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 Man - 오즈의 마법사, 이제는 SF 버전으로 자리잡다

DRAMA 2008. 5. 2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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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에 만들어진 프랭크 봄의 소설을 원작으로 과거에 상영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는 환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SF라기 보단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당시로는 보기 힘든 에메랄드 도시라던지 마법사의 마법, 마녀가 준 구두같은 이야기들이 신비롭게 다가오곤 했다. Toto 역으로 출연했던 강아지, Terry는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베테랑 연기자(?)이기도 했다. 시대적인 모든 상징을 다 담고 있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많은 아이템에서 자주 이용되었다. 허수아비, 양철인간, 겁쟁이 사자, 도로시가 노란 길을 따라가는 이야기. 쥬디 갈란드는 이 영화로 1940년 아카데미 영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같이 경쟁부문에 올랐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wind, 1939)'의 감독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은 이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3번째 감독이기도 했다. 모두 4명의 감독과 함께 만들어진 세기의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 그 주인공들이 21세기에 드라마에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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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인기있던 원작 동화가 영화로 탄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셜리템플로 주연을 교체해야한다는 평을 들으며 주연을 맡았던 쥬디 갈란드, 그리고 계속 교체되던 4명의 감독, 원작 소설의 정치 풍자성을 많이 감소시키고 동화로 다시 태어난 '오즈의 마법사'는 세기의 명작이 되어버렸다. 2007년 제작된 틴맨은 또 한번 원작을 변신하게 만든다. 이번엔 동화 속성을 아예 모티브 정도로 축소시켜 버렸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로 변신시켰다. 성인을 위한 정치풍자 소설이 동화로 그 동화가 다시 판타지 드라마로 겉모습이 변해버렸다고나 할까. 그 과정에서 원래 오즈의 뜻과는 다른 OZ가 탄생했다. 이 드라마에서 OZ가 뜻하는 말은 Outer Zone(외곽지대, 원작 오즈의 뜻은 ounce이다 - 황금길과 합쳐 풍자의 의미를 지녔다)이다. 주인공 DG의 이름이 도로시 게일(Dorothy Gale)의 약자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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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g Man에서는 정치풍자 속성을 지닌 원작 소설의 향기는 많은 부분 사라졌다. 소설이 처음 영화로 옮겨질 당시의 상황도 영화와는 달랐기 때문에 그곳에서 1차적으로 정치적 색채가 빠졌지만 21세기에 제작된 SF 드라마에서는 완벽하게 판타지로 변신했다. 그러나 원작 영화에서 인기를 끌었던 부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상징하는 문장 'There is no place like home(집이 최고야)'라던지 원작 영화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은 흑백으로 처리된다던지 에메랄드나 마법사가 도로시를 위해 해주는 일들은 대부분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뮤지컬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Over the Rainbow'같은 명곡은 전혀 들을 수 없다(비슷한 멜로디의 배경음악 조차 들리지 않는다). 대신 마녀는 훨씬 더 무섭고 강력해졌다. 남자 외모를 가진 마녀란 점도 원작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점일 지 모르겠다(그 얼굴이야 몇번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에서 등장하던 틴맨과 허수아비, 그리고 겁쟁이 사자가 어떻게 변신했을까? SF 버전으로 탄생한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작가의 창작력에 감탄하게 될 지 모르겠다.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재미가 극을 시청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기 때문에 언급을 생략하지만, 오즈의 마법사에서 허수아비, 사자, 틴맨이 어떤 역을 맡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현대판 그들의 역할에 '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지 모른다. 인간형으로 거듭난 그들은 오즈에 딱 어울리는 사람들로 재탄생했고 원작에서 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로 DG의 동반자가 된다. 양철인간의 환생이랄 수 있는 틴맨은 특히 아주 강력하고 선명한 캐릭터로 태어났다. 물론 주인공들이 원작과 같은 성격을 캐릭터인 것은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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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Man'의 이야기는 오즈의 마법사 모티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그 전개는 다르다. 한적한 농가에서 엄마 아빠와 오붓하게 사는 DG는 마을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경찰에게 단속당하기도 하고(어떤 의미로 경찰을 만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기도 하는 평범한 소녀이다. 종종 의미를 알 수 없는 꿈을 꾸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DG를 부모들은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한편 또다른 세계(OZ라고 불리는 곳)에선 아즈카딜리아라는 마녀가 에메랄드를 찾고 있다. 나치같은 느낌의 검은색 긴 가죽코트를 입은 롱코트는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에메랄드를 찾아헤매고 사람의 머리속이나 마음, 먼곳의 상황을 읽을 수 있는 종족을 통해 아즈카딜리아는 에메랄드의 소재를 알고 싶어한다.

평범한 소녀가 폭풍우를 타고 오즈로 날아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날아오는 도중 엄마와 아빠를 잃게 되고, 키가 작은 인디언 종족 길드 파이터(Guild Fighters, 원작에선 먼킨)들에게 잡히게 된다. 그곳에서 도망친 후 차례로 글리치라는 특이한 남자, 그리고 틴맨과 겁쟁이 사자를 만나게 되고 노란 벽돌길을 따라 센트럴 시티로 향하게 된다. 틴맨과 글리치, 그리고 사자는 각각 센트럴 시티로 향하는 사연이 있지만 자신의 사연 보다는 어쩐지 DG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게 된다. 그들과 롱코트 사이에 벌어지는 추적, 그리고 모험이 주된 내용이지만 DG가 밝혀야할 미스터리가 아주 많다. 가장 먼저 폭로되는 건 DG의 부모에 관한 진실들로 DG는 자신을 길러준 부모가 친엄마 아빠가 아니라 양육기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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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색의 눈'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는 사악하고 아름다운 마법사 '아즈카딜리아'에게 갖혀 있고, 아즈카딜리아는 종종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나쁜 일들을 저지른다. 오즈는 아즈카딜리아에게 정복당한 이후 빛을 잃고 모든 사람들은 비참한 일을 당하는 곳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롱코트들은 오즈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고 아즈카딜리아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은 끔찍한 벌을 받는다. 자신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풋내기 소녀 DG는 틴맨과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자신의 정체를 알려줄 존재들과 접촉하게 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장면들이 오즈라는 공간 여기저기에서 벌어진다(아즈카딜리아가 살고 있는 성은 반지의 제왕 사루만의 성과 많이 느낌이 비슷하고 오즈의 센트럴시티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교와 비슷한 분위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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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비교해 가장 변하지 않은 건 어쩌면 동그란 눈의 DG일지 모르겠다. 어려보이면서도 소년같은 느낌을 주는 그녀의 행동은 과거와 비슷하게 용감하기도 하고 영리하기도 하다. 그녀를 둘러싼 비밀을 파혜치는 미스터리는 대부분 원작과의 관련성에서 출발한다. 과연 원작 속 인물들과 새로 태어난 드라마 속 인물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DG의 이름을 도로시라고 처리하지 않은 까닭은? 원작 속 허수아비, 틴맨, 사자의 성격과 현재 주인공들의 성격이 달라진 까닭은? 원작에서 도로시 일행이 처리한 못된 마녀는 서로 자매였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뭔가 형태가 변형되긴 했어도 원작에 대응하는 인물들이 하나씩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취미가 될 것이라 본다.

글리치라는 캐릭터도 눈에 띄지만, 틴맨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양철옷을 입지 않아도 원작 속 틴맨과 유사한 발그스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은빛나는 칠을 했던 1939년의 틴맨은 기름칠을 하지 못해 삐걱거리고 심장이 없다며 죽는 소리를 해댔지만 21세기 틴맨, 와이어트 케인(Wyatt Cain)은 사연도 많고 따뜻한 총잡이이다. 약간은 딱딱한 성격의 그 틴맨은 아버지같이 DG를 지켜주는 믿음직한 캐릭터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원작 오즈의 마법사와 SF 버전 'Tin Man'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부분이 있는데 원작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첫번째 프로모션 사진엔 원작엔 있지만 사진 속엔 없는 존재가 하나 있다. 보이지 않는 그 조재가 어떻게 출연하는지 알아내는 것도 좋을 듯(힌트 - 본문 중에 언급됨). 총 4시간 30분 분량의 3부작 미니시리즈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gonemovies.com/WWW/MyWebFilms/Drama/WizardTinManClose.asp
http://www.bpdfamily.com/bpdresources/nk_a115.htm
http://www.scifi.com/tinman/
http://blog.naver.com/7nara7?Redirect=Log&logNo=130010927327
http://blog.naver.com/marinyoume?Redirect=Log&logNo=50016654364
http://www.ohiomm.com/
http://www.timeout.com/chicago/articles/time-in/24656/toto-recall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The Cat Returns)

ANIMATION 2008. 3. 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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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은 거의 하나도 뺴지 않고 다 보았다는 기분이 든다. 복잡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다른 애니에 비해 편안하고 잔잔하고 웃음이 피어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사이다. BONES나 GONZO같은 애니 제작사들과는 차별된 애니들이 자주 출시된다. 과거의 '미래소년 코난'도 잊을 수 없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기억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애니 속의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한다고 한들 그 감동이 달라지진 않는다. '고양이의 보은'은
하야오 감독의 애니들을 몰아보면서 '귀를 기울이면'과 더불어 꼭 관람하게 되는 애니메이션이다.

자극적이거나 강렬한 충격을 주진 않지만 상상력을 최대 발휘한 장면 하나하나가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양이들이 사람처럼 행사를 치루고 아기자기한 은혜갚기에 열중한다거나 작고 아름답게 마을을 이루고 사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재미를 준다. 따뜻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이야기, 그 스토리텔링의 방법이 두번씩 관람해도 지겹지 않은 정겨운 지브리 애니의 장점이 된다. 복잡한 그래픽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따뜻한 색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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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랑스러운 것은 그 귀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명 각각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탓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가졌을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그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이 다른 얼굴로 표현되는 걸 애니에서도 볼 수 있는데, 먼지묻은 손을 핥거나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맛있는 강아지풀을 좋아하거나 개박하(고양이 박하)에 취해 헤롱거리고 의자에서 빈둥거리는 고양이들의 성격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한껏 멋부린 고양이들이건만 수백마리 고양이가 모여노는 들판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고양이는 특별한 방법으로 은헤를 갚은 동물로 유명하다. 자신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 상대방에게도 가장 좋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작은 동물이나 쥐를 잡아도 먹지 않고 은헤를 베푼 상대에게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그 기특하면서도 당황스러운 은혜갚기 행동 때문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엉뚱하고 귀엽고 그렇지만 결국 악의는 없는 그들의 행동이 애니 속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강아지풀을 마당 가득 피워놓기도 하고 부러진 라켓을 잔뜩 집 앞에 쌓아두기도 하고 심지어 먹지도 못하는 살아있는 생선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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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왕국의 왕, 아몽왕이 악단까지 대동해 행차하는 장면에서 어딘지 일본 전설 속 '여우 행차(여우가 혼례를 치르거나 행사에 참석할 때 이어진다는 여우의 행렬)'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예전부터 여우가 돈으로 은혜를 갚으면 그 돈이 다음 날 아침 나뭇잎으로 변해 있다던지 여우에게 댓가를 지나치게 바라면 해를 끼친다는 등의 전설이 있었다.  고양이행차는 고양이의 성격과 이 여우 행차의 속성을 상당히 많이 결합시켜놓은 듯 하다. 특히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인간의 왕 행차 모습을 본떠 보디가드 고양이와 시종장들을 잔뜩 배치시킨 모습은 유쾌한 웃음이 나게 만든다. 애니 곳곳에 이런 동화와 전설들을 조그맣게 배치해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고양이는 개성이 다양한 만큼 생김새도 다양하다. 고양이왕으로 나온 아몽왕처럼 오드아이 페르시안(황제라는 별명에 어울린다)일 때도 있고, 집주변에 흔한 삼색 고양이같은 고양이들도 볼 수 있다. 스코티시 폴드가 시녀장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줄무늬 노랑둥이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분홍색이나 하늘색의 고양이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러시안 블루의 모양새를 가진 고양이가 뛰어다니기도 한다.  하얀 털이 깜찍한 고양이가 앙증맞은 말투를 써가며 귀엽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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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에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고양이 남작(바론)이다. '훈베르트 폰 짓킨겐 남작'이란 이름으로 통용되는 그 주인공은 개박하에 취하는 깡패같은 고양이 무타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내내 대활약을 한다. 실제 사람 보다 멋질 것같은 고양이의 매너와 춤솜씨, 그리고 액션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길 이어간다. 이 바론은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고양이 중 가장 매력적인 고양이가 아닐까? 홈즈와 와트슨 커플을 닮은 것 같은 이 고양이 기사들은 주인공에게 몹시 도움이 되는 멋진 파트너들이다.

'귀를 기울이면'이란 애니를 시청해본 사람들이라면 이 고양이 남작의 정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사실 두 애니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단 공통점 이외에도 원작자가 같다 - 감독 만 다른). 유난히 팬이 많았던 바론, 멋진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고양이 남작과 그의 집이 반가울 듯하다. '고양이의 보은'은 고양이 은혜갚기 대소동을 깨끗하게 정리해버리는 사연많은 고양이의 활약으로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고양이들의 코미디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도 모든 환상과 아름다움을 엮어내는 주인공은 고양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