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ater - 사신전 학원물 GOGO! 파격적인 만큼 시원하고 박력있게

ANIMATION 2008. 4. 30. 22:39




Soul Eater Opening - 'Resonance' 노래 : T.M.Revolution
시원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같은 오프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

코믹하면서도 시니컬하고 싸울 때는 제법 박력있게 진행되는 이 애니는 이래뵈도 일단 학원물이라고 봐야한다. 사신전(死武專, 사신무기전문학교)의 학생들, 그 중에서도 커플들이 주인공이니까(물론 셋 중 하나는 커플이라기엔 숫자가 안 맞고, 학생도 아니지만). 학원물이라는 주장은 물론 어디까지나, 나 만의 주장이다. 나오는 주인공들이 워낙 귀여워 보이기에 이젠 학원물의 영역을 사신들까지 넓혀버린 거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렸다. 아무리 괜찮은 소재의 애니더라도 아주 조금, 적절한 연애 패턴은 끼어들게 마련이니까. 4월 애니 중에 공들인 애니들이 많던데, 가장 인기가 좋은 애니는 만화잡지에 연재되던 시절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은 'Soul Eater'가 차지한 듯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신전을 운영하는 교장선생님, 사신과 사신의 무기 데스사이즈(빨간 머리)


'Soul Eater'와 'Soul Eater Late Show'로 구분되어 방영되는데, 심야에 방영되는 레이트쇼에는 방영분량이 약간 추가되어 있다고 한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전투장면 쪽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레이트쇼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선방영한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레이트 쇼를 기다려서 시청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걸로 봐서는). DVD에 미방영 에피소드를 넣는 경우는 있어도 방송 시에 이런 시도가 이루어진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닥 지나치게 잔인하다거나(사실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선정적인(물론 야한 그녀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쪽으로 분류하기는 힘든 애니로 보인다. 등장인물 설명이 이루어지는, 3회까지 방영되는 동안, 애니를 끌어가는 분위기가 특이해 웬만한 드라마 보다 시청하기 낫다고 본다.

사신이 주는 느낌은 무섭다. 아무리 삶과 죽음의 의미가 경견해도 죽음 만으론 절대 '악한 것'은 될 수 없을텐데 죽음을 '심판'과 '공포'로 받아들이는 게 인간이다. 'Soul Eater'의 사신은 삶과 죽음의 경건성은 물론 '악한' 컨셉도 찾아보기 힘든 타입이다.커다란 손바닥으로 데스 사이즈를 후려치고 아들래미 데스 더 키드(사신 주니어같은 의미인가보다)와 투닥거릴 땐 깜찍스럽기까지 하다. 애니메이션 초기에 표현하고 있듯 '악마의 부활'을 막고 있는 나름대로 정의의 사자이기도 하고. 이 컬틱(?) 학원물의 본 주인공은 소년소녀들이지만 이 소년소녀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은 '시니가미 사마(死神)'시다. '사신 무기 장인 전문학교' 즉 사신전을 운영하며악한 영혼, '악마의 알'을 수거하고 마녀들을 처치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데스 더 키드와 톰슨 자매


이야기의 경계 자체가 인간의 입장이 아닌 인간에게 혼을 거두는 장인과 무기들의 입장이고, 인간은 애니의 고려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무기'와 '장인'이 보통 한조를 이룬다. 무기를 다루는 장인이 한 세트로 악한 영혼을 처치하고 그 영혼의 숫자가 99개가 되고 마녀의 영혼까지 처치해 100개를 채우면 데스 사이즈가 된다. '데스 사이즈'라는 건 사신의 '무기'로 최강의 사신 무기를 뜻하는 말. 사신전의 소년 소녀들은 오늘도 데스 사이즈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선두에는 '현 데스 사이즈'인 스피리트 알반의 딸, '마카 알반'이 버티고 있다. 데스 사이즈인 아버지를 이길 무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끊임없는 바람기로 마카의 엄마와 별거 중인 아버지 '데스 사이즈'는 마카에게 구박받는 존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인 마카 알반과 그녀의 무기이자 파트너, 소울 이터(낫)


애니에는 사신전에 다니는, 총 세 팀의 무기와 장인 파트너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강력하고 활동적인 팀은 마카와 소울 이터팀이다. 가장 먼저 99번째 영혼을 흡수했고 마녀와의 전투도 치르게 된다. 데스 사이즈의 딸 마카는 화끈한 성격의 귀여운 얼굴을 한 멋진 소녀 장인. 두번째 팀은 장인 블랙 스타와 무기 나카츠바사 츠바키팀이다. 츠바키는 '암기'로 변할 능력을 가진 무기로 블랙스타와 한팀으로 싸우지만, 블랙 스타는 '암살'에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 시끄러운 녀석이다. 세번째 팀은 사신전의 학생이 아닌 '데스 더 키드'. 사신의 멋진 아들로 능력은 가장 탁월하고 당연히 사신이 될 녀석인데도 자신 만의 데스 사이즈를 키우고 싶어한다. 쌍권총으로 변하는 톰슨 자매를 무기로 두고 있다.

낫이나 암살 무기, 또는 쌍권총으로 변해서도 자신들을 조절할 수 있는 무기들은 '데스 사이즈'가 되기 위해 갈고 닦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장인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열혈 소년 소녀팀인 소울이터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지만, 시끄러운 블랙스타는 츠바키와 훈련하기가 만만치 않고, 데스 더 키드는 '좌우대칭'에 집착한 나머지 제 능력을 발휘 못한다. 한마디로 코믹 사신 아래 오합지졸 사신, 데스 사이즈 후보들이다. 그들이 잡아들이는 '악마의 혼'이란 건 '알 카포네', '루팡'같은 악마가 될 수 있는 악한 마음을 가진 자의 영혼. 나름대로 그 영혼을 걷어들이는 것은 정의라고 말하는 사신! 사신도 똑같이 바람피우고 딸래미 컴플렉스가 있고 주책 피우다 한대씩 맞지만 정말 '인간'에 대한 건 초반에 크게 언급되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츠바키와 블랙스타, 그리고 마카 알반과 소울


첫번째 에피소드는 알반과 소울이터 콤비의 프롤로그이다. 마카 알반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마카가 왜 구박하고 있는지 대충 묘사되고 있고, 능력이 뛰어난 무기 소울 이터와 장인 마카가 어떻게 마녀와 용감하게 싸웠는지 보여준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눈에 띄는 거물이 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 없는 남자 블랙스타, 자칭 진짜 영웅이 어떻게 츠바키와 영웅 행세(!)를 하게 되는지가 주요 스토리이다. 암살하러 들어가 큰 소리로 떠들고 뛰어 다니는 장인을 믿는 츠바키. 그녀의 앞날이 약간 깜깜할 지경. 기척을 죽이기 위한 츠바키의 훈련이 제법 재밌지 않을까 싶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사신의 아들 데스 더 키드!


Soul Eater 엔딩 - I Wanna Be 노래 : STANCE PUNKS
예전에 자주 들었던 우리 나라의 '말달리자'가 많이 떠오르는 분위기. 시원한 노래.

한 쪽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사신의 아들, 데스 더 키드는 얼굴, 능력, 용모, 무기 뭐 하나 빠질 것 없지만 시메트리(자우대칭)에 대한 편집증이 모든 일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 사신전에도 다닐 필요 없는 사신의 후계자가 파라오의 무덤까지 쫓아가서 좌우대칭 하나 때문에 큰 위기에 처한다. 그의 무기 쌍권총 톰슨 자매는 어떻게 키드를 다스릴까? 이 세 편의 프롤로그를 통해 드러난 건 세 팀의 장인과 무기 콤비가 한가지씩 단점이 있어 그들의 모험담이 허무하게 종결될 경우가 많단 것이고, 남성 파트너들(무기와 장인이 꼭 남녀 사이여야 하는 건 아니다)이 제법 누드의 여성들에게 약하다는 사실이다(말 그대로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신의 역할을 하며 세계의 정의를 구현하는 사신의 정체(?)도 궁금하고 데스사이즈의 전투신은 알바를 비롯한 다른 장인들의 실력 보다 얼마나 뛰어날 지도 궁금하고(상당히 박력있고 샤프하지 않을까) 다른 등장인물들의 장난기 가득한 등장, 폼잡는 소년들의 한판 모험도 궁금하고. 뭔가 상당히 '펑크'하면서도 '그저 달려보자' 분위기의 애니인듯 하면서도 '삶과 죽음' 그리고 '관계'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종종 심각한 이야기를 다룰 수도 있다고 한다(원작 만화가 존재하니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출판사, 방송국, 제작사(BONES)에서 일찌기 눈독을 들여 제작에 착수한 만큼 화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본다. 시청하고 나면 꽤 끌려들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유시진 - 데온과 에온, 그리고 현실과 철학

COMICS 2008. 4. 30. 02:44


유시진님에게 메일을 드리고 리뷰를 쓰자고 생각하다 꺠달았다. 내 본래 의도는 한 작가의 만화와 그 장점을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인데 나 스스로 '유시진님의 만화'를 무겁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 어쩐지 그녀의 만화에 접근할 떈 무겁다고 생각해왔던 스스로의 편견이 드러난 셈이다. '무겁다'라고 하기엔 몹시 즐겁게 읽었고, 연재 내용을 기다려가며 구독하곤 했는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만화가 본인이 원하는 자세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작품 마다 깔려 있는 '진지한 접근방식' 덕분에 생긴 선입견이겠지만, 원래 사람은 남의 이야기 보다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법인가보다. 그러나, 이 만화가에게 강조해야할 점은 '무겁다'라는 것 보단 '진지함이 줄 수 있는  유희' 쪽이다.

수없이 많은 만화책이나 잡지를 사모은게 벌써 몇년인가. 그 잡지에 실린 만화 한편 한편 중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겠냐만은 - 개인적으로든 작가분들 자신에게든. 유시진님은 소중하게 여겼던 '연재 만화'의 만화의 작가다. 아주 어린 시절에 읽던 윙크, 이슈를 비롯한 많은 잡지들은 제외한다 해도 큰 크기의 스타일좋은 만화잡지, NINE부터 직장일로 몸이 시릴 정도로 바빴던 시절에 출판된 계간 '오후'까지, 고스란히 남은 기억들을 뒤지며 리뷰를 써볼까 궁리했다. 꽤 금방 개인 홈페이지의 이미지를 '리뷰' 목적으로는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게 된 까닭에 오히려 더 글쓰는 시간이 길어졌다. 만화를 읽을 때 느꼈던 감동이, 타마라나 이루다를 만났을 때 느꼈던 즐거움이 내 짧은 글로 표현하기엔 능력이 모자라단 사실 -  부끄러울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해보면 순정만화잡지, '댕기' 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은 양의 만화들을 읽었다(리뷰나 다른 글들을 잘 살펴보면 알겠지만 난 만화 매니아가 아니고 순정만화 매니아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따지면 그 보다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은 셈이지만, 90년대 초반부터 유행한 만화잡지 속 만화들은 예전에 읽던 책들과는 뭐가 달랐다. '대본소 만화'에 익숙하던 시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가들이 대거 출현,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트리고 있었다. 아주 잠시지만 읽어야할 것들이 많아 고민하던 시절이 도래했었다. 뭐.. 그 결과들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글쎄, 책꽂을 곳이 없어 야단맞는 일이 일상이고, 창고 속에 넣어둔 책들이 상할까봐 비오면 안절부절해야한다는 정도? 그것 만은 아닐 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만화잡지 신인들은 '일본 만화'와 경쟁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최근 잡지들은 예전에 비해 유독 일본 만화 연재분이 늘어났다) 자신의 색을 만들기가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90년대에는 독특한 스타일로 개성있는 느낌을 선사한 김은희, 나예리, 지혜안, 박희정, 권교정, 권신아, 이진경, 문흥미, 한혜연, 한승희, 이빈 같은 만화가들이 갑자기 탄생해버렸다. 이때 탄생한 만화가들은 대개 연재잡지의 자리를 신인작가들에게 물려주었지만 여전히 몇분은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단행본이 출간되면 구입하는 팬의 비율이 많은 작가들이다. 그들 중 하나가 '유시진' 님이다. 그들이 활약한 시기는 묘하게 우리 나라의 시대상과 맞물리고 있다. 소설, 시, 기타 다른 창작 영역도 비슷하겠지만.. 유독 어떤 만화가들에 대해선 사적인 경험을 섞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NINE에 실렸던 많은 독특한 만화들, 그 인상이 너무 강력해 지금도 창고에 쭈그리고 앉아 읽곤하는 옛날 잡지들. 신명기같은 만화는 개인적으로 아주 너비가 넓은 책으로 출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화를 차용한 짜임새가 꼼꼼한 만화, NINE엔 순정만화 분야에선 요즘 TV 드라마가 그렇듯 사랑타령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버린 작품들이 그 당시 많이 실렸다. 그때 첫회의 연재를 읽으며 만화가가 무척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매달 그 잡지를 펼치며 이야기에 빠져들곤 했지만, 만화가의 가장 큰 적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잡지의 폐간'이기도 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유난히 연재중단된 작품이 많은 만화가는 '잡지의 폐간'을 겪었다고 보면 될 것같다. 만화가 자신도, 팬들도 지치면서 잊혀저가는 작품들.

3명의 감수자들에 의한 회합이 신명기의 첫장면, 대마법의 결과로 붕괴가 오게될 것임을 경고하는 존재들. 시바와 비슈누가 그들 중 하나이고 삼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그들의 신체를 입겠다' 즉 화신이 되겠다는 말로 이야기를 꺼내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그들 중 하나는 천계의 아이에게 능력을 내리기로 하고 또다른 하나는 천계의 종족을 말살하기로 약속한다. 결과는 셋 중 하나다. 삼계의 멸망, 천계의 멸망, 또는 아수라족의 멸망. 이 심각하지만 화려한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질릴 정도로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중침제본에 양질의 종이, 큼직한 단면에 그려진 그림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고대 신화를 새롭게구성해놓은 페이지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족의 왕비와 타마라의 고민이 현실감있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공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공허'라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고딩'의 표현을 볼 수 있었던 만화, 쿨핫(Cool hot) 역시 완결되지 않은 만화, 미완의 만화이지만(유시진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뒷부분 일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가끔 그리워지지만, 이루다와 이루리, 그리고 김준휘, 선우람, 권재련, 서영전 등. 남은 그대로의 가디록 멤버 일상은 충분한 읽을거리로 가끔 되새겨보게 된다. 마음에 새겨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대사들이 아주 많았다. 생각해보면 친구와 일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어떻게 지루해질 수 있을까? 데온과 에온이 온을 이루듯, 삶과 진지함은 분리될  성격의 것이 아니고 , 한 인간에서 '쿨과 핫'을 완전히 구분해낼 수 없는 것 아닐까.

사미르와 나단, 그리고 제렌디아르. 쿨핫의 주인공들은 실제 세계의 인간들이니 애써 마음을 분리할 까닭은 없다. 어느 한 쪽의 인간인듯 겉모습을 보이며 살아갈 뿐이다. '온'의 주인공들은 아예 '에온'과 '데온'으로 분리된 체계 속에 살고 실마리를 찾기 위해 갈등하고 있다. 완전한 충만과 완전한 공허 그 두 존재의 대립은 차원이 바뀐 세계 속에서, 현실 속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질 세계의 원칙을 따르던 나단은 정신 세계의 이상을 향하던 사미르를 동경하다 못해 파괴해버리게 된다. '무'에 가까운 오랜 고통을 겪으며 '무'에 가까운 상태로 나단의 다른 세계에 나타난 사미르. '이사현'이란 이름의 사미르는 자신에 관한, '하얀 표범'에 관한 동화를 쓰고, 우연히 그 동화를 읽게된 나단 '하제경'은 눈물을 흘린다.

마음 깊은 곳에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우물, 자신의 극락에 빠져 남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마음, 그들의 대사들을 다시 새겨보며, 아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시진님의 만화'를 읽을 때 진지함과 즐거움을 애써 분리할 필요는 없었던 거라고 할까. 에온과 데온이 '온'을 이루고 있듯, '쿨과 핫'이 동시에 존재하듯, 그래서 유시진님의 만화가 점점 더 '꼼꼼한 작품'이 되어가듯 '어렵고 진지하다'는 편견 따위는 필요없이 '완전한 세계'를 받아들이게 만든다고 할까?  종종 홈페이지에 들러, 만화가의 고양이와 몇가지 설문조사를 읽고오고 싶다면, 아래 주소를 방문하길 권한다. 작가가 '초가삼간'이라고 부르는 공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usijin.net/
책표지를 제외한 이미지는 유시진 작가님의 홈페이지에서 허락을 받아 올렸습니다.
(게재된 곳 이외에 곳에 올릴 땐 따로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Fingersmith - 레이디, 도둑, 젠틀맨과 빅토리아 시대

DRAMA 2008. 4. 28. 01:50


미드 작가 파업의 영향은 대단하다. 2008년 1월과 3월 사이에 시청할 신작드라마의 씨를 말려버렸다. 덕분에 영국 드라마나 애니를 시청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리고 놓쳤으면 정말 아까울 뻔한 BBC 방송국의 드라마 한편을 시청하게 됐다. 바로 Fingersmith(좀도둑을 뜻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라는 제목의 시대물이다. Sarah Waters라는 유명 작가의 원작을 드라마로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레즈비언 시대물로 유명한 소설이다. 영국 드라마는 소재나 시대의 차별을 두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진지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액션과 볼거리를 추구하는 미드에 익숙한 사람들은 레즈비언 소재를 두고 '선정성'을 먼저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르지만 영드에서 골라내는 소재가 '이슈'가 되는 내용이라고 한들 장면 묘사까지 선정적이진 않다.  이 점이 바로 영드의 매력이면서도 사람들이 접근을 꺼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Fingersmith의 첫장면은 약간은 음울한 특이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숨겨진 많은 이야기를 암시하는 듯한 그 음악과 함께 19세기 산업혁명기를 맞은 영국을 보여준다. 오물과 진흙으로 더러워진 뒷골목 거리 그리고 그 지저분한 거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일상 중 하나는 사람들의 목을 매달아 죽이는 교수형을 구경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교수형이 가장 잘 보이는 곳, 그 집에 살며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어린 수전 트린더(Sue Trinder)가 화면에 잡힌다. 뒷골목 생활에 익숙해 보이는 그 어린 소녀 고아는 능숙하게 돈을 받고 교수형을 맨 앞자리에서 구경한다. 수전은 자신의 친어머니가 교수형당한 여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록 자신을 키워준 석스비 부인에게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런 곳에서 고아가 살아남는 방법은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되는 길 밖에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에는 곧 또다른 고아소녀가 등장한다. 정신병원에 갖힌 어머니가 죽는 바람에 그곳에서 길러진 소녀, 모드 릴리(Maud Lilly)이다. 자신을 데려가려 온 어머니의 오빠에게 그 또래 소녀들로서는 보기 드물게, 물어뜯으며 강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무력하게 릴리가로 끌려가고 만다. 그곳에서 갖힌 채로 별종 외삼촌의 비서로 자라는 모드는 수전과는 또다른 의미로 버림받은 삶을 살게 된다. 모드를 사랑해줄 사람이나 따뜻하게 대해줄 사람은 그 넓은 집안에 아무도 없다. 비서로서 글쓰기를 교육받는 모드는 외삼촌이 소중하게 모으고 보관하는 책들을 정리하고 서표를 작성한다. 귀족가의 레이디로 자라나지만, 시골의 그 귀족가를 벗어나 본 적없는 갖힌 삶을 살게 된다.

이런 모드에게 어느날 리버스라는 젊은 남자가 찾아와 관심을 보인다. 잘 생긴 외모에 정중한 매너, 그리고 조금은 무심하고 심드렁해 보이는 표정. 외삼촌의 친구들이 모인 독서회에서 책을 읽어내려가는 모드를 바라보는 리버스는 이 답답한 곳을 벗어나고 싶지 않냐며 모드에게 말을 건낸다. 자신은 벗어날 수 없을 거라며 절망적이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레이디 모드. 그녀와 수전의 나이는 20살이다. 물론 유일하게 모드에게 관심을 보였던 리버스는 모드가 결혼하면 릴리가에서 주게 되어 있는 유산, 현금 유산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모드에게 그림을 가르치게 되어 있는 리버스는 모드를 꼬드겨 결혼하고 재산을 차지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전은 좀도둑인데다 알고 있는 글은 훔쳐온 손수건(빅토리아 시대는 손으로 레이스를 만들고 수를 놓은 수제 손수건이 비쌌다, 그래서 손수건도 비싼 재물이 된다)의 알파벳을 뜯어낼 때 배운 단어 몇개 뿐이지만,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의 아가씨로 자랐다. 거친 생활인데다 도둑질한 재물을 가공하고 팔아치워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 패거리들 간의 따뜻함을 잘 알고 있다. 반면 모드는 읽기와 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점잖은 드레스를 입은 숙녀로 항상 진주로 장식한 장갑을 끼고 있다. 자신의 책이 상할까봐 맨손으로 장서를 만지지 못하게 하는 외삼촌 탓이기도 하지만 릴리가에서 자라기 위해서 자신을 감추고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조용하고 소심하며 얌전한 성격의 모드는 그 집을 벗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새장 속의 새같다.

리버스의 음모로 인해 아 두 여자가 만나게 된다. 모드의 개인 하녀로 수전을 일하게 되면 모드의 많은 부분을 수전에게 의지하게 될테니 결혼하자고 속이고 공략하기 쉬워질 것이고 나중에 정신병원에 쳐넣을 때도 쉬울 것이란 계산 떄문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귀족가의 아가씨를 속인다는 죄책감에 애정어린 시선으로 모드를 바라보는 따뜻한 수전. 그리고 그 나이가 되도록 처음 만나본 동갑내기를 보고 서투른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는 모드. 그 두 여성이 서로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가깝게 지내는 장면이 드라마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 아닐까 싶다. 어떤 의미로 사랑받는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들은 결혼이나 남자와 같은 다른 문제들 보단 가장 가까이 있는 그녀들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수전은 그녀를 속이기 괴로워 몇번을 갈등하지만, 자신이 도둑이라는 사실과 여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리버스의 협박을 따르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두 여자의 공통점은 버림받은 천애고아란 것과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존재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처한 현실에서 탈출해야할 절박함이 있다는 점이다. 수전은 리버스가 모드를 사랑하지 않은다는 사실을 알고 'Finger'를 밟아서는 안된다는 편집증 외삼촌에게 시달리는 모드의 처지를 더욱 동정하게 된다. 괴로운 꿈 때문에 약을 먹고 잠들고 자신이 재워주지 않으면 깊이 잠들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리버스에게 반항하려고 하지만 자신은 이미 공범이고 태생 자체가 'Fingersmith' 아닌가. 수전은 나날이 리버스와 결혼에 이르는 모드를 바라보기가 괴롭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그날까지도 수전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모두 3부작으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에는 모두 4개의 음모가 펼쳐진다.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음모,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음모, 탐욕을 채우기 위한 음모, 배신감에 떨며 저지르는 음모.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과연 주인공들이 이 4종류의 '의도' 중에서 어떤 부분을 선택할 것인가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기전엔 알 수 없다. 마지막까지 끌어당기는 매력이 괜찮은 드라마 중 하나이다. 레즈비언 이야기라는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면, 마음이 허전한 두 여성의 우정 이야기로 파악해도 충분히 가벼운 소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복잡한 표정을 보여주는 배우는 모드 릴리 역의 일레인 캐시디(Elaine Cassidy)인데 항상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개인하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일상을 해결하고  런던에도 한번 가본 적 없고, 레이디답지 않게 춤도 추지 못하고 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그녀의 역할은 어쩐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글을 읽지 못하는 수전을 보고 짓는 묘한 표정과 항상 벗지 않는 장식된 장갑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어떤 처지의 레이디가 평생 처음 본 하녀에게 마음을 뺏기게 될까? 가장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 역이면서도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사라 워터스(Sarah Waters)라는 작가는 핑거스미스 이외에도 'Tipping The Velvet'같은 소설이 유명하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라는 건 중요한 부분인데, 시대적인 상황은 중간에 두 여주인공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절실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그녀들은 세상 물정에도 익숙치 않지만 남편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드라마 속 여성들, 모드와 수전을 제외한 또다른 여성들도 현실을 헤쳐나올 수 없다. 한편으론 그녀들의 어머니들은 그녀들이 그들을 괴롭히는 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그 비밀이 이 드라마의 재미이며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Finger나 교수대, 그리고 은밀한 다른 장치들이 상징하는 세심한 부분들도 흥미롭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bc.co.uk/drama/fingersmith/



New Amsterdam - 뉴욕에 사는 17세기 네덜란드 형사

DRAMA 2008. 4. 27. 08: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뉴욕시는 꽤 많은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 자체가 영향력있는 인물들인 까닭에 보통은 화려함과 부유함을 누리는 윗동네 사람들 이야기들이 주로 다루어진다. 'Dirty Sexy Money(2007)', 'Cashmere Mafia(2008)', 'Lipstick Jungle(2008)' 같은 드라마들이 모두 그런 소재의 드라마다. 그러나 New Amsterdam(17세기 뉴욕의 옛 지명)의 주인공은 그 뉴욕에 살고 있는 '불멸의 존재'이다. 주인공 '존 암스테르담'은 1642년에 뉴욕으로 건너온 네덜란드 출신 30대 중반 남자이고, 21세기엔 형사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외국 출신을 주연으로 삼은 특이한 소재 드라마들이 그렇듯 8에피소드를 FOX에서 방영했고 종결했다. 가벼운 드라마이면서 1시즌 8편이라 부담없이 시청할 만한하다.

해마다 9월쯤 미국 주요방송국들은 새로운 시즌의 드라마를 시작하고 12월쯤엔 그 드라마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 다음해 초반까지 제작될(주로 22 에피소드 24 에피소드 정도) 운좋은 시리즈가 되기도 하고(주로 시트콤이나 가족드라마가 선정된다), 2-3시즌 이상 이어질 긴 시리즈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12월 안에 1시즌으로 종료될 드라마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이 시작될 9월까지 이어질 교체기(mid-season) 즉 1월 쯤에 '교체' 드라마가 방영된다. 이 교체 드라마의 운명도 시즌 오픈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엔 작가 파업이 있었던 까닭에 그 환경이 더 까다로워졌다. 뉴 암스테르담은 그 혜택을 받은 드라마이기도 하고 덕분에 미래가 불투명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선 이 드라마는 지난해 방영됐던 뱀파이어 소재의 드라마, 'Moonlight(2007)' 보단 불멸의 존재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 불멸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고독, 그리움같은 감정을 초반부터 전면 부각시키진 않는다. 400여년을 죽지 않도 늙지도 않는 존재로 살아온 주인공, John Amsterdam은 만사에 초연하고 자신의 직업이나 신분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그 세월 동안 존 암스테르담은 가구 제작자, 군인, 의사, 현재는 형사로 뉴욕의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뉴욕의 사진을 찍어 그 변화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의 형사 친구들은 그를 '보험금을 완납한 남자' 즉 부유한 남자로 부른다. 돈이나 인연에 그렇게 집착할 이유가 없는 그가 기억하는 과거는 그를 남들과 다른 존재로 만든다.

숨겨진 그의 사연 하나하나가 드라마 상에서 과거 회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거의 오십년 이전에 만났던 여인이 90노인이 되어 얼굴 하나 변하지 않은 그를 알아보기도 한다. 의사로 일하던 시절의 과거를 단서로 의학 문제와 살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혹은 한참전에 살았던 자신의 자식들과 아내들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400년을 뉴욕을 집삼아 살아온 그에게 어떤 소재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들 이상할 것이 없다. 이 뉴욕의 옛날 이름과 같은 그의 이름 '존 암스테르담'. 그런 그에게 아무리 세상에 변한다고 한들 그렇게 달라질 일은 없는 지도 모른다.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만든 인디언들이 예언한 '그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여자를 만나면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검은색 정장과 가죽 코트가 아주 잘 어울리는 외모,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방영된 드라마 주인공 중에서는 가장 잘 생긴 외모를 가진듯한 이 배우는 1970년생으로 덴마크 출신이다. Nikolaj Coster-Waldau(니콜라이 코스터-왈도)란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졌고 유럽 중에서도 주로 스웨덴, 덴마크 영화에 출연했다. 외모 만으로도 충분히 뉴욕시에 사는 네덜란드 이주민의 분위기에 어울린다. 남북전쟁, 독립전쟁을 비롯한 17세기 미국사를 겪는 역할이라 그 시대에 맞는 복장으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군인의 복장으로 인디언에게 구해지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물론 그 장면으로 인해 불멸을 얻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외모탓인지 존 암스테르담에겐 애인이 많다. 직업상 여성 형사 파트너가 고정 출연하고 있지만, 그를 새로 태어나게 할 여성인 또다른 여주인공을 찾아헤매고, 과거의 연인들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기도 한다. 알고 보면 존은 400년을 살면서 많은 부인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자식들의 죽음도 지켜봤다(그 죽음과 과거의 이야기를 수백년전 이야기라며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하지만 현대인들은 물론 아무도 믿지 않는다 - 자식이 63명이란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까). 이미 해볼만큼 아주 많은 일을 해봤고 만사에 초연할만도 한 불멸의 존재치고는 여성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만한 세월이면 로맨스 말고도 할 일은 많지 않았을까. 가장 궁금한 건 자신이 늙을 때까지 30대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를 '자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드라마가 400년 세월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 대답은 에피소드 2 쯤에서 간단히 풀린다. 세월에 초연해야할 겉만 멀쩡한 이 노인네, 불멸의 삶이 끝나고 죽기를 갈망하는 이 주인공이 여자를 밝히는 까닭은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죽음이 이어지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구해준 인디언의 비법으로 운명처럼 영생을 얻게 되었듯, 죽음 역시 운명처럼 찾아온다는 이야기. 그 기다림의 400년 세월이 어떻게 인간과 다른지는 존 암스테르담을 깍듯이 대하는 60대의 바 주인 오마(Omar)와의 관계로 드러난다. 오마는 존의 비밀을 알고 있는 63명의 아들 중 하나였다. 30대 중년 남자가 60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 대접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놀랍긴 하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존 암스테르담이 불멸의 존재에서 일반적인 인간이 되는 과정을 전체의 큰 줄거리고 삼고 있고, 그의 '운명의 여인'과의 갈등을 드라마 곳곳에 섞어놓는다. 그리고 매 에피소드 마다 살인사건 수사팀인 존의 직장생활, 즉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엮어가고 있다. 수백년 동안 헛된 삶을 살지 않았던 주인공은 쌓아온 지식을 기반으로 능숙하게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본다. 마치 신인듯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듯이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모습은 '잘 생긴 외모 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불멸의 존재와 운명이라는 테마 자체가 약간은 구태의연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럽인 외모의 잘 생긴 주인공이 완벽하게 움직이는 드라마 장면들은 가장 큰 볼거리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400살 먹은 남자의 로맨스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v.com




아마츠키(あまつき) - 2008년 초반 신작 중 가장 화려한 출연진

ANIMATION 2008. 4. 25. 23:55



아마츠키 오프닝은 주인공이 이 세계로 떨어진 초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다
오프닝곡의 제목은 'Casting DIce' 칸노 유우키의 노래다

애니메이션은 동화(動話)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이야기들이다. 동화(童話, fairy tale)로 감동(感動, affect)을 주기도 하고 사람들을 동화(同化, assimilation)시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의 장점, 그 시청의 포인트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이 동화의 포인트를 무엇으로 잡느냐이다. 거침없는 스토리텔링, 시선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영상, 원작의 매력, 배경음악 등. 그 중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의 보이지 않는 연기자, 성우진이다. 실사가 아닌 그림과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성우진을 배치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2008년 4월 동시 등장한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작 중에선 '아마츠키(あまつき)'의 성우진이 가장 화려하지 않을까 한다. 주연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한번쯤 다른 작품에서 들어본 목소리들, 탁월한 최고의 성우진들이 자리를 잡았다. 과연, 이 조합이라면 한번쯤 시청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싶은 그런 사람들. 국내에서도 아마츠키에 출연한 성우의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재일교포 성우로 유명한 박로미(朴路美)님이 주연진 중 한명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 가득 풍기고 있는 일본색과 거친 화면은 약간은 시청을 꺼리게 되는 요소다(개인 취향 문제). 현실과는 다른 이 세계의 이야기이기 하지만 그 이세계의 설정은 일단 에도막부 시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등학교 1학년, 주인공 소년 리쿠고 토키도키은 역사과목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차세대 박물관에서 보충수업을 갖게 된다. 특수고글을 쓰고 에도시대의 환경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출석일수 부족으로 이 곳에 참여한 시노노메 콘을 만나게 된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토키는 콘에게 여러 지식을 얻게 되지만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콘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토키 역시 무시무시한 괴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이상한 작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목숨을 위협받던 토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만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어버린다.

깨어나 보니 자신의 한 쪽 시력은 사라져 버렸고, 그곳은 한번도 본적없는 시대가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놀랍게도 잠깐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한 노란 머리였던 콘이 검고 긴 머리를 한 채 앉아 있다. 사무라이 복장의 콘은, 자신이 이미 2년 전에 여기 도착했다며 토키를 환영하는데 콘과 토키는 그 세계의 요괴를 볼 수 있고 각각 한가지 능력을 무언가에게 뺐겻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준 쿠치하와 승려 샤몬이 그들을 돌봐주게 된다. 두 사람은 왜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거고 그 시대 속으로 떨어진걸까. 그리고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인물들도 범상치는 않은 존재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쿠고 토키도키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성격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에도 시대로 오고 난 이후엔 요괴를 볼 수 있는 한쪽은을 항상 가리게 되었다. 토키는 후에 이 세계는 단순히 에도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에도시대는 1600경부터 1868년까지의 시기로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가 끝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천도하여 막부를 연 시대이다. 에도는 현재의 도쿄이다. 공식적으로는 쇄국정책을 취했지만 신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하여 외국인을 가끔 볼 수 있었고, 서민들이 가장 힘을 얻었던 시기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 외래 문물의 유입으로 주인공들의 노란 머리는 그렇게까지 기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원작 만화가 존재하는 까닭에 토키가 에도시대의 '아마츠키(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이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에 소환된 까닭은 몇가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이다. 콘과 토키, 그리고 쿠치하는 아마츠키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에 해당한다. 콘의 오른팔 능력 상실, 토키의 시력 상실, 그리고 쿠치하의 비밀은 아마츠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누에'라고 불리는 기이한 괴물들과 작은 인간형의 '야코'라는 존재는 소년 토키를 공격하기도 하고 몇가지 뜻이 압축된 문장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 첫번째의 문장은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일본 고시 형태의 질문. 토키역의 성우는 후쿠야마 준이 맡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츠키의 미래를 변화시킬 토키, 쿤, 쿠치하(박로미) 이 세 명의 주인공과 그들을 보호하는 요괴퇴치 전문 스님 샤몬(나카타 죠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사키 타다지로, 친구가 되어주는 헤이하치(노지마 켄지), 아마츠키의 미래의 한 축이 될 요괴 본텐(스와베 쥰이치), 그들의 미래를 예견할 긴슈(스즈무라 켄이치), 신슈와 츠루우메들. 그외 꽤 다양한 등장인물 캐릭터가 제법 매력있게 설정되어 있다. 특히 소년 목소리 전문의 박로미는 드세고 무사다운 쿠치하의 거친 일면과 소녀스러운 성격에 아주 잘 어울린다. '케로로 중사'의 기로로 하사로 유명한 나카타 죠지의 목소리도 반가울 듯. 무엇보다 반가운 성우는 엑스(X)의 모노 후마로 유명했던 스와베 쥰이치와 그 상대역이었던 시로우 카무이 목소리의 스즈무라 켄이치이다.


아마츠키 엔딩곡은 일본식 소품과 전체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나와 인상적이다.
제목은 '이름없는 길(名まえのない道)'이고 히키타 카오리의 노래

아직도 연재중인 이 원작만화가 어떻게 결말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결말 역시 예상이 불가능하지만, 간만에 설정이 분명한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결말과 관계없이 볼만한 애니가 될 것 같다. 헤이안 시대 또는 에도 시대 일본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내용, 또는 퇴마물이나 요괴의 미스터리가 제법 재미있게 다루어질 것 같다. 확실히 1편에 등장했던 요괴의 공격은 애니로서는 과격했던 까닭인지 일본 내에서도 17+의 등급이다. 원작만화의 캐릭터도 몹시 다양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미지의 등장인물들, 외모 만큼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녹색눈의 쿠치하는 굉장이 긴 머리에 가슴에는 붕대를 감고있는 미스터리의 소녀이다. 시노노메 콘과 토키가 눙의 공격을 받았을 때 쿠치하가 요괴를 처치하고 그들을 구해준다. 샤몬의 신사에 함께 기거하는 이 여주인공이 목에 두르고 있는 것의 정체는 사실 머리카락이다(에도 시대 쯤에 여성의 긴 머리가 유행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 그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재털이라던지 담뱃대같은 물건도 자주 나온다). 바람같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장면은 박력있고 멋지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한국인에게 제법 인기를 끌고있는 박로미씨이고 그녀의 팬이 이 애니를 많이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재일교포의 자손으로 어머니는 한국인으로 유명한 이 성우는 한국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방영된 애니 중에선 '우에키의 법칙'의 우에키 역으로 가장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
http://amatsuki.com/web/index.html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 - 두 개의 달이 비치는 나라와 물의 정령

ANIMATION 2008. 4. 21. 11: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니를 자주 시청하지만 정통 일본식 애니는 아직도 부담스럽다. 일본 문화 자체에 익숙치 않은 면도 있지만 관습 중 몇가지는 이해할 수도 없고 나는 알 수 없는 이세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동질감은 분명 이야기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현실과는 다른 나라로 설정해두었지만, 깍듯이 무릎을 꿇고 식사하는 여성의 모습이나 일본식 문화와 환경이 나타나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일본 애니는 이국의 문화도 일본식으로 바꾸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종종 중국적인 크기의 대륙 스케일이 일본 애니에서 나타날 땐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바사라(1995)'라는 만화는 갑자기 망해버린 먼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대식 문물도 존재하지만 과거의 일본식 문화도 동시에 존재하는 배경 설정을 만들고 있다. 대하사극과 같은 상황 설정이지만 필요할 땐 현대의 물건도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애니 중엔 이런 식의 설정을 활용하는 작품이 많다. '나루토'같은 애니는 이런 설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닌자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모든 차원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정통 일본식 애니로 생각했던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 역시 이런 식의 설정을 사용한다. 요괴의 설정, 풍습과 문화를 상당부분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만 황국의 크기와 규모는 '황후화'에서 보던 황궁의 모습 보다도 화려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2006년)'의 제작사로 유명한 '스튜디오IG'의 2007년 작품이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이다. 이번에도 유려한 그래픽과 화려한 그림체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슈발리에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림체가 특징적이었듯 정령의 수호자 역시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섬세하게 표현된 정확한 비율의 인물과 배경이 이 애니의 특징이다. 그리고 칼싸움을 비롯한 전투장면이 실사를 옮긴 듯 사실적이고 박진감있다. 그러나 스토리는 '슈발리에'의 스토리가 약간의 미완성된 구조를 가졌듯 자체 흡입력이 강력하지 못한 건 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나 배경, 시발점은 모두 완벽했지만 전반적인 매력은 다소 약하다.

발굴의 무술 실력을 가진 여자 단창술사가 신요고황국에 들어온다. 우연히 발견한 황자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의 목숨을 구했으나 황족의 얼굴을 보면 안된다는 나라의 룰에 따라 감사 인사 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다. 신요고국은 넓은 황국의 크기 만큼이나 황족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고 신요고국의 건국사 덕분에 그 이전에 살던 야쿠의 전승은 모두 잊혀져 가고 있다. 황족은 거의 신격화되어 황족의 얼굴을 보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도 있다. 발칸족인 단창술사, 바르사는 그날 밤 황국의 제 2황비에게 몰래 불려가 감사 인사를 받고 하나의 임무를 떠맡게 된다. 황자의 목숨이 위험하니 황자를 지켜달라는 요청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자를 지키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 바르사는 황자를 죽이기 위해 나선 한 무리의 암살자들과 맞서게 되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지만, 암살자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고 자신은 깊은 상처를 입고 만다. 지구와는 다른 설정의 이 세계엔 두 개의 달이 뜨고, 고불고불 이어진 논둑과 푸른 벼가 자라는 풍경 속에서 암살자 네 사람은 넓은 삿갓을 쓰고 황자와 바르사를 바라본다. 모자를 날리며 바르사에게 덤비는 그 장면은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인(홍콩 무협 영화나 용문객잔 시리즈와 유사했다)듯 훌륭하게 연출된다. 창과 칼이 맞닿을 때마다 그 박력이 전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바르사와 암살자의 움직임도 꽤 현실감 있다.

사연많은 호위무사들의 사연인지라 종종 이런 식으로 멋진 전투씬이 연출된다. 따뜻하고 정감있지만 무술 능력은 전혀 달리지 않는 여자 무사 바르사는 이 전투를 훌륭히 치뤄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영리하다.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이 극을 멋지게 이끌어가고 있다. 황자가 죽임을 당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바르사가 무사로서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황자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갈등하며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정령의 수호자'는 과연 누구를 일컫는 말일까? 그리고 과연 황자의 몸 속에 깃든 존재는 사악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 신요고국의 엄격한 황궁 분위기에 그 해답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슈발리에'의 가치관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정말 악인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 조차 실제 역사 속 인물인데 불구하고 정말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처럼 그려졌다. 한가지 스토리 상의 힌트를 주자면 이번 애니 '정령의 수호자'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악인은 없다. 신요고 황국의 황제는 그 커다란 제국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의 마음가짐으로 노력하고 있고, 성도사나 천문박사 슈가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 나라의 전설은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도 있을 만큼 충분히 대단하고 거창하다. 인간은 원래 악하지 않으나 오해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뿐이다.

'정령의 수호자'는 이런 전반적인 미스터리와 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주인공 황자, 타그무와 단창술사 바르사의 인간적인 유대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신의 업보를 끊고 싶어하는 바르사와 그의 야쿠 친구, 탄다, 바르사에게 도움을 받은 의남매 토야와 사야, 주술사 토로가이의 이야기가 하나의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어른이자 보호자인 바르사도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신성의 문제로 황궁을 탈출한 바리데기 왕자, 타그무 황자도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나간다. 정령의 수호자 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 까닭에 스토리는 정해져 있다(국내 출간).



개인적으로 2007년에 나온 애니 중에선 가장 수작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 설정, 음악, 화질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 감탄하고 있지만 역시  '가상의 공간'에 완벽히 적용된 일본식 풍습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는 동물들과 자연 환경까지 모두 다르지만 일본 애니에선 모두 일본 풍습을 따른다는 발상은 재미있는 일이다. 신요고 황국은 더군다나 중국 천자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일본색을 볼 수 없는 일본 애니는 몹시 드물다. 26에피소드 모두 평범하게 시청할 만하다. 엄격해 보이는 애니 속 풍경과는 정반대로 오프닝에서 사용하는 영어 가사의 음악은 L'Arc~en~Ciel(라르크엔시엘)이 부르고 있다.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감독이라고 한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 원작 만화와 박자가 달랐어!

ANIMATION 2008. 4. 16. 21: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릴 때부터 한국적 감각이나 상황에 맞는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몹시 기다려왔다. 그만큼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말할 땐 조심스럽다. 무조건적인 칭찬으로 '허술한 상품 팔기 전략'에 동조해줄 수도 없고 자세한 비교, 비판으로 '어차피 한국 애니는 안된다'는 식의 비하를 퍼부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닌자, 기모노, 사무라이 복장에 젓가락 드는 방식도 틀리고, 유머 코드까지 다른 일본식 만화를 한국이름으로 개명해서 방송한다고 한들 그 낯설은 정서가 내것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본 만화를 시청해 고급화질에 익숙해진 눈으로 아직 미숙한 실력을 보여왔던 한국 애니메이션 만 시청하기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애니를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답답한 문제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만화,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김민희)'를 매니악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걸 읽고 웃지 않은 사람은 본 적 없다. 2003년 7월부터 서울문화사의 만화잡지 'Sugar'에 연재되기 시작해 신인답지 않은 코믹한 재능을 엿보였던 김민희 작가의 센스는, 슈가에서 동시 연재된 히다카 반리, 스기우라 시호, 마츠모토 토모같은 일본 작가 보다 더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 서문다미같은 중견작가와 맞먹는 코믹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겉포장이 화려한 주인공들의 바보짓거리는 제법 사람들에게 오래 화자됐다. 아무리 소재가 다양하다고 한들 한국 순정만화 작가들에겐 끊을 수 없는 멋진 매력이 있다.

한국 만화계도 알고 보면 오랜 고난(?)의 역사를 갖고 있고, 애니메이션 시장은 여전히 그렇게 활성화된 편이 아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을 장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몇몇 애니메이션 제작센터들이 존재하고 '나롱이'나 '뽀로로' 같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들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선을 더 많이 잡는 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다수의 작품을 즐기고 평가하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한국만화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란 만화를 애니로 만든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심한 우려가 생겼던 건 그 동안의 개발 작품들을 지켜본 시청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반 채찍질반의 심정으로 더 엄하게 그 애니들을 평가하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작만화에 비해 강조된 캐릭터도 있고, 없어진 캐릭터도 있고, 없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주판알 튕기는 공주님, 유리엘이다. 다양한 시청자 층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엘과 반의 사랑에 큰 역점을 두었다. 덕분에 주인공의 성격 설정에도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제대로 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던 주인공 반왕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 만은 꽤 알찬(?) 캐릭터가 되버렸다. 유리엘의 아버지나 구혼자, 유리엘의 유모나 아라우네의 경우 역할히 강화되어 창조된 인물들. 26편의 긴 애니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도 몇가지 더 추가됐다.

이 애니는 기본적으로 왕자와 공주, 그리고 침략당해 멸망한 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왕자의 성장만화같기도 하고 전형적인 동화같기도 한 그 설정에 어울리게 왕자를 보필하는 어린 시녀와 나이많은 신하가 동반 등장한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약혼자였던 공주는 다른 나라에 시집가기 직전이다. 뭔가 비장하기도 하고 안타까울 것같기도 한 그 상황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반 로뎀하윈즈 차미도르 구뜨 릴리 루미안 르브바하프'라는 말도 안되는 긴 이름을 가진 르브바하프 왕국의 셋째 아들, 반 왕자. 도무지 왕위 계승과는 관련이 없던 인물이었기에 놀고 먹고 폼잡는게 인생의 전부였다. 나라가 침략을 받자 누나가 목숨을 걸고  탈출시켜준다.

그 왕자를 따라 쫓아온 신하는 만화책 표지에서 알 수 있듯 단 둘. 10대의 소녀 코나와 10세도 안되어 보이는 시안이란 인물이다. 뭔가 신비롭게도 알고 보면 시안은 70세가 넘은 고령의 정치가이고 코나는 아무도 감당할 자가 없는 놀라운 힘을 가진 소녀이다. 이 세 사람이 한 나라 산 속 오두막에 숨어 고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비장한 스토리 만으론 '코믹 포인트'가 어딘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만화나 애니를 시청하다 보면 이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는 주인공들 때문에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온다. 정신적으로 가장 멀쩡한 순으로 나열하자면 코나, 시안, 반의 순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능력으로 따져도 한가지씩 특징을 갖춘 두 명의 신하에 비해 반이 나을 것은 없다. 외모도 가장 멀쩡하고 신분이나 다른 조건도 가장 멀쩡해서 나라를 부흥할 책임을 가진 왕자이건만 하는 짓은 뭔가 들떠 있는 오두막 주인의 딸, 왕실매니아 클럽의 미카와 또띠로 별로 다르지 않다. 또 나이에 따라 가장 존중받을 것같은 시안은 항상 철없는 밥투정에 불평불만, 그리고 행동 때문에 하는 말들이 그다지 존경스럽지 않다. 믿음직한 사람은 오로지 제 할일을 제대로 해내는 코나 뿐이지만 말이 많은 건 나머지 인간들이고,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 그 나머지 인간들은 왕국 재건설에 성공해서 왕국을 만든다. 이 만화의 코믹 포인트는 바로 거기에 있다. 겉만 멀쩡해 보이는 것들이 속빈 강정처럼 살고 있지만 세상은 어떻게든 돌아가더라는 것(멀쩡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특이하게 한자성어로 각 에피소드의 제목을 짓고 있는데 과연 그 에피소드 내내 '끝까지 노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라는 격언이 성공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애니로의 스토리 변경으로 '주산알 굴리는 공주'와 '폼만 잡는 왕자'로 태어난 이번 애니는 '코믹함의 박자'가 원작 만화와 다르다. 러브 스토리가 강조됐다는 점은 대중성을 고려한 까닭이겠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애니로 만들어지며 변경을 거치는 건 당연하지만 대중성은 당연히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것도 구태의연한 부분이고 원작이 가진 풍자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중성을 고려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점도 아쉽다. 유리엘은 그냥 사랑이고 뭐고 보이지 않는 겉만 화려한 속물인게 낫지 않았을까?

반왕자역을 맡은 성우 김장씨는 한국 애니메이션 더빙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 원작을 보며 캐릭터를 분석하던 예전과는(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쿠루루역이나 달빛천사의 타토역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판 더빙을 자주 했었다.) 달리 캐릭터 분석에 애를 먹었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더빙의 경우 한국식 캐릭터 분석이 있곤 해서 원작과 전혀 다른 목소리 더빙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성우 일도 연기라는 건 상식이다) 유독 애니메이션의 경우만 원작의 텃세가 제법 강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국내 애니에이션이 적게 생산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같다.

아동용 시리즈 '나롱이'같은 것을 제작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브'. 26편짜리 르브바하프가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달려라 하니'를 시청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기대해볼 만한 수준'인 건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 즐겁게 읽었던 만화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을까? '나루토'의 이미지 대부분을 한국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아쉬워지는, 한국 애니에 대한 허기. 잠깐 동안 그 허기를 달랠 수 있었음에 반가웠다는 걸로 만족해야할 모양이다.


기사 참고 :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 투니버스 공식 홈페이지
http://sori-sarang.com/23
http://www.libro.co.kr



눈의 여왕(雪の女王) - 어른과 아이를 위한 안데르센 성장동화

ANIMATION 2008. 4. 14. 17:4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데자키 오사무의 애니메이션은 이 독특한 그림체로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중간에 삽입되곤 하는 정지화면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인상적인 한 장면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달리는 겔다와 카이의 모습이 눈에 익었다고 생각된다면 '베르사이유의 장미', '디어브라더', '내일의 죠', '감바의 모험', '보물섬' 등에서 한번쯤 본 구도이기 때문이리라. 어떤 의미로 신파적인 순정 애니메이션과 소년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만든 감독. 소년 만화의 경우 거친 역경을 이겨내는 소년들이 그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그림동화는 구전되어오던 전설을 동화로 옮겼기 때문에 그 본래의 내용이 몹시 잔인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 중에 '소문거리'가 되는 이야기들은 잔인하고 희귀한 이야기일 확률이 높으니 '신기한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감히 어린아이들에게 읽힐 만큼 무난한 내용은 아니었을 거란 이야기다. 안데르센의 동화들 역시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배고픈 상태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얼어죽었고 '분홍신'의 주인공은 교훈을 얻었으되 다리를 잘려야 했다. 외모 때문에 천대받아야했던 '미운오리새끼'는 눈물이 날 만큼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의 여왕의 주된 줄거리는 카이의 납치와 겔다의 고난이다. 모두 카이가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겔다는 카이가 살아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 어린 여자아이가 성숙해질 때까지 자신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생하는 내용. 카이, 칼, 니나, 요한느, 마틸다 같은 가족들이 애니메이션에 추가되었고 이외에 겔다의 여행에 음유시인 라기가 동행하게 된다. 어린 겔다를 어려움에서 구해주는 그의 역할이 애니메이션의 주된 이야기 중 하나가 된다.

체벌로 교육을 하고 아이들을 위한 것을 마련하는데 익숙치 않던 시절, 아이들에게 곱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 만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 안데르센이 동화를 만들던 시절엔 '어린이를 속이는 이야기'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동화란 것은 어떻게 정의하는 게 옳을까. 어른들과 똑같은 충격을 감당할 수 없는 어린이에게 어른 수준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은 가혹하다. 그렇다고 현실세계에서 같은 삶의 무게를 지고 살게될 아이들에게 꿈같은 이야기 만을 들려줄 수도 없다. 작가 안데르센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인지 동화 속에 슬픔과 기쁨을 골고루 섞어두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데르센 동화 중 가장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눈의 여왕'에서 겔다의 고난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키스로 얼어붙게 만들어 북극성으로 데리고 떠나간다. 얼음 궁전에 살며 겨울을 주관하는 아름다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간 이유는 '사악함' 때문은 아닌 듯 하다. 심장이 얼어붙은 카이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겔다는 북극성을 향해 어려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총 7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눈의 여왕'은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응용되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연인 카이와 겔다가 우연히 날아든 거울 조각 때문에 갈등하게 되고 눈의 여왕을 따라 카이가 사라진다는 내용은 발레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이미지의 '눈의 여왕'은 고난의 상징으로 또는 얼어붙은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겔다의 사랑을 찾기 위한 고난 이외에 '눈의 여왕은 대체 왜 카이를 데려갔을까' 그 이유가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중요한 갈등이 된다. 초반기의 많은 작품들이 악마의 장난으로 카이의 마음이 얼어붙었듯 눈의 여왕도 원래 사악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하곤 했지만 '눈'의 아름답고 순수한 속성 탓인지 최근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의 여왕'은 단순히 사악하고 마음이 얼어붙은 북극성의 주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신비롭고 자연에 가까운 존재다. 따뜻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성격이지만 위대한 겨울을 다스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위엄을 갖추고 있다. 원작의 묘사에 의하면 내리는 눈의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얼음 마차를 타고 달리는 아름다운 여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겔다는 겨울을 다스리기 위해 세계를 달리는 눈의 여왕과 마주치게 된다. 여왕이 그렇게까지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이 애니메이션의 미스터리가 된다.

여왕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는 스즈카제 마요라는 배우 겸 성우로서 초반 에피소드에서는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니다. 타카라즈카에서 남성역을 맡은 적이 있다는 이 성우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바람의 검심'의 히무라 켄신 역도 맡은 적이 있다. 겨울을 유지하는 얼음성의 여왕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성우 이외에 눈에 띄는 사람은 나레이션과 '라기'라는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나카무라 토오루'이다. 국내에서도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다. 낮은 목소리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이의 아버지 역을 맡은 구두수선공 칼의 역할도 배우인 타카시마 마사히로가 맡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착하고 다정하던 카이는 어느날 성격이 차갑고 삐뚤어지게 변해버렸다. 눈의 여왕이 사는 북쪽 끝의 얼음성, 그 얼음성의 큰 거울이 깨져서 전 세계로 흩어지는 바람에 그 거울 조각이 카이의 눈과 심장에 들어가버렸다. 퍼즐을 좋아하고 물건 만들기를 좋아하는 카이는 그 삐뚤어진 성격으로 겔다와 가족들을 가슴 아프게 만든다. 신비로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간 이유는 뭐였을까? 이미 답을 다 아는 동화 속 내용이지만 애니로 만들어지고 난 다음엔 역시 궁금해진다(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법도 하니까).


이미지출처 :
http://www3.nhk.or.jp/anime/snowqueen/



Cane - 사탕수수로 럼과 설탕을 만드는 쿠바 이민자들

DRAMA 2008. 4. 10. 10: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 알렉스 베가(Alex Vega, 알레한드로)는 쿠바 출신 이민 고아로 어릴 때 모든 가족을 잃은 뒤 뒤케 가문에 입양되었고 뒤케 집안의 딸인 이사벨과 결혼하여 뒤케 사업의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럼을 제작하는 뒤케사의 주인, 그리고 알렉스의 양아버지이자 장인인 판초 뒤케는 설탕산업을 운영하는 새뮤얼즈사와 미묘한 과거를 갖고 있는데 그들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알렉스가 그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가족을 보호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 가족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 경쟁사 새뮤얼즈 간의 음모, 쿠바인들의 전통과 미국식 생활 방식의 충돌을 대표하는 인물.

미국드라마 대부분이 개인주의를 추구할 것 같지만, 그래서 웬만한 드라마에서 모든 가족이 출연하는 모습을 보기 드물 것 같지만, 아직도 공영 방송에선 가족주의를 지향하는 드라마가 제법 많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Dirty Sexy Money(2007)' 경우는 '재벌가 가족'의 모습을 묘사하는 드라마이고 "Everybody hates Chris(2005)'는 백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흑인 가족 이야기이다. 사실 방송국에서 한두편 정도는 고정 편성하는 게 이런 류의 가족 드라마다. 한국에 소개된 외화 시리즈 중엔 'Wonder Years(1988, 캐빈은 12살)', 'Silver Spoons(1982. 아빠는 멋쟁이), 'The Cosby Show(1984, 코스비 가족) 같은 것들이 그 계보를 잇는다. 따뜻하고 사연많고, 아름다운 가족들 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판초는 쿠바의 전통을 고수하고 싶어하고 가족주의가 유난히 강하다. 아주 어린 아티 조차 쿠바 언어로 대화를 할 줄 안다. 재배 면적이 넓은, 사탕수수 밭의 추수를 기계식으로 하길 바라는 사위와 아들 앞에서 사탕수수를 손수 추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판초의 고집이 갈등하고 있다. '에탄올' 산업에 사용할 설탕 생산을 위해서 기게화를 해야한다고 고집하는 아들들, 그리고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딸과 아내, 아버지의 다툼이 네번째 에피소드의 주된 내용이 된다. 사탕수수 줄기(Cane)는 가족의 혈연을 뜻하는게 아닐까.

약간 시선이 다른 '혈연'이나 가족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대부(1972, The Godfather)' 계열이라고 불러야지 않을까 싶다. 가족주의가 넘치다 못해 고정된 형태를 지닌 특수한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이태리 출신 마피아 이야기를 다룬 'The Sopranos(1999)'라던지 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해 아메리카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그린 'Roots(1977, 뿌리)'같은 가족사는 다른 민족이나 지역에서는 감히 이해하기 힘든 그들 만의 정서를 묘사하곤 한다. 재벌가 이야기가 아무리 독특해도 뿌리의 가족사에 비하면 덤덤하고 평범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엔 의외로 이런 이민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을 법 하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판초 뒤케가 '뒤케 럼'을 알렉스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하자 판초의 친아들인 프랭크(프란시스코)와 헨리(엔리케)는 알렉스(알레한드로)와 갈등하게 된다. 가장 알렉스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는 프랭크는 알렉스를 뒤집고 뒤케 럼을 차지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판초와 관련된 '모종의 비밀' 때문에 사람(루이스 끼뇨네스)까지 죽이게된 알렉스 베가의 비밀이 과연 무엇일까. 반면 클럽 운영에 관심이 많은 헨리는 럼 사업에는 관심이 없지만 아름다운 마이애미 비치에 클럽을 새로 만들 자금이 필요해 알렉스와 부딪힌다. 우애와 충성을 보여줘야할 가족이지만 사위인 알렉스와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드라마 Cane에 이런 사전 설명이 필요한 까닭은 Cane이 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으로 건너간 쿠바인은 124만명이 넘는다고 하고 미국 플로리다에 다수 거주하며 이민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한 유대인'의 영향력과 그 크기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에서 1966년 제정된 '쿠바인 정착법(Cuban Adjustment Act)'으로 남미 국가 사람들 중 쿠바인 만이 유일하게 미국에 오면 영주권과 정착금을 지원받는다. 이런 여러 문제들은 쿠바와 미국 내 쿠바인들, 미국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념문제나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까지 섞여 쉽게 언급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만큼 이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오래 되었다.

이 초창기 쿠바인들은 어떻게 미국에서 성공했을까? 그리고 현재는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까? 드라마에서 성공한 미국내 쿠바 가족들은 '사탕수수(Cane)'을 재배해왔다. 넓은 땅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해 설탕을 만들고 럼을 만들어 사업을 성공시켰다. 미국 내 플로리다와 쿠바 모두 유명 사탕수수 재배지가 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인 두 가족은 한쪽은 '럼 제작'으로 한쪽은 '설탕 제조'로 성공한 집안이다. 이민 시절부터 이어진 이들의 갈등과 가족사가 주된 드라마 내용이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럼 사업을 이어가기도 하고 설탕 산업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그 숨은 사연이 범죄의 냄새를 물씬 풍기기도 하고 가족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생략할 것 같지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7살에 알렉스와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한 판초의 딸 이사벨(이자벨). 그녀는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있고, 임신 중이다. MIT에 입학하기로 했던 큰 아들은 대학을 그만 두고 미국인 레베카와 결혼하고 싶어하고 케이티는 종종 엑스터시에 취해 문제를 일으킨다. 이자벨은 큰 아들 제이미에게 종종 쿠바인들 만의 민족주의를 강요하며 미국인 연인이나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미국 내에서 살아가는 쿠바인들의 문제는 종종 이 드라마에서 시간을 할애하는 장면이다. 판초는 알렉스가 진정한 뒤케 집안의 일원이길 바라며 믿어주지만 다른 형제들은 가족 간의 충성심과 자신의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고 반목한다.

실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독한 술의 대명사 '바카르디(Bacardi)'는 19세기 때 만들어진 스페인계 쿠바인이 만든 주조 회사로 유명하다. 사탕수수(Candy Cane)에서 설탕을 만들고 그 찌꺼기인 당밀을 발효시켜 만드는 독한 술, 바카르디는 미국의 금주령과 맞물려 세계적인 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극중에 등장하는 '뒤케(Duque)' 가족은 바카르디의 역사처럼 쿠바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다 카스트로 혁명을 맞아 미국으로 이민왔고 남부 플로리다에서 주류 사업으로 성공했다. 같은 시기에 이민온 '새뮤엘즈 제당(Samuels Sugar)'는 설탕으로 성공했고 뒤케 집안과 어두운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밀수, 불법제조, 이민, 폭력, 권력 등 - 이민자들이 어려운 시절에 겪어야했던 모든 이야기가 현재 속에 섞여 있다. 아직도 종종 쿠바의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그들이 가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뮤얼즈가의 엘리스는 뒤케가의 사탕수수밭을 팔라며 프랭크에게 접근하고 연인 사이가 된다.  새뮤얼즈가는 뒤케가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저질렀고 지금은 엘리스를 동원해 음모를 꾸미고 이익을 가로채고 싶어하는 집안이다. 뒤케 집안이 쿠바 언어를 사용하며 가장을 향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반면 새뮤얼즈 집안은 기독교 집안으로 미국식 실리를 추구하는 가족이다. 가족 사업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은 똑같다. 수완좋은 엘리스는 프랭크를 만나 뒤케사 정보를 얻고 숨겨진 알렉스의 비리를 캐기 위해 뒷조사를 한다.

드라마 중간 중간에 쿠바인들의 이민, 과거의 장면들이 종종 묘사되곤 한다. 미국과 국교가 단절된 쿠바에서 다 부서져가는 뗏목을 타고 미국으로 넘어오다 생사 조차 알 수 없게된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실제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이민 후에도 언어 문제나 인종 문제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뒤치닥거리에 시달리는 그들의 삶이 묘사되기도 한다(막노동자나 갱단으로 일하게 되는). 주인공 두 집안은 주류 제조로 쿠바에서 이주할 떄 약간의 자본을 가질 수 있던 집단에 속하지만 고아였던 알렉스 베가와 다른 쿠바인들은 미국에 적응하며 고생한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의 영향력이 대단해 그들 문화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없을 듯 하다.

쿠바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직원들끼리 뒤케럼 제조사의 창립기념 파티를 열면서 쿠바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라마 제작자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혈연인지 국가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통인지, 미드는 유난히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들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들 만의 구심점(가장)을 인정하며 자신들의 뿌리를 이어나간다. 미국식 생활 방법으로 미국인과 혈연을 이어가더라도 사탕수수를 재배해 먹고 사는 가족임에는 변함이 없다. '가족'에 대한 모종의 환상이나 전형을 묘사하는 드라마랄 수도 있겠지만 특정 민족이나 지역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될 수도 있겠다. 일년 내내 온도가 일정한 플로리다 고유의 풍경, 넉넉한 파티와 아름다운 저택, 그곳에서 자라는 사탕수수와 멋지고 시원한 마이애미 비치 역시 드라마의 볼만한 장면이다. 혹은 종종 들리는 남미풍 음악이나 클럽 댄스 음악, Santana가 귀를 즐겁게 해줄 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s.com/primetime/cane/


Journeyman - 구름덮힌 금문교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DRAMA 2008. 4. 8. 17:4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릴 적 외화에서 본 샌프란시스코는 참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그곳엔 붉은 색 철로 만들어진 커다랗고 긴 다리가 있고 그 다리 주변을 가끔씩 구름이 덮고 있기도 하고 가끔은 바람이 불어 다리가 흔들리기도 했죠. 그 큰 다리를 건너 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드라마 속이지만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신기한 것 그것 뿐이 아니었죠. 유난히 한국어로 적힌 간판도 많았고(드라마 속에서 종종 읽을 수 있더군요) 지하철이 아닌 큰 전차들이 종소리를 울리며 도로를 달리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꽤 하늘이 맑아보였던 거 같기도 하군요.

미국은 영토가 넓은 까닭인지 각 주를 배경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가 드라마 주요 촬영지가 됩니다(Life나 The Closer같은 건 LA 드라마로 유명하고 SATC나 립스틱 정글은 뉴욕 드라마죠). 작년에 만들어진 드라마 중 Journeyman이  2008년에 오픈한 드라마 중엔 Eli Stone이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제작됐습니다. 시간여행을 테마로 만들어진 드라마, Journeyman에는 전차와 금문교의 모습이 일라이 스톤 보다 더 자주 등장하죠.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신문사에 있는 덕분에 사건 사고 소식을 아주 잘 찾아냅니다) 주인공 댄 배서(Dan Vasser)는 80년를 비롯한 90년대 초반으로 시간여행을 다닙니다. 시대 배경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까닭에 드라마가 특별히 고증에 신경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20년 전에나 지금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은 그대로입니다.


NBC 방송국의 2007년 기대작이었던 Journeyman의 오프닝.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표현되고 있습니다. 구름 속에 우뚝 솟은 골든 브릿지는 정말 길고 멋진 다리죠.

샌프란시스코의 역사도 오래됐지만 시간여행이란 소재로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도 오래됐습니다. 이미 영국엔 시간 여행의 최강자, 닥터후께서 계시고 80년대에 이미 '백투터퓨처' 시리즈로 시간이 많은 걸 바꿔놓는다는 SF 시리즈를 경험한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NBC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제작된 이 드라마 Journeyman은 시간 여행의 평범한 논리들을 크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어떤 원리로 과거에 여행을 간다던지 시간에 큰 변화가 생긴다던지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아주 손쉽게 과거의 어느 시점에 떨어졌다가 현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간여행'이라고 하기엔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적인 여행이 아닙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 과거 어느 시점으로 이동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르고 조절할 방법도 없죠. 과거 속으로 끌려가 '어떤 사건'을 목격하거나 해결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뿐입니다. 수도관을 고치다 과거로 갈 수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 중에 혼자서 사라져버릴 때도 있죠. 가끔은 잠자다 깨어 보니 과거의 어느 시점일 떄도 있습니다. 속옷 차림으로 잠자다 낯선 공원 바닥에서 '80년대 음악'을 들으며 깨어나는 기분은 어떨까요? 그렇게 부러워할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Kevin McKidd(캐빈 맥키드)가 맡은 역할 댄 배서는 그렇게 시간 여행에 이용당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댄 배서는 왜 시간여행을 하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과거에 만났던 인물 정보를 아이폰이나 구글서치로 찾아내어 과거를 짐작할 수는 있어도(구글링은 과거 인물의 현재 상태를 알아내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그 이유를 찾아낼 시간을 가질 법도 하건만 에피소드 6화가 끝날 때까지 거의 단서가 주어지지 않죠. 다만 시간 여행 도중 과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날 댄 배서의 약혼자 리비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게 됩니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리비아는 비행기 폭파직전 어딘가로 시간여행을 가버렸습니다.

자신을 방황하게 만들었던 소중한 과거의 존재, 과거의 약혼녀란 사실이 중요할 법도 하지만 댄 배서는 또 맘놓고 그녀를 반가워할 수 만은 없는 처지입니다. 이미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고 있는 댄은 자신을 믿어주고 일으켜세워 준 현재의 아내 케이티를 절대 배신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형제, 잭의 애인이었던 케이티, 그 케이티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면 리비아에게 흔들린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시간여행으로 흔들리는 댄의 가정과 현실을 바로잡아주는 인물이 아내 케이티입니다. 과거의 연인을 염려하는 잭에게 케이티는 댄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댄과 리비아는 한때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이 행복한 시간 동안 현재의 아내 케이티와 댄의 형제인 잭 역시 연인 사이였죠. 리비아가 죽은 줄 알고 방황하던 시절, 댄을 도와준 케이티는 댄의 아내가 됐고 댄의방황하던 날을을 알고 있는 잭은 케이티의 결혼생활을 염려하는 미묘한 관계가 되고 맙니다. 리비아 역의 '문 블러디굿(Moon Bloodgood)'은 'Day Break(2006)'에서 전 남편의 직장동료와 결혼하는 미묘한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댄은 자신의 직감대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바로잡거나 고칩니다 - 그러니까 사람을 살리거나 사건을 막아냅니다. '12 몽키스'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과거로 보내진 전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직감대로 '바꿔야할 일들'을 찾아냅니다. 보통은 그렇게 크게 애쓸 것도 없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임무'가 되버리죠.  그리고 과거의 상징인 것처럼 리비아는 그의 임무 사이사이에 나타나 그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에게 시간여행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케이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댄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케이티는 두고볼 수 밖에 없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ROME의 백부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보레누스, Kevin McKidd는 '트레인스포팅(1996)' 등으로 배우활동을 시작해 진지한 역할을 자주 맡는 연기파 배우입니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신기한 설정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Day Break'에서 주연을 맡았던 Moon Bloodgood(문 블러디굿) 역시 드라마 쪽에서는 잘 알려진 스타입니다. 모계 쪽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기사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의 주연을 맡는다는 행운이 반복되긴 힘든 편인데 두해 연속으로 메인 타이틀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두 드라마 모두 13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드라마가 됐군요.

NBC 방송이 2007년 가을 미드 시즌 오픈 시 기대작으로 밀었던 드라마인데다 프로모션에 많은 힘을 기울였기 때문에 무난히 2시즌까지 방영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여행이란 소재가 의미없이 반복된 탓인지(시간여행 보단 개인의 고난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액션이나 미스터리의 흡입력이 약했던 까닭에 시청률이 낮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는데도 방영 중 캔슬 논란이 있었으니 알만한 문제죠. 시청해본 사람들은 특이하게 모두 추천하는 편입니다. 시간여행 원리나 비밀이 복잡한 내용이 아니라서 가볍게 볼만하거든요. 드라마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생활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nbc.com/Journey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