의 인생은 말그대로 파란만장하다.
Anne Boleyn의 유일한 딸로 태어나서 앤블린의 사랑을 받은 것은 잠시, 아들을 낳지 못하고 사산하기만 하는 Anne Boleyn은 그녀가 3살 때 참수당해서 죽고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하지도 못한 채 자라게 된다.
아들을 낳겠다는 핑계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여자들을 갈아치우는 반 미치광이 아버지 헨리 8세는 당연히 딸인 Elizabeth에게 관심이 없고 20살 가까이 나이가 많은 언니 Mary는 자신을 마녀의 딸 취급한다.
드레스를 만들 돈이 없어 시녀는 궁궐 여기 저기에 사정해서 드레스 만들 돈을 얻기도 하고..
에드워드 6세가 왕위에 오르자 이젠 몸약한 남동생 에드워드 6세의 의심 속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처지에 놓인다.
자신을 원수처럼 여기는 언니 Mary 1세는 즉위하자 마자 엘리자베스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죽여버리다시피 하고
엘리자베스는 무시무시한 런던탑에 가둬 버린다.
그녀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리고, 애원하고 사정하는 입장에서 처지가 바뀌어 25살에 여왕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젊은 시절을 소비하며
결혼이나 다른 권력 다툼에 관계된 일들을 멀리 하는 동안 아주 남자를 사귀지 않았던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드라마 속 레스터 경과 에섹스 백작이 그 여왕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연인으로서 등장하는 시기는
역사적으로 엘리자베스의 권력이 안정기를 이루었을 무렵이고, 전쟁을 겪기도 했지만
가장 심적으로 편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사랑을 나누는 여왕, 그녀는 몹시 나이가 들었고 늙어버렸다.  그녀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건 몹시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인듯 하다. 'The Tudors'라는 드라마에서처럼 헨리 8세를 젊게 만들 듯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젊은 아가씨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이미지는 스코틀랜드의 공주로 태어나 프랑스 왕비가 되었고, 다시 스코틀랜드의 여왕 역을 하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도망처 생을 마감한 Mary Stuart이다.
잘 알다시피 이 메리 스튜어트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엘리자베스의 뒤를 이어 영국의 왕위를 받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통합한 왕이 된다.
3명의 남편을 둔 셈인 이 여인은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스코틀랜드에서의 왕위도 지키지 못 했지만 카톨릭의 상징으로서 신교인 엘리자베스 1세에게도 위협이 되었던 여왕이다. 핏줄로 따져서는 엘리자베스의 고모, 마가릿 공주의 손녀이니 엘리자베스의 5촌 조카 뻘이다.
제대로 공주 대접을 받으며 귀하게 자란 미인 여왕이었던 탓에 엘리자베스 1세의 질투를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그녀 보다 아름답지 못하고 귀하게 크지 않았단 말을 듣기 싫었던 엘리자베스는
무조건 화려한 복장에 위엄있는 장식을 추구해서 메리 보다 아름답고 재주 있단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고.
갖혀 있는 동안 살이 찌고 못생겨진 메리 스튜어트를 동정하는 척 하면서도 심술궂게 굴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심술궂게 구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지긋지긋했지만,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의 친척이며 여왕인
이 메리 스튜어트를 처형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던 모양인데..
스페인과의 전쟁 위협도 불사하고 처형할 수 밖에 없었던 붉은 드레스의 메리 스튜어트..
이 드라마에서는 그 장면들이 좀 잔인하게 묘사된다. ( 만약 ROME이라는 드라마의 Simon Wood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이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그가 단역으로 출연하는 드라마가 이 Elizabeth 1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
HBO, Elizabeth 1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