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Shop of Horrors - 독특한 애완동물에게 사랑받는 인간들

COMICS 2008. 2. 27. 14:01


1995년 일본에서 발간되기 시작한 '펫숍 오브 호러스(원제 : ペットショップ オブ ホラーズ, Pet Shop of Horrors)'는 D백작의 애완동물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들, 그것도 D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화이다.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 아키노 마츠리(Matsuri Akino, 秋乃 茉莉)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이 만화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묘사 때문에 탐미주의 작품이란 평가도 덤으로 받고 있다. 성별도 연령도 알아내기 힘든, 편견이 없는 존재 D백작의 이야기는 제법 특별한 매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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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D백작, 그리고 백작과 항상 함께 다니는 박쥐 Q. 애완동물 샵을 운영하며 워싱턴 조약에 위배되지 않거나 아슬아슬한(?) 동물들을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백작은 보다시피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다. 일반 만화책에서는 한쪽눈의 색이 좀 더 옅게 표현되곤 한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호러물,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호러물일지라도 권하고 싶지 않게 마련인데 이 D백작의 이야기 역시 따듯하면서도 괴기스럽기 때문에 쓸데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특히 완벽하게 원작을 표현해 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호러물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버전의 '펫숍 오브 호러스'는 더더욱 권하고 싶지가 않다. 시청할 때는 별로 관계없지만 한밤에 갑자기 생각하면 섬뜩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참 특별하게 받아들인 장면이 하나 있는데 애완동물 하나하나와 교류를 나누는 D백작은 자연스럽게 육식을 하지 않는다. 자주 먹는 음식은 야채, 또는 꽤나 고급스러운 케이크 가게의 케이크들이나 홍차, 중국차 종류들이다. 그러나, 같이 살게 되는 아이 크리스(레옹의 동생)에게는 고기를 먹도록 요리해 주곤 한다. 크리스에게 세상에 헛되이 죽어가는 동물이 없도록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먹어치우라며 약간은 무서운 경고의 말을 건내주기도 한다. 필요 이상 살생을 하고 그 살생을 거쳐 식생을 유지하는 인간들에게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다. 동정이 필요없는 인간들에게 동물들은 꽤 관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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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오브 호러스' 1부에서 표현된 적이 있는 그나마 가벼운 D로 시작하는 이야기 '딸(Daughter)' 편의 한 장면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장면은 보다 공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앨리스)에게 독을 먹이기 때문에 자식이 죽는다는 교훈이 섬뜩하다.

LA인지 샌프란시스코인지 알 수 없는 미국의 어느 차이나타운에서 애완동물을 파는 D백작. 그는 항상 신비롭고 수상한 동물을 팔고 인신매매를 벌인다는 의혹을 받기 일수이다. 범죄 증거를 잡기 위해 백작의 펫숍을 들락거리는 형사 레옹은 D백작의 뒤를 캐려고 노력하지만 알면 알수록 수상하고 복잡한 백작이다. 멀리 여행가신 조부 대신 숍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조부와 똑같이 생긴' 얼굴에 똑같은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백작은 어쩐지 상당히 여성스럽고 수다스럽다.

그가 관계된 사건들은 D로 시작하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인데 Dream, Despair, Daughter, Dual과 같이 D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에피소드의 화두가 된다. 가장 잘 알려진, 과잉 애정 부모와 딸의 관계를 그린 이야기 Daughter는 교육열이 가열된 부모들은 한번쯤 읽어봐야할 에피소드가 아닐까 모르겠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말로 아이에게 독을 먹이는 어리석은 부모를 비꼬는 에피소드이다. 딸과 똑같은 외모를 보인다는 이유로 집으로 데려간 애완동물이, 괴물이 되어, 마지막에 부모까지 해치는 모습은 아이에게 보여주어야할 애정이 어떤 종류인지 깨닫게 만든다. 과연 부모가 데려간 애완동물은 어떤 동물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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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완간되었지만 2005년에 새로 시작한 '뉴 펫숍 오브 호러스' 시리즈. 탄생의 비밀을 가진 D백작은 일본 신주쿠 가부키쵸 차이나타운에서 새로운 애완동물샵을 열게 된다. 지난 시리즈 보다 훨씬 난해한 동물들이 출현하게 될 이번 시리즈에서도 백작의 남성파트너(?)는 존재한다. 항상 차이나 드레스만 입다가 기모노를 입은 백작은 역시 어색하다.

2005년 새롭게 시작한 펫숍 오브 호러스 시리즈에서도 집요하게 백작의 정체를 파고드는 남자 파트너는 나타난다. 이전의 패턴대로 그 남자는 백작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기는 커녕 감동받을 준비가 된 어리숙한 구석이 있는 꽤 괜찮은 남자인 것으로 보이고, 성별이나 기타 등등이 분명치 않게 표현된 백작인지라 이번에도 동성애 논란은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마음에 드는 인간을 골라내고자 특별한 애완동물들이 벌이는, 기이한 행동들을 보면 백작의 동성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번 새 시리즈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돌프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의 이야기를 보여준 번외편 에피소드인데 아돌프 히틀러가 어쩌다 독재자가 됐으며 에바 브라운은 어떻게 그를 손에 넣었는가를 보여주는 특이한 이야기이다. 신비한 존재, 백작이 과거에 존재했었던 베를린에서 에바 브라운에게 신수를 팔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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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돌프 히틀러가 에바 브라운과 함께 길렀던 개, 블론디. 아리아인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는 사이코패스 히틀러는 어쩌다가 금발의 아리아인에게 집착하게 됐을까? 그의 까만 개는 왜 이름이 블론디일까? 저주받은 개로 불리기도 하는 세퍼드 블론디의 정체는?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이 제대로 표현되진 않지만, 피로 얼룩진 히틀러의 역사가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히틀러의 유일한 여자가 되고 싶었던 에바 브라운의 설정이 독특하다. 실제로도 에바는 히틀러와 끝까지 함께 있었던 여성으로 유명하니 말이다. 번외편으로 이전에 등장했던, D백작과 흡혈귀, 그리고 블론디와 에바 브라운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롭게 엮어져 있다.

D백작의 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은 다양하다. 흔히 만날 수 있는 개나 고양이, 호랑이 또는 새나 뱀같은 종류도 있지만 인어, 맥, 기린같은 상상 속의 동물들도 있다. 그 동물들을 어떻게 묘사하고 표현하는 지가 이 만화의 궁극적인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 동물들은 D백작에게는 미물에 해당하는 인간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따라가는 것일까. 동물들을 공주님, 여왕님 등으로 혈통을 따져 섬기는 백작의 '자연중심적' 태도 역시 기이하면서 묘한 여운을 준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보다 귀한 동물이라니 과연 인간은 자연 속 최고의 존재가 맞긴 한 건지. 참고로 이 펫숍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동물이 인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Pet_Shop_of_Horr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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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 - 블론디와 히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