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히치드(Unhitched) - 덤앤더머의 계보를 잇는 네명의 이혼남녀

DRAMA 2008. 3. 19. 09:47



예전에 유행했던 MBC 방송국의 시트콤 '세 친구'는 한 집에 사는 세 명의 친구들,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꽤 인기를 끌었다. 3월부터 FOX채널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Unhitched'는 이 세 친구와 같은 구도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다만 한가지 점에서 다르다. 세 친구들은 모두 이혼 경력이 있는 남자들이고 이혼한 여자친구 한명도 덤으로 무리지어 다닌다. 20분 분량의 이 드라마는 한번 시청하면 언제 끝났지 싶은 코믹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Unhitched는 직역하면 '이혼한 사람들' 정도로 해석이 될 듯하다. 결혼을 '발목잡히는 것' 내지는 '족쇄를 채우는 것' 정도의 뉘앙스로 표현한 단어가 hitch라 알고 있는데 그 hitch가 해제 됐으니 '족쇄 풀린 사람들' 쯤이 될까? 이혼한 네 친구들은 단하나의 배우자가 될 이성들을 찾아헤맨다. 그 좌충우돌 스토리가 초반엔 심하게 엽기적이다. 일단 19+의 등급으로 첫 에피소드가 시작한다는 걸 경고해야할 것 같다(전반적으로 모든 내용이 19+ 이지만 첫 장면은 선정적이라기 보단 엽기적이라 미성년자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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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네 친구들이 모여서 여러 이야길 나누고 있다. 변호사 Kate는 Jack Gator에게 이혼 서류를 빨리 제출하라고 독촉하고 있고 Freddy는 뭔가 중요한 직업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맥주제조회사의 사장인 Tommy는 세번의 이혼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친구들에게 별도움안되는 충고를 하는 중. 잭이 덮고 있는 하얀 시트의 정체에 주목하라.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잭은 비컨 스트리트 파이낸셜의 사장으로 최근 다른 회사와 합병했다. 수완좋고 카리스마있고 리더십강한 성격인데도 최근 이혼한 남자. 이혼 서류를 늦게 제출하는 둥 어쩐지 부인에게 미련이 있는 듯 보였지만, 그녀에게 완전히 실망하여 이혼을 결심한다. 맥주제조회사의 사장인 토미는 수없이 이혼했고 여자에게 정통한 것처럼 보이지만 남의 연애에 조언을 잘 해도 자신의 짝을 찾는덴 서툴다. 외과의사인 프레디는 6년전 떠난 애인을 잊지 못한다. 그들의 이혼서류를 잘 정리해주는 변호사 케이트는 남자 보는 눈이 없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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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에게 클럽에서 술한잔 사주며 접근한 남자. 꽤 멋진 외모와 매너를 보여주는 이 남자와 케이트는 친해지는 것 같았지만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이 남자의 직업이 대체 무엇이길래 케이트는 깊게 사귀지 않기로 했을까? 자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생소한 직업이란 것만 알려줄 수 있다.

이 시트콤을 제작한 사람들은 Bobby Farrelly, Peter Farrelly로 알려져 있다. 흔히 Farrelly Brothers라고 불리는 이 두 사람은 시트콤이나 코미디 쪽의 유명인사라고 한다. 'FOX 채널'의 홈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듯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y,1998)'와  '덤앤더머(Dumb & Dumber, 1994)'의 제작자이다. 바보 주인공을 탄생시키는데는 이만한 전문가들이 없을 것 같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네 명의 남녀가 30대 중반에 다시 싱글이 되고 이혼의 뼈아픈 교훈을 몸소 느끼면서 다시 결혼하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지만, 어쩐지 영 미덥지 않은 '바보 주인공'이 될 예정인게다. 가장 멀쩡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만난지 오분도 안되서 눈맞은 남자에게 실망할 수 있는 케이트(아니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도저히 감당히 안되는 남자가 등장해버린다)를 보면 얼마나 더 황당한 상황이 등장할 수 있을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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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사고뭉치(?)라고 할 수 있는 외과의사 프레디는 엉뚱함이 다소 지나친 캐릭터다. 덤앤더머의 주인공이 살아돌아온 듯한 인물. 클럽을 잘 출입할 수 있으려면 기도와 친하게 지내라는 충고를 듣고 정말 기도 알론조와 친하게 지낸다. 가장 실없는 캐릭터이면서 또 가장 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게할 캐릭터일 듯 하다. 덕분에 나머지 친구들은 이 친구의 뒷감당을 해야한다.

덤앤더머나 언히치드를 비롯한 코미디류의 가장 큰 논란은 아마 '저질' 시비가 아닐까 싶다. 그냥 웃어넘기기엔 조금 과한 장면들이 종종 연출된다거나 비하로 이어질 수 있는 소재도 가끔 등장한다. 특정 직업이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특이한 직업인 줄은 알겠지만 대놓고 웃음의 소재로 삼기엔 부당한 면도 있다. '바보들'이라고 웃어 넘기기엔 과한 묘사도 가끔 있다. 덤앤더머나 다른 코미디를 불편해 한다면 권하기 힘든 시트콤이다.

주인공 잭을 비롯한, 프레디, 토미, 케이트 등은 30대 중반으로 여러 드라마나 코미디에서 제법 많이 활약한 사람들이고 한번쯤 본 얼굴들이다. 능청스럽게 여러 남녀와 자신들의 사랑을 시험해보는 이들의 이야기는 '과장되어'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즐기기엔 무리없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깜짝 놀라게 하는 데이트 상대가 등장해서 웃음보를 터트리는 방식이 꽤 '웃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에도 2008년 내에 방영 예정이라는 점으로 보아
Farrelly Brothers의 명성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이미지출처 :
http://www.fox.com/unhitc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