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ion Kill - 전쟁과 인간 사이에 있는 모래 바람

DRAMA 2008. 7. 29. 01:46


Get Some은 미국 해병들이 사용하는 군대 언어다. 사전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의미가 있지만(2008년에 개봉한 영화 Get Some에서의 의미는 '싸움 시작'같은 것)  군대에서는 일종의 구보 구호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쓰는 '파이팅'과 같은 격려의 의미로 쓸 수 있다. 드라마 상에서 '힘내'라는 뜻으로 혹은 '해냈어'란 의미로 극중에서 종종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미국군은 이라크전에 출전하기 전 많은 실전 훈련을 했었다고 한다. 쿠웨이트 사막지대에 진지를 구축하고 사전에 이라크 지역의 지도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입수한 후 실제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서 군인들을 훈련한다. 이라크에 잠입할 미군 특공대, 해병들은  실전에서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지식을 교육받고 훈련을 받는다.

이라크전 이전 십년간 큰 규모의 전쟁은 없었기에 실제 전쟁에 참여한 군대는 별로 없지만 전차를 탄 해병대는 현장에 제일선으로 투입되었다. 이라크의 국경선을 뚫고 나가는 그들의 목적은 바그다드 초기 장악이다. 그 해병대가 신속하게 무기를 퍼붓고 교전하고, 유프라테스 강을 지나 이라크를 진압하면 메인 부대가 그 뒤를 따라 진입하게 된다. 그 목적 하나로 훈련을 받는 해병대는 사뭇 진지하고 분위기도 고조되어 있다. '군대에서 뺑이치며 고생하는', 그들의 입에선 'Get Some'이란 말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그래서 이라크전을 준비하는 해병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 Generation Kill의 첫 에피소드 제목이 'Get So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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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침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나라는 반대하는 가운데 야간에 미사일 등을 퍼부으며 미군은 침공을 시작했고, 해병대가 그 다음날 바드다드에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이라크와 무력 충돌이 있었고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거나 시민들을 학살했던 일들도 그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때 사용했던 무기들과 전투 장면은 종종 뉴스를 통해 보고되기도 했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거친 해병대를 중심으로 이 드라마가 진행된다. 이라크 민간인들을 향해 미군들은 어떤 자세를 보여줬을까? 그때 군인들은 어떤 표정으로 바그다드를 진압했는가?

'X도 아는 것이 없는' 윗대가리들은 벤츠 끌고 애완견 카페나 가는 동안 자기들은 고물차 끌고 남의 나라 침공하러 간다고 투털되는 군인. 그의 말처럼 유독 눈에 띄는게 이 군인들 중엔 멕시코계, 푸에르토리코계, 흑인 같은 미국의 서민들이 많다. 백인이라도 가난한 집의 자녀들로 흑인 보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 어느 군인의 말처럼 세상이 백인의 것인 까닭인지 이 이라크전에 참전해 많은 돈을 벌고 미국의 시민권을 따고 싶어했던 유색인종들이 다수 자원했다고 한다. 인종 간의 갈등도 종종 그들의 주 대사가 된다. 그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생 뿐이다. 극중에는 모래폭풍이 불어 막사가 무너지고 물자도 그렇게까지 넉넉하지 않은 사막에서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전쟁을 지켜보는 어린 신병도 있다.

복장을 제대로 하고 콧수염을 미는 등의 엄한 규율을 지키라고 꽥꽥 대는 패트릭 하사의 원수, 식스타 원사는 젊은 군인들을 부당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단속하고 윽박지른다. 어떤 해병대는 '우리는 살인을 좋아하는 냉혈한에 전사들'이라는 그들의 대사처럼 그들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믿는다. 습관적으로 이라크 녀석들을 말려죽이겠다는 말을 내뱉는 그들은 어쩌면 정말 타고난 전사들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규정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허술하게 거짓말로 보고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휘부엔 물자가 풍부해도 적진에 직접 진격하는 해병대는 구박받아야 하기에 PX에서 필요한 물건을 팔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군인의 대답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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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쥐를 보고 놀라는 기자, 그들을 취재하는 롤링스톤즈 지에서 온 기자는 재밌는 관찰자이다(옛날 전쟁 드라마를 생각해 보라). 필요한 물건은 거의 오지 않는다는 해병들의 이야기를 받아적는 그는 군대의 낯설은 풍경에 적응해간다. 어떤 날은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사먹을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배달되는 피자헛 피자가 대인기를 끌기도 한다. 거친 사막에서 구르며 힘들게 고생하는 해병대원들은 피자를 먹으며 곧 공격이 시작될 것 아닐까 생각한다. 피자먹고 대규모 이동을 위해 준비하는 군인들을 향해 내뱉는 구호 역시 Get Some!  이 드라마를 보면 전쟁의 현장에선 문명의 혜택이 포르노 잡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라크전이 시작되고, 공군이 바그다드에 폭격을 퍼부을 동안 군대에서 즐길 수 있는 자잘한 재미로 노닥거리는 해병대에게 내려질 명령은 하나 뿐이다. 바그다드를 장악하기 위해 일단 사살하라는 것. 그리고 시민들을 괴롭히는 이라크군으로부터 구해내라는 것. 사막에서 위장복으로 그린우드(녹색 무늬) 군복이 지급된 걸 보고 기겁하는 군인들의 말장난은 역시 압권. 건전지가 보급되지 않아 작동할 수 없는 야간보안경이라던지 이라크로 신속하게 진입하는 해병대를 위해 공군 엄호가 제공되지 않는단 사실이 공격 직전에야 알려진다던지  진격 직전에 내려진 명령이 기껏해야 콧수염 자르라는 것이었다던지 그들이 속한 나라는 종종 해병대를 무작정 죽이고 싶어 하는 것같다.

히트맨이란 콜사인을 가진 험비 차량 안에서 기자는 군인들이 욕설을 섞어 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받아적는다. 군대에서 한 짓을 본대로 적으라는 군인들의 말은 미국을 향한 반발이자 항의에 가깝다. Evan Wright라는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 작가는 실제 이라크전 종군 기자였다. 그는 이 소설의 화자가 되어 이라크인과의 첫대명 장면에서 '제네바 협정'을 무시하는 미국군인의 모습이라던지 거의 학살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군 작전부의 입장, 결코 이라크를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군인들의 언행을 묘사한다. 그래도 실전에 투입되고 바보같은 명령에 의지해 직접 대처하며 죽는 것도 그들이다. 현장 상황 보고 후 명령을 받아 공격하는 그들의 입장은 안전한 곳에서 지휘하는 군작전부의 생각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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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인원의 보병을 투입했던 까닭인지 두번째 에피소드 첫장면에선 이라크 고속도로에서 길이 밀려 굼벵이처럼 움직이는 부대가 등장한다. 중간에서 마주치는 이라크인들을 향해 야유를 날리는 미국 해병들에 비해 이라크인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극중 누군가의 말처럼 '뇌가 없다'는 군인들은 그 미소와 자신들의 야유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하는 거 같다. 호모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그들의 욕설과 바그다드 진입과정에서 복장과 콧수염 문제로 소란을 피우는 군작전부의 태도도 재미있다. 흥겨운 훈련과는 다른, 전쟁의 공포, 그리고 슬픔은 어떻게 희석되는가.

많은 군인들이 디카와 캠코더를 들고 전장을 누빈다. 그들이 담는 이미지 속에서 많은 이라크인이 학살되었고, 미군들도 다수가 교전 중에 사망하고 부상당했다. 수면부족 상태에서 문명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야 평야에서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유역을 파괴하고 누비는 미국인들, 거리에 시체가 가득하고 부서진 건물을 향해 또다시 폭격을 해대는 장면은 현대전이라고 해서 살상이 줄어들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는, 그런 알지 않아도 될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쓰길 고대했고 몇번의 오경보를 발동했지만 후세인은 끝내 화학무기를 쓰지 않았다. 미군은 계속해서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을 쉽게 말하지 않겠다. 그 전쟁이 어떤 전쟁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번지르르한 옷을 입고 그 전쟁으로 생색을 낸 정치인이  누구 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라크라는 땅을 직접 밟으며 몸소 고생하고 전쟁의 불합리를 견뎌낸 사람들은 미국에서 대접받지 못하던 유색인종들이고 이민자 출신 가족들이다. 수십만을 죽인다고 외치는 그들의 입에서 충성이란 말이 나오는 건 국가에 대한 충성인지 자본에 대한 충성인지 알 수가 없다. 욕설을 하고 야유를 해도 일개 군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다. 전쟁은 테러리스트를 벌하기 위해, 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그런 이념을 위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 시청자는 그걸 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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