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엘, 소녀교육헌장 - 임주연 작가의 만화는 특별해!

COMICS 2007. 12. 25. 20:44


만화잡지라는 것에는 유독 눈에 띄고 시선을 끌어당기는 연재작이 있기 마련인데 평소에 팬이었던 인기작가 말고도 신인작가들의 작품일 때도 있고(천계영씨 같은 신인이 등장 당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꾸준히 연재되는 갓 신인테를 벗은 작가들의 작품일 때도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임주연' 작가의 만화들은 나에게, 그 연재작들 중에서 단연코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은' 거대 신인의 만화였다. (만화를 일이년 구독해온 사람은 아닌지라 높아질대로 높아진 내 눈을 휘어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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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연재 만화는 ISSUE에서 연재하던 '소녀교육헌장'이다.
이 만화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센.스.가.끝.내.준.다.


어쩌다 보니 만화잡지를 다달이 3-4권 사모으곤 했었다. 지금은 공간의 압박으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다른 곳에서 사모은 것을 몰아 보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Sugar, ISSUE, Wink, Owho, NINE, Bijou 등 이제는 폐간된 잡지도 참 많지만 그 잡지들이 발행될 때 마다 사모아서 부록 만 해도 꽤 큰 분량이 되곤 했다(초등학생용 밍크, 파티까지 사모으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부록들은 아직도 깔끔하게 보관된 것들이 많다. 서점 언니의 도움으로 두 세가지씩 가진 것도 있고). 일본의 '하나또유메'라던지 'Lala'에 절대 못지 않은 종이질과 연재 내용을 자랑하는 만화잡지들!

책이 많아서 지금 거의 골라낼 수도 없을 정도로 꽂히고 쌓여 있지만, 임주연 작가가 연재하던 시리즈가 실린 잡지들은 모두 위로 올려놓고 찾아보곤 한다. 원래는 연재가 끝나면 단행본을 사보는 편이지만 공간 부족으로 더 이상 사모을 형편도 안된다(다른 책에 비하면 가격은 싼 편이라 살만하지만 7권 8권씩 사모으기란, 더군다나 단행본을 사면 잡지를 버려야 한다). 이제는 연재한지 5-6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새로 나온 소장본들이 있으면 바로 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듣자하니 ISSUE에 연재되던 Ciel은 얼마전에 일본 만화잡지에도 연재되기 시작했다던데, 처음 연재 당시 주인공들이 모두 나와 날아갈듯이 폼을 잡은 그 원화가 다른 나라에까지 소개된 다니 뿌뜻할 따름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지만 만화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일본에(그 나라는 만화가 시장이 정말 크다) 우리 나라의 만화가 수입되거나 연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한때 황미나씨가 NINE과 일본에 연재했던 만화가 상당히 화제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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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교육헌장 - 원아미와 파렌하이트 그리고 왁자지껄 청와대


모 정당의 정치인 별명이 '공주님'인 것은 아무래도 아주 어릴 때부터 청와대에서 먹고 자란 경력탓일 가능성이 높다. 나라에서 가장 잘 지어진, 그리고 보안이 잘된 건물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나라의 정치를 살펴온 그 자리를 다소 봉건적인 발상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는 뭐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생략하더라도 그 자리에 들어가는 여성의 입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어 있다.

만약 속칭 '아이돌 빠순이' 에다가 평범하고, 별로 예쁘지도 않고 탁월한 능력도 없는 여고생이 청와대의 공주님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 나라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느날 갑자기 잘생긴 자기 아빠가 대통령이 된 바람에 청와대에 입성한 여고생은 우왕좌왕 하게 된다. '소녀교육헌장'은 그 분위기로 화면을 끌고 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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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상황 자체를 평범한 여학생이 '신데렐라'가 되는 이야기 쯤으로 착각하면 '임주연표 만화를 모르는 거다. 평범한 여학생은 의외로 짐작하는 것 보다도 훨씬 상태가 안 좋고(그것도 웃기는 쪽으로 패닉에 빠지곤 한다) 의외의 상황에서는(아이돌 오빠가 나타나는 순간) 멀쩡하다. 주인공 원아미는 사실 위의 코믹한 그림에서 보이듯 대접받고 지시하는 공주님 보다는 시중드는 무수리에 가까운 행동을 더 자주 한다. 주변의 그녀를 지켜주는 헌신적인 보디가드(파렌하이트)의 변신이 아까울 지경이다.

물론 웃고 떠드는 사이에 천천히 진행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하고 상징적인 국면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파렌하이트의 정체, B.B의 정체,  '백설공주' 이야기의 정체 같은 것들이 원아미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대통령의 딸로서의 생활이 궁극적으로 재미있어지게 하는 요소들이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이야기는 어느새 산으로? 라기 보다는 원래 복잡한 구성이었던 것 같다. 한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단 사람이 의외로(?) 많다. 7권으로 모두 완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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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 - 전설, 마법사, 마녀 그리고?


The Last Autumn Story라는 부제가 붙은 Ciel은 어느 시골 미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비엔 마그놀리아' 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마을에서 겪는 고난(?)과 아버지, 어머니와 벌이는 소소한(?) 일상으로 시작되는 이 만화는 사실 초반의 칼라컷이 몹시 멋졌다(책을 사지 않아도 모 책판매 사이트에는 이 첫부분을 가끔 올려놓곤 한다).

"여린 내가 두려움에 울고 있자 엄마가 말했다. "다섯 살 때 너 혼자 산에서 길을 잃었던 것 기억나니?"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네가 지금 흘리는 눈물이 추억거리조차 되지 않을 날이 반드시 온다.  약속해도 좋고, 내기해도 좋단다. 낮의 하늘이 푸르며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란다. 네 일생에 다섯 살의 그날보다 위험한 순간은 다시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나아가라 내딸아."

이런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시작하는 마법사와 마녀들의 이야기 'Ciel'. ciel은 원래 하늘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잘 사고 어쩐지 측정하기 힘든 마법을 가졌을 것 같은 주인공 이비엔이 마법학교에 입학해서 라리에트 킹 다이아몬드, 제뉴어리 M. 라이트스피어, 도터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크로히텐과 옥타비아라는 교수님들도 만나면서 벌이는 수련과정(?) 이기도 하다. 묘한 분위기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만화.

중간중간 작가의 대사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구나 싶어지는 장면들이 있는데, '좀 놀았구나' 라던지 '최강 클래스 할머니'라던지 군데군데 웃음보를 자극하는 대사를 꼭꼭 심어놓는다. 아름다운 주인공들의 미래도 궁금하지만 함께 펼쳐질 코믹 코드 역시 궁금한 만화. 챕터별로 연재가 진행중이고 현재 7권까지 발간된 상태이다.

모 사이트에서 누군가 악평을 하길 임주연씨의 그림체가 안습이라고 하는데(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건 알겠는데 취향이 아니다가 아니라 안습이라는 건 악평이 맞는 듯), 순정만화 분야에서는 그림체로는 남부럽지 않은 작가들이 많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작화를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화'를 창작하는 능력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이나 멋진 작화가 아니라 개성있는 작화능력과 개성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약간은 무심한 듯 간결하면서도 표현할 건 빠트리지 않고 표현해내는 이 그림체가 나는 마음에 든다. 얼핏 무심해 보이는 눈빛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특별한 분위기의 만화를 앞으로도 계속 구독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단행본까지 구입하자면 빨리 창고를 비우고 잡지를 처분해야할 듯 하다.



이미지출처 :
http://chry.pe.kr/- 유리향기, 임주연님 개인웹사이트
(위 이미지는 임주연님 개인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사용 기록한 후에 사용하는 이미지이니 절대 맘대로 가져가서는 재사용을 원하실 때는 임주연님 웹사이트에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ibro.co.kr/
http://chrytea.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