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ages - '진실'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DRAMA 2007. 11. 19. 06:18


드라마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고, 미스터리하다.

뉴욕의 아침, 반쯤 옷이 벗겨진 젊은 여자, 그녀의 손과 몸은 피로 뒤범벅이지만 겁에 질리고 당황한 그녀는 코트 하나 만을 걸친 채 거리로 나선다. 남의 눈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뭔가 상당히 급한 듯 하다. 무단 횡단하던 거리에서 멈춰서는 그녀. 그런 그녀는 이내 경찰에게 신원을 확인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마는데.. 변호사 사무실 명함 만을 가진 그녀는 어떤 사연으로 그런 차림으로 누굴 찾아 거리에 나서게 된 걸까?


드라마 Damages의 시작은 그렇게 다소 과격하다.

그리고 에피소드를 이어갈 수록 시청자의 호기심을 쉽게 해결해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얽히고 섥힌 그들의 관계과 사건의 진실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드라마를 한주 한주 기다려 시청하는데 소질이 전혀 없거나 미스터리한 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숨이 막혀서 보기 힘든 드라마가 아닐까 한다.

그 여자주인공 Rose Byrne(극중 이름 Ellen Parsons)의 등장이 그렇게 파격적이었지만, 드라마는 그 사연을 전혀 설명해 주지 않은 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버린다.

법대를 졸업한 신출내기 변호사 엘렌 파슨스는 유명 변호사 회사에 높은 임금을 제안받아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변호사 로펌으로서는 훨씬 유명한 Hewes & Associates에서도 면접 제안을 받아둔 상태이다. Patty Hewes가 대표로 있는 그 회사에서 제안한 면접일은 그렇지만, 엘렌의 언니가 결혼하는 날이다. 포기한 면접을 아쉬워하는 엘렌, 그러나 결혼식 파티에 패티 휴즈가 나타나 자신을 고용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막대한 재산을 가진 CEO인, Arthur Frobisher에 대한 소송에 엘렌을 참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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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엘렌에게 패티는 은중에 엘렌의 우선 순위를 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곤 하는데.. 대체 어떤 목적으로 패티는 엘렌을 입사시킨 걸까?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톰을 그녀가 보는 앞에서 해고해버린 걸까? 여러가지 패티 휴즈에 관한 미스터리가 드라마를 시종일관 지배하고 있다.

Taking power away from a man is a dangerous thing.

최근 미국 FX 채널에서 몹시 인기를 끌어,  2, 3시즌 주문을 마친 미국 드라마, Damages(이하 데미지스)에서 주인공 Patty Hewes(Glenn Close)가 내뱉은 말이다. '남자에게 힘을 빼앗는다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이 문장을 자신의 보디가드에게 내뱉은 얼마 후, 패티의 편은 크게 다치고 아들을 폐쇄된 고등학교에 강제로 보내버린다.

주인공 패티 휴즈는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그녀는 정의를 위하여 일하는 듯 언론에 비춰지기도 하고, 무패의 신화로 비춰지기도 하며 가장 합리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결하는 듯 보이는 잘 나가는 변호사이다. 연기 잘하는 여배우 몇손가락 안에 들고도 남을 Glenn Close의 열연은 보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기도 하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저렇게 남들 모르게 자신의 속셈을 들키지 않고 일을 처리해 나갈까?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1947년생 Glenn Close, 한국 나이로 환갑인 그녀의 연기력은 부족함이 전혀 없다.

1988년 주연했던, '위험한 관계(Dangerous Liaisons, 1988)'의 백작부인을 연기해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는 수없이 많은 수상경력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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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훌륭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들었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에서 메릴 스트립이 맡았던 미란다와 새내기 사회인이었던 앤디(앤 헤서웨이)의 관계는 다분히 스승과 제자로서의 성격도 갖추고 있단 사실을 모두 기억할 거다. 메릴 스트립은 악마적으로 앤을 괴롭히기만 한게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일을 하는 목적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녀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 같은 것을 차분히 연습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유없는 괴롭힘 만은 아니란 이야기다.

1시즌이 종류하는 지금에서도 드라마 데미지스는 여러 방향의 실마리를 푸는 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이 어린 사회초년생에게 패티 휴즈가 어떤 감정을 가졌느냐 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은 궁합이 잘 맞는 선배와 후배가 될 수도 있다. 묘하게 꼬이고 복잡한 미끼들이 아닌가?

하지만 가장 큰 미끼가 되는 이야기는 드라마의 제목인 'Damages'가 아닐까 한다. 손해배상금을 뜻하는 그 단어는 주인공 패티 휴즈가 CEO인 Arthur Frobisher에게 걸고 있는 소송의 손해배상을 연상시킨다. 과연 아무 죄없는 아서에게 쓸데없이 소송을 걸어 이익을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정말 아서를 철저하게 몰락시키는 것이 정의일까? 거액의 보상금이 걸린 그 상황에서 누구도 적이 될 수 있고,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과연 거액의 돈을 위해 얽히고 섥힌 고리가 이 드라마의 방향이 될 것인까? 끝까지 지켜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을, 그 드마라의 종결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post-gazette.com/pg/07295/827316-42.stm
http://www.tvguide.com/celebrities/glenn-close/photos/152292/4


Dirty Sexy Money - 달링가 가족의 이야기

DRAMA 2007. 11. 17. 20:16


티브이판 미니시리즈 드라마 로스트룸(2006)에서 주연을 맡았던 피터 크라우즈(Peter Krause), 그리고 로스트룸에서 피터 크라우즈의 딸 역할을 나오는 엘르 패닝(Elle Fanning)이 Pilot으로 제작했던 드라마인 'Dirty Sext Money(더티 섹시 머니)'에 함께 출연했었다. 미국 드라마 시장에선 Pilot 한편으로 투자와 제작 진행이 결정되는 까닭에 Pilot 한편으로 드라마가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 꽤 오래전에 찍혔던 Pilot이었던지 그 사이에, 엘르 패닝의 스케쥴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더티 섹시 머니의 Episode 2에서 부터는 Elle Fanning이 맡았던 Kiki George는 Chloe Moretz로 교체된다. 로스트룸의 아름다운 부녀 콤비를 다시 보길 원했지만,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일단 아쉽다.한국에는 예전에 외국의 '집사'에 해당하는 한 집안의 직책이 있었는데, '마름'이라는 계급이 그것이다. 조선 후기나 일본 강제 점령기 시기에는 이 마름의 인격이 한 마을의 고난을 결정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소작농이나 하인들의 생활을 좌지우지하던 사람들인데 땅주인 보다도 마름이 훨씬 밉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지주의 편에 붙어 활약하던, 지주들의 가신 역할을 했다고 할까?

우리의 가신 개념과는 좀 차이가 많이 나지만, 외국에도 물론 이런 한 부자 가족의 뒷치닥거리 역할을 하는 직업들이 종종 있다. 가족 변호사, 주치의, 생활관리사, 혹은 아까도 거론된 집사같은 직업군들은 한 가족의 생활과 편리, 그리고 충돌들을 모두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사고친 부잣집 망나니 아들래미 보다는, 그 뒷수습하는 똑똑한 변호사가 더 미운 경우도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이런 가족 변호사가 피터 크라우즈가 맡은 'Nick George'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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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Feet Under와 The Lost Room 등으로 한국팬에게도 널리 알려진, 피터 크라우즈는 가장 최근 출연작이던 로스트룸의 형사와는 달리 몹시 깔끔한 외모로 등장한다. 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수염되 제대로 깎지 않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뉴욕 최고의 재벌 가문인 Darling가(家)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는 그는 매우 깔끔한,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다.

New York의 물질적인 풍요와 복잡함을 자주 화면에 등장시키는 이 드라마의 첫 시작은 한 똘똘해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의 고난이다. 뉴욕 최고의 부자 달링가의 가족 변호사 역을 맡았던, 아버지 데블린 죠지는 속어로 달링가의 '뒤나 닦아주는' 변호사 활동에 너무 열심히 임한 까닭에, 어머니 클레어와 헤어지게 되었고, 주인공 닉은 그런 바쁜 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라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가족 변호사 일을 하던 아버지가 비행기가 추락하여 사망해버리고, 그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달링가 변호사 역을 맡는게 이 드라마의 오프닝이 된다. 매트릭스의 멋진 엔딩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달링가 재벌들은 줄줄이 아버지 데블린 조지의 장례식에 리무진을 타고 등장하고, 정작 아들인 닉 죠지의 가족은 장례식장에 입장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그 가족, 달링가 사람들은 그렇게 모여든다. 아버지처럼, 그 가족의 뒤를 딱는 일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보지만, 아버지의 석연찮은 죽음이나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수입 때문에 덜컥 변호사 자리를 수락하는 닉 죠지. 그러나 이 골치덩어리 가족들이 일으키는 사고는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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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pp Darling (Donald Sutherland) : 달링가의 가장. 이 모든 골치덩어리들의 아버지이며 재벌가의 총수이다. 가족을 무슨 일이 있을 때(장례식이나 사진촬영 때) 모아서 한꺼번에 얼굴 보길 좋아하고, 예정된 케이스대로 가족들이 잘 살아가는 것도 바라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말그대로 여러 분야의 빅브라더이다. 한편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이 총수는 자신 만의 일처리 방식이 있어서 모든 일을 조용히 드러내지 않게 지시한다. 교묘한 수단으로 닉을 이 가족에게 끌어들이는 사람.
 
▶ Letitia Darling (Jill Clayburgh) :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 가족의 어머니 레티샤는 남들 보기에 교양있고 사랑받는 가족의 엄마 역할을 잘 수행하는 편이지만, 다투는 아이들 앞에서 비싼 도자기를 깨버릴 만큼 과격한 면모도 있다. 데블린 죠지와 모종의 비밀도 있는 듯한 그녀는 자식들을 몹시 아끼고 데블린의 자녀인 닉도 아낀다.

▶ Patrick Darling (William Baldwin ) : 상원의원 선거에 나가기 직전인 달링가의 장남이지만,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도 있다.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 파티에 찾아온 금발의 미녀로 인해 수난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금발의 미녀'를 닉에게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 바보스러운 면모도 보이는 그.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는 이 겉만 멀쩡한 정치인도 문제아다.
 
▶ Karen Darling (Natalie Zea) : 어린 시절 닉을 몹시 사랑한 이 집의 큰 딸, 카렌은 이혼전문가라고 할까? 현재 4번째 결혼상대자(골프 선수)를 골라둔 상태이다. 워낙 결혼 상대자가 많았던 까닭인지 부모들은 자신의 배우자감인 프레드를 정식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물론 결혼 전이기도 하지만). 닉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자주 거론하고, 전화질 해대는 바람의 닉의 아내가 카렌을 껄끄러워 한다. 닉을 곤란하게 만들기로 예정된 사고 뭉치.
 
▶ Rev. Brian Darling(Glenn Fitzgerald) : 무려 목사님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 달링가의 아들은, 장담하건데 드라마에 등장한 목사들 가운데서는 성격이 가장 못되어 처먹었을 지도 모른다. 닉에게 사사건건 인격모독을 하고 시비를 거는 이 모자란 남자는 꼴에 숨겨둔 아들까지 있다. 그 아들을 명문 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닉을 괴롭히기도 한다. 첫등장부터 상태가 안 좋은 이 목사님은 왜 목사가 된 걸까?
 
▶ Juliet Darling (Samaire Armstrong) :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연기는 못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뒷돈을 대준 아버지 덕에 무대 공연에 출연하기로 했었지만 워낙 연기를 못해서 곧 관두고 만다.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도 없고, 집을 나간다고 하면서도 아버지가 돈을 대준 호텔방에서 머무는 것일 뿐인 이 철없는 아가씨는 혼자설 능력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이는 자기 인생을 서러워하는 철딱서니 이기도 한다. 제레미와 쌍둥이이다. 거의 패리스 힐튼이 모델이 된 역할 같다.
 
▶ Jeremy Darling (Seth Gabel) : 줄리엣과 쌍둥이이고 시스터 컴플렉스에 걸린 듯한 어린 제레미는 적당히 놀고 적당히 즐기고, 연예계와 인연도 있는 남자이다. 저스틴 팀브레이크라던지 에단 호크같은 유명한 배우들 이름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까메오로 출연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곡도 하고 뭔가 일에 몰중하는 거 같기도 한데 정작 뭘하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이 드문 듯하다. 만만치 않은 철딱서니이지만 기본적으로 닉에게 호의가 있고 착하다.
 
▶ Lisa George ( Zoe McLellan) : 닉 죠지의 아내인 리사는 카렌이 닉에게 너무 친하게 굴고 시간을 가리지 않고 닉에게 전화를 해대는 통에 신경쓰이고 화가 나지만, 그 자체를 가지고 남편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달링가의 인간들은 워낙 개념이 없으니 말이다. 다만 그 가족의 변호사 일을 하는 남편에게 몇번이나 다시 생각해 보라고 이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설득하길 그만두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남편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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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 12살 - 추억은 영원히 그 자리에

DRAMA 2007. 11. 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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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족 사진, 그리고 오래된 추억 속의 노래, 오래된 티브이 프로그램이나, 오래된 친구들의 사진. 기억이라는 건 항상 선명하지 않지만, 완전히 잊혀지지도 않고, 완전히 지워지거나 하는 물리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희미하게 남아서 사람을 웃음 짓게 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게 하기도 하고, 추억에 젖기도 하지만,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냥, 예전에 일어난 일이다.

10년전의 일을 어찌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노래를 듣거나, 다시 불러 보고 그때의 비디오를 되돌아보는 일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전, 또 그때로부터 거의 20년전의 일을 회상하듯이 만든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가 바로 'The Wonder Years' 즉 '케빈은 12살'이다.

1988년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는 그 다음해인 1989년에 방송될 정도로 빨리 수입되었고, 아이들에게도 무해한 드라마로 인정된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The Wonder Years'의 팬층은 상당히 두꺼운 까닭에, 그 검색어로 미국의 http://www.yahoo.com' 을 뒤져보면, 수없이 많은 드라마의 사진들이 검색되고, 그때의 주연 배우들은 성장한 이후에도 이 검색어를 벗어날 수가 없다. 여전히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케빈 역의 프레드 사베지나 위니 역의 다니카 맥켈러는 아직도 The wonder years의 그 배우였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심지어는 Stuff지의 성인 모델로 예전의 모습을 조금도 상상할 수 없었던, 다니카 맥켈러의 사진에서 조차 그 아역배우였다는 수식어는 빠지지 않는다.

다만 배우를 이제는 그만 둔, 현직 변호사인 폴 역의 조쉬 사비아노 정도만 언론의 관심을 벗어났다고 할까? 그 역시 가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그들이 출연했던 드라마의 추억이란 것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케빈과 위니의 남동생, 그리고 여동생은 케빈은 12살이라는 드라마에 몇 에피소드 같이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형제 및 자매가 함께 출연하다니 다코타 패닝, 엘르 패닝 자매 저리 가라다), 케빈의 4살 어린 남동생은 그것도 모잘라, 케빈 시리즈 이후의 청소년 가족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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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일어난 일들은 당황스럽다 못해 난감하기도 하다. 할일없어 보이고 아무 생각없이 동생이나 괴롭히는 형은 가끔 의외의 순간에 어른이 되어 있고, 그냥 이웃의 안경낀 어린아이였던 소녀는 훌쩍 자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마음을 희롱한다.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던 많은 일들이 변하는 날들, 말 그대로 The wonder years이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60년대의 추억을 회상하는 어른의 말장난 정도로 기억되는 부분도 많았었는데, 그건 배한성씨라는 성우의 목소리가 너무나 강렬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이 드라마는 케빈의 당황스러움과 변화가 강조된 청소년 드라마였고, 성장 드라마였다.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이 드라마의 오프닝은 이 노래였다고들 하는데, 사실 긴 생머리의 웃는 모습이 놀랄 만큼 예뻤던 위니의 얼굴, 그리고 귀엽고 어리게만 보이던 케빈의 모습을 보느냐 노래 따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들어보니 60년대 풍의 당시로서도 몹시 오래된 노래였었다. 내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그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를 넘긴다는 뜻일까? 조 카커의 목소리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드라마 자체가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은, 이 노래가 몹시 그립다. 아마 수없이 많은 전 세계의 케빈들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린 위니들을 기억하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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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모든 것을 잃고 새로 얻은 삶

DRAMA 2007. 11. 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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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시장에선 먼 곳에 사는, 우리가 알 지도 못하는 수많이 많은 드라마들이 방송되었다 사라지곤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즌 오픈 시기가 되면 새 드라마들은 사장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청자들은 그만큼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율에 따라 어떤 드라마는 긴 생명력을 가진 장기 연재 드라마가 될 수 있고, 어떤 드라마는 단기 매장되는 짧은 미니시리즈가 되버리기도 하고, 어떤 드라마는 발표 기회 자체를 얻지도 못한다.

장기 시리즈로 계획되었다가 종료된 드라마 중에는 'Raines', 'Firefly'같은 것들이 있다. 드라마 자체의 생명력이 부족하다고 하기엔 몹시 안타까운 드라마들이지만, 이미 종료된 시리즈들이다.

'Bionic Woman', '30 Rocks', 'My name is Earl', 'Heroes', 'ER', 'Chuck', 'The Office', 'Journeyman' 등의 수없는 인기 드라마를 방영 중인 미국 NBC 방송국은 이런 드라마의 사장에 깊이 관여하는 메인 방송사이다.

이번 가을 시즌에 NBC가 소머즈의 리메이크 드라마인 Bionic Woman과 함께 내놓은 드라마가 바로 "Life'이다. 현재 13에피소드까지 촬영된 이 드라마는 극의 내용에서 처럼 드라마로서의 '삶(Life)'을 얻을 지 얻지 못할 지 기로에 서 있다.

그렇게까지 쇼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몹시 흥미로운 Flashback으로 오픈하는 이 드라마의 설정은 이렇다.

'life was his sentence, and life is what he got back.'

주인공은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삶을 돌려 받았다'라는 것.
1995년에서 2007년까지 펠리컨 베이 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던 형사, Charlie Crews는 그가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 무죄(증거없음)를 선고 받고 12년 만에 막대한 보상금을 받은 뒤 자신의 근무지였던 'LAPD'로 복귀한다.  경찰로서 감옥에 갔던 까닭에 다른 동료 죄수들에게 상처입어 입소한 지 1시간 만에 241바늘이나 꿰매는 대수술을 받기도 했고, 그 뒤로도 생명을 위협받을 만큼 심하게 얻어맞기도 했다. 감옥에 수감된 사이 아내는 이혼서류를 보냈고, 그가 감옥에 있던 사이 세상은 놀랄 만큼 변해버렸다.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 더 이상 경찰 생활을 할 필요는 없지만 경찰로 복귀한 찰리. 그는 새로 생긴 휴대폰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불안정하다. 다른 부분에서도 현실적응 능력은 몹시 떨어져 보이는, 슬프고 복잡한 눈의 이 남자가 삶에 적응할 수가 있을까? 그런 그에게 삶은 햇빛을 보여줄 것인가? 그런 상태의 그가 '경찰'에 복귀해서 수사에 전념한다면?

이 드라마는 이 상황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듯한 시선 처리로 끌고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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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찰리 역의 데미언 루이스는 1971년, 영국 St. John's Wood에서 태어났다.  드라마 쪽의 경력은 다수 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얼굴을 알린 건 2001년에 출연한 미니시리즈 'Band of Brothers'이다.  길홀 뮤직학교를 졸업했고, Royal Shakespeare Company에서 무대 배우를 한 적도 있다는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이다.
 
감옥에서 달리 할 일 없이 책을 읽고, 남들이 알아듣지 못할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버리고 간 부인에게 약간의 원망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날카로운 수사감각이나 편집증 섞인 성격을 지닌 형사 찰리 크루역을 소화하고 있다. 초반에 격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거나 하진 않지만,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어눌한 표정이나 의사소통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 재빠르게 말을 뱉아내곤 하는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몹시 슬퍼 보이는 그 눈도 그의 역할에 크나큰 일조를 하는 것이 사실.
12년간 감옥에서 동양의 도(zen)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읽고 또 읽기도 했던 그는, 감옥에서 나와 정말 잘나가는(?) 좋은 차를 끌면서 경찰생활을 하며, 무시받던 죄수에서 무서울 것 없는 경찰로 변신하기도 한다(심지어는 전부인과 결혼한 남자의 딱지를 끊기도 하는 파워). 그 동양적인 유머로, 몹시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경찰서 일을 처리해내는 그는 최근 유행하는 단어를 몰라 파트너에게 묻기도 하는 웃지 못할 모습도 보인다. 그가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스펙터클한 삶 역시 유머의 코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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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상관이자, 동료 그리고 파트너로서 일하게될 LAPD의 Dani Reese 역을 맡고 있는 Sarah Shahi 역시 눈길을 끌게 하는 배우이다. 무능하지 않고 조사도 잘 하는 형사이지만 약간은 못마땅한 찰리를 데리고 다니며 현실의 삶에 적응을 시켜야하는 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비밀스런 설정에 의해서 찰리가 감옥에 간 이유는 그녀와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물론 그녀 자신이 직접적인 이유를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찰리 역의 데미안 루이스와 함께 매 에피소드 마다 출연하고 있다.
 
'The L Word', 'Supernatural', 'ER', 'Alias', 'The Sopranos' 등 알만한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던 그녀는 몹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노련한 배우이다. 1980년 생으로 텍사스 출생이다.
 
LIfe는 범죄수사물이면서, 미스터리극이다. 그가 왜 감옥에서 12년을 살게 된 건지 비밀을 밝히거나 복수하는 내용도 일부 포함될 예정이고(소위 미끼가 될 것이다) 감옥에서 살다나온 그가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극복하는, 인간적인 성장과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도 포함될 것이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들도 묘사할 것이다. 바로 Life이다. 잔잔한 시선의 흥미로운 수사물이 아닐까 싶다.
현재 방영된 에피소드까지 대체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2시즌 주문은 무난하리라 여겨지고(미국내 시청률은 사실 실망할 수준일 때도 있지만, 시청자의 반응이 대체로 좋은편이다, tv.com), 또 삽입된 OST들이 드라마와 적절히 어울려 꽤 인기가 좋다. 드라마 삽입곡들이 인기가 있는 만큼 알아보기도 편리하니 찾아보아도 좋을 듯 하다.
 

 

스크랩드 프린세스 - 세계를 구하는 버려진 공주

ANIMATION 2007. 11. 10. 20:48


New type이 발간한 소설을 NT 소설이라고 한다는 걸 아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스크랩드 프린세스(スクラップドプリンセス, Scrapped Princess) 역시 NT 소설로 출발한 애니메이션이다. 소설이라는 쟝르의 특징상 주변 세계에 대한 설명이나 상황 설정 등이 약간은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도 한데 애니메이션으로 변형되면서 이 소설 역시 많이 축약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채운국 이야기' 등이 애니메이션에서 뭔가 변화된 모양새로 변하는 것을 자주 본 독자, 시청자라면 아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쟝르의 최고 소설 중 하나인 '반지의 제왕' 그리고 '얼음과 불의 노래' 등의 소설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우리가 현재 사는 것과 같은 공간을 'Earth' 즉 지구라고 부른다고 한들 절대로 지금의 지구와 '가설'이 같은 공간이 아닌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스크랩드 프린세스 속의 지구, 세계 역시 가설로 뒤덮혀 있다. 고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악마 브라우닌과 신인 마우젤의 싸움 결과로 마우젤교라는 단 하나의 종교를 가진 지구로 변했고, 가끔씩 등장하는 지구의 지도는 현재의 지구 지도와 뭔가 뒤집어진 상태로 바뀌어 있다. 신이라는 존재는 뭔가 지나치게 강력해서 종교 지도자에게 직접 신탁을 내리기도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지구의 미스터리는 등장인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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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라든지 과학 기술같은 것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인간으로서 무한한 신과 같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는가 하면, 보기만 해도 놀라운 커다란 용이 오천년전의 인간이 만든 과학의 산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평범해 보였던 소년 소녀의 이야기가 이런 판타지로 발전하는 걸 보고 나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변신 능력을 갖춘 존재도 나오고, 이교도 관찰관이라는 특이한 존재도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속의 신의 존재가 과연 어떤걸까 생각해보면 미스터리가 풀린다. 폐위공주라는 어감 탓에 사랑과 배신 등의 인간관계로 스토리가 풀릴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패턴으로 모든 이야기를 끌고가지 않는다. 상당히 특이한 설정과 관계들로 인해 매 에피소드 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가볍게 보기 시작해서 끝내는 환호성을 지르게 만드는 종류의 애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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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시피카 카슬 : 주인공인 그녀는 한 나라의 공주였으나 16세가 되면 세계를 멸망시킨다는 신들의 예언 때문에 태어나자 마자 폐위되었다. 원래는 죽을 목숨이었던 그녀를 그녀의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된 유마 파슬 살려주는 바람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16세 생일을 앞두고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몹시 낙천적인 성격이고, 목욕을 좋아하는 개구장이 소녀이지만 능별한 능력을 갖추지도 않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순정 만화 속의 얌전하고 보호받기만 하는 공주님도 아니지만, 그녀 주변엔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사람들(가디언)이 많다. 딱 한번 눈물나는 사랑도 하고 어머니도 만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린다.

* 샤논 카슬 :  파시피카의 양오빠로 자란 샤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파시피카를 지키고 싶어한다. 알고 보면 검술 능력이 탁월한 무사이다. 라크웰과 쌍둥이이고 파시피카의 타고난 가디언. D-나이트, 즉 드래곤의 기사로서 제피리스를 만나지만 발키리들의 호감을 받기도 한다. 오천년전에 타고난 파시피카와의 인연도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코드인 여동생을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거나 하진 않는다. 깔끔해서 좋은 부분.


* 라크웰 카슬 : 역시 파시피카의 양언니로 샤논과 쌍둥이. 말도 점잖게 하고 샹냥하고 부드럽지만 한번 화나면 말릴 수 없는 능력의 마법사이기도 하다. 냉정한 판단력과 상식을 갖춘 머리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전투할 때는 제법 무서운 면모도 있다. 파시피카와 샤논을 몹시 아끼고 보호해준다. 샤논과 마찬가지로 전생에서부터 파시피카와 얽힌 가디언이지만, 자신의 남동생이나 여동생과는 달리 러브라인이 전혀 없다.


* 제피리스 :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해서 어려움에 처한 3남매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오천년 전에는 자신과 같은 형태의 존재들이 아주 많았노라 말한다. 나탈리를 포함해 단 두 기가 남았을 뿐이다. 원래의 정체는 D-나이트와 동화되어 전투하는 드래곤으로서 오천년전의 주인의 명령에 의해 생존했지만 또다른 주인을 기다리며 살아남았다. 스스로 움직이는 드래곤 발키리들과 비교당하는 건 거부하는 존재들이다. 냉정한 판단력, 멋진 전투상황, 소녀의 외모 등으로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무엇 보다 샤논을 몹시 따르는 그 모습이 인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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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www.yale.edu/anime/imgarchive/Scrapped%20Princess/group-pic.jpg

http://www.ednevnik.si/?w=conchracuss&category=anime

Traveler - 알 수 없는 진실을 향한 여행

DRAMA 2007. 11. 10. 00:06


ABC 방송국에서 2007년 5월 방영되기 시작해서 아쉬움 속에 8부작으로 막을 내린 미니시리즈 드라마.
초반의 몰입도 덕분에 시즌2로 이어지는 장기 연재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했지만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종료해버린 드라마이다.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1시즌으로 종료한 까닭은 시청률 탓으로 속칭 '잘린'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복잡한 드라마의 종결은 뭔가 허무한 구석이 있다는 평이지만..
(수십편짜리 이야기를 8편에 압축시켰으니 결말이 엉성할 수 밖에.  감독도 그런 이유로 뒷편에 이어지려던 스토리를 팬사이트에 적어뒀다고 한다. 상당히 복잡하고 스케일이 큰 드라마라고 한다.)
초반의 몰입도와 운영방식은 전혀 아쉽지 않은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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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 생활의 마지막 2년을 같은 집에서 함께 보낸 친구 Jay, Tyler 그리고  Will은
졸업을 앞두고 한달 동안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여행 첫날 New York에서 시작한다.
다음날 뉴욕에서 유명하다는 박물관에 들린 세 사람은 기억에 남을 만한 장난을 하기로 하고
박물관 꼭대기에서 아래층까지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누가 가장 빨리 내려오는 지 내기한다.
Will은 그들의 경주를 캠코더로 녹화하기 시작하고..
그러나 그들이 박물관을 떠난 지 몇초 후.. 자리에 내려와 있기로 한 Will은 그 자리에 오지 않 고 전화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박물관은 큰 소리와 함께 폭파해버리고 만다..
우연히,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장난을 쳤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FBI와 경찰에 연락해서 자신들은 범인이 아니니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Will이 자신들의 누명을 벗겨줄 것이라 생각해 보지만, 누군가 이미 자신들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한 상태였고 Will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은 이라크 전과 관련된 인물들로 테러의 누명을 쓰기 좋은 상태..
어딜 가도 의심을 피하거나 달아날 방법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들의 도망자 생활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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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인 David Nutter과 작가 Eight Below는 'The X-Files', 'Without a Trace' 그리고 'Supernatural'을 함께 제작했었던 팀으로 드라마의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뭔가 수상하고 의심쩍었던 자신들의 친구 Will의 성이 왜 Traveler인 것일까?
그들은 어째서 이런 음모에 휘말리게 된 걸까?
그 세 사람의 우정과 음모, 그리고 반전들이 드라마를 계속 끌고 나가는 저력이 된다.
제이, 타일러, 그리고 윌의 부모 그리고 중앙정부의 고관들이 관련이 있는 이들의 위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일찍 종료가 된 까닭에 후반부가 많이 허무하다는 건 미리 이야기 해줄 수 밖에 없다.
아쉬워도 초반의 미스터리가 이 드라마의 볼거리 전부.
(아직도 마지막 방송날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다. 왜 이렇게 끝나는지에 대한 항의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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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서는 몹시 벅찬 속도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시작은 숨가쁘게 달려오는 타일러와 제이가 호텔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는 장면이다. 그들은 호텔방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회상한다.
자신들은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박물관에서 잠시 장난을 친 것 뿐인데
박물관은 왜 그렇게 까맣게 타버린 걸까?
타일러의 아버지가 말하는 그들의 비밀은 과연 뭘까?
왜 어떻게 하다 범인이 아닌 그들이 쫓기게 됐을까?
그리고 사라진 윌은 자신들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어버린 걸까? 살아있을까?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은 윌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해서 자신들의 무죄를 알릴까?
8편으로 종료되었더라도 이런 음모와 미스터리, 그리고 긴박감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묘사가 되기 때문에 후회없이 감상 가능하다.

미국에선 ABC 방송국에 트레블러의 조기 종영을 항의하고 2시즌을 제작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있었다.
http://www.petitiononline.com/willtrav/petition.html
그러나 감독이 직접 2시즌의 내용을 알린 것으로 보아 별로 효과적이지는 않았던 듯 하다.
자본의 힘은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게 드라마 시장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hetravelerfilm.com/
http://www.screenhead.com/reviews/traveler-shouldnt-stop-at-summer-entertainment/
http://njmg.typepad.com/lost/2007/05/index.html
http://tvdramas.about.com/od/traveler/ig/Traveler-Photo-Galley/The-Cast-of-Traveler.htm




그들도 사랑을 한다 - 그것도 매우 별나고 부담스러운 사랑

COMICS 2007. 11. 2. 10:08


줄거리

여자아이들의 우상 정의문과 남자아이들의 동경의 대상 은묘령은 몇 안되는 학교 '구생물부' 부원이다. 신축한 건물에 있는 최신식 장비에 에어콘까지 달린 신생물부와 달리, 반지하 구식 장비에 곰팡이까지 낀 구생물부로 그들을 이끈 건 학교의 별종 마와룡. 이 신비로운 두 사람 만의 생물부에 사심을 가진 금반하와 사천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얽히면서 별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일본 애니 '그 남자 그 여자'를 연상하지만, 잘 읽어보면 전혀 다른, 차분하면서도 웃긴, 정체를 알 수 없는 순정학원코믹물. (최근 완간 예정이라고 하나 출판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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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은묘령 : 엄마는 여행을 다니느냐 얼굴 안본지 오래 됐고, 아빠 그리고 이모와 셋이서 함께 생활한다. 성적도 상위권이고 얼굴도 예쁜 소위 퀸카이지만 주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침한 사람들(팬, 스토커, 점보는 애들)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 우울한 타로카드 점을 치는게 특기. 예쁘게 생긴 마와룡의 순진한 웃음에 반해서 구생물부에 들어온 허술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예쁘장하게 생긴 사천파를 좋아하는데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정의문이 만들어주는 한식을 몹시 좋아한디. 남학생 손에 묻은 밥풀을 혀로 핥아먹는 무방비함을 보이면서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길에 대해서는 잘 눈치채지 못하는 구석도 있는 전형적인.... 아버지와 이모가 수상하다.


* 정의문 : 부모님은 생선도매상. 6형제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슈퍼 주부겸 모범생. 구 생물부에 들어온 이유는 옆집의 웬수 마와룡을 거부할 수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밥달라고 뒷바라지 해달라고 조르는 형제들을 벗어나 생물실에서 기르는 각종 야채와 장비(플라스크)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평화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의 맛'이라고 씌인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에 꽁치를 굽거나 개구리 수조에서 기른 미나리로 미나리 숙회를 만들고, 밥을 지어 은묘령과 나눠먹기도 한다.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는 은묘령이 학교생활의 기쁨. 친절하지만 무뚝뚝한 면도 있어 가까이 하기 어려운 타입. 그러나 몹시 가정적이다. 은묘령에게 설레여 하지만, 반응이 영... 전혀 엉뚱한 사람들이 정의문을 좋아한다.


* 금반하 : 지금은 최고의 천재에 예쁜이 이지만,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 바람으로 돌아다니며 공부가 제일 재밌다고 한 재수없는 괴짜 시절도 있었다. 어느날 깨달은 바가 있어 날나리가 되기로 했고, 갖가지 활동을 벌이는 완벽한 이중 날나리가 됐지만 이런 천재성이 친구들에게 그렇게 호감을 주진 못한다. 밤새고 놀다가 들어온 새벽, 학교에서 만난 정의문을 좋아하지만 정의문은 반응도 없고 알아주지도 않고. 구생물부에 기거하면서 정의문의 음식을 싹 먹어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나중에 임자 만난다.


* 사천파 : 반항기 있는 목사의 아들. 다른 사람에겐 온화하고 인정이 많고 너그럽지만 자신에게는 폭력적이며 단정하길 바라는 아버지와 귀여운 갈등을 자주 벌인다. 염색한 머리에 귀를 뚫고 학교에 입장(?)하다 단속에 걸려 몰매를 맞는 경우도 있고, 외모도 괜찮고 다 괜찮은데 사고뭉치로 지내는 요령이 탁월한 아이. 자신의 친구들을 집(교회)에 데려가며 아버지의 말은 '개무시'하라고 충고하기도 하는 넘. 이 녀석이 애정을 가진 상대가 누구게?


* 마와룡 :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학생회장. 학생회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고 민폐를 끼치는데 소질이 있다. 정의문과 은묘령을 생물부로 집어넣은 장본인이지만 본인은 집을 나왔을 때 생물부에서 잠이나 자는 게 전부이다. 집을 나오는 이유는 주로 어머니가 '캔디' 소장품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 '캔디'를 주는 사람의 말은 뭐든지 잘 듣는다. 거기다 정의문은 마와룡의 약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천방지축에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는 그에 아주 알맞는 강적을 만난다.


만화작가 서문다미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순정만화계의 '물건'이 되신 만화가 서문다미는

그 특이한 감각과 독특한 스타일로 순식간에 코믹함을 평정하신 기적적인 만화가다

한번 읽어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유치하지 않은 방법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신선한 만화를 보게 되리라

대표작은 삭월, 껍질의 각인, 수중화 루어, 그들도 사랑을 한다, 이 소년이 사는 법, END 등이다.

다만 위의 작품 중 완결이 된 작품은 단편집 뿐이다.

나머지는 조금씩 그리고 있는 것도 있고, 출판사와의 문제로 연재나 발간이 힘들어진 것도 있다.

읽어서 후회할 만한 유머 감각이 아니므로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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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츨처 : 네이버 포토앨범
서문다미 팬페이지 : 서문다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재치

BOOK 2007. 10. 31. 12:32


할아버지의 서재에는 어느 출판사인지 알지도 못할 만큼 오래된, 세로줄 읽기 고전 시리즈가 있었다.
오래된 서재를 뒤져 읽은 만큼 모든 걸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 하고 있지만
모파상이나 플로베르 등 당대의 고전들을 제법 모아놓은 그 수십권짜리 양장본의 도서들 중
단 몇권이 일본 명작에 할애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설국'이나 '나생문'같은 소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함께 읽었던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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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화법에다 맞춤법도 맞지 않는 오래된 문장, 그리고 오래된 표기법
동물이 화자로 나오는 소설이 그 당시 나에게는 몹시 흔하고 익숙했었지만
책이 출간된 시절엔 동물이 화자가 된다는 건 화제가 되기 충분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소설 속 '고양이'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치 말라고 꽤 여러번 다짐을 받곤 한다.
 
2005년은 이 작품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그를 기념하여 이 책의 완역 양장본이 두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고
예전과는 달리 아담하고 읽기 편해진 가로쓰기 신간을 나는, 소장삼아 구매하게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를 세상에 알리고 출세하게 만든 그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읽힌지 백년이라..
 
몇년전에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던 단편 애니메이션이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 Their Standing Points, 1999) 
이 짧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애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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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주워진 새끼 고양이 '나'는 그녀와 함께 살며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고 생활한다.
한없이 뒹굴거리며 애교 떨고 노니는 것만 같은 그, 고양이의 시선과 함께 그녀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삶을 유지해 나간다. 고양이의 사랑스런 시선이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 애니메이션의 화자는 '따뜻한 시선의 고양이'이다.
 
반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귀여운 고양이가 선택한 시선은 '무심한 날카로움'이다.
자신의 먹거리를 마련해주고 잠자리를 주고 귀여워해주는 주인, 답답한 서생을 특별히 사랑한다거나 할 수도 없고, 요령좋은 메이테이나 간게쓰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고 하기도 힘들다
그저 바라보고 제 3자다운 모종의 '조소'를 보낸다고 할 수도 있고
그저 쳐다보고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을까 하는 시선을 보낸다고 할 수도 있고
무심하고 나른한 고양이는 어쩐지 좀 냉정하다..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얻은 것처럼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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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봄날의 등불은 각별하다. 천진난만하면서도 풍류와는 동떨어진 이런 광경을 비추면서 이 좋은 밤을 즐기라는 듯이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지금 몇 시나 되었을까 하고 방안을 둘러 보았더니 사방이 고요한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기둥시계와 부인의 코고는 소리, 멀리서 하녀가 이빨을 가는 소리뿐이었다. 이 하녀는 남들이 자기보고 이빨을 간다고 지적하면 언제나 그것을 부인하는 여자이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껏 이빨을 간 적이 없습니다 라고 고집을 부리며 절대로 앞으로 고치겠다거나 죄송했다고는 말하지 않고 그저 그런 기억은 결코 없다고 주장한다. 하기야 자면서 부리는 재주이니 기억이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의 기억에는 없어도 사실은 존재할 수가 있으니 문제이다.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다시없이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자기에게는 죄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이니 천진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남들이 난처해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천진하게 굴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신사숙녀는 이 집 하녀와 같은 계통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밤이 많이 깊어진 모양이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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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의 또다른 장점은
자신의 잘못도 쉽사리 인정할 줄 모르고 허풍을 떨고 위선을 떠는 지식인들에게 가소로운 시선을 보내는 고양이의 입장이 그렇다고 딱딱하고 불편한 것 만은 아니라는데 있다.
충분히 유머러스하고 웃기는 상황 묘사나 상황 설정 등도 읽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 2월 9일 우시고메 바타시타 요코마치, 그러니까 지금의 신주쿠 키쿠이초에서 킨노스케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교사, 전문학교 강사 등을 역임하며 도쿄제국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소세키는 38세가 되던 1905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문예지에 발표했다. 1916년에 사망할 때까지 아사히 신문에 몇편의 작품을 추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소세키는 일본의 문물이 개방되고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신문물을 배운 지식인들의 겉모양새가 얼마나 위선적인가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 중 하나인 자신의 모습이 약간 부끄러웠던 것일까?
천 엔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다는 소세키의 얼굴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 속에서
어떤 번뜩이는 재치를 발견하고 글로 표현하게 되었을까?
 
세상의 모습은 반복되고 반복된다고 하던가.
희한하지만 백년이 지나 세상이 변해도 지식인들의 위선과 허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고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딱딱하거나 어려운 말을 쓰거나 하지 않고 재치있게 표현된
이 명작을 심심파적삼아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이 고양이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고양이가 아니라 세상을 보고 함께 웃어주는 고양이니까
 
 
이미지 출처 : 리브로
 

달의 아이 - 인간과 인어 사이의 사랑은?

COMICS 2007. 10. 3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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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중 가장 아름다운 작화 실력을 가진 사람이 누굴까?


마치 백설 공주의 계모가 말하는 거울에게 묻는 듯한 이 질문을, 누군가 내게 물어온다면, 단언코 시미즈 레이코(淸水玲子) 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른 만화가들의 실력이 그녀 보다 못하다는 편견이 아니라 워낙 첫인상이 강렬한 그림을 보았던 까닭에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만화가이기 때문이다.

천사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이미지 만을 표현하는 그 캐릭터들은 아름다울 뿐 만 아니라 깨끗한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분위기로 캐릭터를 표현했던 만화가는 초기의 '이미라'씨가 아닌가 한다.

국내에는 최근, '아름다운 작화와 캐릭터'로 순정만화를 그리는 분들이 예전 보다는 줄어든 추세인 듯 하다.


이런 화려한 그림체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시미즈 레이코의 초기 작품이
'달의 아이(Moon Child, 月の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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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아이'는 1988년에 Lala란 잡지에 첫발표되었고 1992년에 13권 분량으로 연재를 종료하였다.


최근 연재 종료한 '월광천녀(輝夜?)', 또는 최근 부정기적으로 연재 중인 '비밀(秘密)' 등과는 다르게 매우 소녀스러운 감성과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다루고 있다.

월광천녀의 잔인한 분위기나 비밀의 섬뜩한 설정과는 꽤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의 아이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이니까.

인어공주는 잘 알다시피 '물에 빠진 왕자를 구해 주고 그 왕자를 잊지 못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인간이 된 인어공주는 끝끝내 인간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고 만다' 라는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

그 동화를 만화로 표현해 놓았고 주인공이 인어이니 아름다울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싶겠지만 딱히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달의 아이'의 인어들은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나 머리칼을 주고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 세상 속에서 살며 먼 우주로 유영을 떠나는 신비로운 존재들이고 수백년 마다 한번씩 지구에 알을 낳으러 돌아오는 것 뿐이다.. 고향을 향해 헤엄쳐오는 물고기처럼 먼 우주를 헤엄치고 와서 인어들끼리 짝을 짓고 사랑을 하고, 알을 낳은 뒤 죽는다.


새롭게 태어난 '시미즈 레이코의 인어'는 그렇게, 더욱 신비스러운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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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를 몹시 증오하는데 그 까닭은 그 인어공주 이야기 속의 '세이렌'은 인어들을 배신하고 인간 왕자에게 인어들의 존재를 밀고한 존재였고

인간들은 인어가 가진 것과 가진 힘을 두려워한 까닭에 마녀사냥을 하며 인어들의 숫자를 줄여버렸다.

사랑에 실패한 인어, 세이렌은 알을 낳고 죽지만 영원히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었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 보다 훨씬 슬픈,

그런 모티브의 인어공주가 태어나버렸다.


이 이야기는 그 인어, 세이렌의 자손들 중 하나인 벤자민이 교통사고가 나서 인간, 무명댄서인 '아트'와 만나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남자인지 여자인 지 알길 없는 외모의 벤자민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쌍둥이 형제들이 누구인지도 모두 잊어버리고 아트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벤자민에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두 명의 형제가 있지만 그들 역시 성별이 결정되지 않은 미성어 인어이고 달에서 이모들에 의해서 자라던 세 형제는 지구에 산란을 위해 돌아왔다...

벤자민의 자매들인지, 혹은 형제들인지 모를 세쯔, 그리고 틸트와 벤자민은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하게 될까?
아니면 인어와 사랑을 나누고 인어로서 살아가게 될까?
그 아름다운 '달의 아이'의 그림같은 이야기들은 화려한 그림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은 만화 1순위에 들어가지만, 반대로 또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을 애니로 표현하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상실한 캐릭터가 탄생한다면 외면해버리고 싶지 않을까?

이 인어공주 이야기의 제목은 아름다운 만화, '달의 아이'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포토 앨범
일본 Google 이미지 검색

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Le Chevalier D'Eon)

ANIMATION 2007. 10. 29. 04:25


'기사'라는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를 위해 인생을 건 기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다.

물론 그 설정에는 실존 인물의 정보와 상상의 정보, 그리고 판타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 아더왕이나 동키호테같은 기사들의 이미지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애니메이션 슈발리에에서 다루고 있는 기사는 '스파이' 및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역할을 수행한 역사 속의 기사가 이 애니메이션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그의 본명은
Charles-Geneviève-Louis-Auguste-André-Timothée Éon de Beaumont  이고
1728년 10월 5일에 태어나 1810년 5월 21일에 사망했다
흔히 기사 데몽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의 외교관, 스파이, 군인, 비밀결사였다.
그는 인생의 반은 남자로서 살았지만 나머지 반은 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 출처 : 위키피디아 Chevalier d'Eon
 위키피디아에서는 실제 슈발리에 데몽에 대한 정보를 약간 싣고 있고
슈발리에 애니메이션 속 데몽자세히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으므로 참고하셔도 좋을 듯하다.
실제의 데몽은 약간 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 특히 말년의 비참한 삶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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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몽의 실제 스토리를 모티브로 가져온 것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인생의 절반은 남자로, 인생의 절반은 여자로서 살면서 여자의 복장을 입고 스파이 활동을 수행한 인물이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 소재인가?
거기다 '왕가의 시'라는 프랑스의 운명을 바꿀 판타지의 속성을 첨가한 것까지도 몹시 훌륭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청할 동안엔 그 흥미로운 소재가 특별히 매력을 띄지 못했다는 점.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에 묻혀갔다는 것과 박진감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몹시 아쉽다.
스토리 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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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스토리 자체 보다는 화려한 캐릭터 작화와
고화질의 그래픽
, 그리고 그 그래픽이 작화에 잘 녹아있다는 사실과 멋진 음악이다.
역사적인 인물들이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가 하는 미스터리와 리아 드 보몽이라는 주인공의 누나는 대체
왜 죽었는가 하는 미스터리가 일종의 '떡밥'인 셈이지만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잡아끌지는 못한다는 느낌.
모든 등장인물의 정체가 폭로되는 마지막회의 급진전은 어딘지 모르게 당황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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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 궁전의 그 유명한 복도가 그래픽으로 재현된 장면은 다시 보아도 놀랍다
저 장면 하나를 두고 이 애니를 시청해야겠다고 결정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주인공들이 베르사이유의 복도를 걸어 루이 15세를 알현하고 비밀결사가 되는 장면들은 그래서 그런지
몹시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러했으리라는 영광의 장면을 재현한다고나 할까?
화려한 작화가 당시의 프랑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 15세 등은 몹시 잘 생겨진 외모를 가지게 됐지만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경우는 베르사이유의 화려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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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노라... 그렇게 말하는 역사의 해설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의 귀족과 왕족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으며 파리와 프랑스의 국민들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그 기록은 수도 없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아무래도 필연이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프랑스인에게 왕과 귀족은 악인일 수 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
루이 15세, 마리 레슈친스카, 퐁파두르 후작부인,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오를레앙의 필립공,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엘리자베타 여제, 표트르 3세, 영국의 조지 3세 등 여러 인물이 실존 인물로서 등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면 이 애니는 피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드라마 속의 주인공으로서 활약하고 있을 뿐 역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옳다는 느낌.



The Tudors - 천년의 스캔들이 맞긴 한데

DRAMA 2007. 10. 28. 08:22


The Tudors를 처음 봤을 당시 Anne Boleyn의 외모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자그만한 앤블린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리고 그 검은 눈의 앤블린 쥬네비에브 뷔졸드의 천일 동안의 슬픈 사랑이 이미 시청자들의 시선을 장악한 까닭에 푸른 눈의 앤블린은 낯설었던 건지도 모른다.

반면에 젊은 헨리 8세에 대한 반응은 좋았던 편이다.

파워풀한 헨리 8세의 이미지에 강력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걸맞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물론 10대의 앤블린을 만나던 당시의 헨리 8세가 40을 넘긴 나이였다는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역사 속 천년의 스캔들을 드라마로 옮긴 게 맞긴 한데.. 뭔가 다르다... 그런 느낌?


이런 외모 변화는 드라마 전체의 관점 문제와도 연결된다.

헨리 8세는 젊어진 만큼 자신의 행동이 거침없고 거리낄 것 없는 핑계를 가지게 됐으며 훨씬 더 큰 야망과 욕망 그리고 활동의 범위를 누리게 됐다.  정열적인 푸른 눈의 앤 블린은 야망을 가지고 스스로 헨리 8세를 선택한 까닭에 언니인 메리에게는 전혀 미안해 하거나 운명에 질질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왕비 자리에 도전한다.


변함이 없는 건 노포크 공작과 토마스 블린이 수시로 헨리에게 여자를 공급할 정도로 권력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 정도일 듯 하다. 덕분에 메리 블린은 온동네 남자와 연애를 하고 다닌 여자 정도로 취급이 되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잊혀져 버린다. 역사에 기록된 자식 같은 건 아예 연급하지도 않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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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인공들의 이미지 변화와 외양의 변화는 드라마 전반의 운영에도 크게 영향을 끼쳐서
복식이나 다른 소품들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기존 튜더 시기 영화들과 다른 부분이 보이는데
프랑스 풍의 복식을 자주 입고 나오는 앤블린은
기존의 초상화에서 보여준 점잖은 티아라나 머리 장식 보다는
약간은 현대적이면서 화려한 티아라와 보석 머리 장식, 드레스를 자랑하고 있다.
아라곤의 캐서린과 헨리 8세의 복식도 현대적인 화려함의 절정을 달린다고 할 수 있다.
역사책 속에서 재현되기만 하던 천년의 스캔들이 이제는 버전을 달리 해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지도
 
Tudors의 1시즌 초반부는 헨리 8세와 버킹엄 공작의 갈등을 일부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헨리 8세의 왕권 확립에 대한 기초 공사를 하고 있는 셈인데.
랭커스터가와 요크가의 전쟁인 장미전쟁을 통해 왕위를 얻은 헨리 7세,
그 헨리 7세의 아들 헨리 8세는 정통성 문제에서는 버킹엄 공작에게 위협을 받을 만도 한 위치였다고 한다.
그 버킹엄 공작을 반역행위 혐의로 참수하고 나서 거칠 것 없어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서서히 여인들의 스캔들로 말썽을 일으킨다고 한들 제재할 사람은 아무도 없노라.. 말하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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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즌 10 에피소드를 종료한 까닭에 내년 2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 The Tudors는 2시즌 막바지에서 앤블린이 처형될 듯 하며 7에피 정도에 제인 시모어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시즌과 2시즌이 앤블린에게 할당된 만큼 나머지 여인들의 등장이 상대적으로 짧을 듯 한데. 헨리 8세의 폭발하는 권력 속에서 어떤 여인들이 사라지게 될 지..


출연진

Jonathan Rhys Meyers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  King Henry VIII (헨리 8세)
Sam Neill(샘 닐)  -  Cardinal Thomas Wolsey  (토마스 울지 추기경)
Jeremy Northam(제레미 노담) - Sir Thomas More (토마스 모어경)
Steven Waddington(스티븐 워싱턴)  -  Buckingham (버킹엄 공작)
Henry Czerny(헨리 제니) - Norfolk (노포크 공작)
Nick Dunning(닉 듀닝)  - Boleyn (토마스 블린)
Natalie Dormer(나탈리 도메르) - Anne Boleyn (앤 블린)
Maria Doyle Kennedy(마리아 도일 케네디) -  Queen Katherine(캐서린 왕비)
Henry Cavill(헨리 카빌) - Charles Brandon (찰스 브랜든)
Joe Van Moyland(조이 반 모이랜드) - Thomas Tallis (토마스 칼리스)
Gabrielle Anwar(가브리엘 앤워) - Princess Margaret (마거릿 공주)
James Frain(제임스 프레인) - Thomas Cromwell (토마스 크롬웰)

ROME - 역사가 드라마 속으로 걸어들어온 느낌

DRAMA 2007. 10. 28. 04:07


로마 시대를 특히 안토니우스, 줄리우스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희빈이 나일론 한복치마에 현대적인 보석으로 치장을 했듯이
그 영화 속의 시저와 안토니우스는 현대인이 드레스를 입은 듯 화려하기도 하고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빛이 도는 백인 미인의 전형일 경우도 많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클레오파트라는 아직도 그 화려함이 회자되고 있지만,
고증에 철저한 클레오파트라였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희랍인을 조상으로 둔 클레오파트라가 완전히 흑인 또는 백인일 리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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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의 티브이 드라마 시리즈, ROME는 여러 면에서 기존 로마 드라마의 틀을 깼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의 로마와 시저, 안토니우스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Empire(2005, ABC방송국)가 HBO의 ROME과는 이런 점에서 비교된다.
빳빳하고 구김없는 옷감, 그리고 완벽한 염색의 복장들. 화상 역시 현대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여인들과
최고의 화려한 가죽과 철제로 장식한 로마의 장군들은 현대인의 상상 속 로마인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절에 '대단한 것'과 현대의 '대단한 것'의 기준은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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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염색을 한 천을 휘두른 원로원의 의원 휘장이 최고의 옷감일 수도 있지만, 고대의 직조 방식에 어울리게
옷감의 솔기가 날라다니고
구리나 납 그릇들은 시대의 때가 낀 것처럼 바래고 낡았다.
아무리 깔끔한 로마의 도시라도 서민들이 거처하는 뒷골목의 풍경이 현대의 도시처럼 깔끔할 리가 없다는 것.
그 점에 착안한 까닭인지 뒷골목은 더럽고 오물이 잔뜩 묻어 있다
노예에 대한 악행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아 저 시절은 저것이 자연스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드라마가 강조하고 싶은 건 그 때 그 시절의 로마이지 현대인의 감상 따위가 아닌 것이다.
이건 아직도 한참 복원 중인 고대의 로마 도시, 폼페이의 풍경과도 몹시 닮아 있다.
로마 오프닝의 벽 곳곳을 차지한 낙서들은 몹시 고증이 잘 된 상상력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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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우스 시저, 폼페이우스, 마크 안토니우스, 부르투스, 아티아, 세르빌리아, 옥타비아누스, 옥타비아, 카토, 시세로, 클레오파트라, 아그리파, 메세나스, 카이사리온, 헤롯왕 등
역사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이 ROME에서 벌여나가는 에피소드는
때로는 기록된 역사와 같고 때로는 기록된 역사이기 보단 드라마 속 상상의 산물이다.
특히 루비콘 강을 건너는 유명한 역사 속 장면에서는
루비콘 강이 조그만 냇가처럼 묘사된 까닭에 팬들은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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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 기록된 인물이긴 하나 그 역사서 속의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두 명의 주인공
백부장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풀로의 이야기 역시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원리 원칙주의자인 보레누스가 최고의 승승장구를 하다 아내를 잃고 몰락하여 뒷골목의 제왕이 되는 과정이나
풀로가 자신의 인생을 무식, 단순한 방법으로 개척하여 살아남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시저나 안토니우스 주변을 맴돌며 겪는 로마의 일상들이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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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시즌 1에피소드의 첫 장면이 할당된 백부장이 전투하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명장면이랄 수 있는데 대열을 맞추어 방패로 적에 대항하고 호각을 불어야만 공격하는 그 방식이
고전에 묘사된 그대로라고 한다.
풀로는 물론 그 장면에서 혼자 뛰어나가 날뛰는 바람에 보레누스를 애먹인다.
ROME는 이런 세부적인 전투장면을 상징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연합이 부르투스와 카시우스의 연합을 상대하던 전투에서는
효율적으로 많은 인원을 동원하고 그래픽을 사용하여 대규모 전투신 역시 소홀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ROME는 전투나 전쟁 장면을 꼭 필요하게 잘 활용한 드라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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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정말 사랑한 사이였을까?
상대적으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 중 가장 오래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은 클레오파트라는
아티아의 아들 옥타비아누스에게 최악의 대접을 받은 것처럼 묘사되지만
이건 상당히 깜찍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하고 웃어줄 수 있다.
안토니우스/아티아/클레오파트라의 삼각관계와
안토니우스/옥타비아/아그리파의 삼각관계는 상상 이상의 설정이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옥타비아누스의 아내는 로마 여인들의 단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그 까닭인지 영웅 옥타비아누스의 후계자들은 모두 미치광이왕이었다는 평이다.
드라마 ROME는 그 미치광이들을 보여주고 있진 않지만
왜 그런 왕이 탄생했을까에 대한 화두를 조금 던져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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