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ater - 사신전 학원물 GOGO! 파격적인 만큼 시원하고 박력있게

ANIMATION 2008. 4. 30. 22:39




Soul Eater Opening - 'Resonance' 노래 : T.M.Revolution
시원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같은 오프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

코믹하면서도 시니컬하고 싸울 때는 제법 박력있게 진행되는 이 애니는 이래뵈도 일단 학원물이라고 봐야한다. 사신전(死武專, 사신무기전문학교)의 학생들, 그 중에서도 커플들이 주인공이니까(물론 셋 중 하나는 커플이라기엔 숫자가 안 맞고, 학생도 아니지만). 학원물이라는 주장은 물론 어디까지나, 나 만의 주장이다. 나오는 주인공들이 워낙 귀여워 보이기에 이젠 학원물의 영역을 사신들까지 넓혀버린 거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렸다. 아무리 괜찮은 소재의 애니더라도 아주 조금, 적절한 연애 패턴은 끼어들게 마련이니까. 4월 애니 중에 공들인 애니들이 많던데, 가장 인기가 좋은 애니는 만화잡지에 연재되던 시절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은 'Soul Eater'가 차지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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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전을 운영하는 교장선생님, 사신과 사신의 무기 데스사이즈(빨간 머리)


'Soul Eater'와 'Soul Eater Late Show'로 구분되어 방영되는데, 심야에 방영되는 레이트쇼에는 방영분량이 약간 추가되어 있다고 한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전투장면 쪽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레이트쇼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선방영한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레이트 쇼를 기다려서 시청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걸로 봐서는). DVD에 미방영 에피소드를 넣는 경우는 있어도 방송 시에 이런 시도가 이루어진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닥 지나치게 잔인하다거나(사실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선정적인(물론 야한 그녀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쪽으로 분류하기는 힘든 애니로 보인다. 등장인물 설명이 이루어지는, 3회까지 방영되는 동안, 애니를 끌어가는 분위기가 특이해 웬만한 드라마 보다 시청하기 낫다고 본다.

사신이 주는 느낌은 무섭다. 아무리 삶과 죽음의 의미가 경견해도 죽음 만으론 절대 '악한 것'은 될 수 없을텐데 죽음을 '심판'과 '공포'로 받아들이는 게 인간이다. 'Soul Eater'의 사신은 삶과 죽음의 경건성은 물론 '악한' 컨셉도 찾아보기 힘든 타입이다.커다란 손바닥으로 데스 사이즈를 후려치고 아들래미 데스 더 키드(사신 주니어같은 의미인가보다)와 투닥거릴 땐 깜찍스럽기까지 하다. 애니메이션 초기에 표현하고 있듯 '악마의 부활'을 막고 있는 나름대로 정의의 사자이기도 하고. 이 컬틱(?) 학원물의 본 주인공은 소년소녀들이지만 이 소년소녀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은 '시니가미 사마(死神)'시다. '사신 무기 장인 전문학교' 즉 사신전을 운영하며악한 영혼, '악마의 알'을 수거하고 마녀들을 처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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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더 키드와 톰슨 자매


이야기의 경계 자체가 인간의 입장이 아닌 인간에게 혼을 거두는 장인과 무기들의 입장이고, 인간은 애니의 고려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무기'와 '장인'이 보통 한조를 이룬다. 무기를 다루는 장인이 한 세트로 악한 영혼을 처치하고 그 영혼의 숫자가 99개가 되고 마녀의 영혼까지 처치해 100개를 채우면 데스 사이즈가 된다. '데스 사이즈'라는 건 사신의 '무기'로 최강의 사신 무기를 뜻하는 말. 사신전의 소년 소녀들은 오늘도 데스 사이즈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선두에는 '현 데스 사이즈'인 스피리트 알반의 딸, '마카 알반'이 버티고 있다. 데스 사이즈인 아버지를 이길 무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끊임없는 바람기로 마카의 엄마와 별거 중인 아버지 '데스 사이즈'는 마카에게 구박받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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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마카 알반과 그녀의 무기이자 파트너, 소울 이터(낫)


애니에는 사신전에 다니는, 총 세 팀의 무기와 장인 파트너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강력하고 활동적인 팀은 마카와 소울 이터팀이다. 가장 먼저 99번째 영혼을 흡수했고 마녀와의 전투도 치르게 된다. 데스 사이즈의 딸 마카는 화끈한 성격의 귀여운 얼굴을 한 멋진 소녀 장인. 두번째 팀은 장인 블랙 스타와 무기 나카츠바사 츠바키팀이다. 츠바키는 '암기'로 변할 능력을 가진 무기로 블랙스타와 한팀으로 싸우지만, 블랙 스타는 '암살'에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 시끄러운 녀석이다. 세번째 팀은 사신전의 학생이 아닌 '데스 더 키드'. 사신의 멋진 아들로 능력은 가장 탁월하고 당연히 사신이 될 녀석인데도 자신 만의 데스 사이즈를 키우고 싶어한다. 쌍권총으로 변하는 톰슨 자매를 무기로 두고 있다.

낫이나 암살 무기, 또는 쌍권총으로 변해서도 자신들을 조절할 수 있는 무기들은 '데스 사이즈'가 되기 위해 갈고 닦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장인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열혈 소년 소녀팀인 소울이터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지만, 시끄러운 블랙스타는 츠바키와 훈련하기가 만만치 않고, 데스 더 키드는 '좌우대칭'에 집착한 나머지 제 능력을 발휘 못한다. 한마디로 코믹 사신 아래 오합지졸 사신, 데스 사이즈 후보들이다. 그들이 잡아들이는 '악마의 혼'이란 건 '알 카포네', '루팡'같은 악마가 될 수 있는 악한 마음을 가진 자의 영혼. 나름대로 그 영혼을 걷어들이는 것은 정의라고 말하는 사신! 사신도 똑같이 바람피우고 딸래미 컴플렉스가 있고 주책 피우다 한대씩 맞지만 정말 '인간'에 대한 건 초반에 크게 언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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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와 블랙스타, 그리고 마카 알반과 소울


첫번째 에피소드는 알반과 소울이터 콤비의 프롤로그이다. 마카 알반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마카가 왜 구박하고 있는지 대충 묘사되고 있고, 능력이 뛰어난 무기 소울 이터와 장인 마카가 어떻게 마녀와 용감하게 싸웠는지 보여준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눈에 띄는 거물이 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 없는 남자 블랙스타, 자칭 진짜 영웅이 어떻게 츠바키와 영웅 행세(!)를 하게 되는지가 주요 스토리이다. 암살하러 들어가 큰 소리로 떠들고 뛰어 다니는 장인을 믿는 츠바키. 그녀의 앞날이 약간 깜깜할 지경. 기척을 죽이기 위한 츠바키의 훈련이 제법 재밌지 않을까 싶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사신의 아들 데스 더 키드!


Soul Eater 엔딩 - I Wanna Be 노래 : STANCE PUNKS
예전에 자주 들었던 우리 나라의 '말달리자'가 많이 떠오르는 분위기. 시원한 노래.

한 쪽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사신의 아들, 데스 더 키드는 얼굴, 능력, 용모, 무기 뭐 하나 빠질 것 없지만 시메트리(자우대칭)에 대한 편집증이 모든 일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 사신전에도 다닐 필요 없는 사신의 후계자가 파라오의 무덤까지 쫓아가서 좌우대칭 하나 때문에 큰 위기에 처한다. 그의 무기 쌍권총 톰슨 자매는 어떻게 키드를 다스릴까? 이 세 편의 프롤로그를 통해 드러난 건 세 팀의 장인과 무기 콤비가 한가지씩 단점이 있어 그들의 모험담이 허무하게 종결될 경우가 많단 것이고, 남성 파트너들(무기와 장인이 꼭 남녀 사이여야 하는 건 아니다)이 제법 누드의 여성들에게 약하다는 사실이다(말 그대로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신의 역할을 하며 세계의 정의를 구현하는 사신의 정체(?)도 궁금하고 데스사이즈의 전투신은 알바를 비롯한 다른 장인들의 실력 보다 얼마나 뛰어날 지도 궁금하고(상당히 박력있고 샤프하지 않을까) 다른 등장인물들의 장난기 가득한 등장, 폼잡는 소년들의 한판 모험도 궁금하고. 뭔가 상당히 '펑크'하면서도 '그저 달려보자' 분위기의 애니인듯 하면서도 '삶과 죽음' 그리고 '관계'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종종 심각한 이야기를 다룰 수도 있다고 한다(원작 만화가 존재하니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출판사, 방송국, 제작사(BONES)에서 일찌기 눈독을 들여 제작에 착수한 만큼 화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본다. 시청하고 나면 꽤 끌려들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유시진 - 데온과 에온, 그리고 현실과 철학

COMICS 2008. 4. 30. 02:44


유시진님에게 메일을 드리고 리뷰를 쓰자고 생각하다 꺠달았다. 내 본래 의도는 한 작가의 만화와 그 장점을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인데 나 스스로 '유시진님의 만화'를 무겁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 어쩐지 그녀의 만화에 접근할 떈 무겁다고 생각해왔던 스스로의 편견이 드러난 셈이다. '무겁다'라고 하기엔 몹시 즐겁게 읽었고, 연재 내용을 기다려가며 구독하곤 했는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만화가 본인이 원하는 자세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작품 마다 깔려 있는 '진지한 접근방식' 덕분에 생긴 선입견이겠지만, 원래 사람은 남의 이야기 보다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법인가보다. 그러나, 이 만화가에게 강조해야할 점은 '무겁다'라는 것 보단 '진지함이 줄 수 있는  유희' 쪽이다.

수없이 많은 만화책이나 잡지를 사모은게 벌써 몇년인가. 그 잡지에 실린 만화 한편 한편 중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겠냐만은 - 개인적으로든 작가분들 자신에게든. 유시진님은 소중하게 여겼던 '연재 만화'의 만화의 작가다. 아주 어린 시절에 읽던 윙크, 이슈를 비롯한 많은 잡지들은 제외한다 해도 큰 크기의 스타일좋은 만화잡지, NINE부터 직장일로 몸이 시릴 정도로 바빴던 시절에 출판된 계간 '오후'까지, 고스란히 남은 기억들을 뒤지며 리뷰를 써볼까 궁리했다. 꽤 금방 개인 홈페이지의 이미지를 '리뷰' 목적으로는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게 된 까닭에 오히려 더 글쓰는 시간이 길어졌다. 만화를 읽을 때 느꼈던 감동이, 타마라나 이루다를 만났을 때 느꼈던 즐거움이 내 짧은 글로 표현하기엔 능력이 모자라단 사실 -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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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순정만화잡지, '댕기' 시절부터 엄청나게 많은 양의 만화들을 읽었다(리뷰나 다른 글들을 잘 살펴보면 알겠지만 난 만화 매니아가 아니고 순정만화 매니아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따지면 그 보다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은 셈이지만, 90년대 초반부터 유행한 만화잡지 속 만화들은 예전에 읽던 책들과는 뭐가 달랐다. '대본소 만화'에 익숙하던 시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가들이 대거 출현,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트리고 있었다. 아주 잠시지만 읽어야할 것들이 많아 고민하던 시절이 도래했었다. 뭐.. 그 결과들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글쎄, 책꽂을 곳이 없어 야단맞는 일이 일상이고, 창고 속에 넣어둔 책들이 상할까봐 비오면 안절부절해야한다는 정도? 그것 만은 아닐 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만화잡지 신인들은 '일본 만화'와 경쟁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최근 잡지들은 예전에 비해 유독 일본 만화 연재분이 늘어났다) 자신의 색을 만들기가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90년대에는 독특한 스타일로 개성있는 느낌을 선사한 김은희, 나예리, 지혜안, 박희정, 권교정, 권신아, 이진경, 문흥미, 한혜연, 한승희, 이빈 같은 만화가들이 갑자기 탄생해버렸다. 이때 탄생한 만화가들은 대개 연재잡지의 자리를 신인작가들에게 물려주었지만 여전히 몇분은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단행본이 출간되면 구입하는 팬의 비율이 많은 작가들이다. 그들 중 하나가 '유시진' 님이다. 그들이 활약한 시기는 묘하게 우리 나라의 시대상과 맞물리고 있다. 소설, 시, 기타 다른 창작 영역도 비슷하겠지만.. 유독 어떤 만화가들에 대해선 사적인 경험을 섞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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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에 실렸던 많은 독특한 만화들, 그 인상이 너무 강력해 지금도 창고에 쭈그리고 앉아 읽곤하는 옛날 잡지들. 신명기같은 만화는 개인적으로 아주 너비가 넓은 책으로 출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화를 차용한 짜임새가 꼼꼼한 만화, NINE엔 순정만화 분야에선 요즘 TV 드라마가 그렇듯 사랑타령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버린 작품들이 그 당시 많이 실렸다. 그때 첫회의 연재를 읽으며 만화가가 무척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매달 그 잡지를 펼치며 이야기에 빠져들곤 했지만, 만화가의 가장 큰 적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잡지의 폐간'이기도 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유난히 연재중단된 작품이 많은 만화가는 '잡지의 폐간'을 겪었다고 보면 될 것같다. 만화가 자신도, 팬들도 지치면서 잊혀저가는 작품들.

3명의 감수자들에 의한 회합이 신명기의 첫장면, 대마법의 결과로 붕괴가 오게될 것임을 경고하는 존재들. 시바와 비슈누가 그들 중 하나이고 삼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그들의 신체를 입겠다' 즉 화신이 되겠다는 말로 이야기를 꺼내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그들 중 하나는 천계의 아이에게 능력을 내리기로 하고 또다른 하나는 천계의 종족을 말살하기로 약속한다. 결과는 셋 중 하나다. 삼계의 멸망, 천계의 멸망, 또는 아수라족의 멸망. 이 심각하지만 화려한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질릴 정도로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중침제본에 양질의 종이, 큼직한 단면에 그려진 그림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고대 신화를 새롭게구성해놓은 페이지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족의 왕비와 타마라의 고민이 현실감있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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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공허'라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고딩'의 표현을 볼 수 있었던 만화, 쿨핫(Cool hot) 역시 완결되지 않은 만화, 미완의 만화이지만(유시진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뒷부분 일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가끔 그리워지지만, 이루다와 이루리, 그리고 김준휘, 선우람, 권재련, 서영전 등. 남은 그대로의 가디록 멤버 일상은 충분한 읽을거리로 가끔 되새겨보게 된다. 마음에 새겨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대사들이 아주 많았다. 생각해보면 친구와 일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어떻게 지루해질 수 있을까? 데온과 에온이 온을 이루듯, 삶과 진지함은 분리될  성격의 것이 아니고 , 한 인간에서 '쿨과 핫'을 완전히 구분해낼 수 없는 것 아닐까.

사미르와 나단, 그리고 제렌디아르. 쿨핫의 주인공들은 실제 세계의 인간들이니 애써 마음을 분리할 까닭은 없다. 어느 한 쪽의 인간인듯 겉모습을 보이며 살아갈 뿐이다. '온'의 주인공들은 아예 '에온'과 '데온'으로 분리된 체계 속에 살고 실마리를 찾기 위해 갈등하고 있다. 완전한 충만과 완전한 공허 그 두 존재의 대립은 차원이 바뀐 세계 속에서, 현실 속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질 세계의 원칙을 따르던 나단은 정신 세계의 이상을 향하던 사미르를 동경하다 못해 파괴해버리게 된다. '무'에 가까운 오랜 고통을 겪으며 '무'에 가까운 상태로 나단의 다른 세계에 나타난 사미르. '이사현'이란 이름의 사미르는 자신에 관한, '하얀 표범'에 관한 동화를 쓰고, 우연히 그 동화를 읽게된 나단 '하제경'은 눈물을 흘린다.

마음 깊은 곳에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우물, 자신의 극락에 빠져 남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마음, 그들의 대사들을 다시 새겨보며, 아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시진님의 만화'를 읽을 때 진지함과 즐거움을 애써 분리할 필요는 없었던 거라고 할까. 에온과 데온이 '온'을 이루고 있듯, '쿨과 핫'이 동시에 존재하듯, 그래서 유시진님의 만화가 점점 더 '꼼꼼한 작품'이 되어가듯 '어렵고 진지하다'는 편견 따위는 필요없이 '완전한 세계'를 받아들이게 만든다고 할까?  종종 홈페이지에 들러, 만화가의 고양이와 몇가지 설문조사를 읽고오고 싶다면, 아래 주소를 방문하길 권한다. 작가가 '초가삼간'이라고 부르는 공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usijin.net/
책표지를 제외한 이미지는 유시진 작가님의 홈페이지에서 허락을 받아 올렸습니다.
(게재된 곳 이외에 곳에 올릴 땐 따로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Fingersmith - 레이디, 도둑, 젠틀맨과 빅토리아 시대

DRAMA 2008. 4. 28. 01:50


미드 작가 파업의 영향은 대단하다. 2008년 1월과 3월 사이에 시청할 신작드라마의 씨를 말려버렸다. 덕분에 영국 드라마나 애니를 시청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리고 놓쳤으면 정말 아까울 뻔한 BBC 방송국의 드라마 한편을 시청하게 됐다. 바로 Fingersmith(좀도둑을 뜻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라는 제목의 시대물이다. Sarah Waters라는 유명 작가의 원작을 드라마로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레즈비언 시대물로 유명한 소설이다. 영국 드라마는 소재나 시대의 차별을 두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진지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액션과 볼거리를 추구하는 미드에 익숙한 사람들은 레즈비언 소재를 두고 '선정성'을 먼저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르지만 영드에서 골라내는 소재가 '이슈'가 되는 내용이라고 한들 장면 묘사까지 선정적이진 않다.  이 점이 바로 영드의 매력이면서도 사람들이 접근을 꺼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Fingersmith의 첫장면은 약간은 음울한 특이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숨겨진 많은 이야기를 암시하는 듯한 그 음악과 함께 19세기 산업혁명기를 맞은 영국을 보여준다. 오물과 진흙으로 더러워진 뒷골목 거리 그리고 그 지저분한 거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일상 중 하나는 사람들의 목을 매달아 죽이는 교수형을 구경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교수형이 가장 잘 보이는 곳, 그 집에 살며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어린 수전 트린더(Sue Trinder)가 화면에 잡힌다. 뒷골목 생활에 익숙해 보이는 그 어린 소녀 고아는 능숙하게 돈을 받고 교수형을 맨 앞자리에서 구경한다. 수전은 자신의 친어머니가 교수형당한 여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록 자신을 키워준 석스비 부인에게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런 곳에서 고아가 살아남는 방법은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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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는 곧 또다른 고아소녀가 등장한다. 정신병원에 갖힌 어머니가 죽는 바람에 그곳에서 길러진 소녀, 모드 릴리(Maud Lilly)이다. 자신을 데려가려 온 어머니의 오빠에게 그 또래 소녀들로서는 보기 드물게, 물어뜯으며 강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무력하게 릴리가로 끌려가고 만다. 그곳에서 갖힌 채로 별종 외삼촌의 비서로 자라는 모드는 수전과는 또다른 의미로 버림받은 삶을 살게 된다. 모드를 사랑해줄 사람이나 따뜻하게 대해줄 사람은 그 넓은 집안에 아무도 없다. 비서로서 글쓰기를 교육받는 모드는 외삼촌이 소중하게 모으고 보관하는 책들을 정리하고 서표를 작성한다. 귀족가의 레이디로 자라나지만, 시골의 그 귀족가를 벗어나 본 적없는 갖힌 삶을 살게 된다.

이런 모드에게 어느날 리버스라는 젊은 남자가 찾아와 관심을 보인다. 잘 생긴 외모에 정중한 매너, 그리고 조금은 무심하고 심드렁해 보이는 표정. 외삼촌의 친구들이 모인 독서회에서 책을 읽어내려가는 모드를 바라보는 리버스는 이 답답한 곳을 벗어나고 싶지 않냐며 모드에게 말을 건낸다. 자신은 벗어날 수 없을 거라며 절망적이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레이디 모드. 그녀와 수전의 나이는 20살이다. 물론 유일하게 모드에게 관심을 보였던 리버스는 모드가 결혼하면 릴리가에서 주게 되어 있는 유산, 현금 유산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모드에게 그림을 가르치게 되어 있는 리버스는 모드를 꼬드겨 결혼하고 재산을 차지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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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은 좀도둑인데다 알고 있는 글은 훔쳐온 손수건(빅토리아 시대는 손으로 레이스를 만들고 수를 놓은 수제 손수건이 비쌌다, 그래서 손수건도 비싼 재물이 된다)의 알파벳을 뜯어낼 때 배운 단어 몇개 뿐이지만,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의 아가씨로 자랐다. 거친 생활인데다 도둑질한 재물을 가공하고 팔아치워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 패거리들 간의 따뜻함을 잘 알고 있다. 반면 모드는 읽기와 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점잖은 드레스를 입은 숙녀로 항상 진주로 장식한 장갑을 끼고 있다. 자신의 책이 상할까봐 맨손으로 장서를 만지지 못하게 하는 외삼촌 탓이기도 하지만 릴리가에서 자라기 위해서 자신을 감추고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조용하고 소심하며 얌전한 성격의 모드는 그 집을 벗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새장 속의 새같다.

리버스의 음모로 인해 아 두 여자가 만나게 된다. 모드의 개인 하녀로 수전을 일하게 되면 모드의 많은 부분을 수전에게 의지하게 될테니 결혼하자고 속이고 공략하기 쉬워질 것이고 나중에 정신병원에 쳐넣을 때도 쉬울 것이란 계산 떄문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귀족가의 아가씨를 속인다는 죄책감에 애정어린 시선으로 모드를 바라보는 따뜻한 수전. 그리고 그 나이가 되도록 처음 만나본 동갑내기를 보고 서투른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는 모드. 그 두 여성이 서로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가깝게 지내는 장면이 드라마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 아닐까 싶다. 어떤 의미로 사랑받는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들은 결혼이나 남자와 같은 다른 문제들 보단 가장 가까이 있는 그녀들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수전은 그녀를 속이기 괴로워 몇번을 갈등하지만, 자신이 도둑이라는 사실과 여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리버스의 협박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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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여자의 공통점은 버림받은 천애고아란 것과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존재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처한 현실에서 탈출해야할 절박함이 있다는 점이다. 수전은 리버스가 모드를 사랑하지 않은다는 사실을 알고 'Finger'를 밟아서는 안된다는 편집증 외삼촌에게 시달리는 모드의 처지를 더욱 동정하게 된다. 괴로운 꿈 때문에 약을 먹고 잠들고 자신이 재워주지 않으면 깊이 잠들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리버스에게 반항하려고 하지만 자신은 이미 공범이고 태생 자체가 'Fingersmith' 아닌가. 수전은 나날이 리버스와 결혼에 이르는 모드를 바라보기가 괴롭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그날까지도 수전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모두 3부작으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에는 모두 4개의 음모가 펼쳐진다.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음모,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음모, 탐욕을 채우기 위한 음모, 배신감에 떨며 저지르는 음모.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과연 주인공들이 이 4종류의 '의도' 중에서 어떤 부분을 선택할 것인가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기전엔 알 수 없다. 마지막까지 끌어당기는 매력이 괜찮은 드라마 중 하나이다. 레즈비언 이야기라는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면, 마음이 허전한 두 여성의 우정 이야기로 파악해도 충분히 가벼운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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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복잡한 표정을 보여주는 배우는 모드 릴리 역의 일레인 캐시디(Elaine Cassidy)인데 항상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개인하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일상을 해결하고  런던에도 한번 가본 적 없고, 레이디답지 않게 춤도 추지 못하고 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그녀의 역할은 어쩐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글을 읽지 못하는 수전을 보고 짓는 묘한 표정과 항상 벗지 않는 장식된 장갑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어떤 처지의 레이디가 평생 처음 본 하녀에게 마음을 뺏기게 될까? 가장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 역이면서도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사라 워터스(Sarah Waters)라는 작가는 핑거스미스 이외에도 'Tipping The Velvet'같은 소설이 유명하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라는 건 중요한 부분인데, 시대적인 상황은 중간에 두 여주인공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절실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그녀들은 세상 물정에도 익숙치 않지만 남편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드라마 속 여성들, 모드와 수전을 제외한 또다른 여성들도 현실을 헤쳐나올 수 없다. 한편으론 그녀들의 어머니들은 그녀들이 그들을 괴롭히는 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그 비밀이 이 드라마의 재미이며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Finger나 교수대, 그리고 은밀한 다른 장치들이 상징하는 세심한 부분들도 흥미롭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bc.co.uk/drama/fingersmith/



New Amsterdam - 뉴욕에 사는 17세기 네덜란드 형사

DRAMA 2008. 4. 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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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는 꽤 많은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 자체가 영향력있는 인물들인 까닭에 보통은 화려함과 부유함을 누리는 윗동네 사람들 이야기들이 주로 다루어진다. 'Dirty Sexy Money(2007)', 'Cashmere Mafia(2008)', 'Lipstick Jungle(2008)' 같은 드라마들이 모두 그런 소재의 드라마다. 그러나 New Amsterdam(17세기 뉴욕의 옛 지명)의 주인공은 그 뉴욕에 살고 있는 '불멸의 존재'이다. 주인공 '존 암스테르담'은 1642년에 뉴욕으로 건너온 네덜란드 출신 30대 중반 남자이고, 21세기엔 형사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외국 출신을 주연으로 삼은 특이한 소재 드라마들이 그렇듯 8에피소드를 FOX에서 방영했고 종결했다. 가벼운 드라마이면서 1시즌 8편이라 부담없이 시청할 만한하다.

해마다 9월쯤 미국 주요방송국들은 새로운 시즌의 드라마를 시작하고 12월쯤엔 그 드라마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 다음해 초반까지 제작될(주로 22 에피소드 24 에피소드 정도) 운좋은 시리즈가 되기도 하고(주로 시트콤이나 가족드라마가 선정된다), 2-3시즌 이상 이어질 긴 시리즈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12월 안에 1시즌으로 종료될 드라마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이 시작될 9월까지 이어질 교체기(mid-season) 즉 1월 쯤에 '교체' 드라마가 방영된다. 이 교체 드라마의 운명도 시즌 오픈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엔 작가 파업이 있었던 까닭에 그 환경이 더 까다로워졌다. 뉴 암스테르담은 그 혜택을 받은 드라마이기도 하고 덕분에 미래가 불투명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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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드라마는 지난해 방영됐던 뱀파이어 소재의 드라마, 'Moonlight(2007)' 보단 불멸의 존재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 불멸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고독, 그리움같은 감정을 초반부터 전면 부각시키진 않는다. 400여년을 죽지 않도 늙지도 않는 존재로 살아온 주인공, John Amsterdam은 만사에 초연하고 자신의 직업이나 신분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그 세월 동안 존 암스테르담은 가구 제작자, 군인, 의사, 현재는 형사로 뉴욕의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뉴욕의 사진을 찍어 그 변화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의 형사 친구들은 그를 '보험금을 완납한 남자' 즉 부유한 남자로 부른다. 돈이나 인연에 그렇게 집착할 이유가 없는 그가 기억하는 과거는 그를 남들과 다른 존재로 만든다.

숨겨진 그의 사연 하나하나가 드라마 상에서 과거 회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거의 오십년 이전에 만났던 여인이 90노인이 되어 얼굴 하나 변하지 않은 그를 알아보기도 한다. 의사로 일하던 시절의 과거를 단서로 의학 문제와 살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혹은 한참전에 살았던 자신의 자식들과 아내들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400년을 뉴욕을 집삼아 살아온 그에게 어떤 소재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들 이상할 것이 없다. 이 뉴욕의 옛날 이름과 같은 그의 이름 '존 암스테르담'. 그런 그에게 아무리 세상에 변한다고 한들 그렇게 달라질 일은 없는 지도 모른다.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만든 인디언들이 예언한 '그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여자를 만나면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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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정장과 가죽 코트가 아주 잘 어울리는 외모,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방영된 드라마 주인공 중에서는 가장 잘 생긴 외모를 가진듯한 이 배우는 1970년생으로 덴마크 출신이다. Nikolaj Coster-Waldau(니콜라이 코스터-왈도)란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졌고 유럽 중에서도 주로 스웨덴, 덴마크 영화에 출연했다. 외모 만으로도 충분히 뉴욕시에 사는 네덜란드 이주민의 분위기에 어울린다. 남북전쟁, 독립전쟁을 비롯한 17세기 미국사를 겪는 역할이라 그 시대에 맞는 복장으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군인의 복장으로 인디언에게 구해지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물론 그 장면으로 인해 불멸을 얻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외모탓인지 존 암스테르담에겐 애인이 많다. 직업상 여성 형사 파트너가 고정 출연하고 있지만, 그를 새로 태어나게 할 여성인 또다른 여주인공을 찾아헤매고, 과거의 연인들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기도 한다. 알고 보면 존은 400년을 살면서 많은 부인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자식들의 죽음도 지켜봤다(그 죽음과 과거의 이야기를 수백년전 이야기라며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하지만 현대인들은 물론 아무도 믿지 않는다 - 자식이 63명이란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까). 이미 해볼만큼 아주 많은 일을 해봤고 만사에 초연할만도 한 불멸의 존재치고는 여성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만한 세월이면 로맨스 말고도 할 일은 많지 않았을까. 가장 궁금한 건 자신이 늙을 때까지 30대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를 '자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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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400년 세월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 대답은 에피소드 2 쯤에서 간단히 풀린다. 세월에 초연해야할 겉만 멀쩡한 이 노인네, 불멸의 삶이 끝나고 죽기를 갈망하는 이 주인공이 여자를 밝히는 까닭은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고 죽음이 이어지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구해준 인디언의 비법으로 운명처럼 영생을 얻게 되었듯, 죽음 역시 운명처럼 찾아온다는 이야기. 그 기다림의 400년 세월이 어떻게 인간과 다른지는 존 암스테르담을 깍듯이 대하는 60대의 바 주인 오마(Omar)와의 관계로 드러난다. 오마는 존의 비밀을 알고 있는 63명의 아들 중 하나였다. 30대 중년 남자가 60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 대접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놀랍긴 하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존 암스테르담이 불멸의 존재에서 일반적인 인간이 되는 과정을 전체의 큰 줄거리고 삼고 있고, 그의 '운명의 여인'과의 갈등을 드라마 곳곳에 섞어놓는다. 그리고 매 에피소드 마다 살인사건 수사팀인 존의 직장생활, 즉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엮어가고 있다. 수백년 동안 헛된 삶을 살지 않았던 주인공은 쌓아온 지식을 기반으로 능숙하게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본다. 마치 신인듯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듯이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모습은 '잘 생긴 외모 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불멸의 존재와 운명이라는 테마 자체가 약간은 구태의연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럽인 외모의 잘 생긴 주인공이 완벽하게 움직이는 드라마 장면들은 가장 큰 볼거리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400살 먹은 남자의 로맨스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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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あまつき) - 2008년 초반 신작 중 가장 화려한 출연진

ANIMATION 2008. 4. 25. 23:55



아마츠키 오프닝은 주인공이 이 세계로 떨어진 초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다
오프닝곡의 제목은 'Casting DIce' 칸노 유우키의 노래다

애니메이션은 동화(動話)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이야기들이다. 동화(童話, fairy tale)로 감동(感動, affect)을 주기도 하고 사람들을 동화(同化, assimilation)시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의 장점, 그 시청의 포인트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이 동화의 포인트를 무엇으로 잡느냐이다. 거침없는 스토리텔링, 시선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영상, 원작의 매력, 배경음악 등. 그 중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의 보이지 않는 연기자, 성우진이다. 실사가 아닌 그림과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성우진을 배치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2008년 4월 동시 등장한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작 중에선 '아마츠키(あまつき)'의 성우진이 가장 화려하지 않을까 한다. 주연에서 조연에 이르기까지 한번쯤 다른 작품에서 들어본 목소리들, 탁월한 최고의 성우진들이 자리를 잡았다. 과연, 이 조합이라면 한번쯤 시청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싶은 그런 사람들. 국내에서도 아마츠키에 출연한 성우의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재일교포 성우로 유명한 박로미(朴路美)님이 주연진 중 한명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 가득 풍기고 있는 일본색과 거친 화면은 약간은 시청을 꺼리게 되는 요소다(개인 취향 문제). 현실과는 다른 이 세계의 이야기이기 하지만 그 이세계의 설정은 일단 에도막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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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주인공 소년 리쿠고 토키도키은 역사과목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차세대 박물관에서 보충수업을 갖게 된다. 특수고글을 쓰고 에도시대의 환경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출석일수 부족으로 이 곳에 참여한 시노노메 콘을 만나게 된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토키는 콘에게 여러 지식을 얻게 되지만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콘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토키 역시 무시무시한 괴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이상한 작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목숨을 위협받던 토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만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어버린다.

깨어나 보니 자신의 한 쪽 시력은 사라져 버렸고, 그곳은 한번도 본적없는 시대가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놀랍게도 잠깐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한 노란 머리였던 콘이 검고 긴 머리를 한 채 앉아 있다. 사무라이 복장의 콘은, 자신이 이미 2년 전에 여기 도착했다며 토키를 환영하는데 콘과 토키는 그 세계의 요괴를 볼 수 있고 각각 한가지 능력을 무언가에게 뺐겻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준 쿠치하와 승려 샤몬이 그들을 돌봐주게 된다. 두 사람은 왜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거고 그 시대 속으로 떨어진걸까. 그리고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인물들도 범상치는 않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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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쿠고 토키도키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성격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에도 시대로 오고 난 이후엔 요괴를 볼 수 있는 한쪽은을 항상 가리게 되었다. 토키는 후에 이 세계는 단순히 에도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에도시대는 1600경부터 1868년까지의 시기로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가 끝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천도하여 막부를 연 시대이다. 에도는 현재의 도쿄이다. 공식적으로는 쇄국정책을 취했지만 신문물이 유입되기 시작하여 외국인을 가끔 볼 수 있었고, 서민들이 가장 힘을 얻었던 시기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 외래 문물의 유입으로 주인공들의 노란 머리는 그렇게까지 기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원작 만화가 존재하는 까닭에 토키가 에도시대의 '아마츠키(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이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에 소환된 까닭은 몇가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이다. 콘과 토키, 그리고 쿠치하는 아마츠키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에 해당한다. 콘의 오른팔 능력 상실, 토키의 시력 상실, 그리고 쿠치하의 비밀은 아마츠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누에'라고 불리는 기이한 괴물들과 작은 인간형의 '야코'라는 존재는 소년 토키를 공격하기도 하고 몇가지 뜻이 압축된 문장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 첫번째의 문장은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일본 고시 형태의 질문. 토키역의 성우는 후쿠야마 준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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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의 미래를 변화시킬 토키, 쿤, 쿠치하(박로미) 이 세 명의 주인공과 그들을 보호하는 요괴퇴치 전문 스님 샤몬(나카타 죠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사키 타다지로, 친구가 되어주는 헤이하치(노지마 켄지), 아마츠키의 미래의 한 축이 될 요괴 본텐(스와베 쥰이치), 그들의 미래를 예견할 긴슈(스즈무라 켄이치), 신슈와 츠루우메들. 그외 꽤 다양한 등장인물 캐릭터가 제법 매력있게 설정되어 있다. 특히 소년 목소리 전문의 박로미는 드세고 무사다운 쿠치하의 거친 일면과 소녀스러운 성격에 아주 잘 어울린다. '케로로 중사'의 기로로 하사로 유명한 나카타 죠지의 목소리도 반가울 듯. 무엇보다 반가운 성우는 엑스(X)의 모노 후마로 유명했던 스와베 쥰이치와 그 상대역이었던 시로우 카무이 목소리의 스즈무라 켄이치이다.


아마츠키 엔딩곡은 일본식 소품과 전체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나와 인상적이다.
제목은 '이름없는 길(名まえのない道)'이고 히키타 카오리의 노래

아직도 연재중인 이 원작만화가 어떻게 결말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결말 역시 예상이 불가능하지만, 간만에 설정이 분명한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결말과 관계없이 볼만한 애니가 될 것 같다. 헤이안 시대 또는 에도 시대 일본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내용, 또는 퇴마물이나 요괴의 미스터리가 제법 재미있게 다루어질 것 같다. 확실히 1편에 등장했던 요괴의 공격은 애니로서는 과격했던 까닭인지 일본 내에서도 17+의 등급이다. 원작만화의 캐릭터도 몹시 다양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미지의 등장인물들, 외모 만큼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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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눈의 쿠치하는 굉장이 긴 머리에 가슴에는 붕대를 감고있는 미스터리의 소녀이다. 시노노메 콘과 토키가 눙의 공격을 받았을 때 쿠치하가 요괴를 처치하고 그들을 구해준다. 샤몬의 신사에 함께 기거하는 이 여주인공이 목에 두르고 있는 것의 정체는 사실 머리카락이다(에도 시대 쯤에 여성의 긴 머리가 유행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 그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 재털이라던지 담뱃대같은 물건도 자주 나온다). 바람같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장면은 박력있고 멋지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한국인에게 제법 인기를 끌고있는 박로미씨이고 그녀의 팬이 이 애니를 많이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재일교포의 자손으로 어머니는 한국인으로 유명한 이 성우는 한국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방영된 애니 중에선 '우에키의 법칙'의 우에키 역으로 가장 유명하다.


이미지 출처 :
http://amatsuki.com/web/index.html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 - 두 개의 달이 비치는 나라와 물의 정령

ANIMATION 2008. 4. 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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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를 자주 시청하지만 정통 일본식 애니는 아직도 부담스럽다. 일본 문화 자체에 익숙치 않은 면도 있지만 관습 중 몇가지는 이해할 수도 없고 나는 알 수 없는 이세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동질감은 분명 이야기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현실과는 다른 나라로 설정해두었지만, 깍듯이 무릎을 꿇고 식사하는 여성의 모습이나 일본식 문화와 환경이 나타나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일본 애니는 이국의 문화도 일본식으로 바꾸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종종 중국적인 크기의 대륙 스케일이 일본 애니에서 나타날 땐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바사라(1995)'라는 만화는 갑자기 망해버린 먼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대식 문물도 존재하지만 과거의 일본식 문화도 동시에 존재하는 배경 설정을 만들고 있다. 대하사극과 같은 상황 설정이지만 필요할 땐 현대의 물건도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애니 중엔 이런 식의 설정을 활용하는 작품이 많다. '나루토'같은 애니는 이런 설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닌자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모든 차원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정통 일본식 애니로 생각했던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 역시 이런 식의 설정을 사용한다. 요괴의 설정, 풍습과 문화를 상당부분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만 황국의 크기와 규모는 '황후화'에서 보던 황궁의 모습 보다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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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리에( シュヴァリエ, 2006년)'의 제작사로 유명한 '스튜디오IG'의 2007년 작품이 '정령의 수호자(精霊の守り人)'이다. 이번에도 유려한 그래픽과 화려한 그림체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슈발리에의 화려하고 정교한 그림체가 특징적이었듯 정령의 수호자 역시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섬세하게 표현된 정확한 비율의 인물과 배경이 이 애니의 특징이다. 그리고 칼싸움을 비롯한 전투장면이 실사를 옮긴 듯 사실적이고 박진감있다. 그러나 스토리는 '슈발리에'의 스토리가 약간의 미완성된 구조를 가졌듯 자체 흡입력이 강력하지 못한 건 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나 배경, 시발점은 모두 완벽했지만 전반적인 매력은 다소 약하다.

발굴의 무술 실력을 가진 여자 단창술사가 신요고황국에 들어온다. 우연히 발견한 황자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의 목숨을 구했으나 황족의 얼굴을 보면 안된다는 나라의 룰에 따라 감사 인사 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다. 신요고국은 넓은 황국의 크기 만큼이나 황족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고 신요고국의 건국사 덕분에 그 이전에 살던 야쿠의 전승은 모두 잊혀져 가고 있다. 황족은 거의 신격화되어 황족의 얼굴을 보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도 있다. 발칸족인 단창술사, 바르사는 그날 밤 황국의 제 2황비에게 몰래 불려가 감사 인사를 받고 하나의 임무를 떠맡게 된다. 황자의 목숨이 위험하니 황자를 지켜달라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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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를 지키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 바르사는 황자를 죽이기 위해 나선 한 무리의 암살자들과 맞서게 되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지만, 암살자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고 자신은 깊은 상처를 입고 만다. 지구와는 다른 설정의 이 세계엔 두 개의 달이 뜨고, 고불고불 이어진 논둑과 푸른 벼가 자라는 풍경 속에서 암살자 네 사람은 넓은 삿갓을 쓰고 황자와 바르사를 바라본다. 모자를 날리며 바르사에게 덤비는 그 장면은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인(홍콩 무협 영화나 용문객잔 시리즈와 유사했다)듯 훌륭하게 연출된다. 창과 칼이 맞닿을 때마다 그 박력이 전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바르사와 암살자의 움직임도 꽤 현실감 있다.

사연많은 호위무사들의 사연인지라 종종 이런 식으로 멋진 전투씬이 연출된다. 따뜻하고 정감있지만 무술 능력은 전혀 달리지 않는 여자 무사 바르사는 이 전투를 훌륭히 치뤄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영리하다.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이 극을 멋지게 이끌어가고 있다. 황자가 죽임을 당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바르사가 무사로서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황자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갈등하며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정령의 수호자'는 과연 누구를 일컫는 말일까? 그리고 과연 황자의 몸 속에 깃든 존재는 사악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 신요고국의 엄격한 황궁 분위기에 그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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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리에'의 가치관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정말 악인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 조차 실제 역사 속 인물인데 불구하고 정말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처럼 그려졌다. 한가지 스토리 상의 힌트를 주자면 이번 애니 '정령의 수호자'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악인은 없다. 신요고 황국의 황제는 그 커다란 제국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의 마음가짐으로 노력하고 있고, 성도사나 천문박사 슈가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 나라의 전설은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도 있을 만큼 충분히 대단하고 거창하다. 인간은 원래 악하지 않으나 오해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뿐이다.

'정령의 수호자'는 이런 전반적인 미스터리와 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주인공 황자, 타그무와 단창술사 바르사의 인간적인 유대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신의 업보를 끊고 싶어하는 바르사와 그의 야쿠 친구, 탄다, 바르사에게 도움을 받은 의남매 토야와 사야, 주술사 토로가이의 이야기가 하나의 가족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어른이자 보호자인 바르사도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신성의 문제로 황궁을 탈출한 바리데기 왕자, 타그무 황자도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나간다. 정령의 수호자 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 까닭에 스토리는 정해져 있다(국내 출간).



개인적으로 2007년에 나온 애니 중에선 가장 수작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 설정, 음악, 화질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 감탄하고 있지만 역시  '가상의 공간'에 완벽히 적용된 일본식 풍습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는 동물들과 자연 환경까지 모두 다르지만 일본 애니에선 모두 일본 풍습을 따른다는 발상은 재미있는 일이다. 신요고 황국은 더군다나 중국 천자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일본색을 볼 수 없는 일본 애니는 몹시 드물다. 26에피소드 모두 평범하게 시청할 만하다. 엄격해 보이는 애니 속 풍경과는 정반대로 오프닝에서 사용하는 영어 가사의 음악은 L'Arc~en~Ciel(라르크엔시엘)이 부르고 있다.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감독이라고 한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 원작 만화와 박자가 달랐어!

ANIMATION 2008. 4. 1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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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한국적 감각이나 상황에 맞는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몹시 기다려왔다. 그만큼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말할 땐 조심스럽다. 무조건적인 칭찬으로 '허술한 상품 팔기 전략'에 동조해줄 수도 없고 자세한 비교, 비판으로 '어차피 한국 애니는 안된다'는 식의 비하를 퍼부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닌자, 기모노, 사무라이 복장에 젓가락 드는 방식도 틀리고, 유머 코드까지 다른 일본식 만화를 한국이름으로 개명해서 방송한다고 한들 그 낯설은 정서가 내것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본 만화를 시청해 고급화질에 익숙해진 눈으로 아직 미숙한 실력을 보여왔던 한국 애니메이션 만 시청하기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애니를 소비하는 사람에게도 답답한 문제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만화,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김민희)'를 매니악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걸 읽고 웃지 않은 사람은 본 적 없다. 2003년 7월부터 서울문화사의 만화잡지 'Sugar'에 연재되기 시작해 신인답지 않은 코믹한 재능을 엿보였던 김민희 작가의 센스는, 슈가에서 동시 연재된 히다카 반리, 스기우라 시호, 마츠모토 토모같은 일본 작가 보다 더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 서문다미같은 중견작가와 맞먹는 코믹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겉포장이 화려한 주인공들의 바보짓거리는 제법 사람들에게 오래 화자됐다. 아무리 소재가 다양하다고 한들 한국 순정만화 작가들에겐 끊을 수 없는 멋진 매력이 있다.

한국 만화계도 알고 보면 오랜 고난(?)의 역사를 갖고 있고, 애니메이션 시장은 여전히 그렇게 활성화된 편이 아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을 장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몇몇 애니메이션 제작센터들이 존재하고 '나롱이'나 '뽀로로' 같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들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선을 더 많이 잡는 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다수의 작품을 즐기고 평가하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한국만화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란 만화를 애니로 만든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심한 우려가 생겼던 건 그 동안의 개발 작품들을 지켜본 시청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반 채찍질반의 심정으로 더 엄하게 그 애니들을 평가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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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만화에 비해 강조된 캐릭터도 있고, 없어진 캐릭터도 있고, 없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주판알 튕기는 공주님, 유리엘이다. 다양한 시청자 층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엘과 반의 사랑에 큰 역점을 두었다. 덕분에 주인공의 성격 설정에도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제대로 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던 주인공 반왕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 만은 꽤 알찬(?) 캐릭터가 되버렸다. 유리엘의 아버지나 구혼자, 유리엘의 유모나 아라우네의 경우 역할히 강화되어 창조된 인물들. 26편의 긴 애니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도 몇가지 더 추가됐다.

이 애니는 기본적으로 왕자와 공주, 그리고 침략당해 멸망한 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왕자의 성장만화같기도 하고 전형적인 동화같기도 한 그 설정에 어울리게 왕자를 보필하는 어린 시녀와 나이많은 신하가 동반 등장한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약혼자였던 공주는 다른 나라에 시집가기 직전이다. 뭔가 비장하기도 하고 안타까울 것같기도 한 그 상황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반 로뎀하윈즈 차미도르 구뜨 릴리 루미안 르브바하프'라는 말도 안되는 긴 이름을 가진 르브바하프 왕국의 셋째 아들, 반 왕자. 도무지 왕위 계승과는 관련이 없던 인물이었기에 놀고 먹고 폼잡는게 인생의 전부였다. 나라가 침략을 받자 누나가 목숨을 걸고  탈출시켜준다.

그 왕자를 따라 쫓아온 신하는 만화책 표지에서 알 수 있듯 단 둘. 10대의 소녀 코나와 10세도 안되어 보이는 시안이란 인물이다. 뭔가 신비롭게도 알고 보면 시안은 70세가 넘은 고령의 정치가이고 코나는 아무도 감당할 자가 없는 놀라운 힘을 가진 소녀이다. 이 세 사람이 한 나라 산 속 오두막에 숨어 고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비장한 스토리 만으론 '코믹 포인트'가 어딘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만화나 애니를 시청하다 보면 이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는 주인공들 때문에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온다. 정신적으로 가장 멀쩡한 순으로 나열하자면 코나, 시안, 반의 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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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으로 따져도 한가지씩 특징을 갖춘 두 명의 신하에 비해 반이 나을 것은 없다. 외모도 가장 멀쩡하고 신분이나 다른 조건도 가장 멀쩡해서 나라를 부흥할 책임을 가진 왕자이건만 하는 짓은 뭔가 들떠 있는 오두막 주인의 딸, 왕실매니아 클럽의 미카와 또띠로 별로 다르지 않다. 또 나이에 따라 가장 존중받을 것같은 시안은 항상 철없는 밥투정에 불평불만, 그리고 행동 때문에 하는 말들이 그다지 존경스럽지 않다. 믿음직한 사람은 오로지 제 할일을 제대로 해내는 코나 뿐이지만 말이 많은 건 나머지 인간들이고,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 그 나머지 인간들은 왕국 재건설에 성공해서 왕국을 만든다. 이 만화의 코믹 포인트는 바로 거기에 있다. 겉만 멀쩡해 보이는 것들이 속빈 강정처럼 살고 있지만 세상은 어떻게든 돌아가더라는 것(멀쩡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특이하게 한자성어로 각 에피소드의 제목을 짓고 있는데 과연 그 에피소드 내내 '끝까지 노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라는 격언이 성공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애니로의 스토리 변경으로 '주산알 굴리는 공주'와 '폼만 잡는 왕자'로 태어난 이번 애니는 '코믹함의 박자'가 원작 만화와 다르다. 러브 스토리가 강조됐다는 점은 대중성을 고려한 까닭이겠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애니로 만들어지며 변경을 거치는 건 당연하지만 대중성은 당연히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것도 구태의연한 부분이고 원작이 가진 풍자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중성을 고려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점도 아쉽다. 유리엘은 그냥 사랑이고 뭐고 보이지 않는 겉만 화려한 속물인게 낫지 않았을까?

반왕자역을 맡은 성우 김장씨는 한국 애니메이션 더빙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 원작을 보며 캐릭터를 분석하던 예전과는(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쿠루루역이나 달빛천사의 타토역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판 더빙을 자주 했었다.) 달리 캐릭터 분석에 애를 먹었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더빙의 경우 한국식 캐릭터 분석이 있곤 해서 원작과 전혀 다른 목소리 더빙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성우 일도 연기라는 건 상식이다) 유독 애니메이션의 경우만 원작의 텃세가 제법 강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국내 애니에이션이 적게 생산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같다.

아동용 시리즈 '나롱이'같은 것을 제작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브'. 26편짜리 르브바하프가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달려라 하니'를 시청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기대해볼 만한 수준'인 건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 즐겁게 읽었던 만화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을까? '나루토'의 이미지 대부분을 한국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아쉬워지는, 한국 애니에 대한 허기. 잠깐 동안 그 허기를 달랠 수 있었음에 반가웠다는 걸로 만족해야할 모양이다.


기사 참고 :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 투니버스 공식 홈페이지
http://sori-sarang.com/23
http://www.libro.co.kr



눈의 여왕(雪の女王) - 어른과 아이를 위한 안데르센 성장동화

ANIMATION 2008. 4. 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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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키 오사무의 애니메이션은 이 독특한 그림체로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중간에 삽입되곤 하는 정지화면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인상적인 한 장면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달리는 겔다와 카이의 모습이 눈에 익었다고 생각된다면 '베르사이유의 장미', '디어브라더', '내일의 죠', '감바의 모험', '보물섬' 등에서 한번쯤 본 구도이기 때문이리라. 어떤 의미로 신파적인 순정 애니메이션과 소년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만든 감독. 소년 만화의 경우 거친 역경을 이겨내는 소년들이 그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그림동화는 구전되어오던 전설을 동화로 옮겼기 때문에 그 본래의 내용이 몹시 잔인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 중에 '소문거리'가 되는 이야기들은 잔인하고 희귀한 이야기일 확률이 높으니 '신기한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감히 어린아이들에게 읽힐 만큼 무난한 내용은 아니었을 거란 이야기다. 안데르센의 동화들 역시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배고픈 상태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얼어죽었고 '분홍신'의 주인공은 교훈을 얻었으되 다리를 잘려야 했다. 외모 때문에 천대받아야했던 '미운오리새끼'는 눈물이 날 만큼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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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의 주된 줄거리는 카이의 납치와 겔다의 고난이다. 모두 카이가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겔다는 카이가 살아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 어린 여자아이가 성숙해질 때까지 자신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생하는 내용. 카이, 칼, 니나, 요한느, 마틸다 같은 가족들이 애니메이션에 추가되었고 이외에 겔다의 여행에 음유시인 라기가 동행하게 된다. 어린 겔다를 어려움에서 구해주는 그의 역할이 애니메이션의 주된 이야기 중 하나가 된다.

체벌로 교육을 하고 아이들을 위한 것을 마련하는데 익숙치 않던 시절, 아이들에게 곱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 만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 안데르센이 동화를 만들던 시절엔 '어린이를 속이는 이야기'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동화란 것은 어떻게 정의하는 게 옳을까. 어른들과 똑같은 충격을 감당할 수 없는 어린이에게 어른 수준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은 가혹하다. 그렇다고 현실세계에서 같은 삶의 무게를 지고 살게될 아이들에게 꿈같은 이야기 만을 들려줄 수도 없다. 작가 안데르센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인지 동화 속에 슬픔과 기쁨을 골고루 섞어두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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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 중 가장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눈의 여왕'에서 겔다의 고난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키스로 얼어붙게 만들어 북극성으로 데리고 떠나간다. 얼음 궁전에 살며 겨울을 주관하는 아름다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간 이유는 '사악함' 때문은 아닌 듯 하다. 심장이 얼어붙은 카이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겔다는 북극성을 향해 어려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총 7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눈의 여왕'은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응용되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연인 카이와 겔다가 우연히 날아든 거울 조각 때문에 갈등하게 되고 눈의 여왕을 따라 카이가 사라진다는 내용은 발레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이미지의 '눈의 여왕'은 고난의 상징으로 또는 얼어붙은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겔다의 사랑을 찾기 위한 고난 이외에 '눈의 여왕은 대체 왜 카이를 데려갔을까' 그 이유가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중요한 갈등이 된다. 초반기의 많은 작품들이 악마의 장난으로 카이의 마음이 얼어붙었듯 눈의 여왕도 원래 사악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하곤 했지만 '눈'의 아름답고 순수한 속성 탓인지 최근엔 설득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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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은 단순히 사악하고 마음이 얼어붙은 북극성의 주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신비롭고 자연에 가까운 존재다. 따뜻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성격이지만 위대한 겨울을 다스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위엄을 갖추고 있다. 원작의 묘사에 의하면 내리는 눈의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얼음 마차를 타고 달리는 아름다운 여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겔다는 겨울을 다스리기 위해 세계를 달리는 눈의 여왕과 마주치게 된다. 여왕이 그렇게까지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이 애니메이션의 미스터리가 된다.

여왕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는 스즈카제 마요라는 배우 겸 성우로서 초반 에피소드에서는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니다. 타카라즈카에서 남성역을 맡은 적이 있다는 이 성우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바람의 검심'의 히무라 켄신 역도 맡은 적이 있다. 겨울을 유지하는 얼음성의 여왕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성우 이외에 눈에 띄는 사람은 나레이션과 '라기'라는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나카무라 토오루'이다. 국내에서도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다. 낮은 목소리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이의 아버지 역을 맡은 구두수선공 칼의 역할도 배우인 타카시마 마사히로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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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다정하던 카이는 어느날 성격이 차갑고 삐뚤어지게 변해버렸다. 눈의 여왕이 사는 북쪽 끝의 얼음성, 그 얼음성의 큰 거울이 깨져서 전 세계로 흩어지는 바람에 그 거울 조각이 카이의 눈과 심장에 들어가버렸다. 퍼즐을 좋아하고 물건 만들기를 좋아하는 카이는 그 삐뚤어진 성격으로 겔다와 가족들을 가슴 아프게 만든다. 신비로운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간 이유는 뭐였을까? 이미 답을 다 아는 동화 속 내용이지만 애니로 만들어지고 난 다음엔 역시 궁금해진다(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법도 하니까).


이미지출처 :
http://www3.nhk.or.jp/anime/snowqueen/



Cane - 사탕수수로 럼과 설탕을 만드는 쿠바 이민자들

DRAMA 2008. 4.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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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알렉스 베가(Alex Vega, 알레한드로)는 쿠바 출신 이민 고아로 어릴 때 모든 가족을 잃은 뒤 뒤케 가문에 입양되었고 뒤케 집안의 딸인 이사벨과 결혼하여 뒤케 사업의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럼을 제작하는 뒤케사의 주인, 그리고 알렉스의 양아버지이자 장인인 판초 뒤케는 설탕산업을 운영하는 새뮤얼즈사와 미묘한 과거를 갖고 있는데 그들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알렉스가 그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가족을 보호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 가족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 경쟁사 새뮤얼즈 간의 음모, 쿠바인들의 전통과 미국식 생활 방식의 충돌을 대표하는 인물.

미국드라마 대부분이 개인주의를 추구할 것 같지만, 그래서 웬만한 드라마에서 모든 가족이 출연하는 모습을 보기 드물 것 같지만, 아직도 공영 방송에선 가족주의를 지향하는 드라마가 제법 많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Dirty Sexy Money(2007)' 경우는 '재벌가 가족'의 모습을 묘사하는 드라마이고 "Everybody hates Chris(2005)'는 백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흑인 가족 이야기이다. 사실 방송국에서 한두편 정도는 고정 편성하는 게 이런 류의 가족 드라마다. 한국에 소개된 외화 시리즈 중엔 'Wonder Years(1988, 캐빈은 12살)', 'Silver Spoons(1982. 아빠는 멋쟁이), 'The Cosby Show(1984, 코스비 가족) 같은 것들이 그 계보를 잇는다. 따뜻하고 사연많고, 아름다운 가족들 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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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초는 쿠바의 전통을 고수하고 싶어하고 가족주의가 유난히 강하다. 아주 어린 아티 조차 쿠바 언어로 대화를 할 줄 안다. 재배 면적이 넓은, 사탕수수 밭의 추수를 기계식으로 하길 바라는 사위와 아들 앞에서 사탕수수를 손수 추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판초의 고집이 갈등하고 있다. '에탄올' 산업에 사용할 설탕 생산을 위해서 기게화를 해야한다고 고집하는 아들들, 그리고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딸과 아내, 아버지의 다툼이 네번째 에피소드의 주된 내용이 된다. 사탕수수 줄기(Cane)는 가족의 혈연을 뜻하는게 아닐까.

약간 시선이 다른 '혈연'이나 가족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대부(1972, The Godfather)' 계열이라고 불러야지 않을까 싶다. 가족주의가 넘치다 못해 고정된 형태를 지닌 특수한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이태리 출신 마피아 이야기를 다룬 'The Sopranos(1999)'라던지 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해 아메리카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그린 'Roots(1977, 뿌리)'같은 가족사는 다른 민족이나 지역에서는 감히 이해하기 힘든 그들 만의 정서를 묘사하곤 한다. 재벌가 이야기가 아무리 독특해도 뿌리의 가족사에 비하면 덤덤하고 평범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엔 의외로 이런 이민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을 법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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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초 뒤케가 '뒤케 럼'을 알렉스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하자 판초의 친아들인 프랭크(프란시스코)와 헨리(엔리케)는 알렉스(알레한드로)와 갈등하게 된다. 가장 알렉스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는 프랭크는 알렉스를 뒤집고 뒤케 럼을 차지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판초와 관련된 '모종의 비밀' 때문에 사람(루이스 끼뇨네스)까지 죽이게된 알렉스 베가의 비밀이 과연 무엇일까. 반면 클럽 운영에 관심이 많은 헨리는 럼 사업에는 관심이 없지만 아름다운 마이애미 비치에 클럽을 새로 만들 자금이 필요해 알렉스와 부딪힌다. 우애와 충성을 보여줘야할 가족이지만 사위인 알렉스와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드라마 Cane에 이런 사전 설명이 필요한 까닭은 Cane이 미국에 살고 있는 쿠바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으로 건너간 쿠바인은 124만명이 넘는다고 하고 미국 플로리다에 다수 거주하며 이민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한 유대인'의 영향력과 그 크기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에서 1966년 제정된 '쿠바인 정착법(Cuban Adjustment Act)'으로 남미 국가 사람들 중 쿠바인 만이 유일하게 미국에 오면 영주권과 정착금을 지원받는다. 이런 여러 문제들은 쿠바와 미국 내 쿠바인들, 미국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념문제나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까지 섞여 쉽게 언급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만큼 이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오래 되었다.

이 초창기 쿠바인들은 어떻게 미국에서 성공했을까? 그리고 현재는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까? 드라마에서 성공한 미국내 쿠바 가족들은 '사탕수수(Cane)'을 재배해왔다. 넓은 땅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해 설탕을 만들고 럼을 만들어 사업을 성공시켰다. 미국 내 플로리다와 쿠바 모두 유명 사탕수수 재배지가 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인 두 가족은 한쪽은 '럼 제작'으로 한쪽은 '설탕 제조'로 성공한 집안이다. 이민 시절부터 이어진 이들의 갈등과 가족사가 주된 드라마 내용이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럼 사업을 이어가기도 하고 설탕 산업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그 숨은 사연이 범죄의 냄새를 물씬 풍기기도 하고 가족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생략할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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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에 알렉스와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한 판초의 딸 이사벨(이자벨). 그녀는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있고, 임신 중이다. MIT에 입학하기로 했던 큰 아들은 대학을 그만 두고 미국인 레베카와 결혼하고 싶어하고 케이티는 종종 엑스터시에 취해 문제를 일으킨다. 이자벨은 큰 아들 제이미에게 종종 쿠바인들 만의 민족주의를 강요하며 미국인 연인이나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미국 내에서 살아가는 쿠바인들의 문제는 종종 이 드라마에서 시간을 할애하는 장면이다. 판초는 알렉스가 진정한 뒤케 집안의 일원이길 바라며 믿어주지만 다른 형제들은 가족 간의 충성심과 자신의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고 반목한다.

실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독한 술의 대명사 '바카르디(Bacardi)'는 19세기 때 만들어진 스페인계 쿠바인이 만든 주조 회사로 유명하다. 사탕수수(Candy Cane)에서 설탕을 만들고 그 찌꺼기인 당밀을 발효시켜 만드는 독한 술, 바카르디는 미국의 금주령과 맞물려 세계적인 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극중에 등장하는 '뒤케(Duque)' 가족은 바카르디의 역사처럼 쿠바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다 카스트로 혁명을 맞아 미국으로 이민왔고 남부 플로리다에서 주류 사업으로 성공했다. 같은 시기에 이민온 '새뮤엘즈 제당(Samuels Sugar)'는 설탕으로 성공했고 뒤케 집안과 어두운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밀수, 불법제조, 이민, 폭력, 권력 등 - 이민자들이 어려운 시절에 겪어야했던 모든 이야기가 현재 속에 섞여 있다. 아직도 종종 쿠바의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그들이 가업을 이어가기 위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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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즈가의 엘리스는 뒤케가의 사탕수수밭을 팔라며 프랭크에게 접근하고 연인 사이가 된다.  새뮤얼즈가는 뒤케가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저질렀고 지금은 엘리스를 동원해 음모를 꾸미고 이익을 가로채고 싶어하는 집안이다. 뒤케 집안이 쿠바 언어를 사용하며 가장을 향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반면 새뮤얼즈 집안은 기독교 집안으로 미국식 실리를 추구하는 가족이다. 가족 사업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은 똑같다. 수완좋은 엘리스는 프랭크를 만나 뒤케사 정보를 얻고 숨겨진 알렉스의 비리를 캐기 위해 뒷조사를 한다.

드라마 중간 중간에 쿠바인들의 이민, 과거의 장면들이 종종 묘사되곤 한다. 미국과 국교가 단절된 쿠바에서 다 부서져가는 뗏목을 타고 미국으로 넘어오다 생사 조차 알 수 없게된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실제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이민 후에도 언어 문제나 인종 문제 등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뒤치닥거리에 시달리는 그들의 삶이 묘사되기도 한다(막노동자나 갱단으로 일하게 되는). 주인공 두 집안은 주류 제조로 쿠바에서 이주할 떄 약간의 자본을 가질 수 있던 집단에 속하지만 고아였던 알렉스 베가와 다른 쿠바인들은 미국에 적응하며 고생한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의 영향력이 대단해 그들 문화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없을 듯 하다.

쿠바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직원들끼리 뒤케럼 제조사의 창립기념 파티를 열면서 쿠바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라마 제작자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혈연인지 국가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통인지, 미드는 유난히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들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들 만의 구심점(가장)을 인정하며 자신들의 뿌리를 이어나간다. 미국식 생활 방법으로 미국인과 혈연을 이어가더라도 사탕수수를 재배해 먹고 사는 가족임에는 변함이 없다. '가족'에 대한 모종의 환상이나 전형을 묘사하는 드라마랄 수도 있겠지만 특정 민족이나 지역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될 수도 있겠다. 일년 내내 온도가 일정한 플로리다 고유의 풍경, 넉넉한 파티와 아름다운 저택, 그곳에서 자라는 사탕수수와 멋지고 시원한 마이애미 비치 역시 드라마의 볼만한 장면이다. 혹은 종종 들리는 남미풍 음악이나 클럽 댄스 음악, Santana가 귀를 즐겁게 해줄 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bs.com/primetime/cane/


Journeyman - 구름덮힌 금문교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DRAMA 2008. 4. 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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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외화에서 본 샌프란시스코는 참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그곳엔 붉은 색 철로 만들어진 커다랗고 긴 다리가 있고 그 다리 주변을 가끔씩 구름이 덮고 있기도 하고 가끔은 바람이 불어 다리가 흔들리기도 했죠. 그 큰 다리를 건너 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드라마 속이지만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신기한 것 그것 뿐이 아니었죠. 유난히 한국어로 적힌 간판도 많았고(드라마 속에서 종종 읽을 수 있더군요) 지하철이 아닌 큰 전차들이 종소리를 울리며 도로를 달리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꽤 하늘이 맑아보였던 거 같기도 하군요.

미국은 영토가 넓은 까닭인지 각 주를 배경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가 드라마 주요 촬영지가 됩니다(Life나 The Closer같은 건 LA 드라마로 유명하고 SATC나 립스틱 정글은 뉴욕 드라마죠). 작년에 만들어진 드라마 중 Journeyman이  2008년에 오픈한 드라마 중엔 Eli Stone이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제작됐습니다. 시간여행을 테마로 만들어진 드라마, Journeyman에는 전차와 금문교의 모습이 일라이 스톤 보다 더 자주 등장하죠.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신문사에 있는 덕분에 사건 사고 소식을 아주 잘 찾아냅니다) 주인공 댄 배서(Dan Vasser)는 80년를 비롯한 90년대 초반으로 시간여행을 다닙니다. 시대 배경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까닭에 드라마가 특별히 고증에 신경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20년 전에나 지금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은 그대로입니다.


NBC 방송국의 2007년 기대작이었던 Journeyman의 오프닝.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표현되고 있습니다. 구름 속에 우뚝 솟은 골든 브릿지는 정말 길고 멋진 다리죠.

샌프란시스코의 역사도 오래됐지만 시간여행이란 소재로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도 오래됐습니다. 이미 영국엔 시간 여행의 최강자, 닥터후께서 계시고 80년대에 이미 '백투터퓨처' 시리즈로 시간이 많은 걸 바꿔놓는다는 SF 시리즈를 경험한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NBC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제작된 이 드라마 Journeyman은 시간 여행의 평범한 논리들을 크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어떤 원리로 과거에 여행을 간다던지 시간에 큰 변화가 생긴다던지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아주 손쉽게 과거의 어느 시점에 떨어졌다가 현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간여행'이라고 하기엔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적인 여행이 아닙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 과거 어느 시점으로 이동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르고 조절할 방법도 없죠. 과거 속으로 끌려가 '어떤 사건'을 목격하거나 해결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뿐입니다. 수도관을 고치다 과거로 갈 수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 중에 혼자서 사라져버릴 때도 있죠. 가끔은 잠자다 깨어 보니 과거의 어느 시점일 떄도 있습니다. 속옷 차림으로 잠자다 낯선 공원 바닥에서 '80년대 음악'을 들으며 깨어나는 기분은 어떨까요? 그렇게 부러워할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Kevin McKidd(캐빈 맥키드)가 맡은 역할 댄 배서는 그렇게 시간 여행에 이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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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배서는 왜 시간여행을 하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과거에 만났던 인물 정보를 아이폰이나 구글서치로 찾아내어 과거를 짐작할 수는 있어도(구글링은 과거 인물의 현재 상태를 알아내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그 이유를 찾아낼 시간을 가질 법도 하건만 에피소드 6화가 끝날 때까지 거의 단서가 주어지지 않죠. 다만 시간 여행 도중 과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날 댄 배서의 약혼자 리비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게 됩니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리비아는 비행기 폭파직전 어딘가로 시간여행을 가버렸습니다.

자신을 방황하게 만들었던 소중한 과거의 존재, 과거의 약혼녀란 사실이 중요할 법도 하지만 댄 배서는 또 맘놓고 그녀를 반가워할 수 만은 없는 처지입니다. 이미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고 있는 댄은 자신을 믿어주고 일으켜세워 준 현재의 아내 케이티를 절대 배신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형제, 잭의 애인이었던 케이티, 그 케이티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면 리비아에게 흔들린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시간여행으로 흔들리는 댄의 가정과 현실을 바로잡아주는 인물이 아내 케이티입니다. 과거의 연인을 염려하는 잭에게 케이티는 댄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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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과 리비아는 한때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이 행복한 시간 동안 현재의 아내 케이티와 댄의 형제인 잭 역시 연인 사이였죠. 리비아가 죽은 줄 알고 방황하던 시절, 댄을 도와준 케이티는 댄의 아내가 됐고 댄의방황하던 날을을 알고 있는 잭은 케이티의 결혼생활을 염려하는 미묘한 관계가 되고 맙니다. 리비아 역의 '문 블러디굿(Moon Bloodgood)'은 'Day Break(2006)'에서 전 남편의 직장동료와 결혼하는 미묘한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댄은 자신의 직감대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바로잡거나 고칩니다 - 그러니까 사람을 살리거나 사건을 막아냅니다. '12 몽키스'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과거로 보내진 전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직감대로 '바꿔야할 일들'을 찾아냅니다. 보통은 그렇게 크게 애쓸 것도 없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임무'가 되버리죠.  그리고 과거의 상징인 것처럼 리비아는 그의 임무 사이사이에 나타나 그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에게 시간여행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케이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댄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케이티는 두고볼 수 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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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의 백부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보레누스, Kevin McKidd는 '트레인스포팅(1996)' 등으로 배우활동을 시작해 진지한 역할을 자주 맡는 연기파 배우입니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신기한 설정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Day Break'에서 주연을 맡았던 Moon Bloodgood(문 블러디굿) 역시 드라마 쪽에서는 잘 알려진 스타입니다. 모계 쪽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기사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의 주연을 맡는다는 행운이 반복되긴 힘든 편인데 두해 연속으로 메인 타이틀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두 드라마 모두 13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드라마가 됐군요.

NBC 방송이 2007년 가을 미드 시즌 오픈 시 기대작으로 밀었던 드라마인데다 프로모션에 많은 힘을 기울였기 때문에 무난히 2시즌까지 방영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여행이란 소재가 의미없이 반복된 탓인지(시간여행 보단 개인의 고난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액션이나 미스터리의 흡입력이 약했던 까닭에 시청률이 낮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는데도 방영 중 캔슬 논란이 있었으니 알만한 문제죠. 시청해본 사람들은 특이하게 모두 추천하는 편입니다. 시간여행 원리나 비밀이 복잡한 내용이 아니라서 가볍게 볼만하거든요. 드라마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일상생활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nbc.com/Journeyman/


Miss Guided - 엉뚱하고 귀여우신 우리 상담 선생님!

DRAMA 2008. 3. 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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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rested Development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서 활약한 주디 그리어는 75년생으로 178센티미터의 장신이다. 자신의 출신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상담교사역을 맡고 있다. 고등학교 때 치아교정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던지 자신을 무시하던 동창생 리사 저메인(학교 다니는 동안 주인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왕따였다)과 함께 근무하면서 비교당하는 등의 악운이 이어지지만 근본적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 성격.

큰 방송국의 장점은 오래 이야기를 끌고갈만한 무난한 드라마들을 다수 제작한다는 거다. 오랜 기간 방영된 미국 드라마들은 대부분 ABC나 NBC 방송국같은 큰 방송국에서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또 인기를 끌만한 재밌는 소재를 잘 잡아내기도 한다. 이번 ABC 방송국 미드시즌 드라마로 방영되는 Miss Guided(2007년 제작, 2008년 3월 18일 방송 시작)는 방송 일정 조차 불투명했던 교체용 드라마였으나 코믹한 내용 전개로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신 고등학교에 상담교사로 일하게 된 주인공 베키 프리리가 벌이는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이다. 20분 정도의 짧은 코미디가 인상적이다.

미리 힌트를 주자면 이 짧은 드라마의 전개 방식이 다소 산만할 수도 있다. '표준'을 가르쳐야할 의무가 있는 공립학교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은 사실 가식적일 때가 많다. 교사의 속물 근성을 감추고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길 해줘야할 때도 있고 본심과 다른 위로와 충고를 설명해야할 때도 있다.  교사들끼리도 노골적인 자신의 본심을 직설적으로 드러낼 수 없을 때가 많다. 드라마는 이 이중적인 마음들을 따로 분리해서 보여준다. 탱크탑과 핫팬츠를 입은 리사를 바라보며 아무 말 못하는 베키의 속마음을 '선생이 저래도 돼?'라며 뉴스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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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의 연적이자 원수 덩어리, 리사 저메인이 영어 선생님으로 부임하자 베키는 긴장하게 된다.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그녀는 베키가 맘에 둔 스페인어 교사 팀을 유혹하려 든다. 리사 역을 맡은 배우 브룩 번즈는 브루스 윌리스의 '그녀'로 유명하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 애쉬튼 커쳐가 데미 무어의 '그 남자'란 사실 때문에 브룩 번즈는 또 한번 화제에 올랐었다. 애쉬튼 커쳐는 드라마 제작자로서 한 에피소드 특별출연했다.

학생들은 변하지만 학교의 속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십여년이 지나도 10대의 아이들이 벌이는 짓꿎은 장난은 그 방법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극성이다. 베키가 학교 다닐 땐 그래도 합성사진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인쇄물이 유행했지만 이젠 '린제이 로페즈'라는 가쉽 전문 웹페이지를 통해 더 편리하게 선생님들의 인기 순위를 주고 아이들의 약점을 꼬집어 내 놀린다. 사이코같은 교감 선생님(브루스 테리)은 게이란 놀림을 받고 분노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한다. 아이들을 인신공격하는 그 행위에 분노하는 것처럼 보이는 베키 - 사실은 그 선생님들의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싶어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최대한 노력해본다(이런 깜찍한 상담선생님 같으니라고!).

치아교정기를 달고 부끄러워하던 고교 시절의 추억이 그런 쪽으로만 반복되는 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듯 어떤 멋진 남자가 나타나든 간에 리사는 일단 뺏어가기 바쁘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스페인어 교사 팀 오말리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리사는 새로운 매력적인 스페인어 임시 교사 보(애쉬튼 커쳐 특별 출연)가 나타나자 보의 관심을 끌어보려 애쓴다. 계속 신경에 거슬리지만 노골적으로 싸울 수도 없고 신경쓰는 표시를 내기도 자존심 상하는 그 상황에서 베키는 속을 끓일 뿐이다. 더군다나 주인공 베키는 그렇게 음험한 캐릭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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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임시교사로 기타까지 들고 두번째 에피소드 Hot Sub에 특별출연한 애쉬튼 커쳐 - 브룩 번스와 데이트하게 된다. 팀 오말리의 스페인어 교사 자리를 노리며 학교의 모든 사람들(심지어 교감까지)을 사로잡았던 애쉬튼 커쳐는 베키의 마음도 흔들어 놓지만 결국 학교를 떠나 버린다. 리사는 이번에도 뺏기에 성공한 걸까? 애쉬튼은 왜 교사로서 더 일할 수 없었을까?! 이 두번째 에피소드는 상당히 코믹하면서도 묘하게 흡입력이 있다. 그가 계속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은 시간 방송되는 드라마이고 학교 생활을 따지고 깊숙히 파고들기 보단 상황별로 짧게 보여주며 연출하기 때문에 시트콤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면과 인터뷰하듯 떠드는 출연진들의 대사가 다른 것도 재미있는 진행 방식. 이 키크고 귀여운 상담선생님이 자신도 이겨내지 못한 여러 고민들을 학생들과 구태의연한 말들로 상담하는 장면은 역시 진부한 편이고 스페인어 실력이 모자란 팀과 티격태격 연애하는 장면은 꽤나 덜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상담 교사는 그런 용어를 쓰면 안된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특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출연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낙천성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이어주고 있다. 밝게 웃고 또 웃으면 조금은 지루한 학교도 재미있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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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대화법을 써가며 되도록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보려 애쓰는 점은 상담교사 베키의 장점이다(아이들이 인정을 하건 말건 간에). 비록 그 과정 중에 엉뚱한 일로 착각하고 황당한 소동에 휘말리지만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해결하고 간섭하려고 애쓰는 왈가닥 선생님. 자신감없이 친구들에게 휘둘리기만 했던 고교 시절과 달라지려 애쓰는 베키의 장점을 학생들과 선생들이 알아주기는 할까.

이미지 출처 :
http://abc.go.com/primetime/missguided/index



Elizabeth: The Golden Age - 여왕은 인간이기 보다 조각된 신화

MOVIE 2008. 3. 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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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로 꽤 많이 제작됐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1998년 제작된 이 영화의 전편 'Elizabeth'도 있지만 2005년 BBC에서 제작된 'The Virgin Queen'도 있고 2006년 HBO에서 방영된 'Elizabeth 1'도 있다. 여왕의 어떤 모습을 부각시키냐에 따라 같은 실존인물들이 등장함에도 이야기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연인을 부각한 내용, 권력이나 영웅으로서의 내용 등 엘리자베스는 과연 천의 얼굴을 가졌다. 연대기별로 여왕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사실적인 드라마도 있을 법 하건만 Virgin Queen이라는 소재는 상상력없이 표현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매체에서 다루고 싶어하는 주요한 질문은 늘 비슷하다. 그녀는 어떻게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잡는가, 왜 결혼하지 않았는가, 어떤 방법으로 대영제국의 번영을 가져왔는가, 어떤 사람과 가까이 지냈나, 라이벌 메리 스튜어트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등. 어떤 점을 일순위로 두는가 만 다를 뿐 항상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1998년에 제작된 Elizabeth는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엘리자베스가 진정 영국 여왕이 되기로 맘먹은 그녀의 초반기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면 2007년에 개봉된 영화 'Elizabeth: The Golden Age'는 여왕이 된 후 자신을 다스리며 여왕으로서 통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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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간택된(?) 엘리자베스의 연인은 기존 드라마에 비해 가장 신선해 보인다. 전쟁시기에 걸맞게 해적을 고른 것도 재밌다(꼭 필요했던 인물). 반드시 등장하다시피 했던 로버트 더들리 경이 1998년도 전작에서 처리됐다는 사실과 실제 이 인물이 엘리자베스 트토크모튼의 남편이었다는 점 때문에 로맨스는 많이 약화된 편이다. 여성으로서의 엘리자베스를 보이고 싶어하는 작품이 많지만 정치적인 이미지 유지에 능하고 거친 사냥이나 승마를 즐긴 이 대담한 여왕이 소심한 사랑을 했을 지 의문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눈치를 보며 결혼상대자를 골라야 했던 25살의 처녀여왕이 영국의 평화를 일구어내고 카톨릭 암살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며 스페인의 대공격을 물리쳤다는 이야긴 거의 신화에 가깝다. 여자 혼자 영국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라를 이끌어간 그 리더십과 통솔력은 세계적인 모델이 될 만하다고들 한다. 골든 에이지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살려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주던 군더더기들을 모두 생략하고 여왕이 살아있는 초상화, 영웅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엘리자베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모두 알려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1998년 영화에서 등장하던 로버트 더들리, 엘리자베스의 가장 오래된 연인으로 알려진 그 남자는 등장하지 않는다(다른 드라마에서는 영화와 같은 시기에 그가 사망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다만 그녀의 총애를 받던 시녀, 엘리자베스 트로크모튼의 남편, 월터 라일리 경이 엘리자베스를 흔들어놓을 뿐이다. 두번째 엘리자베스, 애칭으로 베스라 불린 이 시녀의 아버지 니콜라스 트로크모튼은 헨리 8세의 여섯째 부인인 캐서린 파의 사촌이었는데 캐서린 파는 엘리자베스를 딸처럼 키워준 사람이다. 캐서린 파의 두번째 남편 토마스 세이무어(제인 세이무어의 오빠, 에드워드 6세의 외삼촌, 왕위계승권을 항상 염려하고 있었다)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기 전엔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파와 제법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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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의복과 장식에 많은 욕심을 보인 건 사실이라고 한다. 수백개의 가발을 골라 숱이 적은 머리를 장식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로 여왕이미지를 유지했다. 공주로 살던 시절 시녀가 여기저기 구걸해 드레스를 마련했다는 이야긴 유명하다(1998년 전편에 나왔던 가정교사 Kat이 그녀를 돌봐줬다). 영국에 갖힌 아름다운 메리 스튜어트에게 입지 않는 낡은 드레스를 보내줬다던지 과감하게 신체가 비치는 드레스로 신하들을 곤란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에는 상황에 맞춰 꽤 많은 의상이 등장한다고 한다.

여왕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이상 예배를 비롯한 사적인 자리에 홀로 존재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시녀들을 가족처럼 가까이 두곤 했다. 국가 행사에 항상 몇인의 시녀를 동반하고 시중을 들게 했는데, 사냥, 승마를 비롯한 거친 운동으로 항시 가만히 있지 않았던 이 여왕은 춤추기를 몹시 즐겼고 시녀들이 춤을 제대로 추지 못하면 직접 교정하며 가르쳤다고 한다. 이런 부지런함 떄문에 늘 마른 체형을 유지했단 기록이 있다.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욕구는 '국가적인' 문제가 아니니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는 애인을 사랑할 수 있는 젊은 '베스'를 부러워하게 된다. 실제 베스를 부러워한 건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베스를 총애한 것 만은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탁월한 감각을 가진 여왕이지만 공식적인 애인은 없었던 엘리자베스. 그녀에 관한 여려 기록으로 누군가와 연인 사이가 아니었을까 짐작되는 사람들은 많다. 심지어 세익스피어가 그녀의 숨겨진 아들이란 소문이 있었을 정도다. 왕의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결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괘씸한 발언을 거리낌없이 뱉어내는 당시 문화로 보아 미혼의 엘리자베스는 속물적인 대중의 관심사 아래에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국민의 어머니, 마리아같은 동정녀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했지만 요즘도 가상의 연인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걸로  보아 이런 류의 관점은 변하지 않나 보다(엘리자베스에 대한 여러 비난 중 창녀, 마녀같은 것들이 제법 많았다). 위대한 정치인에게 꼭 숨겨진 사랑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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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정치 감각이 탁월했다.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몸소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갔다는 건 당시 문화를 생각하면 제법 소설같은 이야기다. 포스터의 이미지대로 여왕이자 전사인 엘리자베스가 여자처럼 망설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인물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구석이 있다. 배우 케이트의 아름다움이 여왕의 위엄을 부각시키는데 적절하게 이용되었다.

영화 내용 내내 자세한 역사적 사실이 생략됐지만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 동안 메리 스튜어트가 사형당하고(펠리페 2세의 계략으로 그녀를 죽인 것처럼 그렸지만 펠리페 2세를 자극할 생각으로 메리 스튜어트의 역모를 조작했다는 설도 만만치 않다 - 메리에게 악감정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략적 이유로 죽이지 못했었다) 펠리페 2세가 대군을 몰고 영국으로 쳐들어오고 그녀는 해적을 비롯한 막강 해군을 활용하여 무적함대를 물리친다. 약간 정신병자처럼 그려진 펠리페 2세는 이 전쟁 이전에 수없이 엘리자베스를 정치적으로 협박하고 영국이 유럽에 복종할 것을 요구했던 사람이다. 엘리자베스는 은밀히 해적을 지원했고 전설적인 영국 해군의 기틀을 마련했다. 갑옷을 입고 군인을 격려한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역사이다(물론 머리풀고 남성 갑옷을 입었을 것 같진 않지만). 드라마 보다 영화가 좋은 점은 역사적 사실을 판타지처럼 재포장할 수 있단 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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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 2세가 무적함대를 끌고 영국에 쳐들어온다. 영국의 앙숙 프랑스까지 연합해 영국을 압박하지만 결혼 회유책에도 끄덕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유럽의 패권을 잡았다. 커다란 지도 앞에서 침략 경로를 예상하며 힘겹게 고민하는 그녀의 운명은 유일무이한 여왕이 되는 것. 스페인은 이후 유럽에서 힘을 잃기 시작했고 스코틀랜드는 메리 스튜어트의 아들이 영국 왕위계승자가 됨으로서 영국에 흡수되었다.

유럽의 변두리, 영국을 대영제국으로 발전시킨 위대한 여왕, 그러나 개인적으론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외로운 여자, 엘리자베스 1세. 이 영화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그 주제이다. 그녀의 연인으로 소문난 많은 사람들이 식상했던 탓인지 새로운 실존 인물을 연인으로 부각시켰는데 덕분에 역사적 사실은 훨씬 더 많이 축소되었다. 엘리자베스의 왕위를 노린 메리 스튜어트와의 관계도 역사적인 흥미거리 중 하나인데 영화 속에서 두 여자는 전혀 만난 적이 없다. 1998년도 영화에서 앙쥬공과 스코틀랜드의 마리 드 기즈가 등장했던 것과 비슷하게 엘리자베스의 사랑에 비하면 나머지들은 조연에 불과하다(역사적으로도 조연이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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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월싱엄 경의 역할이 전편에 이어 강조되고 있는데 이 인물 이외에도 엘리자베스를 받쳐준 신하들이 제법 많다(영화상 단역으로 등장하는 시녀들을 비롯해서). 수완이 탁월했던 여왕은 국민과 다른 나라에겐 아름답고 부드러운 여왕의 이미지를 추구하고 정략적으론 반대파와 측근을 조정하고 잘 활용했으며 정책면에선 과감하고 결단력 있었다. 영화 속에서 전사로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여왕에게 '연약한 여자'의 얼굴이 필요한 건 후대 사람들의 편견은 아닐까.

영화라는 매체는 사실 전달 보다는 이미지 전달을 위해 탁월한 방법이다. 그점을 꺠닫고 보면 판타지 소설처럼 흘러가는 최근 사극 영화들의 경향을 용서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역사학자들이 엘리자베스 1세의 실제 삶을 추측해보려고 하면 할수록 진짜 그녀의 모습은 오리무중이 되버릴 지 모른다. 그녀는 이미 한참 전 사망한 고인일 뿐인데 아직도 영웅, 여자, 전사가 되어 힘겹게 노력하고 있다. 그녀가 영웅이라는 사실 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영웅을 사람들의 머리 속에 조각하고 새겨넣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가 가장 적합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있었을 지 없었을 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진정한 연인을 마음에 감추고 꿋꿋이 영국을 발전시킨 여전사, 처녀 여왕의 이미지를 각인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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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bina007.blogspot.com/2007/10/elizabeth-golden-age-absurdly.html
http://afashionablelife.wordpress.com/2007/10/15/elizabeth-the-golden-age/
http://www.screenrush.co.uk/
http://www.tudorplace.com.ar/Bios/WalterRaleigh(Sir).htm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nhn?code=65091
http://www.mtime.com/my/iiiforever/photo/524710
http://blog.sina.com.cn/s/blog_4ee44d6001000bd7.html
http://www.gabe-e.com/rushes/
http://blogs.knoxnews.com/knx/brown/archives/2007/10/10_days_out_12.shtml
http://michellemoran.blogspot.com/2007_08_19_archive.html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The Cat Returns)

ANIMATION 2008. 3. 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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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은 거의 하나도 뺴지 않고 다 보았다는 기분이 든다. 복잡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다른 애니에 비해 편안하고 잔잔하고 웃음이 피어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사이다. BONES나 GONZO같은 애니 제작사들과는 차별된 애니들이 자주 출시된다. 과거의 '미래소년 코난'도 잊을 수 없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기억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애니 속의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한다고 한들 그 감동이 달라지진 않는다. '고양이의 보은'은
하야오 감독의 애니들을 몰아보면서 '귀를 기울이면'과 더불어 꼭 관람하게 되는 애니메이션이다.

자극적이거나 강렬한 충격을 주진 않지만 상상력을 최대 발휘한 장면 하나하나가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양이들이 사람처럼 행사를 치루고 아기자기한 은혜갚기에 열중한다거나 작고 아름답게 마을을 이루고 사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재미를 준다. 따뜻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이야기, 그 스토리텔링의 방법이 두번씩 관람해도 지겹지 않은 정겨운 지브리 애니의 장점이 된다. 복잡한 그래픽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따뜻한 색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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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랑스러운 것은 그 귀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명 각각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탓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가졌을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그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이 다른 얼굴로 표현되는 걸 애니에서도 볼 수 있는데, 먼지묻은 손을 핥거나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맛있는 강아지풀을 좋아하거나 개박하(고양이 박하)에 취해 헤롱거리고 의자에서 빈둥거리는 고양이들의 성격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한껏 멋부린 고양이들이건만 수백마리 고양이가 모여노는 들판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고양이는 특별한 방법으로 은헤를 갚은 동물로 유명하다. 자신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 상대방에게도 가장 좋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작은 동물이나 쥐를 잡아도 먹지 않고 은헤를 베푼 상대에게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그 기특하면서도 당황스러운 은혜갚기 행동 때문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엉뚱하고 귀엽고 그렇지만 결국 악의는 없는 그들의 행동이 애니 속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강아지풀을 마당 가득 피워놓기도 하고 부러진 라켓을 잔뜩 집 앞에 쌓아두기도 하고 심지어 먹지도 못하는 살아있는 생선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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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왕국의 왕, 아몽왕이 악단까지 대동해 행차하는 장면에서 어딘지 일본 전설 속 '여우 행차(여우가 혼례를 치르거나 행사에 참석할 때 이어진다는 여우의 행렬)'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예전부터 여우가 돈으로 은혜를 갚으면 그 돈이 다음 날 아침 나뭇잎으로 변해 있다던지 여우에게 댓가를 지나치게 바라면 해를 끼친다는 등의 전설이 있었다.  고양이행차는 고양이의 성격과 이 여우 행차의 속성을 상당히 많이 결합시켜놓은 듯 하다. 특히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인간의 왕 행차 모습을 본떠 보디가드 고양이와 시종장들을 잔뜩 배치시킨 모습은 유쾌한 웃음이 나게 만든다. 애니 곳곳에 이런 동화와 전설들을 조그맣게 배치해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고양이는 개성이 다양한 만큼 생김새도 다양하다. 고양이왕으로 나온 아몽왕처럼 오드아이 페르시안(황제라는 별명에 어울린다)일 때도 있고, 집주변에 흔한 삼색 고양이같은 고양이들도 볼 수 있다. 스코티시 폴드가 시녀장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줄무늬 노랑둥이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분홍색이나 하늘색의 고양이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러시안 블루의 모양새를 가진 고양이가 뛰어다니기도 한다.  하얀 털이 깜찍한 고양이가 앙증맞은 말투를 써가며 귀엽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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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에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고양이 남작(바론)이다. '훈베르트 폰 짓킨겐 남작'이란 이름으로 통용되는 그 주인공은 개박하에 취하는 깡패같은 고양이 무타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내내 대활약을 한다. 실제 사람 보다 멋질 것같은 고양이의 매너와 춤솜씨, 그리고 액션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길 이어간다. 이 바론은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고양이 중 가장 매력적인 고양이가 아닐까? 홈즈와 와트슨 커플을 닮은 것 같은 이 고양이 기사들은 주인공에게 몹시 도움이 되는 멋진 파트너들이다.

'귀를 기울이면'이란 애니를 시청해본 사람들이라면 이 고양이 남작의 정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사실 두 애니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단 공통점 이외에도 원작자가 같다 - 감독 만 다른). 유난히 팬이 많았던 바론, 멋진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고양이 남작과 그의 집이 반가울 듯하다. '고양이의 보은'은 고양이 은혜갚기 대소동을 깨끗하게 정리해버리는 사연많은 고양이의 활약으로 흐뭇한 웃음을 자아낸다.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고양이들의 코미디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도 모든 환상과 아름다움을 엮어내는 주인공은 고양이들이다.



RahXephon - 제작사 본즈의 SF 세계관은 에바와 다르다

ANIMATION 2008. 3. 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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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거대한 떠다니는 섬과 함께 등장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킨 도쿄의 거대 로봇. 고교생 카미나 아야토는 우연히 도쿄가 공격받는 현장에 있게 되고 이 거대 로봇을 목격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의 지구는 모두 멸망해 도쿄 말고는 아무곳에도 갈 수 없고 어머니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볼 수 없는 카미나는 이 로봇의 존재로 인해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새로운 종족 뮤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시작하는 애니.

에반게리온과 비슷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는 말에 '라제폰(RahXephon, ラゼフォン)'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구와 인류를 구원하는 문제, 거대 로봇의 등장, 정체를 모를 배후 조직, 한 인간을 향한 진리와 메시지, 미지의 존재, 소년의 숨겨진 비밀, 정확한 결말을 내려주지 않는 엔딩, 과연 라제폰과 에반게리온 사이엔 똑같진 않아도 몇가지 유사한 코드들이 존재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뛰어난 작화와 신비로운 느낌의 음악과 몇몇 이질적인 발상은 에반게리온과 많은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유사성 논쟁은 아직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BONES와는 여전히 미스터리에 쌓인 세계와 SF 애니메이션들 탄생시키고 있다.


칸노 요코가 작곡하고 Maaya Sakamoto가 부른 라제폰의 오프닝 - Hemisphere

개인적으로 1998년부터 2002년 사이를 취향에 맞눈 애니메이션이 가장 많이 탄생한 해로 여기고 잇다. 장르가 분화되어 비슷비슷한 애니가 양산되고 기억 속의 애니메이션을 돌연변이(사파이어 왕자 리메이크 설을 보라)로 재탄생시키는 리메이크 붐 마저 일고 있는 요즘과는 다르게 그 때는 다양한 시도의 애니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연시의 기준이 되는 작품들도 그때쯤 만들어진 것이고 장르별 특징과 구분이 생겼다고 할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시리즈 물 중엔 그떄쯤 제작된 것들이 많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 애니들은 주로 이때쯤 탄생한 애니들이다.

'RahXephon(라제폰)'이란 이 애니메이션 제목은 애니의 내용을 일부 보여주고 있다. Rah라는 단어는 이집트 태양신, 최고신의 이름이며 Xephon은 世音(세상의 음)을 뜻하는 한자를 읽은 말이다. 해석하면 '최고의 신이 세상의 음을 읽는'다 쯤이 되겠다. 원래 불교쪽 용어라고 한다. 이 라제폰에 관한 여러 논란 중 하나는 마야, 잉카, 불교, 이집트, 아틀란티스 문명 등을 아우르는 복잡한 세계관 때문에 벌어진다. 꽤 여러 문명과 문화에서 명칭과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확히 밝히는 법은 없다. 언뜻 엉성해 보이겠지만 배경을 설명이 불가능한 가상 세계로 설정하는 건 애니의 특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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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소녀 미시마 레이카. 주인공 카미나 아야토는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어디에서 만났는 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항상 그리워하고 있다. 미시마 레이카의 기억이나 외모는 몇가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카미나 아야토와는 별개로 이야기의 몇가지 핵심키를 쥐고 있는 존재. 폐허가 된 도쿄시에 서서 바람에 스카프를 날리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캐릭터를 담당하는 성우는 사카모토 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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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속 신비로운 미소녀 캐릭터 키사라기 쿠온은 이 애니에서 가장 성공한 캐리터 중 하나. 다른 애니에서도 가끔 패러디되는 존재다.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듯한 엉뚱한 말투와 귀여운 외모, 바이얼린 연주와 생긋 웃는 얼굴 때문에 TERRA라는 조직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다. 키사라기 가문의 양녀로 키사라기 이츠키의 여동생이다. TERRA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소녀지만 알고 보면 주인공과 이츠키, 하루카, 미시마, 마야 들의 모든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중 TERRA의 오퍼레이터  한 명은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름이 김호탈(金湖月)이다. 한자의 음독을 차용하자면 김호월이라 읽어야하는데 라제폰의 독음 방식이 혼합되어 있듯 김호월은 '월(月)'의 훈독인 '달'을 그대로 읽고 있는 방식이다. 月의 본 뜻이 달이니 탈이란 음가가 되버린 것. 2002년에 제작된 애니치고는 고증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았지만 라제폰이란 제목 자체가 합성된 방식이 특이하니 독특한 방식이라고 할 밖에. 등장인물 개개인이 각자의 어두운 사연을 갖고 있듯 김호탈 역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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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카미나 아야토는 21세기 도툐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뮤의 거대로봇이 지구를 공격하고 자신의 곁에 있던 인류가 하나둘 죽어버리자 라제폰을 타고 뮤의 거대로봇을 물리치기로 맘먹는다. 오린과 라제폰, 그리고 이슈트리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들이 카미나 아야토의 숙제들. 과연 이 모든 것들을 조절하고 아야토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라제폰의 크기도 크기지만 TERRA에서 비행기, 전함 등이  전투를 위해 움직이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고 웅장하다.

모호하다느니 엉성하다느니 말이 많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모든 걸 보여주면서도 끝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도록 만들어진 구조에 있다. 초반에 많은 이야길 보여주지만 그 장면의 의미를 마지막이 되기전에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특히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제 1화의 웅장한 첫장면(바그너의 오페라 '마이스터징어(Der Meistersinger von Nurnberg) 제 1막 전주곡이 흘러나온다)은 1화를 완전히 시청하기 전에 이해할 수 없다(첫화의 주요 장면은 도쿄에서 생활하는 주인공 소년의 등장이다).

이런 점은 '흑의 계약자(Darker than Black)'를 비롯한 BONES 만화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고 퀄리티의 작화와 꼼꼼한 구조, 그리고 칸노 요코의 음악이 합쳐지면 신비롭고 특이한 애니가 탄생한다는 것 말이다. 칸노 요코가 작곡한 오프닝, 특히 라제폰에서 '미시마 레이카' 역을 맡았던 성우로도 활약했고 오프닝의 신비로운 주제가도 불렀던 사카모토 마야가 부르고 있다. 개인적으로 칸노 요코와 사카모토 마야의 결합은 애니메이션 분야 만의 특별함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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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시에 나타나 카미나 아야토를 납치하듯 데리고 가는 히토우 하루카. TERRA 정보부 소속으로 특수 임무 담당인 특무 대위이다. 카미나 아야토에게 무척 신경써주는 누나라기엔 개인적인 사연이 있어 보인다. 키사라기 이츠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헤어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감정적인 구석이 있다. 아야토를 위해 수상한 동경시의 비밀, TERRA의 최종 임무를 알고 싶어하지만 점점 더 알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난다.

모든 걸 떠나서 라제폰은 틀림없이 매력이 있는 애니이다. 포스트 에반게리온이란 별명이 없었으면 독특한 애니메이션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거다. 제작사 BONES가 현실과는 다른, 별세계의 독특한 이야기로 자신들을 특징짓는 경향이 있음에도 라제폰이 낮은 평가를 받는 건 아쉬운 일이다. 에반게리온에 비해 상대적인 단점으로 지적할 만한 것은 아름다운 그림체와 이야기에 집중해 약간은 진행 상의 박력이나 긴장감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세부 인물의 감정묘사가 뛰어나고 감각적이며 흡입력이 강한 이야기 진행을 펼치고 있다.


출처 :
http://www.mediafactory.co.jp/anime/rahxephon/
http://www.diary.ru/~ishitori?order=frombegin
http://www.oomu.org/rahxephon-images.html
http://www.kenoki.com/nko/maya.html
http://www.advfilms.com/ReviewDetails.asp?ID=625

Mad Men - Madison가 사람들의 광고에 미친 인생

DRAMA 2008. 3. 21. 02:58


Mad Men은 뉴욕 Madison가의 광고회사 중역들을 의미하던 말로 가까운 1960년대 풍경을 묘사했기 때문에 담배피는 장면, 거침없는 욕설이나 음담패설, 성적인 장면 등이 드라마에서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19+의 드라마이므로 시청시 주의를 요한다. 원래 영화를 전문으로 방영하던 케이블 채널 AMC의 몇 안되는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이다. The Sopranos의 작가로 유명한 제작자, Matthew Weiner가 기본 시나리오를 썼고 방송 제작 전부터 꼼꼼한 시대 고증과 제작비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드라마다. 드라마는 광고계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권력 싸움, 승진의 문제를 주된 테마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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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미국인의 삶이 어땠을까? 당시 한국인들이야 한국전쟁을 치르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을 떄라 생존에 바빴지만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경제 부흥의 재미를 맛본(주인공 Don Draper가 한국전쟁 참전자라는 사실은 여러 의미로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상품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게 만든다. 점점 대중들에게 파고 들던 언론매체와 TV와 라디오같은 것들로 인해 광고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어설프게나마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기 위한 심리학이나 광고의 원리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소비자의 건강에 좋건 좋지 않건 더 많이 팔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괜찮다.

Madison가 최고의 광고제작자 Don Draper는 광고의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60년도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사에서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기사를 싣고 국가에서도 위해한 담배 광고를 중단하란 압력을 넣는 가운데 어떻게 소비자들에 Lucky Strike 담배를 팔아치울 것인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 상업논리와 함께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 사무실, 거실, 병원, 회의 석상, 침실, 술집, 식당 등 어느 곳에든 흡연자를 볼 수 있다. 담배가 건강을 해친단 논리 자체를 웃기는 말이라고 치부하며 담배를 놓길 거부하는 사람들의 풍경.

첫번째 에피소드, Smoke Gets In Your Eyes는 드라마 진행 내내 담배를 물고 있는 출연진들 때문에 시야가 흐리단 말도 되지만 아주 오래된 유명한 재즈곡이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동안엔 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리고 이별하고 난 후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의 가사는 어쩐지 이율배반으로 가득한 광고회사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한 풍경들을 광고에서 묘사하고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살며 모든 걸 팔아치우기 위해 전념하는 사람들. 60년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그 사람들의 풍경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쩐지 삐걱거린다.


Mad Men 오프닝 - 사용된 그래픽이 특이하다 테마곡은 'A Beautiful Mine'

60년 초기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지 시청자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드라마는 곳곳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삽입한다. 그리고 그 다른점들이 옛추억의 향수인지 옛시대의 오점인지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판단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모래시계 체형을 가진 아름다운 여사원 Joan Holloway는 회사에서 여직원에게 요구하는 건 일을 잘하는 것 보다는 애인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기 때문에 외모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고 공공연한 성희롱을 회사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신참내기 사원, 돈 드레이퍼의 비서, 페기 올슨은 조안에게 '당신을 모든 남자들이 식후 디저트처럼 여기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그렇고 그런 헤푼 여자라는 생각이 팽배해서 그런지 의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몸파는 여자가 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대고 보는 사람 만 없으면 가벼운 신체접촉이나 성관계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남자직원들이 여직원들에게 사주는 공짜 식사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직원을 걱정하는 페기에게 조안은 반대로 이야기한다. 너처럼 그런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직원은 금방 이 회사를 그만 두게 된다고. 이 사회라는 곳에서 오래 살아남아 승진하는 방법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조안은 그 점을 몸소 보여준다는 점에서 페기와 가치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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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fly의 샤프란, Life의 올리비아 등으로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조연을 맡았던 Christina Hendricks가 모래시계 몸매를 가진 불타는 금발머리 여직원으로 출연한다. 아름다운 얼굴 못지않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요염한 조안 역을 소화하고 있다. 60년대를 상징하는, 약간은 현실적인 그녀의 가치관은 자기 실력으로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은 페기의 반발을 사게 된다. 페기는 과연 남직원들의 디저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60년대 문화를 상기할 수 있는 여러 코드 이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광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환상을 심어주는 돈 그레이퍼의 광고처럼 행복한 삶이다. 주인공 패거리가 대부분 그렇듯 적당히 성공한 뉴욕의 삶을 사는 그들은 예쁜 아내와 넓은 집, 그리고 적당한 수의 자녀와 안정된 문화생활을 즐긴다. 아내는 예쁜 옷을 입고 집안을 장식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먹을 걸 만들어주고 남편의 회사생활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적당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이혼녀가 끔찍하다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소한 대사는 당시의 문화상을 반영해준다.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역이라 이혼녀가 이사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

그러나, 돈 그레이퍼의 이 그림같은, 광고의 기준이 되는 삶은 약간 어긋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행복해야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돈 그레이퍼의 아내는 손가락 마디마디의 느낌이 없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까지 일으키자 정신과 진단을 권고받는다. 당시의 편견에 따라  정신과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여겼던 돈은 정신과에 가보라고 자신있게 권하지도 못하고 고민한다. 과연 아내는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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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실제 삶이 그림같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돈 그레이퍼'의 비밀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길 잘 하지 않는 돈은 아내에게도 묻지 말 것을 요구하고 실제로도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부, 행복, 기쁨, 따뜻함, 사랑과 같은 가치를 광고해 파는 것에 익숙한 돈은 아내를 제외한 여러 여성들과 가깝게 지낸다.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을 가졌기에 남들과 다른 여성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여성에게 무례한 Pete를 몹시 꾸짖기도 한다) 그 역시 가정의 대소사를 잘 알아내거나 아내, Betty의 말을 친절하게 들어주는 섬세한 남자도 아니고 여러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는 인생이다. 숨긴 것 많은 돈을 바라보는 아내의 막연한 불안은 이유가 있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광고 제작자, 돈 드레이퍼는 이외에도 시대상에 알맞은 편견을 자주 보여준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여러 주제가 당시에는 생소하다 못해 헛소리로 들렸다는 것이 재미있다. 인종차별, 여성 차별의 시각을 가진 돈과 광고사 경영진은 '쿠폰' 써서 주부 고객을 움직이고 백화점의 부진을 만회해보라고 권하지만 백화점 사장의 딸인 레이첼 맥캔은 샤넬과 같은 고급화 전략을 제안한다. 요즘은 그 자체로 성공하는 백화점이 많지만 돈은 그 말을 듣자 마자 바보같은 주장이라며 화를 낸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살아가는 듯한 그의 관념 자체도 그렇게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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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정점은 한국전쟁 참전자인 돈 드레이퍼의 미스터리, 그리고 개성이 다양한 광고 제작자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권력싸움을 지켜보는데 있다. 지상 최대의 쇼, 광고 -  그 세기의 거짓말로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들은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그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여직원은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았을까. 그 시대상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처음 보는 여직원의 다리를 놀리거나 식사를 사주며 함부로 대하는 남직원들의 모습도 어떤 양상으로 변할 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캐릭터와, 배경, 짜임새가 꽤 괜찮은 드라마가 탄생한 듯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madmen/





귀를 기울이면(耳をすませば) - 사랑과 환상의 매개체는 고양이

ANIMATION 2008. 3. 20. 16:28


1995년에 발표된 이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를 이를 지브리 스튜디오의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던,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의 유작이다. 1998년 타계한 그를 이어 모리타 히로유키(森田宏幸)가 제작한 '고양이의 보은'은 '귀를 기울이면'과 일종의 연계점이 있다.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주목받던 두 사람을 이어주는 같은 원작자의 애니라니 뭔가 대단해 보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치관이다. 히이라기 아오이(柊あおい)의 원작을 애니로 만든 두 사람의 감독. 그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고양이 남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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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오 감독의 애니는 그냥 이야기에 불과한 불과한 어떤 소재를 손쉽게 판타지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같은 소재의 이야기라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유쾌하고 밝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감독이다. 평범한 10대 소녀의 감성과 일상도 그의 시선이 닿으면 즐겁고 발랄한 이야기로 변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선택하는 고유의 그림체(최근 시리즈 이전의 작품에서 사용한 귀여운 그림체)가 애니의 성격과 결합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 무난한 접근 방법 탓인지 안티들도 많은 감독이지만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애니 일순위엔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제법 많다.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 이후 미야자키 하아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약간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애니 중간에 잔인한 장면을 포함시키지 않고 아름다운 이야길 묘사하곤 하던 감독은 약간의 방향 전환을 거친다. 이 경향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도 이어져 감독의 애니 중에 최초로 미소년이 등장했단 것 조차 화제가 되었다. 어떤 면으로는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스토리 창작에도 발전이 오지 않았나 라고 생각했는데(메시지는 여전히 자연이나 사랑, 환상에 관한 것) 의외의 평이다.

10대 소년 소녀들의 사랑과 기다림 그리고 기억을 수놓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전화, 핸드폰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의 도서관이 화면을 장식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 바코드 하나를 찍으면 쉽게 책을 빌릴 수 있지만 당시엔 일일이 손수 독서카드와 대출카드를 작성하는 것이 도서관 문화였다. 그 대출카드에 적힌 이름을 보고 주인공 시즈크는 같은 책을 읽는 미지의 누군가를 궁금해 하게 된다. 책을 읽기 좋아하는 시즈크가 독서카드를 들고 같은 이름이 쓰인 주인공을 연상하는 장면은 88년도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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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공부하는 엄마와 도서관에서 일하는 아버지, 바쁜 부모와 함께 살며 손수 여러가지를 처리하는 중학생 스즈크의 일상 생활, 동급생을 사랑해서 그 앞에서 떨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친구 유우코, 컨트리 로드의 영어 가사를 일본어로 번안해 친구들과 같이 부르기도 하고,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복도를 뛰어다니는 귀여운 그녀의 일상. 순간순간 부딪히는 그녀의 첫사랑. 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운영인듯 아마사와 세이지와 천천히 인연을 맺는다.

현실적인 배경들이 조금씩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공간은 도서관 주변 특이한 가게이다. 우연히 들리게 된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의 가게엔 정교한 나무 조각품들이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 손으로 만들어진 시계, 인형, 장식품들을 바라보며 그 장식품을 만든 사연을 귀기울여 듣고 환상을 꿈꾸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항상 많은 책을 읽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시즈크에게 유일하게 환상에 빠지는 장면이면서(고양이를 포함해서) 사랑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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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 종종 일본 웹사이트에 올라온다. '耳をすませば'이란 검색어로 일본에서 검색하면 해당 동네의 사진들과 나무, 신사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물론 남자주인공이 살던 그 가게는 없다. 웨스트 동경(주제곡 Contury Road 가사 중, West Virginia가 기억날 것이다)이라고 불릴만한 도쿄의 서쪽인지는 모르겠는데 도쿄 교외 多摩市 (타마시)라는 곳이란다. 실제 사진을 애니로 옮겼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현실은 역시 환상처럼 느껴진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탓에 종종 들리는 일본 특유의 풀벌레 소리와 매미 소리들은 햇빛이 반짝이는 일본의 인상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꿈을 꾼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현실화한다는 것.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그 현실을 표현하는 것. 그 차이는 이 애니메이션이 그리고 있는 고운 이야기 만큼이나 약간의 괴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장래희망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 꿈을 꾼다는 것과 그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흔할까. 자신을 시험해보며 앞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10대들의 이야기도 의미있다. 해가 밝고 사람들이 출근하고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일상생활처럼 현실 속에서 빛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만큼 스스로를 갈고 닦고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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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엔딩곡이 흘러나오는 마지막 장면까지 꼭 지켜봤으면 좋겠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니까) 이 애니에도 꽤 여러 평가가 붙어있는데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의 로맨스(비록 10대일지라도) 애니메이션이란다. 비록 다른 애니메이션처럼 복잡한 사랑을 그리고 있진 않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한 순간, 그 장면 역시 잊을 수 없는 사랑임에 틀림없다. 이 고운 애니메이션을 선물해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명복을 빈다.


출처 :
http://tadahiro.jp/sb/log/eid473.html



언히치드(Unhitched) - 덤앤더머의 계보를 잇는 네명의 이혼남녀

DRAMA 2008. 3. 19. 09:47



예전에 유행했던 MBC 방송국의 시트콤 '세 친구'는 한 집에 사는 세 명의 친구들,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꽤 인기를 끌었다. 3월부터 FOX채널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Unhitched'는 이 세 친구와 같은 구도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다만 한가지 점에서 다르다. 세 친구들은 모두 이혼 경력이 있는 남자들이고 이혼한 여자친구 한명도 덤으로 무리지어 다닌다. 20분 분량의 이 드라마는 한번 시청하면 언제 끝났지 싶은 코믹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Unhitched는 직역하면 '이혼한 사람들' 정도로 해석이 될 듯하다. 결혼을 '발목잡히는 것' 내지는 '족쇄를 채우는 것' 정도의 뉘앙스로 표현한 단어가 hitch라 알고 있는데 그 hitch가 해제 됐으니 '족쇄 풀린 사람들' 쯤이 될까? 이혼한 네 친구들은 단하나의 배우자가 될 이성들을 찾아헤맨다. 그 좌충우돌 스토리가 초반엔 심하게 엽기적이다. 일단 19+의 등급으로 첫 에피소드가 시작한다는 걸 경고해야할 것 같다(전반적으로 모든 내용이 19+ 이지만 첫 장면은 선정적이라기 보단 엽기적이라 미성년자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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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네 친구들이 모여서 여러 이야길 나누고 있다. 변호사 Kate는 Jack Gator에게 이혼 서류를 빨리 제출하라고 독촉하고 있고 Freddy는 뭔가 중요한 직업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맥주제조회사의 사장인 Tommy는 세번의 이혼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친구들에게 별도움안되는 충고를 하는 중. 잭이 덮고 있는 하얀 시트의 정체에 주목하라.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잭은 비컨 스트리트 파이낸셜의 사장으로 최근 다른 회사와 합병했다. 수완좋고 카리스마있고 리더십강한 성격인데도 최근 이혼한 남자. 이혼 서류를 늦게 제출하는 둥 어쩐지 부인에게 미련이 있는 듯 보였지만, 그녀에게 완전히 실망하여 이혼을 결심한다. 맥주제조회사의 사장인 토미는 수없이 이혼했고 여자에게 정통한 것처럼 보이지만 남의 연애에 조언을 잘 해도 자신의 짝을 찾는덴 서툴다. 외과의사인 프레디는 6년전 떠난 애인을 잊지 못한다. 그들의 이혼서류를 잘 정리해주는 변호사 케이트는 남자 보는 눈이 없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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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에게 클럽에서 술한잔 사주며 접근한 남자. 꽤 멋진 외모와 매너를 보여주는 이 남자와 케이트는 친해지는 것 같았지만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이 남자의 직업이 대체 무엇이길래 케이트는 깊게 사귀지 않기로 했을까? 자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생소한 직업이란 것만 알려줄 수 있다.

이 시트콤을 제작한 사람들은 Bobby Farrelly, Peter Farrelly로 알려져 있다. 흔히 Farrelly Brothers라고 불리는 이 두 사람은 시트콤이나 코미디 쪽의 유명인사라고 한다. 'FOX 채널'의 홈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듯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y,1998)'와  '덤앤더머(Dumb & Dumber, 1994)'의 제작자이다. 바보 주인공을 탄생시키는데는 이만한 전문가들이 없을 것 같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네 명의 남녀가 30대 중반에 다시 싱글이 되고 이혼의 뼈아픈 교훈을 몸소 느끼면서 다시 결혼하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지만, 어쩐지 영 미덥지 않은 '바보 주인공'이 될 예정인게다. 가장 멀쩡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만난지 오분도 안되서 눈맞은 남자에게 실망할 수 있는 케이트(아니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도저히 감당히 안되는 남자가 등장해버린다)를 보면 얼마나 더 황당한 상황이 등장할 수 있을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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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사고뭉치(?)라고 할 수 있는 외과의사 프레디는 엉뚱함이 다소 지나친 캐릭터다. 덤앤더머의 주인공이 살아돌아온 듯한 인물. 클럽을 잘 출입할 수 있으려면 기도와 친하게 지내라는 충고를 듣고 정말 기도 알론조와 친하게 지낸다. 가장 실없는 캐릭터이면서 또 가장 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게할 캐릭터일 듯 하다. 덕분에 나머지 친구들은 이 친구의 뒷감당을 해야한다.

덤앤더머나 언히치드를 비롯한 코미디류의 가장 큰 논란은 아마 '저질' 시비가 아닐까 싶다. 그냥 웃어넘기기엔 조금 과한 장면들이 종종 연출된다거나 비하로 이어질 수 있는 소재도 가끔 등장한다. 특정 직업이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특이한 직업인 줄은 알겠지만 대놓고 웃음의 소재로 삼기엔 부당한 면도 있다. '바보들'이라고 웃어 넘기기엔 과한 묘사도 가끔 있다. 덤앤더머나 다른 코미디를 불편해 한다면 권하기 힘든 시트콤이다.

주인공 잭을 비롯한, 프레디, 토미, 케이트 등은 30대 중반으로 여러 드라마나 코미디에서 제법 많이 활약한 사람들이고 한번쯤 본 얼굴들이다. 능청스럽게 여러 남녀와 자신들의 사랑을 시험해보는 이들의 이야기는 '과장되어'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즐기기엔 무리없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깜짝 놀라게 하는 데이트 상대가 등장해서 웃음보를 터트리는 방식이 꽤 '웃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에도 2008년 내에 방영 예정이라는 점으로 보아
Farrelly Brothers의 명성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이미지출처 :
http://www.fox.com/unhitched/

Jane Eyre - 샬롯 브론테의 시선으로 19세기를 바라보다

DRAMA 2008. 3. 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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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문학이라는 별칭을 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세세한 카테고리 하나까지도 적합한 이름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게 최근 추세라 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인 까닭으로 인간이 발명한 수많은 것들 중 '페미니즘'이란 영역으로 제한되고 분류되는 건 분명 억울한 일이다. 인간은 폐미니즘이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명 문학작품, '제인에어(Jane Eyre)'를 해석할 수 있는 시선이 단 하나의 단어 뿐이라는 건 공평치 않다. 난 커튼 뒤에 숨어 사촌들의 눈을 피해 책을 읽는 제인을 묘사하는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세상에는 많은 관점과 시선이 존재한다. 각자에 처지에 알맞게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과 사건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인종차별주의자의 눈에 한국인이 아름답게 보일 리 없는 것처럼 모든 걸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여성의 시선이 독특한 것으로, 즐길 만한 것으로 느껴질 리는 없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 농부, 작가, 광부, 운전사, 세일즈맨, 개발자, 교사, 스튜어디스 등. 그들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그들의 시선이 소중하듯 여성의 시선 역시 그 '시선'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아름다움은 제한하지 않고 그대로 읽어야 한다.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ë)의 명작 '제인 에어'는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자주 만들어졌다. 열번 이상 제작된 이 고전 속 제인은 자신의 인생, 고난, 그리고 사랑을 헤쳐나가는 다부진 주인공이다. 고아로 태어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기숙사에서 살다 가정교사가 되는 제인의 삶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아도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뻔히 아는 이야기인 사극을 수없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내듯 결말을 훤히 아는 제인에어를 드라마로 재탄생시키는 이유가 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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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제인은 그렇게 미인도 아니고 특별히 눈에 띄는 배경이나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솔직함과 고집스러움, 분명한 가치관과 성실한 성격을 갖춘 여성이고 자신의 인생을 꿋꿋이 개척할 수 있는 축복받은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스스로의 관점에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나를 구분짓게 만드는 특징이고 매력이다. 이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제인이 가진 매력을 발견하고 웃음짓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의 인생이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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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제인을 한눈에 알아본 로체스터 역시 만만치 않은 이력을 가진 남자다. 어쩔 수 없이 치른 정략결혼은 꽤 오랫동안 그의 발목을 묶고 있고, 그의 숨겨진 비밀은 겉으로 드러난 재산이나 아름다움 보다 더 훌륭한 가치를 지난 제인을 알아보았어도 떳떳하게 청혼할 수 없는 처지로 만들어 버린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그의 작은 소원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헛된 희망일 뿐이고 로체스터는 그저 책임을 다할 뿐이다. 그런 로체스터의 따뜻함과 재미난 성격을 제대로 알아봐준 것은 제인 에어가 가진 특별한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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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제작된 제인 에어와는 달리 BBC에서 제작한 제인에어는 화면이 많이 어둡다. 소설이 쓰여진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하듯 두껍고 무겁게 제인을 감싸는 단순한 라인의 드레스라던지 질퍽한 땅이나 탁한 물이 흐르고 있는 황페한 평야, 그리고 언덕들과 우울한 날씨가 제법 소설과 비슷하게 묘사되고 있다. 입학한 사람은 모두 죽어버릴 것같은 여학생 기숙사라던지 황야에 세워진 목사관같은 것들은 브론테 자매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소재라고 한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이 그렇듯 샬롯 브론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샬롯 브론테는 1816년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나 1855년 사망했다. 잘 알려진대로 에밀리 브론테와 자매 지간이고 목사관에서  태어나 여생을 보냈다. 재주가 많고 아름다웠던 샬롯에게, 인생은 제인이 살았던 로우드 자선학교와 비슷했고 또 에밀리가 묘사한 '폭풍의 언덕' 속 황야와 비슷했다. 그 음침하고 쌀쌀한 풍경 속에서 제인에어의 희망을 생각해 냈음은 샬롯의 '승리'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스스로의 우울함을 제인을 통해 이겨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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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사는데는 여러 시선이 있다. 문화가 발전하던 19세기엔 특별히 더 많은 시선이 발전했을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제인 에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몹시 소중하게 느껴진다. 거친 황야에서 태어나 자선학교를 빙자한 아동학대 기숙사를 다니고 가정교사일을 하면서 자신을 건사하던 한 여성의 삶이란 건 흔하지 않은 풍경이니 말이다. 드라마를 통해 엿보는 그 시대 속의 한 인물들.

제인은 자신의 개성과 존재 자체를 구박하던 리드부인의 집을 이겨냈고, 인간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로우드 학교에서도 살아남았다. 마지막으로 손필드 저택에선 로체스터가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낸 존재가 되었다. 샬롯이나 에밀리에게 한곳에 머물 것을 요구했던 당시 여성에 대한 가치관, 어떤 호의나 호사스런 행복은 없던, 희망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꽤 도전적이면서 긍정적인 묘사가 아닐 수 없다. BBC의 드라마 제인에어는 이런 어두웠지만 긍정적이면서 밝은 느낌을 꽤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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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제인 에어 역은 Ruth Wilson라는 배우가, 거친 얼굴에 숨겨진 따뜻한 정열을 묘사하는 로체스터 백작은 Toby Stephens이라는 배우가 맡고 있다. TV 드라마답게 그렇게까지 화려한 볼거리나 시각적인 재미를 권할 수 없지만, 다소 우울한 19세기 영국 지방의 풍경을 실제인 듯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모든 건물을 태워버릴 만한 불이 난다는 걸 믿을 수 없었는데 어두운 만큼 커다란 양초를 썼던 19세기 영국 시대상을 TV로 지켜보고 나면 어떻게 그리 큰 불이 날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간다.


이미지 출처 :
http://tvandfilmguy.blogspot.com/2007_01_01_archive.html
http://www.bbc.co.uk/drama/janeeyre/
http://www.bbc.co.uk/bbcfour/cinema/features/wide-sargasso.shtml




엠마: 영국사랑이야기(英國戀物語エマ) - 19세기식 영국 사랑 이야기

ANIMATION 2008. 3. 17. 06:36



이 애니메이션은 '엠마(エマ)'라는 제목을 가진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모리 카오루 원작). 19세기초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국식 사랑이야기라는 테마이다. DVD의 생뚱맞은 제목 '빅토리아풍 로맨스 엠마'는 동시대의 영국 분위기를 설명하는 말이다. 산업혁명을 맞아 런던에는 공장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정통 귀족들은 몰락하거나 새롭게 입성한 부자들로 대체되고 유럽은 바야흐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오래된 전통이 살아있는 런던과 가난한 서민들과 귀족들의 갈라짐이 분명한 그 도시에서 하녀일을 하고 있는, 특별한 주인공 엠마. 19세기 영국붐을 일으킨 그녀의 애니메이션.



새벽부터 현관을 쓸어낸 다음 꼼꼼히 현관 옆 손잡이를 닦아내고, 석탄을 넣어 불을 피우고, 일일이 유리를 닦아 광을 내고, 거실의 먼지를 쓸어내는 부지런한 메이드 엠마. 세제도 효율적인 도구도 발달하지 않은 그 시절에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은 경험에 의한 지식 뿐일 것이다. 레이스 두건 아래 여러겹의 속치마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때묻은 커다란 앞치마를 걸친 메이드 엠마는 유난히 차문화가 발달한 영국의 홍차를 주인과 손님에게 대접할 방법도 익히고 있어야 한다.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강도의 노동이다.

과거 윌리엄 죤즈의 가정교사였던 케리 부인은 엠마를 딸처럼 아끼면서 메이드로서 받기 힘든 대접을 해준다. 어릴 적 납치됐던 엠마가 일자리를 구하는 걸 알고 데려와 일을 하게 해주고 엠마가 눈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꽤나 비싼 물건에 속했던 안경을 사주는가 하면(안경쓴 사람 자체도 흔치 않았지만 안경낀 메이드 자체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글을 가르쳐주고 여러 예의 범절도 익히게 해준다. 엠마 역시 케리 부인을 믿고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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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가 일하는 케리부인의 집. 아기자기한 사진들과 과거의 추억이 새겨진 집이다. 카펫과 계단 같은 곳을 거의 매일 쓸고 닦아야하는 메이드의 일터이다. 어린 시절 엠마를 데리고 와서 메이드로 키운 케리부인은 엠마에게 일반 메이드 보단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

런던은 꽤나 독특한 도시라 현재에도 과거의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주택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9세기 런던은 빅뱅이나 런던탑, 로열패밀리들의 궁전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공장을 세워 부를 일구어냈다. 시장과 거리를 가득 메꾼 서민들의 분주한 느낌은 사회, 경제적인 변화를 한참 진행 중인 영국을 보여준다. 신분이 뒤바끼기도 하고 주된 돈벌이가 변화하기도 한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리고 힘없는 여자아이들은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하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 길거리에서 꽃을 팔아야할 떄도 있다.

아주 적은 월급일지라도 고정적으로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기 때문에 노동력이 싼 값에 공급되던 시절이기도 하다. 신흥 졸부들은 세계의 식민지들과 런던의 서민인 그들을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또 그들이 아무리 돈많은 사람들일지라도 단단한 영국 귀족의 뿌리 속에 쉽게 흡수되지는 않는다. 귀족이 되기 위해 밤새 파티를 벌이고 연줄을 맺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시절. 비록 메이드일지라도 뚜렷한 직업을 가진 전문가 '엠마'가 이 19세기 초 영국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 변화가 '사랑'의 변화가 될지 아니면 '신분'의 변화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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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의 캐릭터가 제법 특이한데 메이드로서 제법 능숙한 능력을 자랑하는 엠마는 갈색머리에 큰 눈을 가진 지적인 미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다만 시력이 좋지 않아 먼 곳을 볼 수 없고, 몹시 침착한데다 쉽게 웃지 않는다. 상류계층 윌리엄과의 격차를 깨닫고 거리를 둬야한다고 생각할 만큼 사려깊은 성격이기도 하다.

보통 '메이드'를 주제로 한 애니라면 미소녀 애니메이션류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이유없이 어린 여자아이가 메이드 복장을 하는 이유는 설정에 의한 코스프레겠지만, 정통 메이드인 엠마와 비교할 수 있는 코드는 전혀 아니다. 이 만화가 화제가 되었던 이유 중 몇가지는 19세기초 영국의 풍경과 상황을 제법 꼼꼼하고 정확하게 재현해 내었음은 물론이고 하녀들 말고는 알기 힘든 몇가지 지식들도 에피소드 속에 잘 녹아들게 만들었다는 거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요즘 만들어지는 작품들처럼 파격적인 사랑방식을 취하거나 하지도 않고 그림에 녹아들 듯 천천히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런던거리엔 귀족들이 사용하는 작은 마차도 돌아다니지만 여러 사람이 탈 수 있는 짐마차들도 바삐 돌아다니고 빅뱅 아래로 흐르는 템즈강엔 증기선이 사람을 태우고 들락거리고 있다. 양품점엔 신기한 동양의 물건들이 쉴새없이 만들어지고, 한참 발달하기 시작한 수공업 물건들도 판매점을 채운다. 엠마가 비싼 물건이라 정말 가지고 싶었다고 말하는 손수건은 요즘 같은 기계자수 물건이라기 보단 손수 만든 레이스 자수였을 가능이 크다. 집에서도 항상 단정한 복장이던 엠마는 짙은색 모자와 코트를 걸치고 얌전하게 걸어 장을 본다. 영화가 연상되는 빅토리아 시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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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등장부터 엠마에게 호감을 느낀 윌리엄. 자연스럽게 윌리엄을 대하는 메이드 엠마에 비해 윌리엄은 어쩔 줄 모른다. 케리 부인 집주변을 들락거리며 자연스럽게 엠마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엠마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윌리엄은 신분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사랑은 '애정' 하나 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주 등장인물은 엠마의 연인이자 상류 사회 문화에 지루함을 느끼는 윌리엄 죤즈, 엠마, 그리고 깐깐한 성격의 전형적인 영국 여성, 케리 부인 정도지만 이 두 사람의 험난한 사랑을 장식할(?) 주변 인물들은 제법 많다. 윌리엄의 복잡한 부모들과 형제들이나 정략결혼 상대자가 되는 귀족 엘레노아. 주인을 수족처럼 보좌하기도 하는 죤즈 집안의 하인들, 윌리엄의 독특한 친구, 하킴 와타하리(인도의 왕족이란 설정인데 20세기 초 영국과는 달리 제법 대접을 받는다) 등이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과연 코끼리를 타고 런던을 배회할 수 있었을 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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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를 보고 싶어 자신의 옛 가정교사인 케리 부인의 집 앞에서 바라보는 윌리엄, 오래된 영국식 저택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이 유난히 많다. 19세기에 지어진 이런 분위기의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고 한다. 종종 볼 수 있는 이런 풍경들이 이 애니의 장점 중 하나이다.

윌리엄과 엠마가 속한 세계가 다른 만큼,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오래전 방식 그대로 두 사람은 조금씩 조심스러운 사랑을 이어가고 있고(당시로서는 파격이었을까나) 주인공 엠마는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성격이다(눈이 나빠서 앞의 물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던 엠마가 마음을 돌리고,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했다고 해서 이야기가 급진전되는 것은 아니란 말.

1기 엔딩으로 사용된 'Menuet for EMMA'라는 곡은 유명 작곡가 양방언의 음악이다. 옛날 느낌을 풍기는 소품들이나 거리 장식 만큼이나 음악도 아름답게 애니를 받쳐주고 있다. 잔잔한 엠마의 미뉴엣이라니 애니 속 템즈강과 거리 만큼이나 상상하기 아름다운 풍경이다.  오프닝곡 'Silhouette of a Breeze' 역시 양방언이 작곡한 특별한 음악. 배경, 인물, 음악, 작화, 구성 모든 것이 풍경화같은 느낌을 주는 잔잔한 애니메이션이다.


타로 이야기(山田太郎ものがたり) - 지지리 빈궁한 귀공자의 인생

COMICS 2008. 3. 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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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 주인공 '야마다 타로'와 그 가족들, 그리고 '미무라 타쿠야'가 주요 주인공인 셈이지만 아무래도 여주인공이 필요한 드라마에서는 '이케가미 타카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이 많다. 작년에 제작된 드라마에서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관계에 변화가 온 모양이다. 왕자님처럼 잘 생긴 주인공 타로와 타쿠야라는 설정.

일본 방송국에서 최근 인기리(2007년 9월 방송 종료)에 끝낸 드라마 야마다 타로이야기(山田太郎ものがたり)는 주연 배우가 속한 그룹, 아라시의 인기와 주제가로 유명세를 치뤘다고 들었다. 낯익은 편은 아니라도, 그 잘 생긴 배우들의 인기도 놀랍지만, 출간된지 10년이 넘은 동명 원작 만화의 인기가 아직까지 지속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일본은 드라마의 천국이기 이전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천국이고 '타로' 이외에도 드라마의 주연이 될만한 인물들은 수도 없이 많을텐데. 이 만화 특유의 코믹함은 쉽게 버리기 어려웠나 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장남 야마다 타로, 타로란 이름은 강아지 이름으로 쓸 정도로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 이름을 가진 타로란 잘생긴 고등학생이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하고 치이면서 겪어나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잘생기고 예쁜 고등학생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독특하고 별난 타로의 가치관이 사건과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타로의 일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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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속 이미지를 최대한 절묘하게 표현해낸 TBS 드라마 '야마다 타로 이야기' 속 세트. 타로는 저 집에서 어린 동생들과 철부지 엄마, 아빠를 건사하며 살아나가고 있다. 거의 학대 수준의 일상이지만 굶어죽지 않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알아야하는 타로와 타로의 동생들. 만화책 속에서는 제법 평면적인 집이었는데 표현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원래 이 집은 경제관념 개념 전혀 없는, 타로 엄마가 결혼할 때 전재산을 털어 산 집이다.

이 만화를 맨 처음 읽었을 때 동전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절박하게 아쉬워하며 전전긍긍하는 타로가 배꼽을 잡을 정도로 웃겼었다. 손수 바느질해서 만든 교복을 친구들은 맞춰입은 비싼 교복으로 착각하고 선물로 받는 도시락이나 먹을 것을 꼼꼼히 챙겨 동생들을 먹여 살리고, 아르바이트 삼아 하는 바느질 수선을 절약정신으로 오해하는 등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1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웃긴다.

몰락한 왕자님처럼, 백마를 타야할 잘 생기고 멋진 왕자님은 고물 자전거를 타고 10원짜리 하나에도 절절 맨다. 그리고 돈걱정을 하느냐 사랑 따윈 생각할 시간도 없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이 타로와의 사랑과 친밀감을 꿈꾸는 동안 타로는 그 여자아이가 건내준 도시락이나 선물이 더 고마울 뿐이다. 핫케이크를 1센티 두께로 구워먹을 수 있고 동생들의 급식비를 넉넉히 낼 수만 있다만 더 이상 바랄게 없는 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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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가 먹여 살리는 여섯명의 동생들과 철없는 엄마. 예쁘고 잘생긴 핏줄을 이어받아 모두들 인물 하나는 타고났지만 입는 옷이나 먹을 것, 그 어느 것도 풍족한 것이 없다. 그래도 타로의 허리가 휘어져라 모두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급식비나 기타 생활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무개념 엄마지만 아빠가 다닌 곳을 다니게 하고 싶다는 허영심 만은 넘버원.

타로라는 주인공이 비현실적인 만큼 타로의 부모 역시 상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인데 부모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만화 속이라도 두고볼 수 없을 만큼 무책임한 인물들이다. 가진 재산 하나 없이 자식을 일곱명이나 낳아서 이름은 대충 지어주고 돈은 한번도 벌어본 적이 없는 주제에 돈쓰는 쪽으로는 타고난 재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아버지 쪽은 거의 매년 집을 비우고 여행 만 다닌다. 상당히 짜증나는 엄마, 아빠지만 타로는 긍정적으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비록 1km 이내에서 떨어지는 동전 소리를 들을 만큼 쪼잔해지고 도시락이란 도시락은 다 얻어올만큼 도움을 받아야 하고, 허영 덩어리 엄마가 돈을 다 써버릴 때 마다 아르바이트를 늘려야 하는 까닭에 성격이 괴팍해질 정도고 가난신이 떠나지 않을 정도지만 꿋꿋이 잘 견뎌내는 타로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됐을 지 알 수 없지만, 가장 절친한 친구 타쿠야는 타로를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자주 놀려주기도 하는 얄미운 친구이다. 모리나가 아이의 능력은 아무래도 이 예상 외의 코믹함을 꼼꼼하게 설정해뒀다는데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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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대만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된 적 있는 타로 이야기. 그때 제목은 '빈궁귀공자(貧窮貴公子)' 였다. 가난한 왕자님이란 제목이 그럴 듯하다. 당시에도 아이돌 스타들이 주요 주인공이었고 주인공 타로의 상황이 코믹하게 묘사되었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주인공.

모리나가 아이(森永あい)라는 작가의 만화인 '야마다 타로 이야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이 만화가의 그 후속작은 그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타로 이야기 자체도 꽤나 파격적인 코믹 코드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작품은 그 코믹함을 최대한 극대화시키려든 것들이 많다. '미운오리 왕자님(あひるの王子さま)'같은 경우엔 타로 이야기의 과장된 설정이 지나치게 반복되어 '외모 따윈 중요하진 않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건 지 아닌 지 조차 잘 모르겠다. '나와 그녀의 ×××(僕と彼女の×××)'같은 만화도 과격한 설정이긴 한데 이 만화는 드라마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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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져 왕자님은 이제 더 이상 전지전능하지 않고, 능력과 외모를 갖추고 있더라도 특이한 성격으로 여주인공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분명 잘 생기고 다정한 왕자님 스타일인 타로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지만 스스로는 돈벌이(?)에 지쳐서 여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왕자님이 되버렸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패턴을 깨는, 코믹한 왕자님과 공주님 이야기가 모리나가 아이 만화의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bs.co.jp/yamadataro-story/
http://www.hoolee8.com/thread-120478-1-7.html
http://hk.myblog.yahoo.com/adaandyuki/article?mid=552
http://www.annieyi.org/news/news-2001-aug.htm
http://benippon.com/s?q=Ahiru+no+oujisama
http://blog.so-net.ne.jp/miyuki_write/2005-07-13

Breaking Bad - 위기에 빠진 50세 가장의 선택은 범죄?

DRAMA 2008. 3. 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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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인상적으로 만들고 있는 사막 한가운데의 마약제조용 RV 캠핑카. 주인공과 손잡은 불량 제자는 이 RV가 꼭 Cow House같다고 말한다. 축사같은 곳에서 과연 얼마나 완벽한 크리스탈 마약을 만들어내려나. 마약 냄새가 배지 않게 하려고 옷을 다 벗고 일하는 원칙적이고, 서민적인 교사의 모범적인 태도 때문에 대표적인 누드 장면이 되버렸다.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기 때문이 19+ 등급이다.

50대의 위기가 뭘까? 뉴 멕시코에서 고등학교 화학 교사(시간강사같은)직업을 가진 주인공, 월터 화이트(Walter H. White, Bryan Cranston 역)는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콜레스테롤을 염려해 야채로 만든 베이컨을 주는 아내, 신체 장애로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몸은 불편하지만 못된 구석은 없는 10대 아들,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두 명의 쌍둥이를 가족으로 두고 있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가족끼리 서로를 사랑해주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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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란 학문에 애정을 가진, 주인공 월터 화이트의 수업. 별로 돈도 되지 않고, 자신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월터는 꽤 즐겁게 화학 수업을 한다. 이 즐거운 '화학적' 불쇼를 보면서 아이들은 그저 엉뚱한 궁리를 해댈 뿐이다.

화학을 전공해 평범한 화학 교사를 하고 있다. 연구논문을 전시해놓을 만큼 학문에 대한 애정도 단단하지만 돈벌이로서는 시원찮다. 수업시간에 연애는 할 지언정 화학 과목에 애정을 가진 학생도 드물고, 시간강사로는 수입이 마땅치 않아 부업으로 자동차 세차장에서 현금출납을 맡아봐야 한다. 그마저 일손이 달린다며 세차 일을 시키는 사장 때문에 빨간 스포츠차를 몰고 온 제자들에게 수난을 겪어야 하는 신세. 아무리 어려서 철이 없다지만 월터가 이런 일을 당할 이유는 없다. 그나마 혼자 겪는 일은 참을 만하다.

자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며 아들을 잘 건사하는 아내, 스카일러(Skyler White, Anna Gunn 역)는 넉넉치 않은 삶이지만 남편을 잘 믿어주며 사랑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할 수는 없어도 주변 가족들을 모아 남편의 생일파티를 몰래 열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아들의 옷을 사러갔을 때 몸이 건달같은 녀석들이 몸이 불편한 아들을 싸잡아 놀리는 모습을 보니 불같이 화가 난다. 대체 나없이 내 가족들을 누가 지켜줄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세차장에서 세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쓰러진 자신이다. 보험을 제대로 들어놓은게 없어서 병원으로 가지 말아달라고 응급차 직원에게 사정해봤지만 어쩔 수 없이 진찰을 받게 됐다. 응급실로 실려가는 드라마 장면은 많지만, 돈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나라가 미국 아닌가. 그냥 가벼운 기침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증세가 이미 폐암 말기란다. 수술을 할 수도 없을 악화된 상태라 목숨이 2-3년 남았단다. 이 정도면 확실히 위기 중의 위기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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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의 나이,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와 장애로 몸이 불편한 10대의 아들. 자신의 소박한 삶과 그 가족들을 몹시 사랑하지만 자신은 죽어가고 있고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맘놓고 죽을 수도 없다. 대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게 옳을까(아들의 장애를 조롱하는 동네 건달들을 두들겨 패주는 아버지, 월터)

약간은 덜 주목받는 채널, AMC의 드라마 Breaking Bad는 50대 가장이 인생을 새로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이다. 드라마 X-File의 공동제작자이자 작가로 유명한 Vince Gilligan이 집필하고 제작한 드라마이다. 인디언의 고장으로 유명했던 뉴 멕시코(멕시코 윗지역으로 전반적으로 소득이 좋지 않은 편이고 인디언이나 메스티조들이 많이 살고 있다)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그 지역의 사회상이라던지 건조한 사막 풍경이 종종 등장한다.

프로그럼 오프닝에 Br이라던지 Ba같은 화학 기호들을 남발하면서 약간은 고지식하고 윤리적인, 화학교사가 범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은 쉽게 저지르는 범죄가 내 인생의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방법이란 느낌, 그 느낌이 꽤 설득력있게 1-2편을 채우고 있다. 화학 지식을 살려 마약을 제작하게 되는 과정이라던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과정을 보면서 웃음이 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건 그 주인공이 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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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를 이 모든 소동으로 몰아넣은 경제적인 이유, 돈. 어찌어찌해서 월터는 이 돈들을 '세탁'하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돈을 손에 넣은 월터가 앞으로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자신이 죽기전에 웬만큼 돈을 벌어놓을 수 있을까? 고지식한 화학 교사, 범죄자가 되다!

내가 살기 위해 또는 내 가족이 살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라는 것. 원리는 간단해 보이는 돈벌이, 마약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월터는 자신의 제자였던 10대의 핑크맨(Jesse Pinkman, Aaron Paul 역)을 끌어들인다. 막나가는 제자기는 하지만 핑크맨은 10대인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이다. 언젠간 그 범죄의 대가는 가족에게 돌아올 지도 모른다. 아직은 양심이 남아서 고지식한 방법으로 범죄자가 되어가는 이 화학 교사는 어느 순간, 범죄를 저지르는데 뻔뻔해지는 인간형이 되버릴 지도 모른다.

나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곤란, 그리고 2-3년 밖에 남지않은 생명의 위기. 50세의 생일을 맞은 가장이 남은 가족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평범한 가장의 일탈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평범한 삶을 선택할 수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한다. 어쩐지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은 뉴멕시코, 건조하고 거친 풍경, 범죄와 조롱에 익숙한 아이들, 엄청난 의료비에 이르기까지. 이 드라마는 재밌지만, 쉽게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이다.


출처 :
http://www.amctv.com/originals/breakingbad/

세계명작극장의 부활 - 레 미제라블 소녀 코제트

ANIMATION 2008. 3. 2. 20:56


'세계명작극장'이 뭔지는 몰라도 '프란다스의 개 (フランダースの犬)'라던지 소공녀 세라 (小公女セーラ) 같은 제목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한번쯤 보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1975년부터 1년에 한번씩 니폰 애니메이션에 제작되어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을 웃고 울린 명작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재각색한 시리즈들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고전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년 짜리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까닭에 원작 동화가 제법 많이 변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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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폰 애니메이션 공식 홈페이지에 등장한 그간 '세계명작극장'의 주인공들. 중앙에 위치한 코제트를 비롯해서 '프란다스의 개', '톰소여의 모험', '빨강머리 앤', '플로네의 모험' 등 23번의 이야기를 채운 주인공들이 가득하다. 사실 세계명작극장에 관한 가장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제작자인 니폰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이런 거 참 부럽다).

세계명작동화의 가치 조차 낮게 취급되는 요즘에 세계명작동화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높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하겠지만 총 52화 정도(대개 이 만화들은 1년 안에 연재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로 구성되는 명작동화와는 약간 다른 만화들에게 어린이들은 울고 웃고 정신을 집중하곤 한다. 특유의 '단순함'은 지금도 어린이 만화들의 기본 구조가 되고 있다(많이들 잊는 사실이지만 사실 어린이들이나 유아들은 정신적, 시각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복잡하지 않으므로 최대한 단순한 걸 보여줘야 한다. 엄밀히 TV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무리한 놀이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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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톰소여의 모험, 프란다스의 개, 소공녀 세라. 80년대 한국에 방영되었던 세계명작극장의 애니메이션들이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니폰 애니메이션'이 만든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에 방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몇 작품의 경우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으로 일본스럽다는 평이나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대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과거 장발장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깨달음을 주던 명작이긴 하다. 시대가 달라져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편집되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나 '장발장'같은 고전의 교훈을 실제로 깨닫기엔 아이들은 너무 어리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24번째로 제작된 세계명작극장의 주인공 역시 어린아이이고 그 아이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장발장, 마들렌의 고난과 과거를 점점 자라나는 코제트와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시점을 바꾸면서 원작과 달라진 점 몇가지를 필요로 했는데 코제트의 어머니, 팡티느의 역할이 상당히 늘어난 점이라던지 코제트를 괴롭히는 악역을 위해 테나르디에 부부와 그들의 딸, 에포닌과 아젤마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장발장이 돌보게 되는 고아들도 늘어날 예정이다. 또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 이야기도 원작에 없는 내용으로 다수 추가될 예정이다. 소공녀 세라에서 그녀가 만나는 인물들이 늘어났듯이 코제트의 주변인물들도 상당수 확장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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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제트의 엄마, 팡티느. 시장 마들렌(장발장)에게 코제트를 부탁하며 죽게 될 이 엄마는 극이 늘어나는 덕분에 아이를 아무곳에나 맡겨둔 무감각, 세상물정 모르는 아름다운 엄마역을 맡게될 예정이다. '아이를 맡기고 버린다'라는 현대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을 머나먼 과거의 상황을 표현하려니 초반 등장이 예쁘고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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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제트의 양아버지가 될 친절한 몽트레이유 시장, 마들렌. 착한 성품 때문에 여러 사람을 도와주게 되면서 빵을 훔쳤다 탈옥한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다시 도움받으며 현재의 위치를 지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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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속아넘어가는 바람에 얹혀사는 신세로 하녀일을 하게 된 코제트. 서러운 일을 자주 겪는 안스러운 캐릭터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부탁으로 마들렌을 만나고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살게 되고 아빠와 주변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나가게 된다. 어린 코제트 보다는 10대의 코제트가 어떤 캐릭터로 탄생할 지 몹시 궁금하다.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의 단점은 이런 것일 것이다. 한번쯤 읽어봤으니 내용도 이미 알고 있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주변인물들의 정체도 모두 알고 있어서 흥미진진해지기 어렵다. 예전과는 달리 교육열이 높은 요즘은 더더욱 애니메이션 속의 이야기를 모를 아이들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극'이라는 분야가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두고 인기를 끌듯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들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매력이 될 것이다.
 
화사한 그래픽에 눈이 크고 약간은 코믹스럽고 귀엽게 작화된 코제트는 10년이 훨씬 넘어버린 세월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성인 취향의 미소녀 애니나 복잡한 판타지 애니가 범람하다 보니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그립다. 어느 유명한 감독이 이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평한 '세계명작극장 대전'이란 설명 DVD를 발간했다고 하는데 이 단점많은(?) 애니메이션들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과거의 향수 때문 만은 아니다. 과거의 인기를 이어갈 지 모르겠지만,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말고,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애니메이션이 한편 더 탄생했다는 점이 반갑다.
 

Casanova - 시청자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영국 카사노바

DRAMA 2008. 2. 29. 17:40


확실히 모든 건 관점의 문제다. 불성실한 사랑의 상징이었던 카사노바, 카사노바의 수작에 걸리면 인생이 혼란스러워(?)지고 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하리란 전설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그가 재해석된 건 현대의 분위기 아닌가 싶다. 정력의 상징인 듯, 굴을 좋아하는 그의 독특한 식사법이 화제가 되고 과연 그가 사귄 여성의 숫자는 몇명인가가 화제에 올랐던 시절, 카사노바에게 정절을 뺏기고 버림받은 여성을 손가락질하던 시절이 지나버렸단 뜻이다. 여성 문제 이외에도 천재적이었던 그의 삶에서 그래도 '사랑'은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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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능동적인 '연애 심리'를 자극하여 '여성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을 실제로 남겼다는 카사노바. 그의 재해석은 2005년 유난히 활발하여 한 편의 드라마와 한 편의 영화가 발표되기에 이른다. 영국의 천재적인 극작가 Russell T. Davies와 10대 닥터로 유명한 David Tennant, 그리고 칼리큘라의 티베리우스 황제로 유명한 Peter O'Toole이 발표한 미니시리즈 'Casanova(2005, TV)' 와 지금은 고인이 된 Heath Ledger와 유명배우 Jeremy Irons가 주연한 'Casanova(2005)'가 그것이다.

드라마의 관점과 배우, 제작진도 쟁쟁하지만 영화 쪽의 배우들과 제작진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차분이 두 편을 비교해보고 싶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카사노바가 연애 이외의 분야에서도 천재적이었다는 사실과 여성을 먹이감으로 여기며 사냥하던 타입은 아니란 사실, 그리고 사랑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한 인물이란 사실 만은 비슷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Russell T. Davies는 좀 더 수동적이고 부드러운 카사노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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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에 가까운 키에 천재적인 능력. 유명한 계몽주의자 볼테르를 비판하기도 하고 법학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던 카사노바는 실제로 의학이나 법률 분야의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력도 있다고 한다. 모험가 기질을 가졌던 그는 관심을 가졌던 웬만한 분야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나타냈고 꽤 괜찮은 능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변호사, 의사, 신학자, 사업가, 바이얼리니스트로 활약하는 카사노바의 모습을 드라마 속에서 조금씩 볼 수 있다.

사제들에게 이단으로 추적당하고 추방당하기도 여러번, 자신이 사귄 여자들의 자세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입에 오르내릴 뿐(볼테르나 루소같은 경우는 숨겨진 자식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못 말리는 바람둥이였다. 음흉한 이들에 비하면 카사노바는 몹시 솔직한 편) 약간은 사기꾼같지만 바람둥이로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분명 다른 분야로 유명해졌을 천재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한다. 극중에서도 묘사되듯 프랑스에 이태리 복권(lotto) 아이디어를 처음 전파한 사람은 카사노바일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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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양자가 되기도 하고 조지 2세같은 영국국왕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프랑스 궁정도 드나들었던 이 남자. 한 때는 이태리 그리마니 공작의 숨겨진 아들이라며 주장했단 기록도 있는데, 이 대단한 활동에 숨은 욕구는 '신분상승' 아니었을까 싶다.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천재적인 능력을 갖췄음이 인정됐지만 타고난 신분의 한계로 천대받았을 지 모르는 그에게 유일한 재산은 능력과 인맥(비록 여성을 통한 것일지라도) 뿐이었다는 것. 늙어서 사서로 일하게 된 그의 몰락과 어려움은 예정되어 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대단한 각본가와 대단한 배우가 만나서 대단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자체로도 흥미로운데 더욱 재미있는 건 이 드라마의 재미가 단발적인 이미지로는 잘 표현이 안된다는 것이다. 영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이태리와 프랑스의 문화이건만(영국인의 유럽 아랫 나라에 대한 편견은 재미있다) 이태리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국을 묘사하기도 하고 여성을 만나고 다니는 모험이 각국의 문화적 특징과 맞닿아 특이한 풍경으로 변질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춤추고 놀기 좋아하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파티장은 하루 종일 빙빙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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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눈빛을 가진 배우, 데이비드 테넨트가 보여주는 카사노바는 장난기 가득하고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상냥하고 선천적으로 착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 버전의 카사노바는 여자를 농락하고 있는 남자가 아니라 여성에게 이용당해주는 남자일 뿐이다. 시대상에 따라 욕망에 솔직할 수 없던 여성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던 남자란 자신의 해석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비록 사귄 여자의 범위가 너무 넓어 수녀는 기본이고 동성연인까지 있었다고 하지만 '여자가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그의 표현은 재미있다.

이 드라마는 3시간 안에 카사노바의 삶을 잘 요약한 편이다. 늙은 카사노바가 과거를 회상한다는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그 점이 영화와 다를 것이라고 본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바람기를 유지하는 이 남자의 삶이 흥미진진하다. 늙은 역으로 출연하는 1932년생 피터 오툴(2008년엔 Tudor라는 드라마에서 교황역으로 보게 된다)이 로즈 번(Damages의 엘렌 파슨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여주는 장난기도 만만치 않다(카사노바는 늙어도 카사노바).


Pet Shop of Horrors - 독특한 애완동물에게 사랑받는 인간들

COMICS 2008. 2. 27. 14:01


1995년 일본에서 발간되기 시작한 '펫숍 오브 호러스(원제 : ペットショップ オブ ホラーズ, Pet Shop of Horrors)'는 D백작의 애완동물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들, 그것도 D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화이다.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 아키노 마츠리(Matsuri Akino, 秋乃 茉莉)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이 만화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묘사 때문에 탐미주의 작품이란 평가도 덤으로 받고 있다. 성별도 연령도 알아내기 힘든, 편견이 없는 존재 D백작의 이야기는 제법 특별한 매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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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D백작, 그리고 백작과 항상 함께 다니는 박쥐 Q. 애완동물 샵을 운영하며 워싱턴 조약에 위배되지 않거나 아슬아슬한(?) 동물들을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백작은 보다시피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다. 일반 만화책에서는 한쪽눈의 색이 좀 더 옅게 표현되곤 한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호러물,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호러물일지라도 권하고 싶지 않게 마련인데 이 D백작의 이야기 역시 따듯하면서도 괴기스럽기 때문에 쓸데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특히 완벽하게 원작을 표현해 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호러물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버전의 '펫숍 오브 호러스'는 더더욱 권하고 싶지가 않다. 시청할 때는 별로 관계없지만 한밤에 갑자기 생각하면 섬뜩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참 특별하게 받아들인 장면이 하나 있는데 애완동물 하나하나와 교류를 나누는 D백작은 자연스럽게 육식을 하지 않는다. 자주 먹는 음식은 야채, 또는 꽤나 고급스러운 케이크 가게의 케이크들이나 홍차, 중국차 종류들이다. 그러나, 같이 살게 되는 아이 크리스(레옹의 동생)에게는 고기를 먹도록 요리해 주곤 한다. 크리스에게 세상에 헛되이 죽어가는 동물이 없도록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먹어치우라며 약간은 무서운 경고의 말을 건내주기도 한다. 필요 이상 살생을 하고 그 살생을 거쳐 식생을 유지하는 인간들에게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다. 동정이 필요없는 인간들에게 동물들은 꽤 관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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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오브 호러스' 1부에서 표현된 적이 있는 그나마 가벼운 D로 시작하는 이야기 '딸(Daughter)' 편의 한 장면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장면은 보다 공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앨리스)에게 독을 먹이기 때문에 자식이 죽는다는 교훈이 섬뜩하다.

LA인지 샌프란시스코인지 알 수 없는 미국의 어느 차이나타운에서 애완동물을 파는 D백작. 그는 항상 신비롭고 수상한 동물을 팔고 인신매매를 벌인다는 의혹을 받기 일수이다. 범죄 증거를 잡기 위해 백작의 펫숍을 들락거리는 형사 레옹은 D백작의 뒤를 캐려고 노력하지만 알면 알수록 수상하고 복잡한 백작이다. 멀리 여행가신 조부 대신 숍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조부와 똑같이 생긴' 얼굴에 똑같은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백작은 어쩐지 상당히 여성스럽고 수다스럽다.

그가 관계된 사건들은 D로 시작하는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인데 Dream, Despair, Daughter, Dual과 같이 D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에피소드의 화두가 된다. 가장 잘 알려진, 과잉 애정 부모와 딸의 관계를 그린 이야기 Daughter는 교육열이 가열된 부모들은 한번쯤 읽어봐야할 에피소드가 아닐까 모르겠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말로 아이에게 독을 먹이는 어리석은 부모를 비꼬는 에피소드이다. 딸과 똑같은 외모를 보인다는 이유로 집으로 데려간 애완동물이, 괴물이 되어, 마지막에 부모까지 해치는 모습은 아이에게 보여주어야할 애정이 어떤 종류인지 깨닫게 만든다. 과연 부모가 데려간 애완동물은 어떤 동물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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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완간되었지만 2005년에 새로 시작한 '뉴 펫숍 오브 호러스' 시리즈. 탄생의 비밀을 가진 D백작은 일본 신주쿠 가부키쵸 차이나타운에서 새로운 애완동물샵을 열게 된다. 지난 시리즈 보다 훨씬 난해한 동물들이 출현하게 될 이번 시리즈에서도 백작의 남성파트너(?)는 존재한다. 항상 차이나 드레스만 입다가 기모노를 입은 백작은 역시 어색하다.

2005년 새롭게 시작한 펫숍 오브 호러스 시리즈에서도 집요하게 백작의 정체를 파고드는 남자 파트너는 나타난다. 이전의 패턴대로 그 남자는 백작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기는 커녕 감동받을 준비가 된 어리숙한 구석이 있는 꽤 괜찮은 남자인 것으로 보이고, 성별이나 기타 등등이 분명치 않게 표현된 백작인지라 이번에도 동성애 논란은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마음에 드는 인간을 골라내고자 특별한 애완동물들이 벌이는, 기이한 행동들을 보면 백작의 동성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번 새 시리즈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돌프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의 이야기를 보여준 번외편 에피소드인데 아돌프 히틀러가 어쩌다 독재자가 됐으며 에바 브라운은 어떻게 그를 손에 넣었는가를 보여주는 특이한 이야기이다. 신비한 존재, 백작이 과거에 존재했었던 베를린에서 에바 브라운에게 신수를 팔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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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돌프 히틀러가 에바 브라운과 함께 길렀던 개, 블론디. 아리아인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는 사이코패스 히틀러는 어쩌다가 금발의 아리아인에게 집착하게 됐을까? 그의 까만 개는 왜 이름이 블론디일까? 저주받은 개로 불리기도 하는 세퍼드 블론디의 정체는?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이 제대로 표현되진 않지만, 피로 얼룩진 히틀러의 역사가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히틀러의 유일한 여자가 되고 싶었던 에바 브라운의 설정이 독특하다. 실제로도 에바는 히틀러와 끝까지 함께 있었던 여성으로 유명하니 말이다. 번외편으로 이전에 등장했던, D백작과 흡혈귀, 그리고 블론디와 에바 브라운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롭게 엮어져 있다.

D백작의 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은 다양하다. 흔히 만날 수 있는 개나 고양이, 호랑이 또는 새나 뱀같은 종류도 있지만 인어, 맥, 기린같은 상상 속의 동물들도 있다. 그 동물들을 어떻게 묘사하고 표현하는 지가 이 만화의 궁극적인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 동물들은 D백작에게는 미물에 해당하는 인간들을 어떻게 선택하고 따라가는 것일까. 동물들을 공주님, 여왕님 등으로 혈통을 따져 섬기는 백작의 '자연중심적' 태도 역시 기이하면서 묘한 여운을 준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보다 귀한 동물이라니 과연 인간은 자연 속 최고의 존재가 맞긴 한 건지. 참고로 이 펫숍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동물이 인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Pet_Shop_of_Horrors
구글 이미지 검색 - Pet Shop of Horrors
야후 제팬 - 이미지 검색
인터넷 서점 - 리브로
네이버 지식인 - 블론디와 히틀러

In Treatment - 지루할 정도로 진지한 상담 드라마

DRAMA 2008. 2. 2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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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대개 시각적이다.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기 보단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show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드라마를 이야기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Show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드라마를 견디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보여주는 이야기 보다는 들려주는 이야기 방식을 취했고 이 드라마 'In Treatment'의 한 에피소드 당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은 대개 단 두 사람이다. 주인공 Paul과 그날 상담을 받는 또다른 주인공 한사람이 그 대상이다. 그 두 사람이 대화하는 표정과 앉아있는 모양새가 드라마가 보여주는 전부이다.

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은 대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사생활이다 보니 개인이 어떤 상황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즉 남들은 간단하게 간주해버릴 수 있는 '어떤 상황'을 자기 입장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지가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시청자 또는 제 3자가 이 환자들을 부를 수 있는 명칭은 아주 간단하다. 공군 조종사, 20대의 여성, 10대의 체조선수 등등. 그들이 시달리고 있는 문제도 어쩌면 간단하게 부를 수 있겠지만, 드라마는 그 '간단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설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

시청율과 볼거리를 중요시하는 방송국의 유행에 따라 SHOWTIME이라는 채널도 존재하는 가운데 과연 이렇게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드라마를 누가 시청할 것인가. 과감하게 한편 30분짜리 드라마를 45 에피소드까지 주문했다는, HBO라는 방송국이 아니면 아무도 해보지 못할 신선한 시도라 할 수 있지만 대사가 워낙 많은 드라마라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심리 치료사, 주인공 Paul이 상대방의 상태를 꼼꼼하게 뒤쫓듯 시청자 역시 그 상대방을 쫓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연기자로서는 상당한 연기력이 필요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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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담이나 심리 치료에 거창한 '무엇'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상담자를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충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꼼꼼하게 짚어줄 거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단지 털어놓는 것 만으로 시원할 것이라고 믿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담의 가장 중요한 기본 중 기본은 그동안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상담자는 대개 어떤 해답도 직접적으로 주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나라에서 '상담'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들을 '정신질환자' 정도로 간주하는 경향 때문이겠지만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종류의 상담과 심리치료는 '흔히 볼 수 있는' 감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물론 공군 조종사의 이야기가 일반적이진 않겠지만). 주인공을 방문한 상대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일 수도 있다.

상담자는 기본적으로 방문한 사람들과 일정한 '시간'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방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곤 한다. 라포를 형성할 정도의 친절은 주어지지만 결코 내 친구처럼 다정하지도 않고 모든 어리광을 다 받아주지도 않는다. 객관적인 입장과 주관적인 입장을 적절히 섞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상담자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하고 상담자의 대단한 능력이기도 하다. 심리치료를 위해 상담자를 찾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대화가 쉽지 않은 타입이 더 많기 때문에 이 과정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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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확한 상황을 끄집어 내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은데 그 중 한 사례가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조종사 알렉스이다.  자신의 바그다드 폭격으로 코란을 공부하던 16명의 소년들이 죽었고, 그 나라에 자신이 폭격을 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런 사실에 죄책감은 느끼지 않고 잠도 잘 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폭격이 이루어진 장소에도 가보고 싶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할 일을 잘 해내는 최고의 군인이지만 약간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조종사 Alex의 이야기를 들으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주인공 Paul. 알렉스의 이야기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며 묻지만 오히려 알렉스는 폴이 성급하다면서 화를 내기 일수이다. 결국엔 알렉스가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만들고 인정하게 만들지만 이번엔 반대로 시간이 다 되었다며 알렉스를 되돌려보내는 상담치료사.

환자 자신이 보호받고 싶어하고, 꺼내고 싶지 않아하는 물음을 꾸준히 언급한다는 건 한편으론 전투와 마찬가지. 그 모든 과정이 치료사를 지치게 만들고 힘들게 한다. 주인공 Paul은 어떤 에피소드에선 자신이 방문자가 되기도 하고, 다른 환자에게 관찰당하기도 하지만,  침착하고 참을성있는 눈으로 환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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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이스라엘 원작 제목은 Betipul으로 영어로 In Treatment를 표현한다고 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위치한 나라 이스라엘.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이 드라마에서 몇가지 이야기들은  미국에서 제작된 내용 만으로는 원작의 분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것 같다. 두번쨰 에피소드, Alex의 경우에 이스라엘 상황을 떠올리면 조종사가 겪어야 하는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분명해진다. 미국의 조종사 Alex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이스라엘 상황에서는 종교의 이야기와 아랍의 성전을 떠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첫 에피소드 마취가 의사가 느끼는 약간의 답답함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간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적고 공간도 협소하지만 열길 물속 보다도 깊다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할 이 드라마 출연진 중엔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케인제독으로 유명한 Michelle Forbes(Kate, 폴의 아내)도 포함되어 있고, Dirty Sexy Money의 사이먼 엘더 역으로 알려진 Blair Underwood(공군 조종사역)도 있다. 표정 만으로 드라마의 진행상황을 연기하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자리에 앉으면 숨겨진 내면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실력이 놀랍다. 다소 지루하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상담 드라마가 될 듯하다.

미요리의 숲(ミヨリの森) -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것

ANIMATION 2008. 2. 21. 15:20


자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것인지 입으로는 항상 떠들고 있지만, 보호받을 우선 순위를 높게 두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경제 논리'에 기반한 개발 주장들은 실제로 꽤 오랫동안 우리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정치적 이유 따위 모두 배제하더라도 '개발'이란 것 자체가 몹시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인간은 부끄럽게도, 개발을 포기하는 자체를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연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을 찾을 곳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이야기 정도겠다. 후지TV에서 특별기획으로 방송된 애니메이션, 미요리의 숲(ミヨリの森) 역시 자연을 주제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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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꼼꼼하게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스토리와 상관없이 잔잔한 색의 수채화로 표현된 일본의 시골 풍경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토토로의 바람과 원령공주의 에너지를 함께 느껴보고 싶다면 꽤 괜찮은 애니가 될 것이다.

자연이란 지구 전체에 존재하는 생명의 공간, 또는 생명 그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기에 때로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풍경이기도 하고 때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이 쉽게 잊어버리는 교훈이지만 '자연'을 함부로 한다는 것은 생존의 터전을 포기한다는 말과도 같다.' 원령공주'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애니메이션의 훌륭한 점은 단순한 이야기 만으로 그런 교훈을 되살릴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전해줬다는데 있다.

그러나 미요리의 숲은 단순히 화면과 이야기 만으로 메시지를 전했던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또다른 방법을 취하고 있긴 하다. 숲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이 움직이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단순히 그저 존재하기만 했던 시절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보호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시대 배경을 반영했다고나 할까?

총을 들고 산 속을 배회하는 어른들, 그리고 자연을 위협하는 인간들을 물리쳐야하는 미요리의 숲 속 존재들의 이야기가 박진감있게 펼쳐지는 모습이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다. 그 모티브는 천성산 고속철 공사를 막았다는 도룡뇽의 이야기도 떠오르게 만들고 유난히 자연 개발에 대해 아무 감각이 없는 우리 나라의 실정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자란 곳이 개발된다는 행위는 도룡뇽이나 미지의 존재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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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들고 동물들을 위협하러 나타나는 인간들. 초반에는 '댐'으로 마을을 수몰시킨다는 말로 주인공과 친구들을 위협하지만 이후엔 실제로 총을 들고 숲 속에서 돌아다니게 된다.

주인공 초등학생 미요리는 헤어진 엄마 아빠에게 그렇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 부부 사이의 문제에 한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생각한 미요리는 그렇게 친절한 아이도 아니고 사랑이 넘치는 타입의 아이도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숲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숲 속의 존재들과 할아버지, 할머니, 시골학교 아이들에겐 쉽게 동화되고 마음을 열게 된다. 다소 믿기 어려울 수도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나 환각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존재들과 친구가 되는 미요리.

자연의 의미란 것은 위대하고 거대한 어떤 존재라기 보단 마음과 기억을 나눠주는 주변환경같은 것이고 보면 미요리가 그 숲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상당히 '자연스럽다'. 애니메이션은 그 거리낌없는 과정을 별다른 설명없이 표현해주고 있다. 사람의 맘 속에 따뜻함이 자리잡는 것은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없는 것이 아닐까. 숲을 잃지 않기 위한 미요리의 노력은 사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개발'을 위한 경제 논리가 잊고 있는 것 역시 이 인간성의 문제일 것이다. 단 한사람에게라도 기억을 나눠주고 추억을 함께 한 자연이라면 쉽게 수몰을 이야기하고 개발을 이야기할 수가 없어진다. 금전적으로 보상해준다고 한들 먹고 자란 집터에 대한 상실감을 완전히 메꿔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건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아주 작은 미물에게도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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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요리가 전학가게 된 목조 건물 초등학교. 애니메이션 속에는 이젠 일본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시골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3층 구조의 목조 건물이라던지 나무침대, 욕조같은 것을 볼 수 있다. 계곡에 만들어진 논같은 풍경이 보존된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우리 나라 보다 땅이 넓은 일본은 자연에 대한 풍류나 동경을 가끔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다. 일본 북부나 남부 지역에 많은 숲이 남아있는 탓도 크겠지만 근대화 시기 자원 수탈과 개발을 한국에서 이루워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에 자연 개발 논리가 우선시 되는 이유는 그때 이루어진 무모한 개발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대개의 모든 나라가 '자연을 보존'하자는 쪽으로 법을 보완해 나가는 것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애니에서도 표현되었다시피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개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은 일본에도 많을 것이다.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 나라와의 차이점은 '원령공주'와 '이웃집 토토로'와 '미요리의 숲'같은 주제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폭넓게 공감을 얻는다는데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나라에선 거의 알고 있지 못한 숲 속의 정령들이나 전설 속 존재들이 만화나 애니 속에서 살아숨쉬는 모습은 부럽다.

단순히 전해내려오는 귀신 이야기로 끝날 수 있었던 민간의 전설이나 혼령을 소재로 작품을 이어오는 만화가, '하츠 아키코'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라던지 '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 속 이야기는 미요리의 숲에서도 약간씩 재현되어 있다. 가벼운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유령, 바람의 정령, 벚꽃의 정령이나 보쿠리코, 키쿠코 등등이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탄생한 모습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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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모습을 닮은 이 신비한 존재는 미요리가 아기일 때 미요리를 숲의 수호신으로 임명한다. 그 주변의 숲 속 존재들은 미요리의 친구가 되어 미요리가 지키고 싶어하는 이 숲을 보호해주는 신비로운 존재들.

숲과 자연 이외에도 가볍게 등장하는 주제는 아무래도 '지켜야할 것'과 '자기성장'을 이뤄내야하는 어린아이의 이야기이다. 부모와 상관없이 스스로 가치관을 배우며 자라야하는 아이와 지킬 것을 지키기 위해 모두 함께 최선을 다하는 즐거움이란 주제는 '권선징악'의 주제처럼 조금쯤 진부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보태고 있다.

등장한 존재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 가상의 존재는 누가 뭐래도 맥을 닮은 두더지인데 슬픈 꿈을 꾸는 미요리 곁에서 악몽을 먹어치우는 존재로 표현된다. 전설 속의 맥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 이 맥을 닮은 두더지가 어떻게 표현되는가 하는 부분도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또 주인공 미요리 역할을 맡은 목소리는 한국 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여배우, 아오이 유우라고 한다. 새침하게 어린 여자아이 흉내를 내는 아오이 유우의 목소리도 꽤 괜찮다.



출처 :
http://wwwz.fujitv.co.jp/miyori/

Dead Like Me - 죽고 사는 일이 별개 아니라니까!?

DRAMA 2008. 2. 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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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동반되는 정서는 보통 '공포' 내지는 '고통'이 아닐까 싶다. 막연히 알 수 없는 사후 세계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어떻게 찾아올 지 알 수 없는 죽는 순간의 아픔에 미리 겁먹기도 하는 인간.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쉽게 언급할 수도 없고 장난칠 수도 없는게 '죽음'이라는 현상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죽음이 이어지는 영화는 공포 영화 즉 호러 무비 대열에서 빠지지 않고 장례 문화는 엄숙하고도 근엄하며 죽음을 함부로 입에 담으면 재수없다는  문화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죽음이란 주제는 아마도 코믹함의 대상은 되기 힘들 것이다. 1969년생인 이 독특한 제작자, Bryan Fuller(사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꽤 잘생긴 제작자이다)의 관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스스로를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의 광적인 매니아(Geek)이라고 밝혔다는 Bryan Fuller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작가로서 드라마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이제는 Dead Like Me 이외에도 Heroes나 Pushing Daisies 같은 유명 드라마 시리즈의 제작자(작가)로 활약하고 있으니 일개 팬으로 시작한 취미 치고는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Bryan Fuller의 죽음이란 주제에 대한 가볍고 코믹하며 즐거운 접근, 그 드라마가 바로 Dead Like Me이다. Pushing Daisies의 동화같고 장난스러운 설정처럼 Dead Like Me에서 바라보는 죽음은 뭔가 심플하면서도 간단하고 또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이젠 아예 사람의 목숨을 거둬가는 사신이란 존재가 엄숙한 사람들이라기 보단 도시의 부랑자들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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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관두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여주인공 죠지 래스. 약간은 부정적이고 투털거리기 좋아하는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장례식장에 입고 가는 얌전한 옷을 입고 첫출근했다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죽어버린 주인공.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나레이터, 주인공 죠지 래스는 죽음이란 신과 개구리, 두꺼비 사이의 의미없는 장난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신이 맡긴 '죽음'이 담긴 병으로 장난치던 개구리와 두꺼비 덕에 인간은 죽게되었노라고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반항적으로 죽음을 설명하는 주인공은 살아있을 때도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밝은 관점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뭘하든 재미가 없어 보이는 표정에 불친절한 표정. 만사가 따분해 보이는 주인공은 장례식에 입고 가는 검은 옷을 입고 첫출근한다.

'Shit'이라는 단어 한마디를 내지르며 받아들인 죽음. 죽음의 이유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황당하다. 멀리 러시아 우주선에서 떨어진 변기시트에 맞아죽는 사람은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 그 떨어지는 변기 시트를 바라보며 갑자기 맞은 죽음 때문에 툴툴거리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 건 죠지 래스의 성격이 워낙 '독특한' 까닭일 거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던 별나고 어린 여동생에 맨날 자신을 들들 볶던 엄마,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쓰이지 않는 아버지까지 죽고 나서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해서 약간은 궁상맞은 분위기를 연출할 법도 하지만 이 특이한 주인공은 그렇게까지 죽음에 진저리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곁을 맴도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존재들을 뒤따라 다니며 뭔가를 배우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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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죽고 나서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과연 어떤 삶을 배우게 될까? 새로운 인생이 맞긴 맞는걸까? 튜더스에도 출연한 적 있는 컬럼 블루는 주인공 죠지 래스에게 특별한 삶의 기술을 가르쳐줄 것 같다.

약간은 황당한 드라마의 초반 설정을 미리 귀띔하자면 주인공 죠지 래스는 '사신(스스로는 Undead라고 부른다)'이 된다. 죽음이 예정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을 맡는데는 자격이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신의 혼을 거둬준 다른 사신의 역할을 물려받는 거라고 한다. 산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신들은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온갖 죽음들을 구경하고 다닌다.

사신들의 보스가 포스트잇에 적어준 사망예정시간과 이름 하나만 가지고 죽을 사람들의 혼을 거두기 위한 작업을 해나가는데 살아 생전에도 만사에 툴툴거리던 죠지가 죽어서라고 자신의 일을 쉽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대체 돈도 되지 않고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왜 자신이 해야하느냐며 반항하고 무시하는 신입사신 죠지 래스. 사신들의 보스, Ruby는 사신의 일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박하면서 죠지를 끌고 다니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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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멀쩡이 돌아다니며 혼을 거두는 사신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대개 많은 고통을 느끼지만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죽음은 산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는 일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죽은 이후에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결국 주인공이 사신의 일을 받아들이게 되는 까닭에 드라마가 2시즌까지 진행되지만, 아쉽게도 2004년에 시즌 2가 종료된 드라마다. 그러나 인기는 만만치 않게 좋았던 까닭에 외전격인 다른 드라마를 제작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2008년엔 비디오 버전의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고 제작자 Bryan Fuller는 죽음이라는 주제의 또다른 드라마, Pushing Daisies를 만들었다. 컬트 분위기의 드라마치고는 상당한 인기이다.

죽음이란 단어의 무거운 분위기 탓에 초반에 등장하는 독특한 여주인공의 부정적인 태도가 더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우려했지만 상황 설정 하나하나가 코믹한 까닭에 과연 '죽음'을 다루는 드라마가 맞는 것일까 생각될 지경이다. 죽음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사신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과 별다를 바 없다는 점도 흥미거리.

동료로 등장하는 또다른 사신들의 성격도 각각인데 별로 책임감을 가진 것 같진 않은 그들의 보스 루비라던가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한 스타일의 사신 록시, 약간 머리가 텅텅 비어버린 것 같은 사신 Mason, 예쁘장하게 생겨서 골치아픈 짓을 골라 하는 사신들과 각각의 사연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를 시청하는 재미도 꽤 괜찮다. 이 드라마의 부제는 'Someday you too will be Dead Like Me' (언젠간 당신들도 나처럼 죽습니다)라고 한다.

Knight Rider - 2시간을 채우지 못한 키트와 마이클 라이더의 부활

DRAMA 2008. 2. 20. 09:42


이제는 약간 촌스럽게 들리는 낯선 전자음으로 시작하던 오프닝. 시즌 2의 오프닝은 나레이터가 함께 주인공들을 소개했다. K.I.T.T의 목소리는 당시에는 크레딧에 올라가지 않았었다고 하지만 현재도 여러 드라마에 열심히 출연 중인 William Daniels이라는 배우였다. LA를 질주하는 키트와 라이더 데이빗 핫셀호프의 과거 오프닝이다.



Knight Rider라는 원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전혀 엉뚱한 제목 '전격Z작전'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한국에서는 성우 이정구씨의 목소리로 연기된 약간은 듬직하면서도 느끼한 배우, 데이빗 핫셀호프의 자동차 운전이 눈길을 끌곤 했다. 드라마 속 누군가의 지적대로(재단의 누군가가 키트의 과도한 제작과 수리 예산을 지적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웬 건달같은 남자가 한껏 폼잡으며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내용은 당시 전세계팬들을 사로잡았었다.

대부분 키트가 과격하게 운행되는 멋진 장면들은 컴퓨터 합성이 아닌 이상 실제 스턴트맨을 사용한 촬영이었고 90에피소드가 넘는 저 드라마를 촬영하자면 꽤 많은 스턴트 배우들이 고생했겠구나 싶어 엉뚱한 상상을 펼치기도 했다. 아무리 미국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는 예산이 무한대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검은 자동차들이 고장났을까? GM의 Firebird라는 자동차 모델이라고 하던데 꽤 비싼 가격으로 제작되진 않았을까? 그 큰 규모의 스케일에 반해서 K.I.T.T같은 자동차 한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래본 적도 있었다.

2008년도 새로운 TV 시리즈 제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리메이크 Knight Rider Pilot에도 키트는 등장한다. 2008-2009년 동안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할리우드 배우에 속할 것같은 발킬머(Val Kilmer)의 목소리로 돌아온 말하는 자동차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기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25년전보다 A.I의 기능이 실제 훨씬 더 발달한 까닭에 펜타곤(미국 국방부)의 군사시설인 프로메테우스도 간섭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이번엔 키트를 다루는 기관은 나이트 재단이 아닌 FB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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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모델도 GM의 모델이 아닌 포드사의 무스탕이라고 한다. 예전에 날렵하던 키트에 비해 약간은 둔탁해졌다고 하는 평도 듣고 있지만 그래픽 기술은 훨씬 더 발달한 까닭에 탁월한 키트의 능력을 손보이는데는 별로 차질이 없다.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는 능력(?)은 훨씬 더 매너가 좋아졌는 지 그래픽과 음성을 겸해서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고 있다. 사실 첫 등장했을 때는 달리 드라이버가 따로 필요없을 것같이 완벽하게 운행되었다. 이번 영웅은 자동차에 비해 무게감이 한참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하긴 발킬머 대 신인인 셈이니 당연한 결과인가)

드라이버 역을 맡은 Mike Traceur(배우, Justin Bruening)에 대한 정보를 빠트릴 수 없을 것 같은데 193센티의 장신에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던 데이빗 핫셀호프(David Hasselhoff)는 당시 미국인으로서도 상당히 큰 키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Edward Mulhare(Devon Miles 역)의 도움으로 이곳 저곳 활보하던 영웅의 인상이 워낙 강해 그 뒤를 담당할 사람은 그의 아들이거나 혈연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 이번 주인공은 Michael Knight의 숨겨진 아들로 설정되어 있다.

약간은 건달인 듯 건장한 체격과 함께 바람끼있던 성격으로 묘사되었으니 숨겨둔 아들이 있다고 한들 이상하진 않은 설정이다. 또 악의 무리와 싸우는 아버지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아버지와 서먹서먹한 사이로 만들어 둔 것은 이번 특별 무비 성격의 리메이크 Knight Rider 출연 여부를 협상 중이던 핫셀호프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리라. 과거의 명성은 물려받아야하는 드라이버지만 실제 상황은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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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로운 영웅 역을 맡게 될 저스틴 브루닝은 191센티의 장신으로 핫셀호프에게 뒤지지 않는 체격을 가지고 있고(사실 과거의 영웅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표시가 심하게 났다) 2004년에 연기활동을 시작한 배우치고는 경력이 괜찮은 편이다. Jack Yang을 비롯한 함께 등장한 악역들을 처치하는 액션 능력도 꽤 탁월해 보인다. 영웅의 뒤를 잇기에는 무리가 없는 배우같다. 과연 약간은 마이클 나이트의 아들 역을 담당하면서도 여주인공과의 진지한 로맨스도 가능한 배우렸다(이 부분은 좀 진부하다).

배우나 그래픽, 기술적인 면은 이렇게 발달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몇가지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뻔한 속셈은 극의 재미를 반감하고 있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최대한 폼을 잡고 있지만, 초반에 약간 걱정스런 건달로 보이던 마이클 나이트처럼 이번 Mike 역시 약간은 믿을 수 없는 건달같은 과거를 가지고 있고 갑자기 중요한 인공지능 차량의 드라이버로 발탁되고, '악의 무리'와 싸워서 세상을 바꾸려는 아버지의 뜻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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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Mike를 무시하는 듯한 키트와 투닥거리는 설정도 여전한 듯하다. 이 부분의 전형성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은 '액션'과 '자동차'가 주된 볼거리인 드라마라는 점에선 어쩔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글쎄 과연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가져왔단 약점이 있는데 그것 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NBC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 특별 무비가 Pilot 성격을 제대로 해낸 것 같단 기분은 드는데 과연 TV시리즈로 연장 방송될 수 있을까?

여하튼 매끈하고 날렵하고 매너있게 주인공 보다 더 잘 나가는 자동차 키트를 새롭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은 몹시 반갑다. 붉은 빛을 반짝이며 또렷하게 대답하는 말하는 자동차. 또 이번 특별 무비 엔딩 장면에서 키트가 질주하는 장면은 과거를 모방하면서도 새로워진 점이 있는데 몇가지 설정은 드라마 시청을 완료하지 않은 이상 핵심 정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K.I.T.T가 제법 매력적이란 점은 장담해도 좋을 것 같다.




Torchwood - 닥터후가 다룰 수 없었던 좀 더 복잡한 이야기들

DRAMA 2008. 2. 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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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새로 시작한 닥터후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남자. 그렇지만 닥터후를 시청했더라도 도저히 완벽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던 푸른 눈의 그 남자, 캡틴 잭 하크니스(Captain Jack Harkness). 다소 장난스럽게 닥터후의 여주인공 로즈 테일러를 감싸줬고, 바람둥이처럼 웃음짓던 그 잭을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가 Torchwood이다.

약간은 나이든 얼굴로 변했지만 닥터후 1시즌 에피소드, Empty Child에 첫등장할 때 보다 진지해진 모습이다. 여전히 세계대전 참전시 입었던 롱코트를 입은 잭은, 닥터후와는 다른 성격의 SF 드라마에서 다시 태어났다.
SF 드라마 닥터후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그것 만은 아니다. 일단 고정멤버가 단 두명이었던 닥터후에 비해 Torchwood의 고정 멤버는 5명 이상이 되었고,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개구장이 닥터후와는 다르게 토치우드의 주인공들은 외계인들 뒷처리를 맡아야 하는 고단한 업무 담당이다.

외계인을 만나고 다니는 이야기의 밝은 면을 닥터후가 모두 차지하고 있다면(물론 끔찍하게 힘들고 박력있는 이야기도 많이 펼치지만), 떠나간 로즈 테일러와 닥터를 기다리는 느낌의 잭 하크니스의 토치우드는 외계의 모든 어두운 면을 감당하고 있는 것도 같다. 이 많은 사연들을 다 알자면 닥터후 1,2 시즌을 모두 시청하는 것이 좋겠지만, 뭐 그럭저럭 닥터후 없이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시청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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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우드의 고정멤버들 중 몇몇 역시 닥터후에서 보았던 낯익은 얼굴들이다. 영국판 '퀴어 애즈 포크'의 작가로 더 잘 알려진 Russell T. Davies의 눈에 들어 터치우드에서 다시 촬영하게 된 배우들이 몇 있다. 여주인공 Gwen Cooper 역으로 활약 중인 Eve Myles는 닥터후 1시즌 4편에 출연했던 배우이고, Toshiko Sato역을 맡은 Naoko Mori 역시 '런던의 외계인들' 에피소드에서 닥터 역할을 맡았었다. 배경에서부터 출연진까지 토치우드에서 닥터후의 향기를 지우기란 완전히 불가능하다.

토치우드의 탄생은 닥터후의 과거 여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닥터후 2시즌은 하나의 키워드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데 Torchwood가 바로 그것이다. 닥터후의 존재가 빅토리아 여왕으로 하여금 토치우드 연구소를 설립하게 만든다. 바로 외계의 모든 침략과 공격으로부터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토치우드는 사이버맨의 공격으로 인해 한번 망가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토치우드의 존재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 된다. 슬리딘들의 공격이 있었던 웨일즈의 '카디프 만'에 세워진 토치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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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에서 사용된 모든 에피소드는 토치우드에서도 다시 재가공되는데 훨씬 더 그 양상이 끔찍하거나 암울하거나 인간적일 때가 많다. 인간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단체로 걸음을 옮기던 깡통맨, 사이버맨들은 피를 흘리며 사람들을 직접 죽이기도 하고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처치하는 모습은 훨씬 더 잔인하고 끔찍하다.

닥터후에서는 꺼내지 못한 비밀스런 영국의 존재들 '요정'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여주기도 한다(신비로운 존재나 유령에 대한 전설은 전세계적으로 영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을 것이다). 잘 생긴 얼굴로 항상 웃음짓던 친절한 잭 하크니스는 좀 더 단호하고 직설적인 모습으로 그 존재들을 처치해야 한다. 이런 모습은 드라마를 박력있고 긴박하게 몰아가면서도 인간적으로는 많이 우울하기도 한 풍경이다.

닥터후에서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고 달렉들과 싸울 때도 용감했던 잭 하크니스는 지구에 남아서 외계인들을 말 그대로 처치하는 수준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시간에 대해서 관대하고 외계인에 대해서는 범우주적이었던 닥터와 로즈 테일러. 그 두 사람과 터치우드에서의 잭과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지구인들이 외계인들을 대함에 있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은 늙지않는, 영원을 살고 있는 잭의 외로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간여행자 닥터후의 고독이 제법 큰 스케일로 소화되고 있는 반면 지구에서 활약하는 잭은 어쩐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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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토치우드는 다시 준비하기 시작하는 걸까? 그리고 다음 시즌에서 이어질 터치우드의 공포는 무엇일까? 닥터후를 본 사람이라면 조금쯤 예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직접 시청해본다면 제법 끔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터치우드는 닥터후가 다루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어나가지 않는다.

외계인에 대한 관점이 지구인스럽게 '비우호적'이라면 '성인 취향'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관대한 것이 또 잭 하크니스이다. 드라마 곳곳에서 성별과 연령을 따지지 않는 연애상황을 보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최소한 한 장면 이상은 이어지는 키스신과 잔인한 장면. 또 잭의 드라마 속 취향 문제는 아주 유명한 장면이니 언급을 회피하는게 좋을 것 같다).

또 드라마 초반에 여주인공으로 합류하는 이브 마일즈가 닥터후의 로즈 테일러처럼 적응력이 뛰어나거나 민첩하게 행동하는 캐릭터가 아니란 점도 말해두어야할 지도 모른다. 만사가 시원시원한 잭과는 달리 초반의 이브 마일즈는 참 답답한 인간 캐릭터의 전형이다. 액션, 모험, 환상 그리고 재미있는 볼거리. 그것이 약간은 엽기적인 드라마, 토치우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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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 3에 잭 하크니스는 다시 출연하게 됩니다. 저 오른쪽에 보이는 얼굴은 Life on Mars의 주인공 존심. 나이먹지 않는, 이 세 사람을 한 드라마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군요.


이미지 출처 :
http://www.bbc.co.uk/torchwood/
http://www.bbcamerica.com/content/262/index.jsp

Monk - 섬세한 강박증 환자 몽크의 바깥 세상 바라보기

DRAMA 2008. 2. 1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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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에서는 보기 드물게 리랜드 스톨마이어 반장과 몽크가 의기투합하는 장면. 샌프란시스코의 한 거리에서 마련한 반장의 새 차를 손수건으로 함께 닦고 있다. 이 날 만큼은 함께 새 차의 오물을 닦아내는 보기 좋은 두 사람.

간만에 몽크 6시즌 13화를 시청했다(전체 몽크 에피소드 중에선 90번째 에피소드에 해당한다, 2월 22일 93번째 에피소드 Mr. Monk Is on the Run 이 방송될 예정). 1시즌이 TV에서 방영될 때 시청했으니 3-4년 만이지 싶은데 그는 여전하다. 몽크를 주변에서 도와주던, 아들가진 엄마가 이제는 딸가진 엄마로 바뀌었지만(그리고 바뀐 여주인공들이 더 극성스러워진 것도 같지만) 반장과 갈등하는 모양새도 여전하고 쪼잔하고 소심하게 구는 방식도 여전하다. 그나마 1-2시즌에서처럼 주변사람들은 덜 볶아대니 천만다행이다. 2시즌 한 에피소드에서 온 집을 모두 특정 회사의 생수로 채워버리는 장면은 약간 짜증이 날 정도였다.

국내에 이미 주말외화로 방영된 적 있는 Monk. 그 특별한 재미에 빠진 팬들이 이미 많은 까닭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은 외화 중 하나이다. 벌써 6시즌까지 이어진 이 드라마(6년이 넘었단 이야기다)는 비주류 드라마로(메인 시간대에 방영되지 않는 드라마) 만들어져 프라임타임(황금시청율을 자랑하는 시간대)으로 방송 시간이 옮겨진 기록을 갖고 있다. 단 하루 만에 제작 중단 사태를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미드의 운명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

소심하고 예민하고 꼼꼼하고 잘 삐치고 결벽증을 앓는 탐정 몽크. 사건 해결 능력 하나는 천재적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쪽엔 천재.  그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은 아직까지도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죽어버린 아내, 트루디 정도일 것 같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에 없다. Monk라는 단어의 또다른 뜻인 수도승처럼 Monk같은 인물을 상대하자면 정말 도를 닦아야 할 지도 모른다. 스톨마이어 반장이 왜 그렇게 불같이 화내는 지 알 것도 같은 자연스러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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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사건은 엉뚱한 단서를 통해 해결되었다. 유난히 깔끔을 떠는 몽크 보다는 극성스러운 여주인공의 딸이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 상대적으로 리랜드 반장이 더더욱 불쌍해지는 설정은 변함없던 에피소드. 몽크에는 이런 선명한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다.

범죄, 추리가 이끌어 나가는 수사물은 많다. 특히 '탐정' 역할을 하는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들도 많은데 복잡한 이야기 보다는 한 두 에피소드 안에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상황이 테마가 된다. '주인공의 능력'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된 재미. The Closer의 브렌다 리 존슨이라는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사건은 복잡하기 보다는 '용의자의 자백'이 필요한 사건이 더 많듯이 탐정 몽크가 만나는 사건들도 특별히 난해하다기 보단 몽크의 추리력을 시험하는 내용이 더 많다. 타고나게 소심한 까닭에 일반인들은 잘 놓치는 작은 단서를 잡아내는 몽크.

몽크의 장점은 복잡한 설정이 넘치는 드라마 속에서 만나는 가벼운 추리물로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연 배우의 역량을 모두 이끌어내야하는 코미디 캐릭터 드라마이기도 하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탐정 캐릭터 몽크와 잊을만하면 한번씩 언급되는 죽은 아내, 트루디 이야기. 몽크와는 대조적인 주인공 리랜드 반장 등이 드라마를 개성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각종 강박증과 포비아의 시달리는 몽크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캐릭터가 반장 리랜드 스톨마이어(Ted Levine)인데 몽크의 소심하고 쪼잔한 강박증 증세는 반장의 오버 액션과 짜증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요소가 아닐 지도 모른다. 그 소심함에 시달려야 하는 반장이 안스러울 지경으로 예민하게 반응해주기 때문에 몽크의 박자가 어긋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면 둔감한 캐릭터. 이 배우는 '양들의 침묵(1991)'에서 버팔로 빌을 맡았던 연기파 배우이다.



It's a jungle out there. 탐정 Monk의 오프닝 테마송이다. Monk가 두려워하는 더러움, 바이러스 그리고 여러가지 번잡스러운 일들. 그 모든 것 이외에도 약간은 순수하고 과거지향적인 몽크에게 세상은 정말 정글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곳이라는 노래가 딱 어울린다. Jeff Beal이라는 드라마 음악의 거장(Rome, 어글리 베티, 카니발 등의 드라마 음악 작곡자)이 작곡했다고 들었는데 2시즌부터는 노래 부르는 가수가 Randy Newman으로 바뀌었다. 거친 목소리로 바깥 세상이 험난하다고 부르는 노래가 다소 코믹하게 오프닝 화면과 잘 어울린다.

항상 몽크에게 질색을 하고 몽크를 구박하는 듯 하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에서 몽크를 돌봐주는 리랜드 반장, 약간은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엉뚱한 피셔 형사, 짜증난다 싶을 정도로 극성인 나탈리와 줄리 티거 모녀, 그리고 몽크의 친구 크루거 박사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과보호 받고 있는 강박증 환자의 세계. 섬세하고 소심한 탐정 몽크는 그래서 재미있다.


출처 :
http://www.usanetwork.com/series/monk/