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en - Madison가 사람들의 광고에 미친 인생

DRAMA 2008. 3. 21. 02:58


Mad Men은 뉴욕 Madison가의 광고회사 중역들을 의미하던 말로 가까운 1960년대 풍경을 묘사했기 때문에 담배피는 장면, 거침없는 욕설이나 음담패설, 성적인 장면 등이 드라마에서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19+의 드라마이므로 시청시 주의를 요한다. 원래 영화를 전문으로 방영하던 케이블 채널 AMC의 몇 안되는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이다. The Sopranos의 작가로 유명한 제작자, Matthew Weiner가 기본 시나리오를 썼고 방송 제작 전부터 꼼꼼한 시대 고증과 제작비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드라마다. 드라마는 광고계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권력 싸움, 승진의 문제를 주된 테마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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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미국인의 삶이 어땠을까? 당시 한국인들이야 한국전쟁을 치르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을 떄라 생존에 바빴지만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경제 부흥의 재미를 맛본(주인공 Don Draper가 한국전쟁 참전자라는 사실은 여러 의미로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상품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게 만든다. 점점 대중들에게 파고 들던 언론매체와 TV와 라디오같은 것들로 인해 광고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어설프게나마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기 위한 심리학이나 광고의 원리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소비자의 건강에 좋건 좋지 않건 더 많이 팔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괜찮다.

Madison가 최고의 광고제작자 Don Draper는 광고의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60년도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사에서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기사를 싣고 국가에서도 위해한 담배 광고를 중단하란 압력을 넣는 가운데 어떻게 소비자들에 Lucky Strike 담배를 팔아치울 것인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 상업논리와 함께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 사무실, 거실, 병원, 회의 석상, 침실, 술집, 식당 등 어느 곳에든 흡연자를 볼 수 있다. 담배가 건강을 해친단 논리 자체를 웃기는 말이라고 치부하며 담배를 놓길 거부하는 사람들의 풍경.

첫번째 에피소드, Smoke Gets In Your Eyes는 드라마 진행 내내 담배를 물고 있는 출연진들 때문에 시야가 흐리단 말도 되지만 아주 오래된 유명한 재즈곡이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동안엔 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리고 이별하고 난 후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의 가사는 어쩐지 이율배반으로 가득한 광고회사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한 풍경들을 광고에서 묘사하고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살며 모든 걸 팔아치우기 위해 전념하는 사람들. 60년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그 사람들의 풍경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쩐지 삐걱거린다.


Mad Men 오프닝 - 사용된 그래픽이 특이하다 테마곡은 'A Beautiful Mine'

60년 초기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지 시청자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드라마는 곳곳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삽입한다. 그리고 그 다른점들이 옛추억의 향수인지 옛시대의 오점인지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판단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모래시계 체형을 가진 아름다운 여사원 Joan Holloway는 회사에서 여직원에게 요구하는 건 일을 잘하는 것 보다는 애인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기 때문에 외모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고 공공연한 성희롱을 회사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신참내기 사원, 돈 드레이퍼의 비서, 페기 올슨은 조안에게 '당신을 모든 남자들이 식후 디저트처럼 여기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그렇고 그런 헤푼 여자라는 생각이 팽배해서 그런지 의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몸파는 여자가 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대고 보는 사람 만 없으면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성관계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남자직원들이 여직원들에게 사주는 공짜 식사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직원을 걱정하는 페기에게 조안은 반대로 이야기한다. 너처럼 그런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직원은 금방 이 회사를 그만 두게 된다고. 이 사회라는 곳에서 오래 살아남아 승진하는 방법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조안은 그 점을 몸소 보여준다는 점에서 페기와 가치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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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fly의 샤프란, Life의 올리비아 등으로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조연을 맡았던 Christina Hendricks가 모래시계 몸매를 가진 불타는 금발머리 여직원으로 출연한다. 아름다운 얼굴 못지않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요염한 조안 역을 소화하고 있다. 60년대를 상징하는, 약간은 현실적인 그녀의 가치관은 자기 실력으로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은 페기의 반발을 사게 된다. 페기는 과연 남직원들의 디저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60년대 문화를 상기할 수 있는 여러 코드 이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광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환상을 심어주는 돈 그레이퍼의 광고처럼 행복한 삶이다. 주인공 패거리가 대부분 그렇듯 적당히 성공한 뉴욕의 삶을 사는 그들은 예쁜 아내와 넓은 집, 그리고 적당한 수의 자녀와 안정된 문화생활을 즐긴다. 아내는 예쁜 옷을 입고 집안을 장식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먹을 걸 만들어주고 남편의 회사생활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적당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이혼녀가 끔찍하다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소한 대사는 당시의 문화상을 반영해준다.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역이라 이혼녀가 이사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

그러나, 돈 그레이퍼의 이 그림같은, 광고의 기준이 되는 삶은 약간 어긋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행복해야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돈 그레이퍼의 아내는 손가락 마디마디의 느낌이 없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까지 일으키자 정신과 진단을 권고받는다. 당시의 편견에 따라  정신과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여겼던 돈은 정신과에 가보라고 자신있게 권하지도 못하고 고민한다. 과연 아내는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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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실제 삶이 그림같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돈 그레이퍼'의 비밀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길 잘 하지 않는 돈은 아내에게도 묻지 말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도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부, 행복, 기쁨, 따뜻함, 사랑과 같은 가치를 광고해 파는 것에 익숙한 돈은 아내를 제외한 여러 여성들과 가깝게 지낸다.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을 가졌기에 남들과 다른 여성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여성에게 무례한 Pete를 몹시 꾸짖기도 한다) 그 역시 가정의 대소사를 잘 알아내거나 아내, Betty의 말을 친절하게 들어주는 섬세한 남자도 아니고 여러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는 인생이다. 숨긴 것 많은 돈을 바라보는 아내의 막연한 불안은 이유가 있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광고 제작자, 돈 드레이퍼는 이외에도 시대상에 알맞은 편견을 자주 보여준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여러 주제가 당시에는 생소하다 못해 헛소리로 들렸다는 것이 재미있다. 인종차별, 여성 차별의 시각을 가진 돈과 광고사 경영진은 '쿠폰' 써서 주부 고객을 움직이고 백화점의 부진을 만회해보라고 권하지만 백화점 사장의 딸인 레이첼 맥캔은 샤넬과 같은 고급화 전략을 제안한다. 요즘은 그 자체로 성공하는 백화점이 많지만 돈은 그 말을 듣자 마자 바보같은 주장이라며 화를 낸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살아가는 듯한 그의 관념 자체도 그렇게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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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정점은 한국전쟁 참전자인 돈 드레이퍼의 미스터리, 그리고 개성이 다양한 광고 제작자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권력싸움을 지켜보는데 있다. 지상 최대의 쇼, 광고 -  그 세기의 거짓말로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들은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그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여직원은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았을까. 그 시대상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처음 보는 여직원의 다리를 놀리거나 식사를 사주며 함부로 대하는 남직원들의 모습도 어떤 양상으로 변할 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캐릭터와, 배경, 짜임새가 꽤 괜찮은 드라마가 탄생한 듯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madmen/





귀를 기울이면(耳をすませば) - 사랑과 환상의 매개체는 고양이

ANIMATION 2008. 3. 20. 16:28


1995년에 발표된 이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를 이를 지브리 스튜디오의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던,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의 유작이다. 1998년 타계한 그를 이어 모리타 히로유키(森田宏幸)가 제작한 '고양이의 보은'은 '귀를 기울이면'과 일종의 연계점이 있다.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주목받던 두 사람을 이어주는 같은 원작자의 애니라니 뭔가 대단해 보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치관이다. 히이라기 아오이(柊あおい)의 원작을 애니로 만든 두 사람의 감독. 그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고양이 남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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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오 감독의 애니는 그냥 이야기에 불과한 불과한 어떤 소재를 손쉽게 판타지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같은 소재의 이야기라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유쾌하고 밝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감독이다. 평범한 10대 소녀의 감성과 일상도 그의 시선이 닿으면 즐겁고 발랄한 이야기로 변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선택하는 고유의 그림체(최근 시리즈 이전의 작품에서 사용한 귀여운 그림체)가 애니의 성격과 결합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 무난한 접근 방법 탓인지 안티들도 많은 감독이지만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애니 일순위엔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제법 많다.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 이후 미야자키 하아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약간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애니 중간에 잔인한 장면을 포함시키지 않고 아름다운 이야길 묘사하곤 하던 감독은 약간의 방향 전환을 거친다. 이 경향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도 이어져 감독의 애니 중에 최초로 미소년이 등장했단 것 조차 화제가 되었다. 어떤 면으로는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스토리 창작에도 발전이 오지 않았나 라고 생각했는데(메시지는 여전히 자연이나 사랑, 환상에 관한 것) 의외의 평이다.

10대 소년 소녀들의 사랑과 기다림 그리고 기억을 수놓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전화, 핸드폰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도서관이 화면을 장식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 바코드 하나를 찍으면 쉽게 책을 빌릴 수 있지만 당시엔 일일이 손수 독서카드와 대출카드를 작성하는 것이 도서관 문화였다. 그 대출카드에 적힌 이름을 보고 주인공 시즈크는 같은 책을 읽는 미지의 누군가를 궁금해 하게 된다. 책을 읽기 좋아하는 시즈크가 독서카드를 들고 같은 이름이 쓰인 주인공을 연상하는 장면은 88년도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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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공부하는 엄마와 도서관에서 일하는 아버지, 바쁜 부모와 함께 살며 손수 여러가지를 처리하는 중학생 스즈크의 일상 생활, 동급생을 사랑해서 그 앞에서 떨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친구 유우코, 컨트리 로드의 영어 가사를 일본어로 번안해 친구들과 같이 부르기도 하고,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복도를 뛰어다니는 귀여운 그녀의 일상. 순간순간 부딪히는 그녀의 첫사랑. 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운영인듯 아마사와 세이지와 천천히 인연을 맺는다.

현실적인 배경들이 조금씩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공간은 도서관 주변 특이한 가게이다. 우연히 들리게 된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의 가게엔 정교한 나무 조각품들이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 손으로 만들어진 시계, 인형, 장식품들을 바라보며 그 장식품을 만든 사연을 귀기울여 듣고 환상을 꿈꾸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항상 많은 책을 읽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시즈크에게 유일하게 환상에 빠지는 장면이면서(고양이를 포함해서) 사랑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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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 종종 일본 웹사이트에 올라온다. '耳をすませば'이란 검색어로 일본에서 검색하면 해당 동네의 사진들과 나무, 신사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물론 남자주인공이 살던 그 가게는 없다. 웨스트 동경(주제곡 Contury Road 가사 중, West Virginia가 기억날 것이다)이라고 불릴만한 도쿄의 서쪽인지는 모르겠는데 도쿄 교외 多摩市 (타마시)라는 곳이란다. 실제 사진을 애니로 옮겼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현실은 역시 환상처럼 느껴진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탓에 종종 들리는 일본 특유의 풀벌레 소리와 매미 소리들은 햇빛이 반짝이는 일본의 인상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꿈을 꾼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현실화한다는 것.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그 현실을 표현하는 것. 그 차이는 이 애니메이션이 그리고 있는 고운 이야기 만큼이나 약간의 괴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장래희망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 꿈을 꾼다는 것과 그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흔할까. 자신을 시험해보며 앞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10대들의 이야기도 의미있다. 해가 밝고 사람들이 출근하고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일상생활처럼 현실 속에서 빛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만큼 스스로를 갈고 닦고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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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엔딩곡이 흘러나오는 마지막 장면까지 꼭 지켜봤으면 좋겠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니까) 이 애니에도 꽤 여러 평가가 붙어있는데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의 로맨스(비록 10대일지라도) 애니메이션이란다. 비록 다른 애니메이션처럼 복잡한 사랑을 그리고 있진 않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한 순간, 그 장면 역시 잊을 수 없는 사랑임에 틀림없다. 이 고운 애니메이션을 선물해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명복을 빈다.


출처 :
http://tadahiro.jp/sb/log/eid473.html



타로 이야기(山田太郎ものがたり) - 지지리 빈궁한 귀공자의 인생

COMICS 2008. 3. 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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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 주인공 '야마다 타로'와 그 가족들, 그리고 '미무라 타쿠야'가 주요 주인공인 셈이지만 아무래도 여주인공이 필요한 드라마에서는 '이케가미 타카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이 많다. 작년에 제작된 드라마에서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관계에 변화가 온 모양이다. 왕자님처럼 잘 생긴 주인공 타로와 타쿠야라는 설정.

일본 방송국에서 최근 인기리(2007년 9월 방송 종료)에 끝낸 드라마 야마다 타로이야기(山田太郎ものがたり)는 주연 배우가 속한 그룹, 아라시의 인기와 주제가로 유명세를 치뤘다고 들었다. 낯익은 편은 아니라도, 그 잘 생긴 배우들의 인기도 놀랍지만, 출간된지 10년이 넘은 동명 원작 만화의 인기가 아직까지 지속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일본은 드라마의 천국이기 이전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천국이고 '타로' 이외에도 드라마의 주연이 될만한 인물들은 수도 없이 많을텐데. 이 만화 특유의 코믹함은 쉽게 버리기 어려웠나 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장남 야마다 타로, 타로란 이름은 강아지 이름으로 쓸 정도로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 이름을 가진 타로란 잘생긴 고등학생이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하고 치이면서 겪어나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잘생기고 예쁜 고등학생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독특하고 별난 타로의 가치관이 사건과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타로의 일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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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속 이미지를 최대한 절묘하게 표현해낸 TBS 드라마 '야마다 타로 이야기' 속 세트. 타로는 저 집에서 어린 동생들과 철부지 엄마, 아빠를 건사하며 살아나가고 있다. 거의 학대 수준의 일상이지만 굶어죽지 않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알아야하는 타로와 타로의 동생들. 만화책 속에서는 제법 평면적인 집이었는데 표현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원래 이 집은 경제관념 개념 전혀 없는, 타로 엄마가 결혼할 때 전재산을 털어 산 집이다.

이 만화를 맨 처음 읽었을 때 동전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절박하게 아쉬워하며 전전긍긍하는 타로가 배꼽을 잡을 정도로 웃겼었다. 손수 바느질해서 만든 교복을 친구들은 맞춰입은 비싼 교복으로 착각하고 선물로 받는 도시락이나 먹을 것을 꼼꼼히 챙겨 동생들을 먹여 살리고, 아르바이트 삼아 하는 바느질 수선을 절약정신으로 오해하는 등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1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웃긴다.

몰락한 왕자님처럼, 백마를 타야할 잘 생기고 멋진 왕자님은 고물 자전거를 타고 10원짜리 하나에도 절절 맨다. 그리고 돈걱정을 하느냐 사랑 따윈 생각할 시간도 없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이 타로와의 사랑과 친밀감을 꿈꾸는 동안 타로는 그 여자아이가 건내준 도시락이나 선물이 더 고마울 뿐이다. 핫케이크를 1센티 두께로 구워먹을 수 있고 동생들의 급식비를 넉넉히 낼 수만 있다만 더 이상 바랄게 없는 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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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가 먹여 살리는 여섯명의 동생들과 철없는 엄마. 예쁘고 잘생긴 핏줄을 이어받아 모두들 인물 하나는 타고났지만 입는 옷이나 먹을 것, 그 어느 것도 풍족한 것이 없다. 그래도 타로의 허리가 휘어져라 모두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급식비나 기타 생활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무개념 엄마지만 아빠가 다닌 곳을 다니게 하고 싶다는 허영심 만은 넘버원.

타로라는 주인공이 비현실적인 만큼 타로의 부모 역시 상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인데 부모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만화 속이라도 두고볼 수 없을 만큼 무책임한 인물들이다. 가진 재산 하나 없이 자식을 일곱명이나 낳아서 이름은 대충 지어주고 돈은 한번도 벌어본 적이 없는 주제에 돈쓰는 쪽으로는 타고난 재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아버지 쪽은 거의 매년 집을 비우고 여행 만 다닌다. 상당히 짜증나는 엄마, 아빠지만 타로는 긍정적으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비록 1km 이내에서 떨어지는 동전 소리를 들을 만큼 쪼잔해지고 도시락이란 도시락은 다 얻어올만큼 도움을 받아야 하고, 허영 덩어리 엄마가 돈을 다 써버릴 때 마다 아르바이트를 늘려야 하는 까닭에 성격이 괴팍해질 정도고 가난신이 떠나지 않을 정도지만 꿋꿋이 잘 견뎌내는 타로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됐을 지 알 수 없지만, 가장 절친한 친구 타쿠야는 타로를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자주 놀려주기도 하는 얄미운 친구이다. 모리나가 아이의 능력은 아무래도 이 예상 외의 코믹함을 꼼꼼하게 설정해뒀다는데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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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대만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된 적 있는 타로 이야기. 그때 제목은 '빈궁귀공자(貧窮貴公子)' 였다. 가난한 왕자님이란 제목이 그럴 듯하다. 당시에도 아이돌 스타들이 주요 주인공이었고 주인공 타로의 상황이 코믹하게 묘사되었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주인공.

모리나가 아이(森永あい)라는 작가의 만화인 '야마다 타로 이야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이 만화가의 그 후속작은 그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타로 이야기 자체도 꽤나 파격적인 코믹 코드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작품은 그 코믹함을 최대한 극대화시키려든 것들이 많다. '미운오리 왕자님(あひるの王子さま)'같은 경우엔 타로 이야기의 과장된 설정이 지나치게 반복되어 '외모 따윈 중요하진 않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건 지 아닌 지 조차 잘 모르겠다. '나와 그녀의 ×××(僕と彼女の×××)'같은 만화도 과격한 설정이긴 한데 이 만화는 드라마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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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져 왕자님은 이제 더 이상 전지전능하지 않고, 능력과 외모를 갖추고 있더라도 특이한 성격으로 여주인공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분명 잘 생기고 다정한 왕자님 스타일인 타로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지만 스스로는 돈벌이(?)에 지쳐서 여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왕자님이 되버렸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패턴을 깨는, 코믹한 왕자님과 공주님 이야기가 모리나가 아이 만화의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bs.co.jp/yamadataro-story/
http://www.hoolee8.com/thread-120478-1-7.html
http://hk.myblog.yahoo.com/adaandyuki/article?mid=552
http://www.annieyi.org/news/news-2001-aug.htm
http://benippon.com/s?q=Ahiru+no+oujisama
http://blog.so-net.ne.jp/miyuki_write/2005-07-13

Breaking Bad - 위기에 빠진 50세 가장의 선택은 범죄?

DRAMA 2008. 3. 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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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인상적으로 만들고 있는 사막 한가운데의 마약제조용 RV 캠핑카. 주인공과 손잡은 불량 제자는 이 RV가 꼭 Cow House같다고 말한다. 축사같은 곳에서 과연 얼마나 완벽한 크리스탈 마약을 만들어내려나. 마약 냄새가 배지 않게 하려고 옷을 다 벗고 일하는 원칙적이고, 서민적인 교사의 모범적인 태도 때문에 대표적인 누드 장면이 되버렸다.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기 때문이 19+ 등급이다.

50대의 위기가 뭘까? 뉴 멕시코에서 고등학교 화학 교사(시간강사같은)직업을 가진 주인공, 월터 화이트(Walter H. White, Bryan Cranston 역)는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콜레스테롤을 염려해 야채로 만든 베이컨을 주는 아내, 신체 장애로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몸은 불편하지만 못된 구석은 없는 10대 아들,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두 명의 쌍둥이를 가족으로 두고 있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가족끼리 서로를 사랑해주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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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란 학문에 애정을 가진, 주인공 월터 화이트의 수업. 별로 돈도 되지 않고, 자신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월터는 꽤 즐겁게 화학 수업을 한다. 이 즐거운 '화학적' 불쇼를 보면서 아이들은 그저 엉뚱한 궁리를 해댈 뿐이다.

화학을 전공해 평범한 화학 교사를 하고 있다. 연구논문을 전시해놓을 만큼 학문에 대한 애정도 단단하지만 돈벌이로서는 시원찮다. 수업시간에 연애는 할 지언정 화학 과목에 애정을 가진 학생도 드물고, 시간강사로는 수입이 마땅치 않아 부업으로 자동차 세차장에서 현금출납을 맡아봐야 한다. 그마저 일손이 달린다며 세차 일을 시키는 사장 때문에 빨간 스포츠차를 몰고 온 제자들에게 수난을 겪어야 하는 신세. 아무리 어려서 철이 없다지만 월터가 이런 일을 당할 이유는 없다. 그나마 혼자 겪는 일은 참을 만하다.

자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며 아들을 잘 건사하는 아내, 스카일러(Skyler White, Anna Gunn 역)는 넉넉치 않은 삶이지만 남편을 잘 믿어주며 사랑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할 수는 없어도 주변 가족들을 모아 남편의 생일파티를 몰래 열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아들의 옷을 사러갔을 때 몸이 건달같은 녀석들이 몸이 불편한 아들을 싸잡아 놀리는 모습을 보니 불같이 화가 난다. 대체 나없이 내 가족들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세차장에서 세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쓰러진 자신이다. 보험을 제대로 들어놓은게 없어서 병원으로 가지 말아달라고 응급차 직원에게 사정해봤지만 어쩔 수 없이 진찰을 받게 됐다. 응급실로 실려가는 드라마 장면은 많지만, 돈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나라가 미국 아닌가. 그냥 가벼운 기침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증세가 이미 폐암 말기란다. 수술을 할 수도 없을 악화된 상태라 목숨이 2-3년 남았단다. 이 정도면 확실히 위기 중의 위기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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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의 나이,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와 장애로 몸이 불편한 10대의 아들. 자신의 소박한 삶과 그 가족들을 몹시 사랑하지만 자신은 죽어가고 있고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맘놓고 죽을 수도 없다. 대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게 옳을까(아들의 장애를 조롱하는 동네 건달들을 두들겨 패주는 아버지, 월터)

약간은 덜 주목받는 채널, AMC의 드라마 Breaking Bad는 50대 가장이 인생을 새로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이다. 드라마 X-File의 공동제작자이자 작가로 유명한 Vince Gilligan이 집필하고 제작한 드라마이다. 인디언의 고장으로 유명했던 뉴 멕시코(멕시코 윗지역으로 전반적으로 소득이 좋지 않은 편이고 인디언이나 메스티조들이 많이 살고 있다)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 지역의 사회상이라던지 건조한 사막 풍경이 종종 등장한다.

프로그럼 오프닝에 Br이라던지 Ba같은 화학 기호들을 남발하면서 약간은 고지식하고 윤리적인, 화학교사가 범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은 쉽게 저지르는 범죄가 내 인생의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방법이란 느낌, 그 느낌이 꽤 설득력있게 1-2편을 채우고 있다. 화학 지식을 살려 마약을 제작하게 되는 과정이라던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과정을 보면서 웃음이 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건 그 주인공이 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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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를 이 모든 소동으로 몰아넣은 경제적인 이유, 돈. 어찌어찌해서 월터는 이 돈들을 '세탁'하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돈을 손에 넣은 월터가 앞으로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자신이 죽기전에 웬만큼 돈을 벌어놓을 수 있을까? 고지식한 화학 교사, 범죄자가 되다!

내가 살기 위해 또는 내 가족이 살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라는 것. 원리는 간단해 보이는 돈벌이, 마약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월터는 자신의 제자였던 10대의 핑크맨(Jesse Pinkman, Aaron Paul 역)을 끌어들인다. 막나가는 제자기는 하지만 핑크맨은 10대인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이다. 언젠간 그 범죄의 대가는 가족에게 돌아올 지도 모른다. 아직은 양심이 남아서 고지식한 방법으로 범죄자가 되어가는 이 화학 교사는 어느 순간, 범죄를 저지르는데 뻔뻔해지는 인간형이 되버릴 지도 모른다.

나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곤란, 그리고 2-3년 밖에 남지않은 생명의 위기. 50세의 생일을 맞은 가장이 남은 가족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평범한 가장의 일탈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평범한 삶을 선택할 수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한다. 어쩐지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은 뉴멕시코, 건조하고 거친 풍경, 범죄와 조롱에 익숙한 아이들, 엄청난 의료비에 이르기까지. 이 드라마는 재밌지만, 쉽게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이다.


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breakingbad/

Casanova - 시청자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영국 카사노바

DRAMA 2008. 2. 29. 17:40


확실히 모든 건 관점의 문제다. 불성실한 사랑의 상징이었던 카사노바, 카사노바의 수작에 걸리면 인생이 혼란스러워(?)지고 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하리란 전설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그가 재해석된 건 현대의 분위기 아닌가 싶다. 정력의 상징인 듯, 굴을 좋아하는 그의 독특한 식사법이 화제가 되고 과연 그가 사귄 여성의 숫자는 몇명인가가 화제에 올랐던 시절, 카사노바에게 정절을 뺏기고 버림받은 여성을 손가락질하던 시절이 지나버렸단 뜻이다. 여성 문제 이외에도 천재적이었던 그의 삶에서 그래도 '사랑'은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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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능동적인 '연애 심리'를 자극하여 '여성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을 실제로 남겼다는 카사노바. 그의 재해석은 2005년 유난히 활발하여 한 편의 드라마와 한 편의 영화가 발표되기에 이른다. 영국의 천재적인 극작가 Russell T. Davies와 10대 닥터로 유명한 David Tennant, 그리고 칼리큘라의 티베리우스 황제로 유명한 Peter O'Toole이 발표한 미니시리즈 'Casanova(2005, TV)' 와 지금은 고인이 된 Heath Ledger와 유명배우 Jeremy Irons가 주연한 'Casanova(2005)'가 그것이다.

드라마의 관점과 배우, 제작진도 쟁쟁하지만 영화 쪽의 배우들과 제작진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차분이 두 편을 비교해보고 싶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카사노바가 연애 이외의 분야에서도 천재적이었다는 사실과 여성을 먹이감으로 여기며 사냥하던 타입은 아니란 사실, 그리고 사랑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한 인물이란 사실 만은 비슷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Russell T. Davies는 좀 더 수동적이고 부드러운 카사노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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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에 가까운 키에 천재적인 능력. 유명한 계몽주의자 볼테르를 비판하기도 하고 법학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던 카사노바는 실제로 의학이나 법률 분야의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력도 있다고 한다. 모험가 기질을 가졌던 그는 관심을 가졌던 웬만한 분야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나타냈고 꽤 괜찮은 능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변호사, 의사, 신학자, 사업가, 바이얼리니스트로 활약하는 카사노바의 모습을 드라마 속에서 조금씩 볼 수 있다.

사제들에게 이단으로 추적당하고 추방당하기도 여러번, 자신이 사귄 여자들의 자세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입에 오르내릴 뿐(볼테르나 루소같은 경우는 숨겨진 자식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못 말리는 바람둥이였다. 음흉한 이들에 비하면 카사노바는 몹시 솔직한 편) 약간은 사기꾼같지만 바람둥이로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분명 다른 분야로 유명해졌을 천재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한다. 극중에서도 묘사되듯 프랑스에 이태리 복권(lotto) 아이디어를 처음 전파한 사람은 카사노바일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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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양자가 되기도 하고 조지 2세같은 영국국왕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프랑스 궁정도 드나들었던 이 남자. 한 때는 이태리 그리마니 공작의 숨겨진 아들이라며 주장했단 기록도 있는데, 이 대단한 활동에 숨은 욕구는 '신분상승' 아니었을까 싶다.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천재적인 능력을 갖췄음이 인정됐지만 타고난 신분의 한계로 천대받았을 지 모르는 그에게 유일한 재산은 능력과 인맥(비록 여성을 통한 것일지라도) 뿐이었다는 것. 늙어서 사서로 일하게 된 그의 몰락과 어려움은 예정되어 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대단한 각본가와 대단한 배우가 만나서 대단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자체로도 흥미로운데 더욱 재미있는 건 이 드라마의 재미가 단발적인 이미지로는 잘 표현이 안된다는 것이다. 영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이태리와 프랑스의 문화이건만(영국인의 유럽 아랫 나라에 대한 편견은 재미있다) 이태리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국을 묘사하기도 하고 여성을 만나고 다니는 모험이 각국의 문화적 특징과 맞닿아 특이한 풍경으로 변질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춤추고 놀기 좋아하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파티장은 하루 종일 빙빙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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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눈빛을 가진 배우, 데이비드 테넨트가 보여주는 카사노바는 장난기 가득하고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상냥하고 선천적으로 착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 버전의 카사노바는 여자를 농락하고 있는 남자가 아니라 여성에게 이용당해주는 남자일 뿐이다. 시대상에 따라 욕망에 솔직할 수 없던 여성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던 남자란 자신의 해석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비록 사귄 여자의 범위가 너무 넓어 수녀는 기본이고 동성연인까지 있었다고 하지만 '여자가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그의 표현은 재미있다.

이 드라마는 3시간 안에 카사노바의 삶을 잘 요약한 편이다. 늙은 카사노바가 과거를 회상한다는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그 점이 영화와 다를 것이라고 본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바람기를 유지하는 이 남자의 삶이 흥미진진하다. 늙은 역으로 출연하는 1932년생 피터 오툴(2008년엔 Tudor라는 드라마에서 교황역으로 보게 된다)이 로즈 번(Damages의 엘렌 파슨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여주는 장난기도 만만치 않다(카사노바는 늙어도 카사노바).


Dead Like Me - 죽고 사는 일이 별개 아니라니까!?

DRAMA 2008. 2. 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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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동반되는 정서는 보통 '공포' 내지는 '고통'이 아닐까 싶다. 막연히 알 수 없는 사후 세계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어떻게 찾아올 지 알 수 없는 죽는 순간의 아픔에 미리 겁먹기도 하는 인간.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쉽게 언급할 수도 없고 장난칠 수도 없는게 '죽음'이라는 현상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죽음이 이어지는 영화는 공포 영화 즉 호러 무비 대열에서 빠지지 않고 장례 문화는 엄숙하고도 근엄하며 죽음을 함부로 입에 담으면 재수없다는  문화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죽음이란 주제는 아마도 코믹함의 대상은 되기 힘들 것이다. 1969년생인 이 독특한 제작자, Bryan Fuller(사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꽤 잘생긴 제작자이다)의 관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스스로를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의 광적인 매니아(Geek)이라고 밝혔다는 Bryan Fuller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작가로서 드라마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이제는 Dead Like Me 이외에도 Heroes나 Pushing Daisies 같은 유명 드라마 시리즈의 제작자(작가)로 활약하고 있으니 일개 팬으로 시작한 취미 치고는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Bryan Fuller의 죽음이란 주제에 대한 가볍고 코믹하며 즐거운 접근, 그 드라마가 바로 Dead Like Me이다. Pushing Daisies의 동화같고 장난스러운 설정처럼 Dead Like Me에서 바라보는 죽음은 뭔가 심플하면서도 간단하고 또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이젠 아예 사람의 목숨을 거둬가는 사신이란 존재가 엄숙한 사람들이라기 보단 도시의 부랑자들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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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관두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여주인공 죠지 래스. 약간은 부정적이고 투털거리기 좋아하는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장례식장에 입고 가는 얌전한 옷을 입고 첫출근했다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죽어버린 주인공.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나레이터, 주인공 죠지 래스는 죽음이란 신과 개구리, 두꺼비 사이의 의미없는 장난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신이 맡긴 '죽음'이 담긴 병으로 장난치던 개구리와 두꺼비 덕에 인간은 죽게되었노라고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반항적으로 죽음을 설명하는 주인공은 살아있을 때도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밝은 관점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뭘하든 재미가 없어 보이는 표정에 불친절한 표정. 만사가 따분해 보이는 주인공은 장례식에 입고 가는 검은 옷을 입고 첫출근한다.

'Shit'이라는 단어 한마디를 내지르며 받아들인 죽음. 죽음의 이유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황당하다. 멀리 러시아 우주선에서 떨어진 변기시트에 맞아죽는 사람은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 그 떨어지는 변기 시트를 바라보며 갑자기 맞은 죽음 때문에 툴툴거리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 건 죠지 래스의 성격이 워낙 '독특한' 까닭일 거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던 별나고 어린 여동생에 맨날 자신을 들들 볶던 엄마,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쓰이지 않는 아버지까지 죽고 나서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해서 약간은 궁상맞은 분위기를 연출할 법도 하지만 이 특이한 주인공은 그렇게까지 죽음에 진저리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곁을 맴도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존재들을 뒤따라 다니며 뭔가를 배우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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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죽고 나서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과연 어떤 삶을 배우게 될까? 새로운 인생이 맞긴 맞는걸까? 튜더스에도 출연한 적 있는 컬럼 블루는 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특별한 삶의 기술을 가르쳐줄 것 같다.

약간은 황당한 드라마의 초반 설정을 미리 귀띔하자면 주인공 죠지 래스는 '사신(스스로는 Undead라고 부른다)'이 된다. 죽음이 예정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을 맡는데는 자격이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신의 혼을 거둬준 다른 사신의 역할을 물려받는 거라고 한다. 산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신들은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온갖 죽음들을 구경하고 다닌다.

사신들의 보스가 포스트잇에 적어준 사망예정시간과 이름 하나만 가지고 죽을 사람들의 혼을 거두기 위한 작업을 해나가는데 살아 생전에도 만사에 툴툴거리던 죠지가 죽어서라고 자신의 일을 쉽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대체 돈도 되지 않고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왜 자신이 해야하느냐며 반항하고 무시하는 신입사신 죠지 래스. 사신들의 보스, Ruby는 사신의 일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박하면서 죠지를 끌고 다니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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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멀쩡이 돌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사신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대개 많은 고통을 느끼지만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죽음은 산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는 일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죽은 이후에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결국 주인공이 사신의 일을 받아들이게 되는 까닭에 드라마가 2시즌까지 진행되지만, 아쉽게도 2004년에 시즌 2가 종료된 드라마다. 그러나 인기는 만만치 않게 좋았던 까닭에 외전격인 다른 드라마를 제작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2008년엔 비디오 버전의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고 제작자 Bryan Fuller는 죽음이라는 주제의 또다른 드라마, Pushing Daisies를 만들었다. 컬트 분위기의 드라마치고는 상당한 인기이다.

죽음이란 단어의 무거운 분위기 탓에 초반에 등장하는 독특한 여주인공의 부정적인 태도가 더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우려했지만 상황 설정 하나하나가 코믹한 까닭에 과연 '죽음'을 다루는 드라마가 맞는 것일까 생각될 지경이다. 죽음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사신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과 별다를 바 없다는 점도 흥미거리.

동료로 등장하는 또다른 사신들의 성격도 각각인데 별로 책임감을 가진 것 같진 않은 그들의 보스 루비라던가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한 스타일의 사신 록시, 약간 머리가 텅텅 비어버린 것 같은 사신 Mason, 예쁘장하게 생겨서 골치아픈 짓을 골라 하는 사신들과 각각의 사연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를 시청하는 재미도 꽤 괜찮다. 이 드라마의 부제는 'Someday you too will be Dead Like Me' (언젠간 당신들도 나처럼 죽습니다)라고 한다.

Monk - 섬세한 강박증 환자 몽크의 바깥 세상 바라보기

DRAMA 2008. 2. 1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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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에서는 보기 드물게 리랜드 스톨마이어 반장과 몽크가 의기투합하는 장면. 샌프란시스코의 한 거리에서 마련한 반장의 새 차를 손수건으로 함께 닦고 있다. 이 날 만큼은 함께 새 차의 오물을 닦아내는 보기 좋은 두 사람.

간만에 몽크 6시즌 13화를 시청했다(전체 몽크 에피소드 중에선 90번째 에피소드에 해당한다, 2월 22일 93번째 에피소드 Mr. Monk Is on the Run 이 방송될 예정). 1시즌이 TV에서 방영될 때 시청했으니 3-4년 만이지 싶은데 그는 여전하다. 몽크를 주변에서 도와주던, 아들가진 엄마가 이제는 딸가진 엄마로 바뀌었지만(그리고 바뀐 여주인공들이 더 극성스러워진 것도 같지만) 반장과 갈등하는 모양새도 여전하고 쪼잔하고 소심하게 구는 방식도 여전하다. 그나마 1-2시즌에서처럼 주변사람들은 덜 볶아대니 천만다행이다. 2시즌 한 에피소드에서 온 집을 모두 특정 회사의 생수로 채워버리는 장면은 약간 짜증이 날 정도였다.

국내에 이미 주말외화로 방영된 적 있는 Monk. 그 특별한 재미에 빠진 팬들이 이미 많은 까닭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은 외화 중 하나이다. 벌써 6시즌까지 이어진 이 드라마(6년이 넘었단 이야기다)는 비주류 드라마로(메인 시간대에 방영되지 않는 드라마) 만들어져 프라임타임(황금시청율을 자랑하는 시간대)으로 방송 시간이 옮겨진 기록을 갖고 있다. 단 하루 만에 제작 중단 사태를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미드의 운명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

소심하고 예민하고 꼼꼼하고 잘 삐치고 결벽증을 앓는 탐정 몽크. 사건 해결 능력 하나는 천재적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쪽엔 천재.  그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은 아직까지도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죽어버린 아내, 트루디 정도일 것 같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에 없다. Monk라는 단어의 또다른 뜻인 수도승처럼 Monk같은 인물을 상대하자면 정말 도를 닦아야 할 지도 모른다. 스톨마이어 반장이 왜 그렇게 불같이 화내는 지 알 것도 같은 자연스러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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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사건은 엉뚱한 단서를 통해 해결되었다. 유난히 깔끔을 떠는 몽크 보다는 극성스러운 여주인공의 딸이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 상대적으로 리랜드 반장이 더더욱 불쌍해지는 설정은 변함없던 에피소드. 몽크에는 이런 선명한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다.

범죄, 추리가 이끌어 나가는 수사물은 많다. 특히 '탐정' 역할을 하는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들도 많은데 복잡한 이야기 보다는 한 두 에피소드 안에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상황이 테마가 된다. '주인공의 능력'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된 재미. The Closer의 브렌다 리 존슨이라는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사건은 복잡하기 보다는 '용의자의 자백'이 필요한 사건이 더 많듯이 탐정 몽크가 만나는 사건들도 특별히 난해하다기 보단 몽크의 추리력을 시험하는 내용이 더 많다. 타고나게 소심한 까닭에 일반인들은 잘 놓치는 작은 단서를 잡아내는 몽크.

몽크의 장점은 복잡한 설정이 넘치는 드라마 속에서 만나는 가벼운 추리물로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연 배우의 역량을 모두 이끌어내야하는 코미디 캐릭터 드라마이기도 하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탐정 캐릭터 몽크와 잊을만하면 한번씩 언급되는 죽은 아내, 트루디 이야기. 몽크와는 대조적인 주인공 리랜드 반장 등이 드라마를 개성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각종 강박증과 포비아의 시달리는 몽크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캐릭터가 반장 리랜드 스톨마이어(Ted Levine)인데 몽크의 소심하고 쪼잔한 강박증 증세는 반장의 오버 액션과 짜증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요소가 아닐 지도 모른다. 그 소심함에 시달려야 하는 반장이 안스러울 지경으로 예민하게 반응해주기 때문에 몽크의 박자가 어긋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면 둔감한 캐릭터. 이 배우는 '양들의 침묵(1991)'에서 버팔로 빌을 맡았던 연기파 배우이다.



It's a jungle out there. 탐정 Monk의 오프닝 테마송이다. Monk가 두려워하는 더러움, 바이러스 그리고 여러가지 번잡스러운 일들. 그 모든 것 이외에도 약간은 순수하고 과거지향적인 몽크에게 세상은 정말 정글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곳이라는 노래가 딱 어울린다. Jeff Beal이라는 드라마 음악의 거장(Rome, 어글리 베티, 카니발 등의 드라마 음악 작곡자)이 작곡했다고 들었는데 2시즌부터는 노래 부르는 가수가 Randy Newman으로 바뀌었다. 거친 목소리로 바깥 세상이 험난하다고 부르는 노래가 다소 코믹하게 오프닝 화면과 잘 어울린다.

항상 몽크에게 질색을 하고 몽크를 구박하는 듯 하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에서 몽크를 돌봐주는 리랜드 반장, 약간은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엉뚱한 피셔 형사, 짜증난다 싶을 정도로 극성인 나탈리와 줄리 티거 모녀, 그리고 몽크의 친구 크루거 박사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과보호 받고 있는 강박증 환자의 세계. 섬세하고 소심한 탐정 몽크는 그래서 재미있다.


출처 :
http://www.usanetwork.com/series/monk/



Eli Stone - 우리집 거실에 조지 마이클이 있어요!

DRAMA 2008. 2. 17. 21:53




칼리스타 플록하트의 사랑만들기. 앨리 맥빌(Ally McBeal)은 28세의 하버드대를 졸업한 변호사, 앨리 맥빌이 첫사랑이 근무하던 회사, Fish&Cage에서 근무하며 애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 길고 긴 시즌 드라마 속에 가끔 출연하는 유령 빌리이다. 변호사 사무실과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역시나 앨리와 그 주변 사람들 이야기.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고, 일종의 예지력을 갖는 주인공, Eli Stone의 이야기를 시청하면서 맨처음 떠올린 드라마가 앨리 맥빌이다. 주인공 일라이 스톤은 멀리 금문교가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그곳에서 가장 잘나가는 로펌에 근무하는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그 로펌에서도 제일 능력이 좋은 변호사에 속하는데다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로펌 대표(조단 웨더스비)의 딸 테일러 웨더스비 (나타샤 헨스트리지)와 결혼도 예정되어 있다.

부러울 게 없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앨리 맥빌과는 약간 다르다. 또, 잘 나가는 변호사로서의 일라이 스톤은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재판의 승리를 위해 때로는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윽박지를 줄도 알고, 협상을 끌고 나가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한다. 이치에 닿지 않는, 말도 안되는 주장은 일단 경청하지 않고 보는 그는 '유능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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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Eli Stone이 어느날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환청 속에서 들리는 노래는 이제는 아는 사람도 드문 노래, George Michael의 Faith의 전주,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한밤중에 그 유명가수가 자신의 집 거실에서 콘서트 하는 장면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대동맥류라는 진단을 받긴 했지만, 이런 황당한 환청과 환상은 Eli Stone의 일상을 변하게 만든다.

환청과 환각은 점점 더 다양해져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전철을 로펌 사무실에서 보기도 하고, 조지 마이클이 로펌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에피소드 2편에서는 비행기가 날라드는 환각 때문에 번화한 거리를 뛰어다니는 처지에 놓이는 일라이 스톤. 대동맥류라는 질병 때문에 보이는 환상이라긴 좀 너무하잖아. 중국의 침술사는 Eli의 이 증세를 '예언자' 증세라고 부른다. 미래를 예언해주기 위해서 이 환상들이 조금씩 보인다는 것.

이런 일을 겪는 본인은 몹시 죽을 맛이다. 갑작스런 이상행동으로 미친 사람 취급 받는 건 따놓은 당상인데다 자신을 떠날까 말까 재는 듯 보이는 애인, 변호사 자리는 유지할 수 있을 지 알 수도 없고. 예언이 지시하고 있는대로 행동하다간 지금까지 쌓아온 변호사 자리를 잃는 것도 금방이렸다. 대체 똑같은 증세를 보였다는 아버지는 이런 환상과 환청을 어떻게 이겨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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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로펌, 변호사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최근 한국에서도 피해자의 정서 보단 가진자의 정서를 대변하는 장사꾼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많다. 2007년 오픈해서 시즌 2, 3까지 확정된 Damages라 는 드라마는 정글 보다 치열하고 추잡한 변호사 세계의 비리를 보여주고 있다. '장사속'에 밝은 변호사가 '착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도태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된다랄까? 즐거운 듯 유쾌한 듯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드라마이지만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 변호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빠지지 않는다.

드라마 속 약자를 대변하는 자페증에 걸린 아이 엄마와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는 변호사 세계에서 버림받는 실제 케이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볼거리는 추억을 보여주는 조지 마이클의 환상 이외에도 미국의 사회적인 이슈를 한번쯤 되짚어 본다는데 있다고 한다(물론 우리 나라와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법이 어느 편의 손을 들었느냐와 상관없이 한번쯤 되돌아보아야할 이야기, 말이다.

주연을 맡은 Jonny Lee Miller는 꽤 유명한 드라마와(트레인 스포팅, 맨스필드 파크 등) 영화에 출연하던 주연급 조연으로서 Smith라는 미드의 주연으로 활약한 적도 있다. 그의 약혼자 테일러 웨더스비 역을 맡은 나타샤 헨스트리지와 그녀의 아버지, 빅터 가버 역시 잘 알려진 배우. 에피소드 2에서는 빅터 가버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등장할 예정이다. '환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보니 드라마가 발휘하는 상상력 역시 코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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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2007년에 사전 제작된 드라마로서 2008년 초기 Mid-season(9월에 시즌 오픈된 드라마들이 짤리고 시즌 연장되고 결정나는 사이 '교체'드라마가 입성하는 시기, 보통 연휴가 끝나는 1월 부근이다) 예정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13 에피소드 주문되었으니 13개 정도는 방영이 무난할 듯 하다. 탄탄한 주연, 조연진의 배치도 그렇지만 갈등을 유발할 만한 '미끼'들도 산재해 있으니 스토리를 끌고나가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첫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들의 평도 좋은 편이고 작가파업을 등에 업고 시작한 드라마라 ABC 방송국의 지지도 괜찮아 보인다. 무난하게 1시즌 추가 에피소드 주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지금까지 방영된 Eli Sotne 에피소드 제목은 조지 마이클의 노래 제목이었다는 점이다.



* 출처 :
http://kr.truveo.com/
http://abc.go.com/primetime/elistone/index?pn=index

 



Lipstick Jungle - 립스틱을 닮은 도시 정글의 법칙

DRAMA 2008. 2. 2. 18:15


립스틱 정글은 'Sex and the City'로 유명한 소설 작가 캔디스 부쉬넬(Candace Bushnell)의 인기 소설이다. 박진감있고 시원한 상황 전개로 인기를 끌던 소설이라 드라마 제작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일단 이 기대감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기엔 약간 부족한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정글이 항상 치열하고 긴박하고 시끄러운 것은 아니겠지만, 방영 이전 공개된 Pilot을 보기엔 전반적으로 박력이 부족한 드라마로 재탄생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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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첫 시작을 화려하게 알린 Victory Ford(린제이 프라이스 역) 패션쇼에 원작자 Candace Bushnell가 까메오 출연 중이다(맨 왼쪽 여성).본인이야 말로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 묘사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성공한 소설가 이외에도 드라마 제작자이니 말이다. 그 옆은 주인공 브룩 쉴즈와 킴 레이버.

'Sex and the City'와 'Cashmere Mafia'가 그렇듯 이 드라마 역시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그것도 세계를 움직일 만큼 파워있는 도시, New York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50인에 당당히 뽑힌 여성들. 감히 접근하기도 힘든, 세계에서도 몇명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악마를 프라마를 입는다'라는 영화도 탄생시킬 만큼 인기있는 소재지만 더이상 볼거리를 제공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드라마 'Lipstick Jungle'은 같은 소재의 재탄생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듯 하다.

세명의 주인공은 스타일도 외모도 화제가 될만한 배우들. Lindsay Price, Kim Raver, Brooke Shields 는 일단 170센티가 넘는 신장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40대 초반에 해당하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길고 날씬한 그녀들은 프로모션 사진 만으로도 패셔너블한 모습이 연출되지만 상대적으로 예쁜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는 'Cashmere Maria'에 비해서 장식이 적은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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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것이 정글의 법칙, 하늘 만큼 오래되고 진실한 것. 그리고 법칙을 지키려는 늑대는 번영하지만, 법칙을 파괴하려는 늑대는 반드시 죽으리라.(Rudyard Kipling)"

"모든 법칙을 따라하다간 재미있는 것을 놓치는 법 (Katharine Hepburn)"

드라마의 첫 화면은 두가지 문장과 함께 한다. 숲 속의 풍경과 소리를 들려주며 보여주는 정글북의 한 문장 그리고, 립스틱 모양을 닮은 도시 빌딩을 배경으로 캐서린 햅번의 명언을 말이다.  뉴욕 정글 생존 법칙이 준엄하지만 예외도 있단 말이렷다. 이제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정글을 헤쳐나가느냐가 드라마의 관건이다.


뉴욕에서 영향력있는 여성 12위 웬디 힐리(Wendy Healy)
41세의 Parador Pictures 사장. 자신의 영화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항상 달라드는 세 명의 아이들과 아이처럼 구는 남편 때문에 애먹고 있다. 무직 상태이면서도 정신없는 출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 Shane은 웬디를 옷 한벌 사입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만든다.  웬디는 실패했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 이런 면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완벽해지려 노력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계약이 성사된 순간 이혼을 통보해버리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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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그리고 건강과 다이어트는 전혀 돌볼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웬디 힐리. 10분이 아쉬운 정신없는 출근시간에 상사는 일처리를 재촉하는 전화를 걸고 남편은 쿨쿨 자고 있다. 화려한 브룩쉴즈 보다는 남성적인 느낌의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을 더 자주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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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배우와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고 회사 직원들과 기쁨에 빠진 웬디 할리에게 날아온 남편의 문자. 이혼하자는 말이 장난스럽지 않다. 웬디의 노력과 그동안의 사랑이 물거품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뉴욕에서 영향력있는 여성 6위 니코 릴리(Nico Reilly)
42세의 본파이어 잡지 편집장. 곧 계열사의 CEO가 되고 싶은 야망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획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그녀는 야심가이다. 화려한 복장에 늘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는 그녀지만 남편과의 로맨스는 더 이상 진행형이 아니다. 낯선 남자의 유혹을 받고 무릎에 전화번호를 적어오지만, 남편은 자신에게 무심하다. 결국, 그 젊은 남자와 외도를 저지르게 되는 니코. CEO가 되기 위해는 약점이 잡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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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젊은 사람과 외도를 저지르고 눈물흘리는 니코. 일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계획대로 잘 처리되고 있지만 남편과의 로맨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외도라는 도피처는 니코에게 정말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뉴욕에서 영향력있는 여성 17위 빅토리 포드(Victory Ford)
자신의 이름으로 된 부띠끄와 샵을 가진 성공한 디자이너. 아시아에도 그녀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샵이 있고 핸드백과 보석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인 디자이너이다. 친구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첫시작부터 슬럼프에 빠지는 그녀는 자신의 1분은 오천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데이트도 리무진에서 데이트 약속도 비서가 잡아주는 화장품업계의 억만장자, Joe Bennett과 데이트하게 된다. 상황이 어려워질 때 마다 눈물을 흘리고 컵케이크를 먹는 독특한 그녀는 아마 이 억만장자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린제이 프라이스는 아름답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76년생이지만 40대 초반의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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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자신의 패션쇼에서 전 세계를 선물받은 빅토리 포드. 그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지만 싱글에 대한 주변의 편견들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조 베넷의 침대에서 뛰어다니는 장면(뛰어다닐 만큼 크고 넓었다)과 울고 있는 빅토리를 위해 제트기를 보내주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특별한 볼거리이다.

립스틱 정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여성의 약간은 우울한 시련인지 세 여성 간의 우정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부드럽게 말해서는 대체 말을 들어먹지 않는 감독에게 거칠게 '해고됐다'고 말해야하는 브룩쉴즈가 격는 시련은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고, 니코의 완벽한 사회생활과 외도 역시 단골 소재이다. 빅토리 포드의 인연 역시 비현실적이지만 새로울 것은 없을 듯하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Cashmere Mafia에서 취한 간결하고 박력있는 진행방식은 포기하고 약간은 지루한 듯 약간은 서글픈 듯 그녀들의 사연을 진술하기로 맘먹은 모양이다. 원작의 캐릭터를 제법 잘 살리고 있는 여주인공들은 인상적이지만 테마 자체가 가지는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2월 7일을 기다려 보자.



이미지 출처 :
http://www.nydailynews.com/

우주교향시 메텔 - 사연많은 라 메탈의 공주 메텔

ANIMATION 2008. 2. 1. 10:28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라 메텔 행성으로 향하는 소년 테츠로(철이). 원래 인간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999의 차장. 중립지대를 자처하는 열차 999호. 그 주변을 맴도는 퀸 에메랄다스와 캡틴 하록의 전함. '은하철도 999(Galaxy Express 999)'에서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테츠로의 우주 여행이다. 그래서 메텔의 비밀을 양념처럼 조금씩 섞어놓을 뿐 본격적으로 밝혀준 적은 없었다. '명왕성'에 메텔의 원래 몸이 있다거나 '철이의 엄마'와 몹시 닮았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결국 라 메텔 행성의 공주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왜 999호를 탔는지 하필 테츠로를 골랐는지 그런 이야기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던 은하철도 999.



퀸 에메랄다스의 이야기나 캡틴 하록의 이야기는 따로 제작된 적이 있고 마츠모토 레이지 시리즈의 연장선이라고들 하지만, 메텔의 사연은 구구절절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은하철도 999' 극장판이 발표될 때 '천년여왕과 메텔'이 동일인물이란 광고 카피가 쓰였고 팬들은 철썩같이 그 말을 믿었다.

물론 마츠모토 레이지는 2004년 발표된 '메텔 레전드 (メーテルレジェンド)'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이 동일인물설을 완전이 맘대로 뒤집고, 천년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이 메텔과 에메랄다스의 어머니다라고 발표해버렸다! 메텔의 비극은 천년여왕이 라 메텔을 다스리기 힘들어 내린 결단 때문에 시작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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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레전드에서 라 메탈의 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자신들의 어머니를 죽었다고 생각하며 고향을 떠나는 자매. 에메랄다스는 우주 해적이 됐고, 메텔은 우주 여행자가 됐다. 별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의 결단은 두 딸의 인생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은하철도 999를 타고 라 메탈을 탈출하며 생각에 잠긴 에메랄다스와 메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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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메텔이지만, 아무리 봐도 안타까운 쪽은 천년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이다. 천년여왕 시리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순수함, 그리고 여왕다운 자태들을 많이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메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이는 성격도 아쉽다.

우주 교향시 메텔은 그 2년 뒤의 이야기이다. 제정신을 차렸다며 다음 여행이 되라고 메텔을 불러들이는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자신은 더 이상 기계인간이 아니라고 하고 자신의 별을 인간과 기계인간이 공존하는 곳으로 바꾸겠다고 하지만 메텔은 계속해서 의심쩍다. 물론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기계인간으로 만든 여왕이니 본성이 악한 사람은 아니지만, 기계화의 마력을 직접 눈으로 본 메텔이다.

여왕의 주변인물인 레오파도르 사령관이나 여왕을 미워하는 다른 주민들의 위협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메텔은 어머니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에게 어두운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일단은 여왕이 되겠다는 제의를 받아들이며 라 메탈의 상황을 살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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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을 반갑게 맞다가 총격을 받을 뻔한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예전 천년여왕의 미모와 위엄, 착한 마음을 모두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한때 기계인간이 되었던 여왕에겐 뭔가 비밀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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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이 라 메탈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소년 나스카. 어쩐지 '은하철도 999'의 테츠로를 많이 닮은 이 소년은 인간을 기계인간으로 바꾼 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을 증오한다. 여왕을 죽이고 싶어하지만 차마 메텔까지는 죽이지 못하는 소년. 기계류를 공격하는데 능하다.


라 메탈 행성에 관한 애니메이션은 지금껏 없었기 때문에 우주교향시 메텔에 등장하는 풍경들은 어쩐지 낯설지만 여왕의 딸로서 여왕수업을 받는 메텔이나 딸을 여전히 사랑하는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동생이 여왕이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싶어하는 에메랄다스, 하록이나 레오파도르의 풍경들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은하철도 999은 오래전 애니메이션이라 지금 시청하기엔 단순한 부분도 많다, 또 이전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의 비밀이 무엇인지 금방 간파할 수도 있지만 메텔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13여개의 에피소드를 본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특별히 밝혀진 이야기가 있다기 보단 원래 특별 무비 정도 가능했을 이야기를 13개로 늘인 것 같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별명이 팬들 사이에 '대마왕'이라고 한다.
 
짧게 제작된 시리즈인 만큼 등장인물들이 큰 비밀을 폭로할 것 같진 않다. 기억 속의 메텔이 아름다웠던 만큼 신비롭고 슬픈 눈을 가진 여인이었던 만큼, 그 만큼 메텔의 얼굴을 볼 수 있음을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애니메이션.

Pushing Daisies - 어떤 사람을 딱 1분 동안 되살릴 수 있다면?

DRAMA 2008. 1. 29. 00:36


만약 내게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죽었던 사람을 1분 동안 되살려서 어쩌다 죽었는지 또는 죽기전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지 말하게 할 수 있다면? 아니 그것도 아니면 죽었던 첫사랑을 세상에 되살려놓고 얼굴 만 보게 된다면! 죽음이라는 단어의 진지함과 무게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문장이다.

이렇게 조금쯤은 '장난같고' 조금쯤은 '동화같은' 죽음에 대한 상상을 옮겨놓은 드라마가 이 Pushing Daisies다. 'Push (up) daisies'라는 관용어구는 '죽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죽어서 땅 속에 묻혀 데이지 꽃을 자라게 한다는 상상력이 발휘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에는 데이지꽃이 잔뜩 나온다. 주인공 네드와 척이 자란 마을 쿼드쿼에도 노란 꽃밭이 있다. 노란 꽃밭이 잔뜩 펼쳐진 동화같은 마을, 쿼드쿼에 사는 소년 '네드'와 그 소년의 첫사랑 '샬롯 척 찰스'.

어릴 적 우연히 깨달은 네드의 능력. 죽었던 존재를 한번 만져주면 되살아나고 그 존재가 1분 이상 살아 있게 되면 대신 가까이 있던 다른 존재가 죽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져 되살아난 존재를 또 다시 만지면 그 존재는 영원히 죽게 된다. 네드는 그런 이유로 엄마를 잃었고 척은 그런 이유로 아빠를 잃었다. 엄마를 잃은 네드는 기숙학교에 가게 되고 네드가 잠시 살려놓은 엄마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척은 두 성격장애 이모들과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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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네드 역을 맡은 파이가게(Pie Hole) 사장 네드. 사람을 잠시 살릴 수 있는 능력 덕에 원치 않는 여러 일에 휘말리지만 결코 가볍거나 생각없는 사람은 아니다. 죽었던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이는 일 때문에 망상에 휘둘릴 법도 하지만 항상 밝게 생활하는 남자. Lee Pace는 191센티의 장신으로 29살이라는 극중 나이와 연령이 비슷하다.

사람이 죽는다는 일, 그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린다는 일,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렸기 때문에 또다른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살렸던 사람을 결국 마지막으로 영원히 죽게 만드는 일. 모두 만만치 않은 무게의 일이지만 동화같은 드라마 속 주인공 네드는 결코 주눅들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어가는 과일의 맛을 다시 살려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일에 적응했을 뿐. 고민하던 어린 네드는 아주 높은 파이가게 건물의 소유주이다. 이 모든 처리 과정이 우울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그의 비밀을 알게된 탐정 에머슨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은 시체들의 비밀을 알아내고 다시 죽여버리는 비밀 업무를 맡게된 네드. 범인을 찾아내서 현상금을 받는 과정은 에머슨이 주로 처리하지만 시체들의 사망 비밀을 알아내는 일은 네드 혼자 만의 일이다. 의문사한 '샬롯 척 찰스'의 시체를 만나기전까진 그럭저럭 할만한 일이었던거다.

9살 때 첫키스를 나눈 첫사랑. 그러나 20년 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꿈 속의 그녀가 죽어서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 시체를 살리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네드이지만 마음이 좋지 못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유도 모르고 괴한에게 암살당했고 자신은 이미 어릴 적 그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지 않았던가! 드라마에서 네드는 유일하게 그녀에 한해 능력을 가진 죄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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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릴 적 연인 척과 네드. 다시 살려낸 척을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만져볼 수는 없는 네드와 척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로맨스이다. 살아있다는 것 조차 소문낼 수 없는 척의 신세를 생각하면 황당할 뿐. 결국 에머슨과 척 그리고 네드는 같이 현상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한다.

서로를 좋아하는 연인 사이라면 스킨십을 싫어할 리 없고 가까이 살면서 스킨십을 피한다는 것은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아무리 친하지 않은 사이라도 가까이 살면 한번쯤 손이라도 맞닿게 되는 법. 그러나 자신이 되살려낸 존재 딕비(멍멍이)와 척은 절대로 만져서는 안되고 가까이 둬서도 안된다. 네드의 고민과 슬픔은 자신의 저주받을 능력에서 나오는 것.

드라마는 시종일관 삶과 죽음, 그리고 미스터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주인공의 웃지 못할 처지 덕분에 무겁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개성이 다양한 조연들도 드라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나가는 주요 요소인데, 조금은 익살스러운 나레이터의 동화같은 설명도 그 가벼운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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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분위기의 찰스가 이모들은 부모를 잃은 척을 어릴 때부터 키워온 사람들이다. 애꾸는 릴리 이모는 고양이 모래를 갈다가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한쪽 시력을 상실했고 독특한 복장의 비비안 이모는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인어소녀 역으로 싱크로나이즈 쇼를 하던 그녀들은 은퇴한 후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척을 키워준 은인이면서 독특한 성격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언니들. 초반에 애꾸눈 때문에 살아돌아온 조카 척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치즈로 도배한 냉장고 같은 것으로 웃음을 줬다. 이 예쁜 이모님들은 척의 현상금 덕분에 세상에 다시 한번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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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은 우연히 파이가게 사장인 네드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동업을 제안하고 현상금을 받아서 나눠주는 그는 현실적이고 악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나쁘다고할만한 짓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시 되살아난 척 때문에 스트레스를 제법 많이 받고 있다. 시체들과 의사소통할 떄 방해가 되는 척과 의견충돌도 자주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뭔가 가시돋힌 말도 해주고 싶어하지만 본의 아니게(?) 착한 역을 더 많이 맡는 거 같다. 의외로 순한 이 남자의 취미는 조금 놀랄만하다(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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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가게에서 네드와 함께 일하고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사는 크리스틴은 은근히 여자를 멀리하는 사장, 네드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여자였지만 네드와 한집에 사는 척이 나타난 이후엔 멍멍이 딕비 만이 그녀 차지가 되었다. 뭔가 코믹하게 질투로 불타오르긴 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함도 갖춘 착한 언니 올리브. 네드가 척을 만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종의 위안을 느낀다.




네드의 신장이 191센티인데 비해 올해 41살인 이 크리스틴 체노위스(Kristin Chenoweth)의 신장은 150센티 그리고 척, 안나 프릴의 신장은 158센티이다. 유난히 두 여자 모두가 네드의 훤칠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노래 잘 부르는 배우, 크리스틴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던 재주 많은 사람인데 Pushing Daisies 에피소드 2에서 올리비아 뉴튼 존이 'Grease'에서 불렀던 것으로 유명한 'Hopelessy Devoted to you'를 멋지게 불러준다. 가사 그대로 항상 네드가 사랑을 받아준 것도 아니니 'It's not the first time heart broken..'도 아닐진데. 불쌍한 올리브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까!




출처 :
http://abc.go.com/primetime/pushingdaisies/index?pn=photos

Life on Mars - 동등한 무게의 꿈과 현실...

DRAMA 2008. 1. 27. 01:04


데이빗 보위의 약간은 몽환적인 히트곡, 그것도 1973년경 유행했다는 히트곡, 'Life on Mars'가 이 드라마의 제목이자 메인 배경음악이다. 난해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맥락이 파악되지 않는 가사처럼 드라마의 광고 카피도 선뜻 파악이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혼수 상태인가 미친 것인가 아니면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인가?'(My name is Sam Tyler. I had an accident and I woke up in 1973. Am I mad, in a coma, or back in time?)

시간여행을 온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자신의 상황과 관련이 된 70년대의 사건들. 미쳤다고 하기엔 똑똑하고 이성적인 주인공. 혼수상태라고 단정짓기엔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황들. Life on Mars는 드라마의 초반을 그 상태로 끌고 간다. 미친 것인지 혼수 상태인지 분명히 알 수 없는 주인공은 70년대의 경찰서 직원들과 사건을 해결하러 뛰어다닐 뿐이다. 단지 조금 미쳐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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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를 검거하러 달려가는 주인공. 심증은 확실하지만 물증이 없는 용의자, Colin Raimes의 집주변 풍경은 주인공 Sam Tyler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샘 타일러는 같은 풍경이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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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마야와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이던 샘 타일러는 범인에 대한 심증으로 범인을 미행하던 마야가 납치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Life on Mars라는 노래를 듣던 샘은 갑작스런 교통사고에 정신을 잃고 마는데 깨어나보니 모든게 변해 있었다.

최신 차량을 타고 나타난 깔끔한 양복과 단정한 차림새의 주인공. 맨체스터 지방의 경감인 샘 타일러의 첫등장과 비교되리 만큼 오래된 70년대의 풍경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다. 아무리 역사가 살아숨쉬는 영국이라 할 지라도 그때의 느낌을 살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 틀림없을텐데 주인공이 돌아다니는 도시는 아무리 봐도 70년대의 풍경인듯 보인다. 주인공 이외의 조연들 역시 70년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자연스럽다.

지문검사, 시체 검시, 현장증거, 미란다원칙, 변호사 동석, 심리전문가, 그리고 CCTV와 같은 범죄자의 인도주의적 입장을 강조하는 주인공은 당황스러운 70년대 풍경에 자주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론 주인공의 70년대 동료 형사들은 용의자 체포시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는 주인공을 미친 사람 취급을 하곤 한다. 이 갈등은 주인공과 주인공의 연인, 마야의 갈등이 연장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심증 만 있으면 아무나 끌고 오고 용의자가 아닌 목격자에게도 막말과 무력을 행사하는 무지막지한 70년대의 형사. 그 경찰 문화에 반발하지만 증거주의 때문에 체포하지 못한 용의자 덕분에 마야를 잃은 주인공은 내심 그 파워를 바라고 있던 게 아닐까. 과연 그가 보고 있는 이 '형사들'은 현실일까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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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70년대에 찍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들과 주변인물들. 자주 보던 70년대의 경찰서처럼 여순경을 하녀 취급하고 여성에겐 성희롱을 저지르며 아무 용의자들에게 욕과 폭력을 퍼붓고 증거를 훼손하는 형사들. 당황스러운 과거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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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샘타일러의 상관인 Gene Hunt. 이 모든 경찰 폭력과 혼란스러움의 상징인 진 헌트는 원칙을 지키고 싶어하는 샘 타일러를 제법 잘 다독이는 편이다. 물론 가끔 폭력도 사용해주는 센스. 모든 면에서 샘과 대조적이지만 사건을 해결할 땐 잘 어울린다.



70년대 배경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탓에 70년대 히트 음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미스터리와 어울리고 있는데 물론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음악은 David Bowie의 'Life On Mars?'이다. 시대와 상관없이 그냥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음악이지만, 데이빗 보위의 외모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과연 노래 가사와 드라마의 미스터리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과 상관없이도 오래된 영국 풍경이 흥미롭지만, 약간은 지루한 기분도 든다는 건 이 드라마의 단점이다.
 
깔끔한 외모의 주인공 존심은 이 드라마로 영국 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연기력도 받쳐주지만 현대의 외모와 70년대의 외모가 모두 어울리는 주인공의 변신도 재미있다. BBC 방송국의 흑백 TV와 낡은 것이 어울리는 영국, 그 풍경이 독특한 드라마다.


출처 :
http://www.bbc.co.uk/lifeonmars/
(에피소드별 짧은 클립과 배우 소개, 에피소드별 배경음악들을 설명하고 있다)
http://www.bbcamerica.com/content/294/index.jsp

Doctor Who - 1963년부터 2008년까지 닥터후

DRAMA 2008. 1. 22. 06:46


영국 BBC방송국에서 1963년에 첫방송을 시작한 닥터라는 SF 드라마는 26시즌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1989년 방영이 종료되었다. 다시 2005년 제작되기 시작해서 지금 2007년 12월 25일 4시즌 첫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시작했다(2008년 3월 본방송 시작). 단언하건대 이 시리즈를 제대로 파악하자면 닥터와 제법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닥터의 기록을 보고 싶어도 BBC 방송국에 보관된 필름 중 많은 부분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전부 볼 수가 없다.


TARDIS라는 작은 물체를 타고 다니며 시간, 공간, 그리고 우주 어느 곳이든 제약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Doctor.
각종 역사적인 사건에 아무렇지 않게 뛰어드는 사연많은 외계인. 그 상상초월하는 역할을 위해 지금까지 10명의 닥터가 활약해왔으며 1대, 2대, 3대 닥터는 이미 사망했다. SF 드라마의 스케일과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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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활약한 열 명의 닥터를 모두 모아놓았다(출처 : 위키피디아). 지금 사망하신 분이 3명. 이전 닥터들도 외모가 급격히 변해서 알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닥터후 시청할 때 원칙적으로 타디스(TARDIS)에 대한 설정이나 기타 우주관 등이 독특해서 알아둘 점이 많다고들 한다. 이전 시즌에서 설정된 내용이라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법 긴 제목의 소설과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이 닥터후의 원작자를 알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설정한 지구라는 행성의 미개함을 기억할 지 모르겠다(그 소설에 아주 잠시 닥터후가 등장한다고 한다).

닥터는 2개의 심잠을 가지고 12개의 목숨을 가진 시간로드이다. 그리고 나이는 900살. 젊은 얼굴로 닥터를 맡은 데이비드 터넌트는 그래서 오랫동안 살아온 슬픈 외계인의 눈물을 표현해야 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행성은 이미 우주 상에 없다. 닥터는 지구에 여행을 자주 오며 우주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닥터가 타고 다니는 타디스는 생명을 가진 생명체로 우주에 단 하나 뿐이다. 1950년대 경찰 부스처럼 위장하고 서 있지만 가벼운 외모와는 달리 다른 어느 누구도 쳐들어올 수가 없다. 이 타디스 덕분에 어느 공간이나 시대에 가든 아무 어려움없이 의사소통할 수가 있다. 즉 통역기의 역할도 담당한다.

인간에게는 소중한 지구도 외계인들에게는 흔하디 흔한 행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태양이 팽창해서 태양계가 붕괴될 때 지구도 아무 미련없이 사라지게 된다.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인간이란 얼마나 하찮고 미미한지. 닥터는 그렇지만 지구인을 어머니로 둔 까닭에 지구를 아낀다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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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버전 닥터후는 물론 이런 설정들을 몰라도 접근가능하다. 어느날  Rose Tayler 앞에 나타나 앞뒤가 안맞는 말과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떠들면서 Rose를 구해준 닥터. Rose는 갑자기 폭발해버리는 자신의 직장과 자신을 죽이려드는, 살아움직이는 마네킹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나타난 박사 역시 심란한 사람이다.


외계와 과거 또는 미래의 상황으로 꾸며진 초반의 볼거리 그리고 긴박한 모험과 문제해결이 이어지는 극의 구조가 시청자를 제법 오래 잡아끈다. 이번엔 어떤 외계인이 등장할 것인가 상상해보는 것도 엄청난 재미이다. 닥터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기로 맘먹은 Rose는 찰스 디킨스와 직접 만나 보기도 하고 적응하기 힘든 외계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먼 미래, 이미 태양에게 흡수되었어야 하지만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남겨졌던 지구가 파괴되고 그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전 우주의 대표들. 마지막 인류랍시고 남은 존재는 정말 인간인지 조차 의심스러운 존재이고 외계인들의 모습에 Rose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정말이지 Run away하고 싶을 뿐(이 외계인들은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지구의 유물이란 핑계로 드라마는 Soft Cell의 Tainted Love란 노래를 들려준다.


 

일촉즉발의 위기. 닥터의 맘에 들만큼 놀라운 순발력으로 모험과 위기에 잘 적응하는 Rose이지만. 아무 능력 없는 Rose가 위기에 처할 때 마다 닥터는 최선을 다해 Rose를 구해낸다. 여행의 동반자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Rose와 닥터와의 관계로 재미있을 듯 하다. 항상 인류를 구하고 다니는 닥터지만 역사적으로 닥터가 지나간 자리엔 죽음 뿐이라는 극중 인물의 해석도 재미있는 부분.


영국 드라마답게 에피소드 1의 시작은 영국 시내인데. 2층 버스와 고풍스런 번화가가 즐비한 영국 풍경도 괜찮은 볼거리이다. 미국드라마와는 다르게 Doctor의 발음이 '독터'로 들리는 점도 처음엔 익숙해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Sci-fi 채널에서 고정으로 방송한 것으로 아는데 국내에서는 Fox 채널에서 방영해주고 있다. 4시즌은 2007년 크리스마스에 시작을 알렸고 한국인들도 잘 아는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가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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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종말을 바라보는 닥터후와 로즈, 그리고 특이한 외모의 나무 외계인 자이브. 지구의 종말은 행성의 수명이 정해졌으니 당연한 수순이고, 외계인에겐 특별한 감정을 가질 일이 아니지만 Rose의 감정은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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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제작된 뉴 닥터후 4시즌에 출연 중인 카일리 미노그.
그리고 1시즌과는 바뀐 닥터의 얼굴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Doctor_Who_theme_music

 

Cashmere Mafia - 두가지를 모두 얻기 위해 마피아가 되라

DRAMA 2008. 1. 19. 20:10


남자 보다 더 강력한 전투력으로 조폭들을 점령하는 보스. 영화 '조폭 마누라'는 몇부분 악평을 듣긴 했지만 강력한 여주인공이 인상적이긴 했다. 캐시미어 마피아는 신은경처럼 실제 폭력을 행사하는 마피아가 아니라 고급옷감(캐시미어같은)으로 만든 일류 브랜드의 옷을 입고 예쁘장한 모습으로 모든 걸 얻어내는 뉴욕의 여자 마피아들이다. 예쁜 건 기본이고 일처리 방식이 강력한 것도 기본이다. (드라마 내용이외에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이나 드레스는 멋진 볼거리이다)

노력하여 많은 것을 얻어낸 여성들에게 힘든 일이 없을까? 막강한 파워,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 또 사랑하는 가족까지 있지만, 거친 파워의 상징 조폭 수장 'The Sipranos'의 주인공도 정신과 의사의 상담이 필요할 지경이었는데 유리천장을 깨고 올라간 여성들에게는 더 많은 사연들이 있겠지. 과연 어떻게 주변의 잡음을 다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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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명의 똑똑한 미인들이 마피아 역할을 하게될 사람들이다. 직장, 가정, 애인 모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녀들이 부딪히게 될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까? '원하는 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가진다' 마피아다운 강력함이라는 것이 해답.


대도시에 사는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는 많다. 캐시미어 마피아 제작자가 이전에 성공적으로 참여했던 드라마 'Sex and the City'는 말할 것도 없고 'Despereate Housewives(위기의 주부들)', 'Lipstick Jungle'들이 그 계보를 잇는다. 캐시미어 마피아의 경우는 '섹스 앤 더 시티' 제작자가 참여한 드라마이지만 '립스틱 정글' 경우엔 'Sex and the City'의 원저자인 캔디스 부쉬넬의 인기 소설이다.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삶이 윤택한 여성들의 애환과 가쉽들을 다루고 있다.


잘 알다시피 뉴욕은 특별한 도시이다. 그 도시에서 결정된 많은 것들이 전세계를 움직인다. 뉴욕에서 출판되는 패션 잡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같은 모양으로 출간될 수도 있고 세계 관광지 마다 호텔 체인을 가진 호텔 체인 운영자의 입김은 세계 호텔계를 긴장시킬 수도 있다. 유명 화장품회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주력상품을 어떤 걸로 정하는지에 따라 도시 여성들의 립스틱 색이 바뀐다. 또 어떤 회사를 흡수할 지 결정하는 M&A 상무의 판단에 따라 주식시장의 주가가 요동칠 수도 있다. 이 뉴욕시의 거물 네 사람이 캐시미어 마피아의 주인공들이다.


아이비리그의 같은 Business School을 다녔다는 네 사람은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서로 상의해서 결정하고 도움을 받는다. 뉴욕시의 주요 거물인 까닭에 서로의 영향력은 큰 도움을 주고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비록 그것이 개인의 불륜일 지라도. 그녀들 앞에서 바람을 피우다간 자기의 자리를 지킬 수 없을 걸!


함께 파티에 나타난 4명의 여주인공. 이 도발적인 배경음악은 Letoya Luckett의 'All Eyes On Me'이다. 모두 나만 바라본다는 노래제목처럼 강력하게 상류사회의 주목을 당당히 받아내는 자신만만한 여주인공들. 오늘은 줄리엣 드레이퍼가 결전을 치루는 날이다.  플래시 앞에서 전장(?)을 향해 걸어나가는 그녀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아름답다.


 

미아 메이슨 - 번스터드 미디어 발행인 (Mia Mason - Lucy Liu)

동양계 배우로서는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인 루시 루가 이번엔 드라마 여주인공역을 맡았다. 킬빌이나 앨리 맥빌에서 보여주던 이미지와는 달리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커리어우먼이다. 출판계의 거물인 미아는 거대 출판그룹인 번스터드 미디어에서 발행인 자리를 두고 약혼자와 겨루게 된다. 실패하는 쪽은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위기. 은근히 결혼하고 자신에게 져달라는 애인의 요구를 모른 척 하고 직장인으로서 당연히 최선을 다해 이겼지만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아끼지 않았던 다정한 약혼자는 패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곁을 떠나 버린다.


인정사정없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위치를 따내는 역할이지만 사적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도록 훈련시키는 지독한 상사, 속썩이는 친구 그리고 가족과 애인들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기도 한다. 성공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끔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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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드레이퍼 - 스탠튼홀 호텔&리조트 수석부사장
(Juliet Draper - Miranda Otto)

인상적인 그녀의 첫등장은 줄리엣이 수석부사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어떤 고난을 겪었을 지 짐작하게 한다. COO(수석부사장, 최고경영책임자)라는 대단한 위치에 있는 그녀를 무시하고 그녀의 부하직원을 상대로 업무를 설명하는 거래업체의 담당자는 줄리엣에게 커피를 더 달라는 요구를 한다. 22살 때부터 사귄 잘생긴 남편과 항상 다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남편은 줄리엣의 명성으로 모종의 혜택을 보고 있기도 하다. 성공한 여성, '줄리엣의 남편'으로서 같이 신문에 실린다는 것은 이로운 일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성공한 유부녀, 다정한 남편이라는 겉모습 안에는 부인이 자신 보다 더 파워풀하고 성공한 사람임을 '은근히' 견디지 못하는 남편 데이비스의 불륜이 숨겨져있고,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딸은 엄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인과 관계를 가진 남편을 자선파티 시상식장에서 협박하다 못해 복수의 한 방법으로 남편의 지인 중 한사람과 애인이 되겠다고 선언해버린다. 아름답고 강력한 그녀는 어떻게 남편를 요리할 것인가. 1967년생으로 반지의 제왕에서 '에오윈 공주' 역을 맡았던 미란다 오토의 아름다움은 유난히 자주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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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린 다우드 - 릴리패리시 마케팅부 부사장
(Caitlin Dowd -
Bonnie Somerville)

1974년생으로 등장하는 출연진 중에서는 가장 어린  보니 소머빌은 미혼에 변변한 남자 애인이 없는 케이틀린 역을 맡았다. 나머지 배우들은 1967-68년생이니 성공한 여성 역이기 보다는 방황하는 여성역할이라고 해야겠다. 화장품 회사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유행과 패션에 민감하다. 미적으로도 절대 뒤쳐지고 싶지 않아하는 네 친구들의 패션이나 스타일을 조언하는 중요한 역을 하기도 한다. 연애경험이 많아서 연애 쪽의 조언도 꽤 잘해준다.


여성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는 특별히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남자 애인들과 유난히 잘 풀리는 법이 없어서 자주 연애를 하다 보니 연애 도사가 됐다. 어느날 일 때문에 만난 여성, 알리샤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부인 오빠와도 상담을 해보지만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양성애자인지 본인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끌리는 사람에게 몰두하는 수 밖에. 성공하기 힘든 여성의 문제는 유난히 동성애자가 부딪히는 소수자 차별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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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버든  - 고햄서터 M&A 상무(Zoe - Frances O'Connor)

아직 아이들이 어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때이지만 자신 역시 직장에서 한참 많은 일을 해야할 시기이다. 건축계의 프리랜서인 멋지고 다정한 남편 에릭이 당분간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고 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자신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투자할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항상 희생해서 자신의 일을 시작하지 말아 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일이고.  집에서는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한 유모가 금방금방 그만두질 않나 새로 들어온 유모는 무개념에 자기 멋대로이고 직장에서 일하는 어린 것들, 자신의 비서는 일은 잘하지 못하면서 말이 많다. 아이들은 항상 놀아달라고 조르기 때문에 옷장 안에서 몰래 전화 통화로 업무지시를 해야할 지경.


아무도 제대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회의 중에 그만둔다는 유모의 전화를 받고 아이를 돌보면서 화상 회의를 해야하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벌어진다. 오로지 남편 만이 자신의 편이었지만 남편을 유혹하고 싶어하고 은근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조이를 비난하는 특이한 전업주부님 덕분에 그마저 여의치 않으니. 사방이 적인 조이가 어떻게 강력하게 적들을 물리칠까. 한국의 아줌마 정신이 떠오르게 만드는 바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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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그녀들을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의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아이들에게 자주 시간을 낼 수 없는 조이를 은근히 비난하며 다정하게 남편을 유혹하던 학부모 주부를 과감한 스케일의 행사와 비용을 들여 제압해 버리기도 하고 바람피운 남편, 데이비스를 협박하고 바람핀 상대 여자는 자신들이 이용하던 식당에서 쫓겨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과연 마피아스럽다. 캐시미어 마피아의 매력은 공감할 수도 있고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어느 위치'에 올라간 직장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법한 자잘한 에피소드를 잘 엮어놓는다는 것이다. 또 그 문제해결 방식이 소심하지 않고 과감하다. 말하자면 시원시원한 맛.
 
 
이미지 출처 :
 
 
 

Moonlight - 매력적인 뱀파이어와 은밀한 데이트

DRAMA 2008. 1. 14. 02:47


밤을 뒤덮은 커다란 달, 그리고 그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얼굴과 눈빛. 그 까만 밤을 배회하는 인간과는 다른 존재들. 뱀파이어 이야기는 과연, 인간의 흥미를 끄는 창작 소재이다. 뱀파이어 시리즈는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여러 곳에서 창조되어 시리즈별 계보가 존재할 정도다(마치 지역별, 국가별 혈통이 존재하듯 계보가 있다). 2007년에도 새로운 성격의 뱀파이어가 하나 창조되었다. 미국 CBS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Moonlight'라는 드라마 속 '믹 세인트 존'이다. 이번 뱀파이어는 어떤 배경과 아이템을 갖춘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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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ght에서 뱀파이어 사립탐정 역할을 맡은 알렉스 오로린(Alex O'Loughlin), 첫 등장에서 알렉스는 자신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인터뷰할 것인지 꿈을 꾸듯 상상한다. 냉장고에서 잠이 깨는 그는 병원에서 구매한 혈액을 섭취하고 어린이와 여자를 해치지 않으며 사람을 돕고 싶어하는, 가치관이 조금 다른 뱀파이어.

'안녕, 프란체스카'

한국 시트콤 '프란체스카'의 흡혈귀들은 햇빛을 받아도 죽지 않으며 인간과 똑같은 삶을 영위한다. 불로장생한다는 점만이 인간과 다르다. 그들에게는 흡혈귀의 귀족 대고모님이 있기도 하고 그들의 수장, 대교주님도 존재한다. 시즌 2에서는 흡혈귀와 인간의 혼혈로 태어난 어린 헌터가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숙명과 싸운다. 흔히 고딕이라고 불리는 검은 옷과 검은 계열의 장식물들, 그들의 질서는 원래 '뱀파이어' 전설에 등장하는 내용을 차용했다고 한다. 뱀파이어도 귀족과 계급이 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 The Vampire Chronicles'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졌던 1994년의 영화는 서정적인 뱀파이어 브래드 핏과 생존 본능 막강한 뱀파이어 톰 크루즈(이 성격의 역할 톰 크루즈에겐 최고였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왕과 같은 뱀파이어 안토니오 반데라스, 아이같지 않았던 노숙한 연기력의 커스틴 더스트, 적당히 저널리스트다워보였던 인터뷰 담당자 크리스찬 슬레이터까지. 절대 잊혀지지 않을 '뱀파이어 연대기' 영화이다.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와 뱀파이어들 만 공감할 수 있는 정서, 그들의 슬픈 이야기가 그려졌다.

프란체스카 뱀파이어들은 '깜장 드레스'를 다소 코믹하게 묘사하긴 했지만 어떤 상처에도 죽지 않는 그들은 연인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슬픔도 견뎌야 한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도 주인공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연인의 죽음을 깨닫게 된다.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길래 액션과 어드밴쳐가 가능하고, 인간과 다르게 긴 세월을 살아왔길래 현명함과 서정적인 감정 묘사가 가능하고, 신비로운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라서 미스터리의 소재로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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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나타나든 이상하지 않을 것같은 분위기의 주인공 믹 세인트 존. 얼핏 다정해 보이고 자상해 보이는 이 주인공은 도움이 필요한 일에는 과격한 면모를 보여준다. 사람들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재주가 있는 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금씩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이 발달해 있다.

이번에 Moonlight에서 설정된 뱀파이어는 다치긴 하지만 자체 치유 능력이 일부 주어져있고(물론 아주 강력한 공격에는 사망한다), 자동차가 달리는 속력을 쫓을 수 있도록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며, 햇빛 아래에서 우울해지기는 하지만 햇빛을 쬘 수도 있다. 살인 사건 현장이나 장소를 보면 좀전에 일어난 일을 알아낼 수도 있고, 괴력으로 사람을 집어던질 수 있기도 하다. 주인공 믹은 아무때나 그 능력을 보여주진 않지만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야수'로 변신한다.

현재 90세. 뱀파이어로서는 아직 어린 연령에 속하는 그는 서른살에 신부, 코렐린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되었다. 그 슬픈 사연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초반부의 미스터리가 된다. 60년전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서 코렐린과 다투게 된 걸까? 그리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나서 인간에게 흡혈을 하지 않는걸까? 정확하게 밝혀주진 않지만 그 일에는 22년전에 일어난 사건이 연루되어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뱀파이어의 연인 역을 할 그녀와 관계된 그 일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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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과 모종의 사연을 공유하는 여주인공 베스 터너(Sophia Myles). 22년전 베스가 아직 아이였을 때 일어난 일로 뱀파이어 믹의 가치관은 바뀌어버렸다. 아직도 믹에게 베스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도와야 하는 어린아이이자 소중한 존재. 믹 자신을 괴물로 여기게 될 것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지만 베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미녀'를 구해내는 '야수'가 되는 일 조차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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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터너는 특이한 언론사의 기자로 일하며 여러 사건을 뒷조사하는 역할이다. 사립탐정인 믹과는 사사건건 부딪히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믹의 비밀과 자신의 기억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따라 이후의 에피소드가 결정날 것 같다. 22년전의 믹과 현재의 믹이 같은 인물이란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고급스런 인테리어의 아름다운 집. 달빛 아래 실루엣이 멋진 30살의 남자는 수십년이 지나도 나이를 먹지 않고 자신의 과거를 그대로 기억한다. 그 기억이 가끔은 발목을 잡기도 하고 그 기억으로 후회하기도 하고 백년에 가까운 삶을 살아도 인간은 여전히 절망스러운 존재란 생각에 서글퍼하기도 한다. 베스 터너를 구하기 위해 죽여야 했던 광기어린 코렐린의 기억. 그녀와 똑같이 생긴 또다른 여주인공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

LA의 부유한 뱀파이어 친구, 조세프는 400년 정도를 살아온 뱀파이어로서 아직도 흡혈하는 것을 즐긴다. 막강한 재력으로 피를 뽑아낼 여성을 구하는 그는 주인공 믹의 가치관을 존중하지만 뱀파이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악한 인간은 서슴치 않고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여버리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쪽은 뱀파이어라는 입장(인간을 상대하는 대개의 경우 이 친구의 조언은 정답이다). 마녀 사냥을 당해보지 않은 믹은 아직 새파랗게 어리다고 주장하는 그는 가끔 믹과 같이 컵에 담은 생피를 나눠마시기도 하는 좋은 친구. 믹을 시켜 뱀파이어 사건처럼 보이는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고 뱀파이어들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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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로드에 해당하는 인물처럼 보이는 믹의 친구 조세프. LA의 부유한 부자로 비밀이 많은 남자처럼 보인다. 믹에게 뱀파이어로서의 장점을 누릴 것을 권하는 인물이지만 일단 닉의 의사를 존중한다. 그에게 피를 제공할 여성들을 주변에 두고 뒷처리할 인물들도 함께 두고 사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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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은 왜 아내 코렐린을 죽이고 베스 터너를 구한걸까? 믹의 전처였던 코렐린은 왜 베스 터너를 데리고 사라졌던걸까? 60년전 믹의 결혼식, 그 신혼 첫날밤에 믹을 뱀파이어로 만든 코렐린의 비밀이 뭘까? 이미 믹에게는 죽어버린 인물로, 과거의 기억 속에서 등장하던 코렐린은 주요 등장인물이 되버린다.

달빛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고 감수성이 예민해지게 한다고 한다. 달밤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감상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무작정 아름답지만은 않은 무책임한 그 빛에 이끌이면 신비로운 존재들이 믿지 못할 이야기를 펼쳐놓곤 한다. 슬픈 사연을 가진 한 남자가 모든 것을 바쳐 한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고 그 여자아이는 자라서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다 자란 여자아이에게 잠시 설레이지만 자신과의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그 소녀는 무심한 듯 예리한 듯 눈앞에서 동경하는 달빛처럼 반짝이고. 매번 그녀와 엮이지만 중요한 순간엔 다른 연인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외로운 뱀파이어. 그녀는 구태의연하게 약하고 보호받기만 한 그런 여자는 아니다. 초반 시청시 액션 장르로서의 성격은 그닥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과격하게 드라마를 몰아가기도 한다. 이번에 태어난 뱀파이어는 유난히 매력적인 성격을 지닌 것 같다.

1화 마지막에 베스 터너를 안아서 구해내는 믹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에바에센스의 'My Immortal'이다. 연인을 위한 사랑노래지만 묘하게 믹에게 어울리는 곡이다. 물론 불멸의 삶을 사는 주인공 믹 때문에 음악이 특별하게 들렸겠지만, 베스는 어쩌면 노래 가사대로 믹을 몇번쯤 괴롭힐 지도 모르겠다.


출처 :
http://alpha.cbs.com/primetime/moonlight/
http://www.poptower.com/tv/moonlight.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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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and Sensibility - 제인 오스틴, 언제나 다시 태어나는 그녀의 이야기

DRAMA 2008. 1. 1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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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Sense and Sensibility의 주인공을 맡은 Janet McTeer(대시우드 부인), Hattie Morahan(엘레노어 대시우드), Charity Wakefield(메리앤 대시우드), Lucy Boynton(마가렛 대시우드). 갑자기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4명의 여자들은 갑자기 여러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유명 방송국, BBC는 영국 고전문학 또는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제인에어'와 '엘리자베스 1세'를 비롯한 많은 고전들이 BBC의 전파를 탔다. 영문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오래된 고전 소설들은 거의 드라마 내지는 티브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는 올해 기대 영화로 뽑혓던 'The Other Boleyn Girl'도 있다. BBC는 다큐멘터리, 역사물, 시대물을 제작하는 세계 방송국 중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역시 드라마와 영화로 재현된 기록이 화려하다. 42세의 짧은 생애 동안 다수의 문학작품을 남겼다고는 하지만 주요 발표 작품은 열편 안팍이고 그 중 'Sense and Sensibility', 'Pride and Prejudice', 'Emma', 'Mansfield Park', 'Persuasion' 등은 다수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대표작들이다. 고전에 있어서는 나름 '정석'의 방송국과 '정석'의 컨텐츠가 결합하여 또 한번 만든 드라마. 제인 오스틴이 한번 더 드라마로 태어났다.

역 사극 장르는 내용이나 시대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표현방법'에 한해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혀용한다. 극이 기획된 컨셉에 따라 아름답고 화려한 드레스가 맞춰질 수도 있고, 무겁고 우중충한 느낌의 복장으로 드라마를 끌고갈 수도 있다. '천일의 앤'과 'The Tudors', 그리고 'The Other Boleyn Girl'의 차이는 역사의 다름에 있다기 보단 '해석'과 '표현' 능력의 차이 때문이고 우리는 그 다양한 결과물에 만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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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해서웨이 주연의 '비커밍 제인'. 실제 제인 오스틴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사랑을 했기에 수많은 고전을 남길 수 있었을까? 제인 오스틴과 그녀의 친구 엘리자베스(오만과 편견의 등장인물)를 등장시켜 제인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 영화. 그녀의 소설도 화제이지만 제인 오스틴 자체도 이야기거리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일지라도 경험하지 않은 일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난히 관찰력이 뛰어나 남들의 인생을 그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작가일지라도 자신 역시 격한 인생을 살아간 주인공 옆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그동안 훌륭한 영화의 소재였던 예술가, 베토벤(불멸의 연인), 모짜르트(아마데우스), 세월(버지니아 울프), 랭보(토탈 이클립스), 그리고 비커밍제인의 주인공 제인 오스틴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작품은 '특별한 인생'의 상징이라 간주하듯, 예술가 본인의 미지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대개 실제 인생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사실에서 유추해서 창조된 이야기이다).

2007년에 발표된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이 완벽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진 않다. 그녀에 관한 여러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제인의 언니 캐산드라는 매우 사적인 제인 오스틴의 여러 편지들과 기록들은 삭제하거나 조작했다. 그래서 간신히 남은 자료를 통해 '톰 르프로이'가 소설 속 '미스터 다아시'의 모델이었으리라 추측했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그녀의 소설 속엔 그녀가 만나거나 알고 지냈던 인물들이 비밀스레 숨겨져 있다. 작가의 팬과 소설 사이에서 벌어지는 깜찍한 숨박꼭질이다.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에 분산되어 나타나는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는 갑작스런 현실고와 언니와의 우정, 그리고 다정한 부모님과 부담스러운 결혼 문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성격(양자로 입양된 오빠와 그의 부인이라던지), 자연환경 등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 영화는 제인 주변인물들의 성격을 소설 속 일부 인물들과 비슷하게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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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발표된 적이 있는 'Sense and Sensibility' 1950년에 발표된 버전과 1981년에 BBC에서 발표된 버전이다. 엘레노어와 메리앤 자매가 보여주는 파도같은 사랑이 백년이 넘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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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년에 제작된 Sense and Sensibility. 휴 그랜트가 맡았던 에드워드의 역할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엠마 톰슨이 엘레노어를 케이트 윈슬렛이 메리앤 역할을 맡았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로 유명한 Alan Rickman이 브랜든 대령이다.

대시우 드가의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유산법에 의해 유산을 충분히 받지 못한 딸 셋과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바닷가의 작은 오두막으로 이사가게 된다.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그 공간 아래엔 거친 파도가 쉴새없이 오가는 바다가 있고 그 거친 파도가 두 딸의 험난한 사랑이야기를 예견해준다. 물론 그 거친 파도가 바닷가의 단단한 돌을 매끄럽게 다듬어 주고 있지만 말이다.

Sense and Sensibility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인물은 엘레노어와 메리앤일 것이다. 제인 오스틴 소설의 가장 큰 주제가 되곤 하는 사랑.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삶을 간주하는 방식이 두 인물은 몹시 다르다. 큰 딸로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엄마, 메리 대시우드 부인을 챙기며 직접 집안일을 처리해나가는 지적인 엘레노어. 언뜻 강인하고 냉철해 보이는 그녀가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잔잔하다. 그녀의 물결에 어울리는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의 에드워드. 두 파도가 만나서 잔잔한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어린 소녀의 '사랑'과 '로맨틱함'이란 다분히 감정적이고, '이성'적인 속성의 무엇은 아니다. 성숙하고 예의바른 성인 남자, 35세의 브랜든 대령의 감정과 태도, 그리고 그 감정을 차분히, 묵묵히 책임지는 성실한 태도를 사랑이라고 깨닫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성인 남자 역시 자신에게 한눈에 반했음을 쉽게 알아보지도 못한다. 10대의 소녀 마리엔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분히 감정적인 남자, 윌라비에게 운명을 느끼지만 운명이 운명이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큰 대가를 치르고 배우게 된다. 정열적인 사랑의 속성이 불꽃이라 불리우는 이유는 인간은 그만한 뜨거움을 오랫동안 지닐 수 있는 신체도 정신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꽃같은 감성의 그녀에겐 브랜든 대령이 이상적인 인연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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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망인이 된 한 집안의 부인과 그 부인이 남편의 아들, 자신의 의붓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모습. 사교적인 태도와 악의가 공존하는 문화, 호의적인 귀족끼리의 친분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하고 여성의 결혼이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도 있는 근대적인 풍경. 레이스 장식이 하늘거리는, 여주인공들의 엠파이어풍 드레스는 한결같이 가슴선에 옷의 허리를 넣고 있다. 

과연 두 여주인공 중 어느 쪽이 작가 제인과 닮았을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메리앤 쪽은 어린 시절의 제인 엘레노어 쪽은 나이든 제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약간은 불완전해 보이는 두 여성은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나날이 성숙해지고 있다. 결말이 이미 정해진 고전, 그것과는 관계없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가 흥미로운 만큼 그녀의 소설들이 어떻게 영화, 드라마 마다 달리 해석되고 표현되었는지가 영상물의 비교 기준이 되곤 한다. 개인적으로, 확실히 약속할 수 있는 건 기존의 제인 오스틴, 그 영화들과 비교하여 이 2008년 방영된 오리지널 영국 드라마를 비교할 것 같진 않다는 거다. 과거 기억도 희미할 뿐더러 Sense and Sensibility 자체가 보고 또 보아도 새로운 드라마 소재이다. 작품 여기저기에 숨어서 살아숨쉬는 제인 오스틴, 작품을 새로 만들 때 마다 그녀도 다시 태어나는 것 아닐까.




출처 :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2009&article_id=48608
http://www.bbc.co.uk/drama/senseandsensibility/
http://www.imdb.com/name/nm0000807/
http://www.bbc.co.uk/cult/ilove/years/1980/gallery/sense.shtml
http://www2.selu.edu/Academics/Faculty/sparrill/
http://www.erasofelegance.com/entertainment/movies/sense/sense.html



피아노의 숲 - '카이'의 아름다운 피아노를 위하여

ANIMATION 2008. 1. 10. 22:56


원작 만화가 대히트를 기록한 'ピアノの森'인 까닭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장난기어린 그림체로 개구장이 주인공 이치노세 카이를 묘사하던 만화가,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감동적인 연주를 상상하게 만드는 환상같은 이야기. 그 흥미진진한 만화를 보며 '과연 누가 카이의 연주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달빛'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처럼.


애니메이션 속의 '카이'의 피아노 연주를 담당한 사람은, 세계적인 명연주자 Vladimir Davidovich Ashkenazy 라고 한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과연 달빛은 그림그리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려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 역시 장난기가 가득한 그림체였지만 피아노와 숲과 달빛은 완벽하게 환상적이었으니 말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소년들의 이야기인 만큼 피아노 소리가 장면 마다 빠지지 않지만, 특히 아름다웠던 두 장면에서 아슈케나지의 연주는 빛을 발하고 있다.


'ピアノの森' 트레일러. 카이와 카이의 피아노가 놓인 숲의 풍경들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애니


원작 만화는 마치 '유리가면'처럼 파격적이고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자의 자질을 타고난 이치노세 카이와 어릴 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배워온 성실한 노력파 아마미야 슈헤이의 이야기를 고르게 묘사하고 있다. 가정환경에서부터 성격에 이르기까지 모든게 대조적인 두 소년은 피아노라는 매개체를 두고 우정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 얼핏 강력한 라이벌 구도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비극을 떠올릴 법도 한 두 사람의 관계는 '자기 자신을 모두 보여주는 아름다운 연주'에 의해 극적인 구도로 변하곤 한다.


아마미아 슈헤이는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온 유명한 피아니스트 지망생. 거친 곳에 갈 때는 손을 보호하기 위해 면장갑을 낄 정도로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것을 '사명'처럼 여기고 살아왔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잠시 전학간 곳에서 피아노에는 정열적이지만 생활환경, 성격, 취미 하나 닮은 점이 없는 친구 카이를 만나게 된다. 슈헤이에게 피아노는 어려운 운명이자 목표이며 한편으론 고난이다.


반대로 카이는 향락가로 표현되는 산아래 뒷골목에서 자란 소년으로 그 향락가 술집 이층에서 접대일을 하는 젊은 엄마와 함께 산다. 거친 말투와 학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유분방한 소년. 학교에서도 마음에 안들면 싸움하는 건 예사고 엄마를 도와 일을 하는 술집에선 주사를 부리는 술마시는 건달들도 가끔 상대해줘야한다. 카이에겐 숲속에 덩그라니 놓인 피아노가 놀이이고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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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맞이하는 신비로운 피아노는 오늘 기분이 좋다. 피아노가 '카이' 만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뭘까?

극장판으로 제작된 짧은, 이번 영화는 슈헤이의 노력 보다 상대적으로 카이의 천재성을 강조한 셈인데 영어판 제목이 The perfect world of KAI 로 아예 카이가 피아노의 세계의 눈을 뜨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묘사한다. 숲속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카이의 아름다움, 그런 카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아지노 소스케의 비밀, 재능을 갖춘 카이를 부럽게 바라보는  친구 슈헤이와 타카코. 숲에서 연주하는, 아름다운 피아노를 사람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극장판 '피아노의 숲' 음악은 오프닝(Moonshine) 과 엔딩(Sleepwalker) 두 곡이고 중간 OST는 시노하라 케이스케(애니메이션 '폭풍우치는 밤에' 음악감독)라는 음악감독이 작곡한 몇곡과 클래식 음악들인데 오프닝/엔딩을 포함한 싱글앨범과 OST성격의 CD북이 따로 발매가 되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연주한 곡은 'Forest of the Piano'와 Chopin의 왈츠 6번 '강아지 왈츠'이다. 나머지 피아노 연주 역시 뒤쳐지지 않으니 따로 CD북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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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의 천재성을 목격한 슈헤이는 악보와 피아노 다루는 법을 알려주려고 하지만 카이는 슈헤이식 피아노 연주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지노가 카이를 꾀어 내기 전까지는.

주인공 카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 초등학교에 카이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죽하면 카이의 상상 속에서 악보를 뺏으러 돌아다니는 가발쓴 음악가들은 모두 친구들(슈페이, 아지노, 카네이라)의 얼굴을 하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장면이라 보는 이들을 즐겁게해줄 듯하다. 그리고 원작만화의 초반부 만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지만 슈헤이의 엄마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을 원작 보다 축소시켰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자체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지만 카이가 뛰어노는 그림같은 숲, 흘러내리는 달빛, 그리고 수채화같은 풍경들은 음악같은 느낌을  잘 살리고 있고, 피아노 연주 소리와 손가락의 움직임이 일치한다는 사실도 놀랍게 보인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을 태어나고 자라게 하는 '음악'이란 건 대체 뭘까? 카이와 친구들, 그리고 그 주변사람들의 성장을 한번쯤 느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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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뺏으러 피아노 앞에 모인 음악가들. '모짜르트가 카이의 피아노 악보를 뺏으러 온다.'


출처 :
http://www.excite.co.jp/book/product/ASIN_406372509X
http://67563580.at.webry.info/200707/article_11.html
http://www.piano-movie.net/
http://www.piano-movie.jp/topmovie.html
http://www.revu.co.kr/search/item/Vladimir%20Ashkenazy


CHUCK Bartowski - Nerd herd에 근무하는 어리버리 스파이

DRAMA 2008. 1. 7. 21:40


어딘가의 유니폼처럼 보이는 하얀 셔츠 그리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큰, 유행에 맞지 않아 보이는 넥타이, 편해보이지만 양복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플랫슈즈 타입의 운동화. 스탠포드 출신에(비록 중퇴지만) 외모도 그렇게 빠진다고 할 수는 없고, 성격도 순진하고 착한데다 엔지니어링 전공으로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에는 천재인 20대 남자. 그러나 그를 지칭하는 단어는 Geek 내지는 Nerd. 그게 바로 주인공 Chuck이다.

친구라고는 약간 엉성해 보이는 특이한 남자, 직장 동료 Morgan 뿐이고 자기 보다도 키가 작은 직장의 부매니저 Harry Tang(C.S. Lee, 한국계 미국배우)은 척 만 보면 어깨를 부딪히며 시비를 건다. 보다 못한 의사 여동생과 동거중의 그녀의 남자친구는 멀쩡한 오빠가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안타까워하고, 그를 위해 친구를 불러 모아 생일 파티를 벌여준다. 여동생 엘리는 파티에서 도망가고 싶어하는 척을 파티에 끌고 오는 것엔 성공했지만 척이 옛날 여자친구 이야기를 지루하게 늘어놓는 바람에 여자들은 모두 도망가 버린다.

Geek라는 단어가 꼭 얼간이를 지칭한다고 할 수는 없다. '오덕후'나 '매니아' 또는 '얼간이' 정도로 상황에 따라 의역되는 그 단어는 컴퓨터 같은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할 정도로 재능을 지닌 타입이지만 일상생활에는 몹시 서툰 타입들 뜻하는 말이다. Nerd 역시, 한국어로 치면 '책상물림'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듯 하다. 비웃는 뜻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둘 다 공부나 하던 일, 자신의 관심사 이외에는 서툰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척과 척의 친구 모건은 이런 타입의 대표격인 사람들이다. 비디오 게임이나 컴퓨터에 대해서는 몹시 민감하게 행동한다. 물론 여자와의 인연은 티끌 만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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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이 근무하는 곳에 대해서 말해줘야할 것 같다. Nerd Herd(얼간이 모임) 소속의 척은 Buy More라는 마트의 전자제품 판매코너에서 일한다. 항상 프로모션 포스터에서 표기하고 있듯 시간당 11달러를 주는 직장이다. 리눅스같은 OS를 깔러 출장을 다니기도 하고 간단한 핸드폰은 고쳐주기도 하는 곳. 마트 겸 서비스 센터가 척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이다. 컴퓨터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게 없는 그는 바이러스를 테스트해서 제품의 문제점을 파악하기도 하고, 'Nerd Herd'라는 로고가 크게 새겨진 차를 달려 출장 서비스를 담당하기도 한다.

(Nerd Herd는 Geek Squad의 패러디이고, Buy More는 Best Buy의 패러디라고 한다. 'Best Buy'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17%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체인이다. 일종의 '하이**' 분위기를 풍기는 마트형 매장인데 그 회사의 계열사 중 하나가 Geek Squ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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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의 천적이자 예전 친구였던 Bryce Larkin은 척을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일단은 척의 유일했던 여자친구인 질을 뺏어간 남자였고 척을 스탠포드에서 쫓겨나게 만든 당사자이지만, 한때는 구형 컴퓨터의 게임까지 같이 만들었던 친구, 브라이스. 등장하자 마자 제법 놀라운 스파이로서(브라이스는 CIA 요원이었다)의 능력을 보여줬던 브라이스는 어떤 이유에선지 CIA와 NSA의 일급 이미지 정보를 모두 빼돌렸다. 그리고 그것을 척에게 이메일로 전송하고 죽었다.

옛날에 함께 하던 게임의 다음 구절로 그 메일을 받아본 척에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갑자기 자신은 전혀 모르던 정보를 알게 된다. 바로 국가의 일급 기밀에 해당하는 CIA와 NSA의 정보들이 보이는 현상. 다운로드된 정보들을 모두 머리에서 출력해낼 수 있는 인간 데이터베이스가 되버린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브라이스가 가장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척인 까닭에 각 기관의 1차 목표가 되버린 척은 목숨이 위험한 위기를 맞지만, 인간 DB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기관 모두에게 보호받는 처지가 되버리고 여기서 드라마의 갈등이 고조된다. 자신을 한없이 보호해줄 것만 같은 기관들은 상대방 기관을 경계하기 위해서 척의 목숨을 놓고 저울질 한다. 정말 스파이 드라마답게 아담 볼드윈은 무서운 킬러 역할을 하려고 들고 Yvonne Strahovski는 총, 칼, 독침을 가리지 않고 들이댄다(물론 아담 볼드윈에게). 무시무시한 스파이 싸움 한 중간에 끼어든 척은 대책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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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쪽에서 척을 감시, 보호하는 역할은 사라 워커 요원에게 맡겨지고 NSA에서 파견된 사람은 존 케이시 요원(아담 볼드윈)이다. 초반부의 두 기관 사이의 알력 다툼도 볼만하지만 본격적인 스파이 싸움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꽤 진지하고 박력있게 묘사된다. 목숨 걸고 척을 지키는 두 요원은 스파이로서의 과거가 화려한 사람들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입들. 그 엄청난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에게 흑심을 가진 척은 본의 아닌 삼각 데이트를 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척의 여자친구로 위장한 사라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고 Buy More의 직원으로 위장취업한 케이시는 척의 교육을 받는 신입 역할을 한다. 세 사람이 자신들의 처지를 숨기기 위해서 일으키는 소동이 상당히 재미있다. 스파이 드라마 같으면서도 코믹한 부분이 상당히 강조된다. 가족들 모두가 '대단한 캡틴'이라고 부르는 엘리의 남자친구도 재미있고(대사가 별로 없지만), 모건이 일으키는 소동도 만만치 않게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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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과 컴퓨터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척, 진지한 스파이들의 결코 가볍지 않은 비밀들. 그 긴강과 코믹함의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진행되는 초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는 드라마는 방영 후반부가 약간 지루한 편이란 평도 들었지만, 무난한 시청율로 고른 인기를 끌고 있다. 척은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고 멋진 스파이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http://www.nbc.com/Chuck/photos/#cat=597&sec=1430&mea=35329

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 - 여신시리즈 팬을 위한 특별선물

ANIMATION 2008. 1. 6. 15:29




갑자기 울려서 받은 전화에서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떤 소원을 들어드릴까요라고 묻는 여신은 소원은 직접 듣겠노라 말하며 거울 속에서 나타나고 전화나 걸자고 생각하던 남자는 하얗게 질린다. 자신은 구원여신사무소의 여신이라고 소개하며 명함까지 쥐어주는 이 외국 여성은 과연 누굴까? 정말 소원을 들어주긴 하는 걸까?


1988년에 연재되어 2008년으로 연재 20주년을 맞는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의 명성을 애니 작품 역시 고스란히 잇고 있다. 158센티의 단신에 운도 나쁘고 돈도 없고 생긴 것도 잘 생겼다고 할 수 없는 공업 대학교 학생이자 오토바이 매니아인 모리사토 케이이치에게 홀연히 나타난 여신과 케이이치의 이야기는 지금은 약간 열기가 식은 감이 있지만 90년대 초반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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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발표된 OVA 버전 '오! 나의 여신님'은 원작 만화 초반부를 요약한 버전으로 6시간 분량으로 발표되었다. 길지 않은 내용으로 갈등이 될만한 요소도 적었지만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수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운이 없고 가난하고 별볼일 없는 케이이치. 그 케이이치를 놀리듯 나타나서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말하는 금발의 상냥한 미녀(그리고 미녀가 한명이 아니라 3명은 기본으로 주어지다니).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징을 생각해봐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소재인 것 같다. 지금처럼 '오타쿠'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가 심하지 않던 시절, 1993년 쯤에 태어난 OVA 버전의 '오! 나의 여신님'은 일본 오타쿠의 명성에 불을 붙인 애니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니. 당시 여신에 대한 팬들 사이의 심각한 토론이 자주 뉴스를 채우곤 했었다.


1993년 판 여신 OVA는 1996년경 한국에서도 불법파일로 널리 유통되기 시작했는데(정식 수입이 힘들던 시절) PC통신상에서 일본에서 릴된 저화질(1편당 50메가가 안되니 지금이랑 비교하면 엄청난 저화질) 시리즈를 가끔 볼 수 있곤 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신도 놀랍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주인공들과 서정적인 사랑이야기가 그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다음 버전의 극장판 여신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때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 (1998년의 '작다는 건 편리해' 시리즈가 있지만 그건 외전격의 내용인데다 제작사가 아예 다르다) 그 이후 2005년, 2006년에 원작만화를 다시 애니로 옮긴 TV시리즈가 1, 2기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그 사이 OVA 버전 보다 업그레이드되고 꼼꼼해진 캐릭터가 출현하여 여신팬들의 눈을 더 즐겁게 해준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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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캐릭터의 변화  - 1993년, 1998년, 2000년, 2005년 각각의 캐릭터들은 조금씩 얼굴이 바뀌었고 성격이나 역할도 약간씩 변화가 주어졌다. 원작을 얼마나 반영했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신 시리즈의 모든 이야기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하기도 힘들고, 설정 하나하나를 파악하거나 외우지도 못하고 있지만(정통 팬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부담없는 내용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여신 이야기는 꽤나 매력있는 애니 아이템이다. 애니의 기본 특성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니 몽환적이고 꿈같은 이야기를 옮기는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여신님 이야기를 실사 화면으로 옮긴다면 당연히 이만한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이다.


유드그라실을 지키는 세 여신,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의 이야기는 원래 북유럽의 전설 속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운명을 잣는 그 여신의 이야기를 변형해서 이 세 여신을 신(하느님이라고 표기하지만 신이 맞는 듯하다)의 딸들로 설정하고 그 세 여신 이외에도 수많은 여신들이 유드그라실을 운영하며 구원여신사무소의 업무를 돌보고 있다. 어떤 여신은 악마와 싸우는 전문 여신으로 왈큐레(발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얼핏 여신 만큼 완벽한 한 여성에게 사랑받는 운없고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였던 이 이야기는 갑자기 여복이 넘치는 그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되고 또 액션 판타지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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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극장판에서 표현된 유드그라실. 1993년판 OVA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던 유드그라실은 2000년 극장판 애니에서 선보이기 시작해 2005년과 2006년에는 아예 유드그라실 이야기가 미스터리의 중심이 된다.

1993년판은 짧은 분량으로 여신 원작 만화의 초반부 만을 애니로 옮긴 까닭에 갈등이 비교적 단순했다. 아름답고 지적인 여신을 뺏어가고자 하는 주변의 남자들과 여신을 질투하는 케이이치의 여자친구, 또 대학교에서 여신이 케이이치의 여자친구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와 여신과 케이이치 사이의 이별, 그리고 여신의 언니와 동생이 등장하는 장면등이 묘사됐지만 '과연 케이이치와 베르단디는 헤어져야하나' 이 정도가 갈등의 전부였다.


2000년의 극장판은 원작만화의 설정을 다수 설정하여 아예 여신들은 '천사(날개)'를 보여준다. 베르단디와 베르단디의 천사 홀리벨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2005년, 2006년 발표된 '각자의 날개'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2007년판 '싸우는 날개'는 그 여신들의 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다. '오! 나의 여신님' 시리즈 에피소드를 채워줄 등장인물들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는 것. 악마와 여신들의 캐릭터도 늘어나고 울드는 날개 색이 반쪽은 검은 비밀, 즉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카미 사마는 여전히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극장판에서는 카미와 대등할 정도로 놀라운 힘을 보여준 세레스틴이 나타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원래 원작만화를 가장 먼저 접했지만 아름다운 소녀로 출연하는 베르단디가 지나치게 섹시한 글래머였고 노골적인 유머들이 가미된 기분이 들어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 애니에선 상당히 완화된 느낌이지만 자동차부의 싱글(?) 선배들은 케이이치의 연애를 꽤나 노골적으로 부러워한다. 지금은 미소녀 캐릭터를 당연히 등장시키는 분야가 따로 있을 지경이지만 당시엔 약간은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기도 했었다. 왕자님이 나타나는 순정만화 이야기가 뻔한 이야기로 취급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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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만화 속 베르단디 그리고 얼마전에 발간된 '오! 나의 여신님' 35권. 후지시마 코스케는 여신님을 20년 동안 발간한 것 이외에도 '체포하겠어'의 원작을 그리기도 했다. 작가 역시 실제 자동차 매니아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이 몽환적인 화면과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로 그런 분위기를 말끔히 사라지게 만든 것은 꽤나 놀라운 재주라는 생각이 든다. 기타 등장 인물 이외에 2007년에 발표된 '오 나의 여신님 : 싸우는 날개'는 기존의 3명의 여신 이외에 두 명의 여신이 더 등장한다. 원작만화, TV 시리즈 1, 2기를 시청한 사람들은 잘 아는 캐릭터인 페이오스와 린드가 이번 에피소드 등장인물이다. 섹시한 여신, 페이오스 그리고 신의 세계에 등장한 악마를 처치하는 여전사 린드 역시 세 명의 여신과는 다른 느낌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특히 완벽한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왈큐레의 여신 1급신인 린드는 기존에 유드그라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등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TV판 2기 시리즈에서는 케이이치의 목숨을 노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여신이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인정사정  가리지 않는 여전사. 원작 만화에서 그 린드를 위한 2권의 외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20주년 기념으로 만든 특별 무비에서 린드가 주인공으로 여신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정적이고 순정적인 OVA 여신들과는 달리 액션을 가미한 판타지의 성격을 제법 잘 보여주고 있다.


여신 린드의 외날개, 그 날개의 비밀을 보여주는 까닭에 여신들의 날개, 천사가 아름답게 등장하곤 하는데 OVA 팬에게는 익숙치 않은 여신의 날개들이 아름답게 화면을 수놓는다. 여신들의 숨겨진 능력인 천사들은 몽환적이지 만은 않다. 그리고 정말 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귀여운 악마 마라와  힐드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겠지만, 역시 약간은 화제가 된 장면은 베르단디의 악마 패션이다. 순수하고 아름답기만할 것 같은 1급 여신 베르단디의 사악, 섹시 컨셉 역시 볼만한 특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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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신들은 날개를 가진다. 그 날개는 천사의 모습을 띄고 있다. 스쿨드는 아직 어려서 천사를 꺼낼 수 없지만(씨앗) 베르단디, 페이오스, 울드는 날개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OVA시리즈는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중점을 맞춘 편이라 지금 보아도 상당히 감동적이지만 최근 만들어진 애니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프레임수가 적다는 평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2005년 판이나 2006년판은 TV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편집되어 긴장감이나 갈등이 조금 빈약하지 않느냐는 평도 듣지만 순정만화 구도를 취하는 TV 시리즈에는 무난하다. 여신시리즈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팬에게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짧은 극장판을 추천하는 것이 좋겠다. 극장판에는 '사이드카'라는 특별한 형태의 바이크도 등장하는데 베르단디와 케이이치의 주행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신시리즈 팬들은 2007년 마지막을 수놓은 왈큐레의 여전사 린드를 보면서 다른 시리즈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2008년에 TV 3기가 과연 방송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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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오! 나의 여신님:싸우는 날개'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외날개를 가진, 왈큐레의 여신 린드. 냉정하고 완벽한 전투를 추구하지만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 않기로 유명한 여신이라고 한다. 그녀와 베르단디, 스쿨드, 울드, 페이오스, 케이이치가 이번 특별 무비의 주인공.




이미지 출처 :
http://www.animate.tv/pv/detail.php?id=p061214b
http://anicomic.blog55.fc2.com/blog-entry-57.html
http://anime.sovserv.ru/blog/index.php?s=%D0%B3%D0%BE%D0%B4%D0%B0
http://www.ebookjapan.jp/shop/title.asp?titleid=7766
http://anime-horizon.blogspot.com/2006/09/sentiment-on-ah-my-goddess.html
http://cinematicroom.com/asin/B000BN9AK2/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しあわせソウのオコジョさん)

ANIMATION 2007. 12. 26. 15:11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는 동물과 사람이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사람들은 함께 사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부르고 동물들은 같이 사는 사람을 '건방진 내 부하'라고 부른다.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이 '인간들을 정복해 나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과 연 우리가 거둬준다고 생각하고 함께 사는 동물들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흐뭇하게 웃고 싶을 땐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작화가 늘어난 요즘 애니들 보다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을 그리는 이 애니를 추천한다. 절대 흥미진진하거나 긴박감이 도는 애니도 아니고 체력이 달릴 정도로 부담스럽게 보는 애니도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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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짖는 소리를 듣고 말을 알아듣는 기계가 시판된 적 있다. 주로 아프다던지 불안하다  배고프다같은 개짖는 소리를 미리 입력한 뒤 그 소리를 기준으로 분석해서 지의 말을 알아듣게 하는 특이한 기계였다고 알고 있다. 애완동물과 의사소통이 하고 싶은 사람은 의외로 많은 것 같지만, 알다시피 같이 살아본 동거인이 경험으로 쌓은 느낌이 아닌 이상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그냥 귀엽게만 보일 뿐).

'흰사자 레오' 같은 애니는 레오가 영리해서 인간의 말을 흉내내고 인간과 동물이 대화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레오는 인간에게 적대적이고 싶지 않아하는, 원수에게 관대한 사자였다), 가끔 화제가 되곤 하는 인간이 말하는 음성을 내는 고양이 영상들을 보면서 동물과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 보는 동거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실제로 실험을 통해 침팬치가 추상적인 단어까지 학습하면서 인간과 대화한 적은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모든 동물이 똑같은 거 같아도 개개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된다. 일부는 '고양이는 모두 요물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직접 키워보면 다정하고 사근사근한 고양이도 있고, 앙칼지고 성격 급한 고양이도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인 셈. 최근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보다는 '반려동물'이란 단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동물들 개개의 생명과 특성을 존중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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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족제비는 사실 희귀하기도 하지만(극중에서도 등장하듯 그래서 몹시 비싸다고 한다. 기를 수 있는 것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야생의 족제비 자체가 원래는 사람과 함께 살기엔 부적합한 면이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족제비가 흔치 않은 까닭에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지만 농가나 산 주변의 작은 동물들(닭이나 새끼 토끼같은 것들)을 잡아먹는 족제비는 인간에게는 몹시 거친 동물이었다. 성격이 사나워서 사냥의 목적이 아니라도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애니에서처럼아이가 있는 집, 쥐같은 다른 동물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함께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야간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인지 낮에는 보기가 힘들고 일본에선 산족제비를 보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있단다. 그런 거친 산족제비의 캐릭터 오코죠상은 그 족제비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물론 관대하고, 개성이 강한 족제비인 탓에 쓸데없이 공격하거나 잡아먹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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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멋진 사나이, 오코죠상을 인간들은 몹시 귀여워하거나 돈벌이 소재로 보거나 각자의 상상을 붙여서 족제비를 가만 두지 않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 튼튼한 오코죠상은 그들을 정복하고 순종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입장의 차이를 나레이션하는 인물은 몹시 재미있게 표현하곤 하는데 그 대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해설은 종종 '이 따위 생각이나 하고있는 오코죠상이었다'식의 대사를 날리곤 한다.

인 간들 입장에서 족제비가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족제비 입장에서는 화를 내고 사납게 성깔 부리는 행동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쓰다듬는 행동이 동물에게는 뭔가 공격적이고 귀찮은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서로서로 오해의 도가니라고할까?  얼마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일방적인지 그 상황 만으로도 유쾌한 애니이다(오코죠상 본인은 바락바락거리지만  족제비들이 그냥 보기엔 상당히 귀여운 면이 많다).

가장 점잖고 덤덤하게 족제비를 대하는 인간은 주인공, 츠지야 하루카와 코죠삐라고 주인공을 부르며 사랑해주는 꼬마, 쿠도 유우타 정도랄까? 있는 그대로의 족제비를 몹시 사랑해주고 좋아하는 소고기 튀김을 사다 준다. 주변의 인간들은 대개 뭔가 멍청하고 가소롭고 시원찮아서 맘대로 남자다운(?) 족제비씨를 귀엽게 생각하고 귀엽다며 족제비상을 귀찮게 하기 일수이다.

오코죠상이 다른 동물들과 벌이는 에피소드 역시 몹시 재미있는데 잡아먹으려던 쥐, 초로리를 부하로 삼고 부려먹는다던지 눈치빠른 초로리를 데리고 행복장(그 다세대 건물)의 쥐구멍과 방을 탐험한다던지, 가끔 놀러오는 다른 동물들을 괴롭혀준다던지 악어를 누님이라고 부르며 함께 애완동물 가게를 탈출한다던지 하는 일과가 재미있게 묘사된다. 오조쿄상을 납치하고 싶어하는 약간 바보같은 애완동물가게 주인도 재미있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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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지 않은 작은 쥐, 초로리의 인정은 뭔가 생각해줄 점을 던져주기도 하는데 작은 케이지 안에 가두고  먹을 것을 주며 동물들을 기른다고 착각하는 인간들. 그 인간들을 약간은 동정하며 의리를 지켜주는 작은 쥐의 생각이 과연 동물이 우리와 '살아주는 걸까' 아니면 인간이 건방지게 '감히 거둔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해준다. 나약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을 그 작은 동물이 사실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 애니 역시 투니버스에서 한국어로 더빙해서 방송한 적이 있는데 오코죠상의 역할을 '족제비씨'라고 바꾸게 되면서 '이선주'란 성우분이 맡게 되었다. 거의 일본 원어 방송의 느낌을 백퍼센트 살리고 있다(이 분은 나루토의 목소리도 거의 똑같은 분이다). 또 초로리의 목소리를 맡은 '류점희'님은 케로로의 타마마 역할도 그대로 옮겨낼 정도로 멋진 목소리이다. 흉내가 아니라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아주 잘 뽑아냈다고나 할까?  일본판의 오프닝과 엔딩을 각색해서 만든 주제가도 꽤나 코믹한 편이다.

일본 전통음악이 코믹하게 중간중간 깔리면서 전통 복장도 종종 볼 수 있곤 하는데(특히 애완동물가게 주인의 장사꾼을 상징하는 복장과 부채) 작은 동물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 일본색과는 상관없이 이 애니를 흐뭇하게 시청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맨 마지막에 엉뚱하게 대결을 붙여서 '누구의 승리'라고 코믹하게 결론짓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미지 출처 :
http://white.ap.teacup.com/bialbero

시엘, 소녀교육헌장 - 임주연 작가의 만화는 특별해!

COMICS 2007. 12. 25. 20:44


만화잡지라는 것에는 유독 눈에 띄고 시선을 끌어당기는 연재작이 있기 마련인데 평소에 팬이었던 인기작가 말고도 신인작가들의 작품일 때도 있고(천계영씨 같은 신인이 등장 당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꾸준히 연재되는 갓 신인테를 벗은 작가들의 작품일 때도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임주연' 작가의 만화들은 나에게, 그 연재작들 중에서 단연코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은' 거대 신인의 만화였다. (만화를 일이년 구독해온 사람은 아닌지라 높아질대로 높아진 내 눈을 휘어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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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연재 만화는 ISSUE에서 연재하던 '소녀교육헌장'이다.
이 만화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센.스.가.끝.내.준.다.


어쩌다 보니 만화잡지를 다달이 3-4권 사모으곤 했었다. 지금은 공간의 압박으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다른 곳에서 사모은 것을 몰아 보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Sugar, ISSUE, Wink, Owho, NINE, Bijou 등 이제는 폐간된 잡지도 참 많지만 그 잡지들이 발행될 때 마다 사모아서 부록 만 해도 꽤 큰 분량이 되곤 했다(초등학생용 밍크, 파티까지 사모으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부록들은 아직도 깔끔하게 보관된 것들이 많다. 서점 언니의 도움으로 두 세가지씩 가진 것도 있고). 일본의 '하나또유메'라던지 'Lala'에 절대 못지 않은 종이질과 연재 내용을 자랑하는 만화잡지들!

책이 많아서 지금 거의 골라낼 수도 없을 정도로 꽂히고 쌓여 있지만, 임주연 작가가 연재하던 시리즈가 실린 잡지들은 모두 위로 올려놓고 찾아보곤 한다. 원래는 연재가 끝나면 단행본을 사보는 편이지만 공간 부족으로 더 이상 사모을 형편도 안된다(다른 책에 비하면 가격은 싼 편이라 살만하지만 7권 8권씩 사모으기란, 더군다나 단행본을 사면 잡지를 버려야 한다). 이제는 연재한지 5-6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새로 나온 소장본들이 있으면 바로 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듣자하니 ISSUE에 연재되던 Ciel은 얼마전에 일본 만화잡지에도 연재되기 시작했다던데, 처음 연재 당시 주인공들이 모두 나와 날아갈듯이 폼을 잡은 그 원화가 다른 나라에까지 소개된 다니 뿌뜻할 따름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지만 만화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일본에(그 나라는 만화가 시장이 정말 크다) 우리 나라의 만화가 수입되거나 연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한때 황미나씨가 NINE과 일본에 연재했던 만화가 상당히 화제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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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교육헌장 - 원아미와 파렌하이트 그리고 왁자지껄 청와대


모 정당의 정치인 별명이 '공주님'인 것은 아무래도 아주 어릴 때부터 청와대에서 먹고 자란 경력탓일 가능성이 높다. 나라에서 가장 잘 지어진, 그리고 보안이 잘된 건물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나라의 정치를 살펴온 그 자리를 다소 봉건적인 발상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는 뭐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생략하더라도 그 자리에 들어가는 여성의 입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어 있다.

만약 속칭 '아이돌 빠순이' 에다가 평범하고, 별로 예쁘지도 않고 탁월한 능력도 없는 여고생이 청와대의 공주님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 나라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느날 갑자기 잘생긴 자기 아빠가 대통령이 된 바람에 청와대에 입성한 여고생은 우왕좌왕 하게 된다. '소녀교육헌장'은 그 분위기로 화면을 끌고 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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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상황 자체를 평범한 여학생이 '신데렐라'가 되는 이야기 쯤으로 착각하면 '임주연표 만화를 모르는 거다. 평범한 여학생은 의외로 짐작하는 것 보다도 훨씬 상태가 안 좋고(그것도 웃기는 쪽으로 패닉에 빠지곤 한다) 의외의 상황에서는(아이돌 오빠가 나타나는 순간) 멀쩡하다. 주인공 원아미는 사실 위의 코믹한 그림에서 보이듯 대접받고 지시하는 공주님 보다는 시중드는 무수리에 가까운 행동을 더 자주 한다. 주변의 그녀를 지켜주는 헌신적인 보디가드(파렌하이트)의 변신이 아까울 지경이다.

물론 웃고 떠드는 사이에 천천히 진행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하고 상징적인 국면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파렌하이트의 정체, B.B의 정체,  '백설공주' 이야기의 정체 같은 것들이 원아미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대통령의 딸로서의 생활이 궁극적으로 재미있어지게 하는 요소들이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이야기는 어느새 산으로? 라기 보다는 원래 복잡한 구성이었던 것 같다. 한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단 사람이 의외로(?) 많다. 7권으로 모두 완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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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 - 전설, 마법사, 마녀 그리고?


The Last Autumn Story라는 부제가 붙은 Ciel은 어느 시골 미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비엔 마그놀리아' 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마을에서 겪는 고난(?)과 아버지, 어머니와 벌이는 소소한(?) 일상으로 시작되는 이 만화는 사실 초반의 칼라컷이 몹시 멋졌다(책을 사지 않아도 모 책판매 사이트에는 이 첫부분을 가끔 올려놓곤 한다).

"여린 내가 두려움에 울고 있자 엄마가 말했다. "다섯 살 때 너 혼자 산에서 길을 잃었던 것 기억나니?"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네가 지금 흘리는 눈물이 추억거리조차 되지 않을 날이 반드시 온다.  약속해도 좋고, 내기해도 좋단다. 낮의 하늘이 푸르며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란다. 네 일생에 다섯 살의 그날보다 위험한 순간은 다시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나아가라 내딸아."

이런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시작하는 마법사와 마녀들의 이야기 'Ciel'. ciel은 원래 하늘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잘 사고 어쩐지 측정하기 힘든 마법을 가졌을 것 같은 주인공 이비엔이 마법학교에 입학해서 라리에트 킹 다이아몬드, 제뉴어리 M. 라이트스피어, 도터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크로히텐과 옥타비아라는 교수님들도 만나면서 벌이는 수련과정(?) 이기도 하다. 묘한 분위기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만화.

중간중간 작가의 대사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구나 싶어지는 장면들이 있는데, '좀 놀았구나' 라던지 '최강 클래스 할머니'라던지 군데군데 웃음보를 자극하는 대사를 꼭꼭 심어놓는다. 아름다운 주인공들의 미래도 궁금하지만 함께 펼쳐질 코믹 코드 역시 궁금한 만화. 챕터별로 연재가 진행중이고 현재 7권까지 발간된 상태이다.

모 사이트에서 누군가 악평을 하길 임주연씨의 그림체가 안습이라고 하는데(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건 알겠는데 취향이 아니다가 아니라 안습이라는 건 악평이 맞는 듯), 순정만화 분야에서는 그림체로는 남부럽지 않은 작가들이 많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작화를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화'를 창작하는 능력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이나 멋진 작화가 아니라 개성있는 작화능력과 개성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약간은 무심한 듯 간결하면서도 표현할 건 빠트리지 않고 표현해내는 이 그림체가 나는 마음에 든다. 얼핏 무심해 보이는 눈빛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특별한 분위기의 만화를 앞으로도 계속 구독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단행본까지 구입하자면 빨리 창고를 비우고 잡지를 처분해야할 듯 하다.



이미지출처 :
http://chry.pe.kr/- 유리향기, 임주연님 개인웹사이트
(위 이미지는 임주연님 개인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사용 기록한 후에 사용하는 이미지이니 절대 맘대로 가져가서는 재사용을 원하실 때는 임주연님 웹사이트에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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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oser - 그녀 앞에 앉으면 입을 열게 될 것이다.

DRAMA 2007. 12. 12. 19:03


드라마 Monk나 CSI 시리즈, Law and Order 시리즈가 자랑하는 매력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가장 큰 매력은 사건 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추리를 통해서든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서든 그들은 용의자와 범인을 가려내 는 능력이 탁월한 주인공들이다. 이러한 범죄 시리즈는 주인공의 직업, 지역, 또는 범죄의 종류에 따라 드라마의 특징이 달라질 것이다(Law and Order : SVU같은 경우는 성범죄를 대상으로 한 특별수사본부 드라마이다). 일단 'The Closer'는 그 범죄 수사 드라마 중에서는 다소 '정도가 약간' 수사물에 속한다

범죄드라마로서는 수위가 약한 편인데 그 이유는 미스터리나 복잡한 추리가 필요한 사건 보다는 자료와 심증이 충분하고 용의자의 자백으로 사건이 해결될만한 케이스를 주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미스터리나 범죄 드라마로서의 면모는 피하고 있다 .


2005년 6월(미국 드라마의 시즌이 잠깐 쉬는 시기이다, 여름 시즌이라고도 부른다), 미국 TNT 방송국에서 첫 방영되기 시작한 The Closer는 2007년 3시즌(2007년 9월 10일)을 종료했고, 12월 3일 특별 에피 소드까지 방영을 마친 상태이다. 2007년도 주인공 Kyra Sedgwick은 에미상 여우주연상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골든글로브에서는 텔레비전 드라마 부문의 최우수여자연기상을 수상하였다.


'The Closer'는 TNT 방송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주요 드라마 리스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시리즈물(4시즌 확정)이다 .
한편(episode)당 1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지금까 지 43편(3시즌)이 제작 방송된 'The Closer' 각각의 에피소드가 완전히 종결되는 사건으로 이루어져있다. LA지역의 경찰들이 법을 집행하는 모습이나 문화적인 충돌같은 것을 잘 묘사하기도 하는 이 드라마는, 경찰의 윤리, 개인의 가치관, 또는 선이냐 악 이냐에 대한 심오한 질문도 함께 던져주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그 쇼의 중심에 Brenda Leigh Johnson 국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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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다는 LAPD(Los Angeles Police Department , LA 경찰청)의 특수살인수사국의 국장으로서 똑똑하고, 단호하고 또 정확한 여자이다. 그 정확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나 다른 경찰(혹은 검찰)의 동료들을 기분나쁘게 하기도 하지만(몹시 히스테릭하다) 범죄의 증거가 되는 자백을 반강제적으로 받아내기 때문에 '사건을 종결시켜버린다'.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이 'The Closer'이다. 말하자면 브렌다 없이 이 드라마는 불가능하다.

드라마 등장인물들 중에는 브렌다의 불편하 기로 유명한 고정 배역들이 정해져 있다. 깐깐한 브렌다는 자백에 있어서도 동료들과 의 관계에 있어서도 절대 고분고분한 법이 없기 때문에 그녀를 방해하는 상대방은 악역 아닌 악역을 하게 되어 있다. 그들이 그녀를 방해하는 이유는 대개 '그녀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히스테릭한 성격, 불손하고 직설적인 말투, 이혼 경력과 윤리조사를 받았던 경력, 40세가 가까운 싱글 여성에 대한 편견 등등.

LA 경찰청 내에서 특수살인수사국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Russell Taylor 경정(LA 경찰청의 강력계 반장)은 자신이 차지하 리라고 생각했던 특수살인수사국 국장의 자리를 브렌다에게 뺏긴 까닭에 사사건건 불 합리한 시비를 걸고 초반에 등장한 Andy Flynn 경위는 원래 테일러 경정의 수하로 브 렌다를 일러바치는 역할 담당이었다. Ross 경위와도 같은 이유로 사이가 좋지 않다. 사건의 고소장을 작성하는 Martin Garnett 검사를 무능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인 적도 있다. Tom Blanchard라는 LA 지역의 유명 변호사는 그나마 피의자를 변호한다는 이유 로 브렌다와 맞서는 거지만 능글능글하고 노련한 원수같은 사람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드라마 초반에는 이 브렌다의 반대파들 덕에 국장이라는 지위에서 물러날 뻔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수사능력 하나만은 탁월한 브렌다를 지켜봐주는 Will Pope 차장(과거 브렌다의 연인이었던 이혼전문 남)이나 FBI의 남자친구 Fritz Howard, 엄한 군인 출신아버지와 어머니, 자신의 능력 을 인정하고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당하는 특별살인수사국의 부하직원들이 그녀를 '살려준다'. Closer로서의 최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사건 해결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브렌다의 이 '인간적인' 장면들이 이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 'Thank you, thank you very much' 를 연발하는 그녀의 모습은 덕분에 아주 유쾌하기까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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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LA 지역 만의 문화적인 문제, 경찰청 내의 민감한 문제들도 약간씩 다뤄지곤 하는데 경찰의 순직에 동요를 보이는 LA 경찰청 내의 사람들, 흑인의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테일러 경정, 흑인 여아의 성폭행과 살해에 대해서 감정적인 동요를 보이는 지식인 가브리엘 경사, 인간적으로 유들유들하지만 피의자의 심리를 재빠르게 간파하는 노년의 프로벤자, 자신 역시 이민한 유색인종으로서 LA갱단들에 정통한 산체스 경사, 동양인으로서 성공한 타오 경위 등등이 그 지역의 문제를 충분히 짐작가능하게 한다. LA는 실제 그런 문제들로 수십년 동안 시끄러운 지역이었던 까닭에 드라마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 보다는 해당 배우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LA의 지역의 문제를 아주 외면하 진 않으면서도 그런 문제에 편견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3시 즌의 Ruby 에피소드에서 보여줬던 가브리엘의 분노, 동양인 가이드의 살해를 둘러싼 타오의 찡그린 얼굴, LA 갱단 사건에서 분노하는 산체스 등은 LA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케빈베이컨의 부인으로 훨씬 유명했던 배우, Kyra Sedgwick은 뉴역 태생으로 집안에 정치계 법조계 인물들도 많 지만, 연예인이 많았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 아역으로 데뷰한 배우치고는(16살) 삐뚤 어지지 않게 착실한 조연 경력을 쌓았다. 금발의 미녀 역을 자주 맡곤 했으나 능력은 탁월했던 모양이다. 1988년 케빈 베이컨과 결혼한 이후 자녀 둘을 낳고 아직까지 무 사히 살고 있다. 실제로 The Closer라는 드라마의 몇편은 케빈 베이컨이 감독으로서 활약한 적도 있다고 하니 사이가 좋은 모양이다. 올해 43세인 키이라 세즈윅은 남자들의 세계인 LAPD에서 탁월한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브렌다 리 존슨 역할에 전혀 무리가 없다.

12월 3일 3시즌의 특별 에피소드인 14, 15편의 에 피소드(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종결한 클로저는 이제 내년 여름 시 즌을 기다려야할 것 같다. 범죄자의 개인적인 측면과 법집행자의 마인드를 자극한 이 번 에피소드는 지난번 2시즌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처럼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브렌다의 가족과 형사들을 끌어들여 크리스마스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충분히 사랑스러운 브렌다는 사고뭉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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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렌다 리 존슨 (Kyra Sedgwick) : LAPD 특별살인수사국의 국장이다. 한번 이혼한 경력이 있는 싱글여성으로 워싱턴에서 CIA와 워싱턴 경찰국에서 일하고 아틀란타 경찰청에서도 일한적이 있다. 금발에 적당한 체격,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서류가 들 어가는 아주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하이힐을 즐겨신는 예쁜 외모지만 항상 붉은 립스틱을 바르는 입이 약간 크다. 히스테릭하지만 정확하고 단호한 성격이다. 시체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할 일을 하면서도 설탕 중독증의 귀여운 부분도 있다 . 낙하산 인사로 미움받았었지만 능력으로 부하들에게 신임받고 인정받은 여자.

▶ 포프 차장 (J. K. Simmons) : LAPD의 차장 역할을 맡고 있는 브렌다의 상관이다. LAPD로 브렌다를 끌어들인 장본인이지만 테일러 경정을 진정시키지 못해서 브렌다를 위기에 처하게 한다. 알고 보면 개인적으로 브렌다를 곤란하게 할 만한 경력도 가진 당사자. 그러나 항상 브렌다가 일으킨 사건을 해결해주는 입장이다 .

▶ 데이비드 가브리엘 경사 (Corey Reynolds) : 잘생긴 젊은 흑인으로 경찰로서는 승진이 빠른 편이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같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테일러 경정은 그를 편애한 듯 하다.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영리한 면도 있고 명품 양복을 즐겨입는 멋쟁 이 기질도 있다. 부하직원으로서는 노련하게 브렌다와 테일러 두 사람의 비위를 잘 맞추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중재를 하기도 한다. 브렌다의 능력이 탁월해서 진심으로 따르고 잘 보좌하게 된다. 초짜 경찰처럼 브렌다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하는 후계자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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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벤자 경위(G. W. Bailey) : 나이든 형사로서 경험도 많고 기억하지 못하 는 예전 사건도 많은 사람이지만 피의자를 간파하는 능력이 놀랍다. 동정이 가는 피 해자나 동료직원에게는 인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주 이혼을 해서 빈털터리라고 한다. 지금도 싱글인 상태로 여성들에게 친절하지만 브렌다의 말투를 흉내내서 드라마의 코믹한 부분을 최대한 끌어내는 사람이다. 프로벤자와 플린이 사고친 에피소드는 클로 저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로 웃긴다는 평 .

▶ 테일러 경정 (Robert Gossett) : 브렌다가 국장으로 테일러 보다는 직위가 위지 만 경찰의 계급 체계로는 거의 동등한 계급이다. 브렌다가 특별살인수사국의 국장으 로 오게된 것을 알고 포프에게 길길이 날뛰었지만 직위의 문제로 드러내놓고 항의하기 는 힘들다. 사소한 꼬투리나 방해로 브렌다를 어렵게 하려고 하지만 그조차 쉽지는 않다. 악의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경찰의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흑인 문제가 관여된 에피소드에서는 브렌다에게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브렌다가 능력이 탁월해질수록 테일러 경정은 점점 더 순해진다. LAPD 강력반 담당으로 LA 지 역의 갱 수사에는 전문가이다.

▶ 앤디 플린 경위 (Anthony Denison) : 이 재미있는 사람은 초반에 상당히 능글거리는 테일러 경정의 부하로 등장했다. 브렌다를 도와주러 파견된 것이 공식적인 목적이었 지만 테일러 경정의 사주를 받고 왔던 경위. 지금은 브렌다에게 둘도 없는 부하직원으 로 말을 아주 잘 듣는다. 프로벤자 경위와 투닥거리긴 하지만 싱글이라는 이유로 둘 이 친구처럼 잘 어울려서 사고를 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도 두 사람은 사고뭉치. 브렌다의 능력을 신임한다 .

▶ 마이클 타오 경위 (Michael Paul Chan) : 중국계 이민 3세로 부인은 일본인이다. 자료 조사 능력이 탁월해서 현장 지원보다는 사건 기록이나 인터넷 데이터를 모으고 의학 도 복수전공한 까닭에 시체 검시 등의 영역을 자주 맡는다. 다른 부서의 담당자들을 다루는 요령도 좋다.

▶ 산체스 형사(Raymond Cruz) : 불법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LA 갱단이 넘치는 지역에서 자랐다. LA 갱 정보에 능통하고 이민자들의 정서나 언어에도 능숙한 사람이다. LA 지역의 문화적인 난관을 잘 보여 주는 형사. 몇몇 에피소드에서 직장 동료인 여자 형사를 성희롱하기도 하지만 악의는 없어보인다. 불법이민자에 관한 에피소드에서는 갱을 다루듯이 능숙하게 겁을 줘서 자백하기도 하고 그들의 악행에 분노한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

▶ 아이린 다니엘 형사 (Gina Ravera) : 젊은 흑인으로 가브리엘의 구애를 자주 받는다. 유 일한 여자 형사이지만 여자로서의 에피소드는 전혀 없다. 가브리엘과 브렌다가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거의 나서는 법이 없음 .

▶ 프리츠 하워드 요원 (Jon Tenney) : 다정하고 친절한 브렌다의 친구였다. 브렌다가 LA로 옮겨온 이후엔 FBI의 능력을 발휘해서 브렌다에게 도움을 준다. 그녀를 몹시 좋아하 지만 일 밖에 모르는 사람인 까닭으로 가끔 순위가 제껴진다. 포프 차장과 브렌다의 과거도 잘 알고 있지만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다. 브렌다의 개인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셈. 가끔 브렌다와 동조수사를 하기도 한다 .

▶ 버즈 (Phillip P. Keene) : 자 료 기록 담당으로 심문실의 데이터를 기록하기도 하는 역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할 때 는 반드시 자료를 기록해서 법정 자료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게 경찰의 관행이 다.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당연히 대사가 별로 없다. 의붓아버지 덕분에 스페인 어를 알아듣는다.


오란고교 사교클럽 - 힘내라 순정만화!

ANIMATION 2007. 12. 11. 21:42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순정만화를 읽었다고 한다. 산모로서는 꽤 약한 편이었던데다 낯선 곳에 시집간 까닭에 우울함을 달랠 길 없었던 어머니께서 만화책을 빌려다 읽으셨고, 임신한 상태로 차마 과격한 내용을 읽을 수가 없어서 순정만화를 골라서 매진하셨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어릴적부터 순정만화 정도는 아무 거리낌없이 읽는, 자연스러운 매니아가 되었다. 순정만화의 고전들로 인정받는 많은 작품들을 10세 이전에 읽어보거나 한 적이 있다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그때 한참 열심히 읽었던 순정만화란 것은 이랬다. 금발의 왕자님, 아름다운 꽃미남, 가슴이 뛰게 하는 낯간지러운 대사, 능력과 외모가 탁월한 남자 주인공, 감정적이고 격한 주변 상황, 고급스러운 성과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 예의 바르고 예의있는 소년들,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 여주인공의 고난 등등. 지금 생각해도 약간은 유치한 10대의 '하이틴'스러운 감정들이 교차하는 그런 매체가 순정만화였다. 커다란 눈과 길쭉한 몸매 그리고 날카로운 선처리나 자주 날리는 꽃배경 들은 소녀들의 감성을 키워주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만화'라는 것 자체가 과장과 희화의 장르인 것이 사실이지만 순정만화는 10대 여자아이나 20대 여인의 치명적인 컴플렉스,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자극한다. 등장인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커다란 눈과 날씬한 체격에 대한 묘사는 사회적으로 시각적인 면을 강조하는 경향을 부추키기도 한다. 아무리 '만화'의 장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이런 경향성이 사회의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순정만화에 대한 변명이 먹히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일부 '매니아'들이 추구하는 순정만화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도 한다.


'디어브라더'라던지 '베르사이유의 장미' 같은 고전 순정만화들이 보여주던 감성적인 순정만화는 이제 순정만화 시장 자체에서도 고전의 유물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던 설정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조금 더 희화한' 장르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런 류 중 하나가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라던지 '오란고교 호스트부'같은 순정만화이다. 금발의 잘생긴 남자도 나오고 멋진 대사도 나오고 왕자님과 성도 나오고 꽃배경도 날리지만, 아 순정만화라기엔 너무 재밌는 만화들, 말이다.  그 '오란고교 호스트부'를 애니로 옮겨놓은 것이 '오란고교 사교클럽(한국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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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의 배경은 '사립 고등학교'이다. 물론 일본에도 재벌가 가문의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는 있다. 그리고 그 사립학교 어딘가에서는 서양식의 예절을 추구하는 법을 가르칠 법도 하다. 그렇지만 이 애니에서는 그 상황을 몇배는 더 과장해서 과연 존재할까 싶은 궁궐같은 학교 건물에 영국식 티파티와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여학생들, 궁궐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재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곤 한다. '시간이 남고 심심한 부자들의  여흥'이라는 코믹한 문장으로 그들의 생활을 묘사한다. 거기다 남자 주인공은 금발의 푸른 눈이다! 아니 이 순정만화틱한 설정이라니(여긴 오란고교, 일본인데!)


순정만화에서는 필수적인 요소. 꽃미남 6명이 여주인공 주변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설정대로 여주인공은 무척 무디고 남자주인공의 감정에 무신경하다.(이 여주인공의 목소리는 '천공의 에스카폴로네'에서 여고생 성우로 데뷰한 '사카모토 마야'이다.) 그리고 당연히 남자의 외모로서도 여자의 외모로서도 몹시 예쁜 소녀이다. 방긋~

기본적인 주인공의 배치가 끝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들과 러브러브 모드에 들어가야 순정만화답지 않겠는가? 그것도 물론 기본적으로 배치 되어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웃기는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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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오카 하루히 : 자신이 여자라는 자각이 전혀 없는 여주인공. 가장 멀쩡한 인물(?)이다. 사립학교 오란고교에 특별대우 장학생(특대생)으로 입학했다. 성적이 좋아야 학비가 지급되는 까닭에 성적이 좋다. 저지른 죄가 있어서 부자들의 사교클럽인 '오란고교 호스트부'에 가입해서 활동하게 됐다. 타고난 호스트처럼 활동을 아주 잘 해낸다. 서민이라는 특징 때문에 고생한다고 할 수 있다. 우등생에 순진한 눈을 가진 매너바른 호스트.

▶ 스오 타마키 : 오란고교 2학년 호스트부 부장.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주인공. 대재벌 스오가의 외아들이다. 킹이나 전하 등으로 호스트부의 멤버들이 부르고 있다. 약간 엉성하게 멍청한 태도를 취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자를 다루는데 능숙한 캐릭터를 연출한다. 호스트부를 만들고 유지하는 당사자. 하루히에게 아빠의 태도를 취하곤 하지만 하루히를 상당히(당연히) 좋아한다. '꽃배경과 달콤 멘트를 날리는 왕자형 호스트'


▶ 오오토리 쿄야 : 타마키와 같은 학년이다. 실질적으로 호스트부를 움직이는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호스트부의 재정 문제 모든 곤란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천재형 인물. 기본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그가 호스트부에 가입한 까닭은 미스터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고 타인을 조종하는데도 능숙한 캐릭터. 근접하기 힘든 성격의 차가운 미남 호스트.


▶ 히타치인 카오루 & 히카루 : 히카루와 같은 1학년이고 같은 반이다. 일반인은 전혀 구분해내기 어려운, 정말정말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함께 행동하지만 사실 아주 약간 두 사람은 미묘하게 다르다고 한다. (당연히 여자주인공 만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다) 남들이 자신을 구분해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고 항상 같이 있고 싶기도 한 모순의 상태를 힘들어 한다. 셋트로 호스트 영업을 한다. 금단의 설정의 쌍둥이 호스트.


▶ 하니노즈카 미츠쿠니 : 3학년으로 호스트부에서 모리노즈카와 더불어 가장 나이가 많지만 가장 키가 작다. 달고 단 과자와 케이크를 무척 좋아하고 항상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토끼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속칭 로리 쇼타 계열 호스트로 누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모리노즈카 타카시 : 하니와 같은 3학년으로 말수가 거의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다(대사가 거의 없는 캐릭터). 하니를 항상 데리고 다니거나 목마를 태워다닐 만큼 장신이다. 무뚝뚝하고 체격도 좋은 까닭에 무서워하지만 사실 하니와 하루히를 잘 챙기는 다정하고 상냥한 성격이다. '과묵하지만 사실은 상냥한 호스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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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라는 것은 집주인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이란 역할이 강조해서 어떤 다과회나 사교 모임의 주최자 '맞이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남성의 역할이 변형되어 '호스트'라는 접객업이 새로 있다는 것 쯤은 다들 아는 사실. 그 나쁜 의미로 '변질된 호스트'의 역할과 사교 모임의 '주최자' 역할을 하는 호스트가 적절히 섞인 것이 이들 '오란고교 호스트부'이다.(호스트의 나쁜 의미로 인해 한국에서는 오란고교 사교클럽으로 번역되었고 이 문제로 방영한 투니버스 홈페이지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역사극이나 만화 등등을 코스프레 하듯이 분위기를 설정한 다음 그 자리에 어울리는 복장으로 여학생들을 맞이 하여 담소를 나누고 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대사를 남발하는 그들의 모임은 '사교 클럽'이라는 과거의 문화를 흉내내고 있기도 하고 '호스트' 문화를 흉내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순정만화' 장르의 주 고객(?)인 여학생들, 여성을 기쁘게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부의 사명.


이 여학생들은 그들의 접대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팬들이지만, 항상 그들의 접대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계층은 아니다. '란게'같은 캐릭터는 순정만화의 매니아로 사는 것이 지나치다 못해 '오타쿠' 계층의 순정만화 매니아라고 할 수 있고,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라는 만화를 패러디한 '로벨리아 여학교'의 '즈카부' 설정은 순정만화 장르 만으로는 모자란 적극적인 여학생들의 전투장 같은 거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은 사실 '케로로 중사'로 잘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지나친 순정만화틱한 설정은 가끔은 매니아도 당황스럽다. '미연시'라는 게임의 장르를 쉽게 못 받아들이듯이 '여성향'이라는 장르를 모든 순정만화 매니아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순정만화의 노골적인 코드를 그대로 가져와서 '명랑하게' 꾸며 놓으면 재미있고 웃길 뿐이라는 것. 어떤 분야의 '매니아'가 된다는 것. 그만큼 그 분야의 매력을 잘 안다는 뜻이다. 또 순정만화의 감성이라는 것이 항상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를 즐겁게 하고 싶은, 잘 생기고 매너있는, 순정만화 주인공들의 코미디를 즐겁게 시청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unny.tw/animeblog/?p=150

Romeo x Juliet - 고전의 가치는 활용하기 나름

ANIMATION 2007. 12. 6. 22:13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로 사용된 Rena Park(박정현)의 You raise me up 이란 노래를 한번 들어보기 바란다. 많은 팝가수가 리메이크했던 노래 You raise me up 은 이 애니메이션과 함께 인기를 끌었다. 세익스피어의 원작이 오래된 것에 비견할 수 있을 지 글쎄, 알 수 없지만 노래 자체의 역사, 그리고 리메이크의 역사, 노래의 의미(원래 아일랜드 지방의 민요이다)가 세익스피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온 세월에 비교될 만도 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런 배치를 했겠지만, 애니 중에 등장하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역할을 맡은 성우 역은 이노우에 카즈히코로서 성우계에서 전설같은 인물이다. 말하자면 경력이 오래된 대선배)

'Romeo x Juliet'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라는 작가가 만든 작품이라는 것, 두 연인이 모두 죽어버리는 비극이라는 점(이 정도는 스포일러도 안된다), 어린 연인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 두 집안끼리 싸움하다 애들 죽었다는 것, 한 도시를 배경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 비극적인 연인의 대명사라는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는거다. 그리고 Romeo x Juliet 역시 그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각색해서 옮겨놓은 애니이다. 일본식 발음으로 옮겨놓아 줄리엣을 '주리에또'라고 계속 부른다는 점은 역시 거슬리지만, 멋진 변형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현대로 옮겨졌으니 그 정도 러브스토리 라인으로 인기를 끌 것 같지도 않은데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은 아직도 많다. 그들은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변에 의해서 서로를 미워하거나 적대시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정말 운명이라고 스스로 믿어버리는, 그런 변형된 작품들은 여전히 인기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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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이 애니메이션의 슬로건은 캐퓨럿가와 몬테규가의 문장을 걸고 시작한다. 이팔청춘 팔팔한 나이, 열여섯살에 사랑에 빠진, 캐퓨럿가 줄리엣과 몬테규가 로미오의 사랑은 처음부터 비극이라는 것. 숨길 것도 없는 사실이기에. 그럼 올리비아 핫세가 나와서 10의 순수한 줄리엣을 연기할 때와 이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달라진걸까?
첫째, 배경이 중세의 도시에서 시대를 알 수 없는 세계로 바뀌어 버렸다. 도시의 이름도 천공도시 네오 베로나이다. 천공도시의 이미지는 중세의 유럽과 얼핏 비슷해 보이고 수도원이라던지 성이라던지 건물의 모습은 같이 보이지만, 여긴 천마를 통해 이동이 가능한 천공도시이다. 그 천동도시가 이야기의 무대이다.

둘째, 두 가문 사이의 원한이 좀 더 극단적이 됐다. 원작에서는 두 가문이 사이가 나쁜 이유를 거의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였는데(사이가 나쁜 역사가 오래 되서라고 할까) Romeo x Juliet에서는 몬태규가의 로미오의 아버지에 의해 캐퓨럿가는 완전히 초토화됐다. 완벽한 악마로 등극하신거다. 현 베로나 대공인 로미오의 아버지는 네오 베로나를 잘 다스리던 줄리엣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모든 가신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살아남은 줄리엣을 죽이기 위해 마녀 사냥도 서슴치 않는다. 이 대립구조가 어쩌면 이 애니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셋째, 등장인물의 성격에 변화를 주었다. 남자답게 몰래 줄리엣의 창가로 숨어들어 사랑을 고백하고 줄리엣의 연인이 되었던 로미오는 순진하고 착하고 정의롭고 다정한 소년이 되었다. 실시간으로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부드러운 소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줄리엣은 연약하고 청순한 모습은 다 버리고 남장을 하고 뛰어다니는 말괄량이 전사가 되었다. (칼싸움 만은 로미오 보다 더 잘할 지 모른다)

넷째, 주변인물들의 관계가 변했다. 로미오의 아버지가 악당이 된 것처럼 성격이 변화된 인물들이 있다. 티볼트와 머큐시오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인물이 되었고, 로미오의 약혼자 허마이오니와 줄리엣의 친구들 프란시스코, 큐리오, 안토니오 등이 추가된 점이 달라졌다. 단순한 구조로는 처리할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원작자 세익스피어가 마치 사건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배후인듯이 출연진에 끼어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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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람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 예를 들어 천마를 타고 하늘을 나른다던지 공중에 떠있는 아름다운 성이라던지(물론 그래픽으로 합성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이다) 거대하고 신비로운 생명이라던지. 그런 것을 표현하기에 애니메이션 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물론 실제의 사랑이야기라면 사람의 얼굴로 최대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겠지만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장면에서 팬들이 가장 많이 기억해내는 장면은 보통,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눈에 불꽃이 튀는 장면과(디카프리오가 연출한, Kissing you라는 데자레의 뮤직비디오는 정말 감동적이다) 창문가에 선 줄리엣이 혼잣말을 하면 로미오가 나서서 댓구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역시 멋진 사랑의 장면들이고 영화 속에서도 잘 표현된 부분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Romeo x Juliet 이라는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그 사랑의 장면을 재현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제작자로서는 '오 로미와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라는 명대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겠지만, 물론 사랑에 빠진 어린 연인들이 자신의 성격이 변하는 것 쯤이야 다반사라고 하지만 목숨이 위험한 줄리엣이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모두 버려가면서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고 순진하게 행동하는 장면이 부적절하지는 않을까?

리메이크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한 장면쯤은 그대로 묘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겠지만 순진하고 청순한, 그리고 수줍은, 원작 그대로의 두 사람의 사랑은 전체적인 판타지 액션으로서의 애니메이션 흐름을 상당히 거스르고 있다. 캐릭터의 성격을 지나치게 정형화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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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드라마 제작사가 10, 20년 전에 비해서는 다양해졌지만, 개인적인 짐작으로 아직 그 규모나 숫자가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숫자 보다는 적지 않을까 싶다(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숫자와 자본 투입은 비교 대상이 이미 아닐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어제 종영된, 우리 나라 모 드라마가 일본에 비싸게 팔릴 것이라고 짐작들 하지만, 일본은 이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넘치는 관계로 이미 한바탕 인기 전쟁을 치룬 곳이고(그것도 수십년간) 그들의 경쟁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정확히 모르는,  일본에 살지 않는 일개 팬 조차도 알고 있는 그 제작사들의 이름. GONZO, Sunrise, GAINAX, 프로덕션 I.G, BONES, 닛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도에이  등등. 유명한 대표 애니들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는 그들은 영문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세계를 장악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 중인 회사들이다. 애니 제작이 질적으로 우수함은 물론이고 그 독특함과 아이디어 역시 회사 마다 다르다.


Romeo x Juliet는 고전의 리메이크 방식은 훌륭했고, 아이템 선택도 탁월했다. 카레이도 스타나 간츠, 청의 6호, 최종병기 그녀, 바질리스크, 크루노 크루세이드, 풀 메탈 패닉 등으로 유명한 GONZO의 작품 스타일이 잘 배여나온 애니였으나 많은 아쉬움도 남는다. GONZO 스타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것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
http://sethjohnson.wordpress.com/
http://andiyuri.blogspot.com/2007/06/romeo-x-juliet.html
http://earthcloud.blog81.fc2.com/blog-entry-57.html
http://mcanime.net/


DAKER THAN BLACK - 검은 계약자

ANIMATION 2007. 12. 6. 17:43


이 애니 자체의 설정이 복잡하거나 꼬인 부분은 전혀 없지만 어쩐지 분명치 않고 알 수 없는 분위기로 인해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다. 설정 자체가 미스터리의 연속인 건 사실이지만, 이 애니는 적당이 성인 취향이고 적당히 '분위기 있는(속어로 간지나는)' 감각을 묘사하고 있다.


고전적인 용어로 '도시의 사냥꾼'같은 분위기로 도쿄를 누비면서 친분을 나누고, 계약자들을 처치하는 헤이의 캐릭터가 몹시 매력적이다. 등장인물은 에피소드 마다 다르기 때문에 등장인물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과 세계를 둘러싼 미스터리같은 건 애니를 즐기기 위한 일종의 덤이라고 보면 된다. 잘 알다시피 이 애니의 음악담당은 칸노 요코이다. 역시 오프닝을 비롯한 배경음악은 끝내주게(?) 멋지다.


DARKER THAN BLACK  - 黑の契約者  - 2번째 오프닝

覺醒ヒロイズム - THE HERO WITHOUT A NAME - AN CAFE (각성히로이즘 - 이름없는 영웅)


black, dark,  黑, 어두움을 뜻하는 단어들이 이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까닭은 주인공의 별명이 '검은 계약자'이기 때문이다. 영문 제목은 Darker than Black, 말 그대로 '검은 것 보다도 더 어두운'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애니를 보고 난 심정으론 검다, 어둡다 이 말의 뉘앙스를 모두 합쳐도 이 주인공을 설명하긴 힘들다. 단지 어둡고 검다고 하기에는 꽤 따뜻하고 괜찮은, 그리고 사연많은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새벽시간대에 방영되던 19+ 등급의 성인 애니메이션인데 다루는 내용이 선정적이라서가 아니라 폭력적이거나 사람을 해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흑의 계약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주인공 헤이(黑)는 리쉔순이라는 중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위장하고 살지만, 사실 다른 계약자들을 처치하고 다니는, 정체모를 조직 소속의 검은 계약자이다.


계약자들은 초능력자로서 별에 의해 그 움직임이 측정되고(계약자의 탄생을 알 수 있는 건 천문대이다), 사망했을 경우 별도 사라진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도쿄 게이트와도 관련이 있는 존재들이지만 정부는 계약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들과 만난 사람들의 기억도 지워버린다. 한마디로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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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 성우는 키우치 히데노부(木?秀信). '조직'으로부터의 명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계약자'이다. 조직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뭔가 이상해지고 하늘도 바뀌어버린 이 지구 안에서 일종의 초능력자인 '계약자'를 이용해서 전쟁을 벌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 소속의 헤이는 그 조직의 명에 따라 계약자들을 처리한다. 항상 가면을 쓰고, 칼이 달린 줄을 움직여 상대를 처치하는 헤이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처럼 멋진 분위기를 풍긴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계약자는 보통 댓가를 치뤄야하고, 그 댓가로 인해 고통받기 일수이지만(모라토리엄이나 돌은 제외), 헤이의 댓가가 무엇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개인적인 사연들이 많은 주인공이다. 계약자들이 일반적으로 무자비하고 인정이 없는 것과는 달리 임무는 착실히 수행하지만 인간적일 때가 많다.


평소에는 인심좋고 사람좋은 젊은이로 활동하며 바보같이 상당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곤 한다. 또, 매 에피소드 마다 다르게 출연하는 여주인공들과 알듯 말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체인징 파트너를 해나간다고 할까? 사람을 사로잡는 수단이 좋은 주인공이다. 싸움을 하러 나갈땐 검은 코트와 가면을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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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성우는 후쿠엔 미사토(福圓美里). 인은 대개의 경우 대사가 별로 없고 표정의 변화도 없는 편이다. 자주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캐릭터. 물에 발을 넣고 계약자들이나 임무 대상 표적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도 한다(물이 없으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다). 예쁜 얼굴과는 달리 동요가 없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캐릭터. 인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인 역시 다른 종류의 계약자이기 떄문이다.

Doll(인형)이라는 종류의 계약자는 감정 표현도 없고 반응이 없다. 팀의 프로그램이 입력한 대로 행동한다. 지시받은대로 관측령을 보내거나 영매 노릇을 한다. 헤이와 같이 속한 팀의 서포트 역. 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보를 받는다. 다소 복잡한, 인의 경우도 돌이 되기 전의 사연이 몹시 궁금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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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성우는 이케다 마사루(池田勝).  헤이와 함께 팀을 이뤄서 조직의 임무를 처리하지만 근본적으로 계약자를 싫어한다.  계약자는 사람이나 죽이고 감정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잔인한 족속이라고 생각하는 듯. 전직이 의심스러운 사나이지만 임무를 전달하고 보조하는데 충실하다. 가끔 헤이나 마오, 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을 해서 팀의 분위기를 해치기도 하지만 그가 계약자를 싫어하는 까닭은 언젠가 풀어야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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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성우는 사와키 이쿠야(澤木 郁也). 초반 등장엔 정체 자체가 스포일러이다. 헤이가 이룬 팀의 정보수집 담당으로 처치할 당사자들을 고양이 형태로 감시하기도 하고 명령을 전달하기도 한다. 원래 인간이었고 계약자였지만 지금의 고양이 모습이 되었다.  동물에게 자신의 혼을 옮겨가는 능력이 있으나 원래의 몸을 상실한 관계로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뇌의 용량이 부족해서 가끔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받아줘야 한다. 사람이었을 때의 정체가 몹시 궁금한 고양이.


외모가 검은 고양이인 까닭으로 길고양이가 당하는 엉뚱한 시달림을 자주 당하고 고양이 밥도 가끔 먹어줘야 한다. 헤이가 살고 있는 집의 할머니와는 철천지 원수 사이이다. 고양이로서 벌이는 에피소드가 코믹함의 요소. 의젓한 목소리와는 달리 몹시 귀여운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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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하라 미사키. 성우는 미즈키 나나(水樹奈). 공안국 외사 4과의 형사이며 유능한 엘리트로서

계약자 관련 사건들을 담당하고 있다. 헤이가 쫓는 계약자들이나 헤이를 쫓는 형사. 책임감이나 정의감이 몹시 강한 타입의 여성이지만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맹한 구석이 있어서 잘 속아넘어가기도 한다.


계약자들의 살인이나 범죄를 뒤쫓고 있지만 뒤를 쫓으면 쫓을 수록 계약자의 사건은 미스터리할 뿐이다. 계약자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천문대(계약자들의 탄생과 능력을 사용하는 지의 여부를 천문대를 통해 알 수 있다)에서 관측령으로 조사하게 한 뒤 그 뒤를 따라다닌다. 검은 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헤이의 계약자번호(별자리이기도 함)인 BK-201을 가장 궁금해하지만 가끔 부딪히는 이쉔순이 BJ=201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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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성우는 이노우에 카즈히코(井上和彦). 영국 비밀 정보부 MI6의 일원이고 헤이와 헤이 주변인물들을 뒤쫓는 역할이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정보는 시청전까지 알지 않는 것이 좋다. 은근히 코믹하고 유쾌한 남자이지만 목표물에게는 무섭게 행동한다. 상대방이 흡연한다는 사실을 몹시 싫어한다.

도쿄 내에는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는 도쿄 게이트가 있고 그 안에는 신비스러운 지역이 있는데 그 게이트와 관련해서 MI6라던지 공안과, 헤이가 소속한 정체불명의 조직들이 암암리에 활동을 벌인다. 영국측에서 왔다고 하는 노벰버11 역시 그 미스터리를 파헤치는데 무관하지 않다. 노벰버 역시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활동한다.

 
 

이미지 출처 :

http://darker.cocolog-nifty.com/ (흑의 계약자 공식 블로그)
http://www.d-black.net/ (흑의 계약자 공식 웹사이트)
http://animerepublic.wordpress.com/2007/05/06/darker-than-black/
http://www.flickr.com/photos/83296706@N00/1429836531/


Taken - 스필버그의 끝나지 않은 꿈

DRAMA 2007. 12. 5. 02:27


우주인, 외계인, 또는 V라는 드라마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문자들이라는 표현까지. 지구인들이 만나는 지구 밖에서 태어난 존재들(ET:The Extra-Terrestrial)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의문들. UFO라는 진부한 표현이 이젠 절대 낯설지 않은 지구인들은 수없이 많은 SF시리즈와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들을 만들어냈으며 그 선두에 선 사람들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이다.


큰 눈에 톡 튀어나온 배, 그리고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이 빛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영화, ET를 만든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ET라는 영화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당시 80년대 초반의 우리 나라 실정을 생각하면 84년 개봉한 ET의 흥행 성공은 가히 기록적이다) SF 영화 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물론 쉰들러리스트라던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오브 브라더스 등으로 전쟁영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말 그대로 천재감독 비슷한 인물 아닐까?)

제목으로 사용된 'TAKEN'이란 단어는 잘 알다시피 Take라는 동사의 과거분사이고 take라는 단어 만큼이나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연인들 사이에서 '임자있다'는 뜻으로 씌이기도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테고, 납치나 감금 또는 어떤 대상에 매료되 버리는 것까지 폭넓게 의미할 수 있는 단어이다. 극 중의 분위기로 인해 한국어로 가장 적절한 해석은 '납치'에 가깝다고 생각이 되지만, 외계인들이나 미지의 존재에 푹 빠져버린 그들에게 인생을 빼앗기고 저당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take라는 동사의 원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납치 만을 뜻하고 싶었다고 하기엔, 선택할 수 있는 단어의 폭이 넓지 않았을까?

10개의 에피소드 마다 각각 다른 10명의 감독, 그것도 SF드라마 시리즈에서는 뺴놓을 수 없는 드라마인 배틀스타 갈락티카나 파이어플라이들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유명 감독들 10명을 지휘하여,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제작자가 만든 드라마가 이 Tak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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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지구인들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외계인에 대한 상상 속의 모습을 ET는 잘 보여주고 있고(제목 조차 지구 밖의 생명체라는 독특한 제목) 솔직히, ET의 감독, 스필버그의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상업적이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외계인의 외모에 대한 ET 속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ET 에서 묘사한 외계인은 외계인 이야기에 정통한 사람들, UFO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분류되는 많은 세계인들이 주목했던 1947년의 로스웰 사건과 그 비디오에서 묘사한 외계인의 모습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눈동자 조차 보이지 않는 커다란 눈, 그리고 툭 튀어나온 배에 작은 몸. 그 비디오의 진위 여부는 처치하고서라도 그 모습은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 로스웰 마을을 소재로 2001년까지 장기 연재된 드라마까지 있다 Roswell.)

물론 로스웰 사건 자체는 그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그 비디오가 전부가 아니다. 비행선이 추락했고 마을 농부, 미 육군 또는 주변 사람들이 비행선의 물체를 습득했다는 등의 증언이 여러건 언론에 발표되곤 했으나, 미군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사람들은 미군이 (우주선으로 추정되는) 그 비행물체를 숨겼다고 믿었다. 최근엔 개발 중인 스텔스기가 추락했던 걸 숨긴거라고 발표했고 비디오도 조작이라고 (누군가) 발표했다고 한다. 어떤 말이 진실인지는 물론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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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n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잠시 기록한 대로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외계인과의 조우 기억을 가지고, 비슷비슷한 우주선의 모습을 묘사하는 까닭은 남들의 이야기를 읽고 상상한 까닭이기도 하고 존재를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하지만, 단지 그렇다고만 하기엔 너무 수상한 이 이야기들을 대상으로 이미 다수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스필버그는 그 미스터리한 스토리들을 기초로 지구인과 친구가 되는 E.T를 생각해냈던 것이다. 그리고 Taken에서 그 상상을 다시 차곡차곡 풀어내고 있다.

자 다시 Taken의 세계로 돌아와보자. E.T.에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던 초능력을 가졌던 친근한 우주인. 이 때 당시 스필버그가 바라는 우주인의 모습은 아마도 어느 영화에서 사용한 단어처럼 지구인과 Contact하고 의사소통하는 존재, 초능력을 가진 미지의 우주인이었던 듯 하다. 물론 우주인들은 톰 크루즈가 주연한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 , 2005)'에서처럼 무차별적으로 지구를 공격하지도 않았고(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 지구인들을 학살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냥 지구를 방문한 우호적인 외계인일 뿐이었다는 사실은 지구인들을 몹시 들뜨게 만드는 가설이고, 항상 그렇게 믿고 싶은 부분이다. 탐 크루즈의 고난은 겪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나 Taken의 초반부는 그 즐거운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몹시 지루하고 우울하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지구인들을 납치하는 외계인들은 무례하고 무자비하고, 그 고통을 겪는 지구인들의 삶은 피폐하고 우울하다. 그리고 그들은 명확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까닭에 납치된 동안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신을 정신착란증 환자 내지는 사회부적응자 정도로 여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믿어준다고 한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믿지 않을 사람이 더 많겠지만, 그리고 증거라는 것이 선명하다고 한들 아무거나 믿을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Taken은 외계인과 UFO에 대한 상상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우리들, 시청자들에게는 익숙치 않지만, 실제 '그들'과 만났을 사람들은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몇가지 '기록된' 미스터리들과 연결해서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공군에서 로스웰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에 대한 상상. 외계인들을 만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에 대한 상상. 외계인들은 왜 사람들을 데려가서 연구만 하고 만나기만 할 뿐 다른 침략이나 의사소통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상상까지. 거의 다른 드라마 2시즌에 해당하는 분량(전체 850분 정도)으로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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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Taken은 1994년생 다코타 패닝(Dakota Fanning)의 수련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5살 쯤 티브이 드라마에 출연하여 천재적인 소녀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다코타 패닝은 2002년도에 방영된 Taken에서 Allison Clarke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Taken은 대개의 모든 배우들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드라마 형식으로 인해, 단역처럼 지나가는 역을 맡았지만 다코타 패닝 만은 전 에피소드에 걸쳐서 나레이션을 맡았고 실질적인 이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9살 짜리 주인공 앨리슨(앨리)역을 맡았던 다코타는 2005년 비슷한 소재의 우주전쟁이라는 영화에서는 좀 더 천재적인 아역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였고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재밌는 점은 'I am Sam'이라는 영화에서 다코타 패닝의 아역을 Elle Fanning이 맡았듯이 이 영화에서도 다코타 패닝의 3살 아역을 엘르 패닝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보듯 정말 닮은 이 두 아이는 당연히 동일 인물이 아니다. 다른 티브이 드라마 배우들처럼 이들 역시 자매 스타 배우로서의 길을 걸을 것 같다. 다코타 보다 4살 어린, 엘르 패닝의 성장 드라마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자신을 꼭 닮은 아역을 자신의 동생이 해준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곧 라이벌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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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하던 UFO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스포일러에 해당하겠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이고, 40-50년 속 긴 세월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자연스럽다는 점도 탁월한 점 중 하나이다. 초반의 지루함을 넘기고 나면 매우 흥미진진한 SF 드라마가 될 것이다(물론 한편의 길이다 85분이라는 점도 굉장하지만).

이 길고 긴 드라마의 전체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는 다코타 패닝에게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 다소 지루한 초반부의 에피소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Russell Keys의 망가진 인생, Sally Clarke의 기묘한 체험과 외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스웰 사건의 책임자가 되는 Owen Crawford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외계인과 만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 외계인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50년에 걸쳐 그려나가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스토리 흐름을 보여주는 가족들 간의 관계도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굳이 보고 싶다면 말리지 않는다. 등장인물 전체의 가계도 보기
 

사라 코너 연대기 - Terminator:The Sarah Connor Chronicles

DRAMA 2007. 11. 30. 14:17


주지사님은 특별출연 안하시나?
'사라 코너 연대기'라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지인들끼리, 우스개소리로 나눈 이야기이다. 정치권에 진출한 배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아무래도 Terminator 세 개 시리즈에서 열연한, 기계인간 역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할 듯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존 코너와 사라 코너 모자를 끝장내고 돌아가리라는 버전으로 열연한 적도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지키겠다는 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다. 어쨌든 그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기계인간이었다.

사라 코너 연대기에는 그 아놀드의 기계인간 대신 날씬하고 어리고 영민한 여자아이 기계인간(서머 글로우)이 등장한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 모자를 지키는 그녀가 상대할 기계인간은 아놀드는 아니지만(개인적으로 그들을 아놀드 짝퉁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덩치가 크고 무지막지한 로봇 모델이다. 그리고 존코너는 아직 질질 짜는 나이의 15살 어린 아이이고, 그녀의 어머니는 사랑이나 삶을 포기하기엔, 너무나 젊은 33살의 미혼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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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으로 진출한 출연자가 드라마에 틀별출연하는 일이 발생할 지 하지 않을 지 글쎄 그 부분이야 장담할 수 없지만(아마 룰에 의하면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 모자의 생사를 두고, 기계인간들이 전투를 벌이는 드라마는 내년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Terminator:The Sarah Connor Chronicles. 아놀드는 출연하지 않고, 사라 코너와 존 코너의 배역도 물론 바뀌었다. 1947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론 환갑인 아놀드씨가 이제 모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출연하는 기록을 세우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 아쉽다.(그 나이엔 정치에 매달리는 게 정상일 지도)

1984년에 최초로 제작된 'The Terminator' 시리즈는 1991년에 'Terminator 2: Judgment Day'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적이 있고, 1996년에는 'T2 3-D: Battle Across Time'라는 제목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여성형 터미네이터가 등장한 2003년의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을 마지막으로 그 시리즈의 잠정적인 완결을 선언한 셈이다.(그 다음 버전이 제작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미 전쟁은 발발한 다음이니 사라 코너는 등장하지 않고, 존 코너도 확실히 변신해버린, 전혀 다른 스토리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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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유명 감독이 각본을 만들고 감독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4편이 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23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있으니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사실 전자주민증이나 전자팔찌가 도입된다는 2007년에 신분증도 없이 무조건 다 부수고 도망다니고, 숨어다니는 모자에 관한 이야기가 가능할 지 나도 의문이다.

아놀드의 대표작으로 각인된 만큼 나머지 출연진들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꽤 괜찮은 캐릭터였던 시리즈 1의 마이클 빈(존 코너의 부하이자 존 코너의 아버지)은 그 뒤로 유명한 출연작이 없는 편이고, 당시 18세의 하이틴 역, 존 코너의 엄마 역을 맡았던 린다 해밀턴은 미인이었지만(성숙한 외모로 보아18살은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드라마 속 1999년의 사라 코너의 나이가 33세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니 18살으로 계산된다) 그 근육질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1991년판 이후 여전사로 활약한 뒤에는 완전히 전사형 이미지로 굳어진 듯 하다. 당시 전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에드워드 펄롱은 갑작스런 성공의 뒷 여파로 마약 중독이나 갖은 시련에 시달렸지만 최근 종종 드라마에 출연 중이라고 한다. 2003년 시리즈에 클레어 데인즈라는 미래의 부인과 함께 출연한 존 코너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발상이나 모티브 자체가 아주 기발한, 이 모든 시리즈는 당연히 연계가 되어 있는데, 첫 시리즈에서 존 코너의 탄생과 터미네이터의 존재를 알렸다면, 2번째와 3번째 시리즈에서는 엄마가 여전사가 되어야했고, 같은 편 터미네이터도 등장했다(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가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기억이 맞다면 이 시리즈에서 스카이넷의 원인이 되는 과학자 한명이 죽고, 그 시스템이 파괴되었을 것이다. 마지막 시리즈인 4번째 시리즈에서는 사라 코너는 죽은 것으로 처리되고 도망다니기 위해 거의 부랑자급의 인생을 살게된 빈약한 존 코너가 핵전쟁을 목격하고 같은 팀을 모으게 된다.

사라 코너 연대기는 이 2, 3번째 시리즈 이후 시기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그래서 아놀드 짝퉁 모양새의 기계인간들이 2번째 3번째 시리즈에서처럼 이 모자를 죽이기 위해 나타난다. 영화 상의 설정에 의해서 1999년, 존 코너는 아직 15살로 학교에 다닐 나이이고, 사라 코너는 33살이라 애인도 사귀곤 하는 나이이다. 애인을 버리고 모든 걸 버리고 도망다니는 삶을 살고 있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보다 드라마의 운영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드라마 상의 설정은 조금 편리하게 바뀔 예정이다. 터미네이터들과의 전쟁 보다는 예민한 그들의 삶과 그들의 뒤를 쫓는 연인들, 경찰들, 비밀 기관들 사이의 갈등이 주된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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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코너 역을 맡은 배우, Lena Headey는 '300'이라는 영화에서 여왕 역을 맡은 적이 있는 73년생의 미인이다. 강인하면서도 개인적인 아픔을 지닌, 그리고 기계인간에게 '아직은 내 아들은 내가 지킨다'라고 이야기하는 절박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존 코너역의 Thomas Dekker는 1987년생으로 15살 아이의 역을 하고 있는데 에드워드 펄롱이 다시 어려진듯 몹시 귀여운 외모를 지닌 연약한 하이틴 역에 어울린다. 그 모자를 지켜주고 돌봐주는 기계인간으로 출연할, Summer Glau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동안이다. 존 코너를 죽이려는 기계인간을 거칠게 차로 치고, '살고 싶으면 나를 따라오라'고 무표정하게 말하는 서머 글로우는 파이어플라이 만큼이나 천재적이고 특이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여전히 자주 벗고, 코믹한 신이 많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진, 그들의 뒤를 쫓는 FBI의 요원 James Ellison 역의  Richard T. Jones 역시 같은 출연진으로 빠지지 않고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그리고 미래의 원흉이 될 스카이넷의 비밀을 파헤치고 파괴하기 위하여 엉뚱하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계속하게 될 예정이다. 방영 예정일은 수정되어 2008년 1월 14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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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드라마는 아직 정식 방영 전이지만 유출본이 벌써 유포되어 1편의 파일럿을 관심있는 팬들은 모두 시청한 상태이다. 그 곳의 관행을 잘은 모르지만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몇단계에서 아이디어 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시기가 있고, 파일럿을 제작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시기가 있고 이미 투자가 결정된 상태에서도 인기를 끌기 위해 여러 미끼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개의 인기 드라마들은 파일롯 방영 이전에 이미 유출본이 방영되서 인기를 끌거나 관심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 즉 투자를 안할 수가 없게 만든다는 거다. 유출본은 고의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

초콜릿천국 -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

MOVIE 2007. 11. 29. 09:31


기술이 나아지면 감정과 꿈도 발전하는 걸까요?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둔,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또는 시각적으로는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 훨씬 낫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인간의 꿈을 건드리는 능력은 과거의 영화를 따라갈 수 없는 모양입니다. (물론 자본의 탓인지 세월의 탓인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한국어 제목은 후대에 만들어진 영화가 차지했군요. 유명세 탓이겠죠)

Roald Dahl(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1964)'은 두 번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1971년에 만들어진 '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 (한국 DVD명 : 초콜릿 천국)'와 2005년에 그 유명한 팀버튼과 조니뎁의 연합으로 만들어진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한국 :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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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이 출간한 동화들은 맛을 잘 표현하기로 유명한데 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후속작으로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Charlie and the Great Glass Elevator, 1973)'이란 동화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초콜릿 공장 시리즈에서 나왔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유리 엘리베이터를 따로 꺼내서 소설로 만든 거죠. 그 이외에도 '그렘린' 이라던지 '제임스와 큰 복숭아나무' 등의 동화와 소설, 단편집을 남겼습니다.

2005년에 만들어진, 젊어진 윌리 웡카, 조니 뎁 주연의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과 1971년에 만들어진, 진와일더 주연의 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는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오히려 원작 동화를 그대로 영화로 옮겨놓은 쪽은 조니뎁 주연의 최신 버전이 아닌가 하는데, 그것은 71년 판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는 윌리 웡카의 치과의사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초콜릿 공장을 만들게 됐고, 어째서 아무도 들이지 않고 공장 안에서 만 지내게 된 것인지를 71년판의 경우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71년판에는 초콜릿이나 과자 자체가 꿈이고 환상이고 소원이 될 수 있지만, 현대버전에서 초콜릿이 꿈이란 사실을 설명하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치과 의사 아버지가 단것을 못 먹게 했기 때문에 그 반발로 초콜릿 회사를 차리게 된 윌리 웡카는 초콜릿 자체 보다는 그 금지된 것들의 상징을 더 강조하고 있는 셈이죠. 어린아이들의 꿈을 모두 방해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영원한 개구장이 조니뎁에게 어울리는 설정입니다.




다만 꿈과 환상의 상징인 과자와 초콜릿을 잔뜩 그려놓고 노래를 부르면서 부드럽게 춤을 추는 뮤지컬로 만들었죠. 지금도 그 초콜릿과 과자, 캔디들의 환상이 그리운 미국인들이 많은 까닭인지 'Sicko'라는 다큐 무비를 만든 마이클 무어 감독은  1971년판에서 Charlie Bucket 역을 맡았던 Peter Ostrum의 노래를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단것에 대한 환상을 심어놓은 영화의 주범으로 찍힌 모양입니다. 뮤지컬 영화인 탓에 이 영화의 OST는 아직도 구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연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몹시 수준급입니다(진와일더와 베루카 역의 여자아이 말고는 현재 배우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2005년 판의 찰리도 몹시 가난합니다. 71년판 영화에는 없던 아빠가 생긴 까닭으로 살림 수준은 좀 더 나아진 것 같긴 한데, 찰리의 가난이라는 모습은 어쩐지 모르게 팀버튼 감독의 심술탓인지 그로테스크해보이기도 합니다. 가난의 상징인 집이 좀 기울어져 있죠.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수다 떠는 거 말고는 일어나지도 못하는 친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와 외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넷이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군요.

그리고 아이에게 쓸데없는 꿈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던 71년판의 엄마와는 달리 뭔가 모르게 2005년판의 찰리 부모님은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줍니다. 자주 웃을 일이 없고 돈을 벌기 위해 고생하는, 71년판의 찰리는 참 슬픈 모델이죠. 박스채로 또는 아버지 회사의 전직원이 매달려서 황금티켓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단 두 개의 초콜릿을 뜯어봤다고 이야기하고 선생님에게 창피를 당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컴퓨터'나 '핸드폰'같은 고가의 기기로 대체되겠지만,
돈많은 아이들 말고는 누릴 수 없었던 사치, 초콜릿과 사탕 그리고 손으로 만든 과자들.
그 풍요와 꿈의 상징 앞에서 아이는 항상 무력해지고 기가 죽습니다. 이런 풍경은 현대 버전의 찰리에게는 많이 무색해졌지만(그러니까 요즘 애들 말로 궁상은 떨지 않지만), 꿈을 돈으로 얻을 수 있는 풍경을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절대 외면하기는 힘든 모습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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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판의 뮤지컬에서는 움파움파는 실제로 키가 작은 사람들을 분장시켰기 때문에 모두 얼굴이 다르죠. 그러나 2005년판에는 당당히 그래픽으로 합성을 합니다. 모두 똑같은 얼굴로 춤을 추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71년판에서 이용한 특수효과란 것은 별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상상력을 표현하는 방법에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맘껏 먹을 수 없었던, 초콜릿 과자를 잔뜩 보여준 것 만으로도 당시의 아이들은 꿈에 부풀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약간 무시무시한 선명한 푸른색으로 장식된, 조니뎁이 출연한 영화에서는 대신 멋지게 탄생한 유리 엘리베이터나 기계들을 보여주고 있군요. 아무래도 현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꿈이란 건 조금 차갑습니다.

몸이 아프고 피곤할 때는 희한하게 단것이 먹고 싶어집니다. 산에서 지쳤을 때 권하는 음식 중 하나도 사탕이나 초콜릿이고 피곤에 지친 사람들에게 피로 회복용으로 권하는 음식 중 하나도 초콜릿입니다. 저는 요즘도 지친 날에는 '초콜릿 천국' 속에서 보았던 판대기 초콜릿의 꿈을 꾸곤 합니다. 제목도 모르고 어린 시절 정신없이 시청했던 그 영화는 아무래도 마음껏 먹고 싶은 과자나 간식거리의 상징이었습니다. 윌리 웡카가 맘대로 먹어도 된다고 하던 그 판대기 초콜릿들이 지금 나이가 되서까지 꿈에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영화의 영향력이란 재밌습니다.

지금은 싸구려 '단것'들이 흔하고 천하게 여기지는 시대라서 달고 많이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은 더 이상 로망의 대상은 아닐 듯 합니다. 물론 가난한 가족과 부자인 가족 간의 경제적인 차이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천원짜리 초콜릿 하나 정도는 그래도 사먹을 수 있는, 공산품이 흔한 사회가 되었고 상대적으로 정서적인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 보다 더 부각되는 사회이니 말입니다. 지금 아이들의 로망은 아무래도 기계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동화작가인 로알드 달(실제로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사람입니다)이 소설을 쓰던 그 시절.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흔하던 그 시절과 1971년판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가 발표된 시절엔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이 흔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굵직한 판대기 초콜릿 하나를 꿈처럼 생각하던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단것이 먹고 싶어서 사탕을 파는 사탕가게를 동경하는 아이들이 많았죠.

그런 아이들에게 '초콜릿'이란 단어가 선물하는 꿈과 단맛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었을 겁니다. 마치 우리나라 기성세대들이 '눈깔사탕'이나 '단엿'을 그리워하듯, 초콜릿과 캔디라는 단어가 그 나라 기성 세대의 향수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느 버전을 보여줄 것인가? 당연히 골라야 한다면 춤과 음악과 유머와 정이 살아 있는 못생긴 아저씨 버전의 윌리 웡카를 고르겠지만, '단것'을 먹지 말라고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기뻐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이들이 좀더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을 바라보고 기뻐했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Firefly - 거침없이 나르는 개똥벌레, 파이어 플라이

DRAMA 2007. 11. 27. 15:43


SF의 팬이라면 꼭 한번쯤 본다는 드라마, Firefly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조스 웨던과 FOX사의 불화로 인해 추가 제작이 힘들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던 그 드라마 멤버들을 Firefly 안에서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은 몹시 아쉽게 다가왔었다. 그 팬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던 조스 웨던은 유니버샬에서 Serenity(2005)를 제작하고 Firefly 시리즈의 완결을 선언했다고 한다. 추가 제작은 힘들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팬들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애니메이션 명작 '카우보이 비밥'을 떠올리게 하는 이 드라마를 쉽게 잊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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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Firefly는 어딘가 수상한 손님들과 승무원들을 태우고 우주를 나르는 개똥벌레급 소형 우주선 'Serenity'의 이야기들이다. 나단 필리언을 비롯한 나머지 배우들은 미국 드라마에서도 잘 알려진 조연들이어서 이런 저런 드라마들에 출연 중이다. 캐나다 출신의 배우, Nathan Fillion은 2007년 위기의 주부들에서 Adam Mayfair이라는 역할로 6 에피소드에 출연했고, Drive나 Lost라는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아름다운 외모의 1969년생 배우 지나 토레스는 그 파워풀한 감각을 살려서 Standoff, Dirty Sexy Money, Alias, The Shield  등의 유명 드라마 출연진으로 최근까지 활약했고, 나머지 배우들도 그에 못지 않은 활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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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따로 쓸 예정이지만, 사라코너 연대기라는 신작 미드의 파일럿이 발표되고 그 유출본과 광고 포스터들이 팬들을 끌어 당겼다. '사라코너 연대기(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 2008)'는 잘 알다시피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핀오프 시리즈로서 지구인의 레지스탕스 활동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 지구인들의 지도자 '존 코너(John Connor)'의 어머니 사라 코너의 이야기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1, 2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Linda Hamilton을 대신해서 사라 코너 역을 맡은 배우는 Lena Headey라는 1973년생의 배우이다.

여기서 눈길을 끈 배우는 물론 그 사라코너 존 코너 모자가 아니다. 존 코너를 지키는 역할로 존 코너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그 둘에게 위기가 닥치자 따라 오라고 명령하는 휴먼 형태의 터미네이터 'Cameron Phillips' 역할의 Summer Glau이다. 이 인상적이면서 선명한, 소녀같은 배우를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Firefly의 모든 비밀의 원인이 되는 River Tam 역할의 그녀이니 말이다. 춤추듯이 움직여서 적들을 물리치는 날렵하고 천재적인 캐릭터의 리버는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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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영화 시리즈의 터미네이터들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외모가 기본형이었고, 시리즈 3의 무서운 터미네이터 모델(T-X)이 Kristanna Loken였다. 그러나 터미네이터의 티브이 시리즈인 사라코너 연대기에서 나오는 인간형 터미네이터는 Summer Glau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놀드가 그랬듯이 아마도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보호하는 역할인 모양이다. 드라마의 제목이 터미네이터이고 보면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Firefly의 천재적이고 사연많은, 그리고 날렵하고 영민한 소녀 역할이 어울리던 그녀와 이미지가 많이 겹치고 있다. 'The 4400'이나  'The Unit'등의 드라마에도 장기 출연했던 배우, 1981년생의 서머글로우가 가장 잘 나가는 Firefly 출연진이 되었다고나 할까.

한번 출연해서 히트한 드라마가 그 배우의 대표작이 되고 고정적인 이미지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1978 배틀스타 갈락티카에 출연했던 더크 베네딕트는 '스타벅' 이외의 역할은 할 수 없을 것 같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는 스칼렛 역할 이외에는 넌센스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정확한 경향성은 아니지만 바람둥이 역할을 맡았던 배우는 다시 그 역을 맡을 가능성이 높고, SF 드라마에 출연했던 사람들은 그 역할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Summer Glau의 경우처럼 기계적인 천재성이 터미네이터로 거듭나기도 하는 것이고 나단 필리언은 항상 바람둥이 선장 역할을 해야할 것 같고, 지나 토레스는 언제나 총을 들고 다닐 것처럼 보인다는 뜻. Firefly 드라마 자체가 그렇게 선명한 캐릭터와 인상을 각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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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my love, take my land
Take me where I cannot stand
I don't care, I'm still free
You can't take the sky from me
Take me out to the black
Tell them I ain't comin' back
Burn the land and boil the sea
You can't take the sky from me
There's no place I can be
Since I found Serenity
But you can't take the sky from me...


Firefly의 오프닝 가사는 연방과의 독립 전쟁에서 지고난 후 작은 우주선 파이어플라이을 몰고 날아다니는 말콤 레이놀즈 선장의 될대로 되라(?) 심정을 잘 묘사하는 가사이다. 물론 이 적잖이 가벼워 보이는 잘생긴 주인공은 될대로 되라 정신으로 움직이는 거 같으면서도 할 일은 잘 하고 있다. 물론 그 낙천적인 성격탓에 미시즈 레이놀즈가 벌이는 사기 행각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부디 부탁이니. 앞으로 드라마 연재가 더 계속된다는 말이나 들려주면 좋겠다.
(Life에는 미시즈 레이놀즈 역의 배우가, Dirty Sexy Money에는 조이 역의 배우가 출연한다던데 다 모이는 날은 언제쯤이 될까나..)

이미지 출처 :
http://crazyabouttv.com/Images/firefly.jpg
http://www.foxhome.com/firefly/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 원행에 얽힌 미스터리

DRAMA 2007. 11. 2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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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별곡', '이산'을 이어 집중조명되고 있는 조선의 왕. '정조'
그가 시도한 여러 행적들이 세인의 관심을 얻고, 또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까닭인지 '장희빈'같은 여인 사극 만 영원히 만들 것 같던 티브이가 '이산 정조'를 테마로 잡고 있다.  채널 CGV가 제작해서 주말 마다 방송하는,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역시 그런 드라마 중 하나이다. 개혁을 꿈꾸고 나라를 바꾸고자 했으나 음모에 의해 실패한, 비극적인 왕이라는 설정이다.
 
화면을 가득 채울 듯한 카리스마로 연기하는 배우, 김상중의 주연으로 진행되는 이 케이블 티브이의 (영화같은) 드라마는, 김상중의 연기력과 정애리의 알듯 말듯한 의중, 그리고 아직 연기력 검증이 되지 않은 신인들의 구성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간다.
 
실제의 정조 임금의 업적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개인적인 삶의 굴곡이 큰 사람이었다는 것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죽음을 명받은, 사도세자의 비극 없이는 절대 논할 수 없는 것이 정조 임금 아니던가. 그의 인생이 순탄치 않았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백과사전에 기록된 정조의 삶을 잠시 발췌하자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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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년(영조 51) 12월 노병이 깊어진 국왕이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명령하자 좌의정 홍인한(洪麟漢)이 이를 방해하여 조정이 한때 크게 긴장하였다. 홍인한은 세손의 외척으로 기대를 모을 위치였으나, 탐포하고 무지한 그를 세손이 비천하게 여겨 멀리하자, 이에 원한을 품고 화완옹주(和緩翁主)의 양자로서 어미와 함께 권세를 부리던 정후겸(鄭厚謙)에게 붙어 세손의 적당이 되었다.

그는 세손을 고립시키기 위해 시강원(侍講院)의 궁료 홍국영(洪國榮)·정민시(鄭民始) 등을 참소하기까지 했으나 세손이 이를 듣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세손이 대청(代聽)의 명을 받게 되었을 때는 이를 극력 반대하면서 대청을 명하는 왕의 하교를 받아쓰려는 승지를 몸으로 가로막기까지 했다.

1776년 3월 영조의 승하로 왕위에 오른 정조는 곧 왕비를 왕대비로 올리면서 어머니 혜빈(惠嬪)을 혜경궁으로 높이는 한편, 영조의 유지에 따라 효장세자도 진종(眞宗)대왕으로 추숭하고, 효장묘도 영릉(永陵)으로 격을 높였다. 그 다음에 생부의 존호도 장헌세자로 높이고, 묘소도 수은묘(垂恩墓)에서 영우원(永祐園)으로 격상하고 경모궁(慶慕宮)이라는 묘호(廟號)를 내렸다.

< 출처 네이버 두산 백과 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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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고, 자신의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지시한 당사자인데다 외할아버지는 공공연히 자신의 반대파임을 자처하고, 자신의 양 할머니인 정순왕후 역시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똑똑한 인물이다. 이 살벌하고도 개인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정조 임금은 과연 음모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일까?
 
'베니스의 개성상인'으로 유명한 작가 오세영의 '원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실제 역사의 기록을 적고 그 음모가 있었음을 추리해나가는 형식을 밟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수원성을 직접 축조하고, 정조의 원행을 암행하여 위험한 일이 없나 살피고,  진두 지휘하는 설정이고, 나라의 많은 이권을 다투는 자들이 정조의 원행을 서로 다른 의미로 고대하고 있다. 그 8일 간의 암살 미스터리, 상상력이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원행'이 무엇인가?
정조는 왜 수원성까지 혜경궁 홍씨를 데리고 원행을 갔을까?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사갑(死甲, 죽은 부모의 환갑을 기념하는 행사)을 기리고,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서 수원성 행차를 준비했다는 정조의 의도는 무엇일까?
실제로 수원성의 많은 부분은 유실되었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정조의 수원 화성 행차는 그림과 함께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과연 1800년 49세로 인생을 마감한, 정조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드라마는 11월 17일에 방영되기 시작하여 현재 3회의 방영을 앞둔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에서 그나마 얼굴을 알아볼 만한 배우는 주인공인 김상중, 정애리, 박정철 정도인지 모른다. 그리고 주연급으로 발탁된 신인들은 몹시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나 연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음모의 뒷 배경이 되는 노론 벽파의 김정수(김기현)나 심환지(박찬환), 시파의 배우들은 그들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어서 시청에 무리가 없다. 다만 중간중간 고증에 맞지 않는 설정이나 미숙한 진행은 보는 사람의 시야를 방해하는 부분이 있다.  '스캔들'같은 퓨전 사극 영화를 설정한 듯 하지만, 스캔들과 같다고 하기엔 많이 어색한 설정.
 
 
출연진 : 김상중(정조), 정애리(혜경궁 홍씨), 박정철(정약용), 이선호(장인형), 희원(소향비), 김성겸(영조), 김기현(김정수), 박찬환(심환지), 이대연(문인방), 장기용(홍재천), 박수현(최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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