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ion Kill - 전쟁과 인간 사이에 있는 모래 바람

DRAMA 2008. 7. 29. 01:46


Get Some은 미국 해병들이 사용하는 군대 언어다. 사전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의미가 있지만(2008년에 개봉한 영화 Get Some에서의 의미는 '싸움 시작'같은 것)  군대에서는 일종의 구보 구호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쓰는 '파이팅'과 같은 격려의 의미로 쓸 수 있다. 드라마 상에서 '힘내'라는 뜻으로 혹은 '해냈어'란 의미로 극중에서 종종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미국군은 이라크전에 출전하기 전 많은 실전 훈련을 했었다고 한다. 쿠웨이트 사막지대에 진지를 구축하고 사전에 이라크 지역의 지도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입수한 후 실제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서 군인들을 훈련한다. 이라크에 잠입할 미군 특공대, 해병들은  실전에서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지식을 교육받고 훈련을 받는다.

이라크전 이전 십년간 큰 규모의 전쟁은 없었기에 실제 전쟁에 참여한 군대는 별로 없지만 전차를 탄 해병대는 현장에 제일선으로 투입되었다. 이라크의 국경선을 뚫고 나가는 그들의 목적은 바그다드 초기 장악이다. 그 해병대가 신속하게 무기를 퍼붓고 교전하고, 유프라테스 강을 지나 이라크를 진압하면 메인 부대가 그 뒤를 따라 진입하게 된다. 그 목적 하나로 훈련을 받는 해병대는 사뭇 진지하고 분위기도 고조되어 있다. '군대에서 뺑이치며 고생하는', 그들의 입에선 'Get Some'이란 말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그래서 이라크전을 준비하는 해병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 Generation Kill의 첫 에피소드 제목이 'Get So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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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침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나라는 반대하는 가운데 야간에 미사일 등을 퍼부으며 미군은 침공을 시작했고, 해병대가 그 다음날 바드다드에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이라크와 무력 충돌이 있었고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거나 시민들을 학살했던 일들도 그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때 사용했던 무기들과 전투 장면은 종종 뉴스를 통해 보고되기도 했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거친 해병대를 중심으로 이 드라마가 진행된다. 이라크 민간인들을 향해 미군들은 어떤 자세를 보여줬을까? 그때 군인들은 어떤 표정으로 바그다드를 진압했는가?

'X도 아는 것이 없는' 윗대가리들은 벤츠 끌고 애완견 카페나 가는 동안 자기들은 고물차 끌고 남의 나라 침공하러 간다고 투털되는 군인. 그의 말처럼 유독 눈에 띄는게 이 군인들 중엔 멕시코계, 푸에르토리코계, 흑인 같은 미국의 서민들이 많다. 백인이라도 가난한 집의 자녀들로 흑인 보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 어느 군인의 말처럼 세상이 백인의 것인 까닭인지 이 이라크전에 참전해 많은 돈을 벌고 미국의 시민권을 따고 싶어했던 유색인종들이 다수 자원했다고 한다. 인종 간의 갈등도 종종 그들의 주 대사가 된다. 그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생 뿐이다. 극중에는 모래폭풍이 불어 막사가 무너지고 물자도 그렇게까지 넉넉하지 않은 사막에서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전쟁을 지켜보는 어린 신병도 있다.

복장을 제대로 하고 콧수염을 미는 등의 엄한 규율을 지키라고 꽥꽥 대는 패트릭 하사의 원수, 식스타 원사는 젊은 군인들을 부당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단속하고 윽박지른다. 어떤 해병대는 '우리는 살인을 좋아하는 냉혈한에 전사들'이라는 그들의 대사처럼 그들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믿는다. 습관적으로 이라크 녀석들을 말려죽이겠다는 말을 내뱉는 그들은 어쩌면 정말 타고난 전사들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규정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허술하게 거짓말로 보고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휘부엔 물자가 풍부해도 적진에 직접 진격하는 해병대는 구박받아야 하기에 PX에서 필요한 물건을 팔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군인의 대답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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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쥐를 보고 놀라는 기자, 그들을 취재하는 롤링스톤즈 지에서 온 기자는 재밌는 관찰자이다(옛날 전쟁 드라마를 생각해 보라). 필요한 물건은 거의 오지 않는다는 해병들의 이야기를 받아적는 그는 군대의 낯설은 풍경에 적응해간다. 어떤 날은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사먹을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배달되는 피자헛 피자가 대인기를 끌기도 한다. 거친 사막에서 구르며 힘들게 고생하는 해병대원들은 피자를 먹으며 곧 공격이 시작될 것 아닐까 생각한다. 피자먹고 대규모 이동을 위해 준비하는 군인들을 향해 내뱉는 구호 역시 Get Some!  이 드라마를 보면 전쟁의 현장에선 문명의 혜택이 포르노 잡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라크전이 시작되고, 공군이 바그다드에 폭격을 퍼부을 동안 군대에서 즐길 수 있는 자잘한 재미로 노닥거리는 해병대에게 내려질 명령은 하나 뿐이다. 바그다드를 장악하기 위해 일단 사살하라는 것. 그리고 시민들을 괴롭히는 이라크군으로부터 구해내라는 것. 사막에서 위장복으로 그린우드(녹색 무늬) 군복이 지급된 걸 보고 기겁하는 군인들의 말장난은 역시 압권. 건전지가 보급되지 않아 작동할 수 없는 야간보안경이라던지 이라크로 신속하게 진입하는 해병대를 위해 공군 엄호가 제공되지 않는단 사실이 공격 직전에야 알려진다던지  진격 직전에 내려진 명령이 기껏해야 콧수염 자르라는 것이었다던지 그들이 속한 나라는 종종 해병대를 무작정 죽이고 싶어 하는 것같다.

히트맨이란 콜사인을 가진 험비 차량 안에서 기자는 군인들이 욕설을 섞어 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받아적는다. 군대에서 한 짓을 본대로 적으라는 군인들의 말은 미국을 향한 반발이자 항의에 가깝다. Evan Wright라는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 작가는 실제 이라크전 종군 기자였다. 그는 이 소설의 화자가 되어 이라크인과의 첫대명 장면에서 '제네바 협정'을 무시하는 미국군인의 모습이라던지 거의 학살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군 작전부의 입장, 결코 이라크를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군인들의 언행을 묘사한다. 그래도 실전에 투입되고 바보같은 명령에 의지해 직접 대처하며 죽는 것도 그들이다. 현장 상황 보고 후 명령을 받아 공격하는 그들의 입장은 안전한 곳에서 지휘하는 군작전부의 생각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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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인원의 보병을 투입했던 까닭인지 두번째 에피소드 첫장면에선 이라크 고속도로에서 길이 밀려 굼벵이처럼 움직이는 부대가 등장한다. 중간에서 마주치는 이라크인들을 향해 야유를 날리는 미국 해병들에 비해 이라크인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극중 누군가의 말처럼 '뇌가 없다'는 군인들은 그 미소와 자신들의 야유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하는 거 같다. 호모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그들의 욕설과 바그다드 진입과정에서 복장과 콧수염 문제로 소란을 피우는 군작전부의 태도도 재미있다. 흥겨운 훈련과는 다른, 전쟁의 공포, 그리고 슬픔은 어떻게 희석되는가.

많은 군인들이 디카와 캠코더를 들고 전장을 누빈다. 그들이 담는 이미지 속에서 많은 이라크인이 학살되었고, 미군들도 다수가 교전 중에 사망하고 부상당했다. 수면부족 상태에서 문명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야 평야에서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유역을 파괴하고 누비는 미국인들, 거리에 시체가 가득하고 부서진 건물을 향해 또다시 폭격을 해대는 장면은 현대전이라고 해서 살상이 줄어들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는, 그런 알지 않아도 될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쓰길 고대했고 몇번의 오경보를 발동했지만 후세인은 끝내 화학무기를 쓰지 않았다. 미군은 계속해서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을 쉽게 말하지 않겠다. 그 전쟁이 어떤 전쟁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번지르르한 옷을 입고 그 전쟁으로 생색을 낸 정치인이  누구 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라크라는 땅을 직접 밟으며 몸소 고생하고 전쟁의 불합리를 견뎌낸 사람들은 미국에서 대접받지 못하던 유색인종들이고 이민자 출신 가족들이다. 수십만을 죽인다고 외치는 그들의 입에서 충성이란 말이 나오는 건 국가에 대한 충성인지 자본에 대한 충성인지 알 수가 없다. 욕설을 하고 야유를 해도 일개 군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다. 전쟁은 테러리스트를 벌하기 위해, 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그런 이념을 위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 시청자는 그걸 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v.com/




In Treatment - 지루할 정도로 진지한 상담 드라마

DRAMA 2008. 2. 2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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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대개 시각적이다.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기 보단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show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드라마를 이야기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Show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드라마를 견디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보여주는 이야기 보다는 들려주는 이야기 방식을 취했고 이 드라마 'In Treatment'의 한 에피소드 당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은 대개 단 두 사람이다. 주인공 Paul과 그날 상담을 받는 또다른 주인공 한사람이 그 대상이다. 그 두 사람이 대화하는 표정과 앉아있는 모양새가 드라마가 보여주는 전부이다.

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은 대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사생활이다 보니 개인이 어떤 상황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즉 남들은 간단하게 간주해버릴 수 있는 '어떤 상황'을 자기 입장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지가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시청자 또는 제 3자가 이 환자들을 부를 수 있는 명칭은 아주 간단하다. 공군 조종사, 20대의 여성, 10대의 체조선수 등등. 그들이 시달리고 있는 문제도 어쩌면 간단하게 부를 수 있겠지만, 드라마는 그 '간단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설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

시청율과 볼거리를 중요시하는 방송국의 유행에 따라 SHOWTIME이라는 채널도 존재하는 가운데 과연 이렇게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드라마를 누가 시청할 것인가. 과감하게 한편 30분짜리 드라마를 45 에피소드까지 주문했다는, HBO라는 방송국이 아니면 아무도 해보지 못할 신선한 시도라 할 수 있지만 대사가 워낙 많은 드라마라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심리 치료사, 주인공 Paul이 상대방의 상태를 꼼꼼하게 뒤쫓듯 시청자 역시 그 상대방을 쫓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연기자로서는 상당한 연기력이 필요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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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담이나 심리 치료에 거창한 '무엇'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상담자를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충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꼼꼼하게 짚어줄 거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단지 털어놓는 것 만으로 시원할 것이라고 믿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담의 가장 중요한 기본 중 기본은 그동안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상담자는 대개 어떤 해답도 직접적으로 주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나라에서 '상담'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들을 '정신질환자' 정도로 간주하는 경향 때문이겠지만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종류의 상담과 심리치료는 '흔히 볼 수 있는' 감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물론 공군 조종사의 이야기가 일반적이진 않겠지만). 주인공을 방문한 상대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일 수도 있다.

상담자는 기본적으로 방문한 사람들과 일정한 '시간'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방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곤 한다. 라포를 형성할 정도의 친절은 주어지지만 결코 내 친구처럼 다정하지도 않고 모든 어리광을 다 받아주지도 않는다. 객관적인 입장과 주관적인 입장을 적절히 섞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상담자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하고 상담자의 대단한 능력이기도 하다. 심리치료를 위해 상담자를 찾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대화가 쉽지 않은 타입이 더 많기 때문에 이 과정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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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확한 상황을 끄집어 내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은데 그 중 한 사례가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조종사 알렉스이다.  자신의 바그다드 폭격으로 코란을 공부하던 16명의 소년들이 죽었고, 그 나라에 자신이 폭격을 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런 사실에 죄책감은 느끼지 않고 잠도 잘 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폭격이 이루어진 장소에도 가보고 싶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할 일을 잘 해내는 최고의 군인이지만 약간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조종사 Alex의 이야기를 들으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주인공 Paul. 알렉스의 이야기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며 묻지만 오히려 알렉스는 폴이 성급하다면서 화를 내기 일수이다. 결국엔 알렉스가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만들고 인정하게 만들지만 이번엔 반대로 시간이 다 되었다며 알렉스를 되돌려보내는 상담치료사.

환자 자신이 보호받고 싶어하고, 꺼내고 싶지 않아하는 물음을 꾸준히 언급한다는 건 한편으론 전투와 마찬가지. 그 모든 과정이 치료사를 지치게 만들고 힘들게 한다. 주인공 Paul은 어떤 에피소드에선 자신이 방문자가 되기도 하고, 다른 환자에게 관찰당하기도 하지만,  침착하고 참을성있는 눈으로 환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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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이스라엘 원작 제목은 Betipul으로 영어로 In Treatment를 표현한다고 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위치한 나라 이스라엘.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이 드라마에서 몇가지 이야기들은  미국에서 제작된 내용 만으로는 원작의 분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것 같다. 두번쨰 에피소드, Alex의 경우에 이스라엘 상황을 떠올리면 조종사가 겪어야 하는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분명해진다. 미국의 조종사 Alex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이스라엘 상황에서는 종교의 이야기와 아랍의 성전을 떠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첫 에피소드 마취가 의사가 느끼는 약간의 답답함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간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적고 공간도 협소하지만 열길 물속 보다도 깊다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할 이 드라마 출연진 중엔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케인제독으로 유명한 Michelle Forbes(Kate, 폴의 아내)도 포함되어 있고, Dirty Sexy Money의 사이먼 엘더 역으로 알려진 Blair Underwood(공군 조종사역)도 있다. 표정 만으로 드라마의 진행상황을 연기하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자리에 앉으면 숨겨진 내면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실력이 놀랍다. 다소 지루하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상담 드라마가 될 듯하다.

HBO: Elizabeth 1 - 영원한 고전의 테마, 여왕

DRAMA 2007. 11. 10. 00:14


The Tudors는 절대 왕권의 상징이지만 Tudor의 이름으로 왕위를 이은 사람은 몇명 되지 않는다. 헨리 7세, 헨리 8세, 에드워드 6세,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
절대왕권의 상징인 그 Tudor가의 왕들은 단 다섯 명이다.
잘 알다시피 그 5명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원한 소설과, 드라마, 스캔들의 주제이고 고전의 테마가 된다.

그리고 튜더가의 마지막 왕이자 여왕이었던 Elizabeth 1세는 그 테마 중에서도 단연코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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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Elizabeth 1에 관한 드라마는 Helen Mirren 주연의 Elizabeth I(2006, HBO, 부제 : Elizabeth and Essex)가 아닐까 한다.

물론 같은 해에 만들어진 Anne-Marie Duff 주연의 'The Virgin Queen(2005, BBC)'도 유명하지만 2006년 한해를 휩쓸어 버린 헬렌 미렌의 저력은 따라가지 못한다. The Virgin Queen 속의 엘리자베스는 언니 메리 1세의 구박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지만, 메리 스튜어트나 다른 카톨릭을 지지하는 타인들 속에서 항상 외로움을 느껴야 했고, 열등감에 싸여 연인을 만들지도 못했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배우인 앤 마리 듀프, 그녀가 못 생겼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뭔가 파워풀하기 보단 인간적인 Elizabeth는 매력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세월이 좀 지나긴 했어도 Cate Blanchett 주연의 Elizabeth (1998, 부제:The Virgin Queen)도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갈라드리엘 역을 맡았던 배우 케이트는 몹시 아름다웠고, 젊은 시절인 초기의 여왕 엘리자베스를 묘사하기에 적합했다고 하지만, 영화 속의 그녀는 역사 속 엘리자베스 보다는 낭만적인 시선 속에 살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에는 영화 'Elizabeth: The Golden Age(2007)'가 개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데 스페인의 왕이 등장하는 이번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떻게 변했을 지 궁금하다.

The Queen(2006)의 Elizabeth 2세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Elizabeth 1세와 2세 역을 모두 거머쥔 Helen Mirren 은 정말 여왕다운 여왕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곤 한다.
HBO의 Elizabeth 1, 이 드라마는 그해의 골든 글로브 상을 3개 부분에서 휩쓸었다.
특히 주연이었던 헬렌 미렌과 제레미 아이언스는 남녀 주연상을 수상하여 명실공히
그 해의 최고 드라마로 등극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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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곁에서 여왕을 지켜주고 누구 보다 빛나는 자리에 여왕을 올려놓은 기사 로버트 더들리, 레스터 경 역을 맡았던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는 누구 보다 훌륭하게 드라마의 주연으로 빛나고 있다.
그녀의 프랑스 연인을 질투하고, 그녀의 왕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음모를 진행하고
또 메리 스튜어트를 사형시키게 자극하는 여왕의 연인에게 사심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양아들을 여왕의 곁에 남기고 죽는 충성스러운 사랑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HBO에서 제작한 Elizabeth 1속의 여왕은 적당히 나이가 들고 강력한 왕권을 유지할 줄 알지만
연인 앞에서 누구 보다 사랑스러웠던 위엄있는 귀족 여인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의 엘리자베스 1세는 케이트 블란쳇처럼 젊고,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외모도 아니었고
앤 마리 듀프처럼 약한 모습에 열등감에 시달리기만 한 나약한 사람도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절대왕권의 상징이 될 만큼 타고난 여왕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인간적인 고민에 시달렸으리라.
늙은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서 궁 안의 모든 거울을 치우고 화려한 위엄의 상징으로 뼈대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었을 지언정 외로웠으리라. HBO의 드라마는 그런 면을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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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Elizabeth 1세의 인생은 말그대로 파란만장하다.
Anne Boleyn의 유일한 딸로 태어나서 앤블린의 사랑을 받은 것은 잠시, 아들을 낳지 못하고 사산하기만 하는 Anne Boleyn은 그녀가 3살 때 참수당해서 죽고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하지도 못한 채 자라게 된다.
아들을 낳겠다는 핑계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여자들을 갈아치우는 반 미치광이 아버지 헨리 8세는 당연히 딸인 Elizabeth에게 관심이 없고 20살 가까이 나이가 많은 언니 Mary는 자신을 마녀의 딸 취급한다.
드레스를 만들 돈이 없어 시녀는 궁궐 여기 저기에 사정해서 드레스 만들 돈을 얻기도 하고..
에드워드 6세가 왕위에 오르자 이젠 몸약한 남동생 에드워드 6세의 의심 속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처지에 놓인다.
자신을 원수처럼 여기는 언니 Mary 1세는 즉위하자 마자 엘리자베스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죽여버리다시피 하고
엘리자베스는 무시무시한 런던탑에 가둬 버린다.
그녀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리고, 애원하고 사정하는 입장에서 처지가 바뀌어 25살에 여왕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젊은 시절을 소비하며
결혼이나 다른 권력 다툼에 관계된 일들을 멀리 하는 동안 아주 남자를 사귀지 않았던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드라마 속 레스터 경과 에섹스 백작이 그 여왕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연인으로서 등장하는 시기는
역사적으로 엘리자베스의 권력이 안정기를 이루었을 무렵이고, 전쟁을 겪기도 했지만
가장 심적으로 편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사랑을 나누는 여왕, 그녀는 몹시 나이가 들었고 늙어버렸다.  그녀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건 몹시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인듯 하다. 'The Tudors'라는 드라마에서처럼 헨리 8세를 젊게 만들 듯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젊은 아가씨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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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는 스코틀랜드의 공주로 태어나 프랑스 왕비가 되었고, 다시 스코틀랜드의 여왕 역을 하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도망처 생을 마감한 Mary Stuart이다.
잘 알다시피 이 메리 스튜어트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엘리자베스의 뒤를 이어 영국의 왕위를 받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통합한 왕이 된다.
3명의 남편을 둔 셈인 이 여인은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스코틀랜드에서의 왕위도 지키지 못 했지만 카톨릭의 상징으로서 신교인 엘리자베스 1세에게도 위협이 되었던 여왕이다. 핏줄로 따져서는 엘리자베스의 고모, 마가릿 공주의 손녀이니 엘리자베스의 5촌 조카 뻘이다.
제대로 공주 대접을 받으며 귀하게 자란 미인 여왕이었던 탓에 엘리자베스 1세의 질투를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그녀 보다 아름답지 못하고 귀하게 크지 않았단 말을 듣기 싫었던 엘리자베스는
무조건 화려한 복장에 위엄있는 장식을 추구해서 메리 보다 아름답고 재주 있단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고.
갖혀 있는 동안 살이 찌고 못생겨진 메리 스튜어트를 동정하는 척 하면서도 심술궂게 굴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심술궂게 구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지긋지긋했지만,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의 친척이며 여왕인
이 메리 스튜어트를 처형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던 모양인데..
스페인과의 전쟁 위협도 불사하고 처형할 수 밖에 없었던 붉은 드레스의 메리 스튜어트..
이 드라마에서는 그 장면들이 좀 잔인하게 묘사된다. ( 만약 ROME이라는 드라마의 Simon Wood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이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그가 단역으로 출연하는 드라마가 이 Elizabeth 1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
HBO, Elizabeth 1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