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극장의 부활 - 레 미제라블 소녀 코제트

ANIMATION 2008. 3. 2. 20:56


'세계명작극장'이 뭔지는 몰라도 '프란다스의 개 (フランダースの犬)'라던지 소공녀 세라 (小公女セーラ) 같은 제목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한번쯤 보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1975년부터 1년에 한번씩 니폰 애니메이션에 제작되어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을 웃고 울린 명작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재각색한 시리즈들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고전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년 짜리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까닭에 원작 동화가 제법 많이 변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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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폰 애니메이션 공식 홈페이지에 등장한 그간 '세계명작극장'의 주인공들. 중앙에 위치한 코제트를 비롯해서 '프란다스의 개', '톰소여의 모험', '빨강머리 앤', '플로네의 모험' 등 23번의 이야기를 채운 주인공들이 가득하다. 사실 세계명작극장에 관한 가장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제작자인 니폰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이런 거 참 부럽다).

세계명작동화의 가치 조차 낮게 취급되는 요즘에 세계명작동화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높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하겠지만 총 52화 정도(대개 이 만화들은 1년 안에 연재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로 구성되는 명작동화와는 약간 다른 만화들에게 어린이들은 울고 웃고 정신을 집중하곤 한다. 특유의 '단순함'은 지금도 어린이 만화들의 기본 구조가 되고 있다(많이들 잊는 사실이지만 사실 어린이들이나 유아들은 정신적, 시각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복잡하지 않으므로 최대한 단순한 걸 보여줘야 한다. 엄밀히 TV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무리한 놀이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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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톰소여의 모험, 프란다스의 개, 소공녀 세라. 80년대 한국에 방영되었던 세계명작극장의 애니메이션들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니폰 애니메이션'이 만든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에 방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몇 작품의 경우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으로 일본스럽다는 평이나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대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과거 장발장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깨달음을 주던 명작이긴 하다. 시대가 달라져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편집되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나 '장발장'같은 고전의 교훈을 실제로 깨닫기엔 아이들은 너무 어리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24번째로 제작된 세계명작극장의 주인공 역시 어린아이이고 그 아이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장발장, 마들렌의 고난과 과거를 점점 자라나는 코제트와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시점을 바꾸면서 원작과 달라진 점 몇가지를 필요로 했는데 코제트의 어머니, 팡티느의 역할이 상당히 늘어난 점이라던지 코제트를 괴롭히는 악역을 위해 테나르디에 부부와 그들의 딸, 에포닌과 아젤마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장발장이 돌보게 되는 고아들도 늘어날 예정이다. 또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 이야기도 원작에 없는 내용으로 다수 추가될 예정이다. 소공녀 세라에서 그녀가 만나는 인물들이 늘어났듯이 코제트의 주변인물들도 상당수 확장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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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제트의 엄마, 팡티느. 시장 마들렌(장발장)에게 코제트를 부탁하며 죽게 될 이 엄마는 극이 늘어나는 덕분에 아이를 아무곳에나 맡겨둔 무감각, 세상물정 모르는 아름다운 엄마역을 맡게될 예정이다. '아이를 맡기고 버린다'라는 현대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을 머나먼 과거의 상황을 표현하려니 초반 등장이 예쁘고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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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제트의 양아버지가 될 친절한 몽트레이유 시장, 마들렌. 착한 성품 때문에 여러 사람을 도와주게 되면서 빵을 훔쳤다 탈옥한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다시 도움받으며 현재의 위치를 지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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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속아넘어가는 바람에 얹혀사는 신세로 하녀일을 하게 된 코제트. 서러운 일을 자주 겪는 안스러운 캐릭터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부탁으로 마들렌을 만나고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살게 되고 아빠와 주변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나가게 된다. 어린 코제트 보다는 10대의 코제트가 어떤 캐릭터로 탄생할 지 몹시 궁금하다.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의 단점은 이런 것일 것이다. 한번쯤 읽어봤으니 내용도 이미 알고 있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주변인물들의 정체도 모두 알고 있어서 흥미진진해지기 어렵다. 예전과는 달리 교육열이 높은 요즘은 더더욱 애니메이션 속의 이야기를 모를 아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극'이라는 분야가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두고 인기를 끌듯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들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매력이 될 것이다.
 
화사한 그래픽에 눈이 크고 약간은 코믹스럽고 귀엽게 작화된 코제트는 10년이 훨씬 넘어버린 세월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성인 취향의 미소녀 애니나 복잡한 판타지 애니가 범람하다 보니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그립다. 어느 유명한 감독이 이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평한 '세계명작극장 대전'이란 설명 DVD를 발간했다고 하는데 이 단점많은(?) 애니메이션들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과거의 향수 때문 만은 아니다. 과거의 인기를 이어갈 지 모르겠지만,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말고,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애니메이션이 한편 더 탄생했다는 점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