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08건
- 2007.11.12 Life - 모든 것을 잃고 새로 얻은 삶
- 2007.11.10 스크랩드 프린세스 - 세계를 구하는 버려진 공주
- 2007.11.10 은희경 - 전혜린도 아닌, 루이제 린저도 아닌 감성..
- 2007.11.10 HBO: Elizabeth 1 - 영원한 고전의 테마, 여왕
- 2007.11.10 Traveler - 알 수 없는 진실을 향한 여행
- 2007.11.09 Grace Park - 인간 보다 감성적인 유기체 사일런 1
- 2007.11.09 Santana - Foo Foo (앨범 Shaman 중에서)
- 2007.11.09 케로케로케로~ 힘차게~ 케로케로케로 나가자!
- 2007.11.02 그들도 사랑을 한다 - 그것도 매우 별나고 부담스러운 사랑
- 2007.10.31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재치
- 2007.10.31 달의 아이 - 인간과 인어 사이의 사랑은?
- 2007.10.30 地球へ…, 지구를 향해, Toward the Terra
- 2007.10.29 Californication - 한 남자의 지치고 고단(?)한 삶 1
- 2007.10.29 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Le Chevalier D'Eon)
- 2007.10.28 The Tudors - 천년의 스캔들이 맞긴 한데
- 2007.10.28 ROME - 역사가 드라마 속으로 걸어들어온 느낌
- 2007.10.26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 하츠 아키코
- 2007.10.26 채운국이야기 - 뻔하지만 재미있는 성공이야기
글
Life - 모든 것을 잃고 새로 얻은 삶
미국 드라마 시장에선 먼 곳에 사는, 우리가 알 지도 못하는 수많이 많은 드라마들이 방송되었다 사라지곤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즌 오픈 시기가 되면 새 드라마들은 사장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청자들은 그만큼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율에 따라 어떤 드라마는 긴 생명력을 가진 장기 연재 드라마가 될 수 있고, 어떤 드라마는 단기 매장되는 짧은 미니시리즈가 되버리기도 하고, 어떤 드라마는 발표 기회 자체를 얻지도 못한다.
장기 시리즈로 계획되었다가 종료된 드라마 중에는 'Raines', 'Firefly'같은 것들이 있다. 드라마 자체의 생명력이 부족하다고 하기엔 몹시 안타까운 드라마들이지만, 이미 종료된 시리즈들이다.
'Bionic Woman', '30 Rocks', 'My name is Earl', 'Heroes', 'ER', 'Chuck', 'The Office', 'Journeyman' 등의 수없는 인기 드라마를 방영 중인 미국 NBC 방송국은 이런 드라마의 사장에 깊이 관여하는 메인 방송사이다.
이번 가을 시즌에 NBC가 소머즈의 리메이크 드라마인 Bionic Woman과 함께 내놓은 드라마가 바로 "Life'이다. 현재 13에피소드까지 촬영된 이 드라마는 극의 내용에서 처럼 드라마로서의 '삶(Life)'을 얻을 지 얻지 못할 지 기로에 서 있다.
그렇게까지 쇼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몹시 흥미로운 Flashback으로 오픈하는 이 드라마의 설정은 이렇다.'life was his sentence, and life is what he got back.'
주인공은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삶을 돌려 받았다'라는 것.
1995년에서 2007년까지 펠리컨 베이 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던 형사, Charlie Crews는
그가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 무죄(증거없음)를 선고 받고 12년 만에 막대한 보상금을 받은 뒤 자신의 근무지였던 'LAPD'로 복귀한다.
경찰로서 감옥에 갔던 까닭에 다른 동료 죄수들에게 상처입어 입소한 지 1시간 만에 241바늘이나 꿰매는 대수술을 받기도 했고, 그 뒤로도 생명을
위협받을 만큼 심하게 얻어맞기도 했다. 감옥에 수감된 사이 아내는 이혼서류를 보냈고, 그가 감옥에 있던 사이 세상은 놀랄 만큼 변해버렸다.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 더 이상 경찰 생활을 할 필요는 없지만 경찰로 복귀한 찰리. 그는 새로 생긴 휴대폰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불안정하다. 다른 부분에서도 현실적응 능력은 몹시 떨어져 보이는, 슬프고 복잡한 눈의 이 남자가 삶에 적응할 수가 있을까? 그런 그에게 삶은
햇빛을 보여줄 것인가? 그런 상태의 그가 '경찰'에 복귀해서 수사에 전념한다면?
이 드라마는 이 상황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듯한 시선 처리로 끌고 나오기 시작한다.
그의 상관이자, 동료 그리고 파트너로서 일하게될 LAPD의 Dani Reese 역을 맡고 있는 Sarah Shahi 역시 눈길을 끌게 하는 배우이다. 무능하지 않고 조사도 잘 하는 형사이지만 약간은 못마땅한 찰리를 데리고 다니며 현실의 삶에 적응을 시켜야하는 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비밀스런 설정에 의해서 찰리가 감옥에 간 이유는 그녀와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물론 그녀 자신이 직접적인 이유를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찰리 역의 데미안 루이스와 함께 매 에피소드 마다 출연하고 있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스크랩드 프린세스 - 세계를 구하는 버려진 공주
이 스크랩드 프린세스(スクラップドプリンセス, Scrapped Princess) 역시 NT 소설로 출발한 애니메이션이다. 소설이라는 쟝르의 특징상 주변 세계에 대한 설명이나 상황 설정 등이 약간은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도 한데 애니메이션으로 변형되면서 이 소설 역시 많이 축약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채운국 이야기' 등이 애니메이션에서 뭔가 변화된 모양새로 변하는 것을 자주 본 독자, 시청자라면 아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쟝르의 최고 소설 중 하나인 '반지의 제왕' 그리고 '얼음과 불의 노래' 등의 소설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우리가 현재 사는 것과 같은 공간을 'Earth' 즉 지구라고 부른다고 한들 절대로 지금의 지구와 '가설'이 같은 공간이 아닌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스크랩드 프린세스 속의 지구, 세계 역시 가설로 뒤덮혀 있다. 고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악마 브라우닌과 신인 마우젤의 싸움 결과로 마우젤교라는 단 하나의 종교를 가진 지구로 변했고, 가끔씩 등장하는 지구의 지도는 현재의 지구 지도와 뭔가 뒤집어진 상태로 바뀌어 있다. 신이라는 존재는 뭔가 지나치게 강력해서 종교 지도자에게 직접 신탁을 내리기도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지구의 미스터리는 등장인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라든지 과학 기술같은 것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인간으로서 무한한 신과 같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는가 하면, 보기만 해도 놀라운 커다란 용이 오천년전의 인간이 만든 과학의 산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평범해 보였던 소년 소녀의 이야기가 이런 판타지로 발전하는 걸 보고 나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변신 능력을 갖춘 존재도 나오고, 이교도 관찰관이라는 특이한 존재도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속의 신의 존재가 과연 어떤걸까 생각해보면 미스터리가 풀린다. 폐위공주라는 어감 탓에 사랑과 배신 등의 인간관계로 스토리가 풀릴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패턴으로 모든 이야기를 끌고가지 않는다. 상당히 특이한 설정과 관계들로 인해 매 에피소드 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가볍게 보기 시작해서 끝내는 환호성을
지르게 만드는 종류의 애니이다.
* 파시피카 카슬 : 주인공인 그녀는 한 나라의 공주였으나 16세가 되면 세계를 멸망시킨다는 신들의 예언 때문에 태어나자 마자 폐위되었다. 원래는 죽을 목숨이었던 그녀를 그녀의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된 유마 파슬 살려주는 바람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16세 생일을 앞두고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몹시 낙천적인 성격이고, 목욕을 좋아하는 개구장이 소녀이지만 능별한 능력을 갖추지도 않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순정 만화 속의 얌전하고 보호받기만 하는 공주님도 아니지만, 그녀 주변엔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사람들(가디언)이 많다. 딱 한번 눈물나는 사랑도 하고 어머니도 만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린다.
* 샤논 카슬 : 파시피카의 양오빠로 자란 샤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파시피카를 지키고 싶어한다. 알고 보면 검술 능력이 탁월한 무사이다. 라크웰과 쌍둥이이고 파시피카의 타고난 가디언. D-나이트, 즉 드래곤의 기사로서 제피리스를 만나지만 발키리들의 호감을 받기도 한다. 오천년전에 타고난 파시피카와의 인연도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코드인 여동생을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거나 하진 않는다. 깔끔해서 좋은 부분.
* 라크웰 카슬 : 역시 파시피카의 양언니로 샤논과 쌍둥이. 말도 점잖게 하고 샹냥하고 부드럽지만 한번 화나면 말릴 수 없는 능력의 마법사이기도 하다. 냉정한 판단력과 상식을 갖춘 머리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전투할 때는 제법 무서운 면모도 있다. 파시피카와 샤논을 몹시 아끼고 보호해준다. 샤논과 마찬가지로 전생에서부터 파시피카와 얽힌 가디언이지만, 자신의 남동생이나 여동생과는 달리 러브라인이 전혀 없다.
* 제피리스 :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해서 어려움에 처한 3남매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오천년 전에는 자신과 같은 형태의 존재들이 아주 많았노라 말한다. 나탈리를 포함해 단 두 기가 남았을 뿐이다. 원래의 정체는 D-나이트와 동화되어 전투하는 드래곤으로서 오천년전의 주인의 명령에 의해 생존했지만 또다른 주인을 기다리며 살아남았다. 스스로 움직이는 드래곤 발키리들과 비교당하는 건 거부하는 존재들이다. 냉정한 판단력, 멋진 전투상황, 소녀의 외모 등으로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무엇 보다 샤논을 몹시 따르는 그 모습이 인기있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yale.edu/anime/imgarchive/Scrapped%20Princess/group-pic.jpg
http://www.ednevnik.si/?w=conchracuss&category=anime설정
트랙백
댓글
글
은희경 - 전혜린도 아닌, 루이제 린저도 아닌 감성..
혹자는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라고 하지만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갈까 싶어 아무도 잘 꺼내지 않는 이야기인 것을 알지만, 모 포털의 댓글을 도배하던 내용 중엔 이런 것들이 있다.
은희경이라는 작가 이름을 듣고 나면 쉽게 짐작이 갈 것이라고 생각도 하는데, '남자들의 적 페미' 그러니까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할 여자 베스트 XX'같은 것들 말이다. 그 아이템 중에는 꽤 어이없는 여러가지가 대중적인 아이템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흔히 말잘한다'고 알려진 연예인들도 제법 포함되어 있곤 했고, '인기 소설가'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다. '성폭행'같은 걸 당한 여자도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둥. 조금 못되먹은 편견으로 가득찬 그 아이템 선정에 1순위로 포함된게 은희경과 김윤아였다.
엄정화와 감우성이 벗은 영화로 더 유명했던, '이만교'의 소설'결혼은 미친 짓이다'에도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자신의 색을 결정짓는 여러가지 코드 중의 하나로 '은희경'을 선정한 그 작가는 아마도 '은희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같은 것이 눈에 밟혔었던 모양이다. 조금은 과학자스러운 자신의 소설 코드로는 이해하기 힘든 감성이 아니었을까.
아주 약간의 악의를 한 숟가락 정도 넣어, 조금 비꼬아보고 싶기도 하고. 사실 '은희경류'를 좋아하는 경향성을 희귀하고 낯선 것을 보는 것처럼 '가려내는' 그 시선이 난 몹시 싫다. 그 말이 하고 싶은 거니까.
은희경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꾸 다른 소설가과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은.
위의 악의적인 예시는 아주 맘에 들지 않지만, 그녀가 히트한 건 사회적인 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등장은 다른 여성작가들의 등단과 함께 몹시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그리고 소설 자체의 시선이나 경향성이 바뀌게 만든 계기였지만,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혜성은 아닌 이유이다.
그녀 이전에 히트한 작가들,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시선을 공유했지만 그녀와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풀어낸 여성소설가들은 사실 몇명이 더 있다. '신경숙'이나 '김형경' 또는 '공지영'의 소설쓰는 방식이 그러하다.
그녀들은 남자들이 껄끄러워하는 그리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주제들을 감성적으로 또는, 이성적으로 풀고 와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유쾌하게 하기도 하며 감성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외도하는 아버지', '바람피는 남자', '성폭행',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채무감', '여자로서의 생존', '남자', '성장'이라는 주제를 여성이라는 화자를 빌어 끊임없이 생산해내던 그녀들은, 당시에 성장기를 겪던 많은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등장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몹시 부담스런 존재들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나는 그녀들과 그녀들의 방식 모두를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이 가지고 나온 이야기들은 그 사회 속에 가끔 포함되어 있던 '나의 불편함'들과 몹시 맞닿아 있는 까닭에 외면할 수 없었던 글들.
......................................................................................................................................
두 사람의 합승 손님 중 내 옆에 앉은 덩치 큰 남자가 앞자리 등받이에 가슴을 기울이면서 묻는다.
"기사 양반, 반포에 한시까지 들어갈 수 있겠소?"
그는 말을 마치자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뒷자리의 등받이에 뚱뚱한 몸을 기댄다.
"그때까지 못 들어가면 오늘 마누라한테 쫓겨나니까 빨리 좀 가십시다. 이거 원, 팝콘이 이렇게 무서우니."
남자는 자기의 재치 있는 말에 내가 얼마나 감명받았는지를 확인하려고 내 쪽을 힐끗 본다.
이따금 나는 남자들의 무모한 호방함에 감탄할 때가 있다. 지금처럼 겨우 십 분이나 이십 분 옆자리에 함께 앉아 가는 경우까지도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자기의 매력을 심어주고 싶어하는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 여자에게는 누구나 다 정신나간 듯한 구석이 있고 남자에게는 다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맞긴 맞는 것 같다.
조수석에 앉은 또다른 합승 손님은 눈이 작은 깡마른 남자였다. 그가 몸을 돌리고는 술냄새를 풍기며 팝콘의 남편에게 말을 건다.
"애처가이신 모양입니다? 그게 속 편하죠."
"저는 그럽니다. 그래도 인생에서 가정이 제일 아니겠어요? 일주일에 두 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찍 들어갑니다. 마누라하고 볼링도 치고 외식도 하고, 좀 그래놔야 집안도 조용해지고요. 잡혀주는 척 하는 게 다 요령이죠."
"근데 지금 술만 드시고 가는 길인가요?"
묻는 남자의 목소리가 은근해지고 노련한 신문관처럼 말꼬리가 올라간다.
"아, 가끔 꽃도 보고 그러죠."
그때 구석자리에서 다시 딸꾹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점점 소리가 크고 높아진다. 탭댄서의 어깨뿐 아니라 온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기사가 짜증스럽게 한마디한다.
"손님, 괜찮아요?"
탭댄서는 눈을 감은 채 발작적으로 딸꾹질을 해댈 뿐이다.
반포에 도착했을 때는 한시 삼 분 전이었다. 팝콘의 남편이나 그 아내나 좀 편히 잠들 수 있을 테니 박애주의자인 나는 그것이 다행스럽다.
그가 내리고 나자 신문관 남자는 돌연 고상한 표정을 지으며 비난을 한다.
"요즘도 저런 사람들이 있다니, 참 문제야."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해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 자못 장황하게 근심을 늘어놓은 뒤 그는 내 쪽으로 약간 몸을 굽히며 "안 그래요, 아가씨?" 하고 동의를 구한다. 그가 제시하는 도덕이라는 기준의 옹색함. 자기 아내에게나 증명하면 좋았을 자기의 도덕성을 엉뚱하게 내 앞에서 강조해놓고 그것으로 인해 인간적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아둔함. 얼굴에 빤히 나이가 보이는데도 '아가씨'라는 말로 내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례함.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인데, 이 모든 것을 무척 점잖게 한다는 점, 나는 이 모든 것이 싫다. 무엇보다 나는, 취했다.
< 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1998 >
......................................................................................................................................
아. 선명하게 말하건데.
나는 그녀들 가운데 은희경의 글쓰는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것.
이만교의 소설대로 그 경향성 하나가 나의 '코드'를 결정하더라도
누군가의 댓글 속에서처럼 '피해야할 여자'의 속성 중 하나로 선정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의 글쓰기 방식이나 소재가 가끔 신경을 긁곤 했다는 것.
처절한 생존의 김형경이나 우울한 감성의 신경숙이나, 새침한 공지영과는 다르게
약간은 삐뚤어지고 비겁하지만, 유쾌한 그녀, 은희경의 표현 방식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당시 유행하던 'Cool'하다는 단어 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다는 것.
.... 그건 감성적이지 않다는 것과 우울하지 않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랬다는 것.
이건 여성스러운(?) 시선을 가진 남성 소설가들은 줄 수 없었던 그녀 만의 감성이기에 몹시 소중하다.
여자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어떤 존재인지 각성하게 되는 계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연인을 만나거나 충격적인 경험을 얻는 방법도 있지만, 스스로 겪은 일이 잘 정리되지 않고 표현할 방법도 몰라 말문이 막힐 때, 그럴 때는 그녀들의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조금 겉멋이 들어 타인들과 농담을 나누고 싶을 땐 '은희경'이 가장 훌륭한 유머의 방식이 아닐까 추천하고자 한다. 쿨하다. 조금 우울하다. 그렇지만 아주 비겁하지 만은 않게 적당히 도망간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이건 예전에 유행하던 전혜린이나 루이제 린저들의 직접적인 바라보기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밀어넣던, 그 이전의 방식과도 조금 다르다.
마지막으로 한문장 심술을 섞어 적자면.
그녀들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는 당신은 진짜 여자를 모르는 거다.
(은희경의 책을 고르면, 당연히 사랑의 기술에 대한 책이 추천되는 까닭이 대체 뭘까..이 놈의 편견이여)
아, 그리고 보니 최신간을 제외한 그녀의, 모든 책을 산 것 같기도 하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HBO: Elizabeth 1 - 영원한 고전의 테마, 여왕
절대왕권의 상징인 그 Tudor가의 왕들은 단 다섯 명이다.
잘 알다시피 그 5명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원한 소설과, 드라마, 스캔들의 주제이고 고전의 테마가 된다.
그리고 튜더가의 마지막 왕이자 여왕이었던 Elizabeth 1세는 그 테마 중에서도 단연코 으뜸이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Elizabeth 1에 관한 드라마는 Helen Mirren 주연의 Elizabeth I(2006, HBO, 부제 : Elizabeth and Essex)가 아닐까 한다.
물론 같은 해에 만들어진 Anne-Marie Duff 주연의 'The Virgin Queen(2005, BBC)'도 유명하지만 2006년 한해를 휩쓸어 버린 헬렌 미렌의 저력은 따라가지 못한다. The Virgin Queen 속의 엘리자베스는 언니 메리 1세의 구박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지만, 메리 스튜어트나 다른 카톨릭을 지지하는 타인들 속에서 항상 외로움을 느껴야 했고, 열등감에 싸여 연인을 만들지도 못했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배우인 앤 마리 듀프, 그녀가 못 생겼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뭔가 파워풀하기 보단 인간적인 Elizabeth는 매력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세월이 좀 지나긴 했어도 Cate Blanchett 주연의 Elizabeth (1998, 부제:The Virgin Queen)도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갈라드리엘 역을 맡았던 배우 케이트는 몹시 아름다웠고, 젊은 시절인 초기의 여왕 엘리자베스를 묘사하기에 적합했다고 하지만, 영화 속의 그녀는 역사 속 엘리자베스 보다는 낭만적인 시선 속에 살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에는 영화 'Elizabeth: The Golden Age(2007)'가 개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데 스페인의 왕이 등장하는 이번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떻게 변했을 지 궁금하다.
The Queen(2006)의 Elizabeth
2세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Elizabeth 1세와 2세 역을 모두 거머쥔 Helen Mirren 은 정말 여왕다운
여왕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곤 한다.
HBO의 Elizabeth 1, 이 드라마는 그해의 골든 글로브 상을 3개 부분에서 휩쓸었다.
특히 주연이었던 헬렌 미렌과 제레미 아이언스는 남녀 주연상을 수상하여 명실공히 그 해의 최고 드라마로 등극해 버렸다.
여왕의 곁에서 여왕을 지켜주고 누구 보다 빛나는 자리에 여왕을 올려놓은 기사 로버트 더들리, 레스터 경 역을 맡았던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는 누구 보다 훌륭하게 드라마의 주연으로 빛나고 있다.
그녀의 프랑스 연인을 질투하고, 그녀의 왕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음모를 진행하고
또 메리 스튜어트를 사형시키게 자극하는 여왕의 연인에게 사심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양아들을 여왕의 곁에 남기고 죽는 충성스러운 사랑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HBO에서 제작한 Elizabeth 1속의 여왕은 적당히 나이가 들고 강력한 왕권을 유지할 줄
알지만
연인 앞에서 누구 보다 사랑스러웠던 위엄있는 귀족 여인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의 엘리자베스 1세는 케이트 블란쳇처럼 젊고,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외모도
아니었고
앤 마리 듀프처럼 약한 모습에 열등감에 시달리기만 한 나약한 사람도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절대왕권의 상징이 될 만큼 타고난 여왕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인간적인 고민에
시달렸으리라.
늙은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서 궁 안의 모든 거울을 치우고 화려한 위엄의 상징으로 뼈대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었을 지언정 외로웠으리라. HBO의 드라마는 그런 면을 부각시킨다.
역사 속 Elizabeth 1세의 인생은 말그대로
파란만장하다.
Anne Boleyn의 유일한 딸로 태어나서 앤블린의 사랑을 받은 것은 잠시, 아들을 낳지 못하고
사산하기만 하는 Anne Boleyn은 그녀가 3살 때 참수당해서 죽고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하지도 못한 채 자라게 된다.
아들을 낳겠다는 핑계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여자들을 갈아치우는 반 미치광이 아버지 헨리 8세는
당연히 딸인 Elizabeth에게 관심이 없고 20살 가까이 나이가 많은 언니 Mary는 자신을 마녀의 딸 취급한다.
드레스를 만들 돈이 없어 시녀는 궁궐 여기 저기에 사정해서 드레스 만들 돈을 얻기도
하고..
에드워드 6세가 왕위에 오르자 이젠 몸약한 남동생 에드워드 6세의 의심 속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처지에 놓인다.
자신을 원수처럼 여기는 언니 Mary 1세는 즉위하자 마자 엘리자베스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죽여버리다시피 하고
엘리자베스는 무시무시한 런던탑에 가둬 버린다.
그녀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리고, 애원하고 사정하는 입장에서 처지가 바뀌어 25살에 여왕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젊은 시절을 소비하며
결혼이나 다른 권력 다툼에 관계된 일들을 멀리 하는 동안 아주 남자를 사귀지 않았던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드라마 속 레스터 경과 에섹스 백작이 그 여왕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연인으로서 등장하는 시기는
역사적으로 엘리자베스의 권력이 안정기를 이루었을 무렵이고, 전쟁을 겪기도 했지만
가장 심적으로 편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사랑을 나누는 여왕, 그녀는 몹시 나이가 들었고 늙어버렸다. 그녀의 인생을 생각하면 이건
몹시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인듯 하다. 'The Tudors'라는 드라마에서처럼 헨리 8세를 젊게 만들 듯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젊은
아가씨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위의 이미지는 스코틀랜드의 공주로 태어나 프랑스 왕비가 되었고, 다시 스코틀랜드의 여왕 역을 하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도망처 생을 마감한 Mary Stuart이다.
잘 알다시피 이 메리 스튜어트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엘리자베스의 뒤를 이어 영국의 왕위를 받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통합한 왕이 된다.
3명의 남편을 둔 셈인 이 여인은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스코틀랜드에서의 왕위도 지키지 못 했지만 카톨릭의 상징으로서 신교인 엘리자베스 1세에게도 위협이 되었던 여왕이다. 핏줄로 따져서는 엘리자베스의 고모, 마가릿 공주의 손녀이니 엘리자베스의 5촌 조카 뻘이다.
제대로 공주 대접을 받으며 귀하게 자란 미인 여왕이었던 탓에 엘리자베스 1세의 질투를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그녀 보다 아름답지 못하고 귀하게 크지 않았단 말을 듣기 싫었던 엘리자베스는
무조건 화려한 복장에 위엄있는 장식을 추구해서 메리 보다 아름답고 재주 있단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고.
갖혀 있는 동안 살이 찌고 못생겨진 메리 스튜어트를 동정하는 척 하면서도 심술궂게 굴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심술궂게 구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지긋지긋했지만,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의 친척이며 여왕인
이 메리 스튜어트를 처형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던 모양인데..
스페인과의 전쟁 위협도 불사하고 처형할 수 밖에 없었던 붉은 드레스의 메리 스튜어트..
이 드라마에서는 그 장면들이 좀 잔인하게 묘사된다. ( 만약 ROME이라는 드라마의 Simon Wood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이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그가 단역으로 출연하는 드라마가 이 Elizabeth 1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
HBO, Elizabeth 1 홈페이지
설정
트랙백
댓글
글
Traveler - 알 수 없는 진실을 향한 여행
초반의 몰입도 덕분에 시즌2로 이어지는 장기 연재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했지만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종료해버린 드라마이다.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1시즌으로 종료한 까닭은 시청률 탓으로 속칭 '잘린'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복잡한 드라마의 종결은 뭔가 허무한 구석이 있다는 평이지만..
(수십편짜리 이야기를 8편에 압축시켰으니 결말이 엉성할 수 밖에. 감독도 그런 이유로 뒷편에 이어지려던 스토리를 팬사이트에 적어뒀다고 한다. 상당히 복잡하고 스케일이 큰 드라마라고 한다.)
초반의 몰입도와 운영방식은 전혀 아쉽지 않은 드라마이다.
대학원 생활의 마지막 2년을 같은 집에서 함께 보낸 친구 Jay, Tyler 그리고 Will은
졸업을 앞두고 한달 동안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여행 첫날 New York에서 시작한다.
다음날 뉴욕에서 유명하다는 박물관에 들린 세 사람은 기억에 남을 만한 장난을 하기로 하고
박물관 꼭대기에서 아래층까지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누가 가장 빨리 내려오는 지 내기한다.
Will은 그들의 경주를 캠코더로 녹화하기 시작하고..
그러나 그들이 박물관을 떠난 지 몇초 후.. 자리에 내려와 있기로 한 Will은 그 자리에 오지 않 고 전화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박물관은 큰 소리와 함께 폭파해버리고 만다..
우연히,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장난을 쳤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FBI와 경찰에 연락해서 자신들은 범인이 아니니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Will이 자신들의 누명을 벗겨줄 것이라 생각해 보지만, 누군가 이미 자신들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한 상태였고 Will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은 이라크 전과 관련된 인물들로 테러의 누명을 쓰기 좋은 상태..
어딜 가도 의심을 피하거나 달아날 방법 따위는 없다
그래서 그들의 도망자 생활이 시작된다.
감독인 David Nutter과 작가 Eight Below는 'The X-Files', 'Without a Trace' 그리고 'Supernatural'을 함께 제작했었던 팀으로 드라마의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뭔가 수상하고 의심쩍었던 자신들의 친구 Will의 성이 왜 Traveler인 것일까?
그들은 어째서 이런 음모에 휘말리게 된 걸까?
그 세 사람의 우정과 음모, 그리고 반전들이 드라마를 계속 끌고 나가는 저력이 된다.
제이, 타일러, 그리고 윌의 부모 그리고 중앙정부의 고관들이 관련이 있는 이들의 위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일찍 종료가 된 까닭에 후반부가 많이 허무하다는 건 미리 이야기 해줄 수 밖에 없다.
아쉬워도 초반의 미스터리가 이 드라마의 볼거리 전부.
(아직도 마지막 방송날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다. 왜 이렇게 끝나는지에 대한 항의가 대단했다)
드라마로서는 몹시 벅찬 속도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시작은 숨가쁘게 달려오는 타일러와 제이가 호텔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는 장면이다. 그들은 호텔방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회상한다.
자신들은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박물관에서 잠시 장난을 친 것 뿐인데
박물관은 왜 그렇게 까맣게 타버린 걸까?
타일러의 아버지가 말하는 그들의 비밀은 과연 뭘까?
왜 어떻게 하다 범인이 아닌 그들이 쫓기게 됐을까?
그리고 사라진 윌은 자신들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어버린 걸까? 살아있을까?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은 윌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해서 자신들의 무죄를 알릴까?
8편으로 종료되었더라도 이런 음모와 미스터리, 그리고 긴박감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묘사가 되기 때문에 후회없이 감상 가능하다.
미국에선 ABC 방송국에 트레블러의 조기 종영을 항의하고 2시즌을 제작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있었다.
http://www.petitiononline.com/willtrav/petition.html
그러나 감독이 직접 2시즌의 내용을 알린 것으로 보아 별로 효과적이지는 않았던 듯 하다.
자본의 힘은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게 드라마 시장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hetravelerfilm.com/
http://www.screenhead.com/reviews/traveler-shouldnt-stop-at-summer-entertainment/
http://njmg.typepad.com/lost/2007/05/index.html
http://tvdramas.about.com/od/traveler/ig/Traveler-Photo-Galley/The-Cast-of-Traveler.htm
설정
트랙백
댓글
글
Grace Park - 인간 보다 감성적인 유기체 사일런
Boomer나 Athena 또는 Sharon Valerii 라는 캐릭터를 꺼내야겠지만 복합적인 심리를 가진 그들의 연기를 제대로 해낸 Grace Park 이외에는 이 역할을 표현할 사람이 이제는 없을 듯 하니, Grace Park을 주제로 삼는 편이 낫겠다.
이 드라마 속의 인간이라는 존재는 12개의 식민행성(Colony)에 흩어져서 연방을 이루어 살았다.
이 인간들, 그들의 성경에 의하면 13번째의 행성은 지구, 즉 Earth였지만 13번째의 그들이 지구로 도착해서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지 어떤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원래 인간이 만든 기계였던 Cylon에 의해서 몇차례의 전쟁이 벌어졌고
그 전쟁의 최후로 12개의 행성은 멸망했고 단 5만여명의 인류 만이 살아남아 Battlestar Galactica를 타고
인간의 마지막 희망이 될 행성 지구를 찾아헤매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 왜 인간이 살아남아야 하는지 종종 묻지만
자신이 얼마나 추악하고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듯..
그 생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다투고 또 다퉈서 인간의 모자람을 증명하고 있다.
5만여명 밖에 남지 않았지만 종교, 인종, 출신지역 또는 빈부의 차나 욕심의 문제들은 끊임없이 인간들을 괴롭힌다.
인간은 왜 인간인 걸까?
살아남은 인류들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또다른 존재가 있는데,
그 캐릭터가 바로 Sharon Valerii 이다.
무의식 속에 자신이 수행해야할 Cylon으로서의 역할을 숨기고서 인간으로서 노력하고 살아나가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런 성격의 파일럿이다.
Adama 사령관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해냈지만
계획된 사일런 프로그램대로 Adama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Boomer는 그래서 가장 복잡한 성격의 Cylon이 되버렸다.
그 Cylon은 점점 더 진화하여 12종의 인간형, 유기체 사일런을 만들어 대량생산하게 됐고
그 12종의 유기체 사일런이 인간 사이에 섞여서 사일런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유기체 사일런 모델 중 동양인 캐릭터는 Grace Park이 연기하는 Sharon Valerii 가 유일하다.
Athena의 연인인 힐로, Tahmoh Penikett.
이연걸이 주연한 Romeo Must Die (2000)에서 춤추는 아시아 여자 역으로 연기자 데뷰한 Grace Park은
설정
트랙백
댓글
글
Santana - Foo Foo (앨범 Shaman 중에서)
1947년생 Carlos Satana.
이 사람을 처음 만난 느낌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Soul Sacrifice’를 히트시킨 '우드스탁의 영웅이라는 별칭도
골든 레코드를 여러번 수상한 유명 팝가수란 사실도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어쩌면 내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았던 취향.
그런 그의 음악에 사로잡히는 느낌.
이런 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하던 그가 오랜 휴식 끝에 발표했다는 앨범
Shaman(2002)은 Santana에 대한 상식이 별로 없던 내게는 몹시 생소했다.
특별히 쟝르를 구분하지 않고 미국 중심의 POP 음악을 상대하는 '막귀'를 가진 내가
가려듣는 음악이 있겠냐만은..
그의 노래와 연주는 흔히 듣던 80년대의 전자음악과도 달랐고
나를 달리게 만들던, 거친 메탈과도 달랐고, 속삭이는 듯한 보컬의 발라드 음악과도 달랐다.
아.. 정말, 이런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음악을 즐겨 들은 건 셀 수 없을 만한 세월이었지만 정말, 간만에 받는 감격이었고, 자극이었다.
그렇게 과격한 움직임을 즐겨하지 않는 내가 남미의 춤을 격렬하게 추고 싶어지는 느낌일랄까?
이 중에서는 매우 흥겨운 댄스 타입의 곡들도 많고
'남성적인 취향의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특별히 편애하는 'Smooth'라는 곡도 있다.
보컬의 약간은 애절한 구애곡같은 느낌을 주는 이 곡 역시 남미의 춤을 추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한다.
아무 설명이 필요없다.
그들의 리듬은 아름답다.
Rio에서 공연했다는 그의 라이브 유투브가 올라와 있어서 올려 본다.
개인적인 멀티미디어이므로 추후에 삭제하는 것이 옳치 않을까 하지만,
라이브로 표현되는 그의 흥겨운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아닐까 싶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케로케로케로~ 힘차게~ 케로케로케로 나가자!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묘하게 일본의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던 개그 아이콘이다.
일본 전통 군인의 복장을 하고 지구를 침략하겠노라 멋지게 폼을 잡곤 하지만 어쩐지 어설프고 뭔가 핀트가 맞지 않고 알고 보면 빈틈이 많은 개구리 외계인들.
만화책부터 완구, 각종 캐릭터 사업,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오늘부터 케로본으로 바꾸자'라고 외쳤던 개구리 군인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한다.
2004년 TV 도쿄에서 방영되기 시작해서 현재 4기 185화까지 방영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Tooniverse라는 애니 전문 채널에서 2005년 방영을 시작하여 현재 3기 분량이 방송 중이다. 라이센스를 얻어 번역되어 들어오는 애니메이션 치고는 매우 빨리 공급이 되는 편인데 그만큼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몹시 일본색이 강하고 성인용 코드도 많은 아이템이지만 개구리들이 귀여운 까닭에
완구로서도 인기가 좋고 이 개구리에 대해서 모르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정도다.
만약 아이들과 케로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면, 케로로에 대해서 잘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일본 문화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면, 지나친 일본색 때문에 아이들의 시청을 삼가게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설명이 없는, 문화란 것은 그대로 몸에 흡수되기 마련이니..유의하시는 게 나을 듯하다는 뜻.)
그냥 잠시 보고 잊어버리는 코미디로서는 최고이지만,
은근슬쩍 배여 있는 일본 문화를 공급하는 계기가 되는 것 역시 애니메이션이다.
이 만화의 원제목은 'ケロロ軍曹'이다.
일본의 계급체계이기 때문에 '군조'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만화책의 경우는 개구리 하사로 번역이 됐고, 투니버스 애니메이션에서는 중사로 번역이 되었다.
일단은 제목부터 그런 이유로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만화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침략과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며 가끔 가다 계급에 의한 상명하복을 구경할 수도 있다. 무기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공격성 자체에 대해서 그리 미안해 하지 않는다.
그 주인공들은 모두 군인이니까.
'일본식 욱일승천기'가 오프닝에 아예 대놓고 등장을 하고
등장인물인 케로로와 도로로의 모자 복장은 일본식 군복이다.
그들이 가끔 부르는 군가 역시 상당히 일본풍의 느낌을 주곤 하는데 한국에서 번역할 때도 이 부분을
크게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생활 풍습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피소드 소재로 삼기 때문에
칠월 칠석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나무에 매단다던지 유카타를 입고 온천을 즐긴다던지
장어를 먹고 여름을 난다던지
사무라이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민속촌에서 손님 맞이 무술경연을 한다던지 하는
일본식 풍습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기도 하다.
일인용으로 따로따로 분리된 식탁에서 일본식으로
젓가락을 들고 밥그릇을 든 채 식사하는 장면은
일상의 풍경일 뿐이라 따로 설명하기도 곤란할 지경이고,
일본에만 존재하는 닌자는 아예 이 애니메이션의 상징이다.
그들의 예의에 따라 무릎을 꿇고 앉아 손님에게 접대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그들이 '멋스럽게 여기는' 풍경 역시 일본식이지만, 한국에서 번역된 버전의 경우엔 그런 일본의 풍경을 나름대로 잘 소화해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유난히 남발하는 일본어 자막은 용케 다 처리하지만, 유카타와 기모노 그리고 일본식 장사꾼의 복장 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성인들이 이 만화를 시청할 때 가끔 폭소하는 코드는 애니 구석 구석에 녹아있는 매니아들의 풍경이다.
옛날에 만화 좀 봤다 싶으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패러디의 코드들.
에반게리온, 건담, 테니스의 왕자, 하록선장, 겨울연가, 은하철도 999, 유리가면 등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유명 애니의 일부분들이 케로로에 의해 재활용되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 기발한 발상에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요즘에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은 절대로 이해하기 힘든 코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케로로 중사에 출연하는 캐릭터 중엔 일본인들에 대해서 악평을 하는 별칭 중 하나인 '오타쿠(매니아)'의 성격을 갖춘 캐릭터들이 많다.
작전참모인 별종 천재 '쿠루루'가 그 중 하나이다.
일종의 '로리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소녀 매니아 같은 취미도 있고
변태처럼 타인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 캐릭터는 아예 '꾸~ 꾸꾸꾸꾸꾸~~' 하고 웃는다.
주인공 녹색 개구리 케로로는 잘 알려진대로 '건담 매니아'라서 침략하는 일 자체를 잊을 정도고
빨간 오뚜기 기로로는 밀리터리 매니아로서 아예 무기광이라는 별명이 있고 나츠미(한별이)같은
어리지만 강한 여자를 사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파란색의 평화주의자 도로로는 가장 멋진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악행에 의해서 항상 눈물짓는 불쌍하고 궁상맞은 캐릭터인데나 코유키(설화)와 닌자 수행하는 취미가 있다.
까맣고 건방진 올챙이 꼬리를 가진 개구리 타마마는 힘을 키우고 싶어하고, 과자를 무한대로 먹어치우는 무서운 과자 매니아 캐릭터이다. 질투를 파괴력으로 승화시키는 변태이기도 하다.
휴우키(우주)는 일종의 오컬트 매니아로서 오컬틱한 주제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을 정도이고, 세계적인 재벌의 외동딸인 모모카(나라)는 그 휴우키를 몹시 사랑하는 휴우키 매니아로서 휴우키 박물관까지 가지고 있다.
그들은 특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서 살고 있다고나 할까?
설정
트랙백
댓글
글
그들도 사랑을 한다 - 그것도 매우 별나고 부담스러운 사랑
여자아이들의 우상 정의문과 남자아이들의 동경의 대상 은묘령은 몇 안되는 학교 '구생물부' 부원이다. 신축한 건물에 있는 최신식 장비에 에어콘까지 달린 신생물부와 달리, 반지하 구식 장비에 곰팡이까지 낀 구생물부로 그들을 이끈 건 학교의 별종 마와룡. 이 신비로운 두 사람 만의 생물부에 사심을 가진 금반하와 사천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얽히면서 별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일본 애니 '그 남자 그 여자'를 연상하지만, 잘 읽어보면 전혀 다른, 차분하면서도 웃긴, 정체를 알 수 없는 순정학원코믹물. (최근 완간 예정이라고 하나 출판이 되지 않고 있다)
등장인물
* 은묘령 : 엄마는 여행을 다니느냐 얼굴 안본지 오래 됐고, 아빠 그리고 이모와 셋이서 함께 생활한다. 성적도 상위권이고 얼굴도 예쁜 소위 퀸카이지만 주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침한 사람들(팬, 스토커, 점보는 애들)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 우울한 타로카드 점을 치는게 특기. 예쁘게 생긴 마와룡의 순진한 웃음에 반해서 구생물부에 들어온 허술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예쁘장하게 생긴 사천파를 좋아하는데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정의문이 만들어주는 한식을 몹시 좋아한디. 남학생 손에 묻은 밥풀을 혀로 핥아먹는 무방비함을 보이면서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길에 대해서는 잘 눈치채지 못하는 구석도 있는 전형적인.... 아버지와 이모가 수상하다.
* 정의문 : 부모님은 생선도매상. 6형제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슈퍼 주부겸 모범생. 구 생물부에 들어온 이유는 옆집의 웬수 마와룡을 거부할 수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밥달라고 뒷바라지 해달라고 조르는 형제들을 벗어나 생물실에서 기르는 각종 야채와 장비(플라스크)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평화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의 맛'이라고 씌인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에 꽁치를 굽거나 개구리 수조에서 기른 미나리로 미나리 숙회를 만들고, 밥을 지어 은묘령과 나눠먹기도 한다.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는 은묘령이 학교생활의 기쁨. 친절하지만 무뚝뚝한 면도 있어 가까이 하기 어려운 타입. 그러나 몹시 가정적이다. 은묘령에게 설레여 하지만, 반응이 영... 전혀 엉뚱한 사람들이 정의문을 좋아한다.
* 금반하 : 지금은 최고의 천재에 예쁜이 이지만,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 바람으로 돌아다니며 공부가 제일 재밌다고 한 재수없는 괴짜 시절도 있었다. 어느날 깨달은 바가 있어 날나리가 되기로 했고, 갖가지 활동을 벌이는 완벽한 이중 날나리가 됐지만 이런 천재성이 친구들에게 그렇게 호감을 주진 못한다. 밤새고 놀다가 들어온 새벽, 학교에서 만난 정의문을 좋아하지만 정의문은 반응도 없고 알아주지도 않고. 구생물부에 기거하면서 정의문의 음식을 싹 먹어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나중에 임자 만난다.
* 사천파 : 반항기 있는 목사의 아들. 다른 사람에겐 온화하고 인정이 많고 너그럽지만 자신에게는 폭력적이며 단정하길 바라는 아버지와 귀여운 갈등을 자주 벌인다. 염색한 머리에 귀를 뚫고 학교에 입장(?)하다 단속에 걸려 몰매를 맞는 경우도 있고, 외모도 괜찮고 다 괜찮은데 사고뭉치로 지내는 요령이 탁월한 아이. 자신의 친구들을 집(교회)에 데려가며 아버지의 말은 '개무시'하라고 충고하기도 하는 넘. 이 녀석이 애정을 가진 상대가 누구게?
* 마와룡 :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학생회장. 학생회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고 민폐를 끼치는데 소질이 있다. 정의문과 은묘령을 생물부로 집어넣은 장본인이지만 본인은 집을 나왔을 때 생물부에서 잠이나 자는 게 전부이다. 집을 나오는 이유는 주로 어머니가 '캔디' 소장품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 '캔디'를 주는 사람의 말은 뭐든지 잘 듣는다. 거기다 정의문은 마와룡의 약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천방지축에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는 그에 아주 알맞는 강적을 만난다.
만화작가 서문다미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순정만화계의 '물건'이 되신 만화가 서문다미는
그 특이한 감각과 독특한 스타일로 순식간에 코믹함을 평정하신 기적적인 만화가다
한번 읽어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유치하지 않은 방법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신선한 만화를 보게 되리라
대표작은 삭월, 껍질의 각인, 수중화 루어, 그들도 사랑을 한다, 이 소년이 사는 법, END 등이다.
다만 위의 작품 중 완결이 된 작품은 단편집 뿐이다.
나머지는 조금씩 그리고 있는 것도 있고, 출판사와의 문제로 연재나 발간이 힘들어진 것도 있다.
읽어서 후회할 만한 유머 감각이 아니므로 놓치지 말자!
설정
트랙백
댓글
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재치
모파상이나 플로베르 등 당대의 고전들을 제법 모아놓은 그 수십권짜리 양장본의 도서들 중
단 몇권이 일본 명작에 할애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설국'이나 '나생문'같은 소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함께 읽었던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다.
오래된 화법에다 맞춤법도 맞지 않는 오래된 문장, 그리고 오래된 표기법
동물이 화자로 나오는 소설이 그 당시 나에게는 몹시 흔하고 익숙했었지만
책이 출간된 시절엔 동물이 화자가 된다는 건 화제가 되기 충분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소설 속 '고양이'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치 말라고 꽤 여러번 다짐을 받곤 한다.
2005년은 이 작품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그를 기념하여 이 책의 완역 양장본이 두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고
예전과는 달리 아담하고 읽기 편해진 가로쓰기 신간을 나는, 소장삼아 구매하게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를 세상에 알리고 출세하게 만든 그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읽힌지 백년이라..
몇년전에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던 단편 애니메이션이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 Their Standing Points, 1999)
이 짧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애니이다
'그녀'에게 주워진 새끼 고양이 '나'는 그녀와 함께 살며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고 생활한다.
한없이 뒹굴거리며 애교 떨고 노니는 것만 같은 그, 고양이의 시선과 함께 그녀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삶을 유지해 나간다. 고양이의 사랑스런 시선이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 애니메이션의 화자는 '따뜻한 시선의 고양이'이다.
반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귀여운 고양이가 선택한 시선은 '무심한 날카로움'이다.
자신의 먹거리를 마련해주고 잠자리를 주고 귀여워해주는 주인, 답답한 서생을 특별히 사랑한다거나 할 수도 없고, 요령좋은 메이테이나 간게쓰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고 하기도 힘들다
그저 바라보고 제 3자다운 모종의 '조소'를 보낸다고 할 수도 있고
그저 쳐다보고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을까 하는 시선을 보낸다고 할 수도 있고
무심하고 나른한 고양이는 어쩐지 좀 냉정하다..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얻은 것처럼 똑똑하다.
................................................................................................................
역시 봄날의 등불은 각별하다. 천진난만하면서도 풍류와는 동떨어진 이런 광경을 비추면서 이 좋은 밤을 즐기라는 듯이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지금 몇 시나 되었을까 하고 방안을 둘러 보았더니 사방이 고요한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기둥시계와 부인의 코고는 소리, 멀리서 하녀가 이빨을 가는 소리뿐이었다. 이 하녀는 남들이 자기보고 이빨을 간다고 지적하면 언제나 그것을 부인하는 여자이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껏 이빨을 간 적이 없습니다 라고 고집을 부리며 절대로 앞으로 고치겠다거나 죄송했다고는 말하지 않고 그저 그런 기억은 결코 없다고 주장한다. 하기야 자면서 부리는 재주이니 기억이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의 기억에는 없어도 사실은 존재할 수가 있으니 문제이다.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다시없이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자기에게는 죄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이니 천진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남들이 난처해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천진하게 굴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신사숙녀는 이 집 하녀와 같은 계통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밤이 많이 깊어진 모양이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본문 중에서 -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의 또다른 장점은
자신의 잘못도 쉽사리 인정할 줄 모르고 허풍을 떨고 위선을 떠는 지식인들에게 가소로운 시선을 보내는 고양이의 입장이 그렇다고 딱딱하고 불편한 것 만은 아니라는데 있다.
충분히 유머러스하고 웃기는 상황 묘사나 상황 설정 등도 읽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 2월 9일 우시고메 바타시타 요코마치, 그러니까 지금의 신주쿠 키쿠이초에서 킨노스케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교사, 전문학교 강사 등을 역임하며 도쿄제국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소세키는 38세가 되던 1905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문예지에 발표했다. 1916년에 사망할 때까지 아사히 신문에 몇편의 작품을 추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소세키는 일본의 문물이 개방되고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신문물을 배운 지식인들의 겉모양새가 얼마나 위선적인가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 중 하나인 자신의 모습이 약간 부끄러웠던 것일까?
천 엔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다는 소세키의 얼굴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 속에서
어떤 번뜩이는 재치를 발견하고 글로 표현하게 되었을까?
세상의 모습은 반복되고 반복된다고 하던가.
희한하지만 백년이 지나 세상이 변해도 지식인들의 위선과 허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고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딱딱하거나 어려운 말을 쓰거나 하지 않고 재치있게 표현된
이 명작을 심심파적삼아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이 고양이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고양이가 아니라 세상을 보고 함께 웃어주는 고양이니까
이미지 출처 : 리브로
설정
트랙백
댓글
글
달의 아이 - 인간과 인어 사이의 사랑은?
만화가 중 가장 아름다운 작화 실력을 가진 사람이 누굴까?
마치 백설 공주의 계모가 말하는 거울에게 묻는 듯한 이 질문을, 누군가 내게 물어온다면, 단언코 시미즈 레이코(淸水玲子) 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른 만화가들의 실력이 그녀 보다 못하다는 편견이 아니라 워낙 첫인상이 강렬한 그림을 보았던 까닭에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만화가이기 때문이다.
천사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이미지 만을 표현하는 그 캐릭터들은 아름다울 뿐 만 아니라 깨끗한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고 있다.우리 나라에서 이런 분위기로 캐릭터를 표현했던 만화가는 초기의 '이미라'씨가 아닌가 한다.
국내에는 최근, '아름다운 작화와 캐릭터'로 순정만화를 그리는 분들이 예전 보다는 줄어든 추세인 듯 하다.
이런 화려한 그림체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시미즈 레이코의 초기 작품이
'달의 아이(Moon Child,
月の子)이다.
'달의 아이'는 1988년에 Lala란 잡지에 첫발표되었고 1992년에 13권 분량으로 연재를 종료하였다.
최근 연재 종료한 '월광천녀(輝夜?)', 또는 최근 부정기적으로 연재 중인 '비밀(秘密)' 등과는 다르게 매우 소녀스러운 감성과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다루고 있다.
월광천녀의 잔인한 분위기나 비밀의 섬뜩한 설정과는 꽤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의 아이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이니까.
인어공주는 잘 알다시피 '물에 빠진 왕자를 구해 주고 그 왕자를 잊지 못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인간이 된 인어공주는 끝끝내
인간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고 만다' 라는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
그
동화를 만화로 표현해 놓았고 주인공이 인어이니 아름다울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싶겠지만 딱히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 세상 속에서 살며 먼 우주로 유영을 떠나는 신비로운 존재들이고 수백년 마다 한번씩 지구에 알을 낳으러 돌아오는 것 뿐이다.. 고향을 향해 헤엄쳐오는 물고기처럼 먼 우주를 헤엄치고 와서 인어들끼리 짝을 짓고 사랑을 하고, 알을 낳은 뒤 죽는다.
새롭게 태어난 '시미즈 레이코의 인어'는 그렇게, 더욱 신비스러운 존재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를 몹시 증오하는데 그 까닭은 그 인어공주 이야기 속의 '세이렌'은 인어들을 배신하고 인간 왕자에게 인어들의 존재를 밀고한 존재였고
인간들은
인어가 가진 것과 가진 힘을 두려워한 까닭에 마녀사냥을 하며 인어들의 숫자를 줄여버렸다.
사랑에 실패한 인어, 세이렌은 알을 낳고 죽지만 영원히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었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이야기 보다 훨씬 슬픈,
그런 모티브의 인어공주가 태어나버렸다.
이 이야기는 그 인어, 세이렌의 자손들 중 하나인 벤자민이 교통사고가 나서 인간, 무명댄서인 '아트'와 만나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남자인지 여자인 지 알길 없는 외모의 벤자민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쌍둥이 형제들이 누구인지도 모두 잊어버리고 아트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벤자민에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두 명의 형제가 있지만 그들 역시 성별이 결정되지 않은 미성어 인어이고 달에서 이모들에 의해서 자라던 세 형제는 지구에 산란을 위해 돌아왔다...
벤자민의 자매들인지, 혹은 형제들인지 모를 세쯔, 그리고 틸트와 벤자민은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하게 될까?
아니면 인어와 사랑을 나누고 인어로서 살아가게 될까?
그 아름다운 '달의 아이'의 그림같은 이야기들은 화려한 그림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은 만화 1순위에 들어가지만, 반대로 또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을 애니로 표현하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상실한 캐릭터가 탄생한다면 외면해버리고 싶지 않을까?
이 인어공주 이야기의 제목은 아름다운 만화, '달의 아이'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포토 앨범
일본 Google 이미지 검색
설정
트랙백
댓글
글
地球へ…, 지구를 향해, Toward the Terra
시청자를 가장 막막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가 이 '지구로'가 아닐까 한다.주인공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슬픔도 '지구를 향한다'라는 문장이 가지는 서글픔도
모두 포함해서 묘사하기 힘든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감성적이고 멋진 애니메이션이 탄생한 것일까?
지구로, 지구를 향해.. 어딘가 낯설고 서럽고 외롭게 느껴지는 문장
타케미야 케이코의 '지구로(地球へ…)' 원작 만화 역시 당시에 상당히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지구를 향해' 돌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서는 최초였다고 한다.
지구를 뜻하는 'terra' 라는 단어는 스타크래프트의 'Terran'이란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어쩌다가 인류는 지구를 향해 돌아오는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일까?
그 아득한 슬픔이 느껴지는 원작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2007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TV-시리즈 '지구로'는 1980년대의 극장판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작화와 감동적인 설정으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어디까지 자율 의지로 이어지는 것이 인간인 것일까?
사회는 어디까지 간섭하는게 맞는 걸까?
인간이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 갖춰야할 조건은 뭘까?
옳지 않거나 부정적인 것들을 간섭하는 권리를 가진 체제 따위가 있을까? 하는 문제들..
아래의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지구로 속 사회에 대한 설명이다.
인류는 특수통치체제, 슈퍼리어 도미낸스(SD체제)의 결정에 따라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오염된 지구를 떠났다.우주에서 신거처를 찾게 된 인류는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여 적용하는데
모든 아이들은 SD체제의 관리 하에 인공적으로 태어나야 하고 자연임신은 불허한다.
아이들은 평등하게 조건이 비슷비슷한 집의 양부모 아래서 자라게 되고
14살을 맞는 생일날을 자각의 날로 지정하여 성인검사를 받게 한다.
그리고 성인검사를 받은 아이들은 14년 간의 기억이 지워지고,
교육 시설에서 교육받은 다음 필요한 직업 분야별로 이동하게 된다.
SD체제 최고의 엘리트 멤버즈가 되기도 하고 우주 조종사가 되기도 하는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적성을 나누어준 마더(컴퓨터)들의 분류에 따라 배치되는 것이다.
이 체제 속에서 부적응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항상 상담을 받거나 기억 소거 등의 일을 당하게 되고 요 주의 대상이 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의지의 인간이 되든 간에 사회의 감시망은 그걸 모두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에스퍼로 태어난 신인류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뮤'이다.
만사가 순조로울 것 같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완전히 평등할 것같은 이 사회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인공임신으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인류들이 자꾸 태어나는 것이다.
그들을 '뮤'라고 부르며 SD체제는 그들의 존재를 말살하거나 사회에 숨긴다.
성인검사의 또다른 목적은 이런 신인류를 구분해 내는데 있는데
지독한 검사 결과 '뮤'인 것이 발각나거나 성인검사에 불응하는 '뮤'의 인자를 가진 아이들은 발각 즉시 사살된다.
그들을 지배하는 그랜드 마더의 명령으로.
단지 '뮤'라는 이유 만으로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야기는 또다른 뮤인 '조미 머킨스 신'이 어떻게 스스로가 '뮤'인 것을 알게 되고 받아들이는가..
그 갈등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죠미 마킨스 신, 솔져 블루, 피시스, 키스 아니안, 세키 레이 시로에, 샘 휴스턴, 스웨나 달튼, 하레이, 리오, 카리나, 토니, 죠나 마츠카 등이 꾸며가는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이 이야기를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
http://migoto.mon-blog.org/index.php/Anime
설정
트랙백
댓글
글
Californication - 한 남자의 지치고 고단(?)한 삶
영화의 시작은 아직 풋풋한(?) Hank Moody의 꿈이다. 십자가에 피가 묻고 기이한 조각상들이 놓인 수상한 교회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달라고,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달라고 졸라 보지만 자신은 깨어보면, 여자들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런 성격의 구제 불능 남자일 뿐이다.
Hank는 자신의 여자친구 카렌 Karen (Natascha McElhone)과 동거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 딸인 Becca (Madeleine Martin)를 두고 있었지만 다른 것(여자)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여자친구 카렌은 딸을 데리고 떠났고 자신 만 홀로 덩그라니 남는 신세가 되버렸다.
물론 자신의 소설을 쓰레기 애정영화로 만든 복수를 하느냐 그렇게 됐다고 주장을 하겠지만 어느 여자친구가 그런 식의 삶을 용서해 줄까?
12살 짜리 딸의 양육권을 나눠줘 가끔 딸을 만날 수 있는게 그가 가진 권리의 전부일 뿐이다.
딸 보기에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한두번이 아닌 Hank의 사생활은 어쩐지 껄끄럽다.
스스로도 이런 삶의 모습을 잘 알고 카렌에게 돌아와 달라고 사정도 해보지만 카렌이 화가 난 이유를 뻔히 잘 알기 때문에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다만 자신을 상태 안좋게 취급하는 딸에게 좀더 아빠다운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데..
불평할 것이나 불만스러운 것이 굳이 따지자면 없는 지는 몰라도 그의 상태가
불안불안하다는 것을 친구 Charlie (Evan Handler)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소설가로서의 삶을 가꾸라는 충고와 함께 여자를 소개시켜 주는
Charlie.
그러나, Hank는 소개받은
여자에게 진심을 줄 생각도, 정착을 고려할 마음도 먹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바람을 피우고자 하면 세상에 여자가 넘치고 정착하고자 한다면
카렌과 베카 말고는 그에게 답이 없다는 ... 그런 핑계 그러니 그 상태를
유지하는 수 밖에 없는 거 아닐까?
행크와 카렌, 그리고 그의 12살 짜리 딸과 16살 짜리 카렌의 의붓딸 그리고 수없이 많은 다른 여인들이 벌이는 고단하고 힘든 삶이랄까? 가정과 안정으로 방향을 잡지 못한 남자 어른의 방황과 고민을
살펴보고 싶다면 캘리포니케이션을 추천하고 싶다.
어떤 의미로 좋은 본보기와 교훈(?)을 남겨주지 않을까 한다.
물론 19+의 내용이니 알아서 등급을 조정해주시는 센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Le Chevalier D'Eon)
'기사'라는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를 위해 인생을 건 기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다.
물론 그 설정에는 실존 인물의 정보와 상상의 정보, 그리고 판타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던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 아더왕이나 동키호테같은 기사들의 이미지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애니메이션 슈발리에에서 다루고 있는 기사는 '스파이' 및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역할을 수행한 역사 속의 기사가 이 애니메이션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그의 본명은
Charles-Geneviève-Louis-Auguste-André-Timothée Éon de
Beaumont 이고
1728년 10월 5일에 태어나 1810년 5월 21일에
사망했다
흔히 기사 데몽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의 외교관, 스파이, 군인,
비밀결사였다.
그는 인생의 반은 남자로서 살았지만 나머지 반은 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 출처 : 위키피디아 Chevalier d'Eon
위키피디아에서는 실제 슈발리에 데몽에 대한 정보를 약간 싣고
있고
슈발리에 애니메이션 속 데몽을 자세히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으므로 참고하셔도 좋을
듯하다.
실제의 데몽은 약간 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 특히 말년의 비참한 삶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
이 데몽의 실제 스토리를
모티브로 가져온 것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인생의 절반은 남자로, 인생의 절반은 여자로서 살면서 여자의 복장을 입고
스파이 활동을 수행한 인물이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 소재인가?
거기다 '왕가의 시'라는 프랑스의 운명을 바꿀 판타지의 속성을 첨가한 것까지도
몹시 훌륭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청할 동안엔 그 흥미로운 소재가 특별히 매력을 띄지 못했다는
점.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에 묻혀갔다는 것과 박진감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몹시
아쉽다.
스토리 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
오히려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스토리 자체 보다는
화려한 캐릭터 작화와
고화질의
그래픽, 그리고 그 그래픽이 작화에 잘 녹아있다는 사실과 멋진 음악이다.
역사적인 인물들이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가 하는 미스터리와 리아 드 보몽이라는
주인공의 누나는 대체
왜 죽었는가 하는 미스터리가 일종의 '떡밥'인 셈이지만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잡아끌지는 못한다는 느낌.
모든 등장인물의 정체가 폭로되는 마지막회의 급진전은 어딘지 모르게 당황스럽기도
하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그 유명한 복도가
그래픽으로 재현된 장면은 다시 보아도 놀랍다
저 장면 하나를 두고 이 애니를 시청해야겠다고 결정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주인공들이 베르사이유의 복도를 걸어 루이 15세를 알현하고 비밀결사가 되는
장면들은 그래서 그런지
몹시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러했으리라는 영광의 장면을
재현한다고나 할까?
화려한 작화가 당시의 프랑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 15세 등은 몹시 잘 생겨진 외모를 가지게 됐지만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경우는 베르사이유의 화려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혁명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노라... 그렇게 말하는 역사의 해설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의 귀족과 왕족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으며 파리와 프랑스의 국민들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그 기록은 수도 없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아무래도 필연이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프랑스인에게 왕과 귀족은 악인일 수 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
루이 15세, 마리 레슈친스카, 퐁파두르 후작부인, 루이 16세,
로베스피에르, 오를레앙의 필립공,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엘리자베타 여제, 표트르 3세, 영국의 조지 3세 등 여러 인물이 실존 인물로서
등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있다면 이 애니는 피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드라마 속의 주인공으로서 활약하고 있을 뿐 역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옳다는 느낌.
설정
트랙백
댓글
글
The Tudors - 천년의 스캔들이 맞긴 한데
The Tudors를 처음 봤을 당시 Anne Boleyn의 외모를 두고 논란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자그만한 앤블린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존재하고 있어서 그리고 그 검은 눈의 앤블린 쥬네비에브 뷔졸드의 천일 동안의 슬픈 사랑이 이미 시청자들의 시선을 장악한 까닭에 푸른 눈의 앤블린은 낯설었던 건지도 모른다.
반면에 젊은 헨리 8세에 대한 반응은 좋았던 편이다.
파워풀한 헨리 8세의 이미지에 강력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걸맞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물론 10대의 앤블린을 만나던 당시의 헨리 8세가 40을 넘긴 나이였다는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역사 속 천년의 스캔들을 드라마로 옮긴 게 맞긴 한데.. 뭔가 다르다...
그런 느낌?
이런 외모 변화는 드라마 전체의 관점 문제와도 연결된다.
헨리 8세는 젊어진 만큼 자신의 행동이 거침없고 거리낄 것 없는 핑계를 가지게 됐으며 훨씬 더 큰 야망과 욕망 그리고 활동의 범위를 누리게 됐다. 정열적인 푸른 눈의 앤 블린은 야망을 가지고 스스로 헨리 8세를 선택한 까닭에 언니인 메리에게는 전혀 미안해 하거나 운명에 질질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왕비 자리에 도전한다.
변함이 없는 건 노포크 공작과 토마스 블린이 수시로 헨리에게 여자를 공급할 정도로 권력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 정도일 듯 하다. 덕분에 메리 블린은 온동네 남자와 연애를 하고 다닌 여자 정도로 취급이 되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잊혀져 버린다. 역사에 기록된 자식 같은 건 아예 연급하지도 않는 수준.
1시즌 10 에피소드를 종료한 까닭에 내년 2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 The Tudors는 2시즌 막바지에서 앤블린이 처형될 듯 하며 7에피 정도에 제인 시모어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시즌과 2시즌이 앤블린에게 할당된 만큼 나머지 여인들의 등장이 상대적으로 짧을 듯 한데. 헨리 8세의 폭발하는 권력 속에서 어떤 여인들이 사라지게 될 지..
출연진
Jonathan Rhys Meyers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 King Henry VIII (헨리 8세)
Sam Neill(샘 닐) -
Cardinal Thomas Wolsey (토마스 울지 추기경)
Jeremy Northam(제레미
노담) - Sir Thomas More (토마스 모어경)
Steven Waddington(스티븐 워싱턴)
- Buckingham (버킹엄 공작)
Henry Czerny(헨리 제니) -
Norfolk (노포크 공작)
Nick Dunning(닉 듀닝) - Boleyn (토마스
블린)
Natalie Dormer(나탈리 도메르) - Anne Boleyn (앤
블린)
Maria Doyle Kennedy(마리아 도일 케네디) - Queen Katherine(캐서린
왕비)
Henry Cavill(헨리 카빌) - Charles Brandon (찰스
브랜든)
Joe Van Moyland(조이 반 모이랜드) - Thomas Tallis (토마스
칼리스)
Gabrielle Anwar(가브리엘 앤워) - Princess Margaret (마거릿
공주)
James Frain(제임스 프레인) - Thomas Cromwell (토마스
크롬웰)
설정
트랙백
댓글
글
ROME - 역사가 드라마 속으로 걸어들어온 느낌
역사서에 기록된 인물이긴 하나 그 역사서 속의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두 명의 주인공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정말 사랑한 사이였을까?
설정
트랙백
댓글
글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 하츠 아키코
- 주인공 렌의 대사
최근에는 그런 미스터리 심령물이나 물건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매니아틱한 주제로 생각되지만, 예전에는 물건이나 동물의 혼령이 사람을 괴롭히거나 보은하는 이야기들도 간혹 나오곤 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혼령이야기는 제법 무섭다
혼령들이 원한을 가지고 사람을 괴롭히면 어지간히 담대한 사람도 기절하기 일수다.
내가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오래된 물건이 혼령이 되서 나를 괴롭힌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아닐까?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오래된 물건들이 보여주는 신비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뭔가 알듯 말듯한 신비한 분위기의 렌이라는 남자인데, 그가 소년인지 젊은 청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흡사 '펫샵 오브 호러스' 주인공 남자 D백작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주인공인 건 아닐까 싶을 지경.
골동품 가게인 '유유당'의 손자인 렌은
할아버지를 도와 가게일을 돌보는데, 그가 혼자 가게에 있을 경우엔 거의 예외 없이 물건들의 혼령이나 물건에 깃든 혼령이 빠져나와서 렌에게 하소연하곤 한다. 그리고 이 만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에 현대적 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인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정확치는 않다. 기모노와 양복이 공존하던 시대.
"렌 나의 사연을 들어줘!!"
물건들의 소원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할 수 만은 없는게 이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작고 큰 장난으로 렌을 괴롭히기도 하고 골동품 가게를 떠나가지 않겠노라 사건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맞지 않는 주인이 사간 물건은 주인들을 괴롭히다 못 해 혼쭐을 내준 다음 유유당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
대신 물건이 가고 싶어하는 주인이 있을 경우 렌과 할아버지는 값을 깎아서라도 그 물건을 그 자리에 보내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꼴을 당할 지 모르니까. (대신 물건들이 약간의 보상을 해주지만)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일권 소개
낯선 손님이 여인이 그려진 그림을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들고와 팔려고 한다. 렌은 그 여인이 동백꽃의 정령이라고 하고 팔지 않는게 좋겠다고 권해주지만 남자는 그림을 맡기고 사라진다. 그날밤 렌의 꿈에는...
제 2화 저녁을 기다리는 손님
먼곳에 물건을 보러나간 렌의 할아버지는 예전에 들렀던 손님을 만나고, 할아버지가 골동품가게를 비운 사이 렌은 맨발로 화려한 기모노를 보고 있는 수상한 손님을 만난다. 그 손님은 자신의 옛 기억과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제 3화 14번째 달밤에
유유당 옆에는 오래된 버드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오늘도 유유당엔 수상한 복장의 손님이 와서 특이한 골동품을 주문하고 간다. 남편이 선사에게 보낸 편지 족자를 찾는다는 손님, 렌은 그 족자를 찾아냈지만 족자의 낙인은 여우 발자국이었다!
제 4화 제멋대로인 명품
천류도를 사겠다는 부자 손님이 찾아와 렌을 독촉하지만 렌은 물건이 팔리길 거부한다면서 팔지 않는다. 손님은 자신은 남작 칭호를 받은 사람이라며 화를 내고 자신은 천류도와 짝을 이루는 그림인 도림도를 손에 넣었다고 하는데..
5화 꽃에 잠기다
5화는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에도시대 말기, 황월은 요시와라 최고의 기생 미쿠모의 인형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미쿠모는 7일 동안 자신을 만지지도 않고 7일 중 하루라도 오지 않으면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겠단 조건으로 자신을 모델로 보여주기를 허락한다. 두 사람은 인형을 만들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지만 주변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렌은 할아버지가 넣어둔 골동품이 상자의 봉인을 뚫고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원래 봉인된 상자를 잃어버린 탓이라고 하면서 골동품을 찾으러 가는데 한편 서자 출신에,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까지 홀대하는 상황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던 소년은 작은 강아지 한마리를 만나게 되는데..
제 7화 금색조
영국에 유학온 신노스케는 스승의 집에서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엘레노아라는 스승의 딸과 친하게 지낸다. 엘레노아는 신노스케가 가진 인롱과 금색조의 빗이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는 걸 알고 신노스케가 떠날 때 그 두 가지를 몰래 빼놓는다. 일본으로 돌아간 신노스케는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는데..
제 8화 나팔꽃 전이
나팔꽃 기르기를 좋아하던 오빠 오또야와 몹시 친하게 지내던 미오리는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오빠는 죽는다. 병상에 누워 슬픈 생각만 하는 미오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심술만 부리고 재활 훈련은 생각하지 않는데...
일본 내에서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과 더불어 미스터리한 내용의 만화로서는 1순위를 다투는 만화인데, 한국에서는 반혼사나, 파한집 정도가 이런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잔잔한 물건들의 이야기와 다르게 한국의 미스터리 만화류는 보통 원한이 관계된 경우가 많다.
소복입은 머리긴 귀신이 나오기 일수인 한국의 유령들과는 다르게 때로는 기품있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사람들 주변에서 얼씬거리는 혼령들이 가끔은 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하고 여자만큼이나 예쁘다고 설정된 주인공 렌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덕에 웃음짓기도 한다.
어떤 분은 렌이라는 주인공 탓에 이 만화가 BL 류가 아니냐고 했던 적도 있다. BL 설정을 기대하시긴 좀 난감할텐데..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최근에 11권이 발행된 상태이다. 10권으로 완간이라고 생각했던 팬들을 기쁘게 해주는 소식이었다. 세상의 물건들이 어떤 비밀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하다면 이 가을에 한번쯤 가까이 해보시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채운국이야기 - 뻔하지만 재미있는 성공이야기
그 중 하나가 '채운국이야기(彩雲國物語)'이다.
New Type에서 발간한 소설류를 주로 NT 소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채운국이야기 역시 NT 소설로 출발해서 애니메이션이 된 케이스다. 굳이 분류하자면 판타지 로맨스라고도 할 수 있지만, 판타지라는 명칭에는 논란이 많다고 한다.
길가에 쓰러진 정체를 모를 정란을 수려의 엄마 아빠가 거둬 자정란이란 이름을 주었다. 양자 겸 가신으로 활동하며 일을 해서 수려네 집 가계에 보탬이 된다. 알듯 말듯하게 수려를 챙겨주면서도 오빠처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무술실력도 상당하고 속이 깊어서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한다. 다주 지방에서의 복잡한 과거가 있는 듯 하나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홍가와 쌍벽을 이룬다는 남씨 집안의 네째 아들로 문관으로 천재 이강유와 함께 응시하여 2등으로 국시에 붙었다. 현재는 무관으로 이직하여 좌우림군의 장군으로 자류휘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직이다.
국시에 최연소로 급제한 천재라고 하지만 극심한 방향치에 사소한 일에도 흥분해서 주상을 두들겨 패기도 한다. 주상에게 창포꽃을 하사받았다. 문관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해서 현재 이부시랑의 자리에 있다.
항상 웃는데다 인자하지만 홍수려가 돈 때문에 국왕의 후궁으로 들어가는데 일조한 아버지이다. 음식을 짓거나 차를 끓이는 일 등에 몹시 서툴러 한번 시작하면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때문에 수려가 질색한다. 안 그래도 고치고 치워야할 일이 많은 집이기 때문이다.
채운국의 명문 황씨 집안 출신으로 국시에 합격하여 능력에 따라 초고속 승진 호부상서의 자리에 올랐다. 항상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 본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은 홍려심, 정유순, 소태사, 백합희 정도이다.
(이 건 가장 멀쩡한 이미지 중 하나를 고른 것. 평소의 복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추영의 동생이고 남씨 집안의 다섯째 아들로 천재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천재란 이름답게 세상사엔 도가 트고, 모든 일을 시시하게 여기고, 기인스러운 행동을 해서 국시를 치를 때도 널리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잘 불지도 못하는 피리를 불기 때문에 눈의 띄이지 않기 힘든 타입. 자신의 기인스런 행동을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수려와 영월을 자신의 마음의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