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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10 Cane - 사탕수수로 럼과 설탕을 만드는 쿠바 이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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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e - 사탕수수로 럼과 설탕을 만드는 쿠바 이민자들
DRAMA
2008. 4. 10. 10:30
미국드라마 대부분이 개인주의를 추구할 것 같지만, 그래서 웬만한 드라마에서 모든 가족이 출연하는 모습을 보기 드물 것 같지만, 아직도 공영 방송에선 가족주의를 지향하는 드라마가 제법 많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Dirty Sexy Money(2007)' 경우는 '재벌가 가족'의 모습을 묘사하는 드라마이고 "Everybody hates Chris(2005)'는 백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흑인 가족 이야기이다. 사실 방송국에서 한두편 정도는 고정 편성하는 게 이런 류의 가족 드라마다. 한국에 소개된 외화 시리즈 중엔 'Wonder Years(1988, 캐빈은 12살)', 'Silver Spoons(1982. 아빠는 멋쟁이), 'The Cosby Show(1984, 코스비 가족) 같은 것들이 그 계보를 잇는다. 따뜻하고 사연많고, 아름다운 가족들 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약간 시선이 다른 '혈연'이나 가족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대부(1972, The Godfather)' 계열이라고 불러야지 않을까 싶다. 가족주의가 넘치다 못해 고정된 형태를 지닌 특수한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이태리 출신 마피아 이야기를 다룬 'The Sopranos(1999)'라던지 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해 아메리카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그린 'Roots(1977, 뿌리)'같은 가족사는 다른 민족이나 지역에서는 감히 이해하기 힘든 그들 만의 정서를 묘사하곤 한다. 재벌가 이야기가 아무리 독특해도 뿌리의 가족사에 비하면 덤덤하고 평범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엔 의외로 이런 이민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을 법 하지 않을까?
미국 드라마 Cane에 이런 사전 설명이 필요한 까닭은 Cane이 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으로 건너간 쿠바인은 124만명이 넘는다고 하고 미국 플로리다에 다수 거주하며 이민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한 유대인'의 영향력과 그 크기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에서 1966년 제정된 '쿠바인 정착법(Cuban Adjustment Act)'으로 남미 국가 사람들 중 쿠바인 만이 유일하게 미국에 오면 영주권과 정착금을 지원받는다. 이런 여러 문제들은 쿠바와 미국 내 쿠바인들, 미국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념문제나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까지 섞여 쉽게 언급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만큼 이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오래 되었다.
이 초창기 쿠바인들은 어떻게 미국에서 성공했을까? 그리고 현재는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까? 드라마에서 성공한 미국내 쿠바 가족들은 '사탕수수(Cane)'을 재배해왔다. 넓은 땅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해 설탕을 만들고 럼을 만들어 사업을 성공시켰다. 미국 내 플로리다와 쿠바 모두 유명 사탕수수 재배지가 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인 두 가족은 한쪽은 '럼 제작'으로 한쪽은 '설탕 제조'로 성공한 집안이다. 이민 시절부터 이어진 이들의 갈등과 가족사가 주된 드라마 내용이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럼 사업을 이어가기도 하고 설탕 산업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그 숨은 사연이 범죄의 냄새를 물씬 풍기기도 하고 가족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생략할 것 같지만 말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독한 술의 대명사 '바카르디(Bacardi)'는 19세기 때 만들어진 스페인계 쿠바인이 만든 주조 회사로 유명하다. 사탕수수(Candy Cane)에서 설탕을 만들고 그 찌꺼기인 당밀을 발효시켜 만드는 독한 술, 바카르디는 미국의 금주령과 맞물려 세계적인 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극중에 등장하는 '뒤케(Duque)' 가족은 바카르디의 역사처럼 쿠바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다 카스트로 혁명을 맞아 미국으로 이민왔고 남부 플로리다에서 주류 사업으로 성공했다. 같은 시기에 이민온 '새뮤엘즈 제당(Samuels Sugar)'는 설탕으로 성공했고 뒤케 집안과 어두운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밀수, 불법제조, 이민, 폭력, 권력 등 - 이민자들이 어려운 시절에 겪어야했던 모든 이야기가 현재 속에 섞여 있다. 아직도 종종 쿠바의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그들이 가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드라마 중간 중간에 쿠바인들의 이민, 과거의 장면들이 종종 묘사되곤 한다. 미국과 국교가 단절된 쿠바에서 다 부서져가는 뗏목을 타고 미국으로 넘어오다 생사 조차 알 수 없게된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실제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이민 후에도 언어 문제나 인종 문제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뒤치닥거리에 시달리는 그들의 삶이 묘사되기도 한다(막노동자나 갱단으로 일하게 되는). 주인공 두 집안은 주류 제조로 쿠바에서 이주할 떄 약간의 자본을 가질 수 있던 집단에 속하지만 고아였던 알렉스 베가와 다른 쿠바인들은 미국에 적응하며 고생한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의 영향력이 대단해 그들 문화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없을 듯 하다.
쿠바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직원들끼리 뒤케럼 제조사의 창립기념 파티를 열면서 쿠바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라마 제작자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혈연인지 국가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통인지, 미드는 유난히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들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들 만의 구심점(가장)을 인정하며 자신들의 뿌리를 이어나간다. 미국식 생활 방법으로 미국인과 혈연을 이어가더라도 사탕수수를 재배해 먹고 사는 가족임에는 변함이 없다. '가족'에 대한 모종의 환상이나 전형을 묘사하는 드라마랄 수도 있겠지만 특정 민족이나 지역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될 수도 있겠다. 일년 내내 온도가 일정한 플로리다 고유의 풍경, 넉넉한 파티와 아름다운 저택, 그곳에서 자라는 사탕수수와 멋지고 시원한 마이애미 비치 역시 드라마의 볼만한 장면이다. 혹은 종종 들리는 남미풍 음악이나 클럽 댄스 음악, Santana가 귀를 즐겁게 해줄 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s.com/primetime/c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