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이야기(山田太郎ものがたり) - 지지리 빈궁한 귀공자의 인생

COMICS 2008. 3. 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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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 주인공 '야마다 타로'와 그 가족들, 그리고 '미무라 타쿠야'가 주요 주인공인 셈이지만 아무래도 여주인공이 필요한 드라마에서는 '이케가미 타카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이 많다. 작년에 제작된 드라마에서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관계에 변화가 온 모양이다. 왕자님처럼 잘 생긴 주인공 타로와 타쿠야라는 설정.

일본 방송국에서 최근 인기리(2007년 9월 방송 종료)에 끝낸 드라마 야마다 타로이야기(山田太郎ものがたり)는 주연 배우가 속한 그룹, 아라시의 인기와 주제가로 유명세를 치뤘다고 들었다. 낯익은 편은 아니라도, 그 잘 생긴 배우들의 인기도 놀랍지만, 출간된지 10년이 넘은 동명 원작 만화의 인기가 아직까지 지속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일본은 드라마의 천국이기 이전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천국이고 '타로' 이외에도 드라마의 주연이 될만한 인물들은 수도 없이 많을텐데. 이 만화 특유의 코믹함은 쉽게 버리기 어려웠나 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장남 야마다 타로, 타로란 이름은 강아지 이름으로 쓸 정도로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 이름을 가진 타로란 잘생긴 고등학생이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하고 치이면서 겪어나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잘생기고 예쁜 고등학생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독특하고 별난 타로의 가치관이 사건과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타로의 일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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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속 이미지를 최대한 절묘하게 표현해낸 TBS 드라마 '야마다 타로 이야기' 속 세트. 타로는 저 집에서 어린 동생들과 철부지 엄마, 아빠를 건사하며 살아나가고 있다. 거의 학대 수준의 일상이지만 굶어죽지 않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알아야하는 타로와 타로의 동생들. 만화책 속에서는 제법 평면적인 집이었는데 표현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원래 이 집은 경제관념 개념 전혀 없는, 타로 엄마가 결혼할 때 전재산을 털어 산 집이다.

이 만화를 맨 처음 읽었을 때 동전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절박하게 아쉬워하며 전전긍긍하는 타로가 배꼽을 잡을 정도로 웃겼었다. 손수 바느질해서 만든 교복을 친구들은 맞춰입은 비싼 교복으로 착각하고 선물로 받는 도시락이나 먹을 것을 꼼꼼히 챙겨 동생들을 먹여 살리고, 아르바이트 삼아 하는 바느질 수선을 절약정신으로 오해하는 등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1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웃긴다.

몰락한 왕자님처럼, 백마를 타야할 잘 생기고 멋진 왕자님은 고물 자전거를 타고 10원짜리 하나에도 절절 맨다. 그리고 돈걱정을 하느냐 사랑 따윈 생각할 시간도 없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이 타로와의 사랑과 친밀감을 꿈꾸는 동안 타로는 그 여자아이가 건내준 도시락이나 선물이 더 고마울 뿐이다. 핫케이크를 1센티 두께로 구워먹을 수 있고 동생들의 급식비를 넉넉히 낼 수만 있다만 더 이상 바랄게 없는 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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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가 먹여 살리는 여섯명의 동생들과 철없는 엄마. 예쁘고 잘생긴 핏줄을 이어받아 모두들 인물 하나는 타고났지만 입는 옷이나 먹을 것, 그 어느 것도 풍족한 것이 없다. 그래도 타로의 허리가 휘어져라 모두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급식비나 기타 생활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무개념 엄마지만 아빠가 다닌 곳을 다니게 하고 싶다는 허영심 만은 넘버원.

타로라는 주인공이 비현실적인 만큼 타로의 부모 역시 상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인데 부모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만화 속이라도 두고볼 수 없을 만큼 무책임한 인물들이다. 가진 재산 하나 없이 자식을 일곱명이나 낳아서 이름은 대충 지어주고 돈은 한번도 벌어본 적이 없는 주제에 돈쓰는 쪽으로는 타고난 재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아버지 쪽은 거의 매년 집을 비우고 여행 만 다닌다. 상당히 짜증나는 엄마, 아빠지만 타로는 긍정적으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비록 1km 이내에서 떨어지는 동전 소리를 들을 만큼 쪼잔해지고 도시락이란 도시락은 다 얻어올만큼 도움을 받아야 하고, 허영 덩어리 엄마가 돈을 다 써버릴 때 마다 아르바이트를 늘려야 하는 까닭에 성격이 괴팍해질 정도고 가난신이 떠나지 않을 정도지만 꿋꿋이 잘 견뎌내는 타로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됐을 지 알 수 없지만, 가장 절친한 친구 타쿠야는 타로를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자주 놀려주기도 하는 얄미운 친구이다. 모리나가 아이의 능력은 아무래도 이 예상 외의 코믹함을 꼼꼼하게 설정해뒀다는데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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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대만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된 적 있는 타로 이야기. 그때 제목은 '빈궁귀공자(貧窮貴公子)' 였다. 가난한 왕자님이란 제목이 그럴 듯하다. 당시에도 아이돌 스타들이 주요 주인공이었고 주인공 타로의 상황이 코믹하게 묘사되었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주인공.

모리나가 아이(森永あい)라는 작가의 만화인 '야마다 타로 이야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이 만화가의 그 후속작은 그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타로 이야기 자체도 꽤나 파격적인 코믹 코드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작품은 그 코믹함을 최대한 극대화시키려든 것들이 많다. '미운오리 왕자님(あひるの王子さま)'같은 경우엔 타로 이야기의 과장된 설정이 지나치게 반복되어 '외모 따윈 중요하진 않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건 지 아닌 지 조차 잘 모르겠다. '나와 그녀의 ×××(僕と彼女の×××)'같은 만화도 과격한 설정이긴 한데 이 만화는 드라마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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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져 왕자님은 이제 더 이상 전지전능하지 않고, 능력과 외모를 갖추고 있더라도 특이한 성격으로 여주인공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분명 잘 생기고 다정한 왕자님 스타일인 타로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지만 스스로는 돈벌이(?)에 지쳐서 여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왕자님이 되버렸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패턴을 깨는, 코믹한 왕자님과 공주님 이야기가 모리나가 아이 만화의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bs.co.jp/yamadataro-story/
http://www.hoolee8.com/thread-120478-1-7.html
http://hk.myblog.yahoo.com/adaandyuki/article?mid=552
http://www.annieyi.org/news/news-2001-aug.htm
http://benippon.com/s?q=Ahiru+no+oujisama
http://blog.so-net.ne.jp/miyuki_write/200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