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man - 구름덮힌 금문교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DRAMA 2008. 4. 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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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외화에서 본 샌프란시스코는 참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그곳엔 붉은 색 철로 만들어진 커다랗고 긴 다리가 있고 그 다리 주변을 가끔씩 구름이 덮고 있기도 하고 가끔은 바람이 불어 다리가 흔들리기도 했죠. 그 큰 다리를 건너 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드라마 속이지만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신기한 것 그것 뿐이 아니었죠. 유난히 한국어로 적힌 간판도 많았고(드라마 속에서 종종 읽을 수 있더군요) 지하철이 아닌 큰 전차들이 종소리를 울리며 도로를 달리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꽤 하늘이 맑아보였던 거 같기도 하군요.

미국은 영토가 넓은 까닭인지 각 주를 배경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가 드라마 주요 촬영지가 됩니다(Life나 The Closer같은 건 LA 드라마로 유명하고 SATC나 립스틱 정글은 뉴욕 드라마죠). 작년에 만들어진 드라마 중 Journeyman이  2008년에 오픈한 드라마 중엔 Eli Stone이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제작됐습니다. 시간여행을 테마로 만들어진 드라마, Journeyman에는 전차와 금문교의 모습이 일라이 스톤 보다 더 자주 등장하죠.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신문사에 있는 덕분에 사건 사고 소식을 아주 잘 찾아냅니다) 주인공 댄 배서(Dan Vasser)는 80년를 비롯한 90년대 초반으로 시간여행을 다닙니다. 시대 배경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까닭에 드라마가 특별히 고증에 신경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20년 전에나 지금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은 그대로입니다.


NBC 방송국의 2007년 기대작이었던 Journeyman의 오프닝.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표현되고 있습니다. 구름 속에 우뚝 솟은 골든 브릿지는 정말 길고 멋진 다리죠.

샌프란시스코의 역사도 오래됐지만 시간여행이란 소재로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도 오래됐습니다. 이미 영국엔 시간 여행의 최강자, 닥터후께서 계시고 80년대에 이미 '백투터퓨처' 시리즈로 시간이 많은 걸 바꿔놓는다는 SF 시리즈를 경험한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NBC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제작된 이 드라마 Journeyman은 시간 여행의 평범한 논리들을 크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어떤 원리로 과거에 여행을 간다던지 시간에 큰 변화가 생긴다던지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아주 손쉽게 과거의 어느 시점에 떨어졌다가 현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간여행'이라고 하기엔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적인 여행이 아닙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 과거 어느 시점으로 이동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르고 조절할 방법도 없죠. 과거 속으로 끌려가 '어떤 사건'을 목격하거나 해결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뿐입니다. 수도관을 고치다 과거로 갈 수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 중에 혼자서 사라져버릴 때도 있죠. 가끔은 잠자다 깨어 보니 과거의 어느 시점일 떄도 있습니다. 속옷 차림으로 잠자다 낯선 공원 바닥에서 '80년대 음악'을 들으며 깨어나는 기분은 어떨까요? 그렇게 부러워할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Kevin McKidd(캐빈 맥키드)가 맡은 역할 댄 배서는 그렇게 시간 여행에 이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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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배서는 왜 시간여행을 하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과거에 만났던 인물 정보를 아이폰이나 구글서치로 찾아내어 과거를 짐작할 수는 있어도(구글링은 과거 인물의 현재 상태를 알아내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그 이유를 찾아낼 시간을 가질 법도 하건만 에피소드 6화가 끝날 때까지 거의 단서가 주어지지 않죠. 다만 시간 여행 도중 과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날 댄 배서의 약혼자 리비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게 됩니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리비아는 비행기 폭파직전 어딘가로 시간여행을 가버렸습니다.

자신을 방황하게 만들었던 소중한 과거의 존재, 과거의 약혼녀란 사실이 중요할 법도 하지만 댄 배서는 또 맘놓고 그녀를 반가워할 수 만은 없는 처지입니다. 이미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고 있는 댄은 자신을 믿어주고 일으켜세워 준 현재의 아내 케이티를 절대 배신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형제, 잭의 애인이었던 케이티, 그 케이티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면 리비아에게 흔들린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시간여행으로 흔들리는 댄의 가정과 현실을 바로잡아주는 인물이 아내 케이티입니다. 과거의 연인을 염려하는 잭에게 케이티는 댄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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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과 리비아는 한때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이 행복한 시간 동안 현재의 아내 케이티와 댄의 형제인 잭 역시 연인 사이였죠. 리비아가 죽은 줄 알고 방황하던 시절, 댄을 도와준 케이티는 댄의 아내가 됐고 댄의방황하던 날을을 알고 있는 잭은 케이티의 결혼생활을 염려하는 미묘한 관계가 되고 맙니다. 리비아 역의 '문 블러디굿(Moon Bloodgood)'은 'Day Break(2006)'에서 전 남편의 직장동료와 결혼하는 미묘한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댄은 자신의 직감대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바로잡거나 고칩니다 - 그러니까 사람을 살리거나 사건을 막아냅니다. '12 몽키스'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과거로 보내진 전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직감대로 '바꿔야할 일들'을 찾아냅니다. 보통은 그렇게 크게 애쓸 것도 없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임무'가 되버리죠.  그리고 과거의 상징인 것처럼 리비아는 그의 임무 사이사이에 나타나 그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에게 시간여행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케이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댄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케이티는 두고볼 수 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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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의 백부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보레누스, Kevin McKidd는 '트레인스포팅(1996)' 등으로 배우활동을 시작해 진지한 역할을 자주 맡는 연기파 배우입니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신기한 설정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Day Break'에서 주연을 맡았던 Moon Bloodgood(문 블러디굿) 역시 드라마 쪽에서는 잘 알려진 스타입니다. 모계 쪽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기사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의 주연을 맡는다는 행운이 반복되긴 힘든 편인데 두해 연속으로 메인 타이틀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두 드라마 모두 13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드라마가 됐군요.

NBC 방송이 2007년 가을 미드 시즌 오픈 시 기대작으로 밀었던 드라마인데다 프로모션에 많은 힘을 기울였기 때문에 무난히 2시즌까지 방영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여행이란 소재가 의미없이 반복된 탓인지(시간여행 보단 개인의 고난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액션이나 미스터리의 흡입력이 약했던 까닭에 시청률이 낮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는데도 방영 중 캔슬 논란이 있었으니 알만한 문제죠. 시청해본 사람들은 특이하게 모두 추천하는 편입니다. 시간여행 원리나 비밀이 복잡한 내용이 아니라서 가볍게 볼만하거든요. 드라마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생활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nbc.com/Journey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