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e and Sensibility - 제인 오스틴, 언제나 다시 태어나는 그녀의 이야기

DRAMA 2008. 1. 1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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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Sense and Sensibility의 주인공을 맡은 Janet McTeer(대시우드 부인), Hattie Morahan(엘레노어 대시우드), Charity Wakefield(메리앤 대시우드), Lucy Boynton(마가렛 대시우드). 갑자기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4명의 여자들은 갑자기 여러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유명 방송국, BBC는 영국 고전문학 또는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제인에어'와 '엘리자베스 1세'를 비롯한 많은 고전들이 BBC의 전파를 탔다. 영문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오래된 고전 소설들은 거의 드라마 내지는 티브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는 올해 기대 영화로 뽑혓던 'The Other Boleyn Girl'도 있다. BBC는 다큐멘터리, 역사물, 시대물을 제작하는 세계 방송국 중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역시 드라마와 영화로 재현된 기록이 화려하다. 42세의 짧은 생애 동안 다수의 문학작품을 남겼다고는 하지만 주요 발표 작품은 열편 안팍이고 그 중 'Sense and Sensibility', 'Pride and Prejudice', 'Emma', 'Mansfield Park', 'Persuasion' 등은 다수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대표작들이다. 고전에 있어서는 나름 '정석'의 방송국과 '정석'의 컨텐츠가 결합하여 또 한번 만든 드라마. 제인 오스틴이 한번 더 드라마로 태어났다.

역 사극 장르는 내용이나 시대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표현방법'에 한해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혀용한다. 극이 기획된 컨셉에 따라 아름답고 화려한 드레스가 맞춰질 수도 있고, 무겁고 우중충한 느낌의 복장으로 드라마를 끌고갈 수도 있다. '천일의 앤'과 'The Tudors', 그리고 'The Other Boleyn Girl'의 차이는 역사의 다름에 있다기 보단 '해석'과 '표현' 능력의 차이 때문이고 우리는 그 다양한 결과물에 만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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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해서웨이 주연의 '비커밍 제인'. 실제 제인 오스틴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사랑을 했기에 수많은 고전을 남길 수 있었을까? 제인 오스틴과 그녀의 친구 엘리자베스(오만과 편견의 등장인물)를 등장시켜 제인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 영화. 그녀의 소설도 화제이지만 제인 오스틴 자체도 이야기거리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일지라도 경험하지 않은 일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난히 관찰력이 뛰어나 남들의 인생을 그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작가일지라도 자신 역시 격한 인생을 살아간 주인공 옆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그동안 훌륭한 영화의 소재였던 예술가, 베토벤(불멸의 연인), 모짜르트(아마데우스), 세월(버지니아 울프), 랭보(토탈 이클립스), 그리고 비커밍제인의 주인공 제인 오스틴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작품은 '특별한 인생'의 상징이라 간주하듯, 예술가 본인의 미지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대개 실제 인생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사실에서 유추해서 창조된 이야기이다).

2007년에 발표된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이 완벽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진 않다. 그녀에 관한 여러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제인의 언니 캐산드라는 매우 사적인 제인 오스틴의 여러 편지들과 기록들은 삭제하거나 조작했다. 그래서 간신히 남은 자료를 통해 '톰 르프로이'가 소설 속 '미스터 다아시'의 모델이었으리라 추측했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그녀의 소설 속엔 그녀가 만나거나 알고 지냈던 인물들이 비밀스레 숨겨져 있다. 작가의 팬과 소설 사이에서 벌어지는 깜찍한 숨박꼭질이다.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에 분산되어 나타나는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는 갑작스런 현실고와 언니와의 우정, 그리고 다정한 부모님과 부담스러운 결혼 문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성격(양자로 입양된 오빠와 그의 부인이라던지), 자연환경 등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 영화는 제인 주변인물들의 성격을 소설 속 일부 인물들과 비슷하게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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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발표된 적이 있는 'Sense and Sensibility' 1950년에 발표된 버전과 1981년에 BBC에서 발표된 버전이다. 엘레노어와 메리앤 자매가 보여주는 파도같은 사랑이 백년이 넘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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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년에 제작된 Sense and Sensibility. 휴 그랜트가 맡았던 에드워드의 역할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엠마 톰슨이 엘레노어를 케이트 윈슬렛이 메리앤 역할을 맡았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로 유명한 Alan Rickman이 브랜든 대령이다.

대시우 드가의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유산법에 의해 유산을 충분히 받지 못한 딸 셋과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바닷가의 작은 오두막으로 이사가게 된다.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그 공간 아래엔 거친 파도가 쉴새없이 오가는 바다가 있고 그 거친 파도가 두 딸의 험난한 사랑이야기를 예견해준다. 물론 그 거친 파도가 바닷가의 단단한 돌을 매끄럽게 다듬어 주고 있지만 말이다.

Sense and Sensibility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인물은 엘레노어와 메리앤일 것이다. 제인 오스틴 소설의 가장 큰 주제가 되곤 하는 사랑.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삶을 간주하는 방식이 두 인물은 몹시 다르다. 큰 딸로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엄마, 메리 대시우드 부인을 챙기며 직접 집안일을 처리해나가는 지적인 엘레노어. 언뜻 강인하고 냉철해 보이는 그녀가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잔잔하다. 그녀의 물결에 어울리는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의 에드워드. 두 파도가 만나서 잔잔한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어린 소녀의 '사랑'과 '로맨틱함'이란 다분히 감정적이고, '이성'적인 속성의 무엇은 아니다. 성숙하고 예의바른 성인 남자, 35세의 브랜든 대령의 감정과 태도, 그리고 그 감정을 차분히, 묵묵히 책임지는 성실한 태도를 사랑이라고 깨닫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성인 남자 역시 자신에게 한눈에 반했음을 쉽게 알아보지도 못한다. 10대의 소녀 마리엔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분히 감정적인 남자, 윌라비에게 운명을 느끼지만 운명이 운명이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큰 대가를 치르고 배우게 된다. 정열적인 사랑의 속성이 불꽃이라 불리우는 이유는 인간은 그만한 뜨거움을 오랫동안 지닐 수 있는 신체도 정신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꽃같은 감성의 그녀에겐 브랜든 대령이 이상적인 인연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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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망인이 된 한 집안의 부인과 그 부인이 남편의 아들, 자신의 의붓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모습. 사교적인 태도와 악의가 공존하는 문화, 호의적인 귀족끼리의 친분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하고 여성의 결혼이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도 있는 근대적인 풍경. 레이스 장식이 하늘거리는, 여주인공들의 엠파이어풍 드레스는 한결같이 가슴선에 옷의 허리를 넣고 있다. 

과연 두 여주인공 중 어느 쪽이 작가 제인과 닮았을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메리앤 쪽은 어린 시절의 제인 엘레노어 쪽은 나이든 제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약간은 불완전해 보이는 두 여성은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나날이 성숙해지고 있다. 결말이 이미 정해진 고전, 그것과는 관계없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가 흥미로운 만큼 그녀의 소설들이 어떻게 영화, 드라마 마다 달리 해석되고 표현되었는지가 영상물의 비교 기준이 되곤 한다. 개인적으로, 확실히 약속할 수 있는 건 기존의 제인 오스틴, 그 영화들과 비교하여 이 2008년 방영된 오리지널 영국 드라마를 비교할 것 같진 않다는 거다. 과거 기억도 희미할 뿐더러 Sense and Sensibility 자체가 보고 또 보아도 새로운 드라마 소재이다. 작품 여기저기에 숨어서 살아숨쉬는 제인 오스틴, 작품을 새로 만들 때 마다 그녀도 다시 태어나는 것 아닐까.




출처 :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2009&article_id=48608
http://www.bbc.co.uk/drama/senseandsensibility/
http://www.imdb.com/name/nm0000807/
http://www.bbc.co.uk/cult/ilove/years/1980/gallery/sense.shtml
http://www2.selu.edu/Academics/Faculty/sparrill/
http://www.erasofelegance.com/entertainment/movies/sense/sens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