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ages - '진실'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DRAMA 2007. 11. 19. 06:18


드라마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고, 미스터리하다.

뉴욕의 아침, 반쯤 옷이 벗겨진 젊은 여자, 그녀의 손과 몸은 피로 뒤범벅이지만 겁에 질리고 당황한 그녀는 코트 하나 만을 걸친 채 거리로 나선다. 남의 눈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뭔가 상당히 급한 듯 하다. 무단 횡단하던 거리에서 멈춰서는 그녀. 그런 그녀는 이내 경찰에게 신원을 확인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마는데.. 변호사 사무실 명함 만을 가진 그녀는 어떤 사연으로 그런 차림으로 누굴 찾아 거리에 나서게 된 걸까?


드라마 Damages의 시작은 그렇게 다소 과격하다.

그리고 에피소드를 이어갈 수록 시청자의 호기심을 쉽게 해결해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얽히고 섥힌 그들의 관계과 사건의 진실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드라마를 한주 한주 기다려 시청하는데 소질이 전혀 없거나 미스터리한 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숨이 막혀서 보기 힘든 드라마가 아닐까 한다.

그 여자주인공 Rose Byrne(극중 이름 Ellen Parsons)의 등장이 그렇게 파격적이었지만, 드라마는 그 사연을 전혀 설명해 주지 않은 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버린다.

법대를 졸업한 신출내기 변호사 엘렌 파슨스는 유명 변호사 회사에 높은 임금을 제안받아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변호사 로펌으로서는 훨씬 유명한 Hewes & Associates에서도 면접 제안을 받아둔 상태이다. Patty Hewes가 대표로 있는 그 회사에서 제안한 면접일은 그렇지만, 엘렌의 언니가 결혼하는 날이다. 포기한 면접을 아쉬워하는 엘렌, 그러나 결혼식 파티에 패티 휴즈가 나타나 자신을 고용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막대한 재산을 가진 CEO인, Arthur Frobisher에 대한 소송에 엘렌을 참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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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엘렌에게 패티는 은중에 엘렌의 우선 순위를 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곤 하는데.. 대체 어떤 목적으로 패티는 엘렌을 입사시킨 걸까?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톰을 그녀가 보는 앞에서 해고해버린 걸까? 여러가지 패티 휴즈에 관한 미스터리가 드라마를 시종일관 지배하고 있다.

Taking power away from a man is a dangerous thing.

최근 미국 FX 채널에서 몹시 인기를 끌어,  2, 3시즌 주문을 마친 미국 드라마, Damages(이하 데미지스)에서 주인공 Patty Hewes(Glenn Close)가 내뱉은 말이다. '남자에게 힘을 빼앗는다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이 문장을 자신의 보디가드에게 내뱉은 얼마 후, 패티의 편은 크게 다치고 아들을 폐쇄된 고등학교에 강제로 보내버린다.

주인공 패티 휴즈는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그녀는 정의를 위하여 일하는 듯 언론에 비춰지기도 하고, 무패의 신화로 비춰지기도 하며 가장 합리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결하는 듯 보이는 잘 나가는 변호사이다. 연기 잘하는 여배우 몇손가락 안에 들고도 남을 Glenn Close의 열연은 보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기도 하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저렇게 남들 모르게 자신의 속셈을 들키지 않고 일을 처리해 나갈까?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1947년생 Glenn Close, 한국 나이로 환갑인 그녀의 연기력은 부족함이 전혀 없다.

1988년 주연했던, '위험한 관계(Dangerous Liaisons, 1988)'의 백작부인을 연기해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는 수없이 많은 수상경력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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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훌륭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들었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에서 메릴 스트립이 맡았던 미란다와 새내기 사회인이었던 앤디(앤 헤서웨이)의 관계는 다분히 스승과 제자로서의 성격도 갖추고 있단 사실을 모두 기억할 거다. 메릴 스트립은 악마적으로 앤을 괴롭히기만 한게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일을 하는 목적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녀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 같은 것을 차분히 연습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유없는 괴롭힘 만은 아니란 이야기다.

1시즌이 종류하는 지금에서도 드라마 데미지스는 여러 방향의 실마리를 푸는 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이 어린 사회초년생에게 패티 휴즈가 어떤 감정을 가졌느냐 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은 궁합이 잘 맞는 선배와 후배가 될 수도 있다. 묘하게 꼬이고 복잡한 미끼들이 아닌가?

하지만 가장 큰 미끼가 되는 이야기는 드라마의 제목인 'Damages'가 아닐까 한다. 손해배상금을 뜻하는 그 단어는 주인공 패티 휴즈가 CEO인 Arthur Frobisher에게 걸고 있는 소송의 손해배상을 연상시킨다. 과연 아무 죄없는 아서에게 쓸데없이 소송을 걸어 이익을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정말 아서를 철저하게 몰락시키는 것이 정의일까? 거액의 보상금이 걸린 그 상황에서 누구도 적이 될 수 있고,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과연 거액의 돈을 위해 얽히고 섥힌 고리가 이 드라마의 방향이 될 것인까? 끝까지 지켜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을, 그 드마라의 종결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post-gazette.com/pg/07295/827316-42.stm
http://www.tvguide.com/celebrities/glenn-close/photos/1522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